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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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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15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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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3. 2016.11.13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편.
  4. 2016.11.13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5. 2016.11.12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6. 2016.11.11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7. 2016.11.11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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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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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편.

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2016/11/1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2016/11/2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5편.

2016/11/2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2016/11/27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이들이 모르는 건 사실입니다. 실제 사주한 범인은 따로 있고, 당사자와 바스커빌을 제외하면 누구도 모르거든요.





썩을 대로 썩은 주제에 건방지게 도발하고 있죠. 그래도 나름 간부라고 저러고 있지만..





8년전 당시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토드 바스커빌이 큰 존재감을 가지게 되죠. 또한 이 당시의 사건을 기점으로 작품의 모든 관계와 진행이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하고요.





이때로 자신의 후계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함이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나옵니다.


하여간 이때 하는 토드의 말도 바울이 의구심을 가지는 것과 추구하는 바와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혈통과 같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에 의해 다른 가능성이나 선택지를 포기하게 되고 그 태어난 목적에 따라 살아야만 함이라는 불합리성에 대한 생각이 일치한다는 점이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토드의 후계자로 바울이 어울렸겠지요. 아주 정확히 말입니다. 





토드의 신병과 알레사의 안전을 거래하는 아마란스의 간부. 크롬도 크롬이지만 바울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동시에 정의를 자처하면서 저런 뻔뻔한 정치성을 직접 보게 되었으니 신선하게 충격적인 반발이 일어났을 겁니다. 





간부는 간부라고 담력이나 배짱 하나는 센 편이죠. 여유를 부리며 어렵지 않게 받아치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바스커빌을 이용해 제국에 손해가 되는 짓을 하면 아마란스는 반드시 분쇄된다고 하지만, 이 분노는 바스커빌을 죽이지 않고 손에 넣은 아마란스나, 그 아마란스의 도발에 대한 분노 같은 게 아니라 알레사를 건드리며 거드름 피우는 아마란스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말로는 제국을 거론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그런 것이고, 실상은 알레사를 걱정하며 감히 자신의 친구를 인질로 삼은 그들에게 신경을 긇긴 셈이 아닌가 싶군요.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었고 그 결과지만, 결국 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르넨도 롤프에 대해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천성이 유순하다고. 맹수답지 않다고.. 





뛰어난 총수이자 훌륭한 아버지죠. 한 순간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생애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럼 아들에게 용서 받고, 자신의 아들을 용서할 수 있는 아버지로 돌아오게 됩니다. 제국의 총수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해야만 했던 선택들은 감당해야 했던 허쉬 영감 본인도 총수의 자리는 무겁고 부담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뛰어난 인물이기도 했고, 워낙 맹수다운 인물이었기에 그런 짐을 견뎠던 것이고요.


하지만 그런 총수로서, 맹수로서의 허쉬도 아버지로서의 허쉬로선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가족의 연, 부자의 연이었죠. 모든 반발이나 문제를 감당하고서라도 아버지로서의 허쉬는 좀 더 강해야 했건만, 감정적인 문제를 제외하고서라도 총수로서는 당연히 해야했던 배신자에 대한 처벌은 해야 했죠.


자신의 아들에게서 손톱을 모조리 뽑아버리고선 그 죄책감과 후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으니 아버지로서의 허쉬는 남들과 같은 아버지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이제 용서 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고요.


더욱이 부모는 항상 용서하기 때문에, 총수의 자리를 롤프에게 넘긴 지금에 있어선 한스의 반역 또한 총수로서 처벌하지 않고 아버지로서 용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국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제국의 룰을 지켜내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니까요. 용서를 남발하는 제왕은 제국을 망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의 룰을 파괴하는 제왕은 제국을 붕괴시키니까.


그런 짐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났으니 기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총수로서는 용서할 수도 없고, 그런 선택 때문에 용서 받을 수도 없었지만 이젠 총수가 아닌 그저 한명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용서할 수도 있고 용서받을 수도 있지요.





역시 유순해요. 얻을 게 있으면 잃은 게 있고, 잃은 만큼 얻는 거라지만 이번은 아무 것도 잃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얻은 것은 제국이 아니라 가족이었죠. 다시 얻은 가족을 잃고 싶지 않겠지만, 그만큼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을 겁니다. 





굉장히 큰 떡밥.





이것 역시 큰 떡밥이죠.





멋지고 달달한 연출.. 알레사가 하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함께 돌봐주기도 했고 의지가 되기도 했던 크롬이죠. 그리고 크롬이 하는 저 말 정말 멋집니다. 싸우고, 두들겨 맞고, 피흘리는 건 저희가 대신 해드리겠습니다. 당당해지시길..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


개판의 최고 명언 중 하나죠. 알레사가 진심으로 대할 수 있었던 인물이고 그만큼 정이 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며, 어쩌면 사랑할 수도 있었던 이들이 아니었을까 싶죠.. 


작품 초기부터 서로 가깝고 신뢰하는 관계인데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정이 깊다는 것도 알 수 있는 묘사들이 많았지만 점점 진행되면서 서로의 입장에 따른 관계 정리가 가시화되고 결국은 갈라져야할 때가 되서야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아쉬움과 고마움을 표하는 알레사의 모습은 상반되는 서로간의 입장 속 대비되는 모습이죠. 입장은 달라져도 서로의 신뢰와 애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듯한 묘사입니다. 헤어질 때가 되서야 감정에 조금이라도 더 솔직해지는 것이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감사를 표해야할 것엔 마땅히 감사를 표하는 남자다운 한스. 확실히 도량이 크고 호쾌한 성격이 나타나죠. 맹수 받게 우월주의 사상은 있지만 그걸로 경멸하지는 않는 것이 다른 맹수들과의 차이라면 차이죠. 단적으로 플루토를 떠올려보면 비교가 될 겁니다.


저렇게 말하고 아들을 구해준 것에 대해선 반드시 보답을 할 것이라 맹세하는 데, 이 맹세를 정말로 반드시 지키죠. 굉장히 멋진 캐릭터입니다.





인정 받음에 기뻐하는 바울.. 그 동안 그가 받아오지 못했던 기대와 인정이죠. 비루한 투견 한마리 삶이 확실히 바뀌게 되는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삶이 또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별개로 말이죠.


바울에게는 정말 의미 깊은 일입니다. 심지어 도태되었어야 할 잡종 소리도 들었지만,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음을 증명 받은 날이니까. 물론 본인 스스로 인정 받고자 집착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자기 일에 집중하며 노력한 결과가 정직하게 돌아왔으니 더더욱 만족할 수 밖에..





롤프가 허쉬의 용서를 거부했던 날 벌어진 사건.. 아버지로서 간청하고 아들에게 빌었던 날 손톱 뽑힌 손가락을 들이밀며 이제 다 끝났다는 말을 들은 허쉬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큰 상처이고 고통일 수 밖에 없었죠. 그토록 강인했던 총수였지만 아버지로서는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양자임에도 불구하고 친아들 못지 않게 더욱 사랑하고 아끼던 아들에게 분명하게 내쳐졌으니 감정적인 격정이 없었을 리가 없죠.


그런 죄책감과 후회는 본인에게 벌을 줘야 한다, 벌을 받아야 한다는 충동으로 이어졌고, 아들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게 됩니다. 그렇게 본인을 벌주고 고통을 받으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기제에 의한 것이지만 그 심적 고통과 고민은 그런 것으로 감할 수 없는 크기 였기에 전혀 나아지는 게 없었죠. 그만큼 아들을 사랑하고 아꼈으니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고 고작 그런 정도론 마음의 부담을 줄일 순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걸 말리다 한스의 입가에도 흉터가 생겼죠.


이런 고통을 수 년간 받아왔고, 총수의 자리에서 내려와 그저 한 명은 아버지가 되었을 뿐이니 그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으니 기쁜 겁니다. 용서할 수 있고 용서 받을 수 있으니까.





어쨋든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니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는 한스. 정말 남자답고 배포가 큽니다.





그 동안 아버지를 내쳐왔지만 역시 직접 만나게 되면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일 수 밖에요. 단지 그것이 한스가 원했던 대로 바로 아들로 돌아오거나 아버지에게 후계자로서 한스가 인정 받게 되진 않았지만, 결국 그 순간 돌아오자는 마음을 은연 중 먹게 되었던 겁니다. 


하여간 저런 대사들 때문에 개판을 최고의 명작이라 꼽는 게 아닙니다. 

"12년 동안 고개 숙인 분께 12년이나 고개숙이지 못할 건 뭔가..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최고죠 정말. 느와르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애정과 사랑을 건조하게, 그렇지만 뜨겁게 묘사할 수 있는 건 굉장한 능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건조하고 딱딱한 느와르 장르이지만 결코 차갑지만은 않고 언듯 비정하고 냉혹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섬세하게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다니.. 대단한 작가적 역량이죠. 이게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원숙한 작품성이 돋보입니다.





정에 약하고 유순하다니까요. 이제는 총수이기 때문에 어울릴 수 없지만 그래도 친구이고 지인이었던 코스타를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는 크롬..





그걸 위해, 친구를 떠난다는 것을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새로운 선택을 합니다. 1년 간의 유예를 달라고. 유순하고 정에 약한 것.. 천성입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는 아들처럼 후회하지 않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내리는 허쉬. 늘 마음에 담아왔고 후회해왔던 일이었지만 역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친구와 지낸 1년을 달라는 아들에게 이제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내리며 말합니다. 그때 했어야 했던 말을.


"가서도 늘 건강해야 한다."... 라고.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 해피엔딩을 찾아오지 않았죠. 바스커빌이 쓰던 인장과 같은 인장으로 봉인 된 편지를 받고 업보가 돌아왔다며 두려워하는 허쉬..





그 화의 캘리그라피는 뭔가 다른 느낌이죠. 빛바래고 불에 그을린 듯한, 혹은 오래되어 삭은 듯한 느낌으로.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롤프 일행과 그에는 상반되게 불안함과 불만을 터뜨리는 아마란스의 간부, 디스비 여사.





정확히 1년. 뭔가 감이 오죠. 롤프가 1년 간의 유예를 달라던 것과 같은 기간..





바울도 참 정에 약합니다. 그냥 보내면 힘들까봐 미리 정을 끊어내려하죠. 개과라 그런 것인지, 이 또한 종과 무관한 천성인지..





서두를 것 없다고.. 의미심장한 분위기로 말하죠. 바로 다음, 아래와 같이 허쉬는 탈출한 토드에게 살해 당합니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 그에 대해 아무 말 않고, 그저 1년만에 돌아오는 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전화로만 안부를 묻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버지로서 전화했지만, 총수로서 죽임 당했던 겁니다. 과거의 실수들 때문에.





"내 죄는 네가 벌하고, 네 죄는 누가 벌할고."

"이미 벌 받았소."





모종의 이유로 토드와 토드의 어머니는 제국에 속하게 되었고 토드의 어머니는 스스로를 담보로 하여금 토드가 제국을 위협하지 못하게끔 했습니다. 토드의 어머니가 어디에 거처하고 있는 지는 허쉬만이 알고 있고요. 그러나 허쉬가 9년전 토드가 죽일 대상이 제국의 일원이었지만 허쉬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알고도 모른 척 했다고. 그렇기 때문에 토드가 제국의 일원을 죽이고, 그에 따라 약속은 깨어졌으며 토드는 어머니를 뵙지 못하게 되었죠.


토드는 그에 앙심을 품었으나 어머니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허쉬나 다른 제국의 후계자가 그에게 비밀을 듣고 자신에게 알려주는 것 뿐이었죠. 그러기 위한 계획이 바로 한스가 제국의 총수가 되는 계획을 돕는 것이었고, 그것이 실패하자 마크를 인질도 잡았던 겁니다. 그러나 실패하고 아마란스에게 연행되죠.


그러나 그것은 그저 잡혀준 것 뿐이었고, 실은 기회를 봐서 탈출 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그럴 필요가 없었을 뿐. 하나의 경고를 주기 위함이기도 하고, 아마란스와 제국을 공멸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토드 스스로 말하길, 어머니의 거처를 알아내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당시 제국의 일원임을 알고도 숨겼던 것으로 알고 있는 허쉬에게 복수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동시에 아마란스의 책임이었던 토드의 수감에 실패했으니, 그 결과 자신들의 총수가 암살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제국은 자연스레 아마란스에게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전쟁을 유도하는 것이죠. 왜 전쟁을 유도하며 공멸시키려 하는 지는 역시 후반부에 다 드러나게 됩니다. 그 외의 여러 사실들과 함께.





'누가 희생 당했는지', '다른 쪽'.. 매우 중요한 떡밥이죠.





"그거.... 고통스러운가?"

"오히려 지금보다 편할 거요."


마음이 심란하고 고통스러우니 오히려 죽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는 거죠. 과거 자신의 실수에 대한 후회와 책망, 자식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 보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슬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 등등.. 그 모든 부정적 감정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러나 그 복수는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고, '그들'이 계획한 것은 더 큰 그림이었죠.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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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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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2016/11/27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다 끝났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한스에게 얻어맞는 롤프와 함께 아마란스에 막 들어왔던 무렵 곧바로 후회하고 아들에게 돌아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아버지로서 간청하며 빌듯이 말했지만 다 끝났다고 일축해버리죠. 그 연출이 너무나도 훌륭하지만 굳이 캡쳐해서 올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판에서 손 꼽히는 연출과 내용이죠.

 

어찌됐든, 이렇게 주먹들 힘도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얻어맞았고 사실상 다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레이 본즈 허쉬가 말했죠. 힘으로 누르지 못하는 것에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알 때까지 덤빈다고.

 

 

 

 

마지막으로 쥐어짜낸 힘으로 한스에게 한방을 날리고..

 

 

 

 

처음으로 쓰러뜨립니다. 물론 완전히 쓰러진 건 아니죠. 다시 일어나서 덤빌 정도니까. 그만큼 한스의 괴물 같은 체력이 돋보이기도 하고, 잠시나마 한스를 쓰러뜨릴 정도인 롤프의 강함과 의지도 볼 수 있죠.

 

 

 

 

 

그렇게 쓰러뜨리고 정말 멋지게 질러주시는 롤프.. 그러나 앞서 말했듯, 바로 다시 일어난 한스에게 반항할 기운도 없이 쓰러져 얻어맞죠.

 

 

 

 

그러나 곧바로 아마란스 측에게 연락이 온 르넨이 한스의 아들인 마크를 구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손을 때죠. 이름도 버리고 어느 정도 정치적인 이유로 제국에 돌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선 끊어질 수 없는 것이 부자의 연인 것인지 아버지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필사적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하죠.

 

결국 아버지인 허쉬의 아들로서 돌아옵니다. 물론 손톱이 뽑히기 전의 짐과 부담 또한 돌아오게 되죠.

 

한스도 정말 호쾌하고 남자다운 것이, 아들인 마크가 살아돌아오고, 동시에 자신의 형님인 롤프가 돌아오게 되자 미련 없이 손을 털고 머리를 굽힙니다. 이는 돌아와서 고맙다는 것과, 아들인 마크를 구해줘서 감사하다는 것이겠죠. 한스가 제국의 총수가 되려고 한 이유가 바로 롤프의 부재로 인해 쇠약해진 아버지와 그에 따라 너덜너덜해진 제국을 재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크를 무사히 돌아오게 하기 위해 제국의 비밀을 알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죠.

 

하지만 롤프는 다시 돌아왔고, 마크 또한 무사히 돌아오게 되자 제국을 접수해야할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에 따라 미련 없이 바로 머리를 숙인 것이죠. 

 

 

 

 

여기서 건내는 두 반지의 의미는 아버지로부터 제국을 정식으로 이어받았다는 것과 한스의 세력을(간접적이긴 하나) 이어받았음을 의미합니다. 한스의 세력은 한스를 따르고 한스는 롤프를 따를 것이니 결국 제국의 모든 세력과 정당성은 롤프에게 돌아오는 셈이죠. 원래 그래야 했던 것처럼.

 

 

 

 

진짜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 사나이라고 한다면 아마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롤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부하를 한방에 쓰러뜨리고 부하들 전체에게 일갈해버리죠. 내 형님을 형님으로 모시는 데 무슨 불만있냐고. 만약 있다면 자신을 먼저 상대해야할 것이라고.

 

 

 

 

마크를 탈출시킬 때 이야긴데, 생각해보면 그럴 법하죠. 무기술, 체술, 살인기술 등등 최강의 무력을 가진 바스커빌이 고작 침대보에 시야가 가려져 탈출을 용인했다는 것이.

 

 

 

 

심지어 관절기를 스스로 관절을 뽑으며 대응하는 그 토드가 말입니다.

 

그것과 별개로 앞서 몇번씩 언급했던 거지만 저런 단련했다니까... 헛수고 하셨어. 하는 종류의 멋진 대사들은 박현욱 작가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매력이죠.

 

 

 

 

비참한 내구성. 훗날 다시 묘사됩니다.

 

 

 

 

무기 든 놈은 자기 전문이라는 코스타. 들개 무리와의 싸움에서도 무기를 든 녀석들을 어렵지 않게 제압했죠. 후반부에 다시 보여주는 토드의 미친 전투력과 비교해보면 이때 보여주는 코스타는 정말 강했거나, 아니면 작품 전반부에서 묘사되는 어느 정도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묘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만.. 바스커빌이 스스로 말하듯, 무기가 아니라 목숨을 노렸다면 하는 걸 보면 정말 무기를 든 상대와 자신도 대응할 수 있는 도구, 무기를 들고 있으면 그에 비견될 정도로 강한 게 사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죽하면 악마惡馬 코스타라고 할 정도니..

 

 

 

 

크롬.. 롤프에게 친구라는 말은 남들과 의미가 다르죠. 앞서 충분히 설명했듯이 말이죠. 설사 그게 적이 될 수 있는 제국과 아마란스의 관계라 해도 말입니다.

 

 

 

 

알레사..가 그 속을 알 수 없는 여우인 것도 사실이지만, 아마 이때는 어떤 계산 같은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진심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로 아마란스의 다른 간부들은 썩기도 썩었고 위선적이기도 했으며 언제든 말이나 태도를 바꿀 수 있고 사사건건 간섭하며 길들이려고 하죠. 빡칠만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건 크롬과 알레사의 관계에 있어서도 민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나중에 밝혀진 사실과 비교해서 봐도 크롬, 바울 등의 친구들과의 애정은 어느 정도 진심이었고 그런 크롬이 큰 결심을 하고 나간 상태라 그에 대해 자극해오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화를 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안위를 보신하는 데 탁월한 정치감각을 보여주는 아마란스의 썩은 간부답게 알레사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제국과 아마란스와의 전쟁을 억제합니다. 롤프, 크롬이 제국의 총수인 이상 알레사에게 발톱을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죠. 물론 당장은 명분이 없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당장 눈 앞에 떨어진 먹이인 바스커빌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 혹은 협박용 조건이 되기엔 더더욱 충분하죠. 알레사의 안전을 담보로 제국에게서, 정확히는 크롬에게서 바스커빌을 인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인 겁니다. 일단은 전쟁보단 이쪽이 정확한 목적이죠.

 

 

 

 

코스타의 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 그 토드 바스커빌마저도 목숨을 노렸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할 정도죠. 

 

 

 

 

쓰러져가는 코스타와 그에 대비되어 튀어나가는 바울.

 

 

 

 

그 폭발적인 감정은 바스커빌의 송곳니 하나를 부숴버릴 정도죠.

 

 

 

 

의도했든 아니든, 다시 한번 죄책감을 심어주고 자극하죠.

 

 

 

 

그렇게 싸우다 제압당한 바울을 그럼에도 일어나 엄청난 발차기를 얼굴에 날려주는 코스타의 저력.. 아마 자신이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자기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고 무모하게 덤벼들 바울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어떻게든 움직였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헤스터의 죽음에서 바울을 보듬어줬던 코스타였으니까요. 겉으론 털털하지만 의외로 정 많고 다정한 누님이죠.

 

 

 

 

코스타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는 동시에 바스커빌을 마저 때려눕히라는 중의적 연출. 멋스럽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절제되었음이 그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도 하는 정말이지 멋진 연출입니다. 손 위로 비치는 빛과 그 아래로 내려지는 그림자는 더 없이 효과적인 명암 대비이고요.

 

 

 

 

이렇게 죄책감에 빠져 자책하는 바울을 보듬어줬었죠. 그때는 헤스터의 죽임이었고, 그걸 보듬어준 것이 코스타였지만 지금은 코스타가 죽었고, 그를 보듬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 감정적 격정은 충동으로 이어지죠.

 

 

 

 

토드를 쓰러뜨린 뒤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끝 없이 폭력을 휘두르죠.

 

 

 

 

그래서 죽여야 한다고까지 생각이 이어지죠. 여기에서도 묘사되는 단검 손잡이 아래의 인장. 한스가 가지고 있었던 반지의 인장과 일치하죠. 나중에 큰 떡밥으로 이어집니다.

 

 

 

 

토드를 설명함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앵무새. 떠오르는 소설도 있죠. 앵무새 죽이기라고.

 

 

 

 

앵무새를 죽여봐. 자신의 의지가 개입한 선택의 영역이 아닌 감정적 충동에 몸을 맡기라는 거죠. 헤스터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해 네 책임이 아니라고 보듬어줬던 코스타마저 자신의 눈 앞에서 지키지 못하고 죽은 걸 보고는 분노한 겁니다. 그리고 바울은 토드를 공격했고요. 코스타의 시신을 수습하는 대신. 분노와 실패의 충동에 따라 다른 것 다 제쳐두고 토드에게 죽일 듯이 달려들었고 심지어 쓰러뜨리기까지 합니다. 그 상태로 계속 때렸으면 크롬 말대로 진짜 죽였겠죠. 우리 안에서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앵무새를 죽였던 것처럼.

 

더불어..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어."

"그걸 증명해줘."

 

이 대사가 나올 때 보이는 컷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지인의 목에 박혀 있던 단검을 뽑고, 그 피 묻은 칼과 괴물이 된 토드를 한꺼번에 보여주며, 증명해달라는 부분에선 그걸 줌인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배치시키죠. 자신을 죽여달라는 요구를 대사와 컷으로 완벽하게 재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죽으면 안 되겠군." 정말 멋지기 짝이 없죠. 이런 멋진 대사들 덕분에 작품의 매력이 더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죽고 사는 것조차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니. 정말 사신이나 다름 없는 태도..

 

 

 

 

후계자. 여기서 말하는 후계자란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말합니다.

 

 

 

 

마치 앵무새를 죽이듯이, 저항할 수 없는 토드를 죽어라 패고 있죠. 이때 말리지 않았다면 바울은 정말로 괴물이 되었겠죠.

 

 

 

 

제국의 2인자인 한스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프가 총수인 이상 알레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대비가 됨을 말하는 거죠. 

 

 

 

 

제국을 상징하는 인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바스커빌이 사용하는 인장 또한 같이 보여주죠.

 

 

 

 

제국의 비밀을 여럿 알고 있긴 하지만,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죠.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제대로 총수가 되어 제국을 완전히 이어 받고서야 알게되는 여러 비밀들이 있습니다. 한스와 바스커빌이 사용하는 인장도 마찬가지죠.

 

 

 

 

빼앗는 놈은 빼앗기더라도 할 말이 없어야지. 역시 멋진 대사입니다. 타인을 죽이는 자신이니 자신의 목숨을 빼앗긴다고 해서 할 말은 없다는 거죠. 죽음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그만큼 심지가 굳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작품에서 가장 큰 떡밥으로 작용하는 헤스터의 죽음. 그에 대해 질문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듣게 됩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믿지 않았을 뿐이지, 후반부에 밝혀지는 사실들과 함께 그 시점에선 본인도 속으론 알고 있었겠죠. 당연히 지금 시점에선 모를 수 밖에 없고.

 

 

 

 

많을 것이 바뀌긴 하죠. 제국의 총수가 되었고, 그에 따라 밝혀진 제국의 여러, 진짜 중요한 비밀들을 알게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 사실들에 비하면 지금 알려주는 비밀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물론 작품의 사건이 벌어지는 시작점으로 봤을 땐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고요.

 

 

 

 

바로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이때 바스커빌이 한 말은 아마란스의 간부 3명을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아마란스가 했다는 말을 합니다. 이 부분에 꽤 영리하게 연출한 부분인데, 3가지를 은유하기 때문이죠.

 

하나는 고르그의 요원들에 의해 잡혀 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혼자서 외롭게 크롬을 기다리는 알레사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과, 아마란스의 다른 간부 암살의뢰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아마란스란 집단에 대해 크롬이 가지는 상징인 알레사를 보여주면서 어떠한 의심이나 감정적 반발을 의미하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그 암살의 의뢰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떡밥이기도 하고요.

 

 

 

 

말은 저렇게 강하게 하지만.. 계속 말해왔듯이 크롬.. 롤프는 유약한 편이죠. 자신의 어깨에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짐과 부담들을 힘들어하던 크롬이 제국의 총수가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역시 힘들어한다는 느낌을 저만 받는 걸까요? 당당하고 꿀리는 거 없이 꼿꼿이 서있는 아마란스의 간부와는 다르게 롤프는 뭔가 주눅들어 있고 강한 척 허세를 부린다는 느낌이 드는 뒷모습입니다. 의도한 것이라면 언듯 제국의 총수에 걸맞는 당당하고 강함이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걸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기도 한 셈이죠.

 

 

 

 

바스커빌의 신병을 두고 대치 상황에서 도발을 하는 롤프. 이 사실은 작품 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데, 후반부에 밝혀지는 사실을 제외하고서라도 위 작품 시점에서도 아마란스에도 바스커빌과 뭔가 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해주죠. 두가지 의미로 아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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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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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제국의 후계자가 될 롤프를 위해 제국의 사상에 걸맞는 행동과 정신을 갖도록 교육했지만 정에 약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그레이 본즈 허쉬의 안목은 정확하고, 뛰어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롤프가 가진 과거의 잔재인 고아원 친구들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아원 친구인 돼지녀석과 대화를 오래 하지 않도록 막으려던 것이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숨길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런 것을 알고 겪고 극복(혹은 순종)하여 제국의 차기 총수에 걸맞는 인물이 되길 원했을 겁니다. 





과연 거짓말은 하지 않는 맹수 집단의 총수죠. 어쩌다보니 이 상황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기도 하고, 굳이 말해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고아원을 페쇄하고 쫓아낸 것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했던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안 했다고 하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그런 고아원 친구를 위해 다시 한번 대신 싸워주는 크롬입니다. 진심으로 싸우죠. 생각해본다면, 이건 어렸을 때 헤스터를 다른 고아원 녀석들에게서 지켜주기 위한 의지와는 다른,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그 친구들을 열등한 존재로 봐야만 했고 실제로 그랬으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기까지 했던 제국의 후계자로서의 자신에 대한 분노에서 발생한 충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곰판에 이은 범판..





한스는 정말 최강자급이죠. 바스커빌을 제외하면 가장 강합니다. 싸움에 있어선 거의 절대 지지 않는 수준? 그것도 집단으로 린치를 가해야만 쓰러지죠. 심지어 그마저도 한번 거하게 붙고난 뒤에서야..





그릇의 차이죠. 한스는 맹수 중에서 가장 맹수 다운 맹수이고, 그만큼 실력도, 인망도, 배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강한 힘은 역설적으로 힘에 의지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죠. 한스가 그런 겁니다. 부족한 게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들지 않고, 자신의 카리스마와 무력으로 집단을 결속시키죠. 이는 머리를 써야 하는 정치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장을 먹혀들지만, 내부의 불만을 차츰 쌓이게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런 힘에 의지하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해선 포기하게 됩니다. 자신이 가진 것이 그것 뿐이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거든요.


하지만 롤프는 다릅니다. 힘이 크게 모자란 것이 아니지만, 자신의 무력이 최강이 아님을 알고 있고, 굳이 그에 의존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게 가장 큰 차이죠. 힘에만 의지하는가, 힘이 아닌 다른 것에도 능한가. 롤프는 다른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그러려고 합니다.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반발할 수 없는 명분과 논리를 댈 수 있죠. 단순히 힘으로 입을 다물게 하는 한스와는 다르게요. 이 차이는 작품의 마지막에 분명하게 묘사되어 나타납니다.


더욱이 자신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놈이 무섭다, 모르니까 알 때까지 덤빈다는 것이 바로 그 그릇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말이죠. 





허쉬의 안목은 자신의 말처럼 분명 정확합니다.





앞뒤 상관 없이 그냥 이건 이렇게 해야겠다고 느끼는 때. 바울의 오른손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죠. 이는 바스커빌과의 싸움 때를 은유하는 동시에 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롤프가 한스에게 덤벼든 것은 분명 충동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의지가 개입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죠. 다시 한번 친구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발로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상처입고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그 의지를 통해 후회할 수 있었고 다른 선택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었던 충동적 의지였던 셈이랄까요?





'선택.' 중요하죠. 그 동안은 타인의 의지에 의해 싸웠던 바울처럼, 아버지의 의지에 의해 제국의 장자로서, 후계자로서 싸우고 활동했지만 한스와의 싸움 이후 그는 충분히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 자신의 미래를 선택했습니다. 부자의 연을 끊는 것을 감수할 정도로요. 동시에 그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약하기 때문에 견딜 수 없음을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깨달은 겁니다.


과거 고아원 친구를 보며 다시 시작된 나약함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고요. 아버지의 아들로서 감수해야 했던 막중한 책임과 짐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겁니다. 원래 롤프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거든요. 힘든 겁니다. 도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도망을 선택한 것은 본인의 의지였죠.





이 말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본인이 말했듯이, 그 어린 것이 상처받을까 친아들보다 잘 해주었다고 하죠. 이 말에 이성의 끈이 끊길 정도로 큰 상처와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평생 후회할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죠. 충동적으로.





피 묻은 제국의 인장. 의미심장한 상징이죠. 그 놈 말대로 난 그 자식 친아비가 아니야. 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지만,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표정은 어땠을까요? 스스로 말하면서도 상처 받은 얼굴일지, 본인도 롤프도 상처받을 걸 알면서 아닌 척 하며 분노한 얼굴일지.





선택에 대한 서로간의 감상.





선택에 대한 같은 질문.





그러나 다른 대답.


충동에 따른 선택과 의지에 따른 선택은 이처럼 다른 결과를 낳았죠. 누군가는 평생 후회할 최악의 실수지만 누군가는 후회하지 않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왜냐면 잃은 만큼 얻었기에. 새로운 친구, 새로운 지인, 새로운 가족, 새로운 보금자리. 자신만이 져야했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남들과 짐을 나눠지고 의지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 그런 선택이었으니까요.





철 없던 시기가 지나며 자신들이 괴롭혔던 과거는 과거로만 남겨두고, 헤스터도 나름 잘 보살피고 걱정되어 아마란스에 맡기기도 했죠. 마치 철 없던 시절 롤프가 고아원 친구 만나러 간 것을 일러바쳤던 르넨이 커서는 롤프를 분명한 가족으로 대하고 오라버니로서 아끼기도 하듯이.


어찌됐든 이런 사건들은 결국 헤스터와 롤프가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로 이어지고 롤프는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되었죠. 친구를 위해 대신 싸워줬던 그 소년으로요.





그건 커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롬이라는 이름으로요. 맹수인 표범이 토끼의 친구가 되고 그를 위해 대신 싸워주기도 한다. 어찌보면 우스운 이야기죠. 하지만 그만큼 크롬은 약하고 정이 많은 녀석이라는 겁니다. 맹수답지 않게죠.





과거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고, 한스가 제국을 접수하려는 것에 대해 롤프, 크롬은 선택하길 망설입니다. 애초에 한스가 크롬을 허쉬에게 만나게 하려는 이유가 크롬이 그 자격을 버렸음을 못 박고 자신이 제국의 후계자라는 확답을 얻어내기 위해 했던 것이었고, 바스커빌이 받아내야할 대가는 그렇게 제국의 후계자로 인정 받은 한스가 알게될 제국의 여러 비밀들 중 자신의 어머니가 있는 곳을 알아내 만나는 것이 목적이었죠.


하지만 그레이 허쉬는 그걸을 거절했고 후계자가 되지 못한 한스는 바스커빌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평소보다 더 미쳐있는(이게 이유가 있습니다.) 바스커빌은 마크를 납치해서 한스가 강제로 제국을 찬탈하도록 유도하죠.


그러나..





그래도 아버지라고, 원망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라고, 손톱이 뽑히며 가족의 증표조차 없음에도 끊어질 수 없는 부자의 연이라고 가만히 놔둘 수 없다고 합니다. 정에 약한 롤프이기도 하고, 왜냐고 묻거든, 아버지이기 때문이니까.





결국 아마란스에 나와 제국으로 가는 크롬과 그런 크롬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코스타에게 바울이 크게 반발합니다. 배신 안 한다고. 투견이지만 개는 개, 개 답죠. 신의와 충성 따위가 강한 종.





더 이상 아마란스에 있는 것도 아니며, 헤스터가 죽은 이유 굳이 그 이름을 계속 써야할 이유도 없어졌으며, 이제는 다시 아버지 앞에 아들로서 서기 위해 롤프라는 이름을 꺼내 씁니다. 버렸다고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으니까.





남에게 믿음을 받는 것에 어색하기만 한 바울이죠..





허쉬 영감의 판단력은 노쇠하고 쇠약해졌어도 그 날카로움을 잃지 않죠. 갑작스레 발생한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통해 한스의 폭주를 막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한 선택을 제공합니다. 아마 그레이 허쉬 본인도 이 싸움의 결과가 어찌될지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의 안목을 정확하니까. 롤프는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이가 아니고, 계속 덤벼드는 녀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자식들이 피를 뿌리며 싸우는 꼴을 보고만 있는 것은 역시 가슴 아픈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저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죠.





이런 결정은 한스의 부하에게 린치당하는 것을 볼 수 없었기도 했기 때문이죠. 승자독식. 약육강식. 맹수다운 방식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무릎 꿇는 것 싫어하는 한스의 자존심과 저렇게 세게 얻어맞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는 강함이 드러나죠.





그런 강함은 저 말에서도 드러납니다. 정말로, 한 방에 만회할 수 있는 엄청 강한 놈이거든요. 단순 무력으론 세계관 내에서 가장 강한 둘 중 하나가 이 녀석이니까요.





역시 맹수 다운 르넨, 그리고 느와르라는 장르에 걸맞는 가차없고 망설임 없는 모습이기도 하죠. 이런 결단력 있는 모습과 멋진 대사들은 작품 진행과 더불어 여러 캐릭터들에게서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의 매력 중 하나죠. 이는 현욱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시노딕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매력적인 요소들입니다.





터프하죠. 발톱은 남아있으면서 쓰지 않고 이기려는 롤프에게 치욕은 자신이 받고 있다고 말하는 한스. 정말 멋지죠. 이런 면이 현욱 작가의 작품을 더욱 매력적이게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 투견인 바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그런 거죠. 싸우는 것.





안목은 정확하죠. 힘으로 굴복하지 않는 롤프는 한스가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고, 그렇게 자신의 끝을 알지 못하는 롤프는 한 번 더 시도하며 계속해서 덤벼들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지만 그걸 따지지 않고, 아버지께 이렇게 해드릴 의리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생각은 그만. 자기 일에 집중하죠.





무덤 같군. 나중에 바스커빌에 대해 바울이 평하길, 살아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하죠. 그때도 한번 더 이야기 하겠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다, 보금자리가 마치 무덤 같다, 살아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바스커빌의 캐릭터의 속성을 은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스커빌의 안목 또한 정확합니다. 그만큼 뛰어난 캐릭터라는 거죠. 무력으로도, 지략으로도. 통찰력으로도. 그 정확한 안목을 가진, 나이 들어 노쇠해져도 무시할 수 없는 판단력과 그 자체로 거물인 그레이 본즈 허쉬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 그 사실을 증명합니다. 단순히 강하기만 한 것도 무서운데 안목과 지력 또한 뛰어나니..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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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고양이계 맹수들은 다 그렇다.. 자신감도 있고 당당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없다는 건 아니죠.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함부로 넘기지 않는 배타성과 고립성. 그렇지만 그들 나름의 프라이드는 있습니다. 그 일례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거죠. 뭐..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 나오지만, 나오미, 알레사 혼동하는 건 엄청난 대형 떡밥.

 

 

 

 

사실을 덜 말하거나 남들이 멋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지는 않죠. 맹수들 나름대로의 프라이드로 여겨지는 요소입니다. 

 

 

 

 

잘린 손가락과 반지. 이 부분도 떡밥입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크롬은 저 손가락을 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충 감을 잡죠. 그리고 저 반지 부분도 유심해 봐야할 것인데, 전의 글에서 보여줬어야 했는데 플루토와 바울이 싸울 때 플루토가 사용한 단검의 손잡이 아래 부분에 저런 류의 인장이 있습니다. 단, 허쉬 영감의 인장과는 다른 문양이죠.

 

 

 

 

자신의 손톱이 뽑힌 것에 대해 원망하는 크롬. 좀 더 나중에 나오는 일이지만, 그 손톱은 맹수로서의 생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크롬과 허쉬의 부자간의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한스의 호쾌함과 터프함은 등장부터 꾸준히 잘 묘사되어 있죠. 참고로 저 입의 흉터는 허쉬의 손가락과 관계가 있습니다.

 

 

 

 

크롬은 원래 허쉬의 아들(양자)로 제국의 후계자로 인정 받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손톱이 뽑히며 추방 당합니다. 그러나 허쉬는 그걸 후회하며 차남인 한스에게 제국을 물려주지 않으려 하고 언젠가 돌아올 아들만을 기다리며 쇠약해졌죠. 하지만 크롬은 허쉬와의 관계를 없는 것 취급하고 제국에 대해서도 좋게 보지 않죠.

 

허쉬가 어째서 후회를 하고, 어째서 크롬을 후계자로 고집하는 지에 대해선 나중에 더 서술하게 되겠지만, 허쉬는 한스의 힘과 세력에 의해 제국을 한스에 의해 찬탈 당할 것을 막기 위해 마크를 곁에 두고 볼모처럼 둡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 반지의 인장이 다른데, 아버지인 허쉬와 아들은 한스의 반지 문양이 다르죠.

 

위 시점에선 단순히 분열이 된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고 바스커빌의 고용에 대한 배후가 한스라는 것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플루토가 사용한 단검의 손잡이 아래 문양도 같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론 더 커다란 떡밥이었죠.

 

 

 

 

크롬과 한스를 연달아 만나며 감정이 복잡해지고 격해지는 것을 묘사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굳이 그걸 크롬의 앞에서 말한 점이 참 지독하기도 합니다만..

 

 

 

 

한스의 아들인 마크를 붙잡고 하는 말입니다. 한스에 의해 고용되었고 그것은 어떠한 상호간 주고 받는 계약이었음을 의미하죠. 단순히 메시지와 돈이니 뭐니 하는 게 아닌 것을.

 

 

 

 

자신만만한 왕자. 반역까지의 한스를 보면 그를 나타내는 말로는 이게 딱 적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본인의 무력이든 따르는 세력이든 실제로 그럴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도 잘 알고 있죠. 제국이라는 거대 무리의 보스에 어울리는 그릇까진 아니라도 충분히 2인자에 해당할 수 있을 만한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캐릭터입니다.

 

두려울 게 뭔가. 이 말만큼 그의 자신감을 잘 나타내는 대사가 있을까요?

 

 

 

 

싸움과 일은 다르다. 싸움으로는 바스커빌이 한스를 이길 순 없을 지 몰라도 일은 다르죠. 목숨을 가져가는 것이라면 바스커빌은 글자 그대로 걸어다니는 사신과 같습니다. 훗날 한스가 평하길,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라고 하죠.

 

 

 

 

한스가 단순히 힘만 센 캐릭터가 아니라 머리도 잘 돌아가는 정치적 계산도 할 줄 아는 캐릭터라는 걸 드러내죠. 게다가 추방 당했어도 아직도 크롬을 자신의 형님으로 생각하기도 하죠. 정은 정이지만 크롬과는 좀 다르죠. 정에 약해지진 않는다는 점에서.

 

 

 

 

나중에 밝혀지는 일이지만 평소보다 더 미쳐있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버지. 둘에게 서로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 다를 것 없이 다가오기도 하는 말입니다. 바울이 겪고 기억하는 아버지와 크롬이 겪고 기억하는 아버지.

 

이 부분에서만큼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좋다는 바울과, 아버지이기 때문에 원망할 수 밖에 없는 크롬의 입장을 보여주죠. 양자이긴 해도 아들인 자신의 손톱을 뽑아내고 추방한 아버지라서..

 

 

 

 

앞서 말했듯, 크롬.. 본명은 롤프 아몬 허쉬인데, 롤프는 원래 고아원에 있던 아이입니다. 그 아일 그레이 본즈 허쉬가 거두어 아들로 삼았죠. 당시 허쉬의 아내가 아이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고, 가진 건 딸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자신을 자식으로 삼았냐는 롤프의 말에 손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맹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그 손톱을 가족의 증표로 삼자고 말합니다. 고양이계 맹수 우월주의 조직의 보스답게 롤프를 가르치려고 했죠.

 

 

 

 

그러나 롤프는 친구(헤스터)를 잊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곤 했고, 그게 들켜서 훈육을 받기도 했죠. 아들인 롤프를 때리는 게 아니라 아들이 보는 앞에서 롤프의 경호 책임을 가진 이를 두들겨 패는 식으로요. 그래도 나름 충성은 증명된 녀석이었는지 불만 없이 오히려 위로해주는 게 상당히 기억에 남는 엑스트라였죠.

 

 

 

 

제국의 총수로서의 능력도 뛰어난 인물이긴 하지만, 아버지로 봤을 때도 굉장히 훌륭한 인물이긴 합니다. 훈육을 하는 방식이나(조금 거칠긴 하지만 절대 자식에게 손대진 않죠.) 새 자식을 봤다고 해도 기존의 양자를 내치거나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분명한 자기 자식이라며 뜻을 바꾸지 않죠.

 

롤프가 자신의 핏줄을 이은 건 아니지만 롤프를 자식으로서 한스와 똑같이 여기지 않으면 아들 하나를 잃는 셈이라는 말.. 정말 멋집니다.

 

 

 

 

롤프, 아마란스에선 크롬이 헤스터를 아끼고 많이 신경쓰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었죠. 고아원 시절부터 알았던, 가장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정작 헤스터는 그걸 기억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결국 언젠가 피에 눈을 뜨게 되어있다는 어머니의 말. 어렸을 땐 힘이 좀 부족해서 자기보다 더 센 모건이라는 녀석에서 졌지만, 그렇게 얻어맞다 본능에 따라 손톱을 뽑고 얼굴을 그어버렸죠. (롤프를 때린 건 모건이고, 쓰러진 롤프 위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건 다른 녀석입니다. 그 녀석 얼굴을 그었다는 거죠. 모건에게 그은 게 아니라.)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헤스터는 두려움을 느껴 도망을 가버립니다. 가장 친한 친구이고 그 친구를 위해 대신 싸워주기 까지 했는 데 그런 모습을 보니 배신감이나 상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자신의 손톱에 묻은 피와, 그 모습을 보고 도망가는 헤스터의 뒷모습을 보는 크롬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정말 큰 상처가 됐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울었던 거고요.

 

 

 

 

그 뒤로 만나지 못했고 아마 고아원을 다시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신이 내쳐졌다고 여겼기 때문에, 갈 수 없었거든요. 아론이 무서워서 거절하지 못했던 것처럼, 롤프도 무서워서 찾아갈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제국의 후계자로 엘리트 교육을 받고 '맹수답게' 성장을 했지만 그것도 자신의 과거의 파편을 보고 마음이 흔들립니다. 크롬의 나약함은 천성적이었고, 그걸 감출 순 있어도 없애진 못했던 거죠. 롤프의 나약함은 이때 다시 시작했을 겁니다. 과거 고아원 친구를 다시 보고서.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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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7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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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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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은 마음이 약해진 거죠. 겉으로 보이는 태도는 여전히 건방져보이지만 역시 태도는 크게 누그러졌다고 봐도 됩니다.


결국은 친구 누구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 바울에게 저런 말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답하는 바울의 한 마디. 기껏해야.. 노력하는 정도?


바울을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천성이 개이기 때문인지, 근성과 노력에 익숙하죠. 개가 아니라도 바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노력하며 성취하는 타입입니다. 성장형 캐릭터. 물론 작품 상에서 그런 노력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고 뭔가 점진적으로 애매하게 보여주다 나중에 그 성과를 한번에, 그러나 그 한계 또한 보여주며 터뜨려주는 식으로 연출됩니다.


어찌됐든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노력하고자 하는 바울의 특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죠.





고양이계 맹수들의 우월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단지 그만한 실력이 엄청 부족하다는 점만 빼면. 실제로 같은 체급의 고양이가 개보다 1:1로 강한 것도 사실이고요. 작품 상에서도 고양이계 맹수들의 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플루토가 맹수도 못 되는 고양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신체능력은 뛰어난 편이긴 하죠. 물론 바스커빌은 물론 바울에게도 발릴 정도로 약하다는 게 함정이지만..


하여간, 저렇게 말하면서 개가 고양이보다 나은 점이 뭐가 있냐고 일갈하는 플루토의 발톱을 손을 마주잡는 식으로 막아내며 받아치는 바울의 한 마디가 일품입니다.





근성. 앞에서부터 계속 말해왔던 바울의 천성이죠. 근성과 노력. 포기하지 않는 집념. 얻어 맞고 쓰러지고 이기지 못하고 본인도 그걸 안다고 해서 도망가거나 무릎 꿇지 않고 계속 맞서는 개과 특유의 근성. 고양이계 맹수들의 능력은 모두 뛰어났지만, 작품의 이름이 되는 개판이라는 말처럼 작품의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이끌어가며 중심적으로 사건과 관계를 이어가는 종은 분명 개입니다. 바스커빌과 바울.


포기하지 않고 근성과 노력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발전하는 바울이었고, 결국 그 노력은 성과를 보게 되죠. 





결국은 친구.. 그 동안은 자존심이든 뭐든 말할 수 없었던, '진작 해야 했던 말'을 하는 겁니다. 더크 또한 도리안을 말렸어야 했고, 그러지 못한 더크에게 위협을 가했던 본인도 그에게 사과 했어야 했죠. 하지만 그 동안 누구도 그러지 못했고, 아론에게 책임감을 배운 더크는 그 한 발자국을 걷기 위해 후버와 맞서고, 도리안도 그런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해야 했던 말, 내딛어야 했던 한 발자국을 걷죠.


이런 관계의 진전과 감정의 해소는 아론이라는 존재 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론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한 발자국을 내딛어 이전처럼 될 수 있었으니까. 도리안과 더크는 모두 아론에게 고마워해야겠네요. 





말했듯이, 도리안은 친구를 잃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질서가 무너지는 걸 바라지도 않았죠. 물론 그 판단이 실수라는 건 도리안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단지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을 겁니다. 아무리 더크가 도리안에게 실망했고 후버에게 실망했다곤 해도.. 그래도 친구는 친구. 본인 스스로도 폭탄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사고라고 애써 믿어줬죠.


친구를 믿기에, 그래도 자신을 죽일 만큼 모질 거라 생각치는 않았기에.





그렇기 때문에 그 강해보였던 도리안 마저도 구석에 움츠러들어 죄책감에 후회하고 있었던 겁니다. 차라리 사고라 믿어주지 말고 자신을 책망하고 추궁하기 위해 덤볐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겠죠. 거기서마저 강한 척 자존심을 세웠을 지, 어깨를 내리며 미안하다고 사과했을지..





싸움은 크롬과 쌍둥이에 의해 멈추게 되는데, 이때 개판의 맹수를 설명하는 명언이 등장합니다. '맹수에게 자비를 구하지 말라.'


맹수는 원래 그런 생물이라는 거죠. 자비 따윈 주지 않는다는 것. 가차없고, 망설이지 않으며, 당당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롬은 나약하죠. 정에 약해요. 자기 친구를 위해 다 쓰러져가는 마당에도 손을 뻗는 후버를 보며 마음이 흔들린 거죠. 겉으론 역시 아닌 척해도.. 역시, 맹수치고 너무 약합니다. 맹수에게 자비를 바라지 말라더니..





크롬은 바스커빌과 맞서기 위해 수로 위에 올라가고, 거기에서 잠시 싸우나 바스커빌은 원래 목표했던 메시지를 줍니다. 


이제 그만 돌아오지 않겠나. 롤프.





딱 한 방인데 그 한 번이 부족했다.. 이건 어찌보면 이 싸움만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바울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여러 사건과 관계 속에서 무언가 한방이 부족한 느낌. 성장형 캐릭터 답게, 미숙하다는 면이 조금씩 찾아볼 수 있죠. 작가가 그거까지 염두해두고 연출한 건 아닐 거라 봅니다만..





플루토가 다시 일어나 바울을 공격하긴 하지만, 바울에게 주먹 쓰는 법을 배운 아론에게 얻어맞고 쓰러집니다. 바울의 자세와 함께 오버랩되며 멋지게 연출되죠. 이 부분은 아론에게 미약하나마,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역시 성장했다는 거죠. 더 이상 누군가에게 보호 받고 지킴 받는 어린애가 아닌, 자기 스스로 책임질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점. 바울과 함께 성장하는 캐릭터.





그렇게 성장한 아론은(그래봐야 남들에겐 반쯤 애취급이긴 하지만..) 독립을 결심하고,





바울은 걱정하기 보단 축하해주죠. 어른답게요.


뭐.. 원래 외부인이었고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하거나 오지랖 부릴 것도 없긴 합니다만, 그렇다 해도 이런 면을 부각시켜주는 건 바울이 아론을 이끌어주는 어른이라는 위치라는 점과 아론이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그 성장을 인정 받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겠죠.





토드가 개판 최강의 캐릭터인 이유가 이거죠. 싸움과 일은 다른 것이라는 거. 막상막하로 싸우던 크롬과 토드였지만 칼을 뽑고 제대로 하자마자 목을 베였죠. 죽일 생각이었다면 언제든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후로도 몇번씩이나.





일이 끝나고, 르넨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는 다른 간부들에게 자신이 두렵냐고 일갈하는 알레사. 그에 대해 모두 입을 다물었다는 점은 긍정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직접적으로 아니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할 수도 없으니까.


그만큼 알레사는 뛰어난 간부고, 그만한 힘을 가진 실력자라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단지 크롬을 데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요. 뭐.. 실제로 굉장히, 너무 굉장히 뛰어난 캐릭터이긴 합니다.


더불어 이 부분은 아마란스가 굉장히 타락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이미 작품 내에섣 많이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정의니 뭐니 하는 대의와 이상보단 이익과 정치적 관계, 명분 따위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기존의 이익 집단 내에서 새롭게 대두하는 젊고 유능한 신인은 견제받기 마련입니다. 나중에 열리는 간부회의 때도 젊은 여우는 미리 기를 죽여놔야 한다고 까지 할 정도죠. 


그만큼 그들은 아마란스의 목적이라는 정의구현이라는 대의보단 자기들끼리의 이익을 나누고 서로를 견제하는 정치적 목적이 더 강한 집단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무엇으로 태어났느냐가 왜 태어났느냐를 결정짓는다.. 바울은 투견으로 태어났으나 동시에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반쪽짜리 투견이기 때문이죠. 잡종이기 때문에 남들에겐 투견으로 취급되어 배척당하고, 투견들에겐 반쪽짜리라 투견 취급도 못 받는 아웃사이더.


어디에도 끼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도 아니지만, 본인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투견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여깁니다. 순종 투견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본인은 투견이고, 그렇게 자신의 가치는 정해진 것이죠. 하지만 반쪽짜리 였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는 다른 투견만 못했고 물어 뜯기는 개로 취급되었으며, 그 불합리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바울입니다.


그렇기에 바울은 그 이상은 원했고, 추구했습니다. 다른 투견은 충동만으로 싸우지만, 본인은 자신의 의지대로 싸운다는 결정적인 차이. 싸우기 위해 태어났지만, 어떤 싸움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 의지를 가진 자유를 가진 자. 





일이 잘 해결되고 아마란스에 들어올 것을 추천하는 바울이지만, 이 때 한번 거절 당합니다. 아마란스는 정의를 행하기 위한 집단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변질될 것이라고. 도리안도 처음에 그렇게 시작했다고. 위의 알레사와 다른 간부들의 대화를 본다면 실제로 그렇죠. 원래 아마란스는 분명 정의라는 대의를 가지고 시작했겠지만, 결국은 실제로 변질되었다는 겁니다.





다음날 플루토를 놓친 쌍둥이의 보고를 듣는 르넨. 이런 맹수다운 면모를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지만, 이것은 훗날 밝혀지는 사실에 대한 복선이기도 합니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건의 정리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진작 했어야 했던 일들을 했고, 결국은 다시 원래대로. 처음으로 돌아가 원래 하려던 일을 할 것이며, 다시 친구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변질되기 이전으로 질서를 회복할 것이며, 세명의 우정 또한 회복되는 거죠.





본인도 변질되면 어떡하냐는 아론의 말에 대한 더크의 답변. 너는 너니까 남처럼 될 리는 없다. 그쳐야 할 때만 알면 된다.


정말 중요하고 쉽지만, 그만큼 무시 당하기 쉽고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 남들과 다르지만 결국 서로 같은 모습으로 변하기 쉽고, 그쳐야 할 때 그쳐야 하지만 그 때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흘려버리곤 하죠.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모든 사람은 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남들처럼 되지 않을 수 있고, 그쳐야할 때만 안다면 변질되거나,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모두에게 가진 가능성이고 실천할 수 있는 선택이지요. 충동으로 그 기회를 놓친 것인지, 의지를 가지고 그 기회를 잡을 것인지는 그들에게 달린 일일 뿐.





아마란스에서 코스타에게 심문 당하는 플루토와 르넨과의 대화를 가지는 크롬입니다. 결국 버림 받았다는 걸 인정한 플루토는 코스타에게 제국에서 그곳의 보스를 노렸다는 걸 털어놨고, 그 자리에 없었던 크롬은 제국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고 묻습니다. 답할 수 없다곤 하지만 결국 르넨은 크롬에게 사실대로 말해주죠. 이는 정 때문이 아닌 필요와 불필요[각주:1]에 의해 말해준 것이기 때문에,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크롬은 유약한 태도를 보이며 말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대비해서 볼 법 합니다.


어찌됐든 제국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는 오빠인 크롬의 질문에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답할 수 없다는 르넨의 모습은 정말이지 맹수답죠. 크롬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크롬은 아무리 맹수다운 모습을 보이려 해도 그러는 척하고 강한 척을 한다는 느낌이지만 르넨이나 앞으로 등장할 한스는 자연스럽게 맹수답다는 게 느껴지죠. 작가의 그림 실력과 연출력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그 차이가 매우 잘 느껴집니다.





나중에 알게 될 진실을 생각해본다면 굉장히 의미심장한 중의적 표현이죠. 다시 돌아왔다.





바울의 착한 성미가 보이죠. 자신에게 폭언을 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자기 지인, 친구, 가족에게 하는 말에 터지는 거..동시에 충동과 의지라는 요소를 생각해본다면 바로 전에 아론에게 했던 말과는 다르게 충동적으로 덤벼드는 것을 보여주며 성장의 미숙함을 엿보여주기도 합니다.





맹수는 두려움에 떠밀려 힘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맹수다. 하지만 크롬은 맹수치곤 유약하고 정이 많은 편입니다. 같은 맹수라도, 분명히 다른 약한 맹수.. 그것을 통해 다시 본다면 크롬은 두려움에 떠밀려 힘을 쓸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나중에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와 별개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힘을 쓸 수 있다는 르넨의 모습은 정말로 맹수답죠. 두려움에 떠밀려 힘을 쓰지 않고, 그래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기 때문에, 할 수 있기 때문에 힘을 쓸 수 있고 그 힘을 통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내보이는 겁니다.





사실 이미 모두 추측할 수 있는 관계이긴 하지만 크롬과 허쉬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의 감정의 골이 깊고 크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셈이죠.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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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플루토를 가져가야하며 사안의 심각함을 알려주며 반드시 그럴 것이다 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필요이자, 어차피 알게될 일이고 그 사실 자체가 그들에겐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알려줘도 상관 없다는 불필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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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하나의 상징으로써 기능하는 물건이죠. 알레사에 대한 신뢰로. 





'그래야 마땅하니까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죠. 좀 더 순진하다거나 착하다 같은 게 아니라, 헤스터의 죽음에 자신이 책임을 가지고 있고, 그 죄책감을 크게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질 수 밖에 없죠. 나중에 밝혀질 일이지만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됐든 판 영감의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역시 정론이죠.





이미 아마란스가 더럽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판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그 더러운 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왔고 그 더러운 꼴 오랫동안 봐왔던 인물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기력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신념과 충돌하고 변질되어가는 아마란스에 더 있고 싶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런 류의 인물이 다 그렇듯.. 젊어서는 자기 중심 가지고 버티고 싸울 순 있지만 나이 먹어선 못 버티고 그냥 싸움에서 피하고자 하죠. 그가 말하는 (나이나 기력 운운하는 건 아주 나중에 회상하며 나오긴 합니다만.) 기력이라는 건 일하는 기력이 아니라 그런 변질되어가는 다른 간부, 지부장과의 도덕 싸움에서의 기력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똑같은 싸움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는 거 기운 빠지는 일이거든요.





작품의 중심을 관통하는 주제죠. 의지와 충동. 그것을 선택하는 주체. 이 말을 통해서 생각해본다면 바울이 싸움에서 어떠한 가치나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의지로 했던 싸움이 아니라 어떠한 충동에 의해 빨려들어가듯 휘둘렀던 싸움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처음 알레사를 구할 때 헤스터라는 악당과 싸워 알레사를 지킨다는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여 승리했고, 그랬기 때문에 일말의 가치나 만족을 느낄 수 있었던 거죠.





건방지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도리안의 모습. 하지만 이런 도리안도..





아마란스에 가입하고 몇 주 지났다곤 하지만 혈통과 삶의 목적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져있는 바울에게 썡판 처음 보는 꼬맹이가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멋대로 정해버리니 발끈하지 않을 수 없죠. 자기 자신을 만드는 건 자신이라고 호언하기까지 했고 그걸 싸움을 구걸하면서까지 작게나마 증명했으니까죠. 노력과 근성. 이른바 자신의 삶의 이유나 목표하는 것 따위를 증명하고 그걸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의식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태도를 가지며 살아가려 하는데 그걸 기존의 관념과 마찬가지로 멋대로, 그리고 너무나도 가볍게 반복하고 있으니..





아론에게 주먹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바울입니다. 이 주먹 쓰는 법(기본)은 나중에 다시 한번 멋지게 연출됩니다. 





더크와 도리안, 후버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도리안이 어떤 인물인지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문구가 바로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꺽인 이가 꺽은 이의 기세를 압도한다. 그만한 카리스마와 야심이 있는 캐릭터죠.





말했다시피 그의 야심은 컸고 카리스마도 있었습니다. 몸의 크기와는 다르게 그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웬만한 개인들보다 넓었죠. 그러나 넓다고 해서 모두를 포용하거나 자신의 인물로 만들 수 있었다는 건 아닙니다. 결국 더크는 그의 질서에 등을 돌렸고 그의 방식에 반발했죠.


어찌보면 사소한 자존심 싸움이고,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정치적 관계입니다. 뭐, 다들 그런 거죠. 후회할 일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결국 그 감정의 골은 소매치기 꼬맹이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후버와 도리안을 더크가 보자 폭발을 하고 해당 시점의 씨앗이 됩니다. 





아론이 이래서 참 정이 가는 캐릭터인 거죠. 뒷골목 삼류 양아치 같아 보이는 등장이었지만 정이 깊고 순수한 면이 있는 어린애라는 점이요. '과거의 일' 때문에 가지는 죄책감도 있지만 그런 것도 감안해서 아론은 더크를 굉장히 사랑하고 아낍니다. 가족이라고 여길 정도로요. 비록 피가 섞인 건 아니지만 이제 남은, 누구보다 정이 깊은 유일한 가족인 셈이죠.


과거의 일도 알고 있고, 본인도 그 당사자이기 때문에 아론에겐 힘이 필요했던 겁니다. 더크 삼촌을 지키기 위해서요. 도리안와 후버에게 맞써서 이기거나, 적어도 지킬 수 있는 힘을. 다시는 그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앞서 도리안의 건방지고 오만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3번씩이나 뽑은 이유는 단순히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바로 이 부분 때문이기도 하죠. 그 도리안마저 눈빛만으로 떨게 만드는 진짜배기, 토드 바스터빌..





도리안은 이런 캐릭터죠. 강한 척하는 거. 어떻게 보면 크롬보다 더 강한 심지를 가진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 면모도 있습니다. 만약 그가 맹수였다면 가장 맹수다운 맹수의 모습을 보여줬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도리안이 아무리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보스형 캐릭터라곤 해도 결국은 친우의 정에 휘둘리는 한 개인이기도 하죠.


자신의 약한 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아론에게 죄책감과 공범의식을 심어 이 일을 묻으려 하는 도리안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걸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이 악물며 후회하고 있는 아론이고요. 그만큼 삼촌을 사랑하는 데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정말 크게 후회하고 무서워하는 겁니다. 사실대로 말하기엔 삼촌에게 버림 받거나, 그보다 더 피하고 싶은, 미움 받는 걸 무서워 하는 어린애.





도리안이 토드의 계획에 따라 아론을 자극하자 덜컥 겁을 먹고 얼마 알지도 않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인 바울에게 안기며 자책합니다. 삼촌을 해치려 했던 게 무섭고, 또 사실이 밝혀져서 삼촌에게 미움 받는 게 무서워서 말이죠.





왜 이런 말을 했는 지에 대한 진짜 심정은 나중에서야 나옵니다. 겉으론 싸움에 대한 본인의(아버지에게 배운) 지론을 이야기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확실히 멋지긴 하죠. 주인공다운 면모가 조금은 있달까?.. 원래도 바울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지만, 그래도 정말 멋진 말입니다. 그가 싸움에 대해 가지는,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겠죠.





바스커빌이 크롬을 낚기 위해 하던 말 중 야성 운운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울이 더크와 아론을 위해 자기 목숨이라도 걸겠다고 호언한 것으로 크롬의 야성을 자극하는 모양새처럼 보여서 재밌는 부분이랄까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어찌됐든 참 멋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박현욱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그들이 하는 말들은 대부분 멋진데 이런 부분들은 정말 멋있죠.





앞서 이야기했듯, 친우의 정에 의외로 약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 강한 척 하지만 결국은 친구라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거죠. 몇년 동안 서로 제대로 안 보고 살고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실제론 더 나빠질 것도 없고 더 나아질 구석도 없어서 그런 것일 뿐이지 정작 이런 상황에선 마음 쓸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친구도 그냥 친구가 아니니까. 그런 친구마저 진짜로 내칠만큼 냉혹할 순 없으니까.





최소한 네 싸움은 이기고 와라. 이 말을, 작품 내에서 상징하는 바를 다시 해석하자면 이런 겁니다. 조금은 어른이 되어서 돌아와라.


어른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나이 먹는다고 어른인 게 아니라,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어른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네 싸움은 이기고 돌아오라는 것은 사실대로 밝히고 더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든 그걸 감당하고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그게 무섭다고 도망가지 말고 미움 받을까 변명하지 말라는 거죠.





아론의 '손버릇' 때문에 손님이 화를 내고 그 때문에 머리 굽히며 사과해야 했던 더크에게 혼나는 게 무서워 잠깐 도망갔던 아론에게 부모를 찾아내주겠다는 말을 하며 접근합니다. 그리고 지하실 보일러에 폭탄을 달라고 사주하죠. 싫다고 하지만 삼촌은 널 좋아하지도 않을 거라고 흔들어대죠.





돌아와서 사과하려고 했지만 아론의 가슴에 비수가 꽃힐 말을 해버립니다. 아론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들어버리죠. 그래도 나름 삼촌을 믿었던 순진한 어린아이지만 저런 말을 들어버리면 또 한번 버림 받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아주 큰 상처가 되겠죠..


더크의 입장에선, 원래 아이를 키운다는 건 본인도 성장하는 겁니다. 아이를 다루거나 키워보질 못 했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잘못했다고 무작정 아이를 책망하고 화내는 게 좋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요. 더크도 그랬던 겁니다. 아직 정이 안 붙은 것도 있긴 하겠지만, 아직은 너무 어린 아이에게 무심코 못할 말 해버린 거죠. 너무 화가나서, 그래서 그냥 충동적으로.





왜 폭탄을 달았느냐는 추궁에 크게 반발하죠. 혼나고 삼촌이 싫어졌느냐고.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고.  그리고 도리안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울은 그 자리에 없는 아론을 믿어줍니다. 어른스럽게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을 겁니다. 거절하기조차 무서웠던 것이고, 삼촌에게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며 미움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반발심으로도 이어졌을 것입니다. 정말 크게 상처 받았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으니까.





더크는 정말 화가 났을 겁니다. 자신을 죽이려 들어서? 도리안 놈과 짜고 자신을 속여서? 그럴 수도 있죠. 그렇기도 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화가난 점은.. 그 도리안에게 속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점과, 그런 꼬마애마저도 이용해먹었다는 점, 그 동안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은 점..


동시에 이렇게 때렸으니 그걸로 끝이라는 훈육이기도 했겠죠. 어른으로써 자식과도 같은 꼬마 아론에게 하는 마지막 훈육. 





그래서 바로 도리안을 찾은 겁니다. 더 뭐라고 하지 않고 더 혼내지도 않고 그 분노의 화살은 아론이 아니라 도리안에게 돌아가는 거죠. 보호자라면, 어른이라면 그래야 하는 거고요.





곰판..ㅋ





친구에 대한 더크의 태도죠. 친구가 엇나가면 그래도 친구라고 같이 갈게 아니라 당연히 붙잡고 말려줘야 한다는 것. 하지만 더크는 그러지 못했죠. 대신 후버와 함께 떠나도록 내버려뒀던 겁니다. 좋게 말하면 방조고, 사실대로는 무책임했던 겁니다.





여전히 강한 척하고 있는 겁니다. 더 이상 적으로 취급해주기도 아깝다.. 넌 아무 것도 아니다.. 그때와 같은 시도는 없을 것이다.. 허세죠. 적으로 취급해주기도 아가운 게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라 그냥 그랬으면 하는 겁니다. 너와 싸우고 싶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거죠.


친구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고, 그런 자신에게 상처 받고 싶지 않으니 일부로 마음에도 없고 사실과도 다른 말을 하는 겁니다. 유일한 사실이라면 다시는 그때와 같은 시도가 없을 거라는 점이죠. 애초에 처음부터 그랬었고. 폭탄 문제는.. 반쯤 사고였으니.. 등 돌아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도리안의 표정은 어떨까요?





아론의 성장과 더불어 더크 또한 성장했습니다. 아론 덕에 성장한 셈이기도 하죠. 아론을 통해 책임감이라는 것을 다시 배우게 되었고, 그 책임감은 아론에게만이 아니라 자기 친구에게도 적용해야 했다는 걸 깨닳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달려와 잘못된 길에 빠진 친구를 되돌려 놓기 위해, 적어도 이전과 같게 하지 않기 위해 맞서 싸우려는 겁니다.


그렇죠. 진작 했어야 했던 것이었죠.





얼마 뒤 크롬과 르넨의 조직에서 가장 빠른 쌍둥이가 도착하고, 아론과 만납니다. 아론이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묻자 말하죠. 징벌하는 자라고. 징벌가 크롬. 아마란스 내에서 가지는 그의 별명이죠.


이런 점은 크롬의 아마란스에 충실한 면을 보여주는데, 나중에 한번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원래의 조직에서 버려진 그가 의지하고 신뢰를 받은 만큼 자기 나름대로 그 보답을 했던 것이고, 손톱이 없다곤 해도 원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높은 실적을 얻어낼 수도 있었겠죠. 그래서 얻은 별명이 징벌가. 그리고 징벌의 의미는 심판하여 벌을 집행한다는 의미이니, 정의를 표방하고 자처하는 아마란스에서 가장 아마란스다운 인물이 사실 중 하나가 그와는 정반대인 조직에서 버려진 크롬이었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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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네이버는 물론 한국 웹툰에서 가장 뛰어난 명작을 꼽으라면 반드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품으로 꼽는 박현욱 작가의 개판에 대해 드디어 제대로 글을 쓰게 되었네요. 사실 이 글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 라고 마음 먹었지만 문제는 제가 너무 게으르기 때문에 1년 넘게(...) 미뤄왔다 최근 개판의 유료화 소식과 더불어 정주행과 함께 쓰기로 마음 먹게 됐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캡쳐한 이미지 쭉쭉 늘어놓는 형식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간단히 핵심만 뽑아서 서술하는 게 제대로된 글이긴 합니다만, 그건 마지막에, 한번에 해버릴 것이며 이 심층 해석은 개판이라는 작품에서 보여주는 여러 상징성과 심리, 떡밥 등을 분석, 해석하면서 풀어갈 것입니다.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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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바울은 투견, 그것도 잡종 투견으로 태어났습니다. 복싱 도장에서 오랫동안 구르면서 나름 실력을 갖춘 녀석이죠. 하지만 반쪽짜리 투견이라고 정식 시합엔 나가지도 못하고 '물어뜯기는 개'로 취급되곤 하죠. 물어뜯기는 개란 정식 시합엔 못 나가고 다른 후배나 연승생들에게 좋게 말해 스파링 상대, 실질적으론 살아 움직이는 상대를 때리는 경험을 가르치는 도구 정도로 사용되는 이들을 말합니다.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진 바울이 직접적으로 항의하자 대놓고 말하죠. 이런 게 네 일이라고. 실력이 있고 노력도 했으며, 근성도 나름 있는 바울이지만 태어나자마자 정해진 혈통이라는 것에 못박혀 그 한계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실제로 그렇게 다루어지며 살았던 거죠.

 

 

 

 

자신의 가치를 부정 당하는 한 소리 듣고 후배에게 답지 않은 도발을 받습니다. 핀치에 몰리고 가드 뚫리고 턱주가리 얻어맞을 뻔 했던 주제에 마치 본인이 제대로 안 해서 봐준 거라며 다음에 제대로 해보자 식으로 말하며 바울이 투견도 아니면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하자 반대로 본인도 투견은 아니라며 혈통 문제를 콕 찝어서 말하죠. 그러면서 혈통에 열등감 좀 심하시냐고 말이죠.

 

고작 혈통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실력도, 노력도, 근성도, 재능도 없는데도 밀어주고 대우 받고, 반대로 누군가는 그런 게 있어도 혈통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것을 부정 당하죠. 열등감.. 있긴 할 겁니다. 당장 코 앞에 있는 도베르만 녀석도 바울에게 싸움이든 시합이든 쳐발리는 주제에 본인은 기회조차 갖지 못한 대회에 나갈 녀석으로 낙점 받을 수 있거든요.

 

본인도 그런 차별 속에서 살아왔고, 자라왔으며 바꿀 수 없는 태생적 한계에 치여 아마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차별은 그 옳고 그름을 떠나서 차별 당하는 이에게 어떠한 열등감, 컴플렉스를 안겨주죠. 정치에선 레드 컴플렉스, 전라도 컴플렉스, 젠더에선 페미닌 컴플렉스, 인종으론 화이트 컴플렉스 등등..

 

그것이 옳지 않고 그런 차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연 중에 그런 요소들을 부정하려 들거나 부러워하거나 바라곤 하죠. 예컨데 적지 않은 동양인들은 인종차별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인이 백인으로 태어났다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할 겁니다. 다른 인종보다 백인을 더 선호하는 건 단순히 문화적으로 백인의 외모가 미의 기준이 되다시피한 것도 있지만 그런 종류의 인종 컴플렉스가 없다곤 못하거든요. 적어도 누군간 분명히.

 

바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후반에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본인의 혈통에 따른 차별을 받아왔고, 부모님을 위해서나도, 본인을 위해서라도 그런 것을 내색하지 않고 겉으론 부정하려 들겠지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런 열등감에 적잖게 찌들어 있겠죠.

 

 

 

 

 

그걸 대놓고 찔러대죠. 실력이 있다고 정식 시합에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고작 '잡종'에게 기회를 빼았긴 순종들의 체면은 무엇이 되냐고. 심지어 도태되었어야 한다는 폭언까지 하죠.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유태인에게 게르만 혈통의 백인이 절멸되었어야 했을 인종이라고 하는 격이랄까요? 이 작품에서 도태라는 것은 그 의미가 무겁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불합리를 '철 좀 들라'며 일축시켜버리죠. 기존의 도덕적, 사회적 불합리 구조에 그대로 승차하면서 그 피해자들에게 너희들이 찌질하고 속이 좁기 때문에 그런 불만을 가지는 것이라는 또 하나의 폭력일 뿐입니다. 

 

 

 

 

그렇게 후배놈을 패버리고 쫓겨난 바울에게 한 여우 여성이 다가옵니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이 담배라는 떡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 부분도 중요한데, 특별할 건 없다. 적당할 뿐이지. 라는 부분, 그리고 세상의 불의에 던져두면 투견이란 이름에 걸맞게 달려들 것이라는 부분. 굉장히 중요합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바울은 이 틀에서 움직이며 후반부에서야 그 틀을 깨고 자기 자신으로서 기능하는 캐릭터가 되거든요.

 

 

 

 

 

 

작품 상에서 그 후배놈을 제외하곤 가장 처음 승리한 상대인 헤스터. 이 헤스터란 캐릭터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후반부에 앞의 모든 떡밥이 풀리면서 앞뒤가 맞게 맞물리게 되거든요.

 

 

 

 

이 부분도 중요한 떡밥. 아무리 많이 얻어맞았다고 해도 복싱을 웬만큼 배운 선수급이 싸움이 끝난 뒤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있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긴 하겠죠. 후반부에 떡밥이 풀립니다.

 

 

 

 

바울이 처음부터 끝까지 추구하는 요소인 싸우고 난 뒤, 승리한 뒤의 기분. 져서는 느끼기 어렵고, 이겼어도 찝찝한 기분을 느끼는.. 투견으로서, 아니.. 어쩌면 반쪽 짜리 투견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분에 더욱 더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반쪽이기 때문에 단순히 싸움을 피하지 않고 개처럼 싸우고 그런 사투 끝에 어찌됐든 얻어낸 승리에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바라는 것.

 

다른 투견들이 고민하지 않고 목표하지 않는 그런 요소. 반쪽이기에 생각하고 추구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런 승리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면모 덕에 바울은 성장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을 겁니다.

 

 

 

 

후반에 제대로 설명할 부분입니다. 작품이 끝나갈 때 설명하고 싶은 부분이라..

 

 

 

 

앞서 말했지만, 싸움의, 승리의 가치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를 통해 옅볼 수 있는 바울이 싸움이나 승리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있죠. 가치 있는 싸움. 가치 있는 승리. 이 부분을 보자면.. 악당에게서 여자를 지키는 싸움을 가치 있는 싸움이라고 본 거죠. 나름 만족할 수 있었던 싸움이었던 겁니다. 단순히 싸워서 이기기만 하는 게 아닌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싸움이요.

 

 

 

 

크롬과 싸우면서 하는 말인데, 혈통이라는 것에 억눌린 것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발하며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부분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그깟 혈통 따위보다 노력을 하고 성취를 하며 얻어낸 것이 자기 자신을 이룬다고 하죠. 바울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이 부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절대요. 혈통과 핏줄이라는 요소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오롯이 서게 만들었고, 그러면서 싸움에 있어서 절대 졌다고 말하지 않는 고집도 알 수 있죠.

 

이 부분은 나중에 더 말하겠지만 절대 개처럼(...) 맞고도 졌다는 말은 절대 안 합니다. (정확히는, 한번 쯤 하죠. 가치 있는 싸움(패배)에 대해.) 투견이기 때문에 가지는 고집인지, 싸움에 대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고집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태어날 때부터 강한 맹수인 크롬에게 얻어맞고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싸움을 구걸하죠. 이에 대해선 크롬도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바울의 이 싸움은 자신에게 있어서 혈통과 그 혈통 때문에 부정 당하고 차별 당하던 자신의 삶을 증명하고 박살나는 걸 막는 그런 싸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더 작은 자존심을 굽치며 싸움을 구걸하죠. 이 '한번만 더.' 라는 부분이 바울의 투견.. 아니, 개로서의 근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개고 투견이고를 떠나 바울이라는 캐릭터의 굽히거나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그럼 '선택'하신 겁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비루한 투견 한 마리의 삶, 바꿔줄 수 있느냐는 말.. 바울이라는 캐릭터에게 이입할 수 있다면 누구든 절절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말입니다. 비루하다라.. 정말 정확하고 잘 와닿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어 선택을 정말 잘 했어요.

 

스토리적으론, 정말로 바뀝니다. 아주 크게.

 

 

 

 

혈통이라는 유전적, 사회적 한계에 순종한 부모이지만, 자식은 훗날 그걸 '극복'합니다. 한번 쯤 원망하기도 하고 투덜대기도 하지만 투견 근성 어디 안 가죠. 단순히 주먹 싸움에서만이 아닌 자신의 삶 전반을 규정짓고 한계를 그은 혈통이라는 요소와도 죽어라 싸워댑니다. 

 

 

 

 

나중에 또 나오겠지만, 크롬의 나약한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작품을 보다보면 맹수라는 족속들이 어떤 이들인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크롬은 그런 맹수들과는 분명하게 달라죠. 안 그래 보여도 정에 약하고, 친구와 지인(혹은 가족에 가까운..)을 쉽게 잘라내 버리지 못하는 그런 습성. 고양잇과 맹수들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판 영감이 하는 뼈 있는 말들은 많지만, 크롬에 대해 나름 제대로 통찰했던 인물 중 하나죠. 표범이라는 고양잇과 맹수이지만 고독함,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그렇다고 해서 그걸 내색하려고 하지 않고 강한 척 하고.. 맹수치고는 유약하죠. 이런 면모는 나중에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작품 최후반부에 사태가 그렇게 흘러가는 대에는 이런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판 영감.. 초반에만 나오고 후반에는 이름만 살짝 나오는 것 치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물론 작품 내에서 큰 줄기로 작용하는 질문을 던져주기도 하는,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 캐릭터입니다. 정의, 그리고 그 정의를 표방하는 아마란스에 대한 회의와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에 대한 소신과 신념. 이는 나중에 나오는 아마란스의 간부들의 행태와 비교해 볼만한 말들입니다.

 

 

 

 

습격자에게서 헤스터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는 바울. 지켜야한다는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긴다고 하는 바울이죠. 싸움에 어떠한 만족할만한 가치를 두는 바울이기 때문에 가지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앞에 보이는 상대와 주먹을 나누고 누구 하나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투견과는 다르게, 싸움의 의미와 가치를 두고 싸워서 이긴다가 아니라 싸워서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이입니다.

 

 

 

 

토드 바스커빌의 속성이죠. 감정이 섞이지 않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프로페셔널하게. 하지만 이런 부분은 토드라는 캐릭터에게 있어서 별로 중요한 것도 못 됩니다. 뛰어난 암살자로서의 캐릭터로만 봐선 그를 절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죠.

 

 

 

 

토드가 처음 등장할 때는 캘리그라피는 헤스터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던지는 떡밥이자 바스커빌이라는 굉장히 특별하고 중요한 무게감을 지닌 캐릭터의 등장을 은유하는 표현이기도 하죠.

 

 

 

 

신사적이고 멋진 등장. 그러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소개.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품을 보다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데,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이 역시 나중에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야 '투견'이니까. 반쪽짜리라도 본인의 정체성은 투견에 있다고 믿고 그렇게 행동하는 바울입니다. 뭐, 틀린 것도 아니고요. 지켜야할 대상이 있기 때문에 투견이든 아니든 싸워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울이 싸움에 대해 가지는 가치관이기도 합니다. 이는 나중에 토드의 앞에서 싸우지도 못하고 오줌이나 지리는 순종 투견과 비교되는 모습이죠.

 

 

 

 

그러나 싸움은 일방적인 패배이고, 작품에서 굉장히 험하게 다루어지고, 중요한 상징으로서도 사용되는 오른손의 상처가 이때 생깁니다.

 

동시에 이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주먹을 쓸 수 없는 투견, 죄책감과 무력함이라는 대못.

 

바울이 싸움이나 싸움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그의 삶 그 자체에 찔러넣은 셈입니다.

 

 

 

 

이건 그걸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컷이죠. 죽어가는 헤스터 그 앞에 자신의 손에 꽂혔던 송곳. 자신의 무력함과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이 지켰어야 했던 대상의 죽음과 그가 죽을 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도구. 장소도 의미심장하죠. 교회에서 손에 못 박힌 주인공이라. 바울의 심정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겠죠.

 

 

 

 

나중에 한번 더 말하겠지만, 이 부분은 실제 묘사가 맞을 겁니다.(무슨 말인지는 나중에 더 설명하도록 하고..) 본인 스스로 이 사건을 하나의 족쇄로 여기는 셈이죠. 바로 다음에 족쇄 같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선택의 기회'

 

 

 

 

판 영감도 말했던 의지냐, 충동이냐는 질문.

 

 

 

견딜만 하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과 곂쳐서 보면 의미심장한 말이죠.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편.

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2016/11/1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편.

2016/11/1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2016/11/2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5편.

2016/11/2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2016/11/27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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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 페이지에서 본 몇몇 소설 중에 꽤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황제와 여기사, 시그리드, 마성의 황자와 나. 라는 3작품이 눈에 띄더군요. 재미도 재미지만 무엇보다 페미니즘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요 몇 주 전 메갈과 관련된 이슈가 폭발하듯이 점화된 적이 있는데, 그 사건 이후로 알게된 작품이라 그런지 다른 의미로 더 재밌게 느껴지더군요.


사실 아직 다 본 것도 아니고 초반부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그리드


앞서 언급한 3작품 중 가장 적게 본 것이긴 합니다만, 어찌됐든 이 작품은 기사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으로 살아왔다 누명을 쓰고 고문 당한 채 모든 것을 잃고 사형 당한 어느 여기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5년 전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에 따라 이번엔 다르게 살아보자고 마음 먹고 실천하는 게 내용이죠.


왜 이 작품을 다른 세 작품과 함께 뽑았냐면,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여성이 자신을 규율하는 사회적, 직업적 가치에 무비판적이고 절대적으로 순종하며 살았던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번의 죽음 이후엔 그것이 설령 작품 내의, 시대적 상황 내의 젠더역할로서 나뉜 여성적 행동을 하게 되었다곤 해도, 분명한 것은 수동적이고 기계적으로 살아왔던 부품이, 주체적이고 인간적으로 교감을 하며 선택하고 책임지는 인간으로 변화함에 있다는 거죠.


기사의 표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기사로서의 행동에 집작하고 스스로를 규율했던 것을 시대적, 성역할적 금제나 사회적 요구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규율에서 어느 정도 타협하거나, 스스로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죠. 사실 이 작품은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적이라기 보단 자유주의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 끝까지 본 게 아니라 뭔가 더 생각해볼 모양새가 나올 수 있을 진 모르겠습니다만..


- 추가 설명.


최근 외전 조금 남겨놓은 채 완결까지 다 보고나서 내용을 추가합니다. 먼저, 시그리드라는 캐릭터와 연관되는 여러 인물들의 긍정적 변화와 미래의 변화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습니다. 특히 본편 마지막회는 이런 종류의 회귀물에 있어서 굉장히 훌륭한 결말 묘사라고 생각하는 데, 대부분의 회귀물이 그 이유를 맥거핀으로 두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에 반해, 시그리드의 회귀에 대한 묘사와 설명은 굉장히 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전에서 묘사되듯이, 원래 시그리드가 황제의 개로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황제에 대한 충심과 의심 없이 따르기만 하는 글자 그대로 도구적인 인간으로 살며 온갖 악행과 학살을 자행하는 쓰레기 같은 최악의 인물이었고, 그에 비해 방탕하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개념은 있었던 베라무드의 충돌을 대비하며 본편과 외전의 인물상을 굉장히 부정적인 상황 하에서 그려내었죠.


로웬그린, 마리쉐즈 등 시그리드에 대한 평가 또한 볼만한 부분이었고요. 그만큼 시그리드라는 인물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이 아닌 글자 그대로 도구적으로 움직이고 명령 받은 대로만 움직이는 개와 같은 존재로서 기능하는 데, 그러다 베라무드를 구해서 돌아온 뒤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죠. 시그리드가 빈민가에서 학살의 책임자로 일을 저지를 때 베라무드가 진짜 죽이려고까지 했던 것처럼요.


그 결과 시그리드는 쓸모가 다 한 뒤 누명을 쓰고(사실 누명건과는 별개로 그만한 악행을 한 건 맞지만.) 고문 받다 오러 코어를 뽑힌 채 처형 당했습니다. 베라무드는 그런 시그를 보고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다고 하지만.. 결국 본편 마지막화에서 아르카나와 베라무드는 서로 만나게 됩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죠. 모두가 후회하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고치고 원하는 결말을 새로 쓰기 위해서요.


아르카나와 베라무드가 대화하면서 서로의 부탁을 약속합니다. 시그리드의 오러 코어를 들고 둘, 혹은 시그리드의 오러 코어이기 때문에 셋 중 하나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면서요. 그렇게 시그리드의 오러 코어를 매개로 마법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시그리드가 눈을 뜨죠.


이 부분이 정말 훌륭한 묘사였는데, 어째서 시그리드가 과거로 돌아오게 되었는가 하는 인과를 훌륭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시그리드라는 인물이, 크나큰 배신을 겪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며, 이는 그 자체로 두번째 기회를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그리드 본인이 했던 악행에 대해 충분히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의 선택을 바꿀 수도 있으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충성의 대상을 고를 수도 있으며, 앞으로 발생할 죄악들을 막을 수도 있죠. 이 두번째 기회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 것이, 어떤 죄인이라도 두번째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들처럼 시리에게도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게 된 거고 모두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었던 운명의 장난이었던 셈이죠. 아르카나도 세리아의 죽음을 겪지 않고 미쳐서 황제의 개가 되어 빈민을 죽이거나 하는 악행에 가담하지도 않게 되었고, 베라무드도 시그리드와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사랑하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깨닫고 둘째라며 자괴감을 느끼거나 하지 않으며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서 사랑을 거머쥘 수 있었으며, 모리스는 형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알케르토 또한 사랑을 얻게 되었죠.


빈민들을 죽지 않아도 됐으며, 세리오스는 무사히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구할 수 있었고 서부와의 관계 또한 다시 원활해졌으며, 아웬 또한 위험해지거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로웬그린과 마리쉐즈도 좋은 친구, 남편을 얻게 되었고요.


가장 큰 혜택은 시그리드 본인이 받았습니다. 인간적인 인물이 되었고 죽기 전 겪었던 죄악을 반복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걸 막았으며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했으니까요. 다른 누구도 아닌 시그리드의 회귀가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안겨준 셈이고 모두를 성장시킨 핵심적 인물이 된 거고요.


다시 말하지만 이런 결말로 이끈 시그리드의 악행과 황제의 개로서의 활동, 그리고 그 결과 과거로 돌아가는 마법을 시리의 오러 코어를 통해 사용한 베라무드와 아르카나, 그리고 다시 돌아온 시리에 의한 모든 변화라는 짜임새는 굉장히 훌륭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마성의 황자와 나


참고로, 시그리드와 마성의 황자와 나는 같은 작가가 쓴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인물의 묘사가 언듯 비슷한 면이 있죠. 비슷한 주제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작품 자체로도 상당히 재미있고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특히 표지의 캐릭터는 너무 매력터지다보니 더더욱..


뭐 아무튼, 이 작품의 주인공인 레사는 자신의 직업적인 문제로 인해 성별을 숨긴채 일을 하는 여성입니다. 암살자가 직업이었죠. 작품의 시점에선 이미 때려치긴 했었지만.. 어찌됐든, 레사는 자신의 성별이 곧 비밀이자 컴플렉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구애 받지 않으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신경을 안 쓴다는 느낌도 들지만요. 여성이지만 남성이 할만한 일들을 하고 그런 것에 주눅들지도, 크게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주인공인 레사는 여성이지만 남성으로서의 직업적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별 문제나 무리가 없이 수행합니다. 어떤 면에선 다른 남자들보다 더 훌륭한 일처리를 해내죠. 남자로 성별을 숨겨야 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나, 남자들처럼 입고, 남자들처럼 행동하며(마초적인 건 아닙니다. 단지 특별히 여성적이지 않을 뿐..) 심지어 작품 내에선 (여성에겐) 형벌로서 여겨지는 짧은 머리까지 하고 다니죠. 이는 성역할의 구분은 없다라는 것을 드러내는 요소들이기도 하며, 실제로 레사가 그런 류의 험한 일을 해내는 것도 묘사되곤 하죠.


물론 이런 류의 남장여자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긴 합니다만.. 많은 남장여자 장르는 대개 약간 BL느낌이 들 정도로 예쁘장한 남장여자에게 남자가 호기심이나 호감 따위를 느끼고 성정체성을 고민하며 남장여자는 남자연기를 하지만 여성 본연의 약함을 드러내며 남자 주인공에게 다른 감정을 자극하는 모습도 꽤 자주 묘사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남성적인 남장여자의 작품이 적은 건 아니다만 그래도 꼽을 만한 요소라고 봅니다.


에.. 사실 그닥 성평등적인 작품이라기보단 어쩌다 그런 모양새가 살짝 나온 것이라는 게 합리적인 평가일 겁니다. 근데 재밌으니까... 쩝.




황제와 여기사


제목에 꼽히기도 한 작품이죠. 이게 가장 적절하고 최고인 작품인데, 주인공인 폴리아나는 아버지와 재혼한 새엄마, 그리고 배다른 여동생에 가정권력에서 밀려나 죽으라고 보내진 전장에서 살아남고, 왕과 동료 기사, 병사들과 같은 남자들에게 동료로서, 기사로서 인정 받으며 왕과 함께 대륙을 정복하는 것을 이야기로 합니다.


어째서 이 작품이 가장 페미니즘적으로도, 성평등주의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나면, 작품 내에서 여자 기사라는 건 실제로 없는 것과 다름 없는 존재라는 겁니다. 원래 여자가 군에 간다면 어떻게든 후방으로 빠지게 하지만, 폴리아나의 부모는 그녀를 전쟁터에 내보냈죠. 죽으라고요. 그래야 자신의 새 딸에게 상속권이 넘어가고 귀족 작위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폴리아나는 죽어라 고생하며 남자들 틈에서 살아남았고 훗날 부모와 조국을 배신하고 자신을 인정해줄 수 있는 왕에게 충성합니다.


자 그럼, 여자로서 군대에서 '살아남는다'. 어째서 살아남느냐는 표현을 썻느냐면, 배경이 되는 시대가 중세 정도나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시대에선 으레 있을 법한 여자는 열등하거나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성역할론과 은연적 무시 따위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입니다. 여자로서 군에 입대하자마자 주변의 무시와 조소, 조롱, 차별 따위를 겪어야 했고, 남들보다 약한 몸으로 살아남기 위해 더 독해져야만 했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특히 정신적으로.


여자이기 때문에 군대에서 고립되었고, 어떻게 어렵게 얻어낸 소대장 직위도 폴리아나의 '합리적 판단'을 상관에게 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자라는 점을 공격하고, 경험이나 더 쌓으라며 면박을 주고 어렵게 얻어낸 소대장 직위를 바로 박탈시켜버리죠. 그 결과 대패를 겪으며 폴리아나도 죽을 경험을 했고요.


그러나 운이 좋았던 폴리아나는 그 곳에서 자신의 의지로 강간당하고 죽을 뻔한 상황에서 알몸이 된 채로 뼈가 부러지고 피를 쏟아내면서도 남자 3명과 죽어라 싸우며 절대 지지 않으려고 했고, 그 결과 새로운 왕에게 충성하고 새로운 이름과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죠.


물론 왕이 인정했다고 폴리아나가 다른 기사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새로운 이름을 받고 새로운 군에 몸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사는, 심지어 자신보다 어리고 직위도 낮은 애송이에게 대놓고 무시 받기까지 했죠.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나 폴리아나는 지지 않았고,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기사도 못 되는 꼬맹이인 도나우의 부랄짝을 걷어차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죠. 여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로서와 같은 태도를 가지지 않고, 어디까지나 인간대 인간으로, 상관을 무시하는 하급자를 교육시켜주는 묘사입니다.


그 이후 강을 건너 싸워야할 때도 기지를 발휘하며 강을 건널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았고, 그 곳에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갑옷과 옷을 훌렁훌렁(물론 알몸까진 아닙니다.) 벗으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수행하죠. 위험한 일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 동안 개무시해대고 기사만 되면 결투를 신청한다느니 하다 불알이 까여댄 도나우도 생각을 점점 고쳐먹죠. 이때까지만 해도 싸가지 없는 애송이였습니다.


전투 직전엔 다른 기사들과 통성명을 하고, 전투 이후의 승리엔 폴리아나도 여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사이자 동료가 되었습니다. 그녀도 꽤 뿌듯해하죠. 나중엔 아이노를 제외한 모두에게 동료로 서스럼없이 받아들여지며 거의 벽 없이 지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자'인 폴리아나가 '남성'의 행동이나 모습 따위를 '모사'하는 등 억지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런 성별 따윈 상관 없는 '객관적인 태도'. 즉, 기사로서만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부분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자신이 머리를 빡빡 깍고, 손 마디는 굵으며 몸에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열심히 붙은 근육과 상처와 흉터, 착색된 피부를 가진 여성스럽다곤 절대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여자가 아니었던 적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지고 태어나 남자 밖에 없는 군대에서 남자로서의 성역할을 수행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라는 성별에 열등감을 가지지 않고 여자로서의 자신을 인식하되, 성역할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며 그저, 단지 기사라는 '직업'으로서의 행동으로 자신을 규율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자신은 여성이니 남성이니 하는 것에 얽매이거나 집착하지 않고 그저 한명의 인간으로서 기사라는 역할에 충실히 수행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모습은 폴리아나를 여성이나 남성이라는 성별로서 규정짓고 구분 짓지 않게 했으며,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이 그녀를 전우애와 동질감을 가지는 '같은 기사'로서 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역시 여자인 건 맞죠. 그녀도 여자인지라, 레비 경과 바우팔로 경이 혼담을 나눌 때 다른 사람에 대한 가쉽으로 왕과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주변 동료가 (진심어린 걱정으로서) 생리나 임신, 결혼 따위를 걱정해주고 조언해주는 모습은 그녀가 스스로 여자로서의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모두가 폴리아나를 '여자로서 인식'하긴 한다는 점을 묘사해줍니다.


이는 폴리아나를 (성역할적으로서의) 여성로서 보진 않지만 분명하게 (생리적으로) 여자로서 보고 인식하긴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게 중요한 것이, 단지 그녀를 여자로서 보지 않고, 쟤는 생긴 것도, 하는 것도 남자니까 여자라는 인식이 없다. 같은 것이 아니라, 여성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찌됐든 여자이긴 해도, 믿고 지낼 수 있는 같은 기자이자 동료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여자라는 성별로 인식을 한다 뿐이지, 거의 제 3의 성으로 대하고 느낀다는 건 또 별개죠..)


역시 이는 주변 남자들조차 폴리아나의 여자라는 성별을 (이제는)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이자 동료로서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됩니다. 매우 성평등적인 모습들이죠.


여자로서 모질게 살아왔고, 차별 받고 무시 당하고 조롱 받으며 고생하고 고통 받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며 의지할 수 있고 의지해줄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별을 싫어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남자라는 성별에 열등감을 가지고 어줍잖게 따라하려고 들지 않는 직업적으로 객관적인 태도를 가진 폴리아나의 삶의 태도는 매우 페미니즘적이고 그녀를 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극히 성평등적이죠.


이런 면에서 볼 때마다 이는 재미있는 작품으로서도, 페미니즘적으로도, 성평등적으로도 훌륭하고 재밌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가장 길고 자세하게 서술한 거고요.


현재 메갈이니 워마드니 미러링이니 남혐이니 똥을 싸고 있는데, 차라리 성평등이나 페미니즘을 위해선 이런 작품을 보고 부당함이 됐든 이성적 사색과 고찰이든 무언가 느끼는고 얻어내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 추가 설명


작품의 마지막은 굉장히 멋있었다고 할만 합니다. 황제의 기사로서 살다 죽고 싶어했던 폴리아나였고, 3명의 황비와 관계를 주고 받으며, 꼬이고 풀리는 인과는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자이지만 여자로서 살 수 없었던 폴리아나였지만, 그 나이에서 황비와의 소통을 통해 여자로서의 생각, 즐거움을 (미욱하나마) 새롭게 깨닫게 되는 부분도 흥미로웠고, 남부의 황비가 아이만 남기고 죽은 부분도 폴리아나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무엇보다 멋있었던 부분은, 토리 황비가 술에 독이 있다는 걸 밝히는 부분이었는 데, 같은 여자이지만 남자에게 순종하며 가장 여자다웠던 토리가 그 불문율을 친우이자 다른 황비를 위해 깨부수고 전면에서 그들 북부 귀족들을 고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토리 또한 폴의 모습을 보고 성장했던 것이고, 폴을 보고 배운 것이었죠. 그러나 토리는 폴과 달랐고, 근위병에게 명령을 내렸으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죠. 이런 상황에 당황한 것도 있지만, 토리라는 전통적 여성이 내리는 (성권력적으로) 건방진 명령이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뭘 보고만 있냐고 일갈하며 황비마마의 명을 받들라고 하자 모두가 지체 없는 움직임으로 죄다 제압해버리고 말죠. 같은 여성이지만 다른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었으며, 정말 멋있던 명장면이라고 봅니다. 황비의 명령, 황비의 명령을 받드는 폴리아나의 명령이라는 대비적 연계로 매우 훌륭한 연출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둘 다 황비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죠.


폴리아나는 이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의무에 충실하지만 황제의 연심은 계속 깊어만 갑니다. 그러다 폴리아나가 프라우라는 꽃뱀에게 엮이게 되죠. 폴리아나는 그럭저럭 처음으로 여성으로서의 즐거움에 눈을 뜨고 진심으로 결혼할 생각까지 했지만, 결국 프라우가 숨겨놨던 자식을 보고, 그런 자식을 보고 널 꼭 귀족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건방진 소리를 하는 걸 보게 됩니다. 이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정보부, 도나우와 하우 형제가 조사하고 말한 이야기를 듣고 룩소스가 폴을 데려가 그 꼴을 보여줬던 거죠.


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며 길게 말하진 않겠지만, 그 결과 여성으로서의 즐거움마저 배신을 당한 폴리아나였습니다. 결국 결혼 따위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게 되죠.  그러나 황제의 생각은 다른 데, 이때부터 이야기할 게 나옵니다. 아 물론 이때 사고치고 황제의 자식을 배게 되지만..


황제는 노력가입니다. 폴리아나는 살면서 죽어라 노력했고,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을 정도로 노력했던 인물입니다. 인생 자체가 여성으로서의 한계와 싸운 삶이고, 그런 싸움을 통해 노력하며 생존했던 노력가이죠. 즉, 폴리아나는 여자라는 한계 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노력하며 살아왔던 인물입니다. 황제 또한 노력가이지만, 투쟁이란 삶의 무게에 있어 황제의 노력과 폴리아나의 노력은 그 무게가 다릅니다.


노력가를 좋아하고 본인 또한 노력하길 좋아했던 황제이기 때문에 이젠 자신이 폴리아나만큼의 노력을 해야 했다는 겁니다. 폴이 죽을 만큼 노력했듯이, 본인 또한 폴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죽어라 노력했어야 했죠. 이에 대해 사고치고 생긴 아이가 가장 큰 변수였습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안 폴은 자신의 영지로 들어가 1년에 가까운 휴가를 보냅니다. 그 와중에 출산을 하죠. 그리고 황제가 대륙 순방을 하다 폴의 영지에 들러서 결국 자신의 아이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때 룩소스의 입장과 폴리아나의 입장이 아주 크게 갈립니다. 이때 룩소스는 결국 폴이 자신과 결혼해야 할 거라는 사실에 크게 들뜬 상태나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폴리아나의 생각과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그 상황에서 청혼을 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폴리아나에게 있어서 결혼은 가장 큰 행복과 가치가 아니었고, 자신은 평생 폐하의 기사인데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배신감마저 느낍니다. 스스로가 생각하듯, 전쟁 때 나온 온갖 욕이 그저 욕이 아닌 사실이 되어버린다는 것과, 자신이 그런 잡스러운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점, 또한 더 이상 폐하의 기사일 수 없게 만들어버린 룩소스에게 배신을 당한 것과 같은 거죠.


스스로 노력하고 선택한 삶이었고, 자신의 군주에게 하사 받은 천금보다 귀한 성씨였는데, 이걸 믿었던, 그리고 충성을 다 받쳤던 그 본인에게 빼앗기고 부정당한 겁니다. 폴리아나의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이 되어버린 거였죠. 그대로 결혼하게 되면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 윈터라는 성을 포기해야 했고, 기사로서 살았던 삶과, 기사로서 살아야할 삶 모두 사라져버리고 무가치한 것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폴은 배신을 당한 것이고, 슬프고 괴롭고 고통스러워 울었던 거죠.


결국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 고민이 오갔고, 결국 폴리아나는 선택하고 맙니다. 이 부분이 정말 멋진 최후반부의 명장면이죠. 폴리아나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인생인 기사의 갑옷으로 무장하고 황궁으로 스스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선언하죠. 자신은 언제까지나 폐하의 기사일 것이라고. 이는 폴리아나의 스스로 선택한 운명이며, 온전한 자신의 의지입니다. 어떤 사회적 통념, 권력관계, 정치적 계산, 성권력 관계와 무관한 그런 선택이자 의지였죠. 나는 황제폐하 당신과 결혼하지 않고 기사로서 남을 것이라는 의지.


모두 놀라지만 황제는 이때 마음을 굳건히 먹고 폴의 의지와 선택을 존중하며 인정하고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본인의 굳은 결심을 모두에게 선언하듯 내뱉습니다. 이제 나는 폭군이 될 것이라고. 그러니 욕해도 되고, 심지어 아이노에겐 자신을 죽여도 된다고 하죠. 그렇게 무겁고 살벌한 분위기가 돌지만 아이노는 폴에게 빚이 있으니 (연애운..) 봐준다고 하고 충성을 바치겠다고 무릎 꿇고 다시 한번 선언하죠.


그 뒤 황궁은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폴리아나는 몇년 뒤 자란 두 아이를 기르며 편안히 지냅니다. 여전히 그녀는 황제의 기사이고 윈터이죠. 그리고 도나우의 제안에 밖으로 놀러 나갑니다. 그리고 만나죠. 자신의 주군, 자신의 모든 것, 자신의 운명과 성을 내려준 황제를.


황제는 노력가입니다. 폴리아나도 노력가죠. 폴리아나는 생존이라는 기치로 노력을 했다면, 이번엔 황제의 노력은 그런 여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황제는 폴리아나의 준엄한 선언 이후 황궁과 제국의 모든 인텔리들을 모읍니다. 머리 좀 돌아간다 하면 기사라도 붙들어와 일을 시켰죠. 사촌형제도 마찬가지고 일을 시킬 수 있는 이들이라면 어떻게든 끌고와 일을 시켰습니다. 그게 바로 황제 본인이 말한 폭군이 되겠다는 말이었죠. 


그렇게 황제는 대륙의 법을 뜯어 고쳤습니다. 상속법 정도만 고치려고 했지만 해보니 이것저것 충돌하고 수정해야할 것이 많아져서 몇년 동안 미친듯이 일하고, 굴리며 대륙의 법을 뜯어고칩니다. 그에게 이런 노력은 폴리아나와 같은 투쟁이었습니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결혼하지 않겠다 선언한 기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불가능한 노력.


그렇게 완성한 엄청난 두께의 법전을 내려놓으며 황제는 폴리아나에게 다시 한번 청혼합니다. 이번엔 다르게.


그리고 폴리아나는 그런 황제의 노력과 진심을 확인하고 외칩니다. 그 전쟁의 한 겨울에 벌거벗고 외쳤던 그 말. 누가 나에게 검을 다오! 이번엔 상황이 달랐습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도나우, 하우, 비카 가문 등 자신이 알고 지냈던 모든 지인들이 달려와 자신의 검을 선택해달라고 하죠. 폴리아나를 중심으로 피어난 검의 꽃잎에 둘러 쌓인 폴리아나는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깊이 인연을 맺었던 도나우 경의 검을 선택하고 황제의 청혼을 승낙합니다. 그렇게 대륙의 역사를 또 한번 써야 했죠.


생각보다 훌륭한 결말이었습니다. 솔직히 폴리아나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록 룩소스와의 결혼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말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대륙의 첫 황제가 총애를 아끼지 않았던 여기사라는 특수한 존재, 그리고 그런 특수한 존재를 위해 대륙의 법을 전부 뜯어고칠 정도의 노력, 그런 노력의 결과 결혼에 성공.


원래 여성과의 결혼은 남성에게 결정권이 있고, 그게 다른 사람도 아닌 대륙의 황제라면 누군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막말로 그냥 결혼하자고 명하면 그대로 따라야 했죠. 하지만 그런 황제가, 자신이 연모하는 여성을 위해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이는 폴리아나를 여성으로 봄과 동시에 하나의 주체적 인간으로 봤다는 말이 됩니다. 작품 속 세계관의 사랑, 연애, 결혼관념과는 완벽히 다른 현대적이고 주체적인 사랑에 대한 노력과 결혼에 대한 관념이죠.


폴리아나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결혼에 있어서 더욱 적극적이지만, 그만큼 그의 의지에 끌려가는 것은 여성이죠. 아이노 경의 경우, 노력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치권력과 성권력을 바탕으로 시켈을 가져온 것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잘 풀려서 그렇지, 아이노의 원래 계획은 그냥 시켈을 정치권력과 성권력으로 그냥 강제로 결혼해버리자는 개싸이코 같은(현대적 관점에서;;) 계획이었죠.


하지만 폴리아나와 룩소스의 관계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폴리아나는 여성이었지만, 어떠한 권력관계도 개입하지 않았고 정치적 계산 또한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인간대 인간으로,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고자한 남성의 노력과 그 노력의 결과에 승낙한 여자이자 인간인 폴리아나가 있었죠. 즉, 동등한 관계로서 노력하고 쟁취해낸 결과였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결말마저도 페미니즘적으로 훌륭했고, 작품적으로도 훌륭했다는 평가를 주기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인 것이고요. 로맨스 소설로 추천해야 한다면, 전 주저 없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추천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뛰어나고 훌륭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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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ezhin.com/ko/mylist/4563511829331968?rid=2Z0


https://www.lezhin.com/ko/comic/dawn_snake/p1


※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흔해빠진 세계관 이야기로 유명한 폴빠 작가의 스토리와 lot 그림 작가의 작품인 새벽을 얽매는 뱀은 제목 자체로 커다란 떡밥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떡밥은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기본적으로 후기에서 작가가 밝힌 여행물의 어려움과 스토리, 구성의 수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제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게 몰입하게 만드는 폴빠, 롯 작가의 작가적 역량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폴빠 세계관의 작품, 특히 새벽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적인 표현을 쓰건데, 인간이든 요정이든 모두 뱀같은 새끼들(...)이라는 겁니다. 모두 자기 꿍꿍이가 있고 계산적이며 쉽사리 남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거죠.


주인공인 루테처럼 순둥이 아가씨는 덜 그러지만, 뮤라니나 르귄, 레룸, 롤핀, 올라비와 같은 요정들은 요정다운 뛰어난 계산능력을 보여주는데, 그보다 더 뱀 같은 새끼들은 이런 요정놈들이 아니라 사람새끼라는 게 가장 아이러니하다는 겁니다. 이래서 마지막에 뮤라니가 질색을 하죠.


특히 뢰베 왕녀나 브라빈의 아버지인 힌스트 왕과 같은 이들이 특히 그러한 면모를 여과없이 뿜어내죠. 그 중에서 뢰베 왕녀는 무서울 정도로 말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대륙을 여행하는 루테와 대비되는 대륙과 국가간의 운명을 쥐고 일을 벌이고 수습하고 진행시키는 각 대륙의 실력자와 그들의 수족은 루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자극하는 요소들입니다. 또 그 사건과 인물들의 행적이 가지는 무게감과 폭풍 전야의 전조와 같은 느낌은 엄청난 몰입을 유도하게 되죠.


가령 초중반쯤에 제라누가 부임해있는 은빛 관문 근처를 몰래 공격하던 힌스트 기병대나, 힌스트와의 전쟁을 유도하는 뢰베 왕녀의 온갖 충돌, 공작질. 그 중 압권인 것이 바로 바프랑 왕에게 보낸 피 묻은 상자 부분이죠. 하지만 이 상자는 독자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고 실제로 죽게 된 것은 다른 사람이었으며, 그 덕에 힌스트와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부분은 정말 뱀 같은 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무서운 설계, 계산이었습니다. 이게 왕녀의 계산이었는지, 아니면 죽은 망치꾼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진 몰라도 목적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달성했죠.



또 여러 등장인물들이 너무 쉽게 죽어나가는 연출도 있는데, 작가 스스로 왕좌의 게임에 영향을 받긴 했다고 할 정도로 중요인물들이 너무 쉽게, 가차없이 죽어버립니다. 초반부에서 너무 쉽게 죽는다는 느낌은 용병들이 모여있던 곳에서 발생한 전투였고, 후반에 가면 좀 무리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쉽게쉽게 죽여버리는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특히 레룸과 필른라드의 죽음은 특히 그랬죠.


하지만 이러한 것도 스토리 내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고, 특히 필른라드의 죽음은 아예 계산된, 거의 필연적인 죽음이었으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또 혼란스러운 세상과 전쟁통 속에서 뛰어나고 위대한 인물일지라도 언제든 죽음의 위협에 맞닿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요.


하여간, 가장 충격적이고 가차없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역시 개과 출신인 르귄의 죽음이었는데, 이 부분은 정말 상상도 못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보다 오히려.. 다리 한 쪽을 잘라가버린 부분이 충격이었죠. 르귄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다면 매력이 있고, 싸가지가 없고 맘에 안 든다면 맘에 안 드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실력자가 너무나도 쉽게 죽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역시 가차없는 구성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역시 또한 가차없는 부분은 나중에 레룸과 올라비의 대담에서 발생한 일이었죠. 귀가 좋은 뮤라니는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다 듣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러한 매력적이고 훌륭한 작품의 끝을 장식한 마지막 반전 겸 설명 부분은, 정말 대단하다 싶었는데, 역시 폴빠의 스토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죠. 이 모든 것이 루테의 아버지, 바드미 공작의 계산 아래 이루어진 일이었다는 점이 말입니다. 루테가 좀 굴욕적일 수는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위험할 수는 있어도 천수를 누르고 죽게 만들려는 바드미 공작의 수 십년을 앞서본 큰 그림과 계산은 놀랍도록 뛰어났습니다.


이 거국적 안목이 다른 만화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무리수에 가깝거나, 국제관계나 외교논리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쉽게, 좋게좋게만 풀려지는 작위성을 보여주기보다, 자연스럽고 기계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논리적 상황흐름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정말 무서운 작가적 역량이거든요. 


바드미 공작의 계산은 각각의 인물들과 그 성향과 국가들간의 관계와 국력 등을 모두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계산이었고, 그러한 계산을 짜야했을 작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자신이 설정한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을 넘어,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짜맞추어 구축해 말이 되게끔 할 수 있는지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 폴빠, 이게 되네요.


그런 점에서 정말 뛰어난 작가입니다.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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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ezhin.com/ko/comic/dear_diary/p1



※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놀란 작품입니다. 그림체나 캐릭터, 대사 등등 완전 취향저격이더군요.



맨 처음 봤을 땐 달달하면서도 슬픈 사랑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주인공 에반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니카를 위해 고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잃지 않는 그런 이야기.. 어느 의미론 아예 틀린 건 아니지만 마지막 반전은 꽤 빅엿이었죠.



이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는, 암울한 설정, 설정대로 뽑아놓은 듯한 안개 같은 그림체와 연출, 이미지적인 묘사, 개성있는 캐릭터 뿐만 아니라, 작품 내에서 볼 수 있는 현실성입니다. 설정이나 그런 게 현실적인 게 아니라, 개연성이 현실적이라는 거죠.


작품 주 인물들은 10대 중후반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군에 입대해서 그 조직에 적응하고 적응해있는 모습이 매우 현실적이더군요. 군인으로서의 면모와, 10대 청소년으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고 어떤 면에선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학생과 군인으로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보여주는(이미 작전을 한탕 뛰고 왔기 때문인지) 교실 안에서 군복을 입고 수업을 듣는 모습이었죠. 우리에겐 정말 생각할 수도 없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에선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졌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또 청소년들이 할 법한 농담따먹기 같은 것들도 너무 어울렸는데, 너무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어른스럽지도 않은 그 청소년다운 모습을 연출한 점은 정말 뛰어난 매력 포인트였죠. 가령 난 절대왕정입니다. 할 때 이야 시민혁명이다~ 하면서 받아치는 부분은 정말이지..


군인으로서 친구이자 전우가 죽을 수 있고, 죽기도 하는 환경 속에서도 멘탈이 박살나지도 않고 끝 없는 암울함과 절망감에 한상 빠져있지도 않으면서도 그런 현실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지도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들은 정말이지 최고더군요.



각각의 인물들은 나름의 과거가 있고, 그 또한 그 세계관 속에서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일들이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거이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안 좋게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과거를 극복하고 넘어서려는 의지는 그들의 태도를 적절하게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디에는 마약밀수 때문에 생긴 흉터가 컴플렉스였고, 그 때문에 비키니 등 노출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렇다고 마약밀수에 동원되었다는 과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극복합니다. 다쉬 남매의 경우는 친부(여동생 입장에선 의부)에게 성적으로 학대 당하는 과거를 딛고 서로를 매우 아끼고 걱정하고 사랑합니다. 주로 오빠 쪽이 엄청 유난이지만..



또 캐릭터 중에서 역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현 리였던 거 같습니다. 뛰어난 리더쉽과 분대장으로서 가지는 막중한 책임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그의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어딜가나, 특히 한국과 같은 곳에선 책임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낮고,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만 하는 곳인지라 현 리의 2년전 사건, 치료해줬던 이들이 미쳐서 같은 중대원을 살해했던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장인 나는 알았어야 했다며 자조하던 모습은 굉장히 인상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에가 훈련 떄 좌표 틀렸고 그게 실전이었다면 우리 중 반을 죽었을 거라는 부분도 마찬가지죠. 개인적인 명예욕이나 권력욕이 아니라 순수히 소중한 전우이자 친구들을 걱정하고, 이전의 실수를 지적하며 디에가 자신보다 능력 등이 떨어질 거라 여기기[각주:1] 때문에 하는 말다툼은 전우-친구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걱정, 막중한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뛰어난 인물 묘사와 캐릭터성은 정말이지 뛰어나게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군인이자 학생, 성인이 아닌 10대 청소년. 전우이자 친구라는 관계는 절대 쉽게 자연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물론 에반 그레이와 니카 카츠라는 캐릭터와 관계도 흥미로운데, 일부로 사망률이 높은 부대로 가는 니카 카츠와, 그 가족 같은 친구를 따라 똑같이 위험한 부대로 가는 에반. 그리고 만난 곳은 능력자 부대이며, 그 곳에서 만난 니카는 기억을 잃은 상태..


초반에 에반이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독백하는 부분이 초반부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데, 가령 현 리에게 총 쏘는 법을 배우고 나름 활발하고 긍정적인 분위기일 때 그에 대비되는 오늘은 널 죽이는 방법에 대해 배웠어 라고 독백하는 부분은 상당히 뒤통수에 한 대 맞은 느낌을 주죠. 이외에도 왜 만나서 영원을 보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와 같은 부분은 에반이라는 캐릭터가 인간적이면서도 불구하고 상당히 불우한 과거와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연출해내곤 합니다.



이런 관계는 후반에 꽤 엄청난 반전이 나타나는데, 먼저 에반과 니카의 관계부터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도, 에반의 양모와 니카의 엄마가 친했던 것도 사실이 아니었고 단지 학교에서 반년 남짓 친구로 지냈던 것이었죠.


그 반년 동안 알게 되면서 니카가 자기 어머니의 선물을 위해 귀뚜라미를 구하려 밖으로 나갔을 때 니카와 에반은 하얀 꽃을 보게 됩니다. 하얀 꽃은 지금껏 니카를 지켜보고 있었고, 니카의 몸을 얻고자 했지만 에반이 가로막아서 그 하얀 꽃은 니카가 아닌 에반의 몸을 가지게 됩니다.


니카와 에반(꽃)은 정신을 잃었고, 진짜 에반은 마치 감염자처럼 눈이 검어지며 변화한 채 어디론가 도망가죠.[각주:2]


이번 반전 이전에 나온 사실로는 에반과 헤더는 쌍둥이로, 교통사고 때 이미 한번 죽은 적 있었고, 그걸 둘의 어머니가 감염시켜 살렸습니다. 그러나 그 둘은 중간자가 되었고 헤더는 밖으로, 그리고 연합에 잡혀(스스로 잡혀줘서) 연구되고(연구 되게끔 해주고) 그 자료와 척수액을 바탕으로 42 중대를 만들게 됩니다.


에반은 자신이 중간자인 줄도 모르고 살다 니카를 만나고 반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 앞서 이야기 했던 꽃을 만나게 되죠.


이후 꽃은 자신이 진짜 에반인양 행세를 하려 했지만 이후 연합에게 무언가 다르다는 점이 들키고 연구, 세뇌됩니다. 이때 자신의 기억은 가짜 기억으로 뒤덮히고 니카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세뇌되죠. 그러나 도중 본인을 세뇌시킨 능력자를 살해하고 원래 기억과 정체성을 가질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42 중대에 소속되죠.


이 부분은 좀 명확하지 않은데, 라이카의 주인을 데려갔다는 그 융합형 감염체가 에반이고 나중에 꽃이었던 가짜 에반과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게 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만, 하여간 진짜 에반과 가짜 에반이 만나게 됩니다. 진짜 에반은 여러 능력을 가진 감염자처럼 보이는 모습이고, 가짜 에반은 여전히 인간인 줄 알며 그렇게 지내죠.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만나며 진짜 에반이 가짜 에반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주며 살해합니다. 그와 동시에 가짜 에반의 전우였던 이들이 죽게 만들죠. 그리고 니카가 묻습니다. 진짜 자신을 좋아했는지, 미워했는지. 에반은 대답하지 않지만, 니카만 알에 보호된 채 살아남은 것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반은 니카를 좋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 죽은 중대장이 돌아오며 과거의 내가 죽느냐, 미래에서 만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눈이 에반이나 다른 폭주한 전우들처럼 검게 변하며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하는 부분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에반을 받아들이는 듯한 묘사도 그렇고요. 마지막은 좀 난해해서 한 두번 보고는 잘 이해가 안 되더군요.. 


그 동안 진짜 에반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지만 날 좋아하며, 좋아하기에 살려준 너를 이제 알아갈 것이고 진짜니 가짜니를 떠나서, 눈 앞에 있는 에반을 에반으로서 받아 들이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해석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중대장이었던 우 박사(크리스틴 에버하트)도 중간자 였고[각주:3], 자기 조카(혹은 아들.)[각주:4]가 좋아했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에반에 대한 환상을 보여줬거나 아니면 만나게 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난해하게 연출된 것 때문인지; 역시 잘 이해가 안 가는 군요..



하지만 이런 후반부의 난해함과 해석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이해한 내용까지만으로도 상당한 수작이고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봤어야 했는데,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정말 아쉽네요..



+여담. 작품 중간에 에버하트 중대장에 대해 부대원들이 중대장과 함께 했던 훈련 중 했던 지나가는 말 중에, 아마 중대장은 영원히 살꺼야.. 하는 말이 나오는데, 이게 또 하나의 떡밥으로, 어떤 의미로는 맞는 말이죠. 결국 작품 이후에도,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서로 알지 못하는 본인들이 여럿 존재하니까..



  1. 실제로 나중엔 중대장마저 죽고 연합이 공격당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디에는 자기 혼자 고향으로 떠나겠다는 독단적인 판단을 하죠. 이에 대해 현 리는 어딜가든 함께간다고 하고요. [본문으로]
  2. 이는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내내 너에게 갇혀 있었다고 말하는 것, 다른 융합형 감염자가 가짜 에반을 흡수한 뒤 진짜 에반이 등장한 것의 연출을 보면 가짜 에반의 정신 속에 각성한 중간자인 모습으로 갇혀 있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이는 과거 에반과 헤더가 죽었을 때 드러나는데, 제나와 라일라라고 부르는 둘은 크리스틴과 그 자매였던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누가 크리스틴인 지는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만 살아남고 신부님께 아이를 맡기죠. 둘이 서로에게 총을 쏘기 전 우리 둘도 잘 해냈다고 하는 걸 봐선 그 둘도 중간자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에버하트 중령, 혹은 우 박사가 감염자처럼 눈이 검어지며 눈동자가 녹색이 되는 게 설명이 되죠. [본문으로]
  4. 조카인지 아들인지에 대해선 확실치 않지만, 헤더가 처음 에반을 만났을 때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말했죠. 크리스틴이 헤더와 에반의 어머니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들을 감염시킨 이모였기 때문인진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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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11살 소녀 라일리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감정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영향을 받는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처음 태어났을 땐 기쁨을, 그 뒤 슬픔을, 그 뒤엔 까칠, 버럭, 소심함 등이 태어나죠.


픽사와 같은 애니메이션 회사의 작품들이 다 그럿듯,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매우 간단합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자는 것이죠.


기쁘다는 감정은 좋습니다. 우울하고 슬픈 것보다, 기쁜 것이 훨씬 긍정적이고, 밝고, 행복하니까요. 자기 자신이 그렇고,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자신, 혹은 자기 자식은 언제나 기쁘고 행복하며, 슬픈 일은 없길 바라죠. 라일리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감정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라일리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한시도 빠짐 없이 지켜보고 보살펴주고 행복하게끔 이끌어주는 감정들.


라일리의 다섯 감정 중 리더로서 역할하는 감정은 바로 기쁨입니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기억과 장기 기억들 대부분이 즐겁고 행복한 노란색입니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라일리는 많은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고, 감정들도 기쁨이 주축이 되어 라일리에게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는 의미죠.


라일리의 기쁜 생활은 샌프란시스코로 오면서 뒤바뀌게 되는데, 그런 동시에 라일리의 마음 속에서도 기쁨이와 슬픔이가 문제를 일으키며 감정 본부에서 떠나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본부엔 까칠, 버럭, 소심이만 남게 되죠.


기쁨이는 빨리 돌아와 다시 라일리를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긍정적인 태도지만, 기쁨이의 모습을 잘 살펴보면 매우 독선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슬퍼서는 안 되고, 오직 기뻐야만 한다는 태도죠.


그 과정 속에서 어린 시절의 상상 속의 친구인 빙봉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빙봉의 존재는 라일리의 동심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풍부한 상상력과 세상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빙봉이라는 유쾌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죠. 하지만 그러한 존재들이 다 그렇듯, 점점 조금씩 잊혀져갑니다.


기쁨이가 슬픔이만 놔두고 라일리를 위해서라며 자기 혼자 감정 본부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복귀에 실패하고 빙봉과 함께 절벽 아래에 떨어진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빙봉과 기쁨이가 로켓타고 빠져나올 때, 빙봉은 자기희생을 하며 기쁨이를 올려보냅니다.


그리고 빙봉은 사라지죠. 이는 어린시절, 정확히는 유아의 끝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빙봉과 같은 유아 시절의 상상속의 친구가 완전히 잊혀서 사라져버리며 어른으로서의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죠. 라일리의 정신적 성장을 이룩하게 하는 역할이었던 셈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올라온 기쁨이는 이제 다시 슬픔이를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기쁨이는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장기 기억 구슬을 문지르다 색이 변하고 기억의 편린을 보게 된 것이죠. 기쁘기 이전에, 슬펐던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요.


이는 감정이란 복합적이고 단순한 것이 아니며, 기쁨이란 슬픔이 있을 때 그 가치를 가지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슬픔의 감정을 풀어내며 안심할 수 있고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음을 의미하죠. 이는 나중에 라일리가 가족에게 돌아가 사실대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고 가속의 품 속에서 불안함을 해소하고 안심하게 되면서 나타납니다.


슬픔은 그 자체로 슬픈 것만이 아니며, 그 슬펐던 기억, 감정 또한 충분히 소중한 기억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출은 감정에 대해 솔직하자는 메시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무조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감정만을 추구하는 것보다, 보다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게 많고 다양한 감정을 받아들일 것을 충고하며 그것이 맞는 겁니다. 화날 땐 화를 내야 하고, 슬플 땐 울어야 하며, 기쁠 땐 웃어야죠. 결국 어려울 건 없었습니다. 슬픈 상황 자체를 피하는 것보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소중하게 간직할 수도 있고, 훗날 기쁨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죠.


감정이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것입니다. 온전히 기쁠 수도 있지만 슬픔과 함께 기쁠 수도 있죠. 일명 기쁨의 눈물 같은 것.


이러한 사건 이후 좀 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진 라일리의 감정 본부를 보면 두가지 이상의 색이 섞여 있는 기억 구슬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감정이란 그런 거죠. 온전히 슬프기만 하고, 온전히 분노하기만 하며, 온전히 기쁠 수만은 없는 법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고 다섯 감정들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기쁨만이 최고이고, 가장 나쁘고 피해야 할 것은 슬픔이라는 편견을 깨뜨린 것이죠.


이는 결국 라일리의 정신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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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루카스는 어느 시골 마을의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 좋고 아이들도 좋아하며 평판이 좋은 그는 치명적인 오해를 사 사회에서 격리당하고 혐오당하며 인생이 나락으로 향해갔죠. 그러다 결국 자신의 무죄가 입증되었지만..



이 영화는 아동성범죄가 아닌 가해자가 잘못 오해하게 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편견과 혐오, 사회적 단절과 격리가 얼마나 무서운 지 잘 알려주는 영화이죠. 이는 제가 범죄자의 낙인효과를 비판하는 요소들로 모여진 영화입니다. 주연은 매즈 미켈슨.


주인공 루카스와 여자아이 클라라는 매우 친한 관계입니다. 클라라는 강박증이 있어 선을 밟지 못하는 데, 그러다 선을 넘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리는 일도 간혹 발생하죠. 작품에선 주인공이 길을 잃어버린 클라라와 함께 그녀의 집까지 대려다 줍니다. 같이 산책하던 패니라는 애완견과 함께요.


여느때 처럼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루카스는 아이들에게 공격당 해 잠시 죽는 연기를 합니다. 그걸 지켜보던 클라라는 정말 죽은 줄 알고 얼굴 빛이 어두워지지만, 금새 죽은 자의 손이다~ 하며 일어나는 루카스를 보고 다시 환해지죠. 그리고는 루카스의 가슴 위에 올라타 입술키스를 합니다.


루카스는 약간 당혹스럽다는 듯이 일어나 아이들과 버섯을 따자며 밖으로 내보내고 클라라에게 훈계를 합니다. 클라라는 루카스를 좋아하고 하트 모양의 장난감을 전해주죠.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거부당한 것에 상처를 입었는지, 유치원이 끝날 때 원장에게 루카스가 싫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는 루카스가 아동성애자로 의심받을 만한 발언을 해버리죠.


원장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얼마 뒤 학부모를 모아 이러한 사실을 전달합니다.



먼저, 원장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클라라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무조건적으로 선한 존재들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이 들켜 거짓말을 할 수도 있죠. 이는 앞서 클라라가 하트 모양의 장난감을 선물했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나옵니다.


루카스는 이런 사건이 터지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고, 경멸하는 것을 느낍니다. 한번도 그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믿지 않으며 그저 내치고 그렇게 점차 사회적으로 격리당합니다. 심지어 자기와 가장 친했던 친구들조차 제대로 듣지 않고 밀치며 쫓아내죠.



루카스는 이혼남입니다. 청소년의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죠. 물론 아들과 이혼한 전부인에게도 그러한 소식은 전해집니다. 아무런 증거도 확신도 없고 유죄판결도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부인은 격렬히 반응하며 전화도 뭣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믿고 찾아왔죠.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지만 그런 작은 행복조차 오래가지 못합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마트에 갔지만 그곳에서 자기 부자는 이 마트에 출입금지라는 선언을 받죠. 그리고 집에 돌아가자 본 것은 경찰들과 함께 가는 아버지의 모습.. 게다가 집 문이 잠겨있어 사온 것을 집에 두지고 못합니다. 결국 집 열쇠를 받으러 테오의 집에 갔지만 클라라에게 울분을 보이자 곧바로 쫓겨납니다. 심지어는 루카스의 절친이었던 덩치 큰 친구는 친구도 아니라는 루카스 아들이 분풀이로 한대 맞은 것에 분노해 아이를 때리고 밀쳐 넘어뜨린 뒤 그 위에 올라타 주먹질을 하려고 했죠.


결국 말리기는 하지만 분명 큰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다행이 루카스를 믿어주는 몇몇 친구는 있었고, 아들은 그의 집에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원장이 이러한 성학대 후유증이 보이면 연락하라는 말에 그러한 반응을 보인다며 다수의 학부모가 연락을 했다는 것이죠. 문제는 그 아이들이 묘사한 인테리어, 가구, 지하실이 사실은 아이들의 상상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지하실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죠.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루카스는 무죄로 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무죄로 풀려났다고 사람들이 당장 미안해하고 잘못을 깨닳을까요? 그렇다면 혐오와 경멸이 아닐 겁니다. 소아성애 사건의 진실은 외면한 채, 눈에 보이는 범죄자로 낙인 찍힌 진짜 피해자에게 끝 없는 폭력과 불신, 증오가 쏟아지지요.


아들과 같이 밥을 먹기 위해 요리하다가 테러를 당하기도 합니다. 아들과 루카스가 같이 있던 창문에 돌이 날아왔고, 정문을 열고 나가보니 어느샌가 없어진 애완견 패니가 죽어서 봉지에 담겨져 있던 것이죠.


아들은 격렬히 화를 내었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원장의 조치는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고, 또한 명백한 위법이기 까지 합니다. 


단순히 어떤 사실이 의심되어 경찰에 신고하는 것과, 그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군중에게 퍼뜨려 범죄자로 기정사실화 한다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원장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아무런 의심도 증거도 없이 클라라의 말을 완전히 신뢰합니다. 그리고 그런 확실치도 않은 사실을 확신하며 그를 혐오하며 주변에게 알리죠.


심지어 이혼한 아내와 아들에게 까지요. 그 덕에 루카스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는데 범죄자로 낙인 찍혀 사회에서 점차 격리당하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런 혐오와 경멸은 자신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에게 까지 이어져 마트에 금지당하고, 얻어맞기 까지 하게 됩니다. 나중에 가면 마트에 나온 루카스 또한 출입금지라는 말을 듣게 되고 그 친구에게 얻어맞으며, 마트 밖에 내던져지고 던진 물건에 얻어맞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이 또한 위법이죠. 무언가 장사에 피해를 미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죄도 없으며, 이미 무죄로 풀려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차별하며 폭력을 휘둘렀으니까요.


루카스는 당연히 소아성애자가 아닙니다. 입술키스를 했을 때도 클라라를 훈계했고, 아예 같은 유치원에서 일하는 다른 여자 교사와 사귀며 성교도 하며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죠.


또한 아이인 클라라의 진술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음 또한 보여줍니다. 아직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하는 말에 어른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루카스가 성학대를 했다는 듯한 거짓말엔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하지만, 클라라의 엄마에게 자신이 바보같은 말을 했고 루카스 아저씨는 죄가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니가 충격을 받아서 그러는 것이라 무시해버리죠.


더군다나 주변인의 말을 듣다 결국 클라라 자신도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헷깔려 합니다. 여전히 좋은 루카스 아저씨의 집까지 찾아와 자신이 누구 때문에 울고 있는지 헷깔려 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크리스마스 이브, 마트에서 폭행당해 피를 뒤집어 쓴 루카스는 말끔히 씻고 동네 교회에 갑니다. 여전히 눈치는 보이지만 자리에 앉아서 유치원 성가대의 노래를 듣죠. 뒷 줄의 클라라의 부모이자 자신의 절친이엇떤 테오 부부를 연신 바라보면서요.


그러면서 루카스는 눈가를 찡그립니다. 그리고 그걸 본 테오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하죠. 루카스는 거짓말을 하면 눈가를 찡그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고, 테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테오는 자신의 분노와 혼란속에서 그런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이제야 겨우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죠.


집에 돌아간 뒤 루카스는 잠에 들었고 테오 부부의 집에서는 성탄절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렇지만 테오는 즐길 수 없었죠. 자신의 절친에게 큰 오해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잠을 자는 클라라를 지켜보러 갔지만 거기서 들은 것은 잠에서 깬 클라라가 말한 진실이었고, 테오는 후회하게 됩니다. 그리곤 음식을 챙겨 루카스의 집으로 가죠.


앞서 루카스의 아들이 집 열쇠를 받으러 테오의 집에 갔던거 기억하실 겁니다. 테오는 없다고 했지만.. 멀쩡히 들어간 걸 보면 거짓말이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챙겨온 음식을 루카스에게 줍니다.



1년 뒤 루카스는 누명을 벗고 다시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교제했던 라디야와도 같이 다니고 자신을 두들겨 팼던 친구와도 웃으며 악수하죠. 하지만 단지 다시 좋아진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들을 대하는 루카스의 표정은 웃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루카스와 눈을 마주칠 배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테오의 아내는 아예 오지도 않았지만 이는 그토록 모질게 대했던 사람을 차마 다시 대면하기 껄끄러웠기 때문일 겁니다.


아들의 성인식을 하면서 루카스는 웃고 있지만 그들과 섞여 한마디로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저 나는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을 뿐이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어색해보이죠.



영화는 끝에 다가오고 혼자 사슴무리를 보며 생각에 잠긴 루카스의 옆에 총알이 박힙니다. 태양빛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루카스에게 총을 쐈고 맞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자 황급히 도망갑니다. 그리곤 뭔가 깨닳은 얼굴로 영화를 끝이 납니다.



이 영화는 아동성범죄에 의해 인생이 무너지는 것과는 정반대로 아동성범죄자로 오해를 산 사람이 무너지는 영화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아동성범죄에 대해 경멸하고, 혐오하고, 두려워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에 대한 편견을 꼬집고 있지요. 아이는 진실만을 말하며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사리분별력이 떨어져 진실과 상상을 헷깔리기도 하죠.


사실 클라라가 묘사한 루카스 선생님의 성기는 클라라의 오빠 토스튼과 그의 친구가 방으로 가면서 아이패드로 보여준 음란물 사진이었고 루카스가 싫다며 했던 말은 그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 거부당한 것에 대한 불편한 속내, 그리고 그런 속내를 거짓말을 섞어서 표현할 것 뿐이죠. 문제는 그것이 아동성범죄로 오인받을 만한 것이었다는 것이고.


원장은 앞서 이야기했듯,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주변에게 알리며 그를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예 확실치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피하고 혐오하며 비난하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루카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 경멸과 혐오에 찬 차갑고 따가운 시선들이었습니다.


원장이 다른 아이도 같은 피해를 받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책자를 보냈는데, 많은 학부모가 그렇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는 소아성애에 대한 공포로, 평범하고 매일 있었던 반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의심하고, 그 의심은 곧 확신이 된 것에 불과합니다. 주인공이 소아성애자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죠. 하지만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그를 범죄자로 확신합니다.


아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의 집에 있던 가구, 인테리어와 지하실까지 묘사합니다. 하지만 루카스의 집에는 지하실 따윈 없었죠. 그렇게 무죄로 구속에서 풀려난 루카스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한번 낙인이 찍히면 쉽게 돌아올 수 없는 법. 집은 테러를 당하고 키우던 개는 죽은 채로 돌아옵니다. 명백한 테러이고 동물학대이자 정신적 고문인 셈이죠. 이 패니라는 개는 라디야와 교제를 할 때 잠깐 설명이 나옵니다. 주인공을 매우 따르고 한 살 때 가르친 기술도 있다고 하면서요. 클라라가 길을 잃어버렸을 때도 패니와 함께 산책하다 만나게 되죠. 클라라도 좋아했고요.


마트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이미 무죄로 판명났지만 사람들에겐 여전히 아동성애자 범죄자로 보이는 거죠. 출입금지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리고 절친이었던 녀석은 아들을 때렸던 것처럼 루카스를 두들겨 팹니다. 밖으로 나가는 루카스가 장 본 것은 가져가야겠다고 뒤돌아서자 그곳의 직원 두명은 그조차 막고 두들겨 팬 뒤 마트 밖으로 내던지고 물건을 던지기 까지 합니다.


끝까지 믿어준 친구가 했던 말, 자네는 너무 참아서 문제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다시 들어갔는진 몰라도, 피를 흘리며 마트로 다시 들어간 루카스는 자신을 두들켜 팬 친구였던 녀석에게 한방 먹이고 자신이 산 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죠. 테오는 우연히 이렇게 피를 흘리고 돌아가는 루카스를 보게 됩니다. 이때 루카스에게 가봐야겠다는 테오를 말린 것은 그의 아내였죠.


크리스마스 이브, 교회에서 유치원 성가대의 노래를 들으며 클라라와 몇번 시선이 마주칩니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자신을 오해한 클라라의 노래를 들이며 흐느끼지요. 그러면서 뒷 줄에 앉아 있는 테오 부부를 봅니다. 테오의 아내를 테오에게 계속 숙덕거리지만 더 이상 그런 따가운 시선과 경멸을 견디지 못했던 루카스는 울분에 차 테오에게 불만과 주먹질을 토해냅니다. 그렇게 쫓겨나죠.


하지만 결국 잘 마무리되었는지 1년 뒤 아들의 성인식 날엔 서로 미소짓고 악수를 하며 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단지 그래보일 뿐, 여전히 불편하고 어색한 것은 사실이죠. 숲에서 사슴 무리를 보고 자신에게 총을 쏜 누군가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라는 생각은 아니었을까요?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진 아직 범죄자가 아닙니다. 그렇게 대해서도 안 되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원칙을 너무 쉽게 무시합니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 것일진 몰라도, 제대로 확정나지도 않았고 확실치도 않은 이야기를 퍼뜨리고, 쉽게 믿어서는 안 됩니다. 괴담과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누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에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루카스를 범죄자로 보고 차별하며, 경멸하고, 혐오합니다. 그와 그의 아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와 동물학대, 그리고 직접적인 폭력까지 휘둘러 그를 쓰레기로 보며 낙인을 찍습니다.


심지어 무죄로 밝혀졌음에도 이러한 낙인은 여전히 찍혀 있었고, 그렇기에 얻어맞고 마트에서 쫓겨나게 되었죠. 그렇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단지 의혹이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은 아니니까요. 루카스는 억울한 오해를 사서 정신적으로 폐인에 가깝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격리를 당했어요. 모두가 혐오하고 경멸하며 사회적인 단절을 가져왔죠.


정신적으로 지친 그는 교회에서 결국 자신의 감정을 터뜨렸고 말입니다. 범죄자가 아닌데 범죄자인 것처럼 낙인을 찍히고 차별받으며 사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십니까? 옳다고 보세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그를 범죄자인 것으로 단정짓고 주변에 퍼뜨린 것은요? 그의 말을 들으려 했던 사람이 있었던가요? 그는 자신의 말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기회조차 없었고, 심지어 믿어주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알았습니다.


1년 뒤 누군가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을 보고 그는 다시는 이전처럼 살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겁니다. 이미 한번 찍힌 낙인은,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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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 이 인도 작품이 담고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한국에선 더더욱 유효합니다. 오히려 한국에 너무나도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요.


모두가 공부를 함에 있어서 어떠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단지 배워야 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을 주인공 '란초'는 우습게 합니다. 인도 최고의 공학 대학교에 입학한 뒤 선배들의 악습에 굴복하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게, 주인공 란초는 그러한 선배들을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지식을 응용해 엿먹입니다. 모두가 단지 지식을 배우기만 했지만 응용하진 못했는데, 란초는 그러했지요.


란초의 행보는 매우 두드러졌습니다. 복종하고 흡수하기만 하는 다른 학생과는 다르게, 복종에 반항할 줄 알고 거부할 줄 알며 그러면서도 시험을 보면 최상위권, 1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죠. 그가 그러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배움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비루 교수는 인생을 레이스로 비유하며, 뒤쳐지면 끝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매우 엄하고 차가운 인물이죠. 심지어 자신의 아들이 죽은 뒤 다음날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말입니다. 조이라는 등장인물은 작품을 제출할 기간을 넘겨서 낙제하고 졸업하지 못할 위기를 맞습니다. 그래서 비루 교수에게 사정했지만.. 돌아온 것은 낙제할 것이니 시간낭비하지 말라는 말 뿐이었죠.


여기에 충격을 받은 조이는 결국 자살을 결심하게 됍니다. I QUIT. 나 그만 둘래. 라는 유언을 벽에 남기고 말이죠. 이 유언은 매우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겁니다. 비루 교수가 인생을 레이스에 비유했듯, 거기서 뒤쳐진 조이는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생을 그만 둠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그런 레이스가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목숨의 무게로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 사건 이후 주인공 란초는 비루 교수에게, 이것은 살인이다. 라고 말합니다. 비루 교수는 매우 격분하며 란초에게 반발하지만 정작 란초는 비루 교수가 죽인 것이 아닌 교육제도가 죽인 것이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그런 란초를 보고 비루 교수는 그를 수업중인 교실로 끌고가 어디 그렇게 잘 났으면 니가 수업을 해봐라. 하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란초는 그 말에 알 수 없는 단어를 제시하며,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라는 질문을 모두에게 던집니다. 수업에 참여한 모두, 비루 교수까지 포함하여 책을 뒤지지만.. 사실 이 단어는 친구의 이름으로 만든 엉터리 단어였지요. 그리고는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단어를 찾아보라고 할 때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대감? 즐거움? 그런 것을 느끼진 못했을 겁니다. 우리는 그런 감정을 느끼며 배워야 합니다. 라는 요지의 말을 말입니다.


하지만 비루 교수는 이런 란초의 의견을 묵살합니다.



영화 중간에 상징적이면서도 매우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벌어지는데, 약을 먹고 주입식 공부의 절정을 보여주며 성적 상위권으로 교수들의 사랑을 받는 차투르의 스승의 날 개회 연설을 주인공 일행이 망쳐버립니다. 힌두어에 약하고 뜻은 이해하지 않고 그저 주입식으로 암기하는 점을 역이용하여 제대로 작성된 연설물에 조작을 가합니다. 헌신을 강간으로, 자금을 젖으로, 학생을 변태로 바꿔버리고 막바지엔 차투르의 약 때문에 터지는 살인똥방귀에 대한 시까지 집어넣었죠.


뜻은 이해하지 않고 그저 외워서 내뱉기만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는 것을 매우 익살스럽게 연출한 정말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지식을 얻는 것이 즐거워 공부하는 것이 아닌 공부하기 위한 공부, 그리고 그 공부법으로 생각없이 외우기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잘못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후반부로 향하고 비루 교수의 딸 중 하나가 산통을 겪으며 아이를 낳을 때가 임박하게 됩니다. 하지만 폭우로 인해 병원으로 갈 수 없게 되고 밖으로 나왔지만 옴싹달싹 하지 못하게 되죠. 그렇지만 이를 본 란초와 친구들은 지혜를 짜냅니다. 병원으로 갈 수 없어도, 아이는 안전하게 낳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죠.


그렇게 넓은 곳으로 가고 기숙사의 친구들을 죄다 깨워 사건을 벌입니다. 중간에 비루 교수의 딸 결혼식에 몰래 들어가 음식을 훔쳐먹다 걸릴 때 잠깐 지나간 교수님의 이름을 딴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고, 컴퓨터로 의사인 교수의 다른 딸과 연결해서 출산을 진행하죠.


출산이 힘들어지자 이제껏 배운 지식을 응용하여 출산을 돕는 도구를 즉석으로 만들어내며 결국 출산을 무사히 마칩니다.


그리곤 비를 맞고 밖으로 나가는 란초를 잡고는, 처음 입학할 때 했던 란초의 질문. 우주공간에서 연필을 쓰면 되지 왜 막대한 비용으로 우주용 펜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대답하며 훌륭한 제자를 만났을 때 물려주라던 펜을 란초에게 넘깁니다.



이 영화의 메인 메시지는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 올 것이다.입니다. 주인공의 친구인 라주도, 파르한도 자신의 재능을 따라갔고 결국 성공하게 되었지요. 돈을 얼마나 버느냐와는 상관없게,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재능으로 꿈, 자신이 되고 싶은 행복한 현재를 얻게 되었지요.


반면 훗날 내 공부법으로 성공할 것이고 그때되면 누가 더 성공해있을지를 호언하며 복수를 다짐한 차투르는 대기업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 엄청난 연봉을 받게 됩니다. 그에겐 꿈이랄 것이 있었는지, 무언가 되고 싶은 것이 있을 진 모르겠습니다. 그저.. 남부럽지 않게 성공하는 것을 바랬을 지도 모르지요.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본다면 그는 분명 성공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두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요.



이러한 작품이 그렇듯이, 현 교육제도를 비판하면서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 온다. 언듯 옳은 말처럼 보이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꿈에 몸을 던져도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일도 쉽게 벌어지니까요.


인생은 게임이 아니고 쉽게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훗날 미래를 결정짓는 선택의 무게는 정말 무겁지요. 그런 의미에서 세 얼간이라는 작품은 어떠한 대안을 내놓는 작품이 아닙니다. 단지 어떠해야 하는가 하고 길을 제시할 뿐이지요. 



이 작품에서 보여준 인도의 교육상황은 한국과 매우 비슷합니다. 인생은 레이스이고, 뒤쳐지면 실패하는 것이며, 그런 경쟁 속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며 경제적 성공만을 성공의 척도로 보고 사람에게 등급을 매겨 줄세워놓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이 작품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더 나아가 직업과, 성공에 대해 생각하며 무엇이 정답일지 찾게 만드는 것.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aal iz well이라는 곡에서 처럼 모든 일은 잘 풀릴 것이다.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 온다. 라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너에겐 무언가 재능이 있고 그것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 올 것이다. 모든 일을 잘 풀릴 것이고 마음은 바보이기 때문에 속여줄 필요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는 세 얼간이라는 작품이 제시하는 길일 뿐이니,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아참, 주인공 란초의 본명은 따로 있었고 결국 가장 성공한 인물은 '란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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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eon 스튜디오에서 만든 탑뷰 2D 서바이벌 게임 림월드는 생각보다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평가를 빌리자면, 문명급 중독성을 가졌더군요. 정말입니다. 처음 했을 때 며칠 동안 계속했을 정도이니.


림 월드는 원인불명의 이유로 행성에 불시착한 3명의 생존자를 시작으로 살아남는 게임입니다. 시작하면 약간의 자원 및 무기와 함께 생존자 3명이 주어지는데, 그들로 하여금 건물을 짓고, 작물을 재배하며, 발전소를 짓고 해적, 비우호적인 원주민과 싸우기도 하며 그 규모를 크게 하며 결국 우주선을 짓고 행성을 탈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각 자원들은 활성화, 비활성화를 지정할 수 있는데, 이는 생존자들이 그것을 이용하거나 운송하는 권한과 관련된 겁니다. 비활성화해놓으면 건드릴 수 없으며, 활성화 하면 그것을 저장소에 옮기거나 건물 등을 짓는 재료로서 사용할 수 있지요.


생존자 및 캐릭터들은 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캐릭터들에게 보너스와 마이너스가 생기는데, 개개인마다 특성은 랜덤입니다. 특성처럼 능력치도 마찬가지인데, 캐릭터마다 어떤 능력치는 더 높고, 아예 능력 자체가 없을 수 있습니다. 예컨데 전투 관련 능력이 없으면 근접 싸움도, 사격도 불가능하죠. 생존자 중 한명이라도 능력 자체가 없는게 하나라도 있으면 좀 귀찮을 수 있습니다.


능력치가 낮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는게, 관련 행동을 반복하다보면 경험치가 쌓이고 기숙 숙련도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여기에도 열성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경험치 쌓이는 양, 속도가 달라지게 됩니다.


처음 시작하면 적당한 위치를 찾아 건물을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크면 건물을 건설하는 데 드는 시간이 많이 드니, 처음에 그렇게 크지 않을 정도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장소와 재배 지역을 설정하여 자원 등을 모아둘 수 있고 딸기나 감자, 혹은 나무 따위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처음 같이 떨어지는 식량은 얼마 안 가 모두 떨어질테니, 빨리, 그리고 많은 식량을 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한 식량은 무역을 통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지열 발전을 할 수 있는 간헐천이 있다면 초반 전력 걱정은 좀 덜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전력을 저장할 축전지는 비가 올 때 그냥 맞게 두면 불이 붙고 폭발할 수 있으며, 주변의 건물이나 캐릭터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축전지는 주변에 벽을 건설하여 지붕으로 가려두고, 전선을 이어 전력이 저장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물 안에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간혹 동물이 미치거나, 해적이나 적대적인 세력의 공격, 혹은 고대 우주선이나 메카노이드의 공격을 받게 될텐데, 초반엔 큰 걱정을 안 해도 되지만 후반으로 게임을 진행될 수록 더 강한 무기와 더 많은 머릿수로 공격을 해오게 됩니다. 적을 죽이고 나면 그들의 옷, 갑옷, 무기로 무장을 하고, 최대한 빠르게 무덤이나 화장터를 만들어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존자들은 썩은 시체를 보면 무드가 떨어지고, 결국 멘붕하여 갑자기 아군에게 총질이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방황하거나, 혹은 아예 마을을 떠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무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공격을 잘 막고 건물을 멋지게 지어도 매우 골치아파질 것입니다. 무드는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데, 너무 어둡고 좁은 곳에 오래 있거나,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잘 쉬지 못할 때 낮아집니다. 캐릭터마다 그 기준이 되는 정도가 있는데, 그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곧 멘붕하여 아군을 공격하거나 방황하거나 마을을 떠나버릴 수 있죠.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지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격해 쓰러뜨린 뒤 감금시키고, 방황하거나 떠나는 일행은 체포하여 역시 감금시키는게 좋습니다.


생존자의 머릿수는 쓰러뜨렸는데 죽지 않고 혼수상태에 빠진 적, 혹은 노예상인, 드랍포드의 생존자, 간혹 스스로 합류하는 외지인을 통해 늘릴 수 있는데, 혼수상태에 빠진 적은 감금시킨 뒤 대화 등을 통해 설득을 하여 아군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항목을 허용해놔야 하는데, 간혹 잡아놓고 그런 설정을 하지 않은 경우 미쳐서 문을 부수고 공격하다 죽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러니 포로로 잡거나 체포한 일행은 잊지 않고 바로바로 설정을 해줘야 됩니다.



알파5에서 알파6로의 업데이트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지역과 난이도를 좀 더 세세하게 정할 수 있다는 점인데, 더 인상적인 것은 공격이나 싸움으로 인해 다친 부위를 세세하게 표시하고 일부는 구현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부상의 종류와 원인을 설명해주는데, 손가락이나 발가락, 팔다리, 눈 등등 거의 다 표시해주더군요. 게다가 이는 게임상에서도 구현되어있는데, 팔을 다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다리를 다치면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아예 다리가 잘려나간다거나 하는 경우엔 행동불능이 되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신세가 됩니다.


이외에도 눈이 관통당했다거나, 머리에 총을 맞았다던가 하는 상태도 있지만, 이러한 상처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엔 모든 게임의 비기, Save & Load를 통해 손상 이전으로 돌아가 그런 사건 자체를 방지하거나, 아니면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버리는 수 밖에 없죠.



또한 림월드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로 권총보다 활, 투창이 더 강한 데미지와 사거리를 갖는다는 겁니다. 물론 연사력은 권총이 더 빠르지만, 원주민이 떼거지로 왔는데 투창과 활 따위로 공격해오면 좀 귀찮아집니다. 터렛보다 사거리가 길어서 일행들로 직접 쏴죽여야 하기 때문이죠.



길고 재미없게 써놨을진 몰라도, 실제로 해보고 감을 잡으면 생각보다 재밌을 겁니다. 그만큼 중독성있는 게임이죠. 게임 관련 모드는 Ludeon studio의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모두 공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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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작품의 내용과 결말을 품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작품를 본 뒤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뤽 베송 감독의 1999년작 잔 다르크를 봤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망이었습니다. 원래 기대했던 내용이나 연출과는 동 떨어진 영화였어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신성하고, 고전적이나 압도적인 연출로 잔 다르크의 성인으로서의 면모, 초월적 카리스마의 존재감을 지닌 초인으로 그려질 줄 알았습니다만..


열어보니 신성하지도 않고, 카리스마도 없으며, 그저 미친여자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녀가 전장이 도착하고 난 뒤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고, 그녀가 지휘했던 전투마저 투렐 공성전에선 처음엔 실패로 돌아갔죠. 맨 처음 그녀가 전투를 벌였을 때, 자기만 빼고 전투를 시작했다고 하며 뒤늦게 도착했을 때는 나름의 개연성이 있었습니다. 지휘관들은 그녀가 혼자 전장터로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며, 병사들은 신의 계시를 받은 사자가 나타났으니 사기가 오를 수 있었죠. 그리고 혼자 넘어가 다리를 열었으니 그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렐 공성전때 처음엔 실패했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크게 다쳤죠. 그녀가 약속했던 승리는 실패로 돌아갔고, 신이 보호해줬어야 할 사자는 화살에 맞았으며, 프랑스군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죠. 그런데 다시 그녀가 싸우자고 하니 다시 무기를 들고 사기를 높히고 지휘관들도 곧바로 찬성하며 따랐습니다. 전번의 승리가 있었다곤 해도 이건 있을 수 없는 개연성이라고 봅니다.


분위기도 모른 채 지치고 부상당해 널브러져있던 병사들에게 뜬금없이 일어나 무기를 들고 싸우라는 신의 사자가 좋게 보일까요? 전혀 압도적인 카리스마 따위는 보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또 개활지에서 영국군에게 물러나라고 하던 것도 이상했습니다. 자기 혼자 나와서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영국군은 모두 죽어 여기 묻힐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물론 거의 빌다시피하는 어조로 했지만, 영국군 장군은 그냥 물렸죠. 뭐, 어쩌면 두번의 싸움에서의 패배로 잔 다르크를 이해는 안 돼지만, 뛰어난 지휘관으로 여기고 물러 났을 지도 모릅니다만, 연출을 보면 전혀 아니죠. 그녀의 말에 굽히고 후퇴한 것 뿐.


차라리 잔 다르크가 제발 싸우지 말자, 서로 도움되지 않는다, 서로 피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등으로 평화와 상호이익을 이야기했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당시 잔 다르크는 전번의 승리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았기에, 마치 미친 것처럼, 빌다시피 협박하며 물러가라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역사에서의 잔 다르크와 비교하자면, 먼저 가난한 농부는 아니었고 부유한 부농까진 아니지만 끼니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던 집안의 막내였죠. 영화와는 다르지만, 통설이라는 것도 있고 영화의 연출적 측면에서 넘어가는게 좋겠죠. 그녀는 독실한 신자였습니다. 하루에 3번이나 고해성사를 할 정도로 묘사되었으니 맞는 묘사라고 할 수 있겠죠.


잔 다르크가 샤를을 만날 때 샤를은 반신반의하며 시종에게 화려한 옷을 입히고 자기 자리에 앉게 하고, 자신은 초라한 옷을 입고 구석에 숨어서 잔을 지켜봤다고 했죠. 이때의 연출부터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당당하고 여유로운, 그야말로 신의 사자로서의 풍모를 지닌 아름다운 소녀가 시종을 보고는, 당신은 왕이 아니다. 라고 하며 곧바로 고개를 돌려 살피고는 딱 왕의 얼굴과 마주치자 그에게 걸어가 무릎을 꿇고, 신께서 보낸 사자로서,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같은 대사를 했다면 훨씬 멋졌겠지요.


첫 전투때도 마찬가집니다. 프랑스군이 패주하는 와중에 성에서 하얀 갑옷과 하얀 말, 그리고 자신의 깃발을 들고 달려오는 잔 다르크의 뒷모습에 아침해가 찬란하게 비추어 더욱 화려하고 신성함을 더해주며, 그렇게 잔 다르크를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는 병사들 옆을 멋지게 지나친 뒤 과연 신의 사자다! 신께서 우리를 보호하실 것이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만들어 사기를 높혀 다시 전쟁터로 나가게 만드는 연출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보고,


오를레앙을 탈환한 잔 다르크는 잉글랜드에 충성서약을 하고 트루아 조약을 지지해서 프랑스 왕실의 의심을 사던 리슈몽 백작이 이끌던 군대와 만나 그에게서 니가 성녀라도 두렵지 않고 마녀라면 더 두렵지 않다. 라는 말을 들었지만, 영화에선 이 부분을 넣고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초인으로서의 풍모를 보여 그에게서 충성을 바치는 모습을 이끌어냈다면 잔 다르크를 한층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더불어 투렐 공성전 이후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전장의 참혹함에 얼이 빠져 있다 포로를 죽여 이빨을 뽑으려는 병사를 말리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로 표현하기 보다는 실제 잔 다르크의 일화인 가능하면 학살을 자제시키고 전장에서 죽어가거나 부상당한 영국군을 직접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아름다웠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몰락 또한 좀 더 극적이고 인간중심의 정치적 요인을 풍부하게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프랑스 전역을 돌며 왕실에 돌아올 것을 호소했고, 이는 그럭저럭 먹혔지만, 그건은 성녀라는 이미지를 통한 것이므로 그녀의 말 한마디가 왕실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죠. 그러한 부분을 표현하며 그녀가 프랑스 왕실에 위험하고, 실질적으로 위험을 초래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흘러가며 기승전 구도에서 결을 향해 흘러갔으면 좋았을 것이라 봅니다.


파리 공선전 때 파리 시민들이 잔을 향해 괴물, 마녀, 창녀 등으로 욕을 하며 허벅지에 화살을 맞고 이후 그녀가 무너질 것을 예감하게 하면서도, 생피에르르무티에를 함락시키곤 프랑스 병사들의 약탈을 엄하게 막고 주민을 지켜주며, 휴전기간 동안 부르주에서 빈민 구제하는, 여전히 성녀인 모습을 부각시키며 파리로 호송되어 이단심문관에게 재판을 받을 때의 모습을 역사에 나왔던 그대로 했으면 어땟을까 합니다.


잔 다르크가 이단 재판을 받을 때의 일화가 굉장히 재밌는데, 주교 이하 신학 전문가 70여 명의 이단심문단이 만들어져 잔 다르크의 혐의를 입증하거나 자백을 받아내려고 했는데, 그들 모두 실패했거든요. 머릿수도, 재판의 성립과 과정까지 당시 기준으로도 말이 안 되게 불공평했지만 일자무식한 시골 소녀인 잔 다르크에게 모두 말로서 졌다고 합니다.


예컨데, 검과 깃발 중에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을 피하기 싫어서 깃발을 들었으며, 한 번도 사람을 직접 죽인 적이 없다고 대답했으며,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엔 만약 제가 은총의 상태에 있지 않다면 하느님께서 제게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만약 제가 은총을의 상태에 있다면 하느님께서 제게 계속해서 은총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했죠.


이는 은총을 받았다고 하면 함부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없다고 몰고 갔을 것이고, 반대로 없다고 말한다면 저주에 들렸다고 몰아갈 의도로 파놓은 함정이지만 도리어 역공을 먹인 셈이었죠.


결국 잔 다르크는 남장 혐의를 추궁했는데, 그것은 성경에 위배되는 종교적 범죄였습니다. 잔 다르크는 그것을 순결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지요.


이후 그녀를 바라는 백성들과 그녀를 차갑게 내치는 왕실과 그녀에게 어쩔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다시 남장을 하게 만드는) 등 철저하게 잔을 불리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다 끝끝내는 화형 직전까지 신의 이름을 부르짖다 인간의 이름으로 죽음을 이르게 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뽑아냈다면 정말 멋진 영화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 잔 다르크가 그랬듯, 죽기 직전에도 자신을 화형대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는 꽤 괜찮았고, 영화 자체도 제가 기대했던 것들을 제외하고 좀 더 무신론적이고 인간적으로 본다면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없었고, 그녀는 무식하지만 용감했던 소녀였으며, 미친여자로서 전장을 이끌었고, 결국 자신의 환각과 환청을 신의 암시라 믿으며 신의 사자를 자칭했을 뿐이었던 것이죠.


실제로 영화를 본다면 그렇게 연출되어있습니다. 전장에선 미친 여자처럼 소리지르며 병사들에게 싸우라 성벽을 오르라 외치고, 말에 타 칼을 머리 위로 휘두르며, 무식한 여자처럼 피로해 지쳐 널브러진 병사들에게 일어나 무기를 들라고 소리지르며 명령하죠.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도 환각을 보고 가끔은 소리를 지르며 제정신을 차리는, 그녀는 신의 사자가 아니라 미친 여자였던 겁니다. 이단 재판을 받으며 감옥에 갇혀 자신의 환상과 말싸움을 하는 장면은 가히 잔 다르크가 미쳤음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로 그녀가 성녀로서 전쟁을 이끌며 프랑스에 승리를 가져다줬지만, 전투 중에 그녀가 이미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암시하는 피 흘리는 예수의 환상을 보았고, 감옥에서도 그녀는 환상을 보며 그녀의 행동과 주장이 반박당하고 조소당하며 신은 잔에게 무언가 시키지 않았으며, 암시 따위는 자기 멋대로 생각해낸 것들이고, 심지어 누군가를 죽이는데 즐거움까지 느꼇음을 깨닫게 하며 철저히 압박당하지요.


감옥에 갇혀 자신의 환상과 논쟁하고 화형에 처하는 장면은 가히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라 요보비치의 광기와 공포에 휩쌓인 연기를 정말 멋졌고, 확실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사실 신은 존재하지 않았고, 아니, 어쩌면 존재했지만 잔이 잘못 이해했거나 잔은 전혀 본 적도 없었을지 몰랐습니다. 무식하고 미친 여자였고 그녀가 전쟁을 이끌고 승리한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지도 몰랐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신성함과 장엄함, 당당하고 압도적 카리스마를 지닌 초인으로서의 소녀가 아닌, 인간이었고 환상이었으며, 인간이었고, 정치로서 살해당한 소녀의 모습을 그려냈지요.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많지 다르지만, 다른 방향으로서 상당히 재밌는 영화지요. 역사에서의 잔 다르크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전쟁을 이끌고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 신의 사자였는지, 아니면 단지 과대망상이나 환각, 환청 따위를 듣던 정신병 환자였던지는 몰라도, 그녀의 활약은 인간의 정치 속에서 죽었지요. 이 작품은 이 문장의 표현대로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괜찮은 수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겠군요. 좀 오래된 작품이지만(사실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지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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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작품의 내용과 결말을 품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작품를 본 뒤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If technology is a drug – and it does feel like a drug – then what, precisely, are the side-effects? This area – between delight and discomfort – is where Black Mirror, my new drama series, is set. The "black mirror" of the title is the one you'll find on every wall, on every desk, in the palm of every hand: the cold, shiny screen of a TV, a monitor, a smartphone."


"만약 기술이 마약이나 마찬가지고, 사용되기도 마약같이 사용되고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인가? 불안함과 즐거움 사이의 모호한 존재가 바로 블랙 미러다. 타이틀에 나오는 '검은 거울'은 모든 벽과 책상에 있고, 모든 사람의 손바닥에 있다: 차갑고 번쩍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모니터, 스마트폰이 바로 '검은 거울'이다."


-가디언지에 실린 찰리 브루커의 인터뷰.-


블랙 미러라는 영국 드라마는 기술의 부작용에 대해 풍자하는 드라마입니다. 처음 볼만한 것들을 찾아가 발견하게 된 작품인데, 주제가 주제인만큼 저에게 큰 관심을 끌게 만들었죠. 아직은 시즌1만 봤지만, 3개 모두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1화가 상당히 충격적이었죠..



기술이라는 것은 나날히 발전하지만, 인간은 수천년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본능과 사고방식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불과한지라, 발전된 기술을 오남용하는 것이 불러올 파장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2, 3화는 미래의 기술이지만, 1화는 시기적으로 현재이고 현재 있는 기술, 매체를 악용한 것을 다루고 있죠.


지금은 단지 드라마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러한 발전된 기술의 부작용, 오남용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여전히 경계해야 하는, 아니.. 오히려 지금도, 앞으로도 더욱 경계해야함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1화의 일은 너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저에게 충격을 줬던 1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미친놈이, 영국 공주를 납치한 것을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중계, 공개합니다. 그리고 납치범은 영국 수상에게 돼지와 수간하는 것을 생중계로 보도하라는 요구를 하게 되죠. 당연히 정부에서는 보도를 통제하려고 하지만 이미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게 되었고, 몇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전세계인에게 이 정보가 공유됩니다. 납치범을 추적, 검거하려는 시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결국 별 수 없게 되자 수상은 어쩔 수 없이.. 납치범의 요구대로 생중계로 돼지와 섹스를 하게 되죠.


그 장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처음엔 정말 방송한다고 하니 TV앞에 모여 좋아하며 수상을 비웃고 낄낄대지만, 이내 행위가 절정으로 향함에 따라 모두 충격을 받고 얼어붙지요. 이 방송은 전세계 13억명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공주는 예정된 시간이 되기 전에 풀려나고, 범인은 방송을 보고는 자살해버리게 됩니다.


수상은 돼지와의 섹스 후 구토를 하게 되고, 얼마 뒤 지지율이 상승하지만, 아내와의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시작은 미친놈의 범죄로서 시작되었지만, 그 쇼의 판이 커지고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은 기실 대중과 그 대중의 눈과 귀가 되어준 트위터, 유튜브 같은 매체들 덕분이지요. 물론 트위터와 유튜브가 나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전파과정은 당연 재미, 흥미 따위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지요. 마치 마약같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브루커의 말과 같이요.


물론 공주 납치, 수상의 돼지와의 수간이라는 주제는 모두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이긴 합니다만.. 



역시 기술에는 항상 윤리가 따라야하고, 오남용에 대한 경계와 어느정도의 대비책, 기술을 악용하지 못하게끔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2화는 그렇다치고 1화와 3화는 일상과 사람들에게 있어서 매우 도움이 되고, 필요하며 큰 가치를 지니지만 그것이 악용되었을 때 나타난 결말은 매우 비참하고 잔인하지요.


굳이 기술이 아니더라고 윤리나 도덕, 무언가를 오남용하거나 악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 부족한 한국에 있어서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물론 기술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적절히 들어맞고 말이죠.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찰리 브루커의 작품이었습니다.


혹시 같은 주제에 대한 관심, 혹은 이러한 구성의 드라마를 찾는 분이라면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군요. 굳이 저와 같은 흥미거리를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드라마로서 매우 훌륭하고 재밌는 작품이기에 역시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2화와 3화 또한 매우 재밌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리뷰를 올리고 싶지만, 특별히 쓸 말이 떠오르지 않고 줄거리만 쌈박하게 요약할 것만 같아서 이렇게 리뷰해야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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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작품의 내용과 결말을 품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영화를 본 뒤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보통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해보았을 상상, 자신의 정신을 기계로 이식하는 것을 작품의 주요 요소로 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재미있는 상상을 주제로 한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나름 그런 흥미로움을 긁었다고 할 수 있죠.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작품내에서도 나왔듯이,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고서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있는 시스템, 인간(혹은 원숭이)의 의식을 컴퓨터로 이식하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성공하지요. 주인공의 친구인 맥스는 그것에 대해 의심합니다. 정말로 내 친구인 윌인가, 아니면 윌과 비슷한 다른 존재인가. 


사실 이것은 매우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의심입니다. 만약 업로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윌의 근사치를 가진 다른 존재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어떠한 이유로 윌의 기억과 경험의 대부분을 알고 있지만, 몇가지가 부족하여 전혀 다른 존재일 수 있다는 겁니다. 예컨데 히틀러와 매우 비슷한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동물애호가가 될 수 있고 배트맨의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악당일 수 있지요.



인간을 초월한 지성.


윌이 수퍼 컴퓨터로 업로드 된 이후 그가 만들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아주 대단한 것들이죠. 식물은 다시 살아나고 부서진 물건이 다시 원형으로 복구된다던가, 더러운 물이 아주 깨끗하게 정화됩니다. 그리고 말하지요, 의학적 응용의 한계는 사라졌다고. 이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더 이상 인간에게 육체적 장애는 사라진 것이 되니까요.


실제로 강도에 당해 죽을 뻔 한 사람을 거의 부활시키고 그 육체적 능력을 인간 이상으로 만들어줬죠. 그리고 많은 장애인들을 치유해주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나온 것들이 현실에 적용 된다면, 그야말로 인류학적으로 혁명과 같을 것입니다.



PINN은 선악을 구분하지 못했다.


주인공이 업로드 되는 수퍼컴퓨터의 인공지능인 PINN은 선악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저 충성했다고 하죠. 만약 윌이 정말 인간성을 가진, 정신을 가진 인간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윌과 비슷한, 그저 인간과 비슷할 뿐인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일 뿐이라면 인간은 인공지능의 판단을 예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이로봇에서처럼,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대해석하여 인간을 강력한 통제하에 두려는 시도와 같은 '인간이라면 하지 않을' 행위를 저지를 수 있겠죠.


그리고 윌은 자신의 인부들의 신체능력을 향상시켜주되, 그들에게 접속하여 그들의 육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이의 몸으로 에블린과 대화,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윌의 의지는 언듯 매우 위험해보이기도 하죠. 게다가 그에게 치료 받는 사람들과, 나중에 나올 육체까지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그를 경계하는 이들이 말하듯이 초인 군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 또한 못할 것도 아닙니다.



윌은 인간인가.


작품이 중반을 넘어가며 윌이 인간성을 가진 존재인지, 혹은 비슷한 근사치를 지닌 프로그램일 뿐인지 우리 스스로 의심하게 됩니다. 초인적인 육체능력을 지닌, 그리고 네트워크화 되어 윌의 의지에 따라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부들, 에블린의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스캔하여 감정을 읽어내는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행동. 그는 과연 인간일까요?


정답은.. 인간이었습니다. 업로드된 윌을 윌이 아닌 윌과 비슷한 인공지능이라고 판단한 '육체를 지닌' 인간들은 그를 위협요소라 여기며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에블린은 몸 속에 바이러스를 품고 윌과 접촉하죠. 윌은 그런 에블린을 의심을 하죠. 왜 다시 돌아왔을까, 왜 땀을 흘리고 심장이 고동칠까, 날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공격이 시작된 순간까지 질문을 하는 윌의 모습은 끝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윌이 인간인가를 의심하게 하지만, 이내 공격에 상처를 입은 에블린을 안으로 대려간 윌은 그녀를 업로드시키며 동시에 바이러스를 받아들입니다.


그녀와 함께 죽으며 그녀에게 자신이 하고 있던 것들, 그리고 하려던 것을 보여주죠. 나노 입자들이 대기중에 퍼져 오염힘자를 제거하고, 숲은 다시 자라나며, 물은 너무 맑고 깨끗하여 아무 강에서나 마실 수 있는 세상. 그녀가 원했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단지 질병의 치료할 뿐 아니라 지구를 치유하는 것. 그것은 윌이 사랑한 그녀, 에블린이 원했던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윌이 자신의 기술력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죠. 윌은 인간처럼 보이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적 판단을 할 줄 알았던, 뛰어난 지성을 가졌을 뿐인 인간이었고, 그렇게 자신이 사랑한 여자와 함께 죽음을 맞이 합니다.


윌은 네트워크화 시킨 마을 사람들과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군인들을 무력화 시켰지만, 아무도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에블린의 몸 속에 넣은 바이러스에 의해 윌은 죽게 되고, 그의 복제를 심어뒀던 모든 인터넷은 오류를 일으키며 세상은 어두워집니다.


그러나 죽은 해바라기는 다시 싱그럽게 피어나고, 공기는 맑아졌으며, 물은 정화되었죠.


사실 이러한 오해는, 윌의 모습에 의해 더 촉발된 감이 있다고 봅니다. '육체를 가지지 않은, 네트워크에 살고 있는 정신'. 육체가 없고, 단지 정신이 컴퓨터에 업로드 되어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인간임을 의심받았던 것이죠. 처음 PINN에게 했던 질문, 너에게 자각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가? 에 대해, 윌은 PINN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 질문에 대답은 윌이 그것을 증명할 수 없음이라 판단했지만, 사실은 에블린의 말처럼 그것은 정말로 유머였을 뿐이었던거죠.



훗날 인간이 정말로 의식을 업로드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똑같은 고민과 의심을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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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나이트런.

스토리와 연출력, 개성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백미라 할 수 있는 역동적인 액션씬은 가히 웹툰계에서 개판의 박현욱 작가와 함께 최상급, 탑클래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나이트런이라고 한다면 역시 그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출력이 특히 추천하는데, 원근감 등 시점을 주옥같이 잡고 광원, 빛을 이용한 탁월한 연출력은 정말 최고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대사가 꽤 많고, 작가의 문장력이 영 좋지 않은 터라 잘못된 용어사용, 쓸데없이 긴 말들이 보는데 귀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거야 괜찮을 수준이고, 스토리가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정주행을 2~3번은 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역시나 작가의 문장력이 방해가 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명작입니다.


추가 : 단, 네가 있는 마을 이후로는 그리 대단한 작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손에 꼽을 만한 것은 나이트폴의 영웅들의 과거가 알려지는 부분 정도가 있겠네요.



개판

박현욱 작가의 수인느와르 장르 만화입니다. 정말이지, 이 작품은 어째서 빛을 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보석같은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명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인데, 먼저 작화같은 경우, 작가의 그림내공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컷마다 멋진 일러스트를 보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자칫하면 소홀하기 쉬운 배경도 전혀 대충그리거나 생략하지 않고, 잘 그리죠. 스토리도 탄탄하고 완급조절력까지도 확실합니다.


그림체도 연필로 그리고 지운 흔적이 남는 잔선들이 조금씩 보이는데, 이게 또 작화와 적절하게 어우러져 오히려 이런게 적으면 아쉽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지요. 게다가 수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섹시하고 멋지고 매력적이게끔 느끼게할 정도로 멋진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한스, 크롬, 특히 바스커빌..


그리고 또 하나, 앞서 말했듯이 나이트런의 김성민 작가와 함께 박현욱 작가의 액션씬은 정말이지, 숨막힙니다. 꼭 봐야할 작품 중 하나라고 감히 평가합니다.


스토리가 후반으로 갈 수록 복잡해지는 면이 있어서 정주행 2번 이상 추천합니다. 개판은 정주행을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네이버에서 가장 추천하는 작품이고 최고로 꼽는 작품입니다. 덴마 같은 명작과는 다른 종류의 명작이죠. 네이버에서 이만큼 완성도 있고 짜임새가 훌륭한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별의 유언

작가가 여성분인데, 이분 작품 정말 멋집니다. 대부분 어린 소년들이 캐릭터로 나오는 작품인데, 정말이지 순수하게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그림체도 수묵화를 보는 듯하는 느낌도 주고 캐릭터들이 너무 이쁘고 순수하게 나오죠. 떡밥의 회수와 완급조절도 확실하고 말이죠.


작품을 보면서 결말에 가까워지면 울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억지로 눈물을 짜아내거나 하는 것없이, 순수하게 감성을 건드리는 수준높은 작품이거든요. 그림체가 예쁘고 캐릭터가 예쁘지만, 그것들을 뛰어넘는.. 내용이 그림체를 압도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네이버의 대표적인 치유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번 보면 그 결말의 여운이 오래 갈 겁니다.



페르샤

정말 아쉬운 작품이죠. 개인적으로 수준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작품인데, 23화에 후기 2화로 총 25화로 마감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이유는, 그 작품의 가치 때문입니다. 페르샤는 실제 페르시아의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작품인데, 먼저 그림체는 마치 영미권의 코믹스를 보는 듯한 독특하고 개성있습니다, 그렇다고 희한한게 아니라, 역동적이고 적당히 과장되고 축소되는 듯한 그림체로, 웹툰계에서 이런 그림체는 정말 드문편이죠.


대사도 일반적인 웹툰의 일상적인 대화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그림체와 연출에 의해 끌려들어갑니다. 그렇다고 내용이나 스토리가 뒤떨어지는 것도 없죠. 본편이 단 23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가치를 지닌 작품이 이렇게 묻히는건 정말 아쉬운 겁니다..


추가 : 그러나 2부에선 언듯 유치해보일 수 있는 연출과 전개로 인해 첫 시작의 임팩트와 무게감을 주지 못했고, 그닥 인상적인 무언가나 깊이있는 고찰도 없어서 맥이 굉장히 많이 빠집니다. 연재 초반에만 포텐이 크게 터지는 전형적인 용두사미적인 작품이기도 하죠.



아스란영웅전

사실 제가 이런 추리 장르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추천하는 이유는 정말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트릭과 작품 내부에서의 개연성 또한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은퇴 용사라는 캐릭터와 조연들이 정말 매력적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 작품은 재밌는 점이, 사건의 후반부로 갈 수록 정말 가차없다는 겁니다. 작가가 참 가차없는데, 사건의 후반부로 가면 죽을 놈은 다 죽입니다. 용사의 힘이 굉장하기도 해서, 건빵을 손 힘으로 쏴서 두 다리를 날려버리질 않나...


하여간 정말 재밌습니다, 간단하게 좀 보다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던 저였지만 결국 끝까지 다 보게 만들더군요. 이런 작품이 있었을 줄은 몰랐죠. 이 작품을 다 보신다면 분명 맨 마지막, 작품의 결말이 정말 충격적일 겁니다. 이런 가차없는 결말이라니..


그리고 박성용 작가의 현 연재작, 스페이스 킹이라는 작품도 더불어 추천합니다. 이것도 정말 꿀잼 추천.



창위의일루전

추천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정말 슬픈 작품이거든요. 그림체가 조금 마음에 안 들 수 있습니다만, 사실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고, 약 30편의 길지도 않은 작품이기에 쉽게 볼 수도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 수록 어째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느냐.. 그리고 그가 겪은, 느꼈던 것들에 대해 알 수록 작품에 매력을 느끼죠. 특히 작품에 삽입된 BGM이 정말 주옥같은데, 이 작품과 더불어 추천합니다. 이 만화를 보면서 들으면 정말이지...



플루타크영웅전

현재 덴마를 연재하고 계신 양영순 작가님의 연재작입니다. 아쉽게 1부 완결이지만, 거기까지만 봐도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양영순이라는 작가가 정말 대단한 작가인데, 천일야화를 먼저 찾아보신다면 이해하실 껍니다. 대한민국 작가중에 명실공히 가장 최고의 작가라고 감히 말합니다. 그림체도 이상해 보이시겠지만, 양영순만의 그림체이고, 이러한 그림체는 덴마라는 작품에서 완벽하게 완성됩니다.


웹툰 덴마에 달린 베스트 댓글을 하나 퍼오겠습니다.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석정현씨가 쓴,양영순씨의 근면함에 대한 일화 하나- '만화가 '양영순'선배는, 타고난 그림실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주위의 작가나 후배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끊임없이 모사연습을 하는, 작가들 사이에서는 '연습벌레'로 소문난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세종대 만,애과에서 미술해부학 수업을 맡으셨던 당시, 학생들에게 무지막지한 과제를 내주기로 유명했죠. 한 번은 수업 막장에 '다음 주까지 드로잉 2백장을 해오라'는(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충분히 그럴 사람입니다.ㅎㅎ) 숙제를 내줬더니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막 짜증을 내더라는군요. 웅성거림은 양쌤의 중얼거리는 한 마디에 일순간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나보다 그림을 못 그리는 겁니다." 학생들은 침묵했고, 다음 주 모든 학생이 과제를 다 해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웹툰 컷배열 방식은 양영순이 1001(천일야화)라는 작품에서 선보였고, 이대로 계보가 쭉 이어진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체가 마음에 안 드실 수 있지만 딱 그것만 무시하고 보신다면, 믿고보는 양영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작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플루타크영웅전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절의 테세우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으로, 역시나 전개와 완급조절은 과연 만화장인 양영순이다. 라고 할 수 있을 수준입니다.


만약 플루타크영웅전을 보셨다면 다음 검색창에 천일야화를 검색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이것도 양영순을 소개하는데 빠질 수 없는 수작이지요.



덴마

이 작품은 제가 평가하기론, 대한민국에서 웹툰으로는 가히 최고의 작품입니다. 이건 꼭 봐야 합니다. 과연 양영순이라고 할 수 있는 야심작인데, 그림체만 보고 초딩만화니 재미없을 것같다는 소리하는건 정말 후회할 소립니다. 그림체는 이미 설명했고, 양영순다운 감동과 재미를 남기는 작품이지요. 쓸모없는 컷은 없고 그 배치와 연출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집니다.


초기 덴마는 소소한 소년만화적인 작품이었는데, 어느새 세계관이 확장되고 야후에서 연재하다 연중된 작품인 라미레코드와도 연결되는 거대한 작품으로 성장해버립니다. 야엘 로드 에피소드도 과연 명품 에피소드였지만, 만드라고라 에피소드를 거쳐 사보이 가알 에피소드에 도달하면, 이전과는 아예 다른 만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줍니다. 더 이상 소년만화라고 할 수 없는 작품으로..


그리고 덴마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에피소드로 뽑는, 적어도 누구나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식스틴편은 정말 최고죠. 다른 에피소드는 안 보더라도 사보이 가알이나 식스틴 만큼은 꼭 봤으면 할 정도로 수준 높은 에피소드입니다. 그야말로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에피소드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델과 넬 데바의 그 컷은 레전드 오브 레전드입니다. 그 장면을 수식해주는 문장들도 영혼을 울리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덴마의 모든 에피소드들이 그렇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그 엄청난 몰입도에 힘 입어 몇 시간은 날려버리게 됩니다. 오죽하면 고드 러버 에피소드에선 지금 이 몇시야? 하는게 베스트 댓글에 올라올 정도로 시간 잡아먹는데는 괴물이죠. 그만큼 괴물같은 작품입니다. 여기서 추천, 리뷰하는 모든 작품들 중에 가장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 전 당연코 덴마를 뽑겠습니다.



LOST

점점 체력이 딸려가므로 설명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시간, 집중력이라는 주제로 풀어가는 이 작품은, 가장 먼저 그림체가 절 사로잡았습니다. 펜 선이 뚜렷하면서도 간드러지게 그려진 그림체가 썩 마음에 들었죠. 그렇지만 단지 그림체 때문에 추천하는 거라면 아무대나 굴러다니는 그림만 잘 그린 쓰레기 졸작마저도 추천했겠지요. 스토리가 쉬운 편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떡밥과 왜곡된 기억, 진실과 후반부의 긴장감이 확실히 사람을 몰입시키더군요.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현재 용이산다의 작가, 초가 그린 일상툰입니다. 자신이 키우던 어린 고양이과 늙은 개를 소재로 그려낸 이 작품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소중함과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죠. 유쾌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추천합니다.



본초비담

진정한 한국적 웹툰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가가 서양화 전공이라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높은 수묵화 그림체로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초 만화라곤 하지만, 사실 약초만화의 틀을 쓴 팩션 사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기는 고조선 때가 됩니다.


이 만화를 보다보면 호랑이에 별 관심없던 사람이 완전히 호랑이에 환장해서 호빠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첫 에피소드부터 호랑이가 등장하는데, 정말이지 호랑이의 위용, 위엄을 살려주는 환상적인 연출과 그림은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압도하죠. 아비 호랑이가 분노하며 두 발로 서서 주인공 일행을 내려다보는 그 장면은 정말.. 보다가 오줌 지리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작품에 몰입해서 보다보면(그게 가능한 작품이기도..) 그 컷을 보고 꺅 소리지르며 도망갈 수도 있겠거니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후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 사건, 그리고 우리네 색체를 진하게 담고있는 교훈과 뼈 있는 대사들은 질 낮고 왜색에 찌들어있는 작품에 지쳐있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힐링을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멋진 작품입니다. 네이버에서 그림체로나, 작품성으로나 가장 수준 높은 작품을 5개 뽑으라면 꼭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유죄선고 확정과 네이버 완결란에서 삭제된 작품입니다. 부득이 취소선 처리합니다.



네로의 실험실

사람들의 실수, 누군가의 욕심 등으로 이루어지는 사건들과 네로라는 난쟁이 천재 과학자의 일상이 엮여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림체나 캐릭터의 디자인만 보고 판단할 작품이 아니죠. 여기서 실수와 욕심은 주인공인 네로도 겪었던 일이고, 그런 비틀린 욕심과 한 순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자 하지요. 시니컬하고 슬피며, 어쩌면 신비롭기도 한 느낌을 주는 웹툰입니다.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

정통 판타지적인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는 점이 추천요소이죠. 이러한 정통 판타지는 으레 식상하고 쉽게 지루해지며 클리셰나 여러 요소, 설정이 뻔해지기 쉽지만, 철저히 웹툰적인 정통 판타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웹툰적인게 뭐냐고 묻는다면 사실 뭐라고 하기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하여튼 내용전개와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하는 작품이죠.


주로 일본 만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만화적인 특성과 한국 웹툰적 특성은 상당히 다른데, 일본의 만화가 나름 낭만적이고 일상적인 만화조차도 비일상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있는 등의 비현실적인 내용들이 많다면, 한국 웹툰은 묘하게 현실적인 구석들이 존재하죠. 아닌 작품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판타지 만화와 한국의 그판세는 그 차이를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판세는 정말 하나의 독자적이고 능동적인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 속에서 등장인물이라는 객체들이 주체적으로 작용하는 세상이라는 느낌조차 듭니다. 정치적 요소, 인간관계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판타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현실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만화. 스페이스 킹과 더불어 아래에 있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수작입니다.



노네임드

이건 정말이지 몰입도가 끝내주더군요. 현재 아직 월요일에 연재중인 작품인데, 작가가 많은 그림체를 연구하고 적용시킨 작품입니다. 코믹스의 그림체와 비슷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몰입이 가능하고, 동시에 공포..를 느낄 수 있게 하는거 같습니다. 솔직히, 다른 작품처럼 반실사적인 그림체로 그렸다면 정말 무서워서 못 봤을지도 모르겠군요. 엄청난 떡밥과 스토리진행이 한번 정주행 하다보면 멈추지 못하게 만들 겁니다. 몰입도 하나 만큼은 덴마급이죠. 다만 너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쭉 보다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정주행 몇번하다보면 이해할 수 있죠. 그게 안 되는 작품이라면 그런 인기를 구사할 수 있을리도 없고 제가 추천 및 리뷰를 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단연 월요일 최고의 작품입니다.



새와 같이

별의 유언의 작가, 후은님의 작품입니다. 역시 감동과 따스함, 그리고 그 정적이고 포근한 분위기가 일품이죠. 또 몇화마다 BGM이 삽입되어있는데, 작품의 몰입도와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줍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감성을 건드리며 별의 유언을 재밌게 봤다면, 역시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요. 



숲 속의 미마

후은 작가다운 탄탄한 스토리와 잔잔하면서도 격동적일 땐 그 분위기를 잃지 않고도 격동적으로 흐를 수 있는 전개. 따듯하고 부드러우며 포근하기도 한 후은 작가의 작품이 어둡고 암울하다 보일 수 있는 분위기와 전개로 흐른 작품입니다. 후은 작가의 작품적 색체가 그대로 나타나면서 그 분위기는 전작들과는 정반대에 가깝게 흐르죠. 새와 같이도 나름 어두운 느낌이 드는 편이지만 거칠다는 느낌보다는 애잔하다, 아련하다는 느낌으로 가기 때문에 그런 어두움을 비교하게엔 무리가 있겠죠.


기존의 수채화 풍이지만 동양적이지 않은 서양적인 캐릭터들과 배경이고, 무언가 동화라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한 그림은 작품에 순수하게 빠져들 수 있게 하죠. 그렇지만 그런 작품 외적인 느낌들과는 다르게 작품 내에서 스스로 소개하고 있듯, 해피엔딩은 동화 속에서만 있다고 할 정도로 전개는 절대 동화적이지 않습니다.



키스우드

미려한 그림체, 잔잔하면서도 어떠한 자연이 자연스럽게 인간에게 전해주는 두려움 또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나무가 줄어들며 결국 마을에서 녹색을 볼 수 있는 곳은 주인공 설씨의 집 뿐인 자연이라는 것이 사라져가는 세계와, 그러한 나무들이 죽어서 가는 세계인 '언덕'에서 벌어지는 나무가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후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는 '노루'라는 작품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노루가 더 훗날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거의 전세계가 사막화가 된 노루보다 앞선 시기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미호이야기, 한줌물망초

서로 연관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미호이야기를 봐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호이야기가 시기상으로 앞서 있지만 후속작에 큰 연관관계와 전작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떡밥을 뿌리는 것도 아닌지라 상관없다고 봅니다. 미호이야기에 등장하는 구미호는 일반적으로 설정되는 구미호와는 다른 데, 먼저 구미호가 남자인데다가, 자신의 자식 9명을 잡아먹어야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이죠. 구미호는 자신의 자식들을 잡아먹으려 하고, 자식들은 그 구미호를 피해 도망가려고 하는 데 이후 등장하는 반전도 꽤 뒤통수 때리는 내용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림체 때문에 캐릭터를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스토리와 캐릭터를 이해하거나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죠. 그러나 이 문제는 후속작 한줌물망초에서 상당히 개선되었기 때문에 미호이야기를 보고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후속작을 위해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한줌물망초는 전생이라는 것을 소재로 작품을 풀어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상상하는 도깨비와는 다른 개념의 도깨비가 등장하고, 아주 오래전 그 도깨비와 선비라고 불리는 인물간의 모종의 사건이 모든 일의 시점이 되지요. 전생이라는 소재를 통해 매우 흥미롭고 어떻게 보면 골때릴 수도 있는 인물관계도가 완성되는 데, 일례로 주인공 신기루는 전생에 자신의 어머니인 인연이를 낳았던 본인입니다. 즉, 자신의 딸이 다음 생에 자신의 어머니가 된 상황이라는 거죠. 당연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남편;;;;


어찌됐든, 이후 속속들이 밝혀지는 진실들과 결국 누가 도깨비인가, 도깨비를 알아볼 수 있는가라는 목적의 달성은 어떤 의미로 상당한 반전과 허무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는 뭐라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각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간의 관계도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혜진양 작가 특유의 인물들의 독백은 정말이지 최고의 감성을 뿜어내죠.



녹두전

위 미호이야기와 한줌물망초를 잇는 혜진양 작가의 작품이죠. 보기는 꽤 오랫동안 봤지만 좀 더 제대로된 평가를 위해 작성을 미뤄왔던 작품입니다만, 역시 혜진양의 작품답게 조금 이르더라도 작성하는 게 좋겠죠. 작 중 등장하는 캐릭터들만의 과거가 있고, 그러한 과거가 현재 시점에서 인간관계에 맞아 떨어지게 작용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캐릭터들을 짜임새 있게 잘 짜내고, 그것이 스토리에 완벽하게 맞물리게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역시 혜진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작가 본인이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다는 것이고, 그러한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훌륭한 스토리와 함께 절묘하게 돌아가는 것이겠죠.



심연의 하늘

음.. 개인적으로 무섭다라는 느낌보다는 상당히 숨막히는 스릴러이고 세계관이 되는 배경.. 즉,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상황 자체가 완전히 제 취향이기 때문에 굉장히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서울이라는 도시에 엄청난 싱크홀이 발생하고 땅 밑 지하에 엄청난 규모의 도시가 그대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런 빛도 없는 어둠 속의 거대한 지하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러한 사건이 발생과 정부 등등 여러 떡밥이 등장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작품의 분위기와 연출력 하나만큼의 발군이고 숨막히게 자아내는 연출은 정말 굉장한 몰입도를 유발하죠. 이러한 스릴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땐 과거와 현재를 구분 못하고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조금만 주의해서 본다면 작품이 진행되며 보여준 과거가 첫 부분과 이어져있고, 그 이후로 현재시점이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아이소포스

고대 그리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서, 고전적인 그림체와 현대적인 그림체의 절묘한 조화와, 매우 뛰어난 연출력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이솝인 것처럼, 이솝우화를 떠오르게 만드는 여러 옛날 이야기를 작품 속에 적절히 배치시키며 작품적 요소로 배치시키거나, 때로는 에피소드 자체를 진행시키죠.


야드몬에 의해 부모님을 잃게된 이솝의 일생을 다루고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인연들과 지혜를 통한 사건과 사건의 해결, 야드몬과의 악연 등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그림체는 시즌2부터 매우 완성도 있는 퀄리티가 되었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이솝과 브리의 성장도 괄목할만 합니다. 시즌1에서 보여주는 야드몬의 무게감과 포스는 압도적이며 저 같은 경우 스토리와 그림의 수준도 그렇지만, 이러한 캐릭터성에서도 큰 매력을 느꼈죠.


작품이 소재로 하는 것이 소재이고, 작품이 작품인 만큼 지혜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는 데, 이러한 수준 있는 작품이 많지 않음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보석같은 작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른스러운 철구

언듯보면 개그만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여느 한국 웹툰들이 그렇듯 초반의 가볍도 우스운 분위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무겁게 반전됩니다. 과거가 있고 사연이 있는 철구와, 철구의 엄마 이민경, 이민경의 모친과 모친이 사랑하던 남자의 반전은 꽤나 충격적이었죠.


초반의 가볍고 익살스러운 초반의 분위기는 중반의 자살사건을 기점으로 크게 반전이 되는데, 이 부분이 나름 충격적인 내용을 품고 있습니다. if의 배경을 보여주면서 그래도 설마 하면서, 희망을 주었지만 실제 작품에서 보여주는 진실은 모두가 행복하게 끝나는 해피엔딩도 아닌,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껄끄러운 전개였죠.


여러 인간군상이 있고, 그들마다의 크고 작은 이야기가 있으며, 그러한 인물들로부터 보여주는 일부 사회의 이런저런 모습들까지. 나름 뛰어난 블랙 코미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가지 오점이 있다면 작가 스스로가 밝혔듯이, 이박사의 캐릭터가 후반에 보여주는 모습은 처음부터 설정된 것이 아니었다고 하죠. 이 부분이 초반부터 조금씩 조금씩 떡밥을 남겼다면 더 큰 반적요소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됐든, 결국 철구의 수술과 관련된 이사장이 평생의 꿈을 철구의 눈 앞에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껄끄러운 표정으로, 아무 감정도 뭣도 없는 그 표정으로 대답하는 부분은 억장이 무너지는 결말 부분의 장면이기도 하죠. 조금 아쉽지만서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 수작입니다.



하나

아이와 어른, 실험체인 아이들과 실험을 진행했던 어른들이라는 구조는 어른스러운 철구와 언듯 비슷해보이지만, 내용 자체는 철저하게 다른 작품입니다. 물론 똑같이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어른스러운 철구가 나름 씁쓸한 블랙 코미디라면, 하나는 그런 현실적 씁쓸함은 덜 느껴집니다. 일단은 현실적이라고 하긴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차없는 등장인물들의 언행과 죽음은 그 자체로 다른 충격과 흡입력을 지닙니다. 작품에선 그렇게 안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등장인물 개개인은 거의 나락까지 겪어본 고통을 지닌 인물들이죠. 그것도 현재진행형으로.. 주체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어른들에게 끝 없이 고통받고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지도 못하며, 믿을 수 있는 이들이라곤 본인과 같은 처지의 같은 실험체 아이들인 꼬맹이들이 겪기엔 너무 힘겹고 가슴아픈 일들이 많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 믿음을 잃지 않는 몇몇 어른들이 있다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희망과, 타인을 위해 그 희망을 짊어지게 된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하죠.


전체적으로는 암울하지만, 극의 분위기가 많은 반전을 겪기도 하고 여러 떡밥과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들, 각 인물 및 세력들간의 알력과 이해관계의 대립은 꽤 살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모자라거나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구성도에 문제가 있지 않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인 건 사실이죠.



질풍기획

단순한 개그만화라고 보기엔 상당히 직장생활과 직장문제를 잘 꼬집는 작품이죠. 그러면서도 이현민 작가 특유의 개그센스와 포텐은 매 화마다 빵빵 터뜨려주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현민 작가만의 박력있는 파워한 연출과 죽여주는 병맛 개그의 조합은 이쪽 동네에서도 상당히 유니크하죠. 심지어 소재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이고, 간간히 직장생활에서의 어두운 면도 매우 익살스럽고 웃음 터지는 방식으로 풍자하며 꼬집는 데, 이러한 작품 정말 드뭅니다.


본인부터가 광고회사 경력이 있는 만큼 광고회사의 생활도 나름 잘 고증이 되어있는데 작품의 개그포텐에 가려지기도 했죠. 심지어 소재도 가려지는.. 하여간, 정말이지 믿고 보는 이현민입니다.



스페이스킹

앞서 아스란 영웅전에서 추천했지만 다시 한번 추천. 다들 생각하는 거겠지만, 이게 선거만화라는 점이 납득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이트런 못지 않게 죽어나가거든요. 이쪽의 사망은 나이트런과는 또 다른 악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직접 보면 아시겠지만요. 아스란 영웅전을 본 사람이라면 대충 감 잡으실 겁니다..


작품의 중심적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이 아닌 존재-특히 인공지능 및 기계종족-의 인간성인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나름 철학적인 고찰까지 가미된 작품으로서, 단순히 겉핥기 수준으로 봐도 재미있고, 그러한 고찰까지 이해하면서 보면 더더욱 재밌는 작품입니다.


더욱이 사회적인 이슈로서 작용하는 사형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담론 또한 잘못 다루면 작품도 망가지고 작가도 욕 먹는 부분을 매우 재미있고 작가의 작품성향처럼 꽤나 자극적으로 전개하는 솜씨가 매우 일품입니다.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식으로 여러 가치관과 가상의 문화를 보여주면서 생각의 넓이나 깊이를 넓히고 깊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면에선 어쩌면 다음 웹툰의 트레저헌터와 일견 비슷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서로 완전히 다른 방식이고 다른 형태로 전개, 구성, 유도하고 있지만요.


앞서 이야기한 아이소포스와는 다르게,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백수인의 지적능력을 활용한 전개와 스토리진행은 또 다른 맛이 있죠. 담담하고 건조하게 판단하며 일을 처리하는 엘리트식 머리싸움을 좋아한다면 스페이스 킹은 딱 맞는 작품이 될 겁니다.


에피소드마다 인정없이 죽고 죽이고 판단하며 행동에 있어 서슴치 않는 가차없고 거침없는 전개는 아스란 영웅전과 마찬가지로 스페이스 킹에서 여과없이 볼 수 있고, 오히려 이 작품에서 그러한 전개는 더욱 숙성되서 나타나죠. 그런 면에서 참으로 자극적인 만화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심리적 부담감이나 저항감 없이 재미있게 와닿는 것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가장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에피소드가 바로 도플갱어 에피소드죠. 아스란 영웅전을 본 사람들은 이 에피소드 제목에서부터 트라우마를 느꼈고.. 그것은 실제로 일어났습..


흠흠, 어쨌든, 선거만화라는 본분에서 아예 벗어나는 것 또한 아닌 것이, 구알라나 안락사 에피소드에선 그러한 선거, 작품 내의 정치적 상황을 뚜렷하게 보여줬고, 최근의 분출 에피소드부터 그러한 텀이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바로 박성용 작가의 스마트툰 연출인데, 이건 정말이지 한국 웹툰계에서 스마트툰의 장점을 가장 완벽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연출적 기법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를 뽑으라면 전 망설이지 않고 박성용을 뽑을 정도로 훌륭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죠. 스마트폰으로 본 스페이스 킹과 PC로 본 스페이스 킹은 거의 다른 작품입니다. 물론 내용적인 측면에선 똑같이 재밌지만 연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완전히 다르거든요.


스페이스 킹을 보게 된다면 꼭 스마트폰으로 보는 걸 추천합니다. 



TLT(Tiger the Long tail)


-작성 중



시노딕

개판의 현욱 작가의 후속작입니다. 본 시점에서 아직 1화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감히 올릴 정도로 기대되고 명작이 될 거라 의심치 않는 작품입니다. 현욱 작가는 첫 작이 이미 명작인 작가죠. 그렇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을 수 없고, 믿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판의 완성도와 짜임새를 보면 5년간 짜맞춘 작품의 구성과 완성도가 무서울 정도로 기대되는 작품이죠.



칼부림

제가 왜 지금까지 이 작품을 여기에 넣지 않았는지 굉장히 의아합니다. 이만한 작품은 한국 웹툰, 아니.. 한국 만화.. 어쩌면 창작문화계에서도 손 꼽힐 작품이 아닐가 싶습니다. 고일권 작가의 무시무시한 그림 실력과 역사에 대한 지식은 단연 압권이고 그러한 그림실력과 작가로서의 실력까지 합쳐서 굉장한 폭발감의 연출이 탄생하기도 하는데, 이괄이 우레, 호랑이 같은 목소리가 모니터 밖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입니다. 1부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괄의 분노가 폭발하는 장면들은 하나하나 범이 울부짖는 듯한 박력이 느껴지죠.


역사적 흐름은 물론 시대에 맞는 고증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대극 최고의 작가라 할 수 있으며, 역사물, 시대극이라는 장르가 왠만한 역사적 지식이 없이는 이끌어나가기 어렵고, 더욱이 그러한 시대극을 또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고일권 작가의 칼부림은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이전부터 추가해야지 하면서도 이제야 추가하게 됐습니다. 법과 관계된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작품이죠. 가진 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학생 조들호가, 결국 검사로서 성공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부정부패함에 스스로 몸을 던졌고, 자신이 원한 것을 거의 다 손에 넣게 될 수 있었지만, 사회의 밑바닥에서 겪은 하나의 경험은 그의 양심에 커다랗게 메아리 쳤고 결국 조들호의 부정함은 양심에 패배.. 아니, 양심이 결국 조들호의 부정한 면을 이겼다고 봐야겠지요.


이후 검사직을 그만두고 살짝 껄렁한 변호사로서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이 작품입니다. 물론 작품 속에서 나오듯 변호사는 사회정의를 위해 힘 쓰는 직업이 아니죠. 하지만 결국 그 활동은 사회에 도움이 되며, 작가가 그러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어떠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러한 사건들이 터지며 끝내 조들호가 승리하며 우리에게 주는 통쾌함과 시원함, 그리고 어떠한 경우엔 씁쓸함과 아쉬움을 주는 것은 그만큼 작품은 작품일 뿐이기에 현실.. 아니, 한국에서라면 이길 수 없을 싸움을 이기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은 절대 이길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법은 불완전합니다.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정리한 논리와 법칙에는 수많은 구멍이 있을 수 밖에 없죠. 그렇지만 그것을 합리적으로 수정하며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가 숨어있고, 얼마나 불완전한 법들이 구멍난 채로 방치되어 있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희망찬 면이 없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이지요.



나란의사 그런의사

약 50화 정도 되는 분량이지고 그리 뛰어난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뷰, 추천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가진 의사와 비현실적인 능력(신체능력이나 인물 설정 등..)을 가진 마을 노인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인물 관계와 태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재산 때문에 발생하는 자식들의 싸움이고 열심히 구한 귀한 먹거리도 짜증내며 거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새끼 얼굴 한 번 본 것으로 만족하며, 자신들을 등쳐먹으려는 이들마저 외롭고 고마워서 변호해주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커피우유신화

마사토끼와 조안나 조합의 작품이죠. 마사토끼 특유의 짜임새와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역시 마사토끼 특유의 개그센스는 변함 없이 최고죠. 뭘 더 말할 것이 있나 싶습니다. 마사토끼 작품이라면 따질 것 없이 한번 보는 게 절대 손해는 아닙니다.



기로

-작성 중



다음


트레져헌터1, 2, 3

Canine, 혹은K9, 케이나인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허견 작가의 다음 웹툰의 작품인데, 왜 K9을 먼저 이야기했냐면, 몇편 안 나온 작품이지만 세계관이 일부 이어지고,(물론 케이나인이 더 뒤의 이야기) 그림 자체가 엄청난 퀄리티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는 설명이죠..


트레져헌터는 보물을 찾는 만화가 아니라, 보물사냥꾼이 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먼저 1편과, 2편의 초반은 거의 개그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쾌하고 재밌습니다. 시즌 1은 거의 개그만화로, 정말 재밌습니다만 군데군데 띄어진 듯한 부분이 있어서 시즌1만 보고는 이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즌2와 3을 보시고 나서 다시 보신다면 떡밥 요소들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시즌2부터는 그 초반부의 개그느낌에서 점점 진지해지는데, 이게 또 재밌습니다. 작가의 내공과 상상력이 더해져 매우 기발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게 또 엄청난 매력을 내뿜습니다. 후반으로 갈 수록 더 진지해지는 스토리는 그 깊이와 수준에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다만 왠진 모르겠는데 아마 시간 때문에 시즌 1, 2의 그림체는 좀 구립니다. 못 볼 수준은 아니지만 시즌3나 케이나인에 비하면 인체비례가 어긋난다던가, 명암처리가 어색하다던가, 선이 조잡하고 난잡스럽다던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 그림체를 압도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어디까지만 만화라는 작품에서 그림체는 내용, 스토리를 받쳐주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죠. 아무리 그림체가 중요해도 내용만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시즌3에서는 작가가 공을 많이 들여서 볼만한 그림체가 나옵니다. 한 컷 한 컷이 일러스트 같았던 케이나인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많고 정교한 선과 멋진 연출 등, 그림체로도 가치를 내뿜는 작품이 되죠, 물론 스토리나 내용이 뒤떨어지게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시즌2보다 더 깊이있는 사색을 유도하는 내용을 지니고 있죠.


다만 문제점이라면 원래 소설로 출발한 작품이다보니 글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나이트런보다는 적습니다.



도사랜드

정말 재밌습니다. 작가의 센스가 장난 아니라서 작품 전체적으로 웃을 수 있는 작품이죠. 그림체가 꽤 독특한데, 일부로 그렇게 그리는지 그냥 못 그리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스토리 작가 말로는 그냥 못 그린다고 합니다.) 사실 그렇게 못 그린 편도 아니고 상당히 봐줄만한 그림체입니다. 중요한건 겁나 재밌는 작품이라는 거지만요.


각 편마다 패러디 요소들이 굉장히 많아서, 이런거 찾아가면서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일상스러운 것과 도사, 토착종교나 전통적인 전설 등을 조합해서 재치있게 꾸며낸 캐릭터, 설정들은 과연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임에 분명합니다. 예컨데 도술 훈련을 닌텐도나 Wii로 한다던가..


그렇지만 역시나 단점이 있는데, 시즌2로 가면서 작가적 역량이 한계에 부쳤는지, 전개가 굉장히 빨리 지나가서 얼마 안 가서 결국 끝을 맺습니다. 이 부분은 독자들도 많이 비판을 했고, 작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참 아쉬운 부분이죠.



카산드라

정말이지.. 이건 그림체가 그닥 인기를 끌만한 그림체는 아닙니다. 솔직히 잘 그리는 편은 아니죠. 순정만화에 가까운 그림체라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그림체가 후달린다고 작품이 구린 것은 아니죠. 그랬다면 제가 추천, 리뷰를 했을 리가 없으니까.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정말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탄탄한 작품구성과 작가만의 설득력있는 신화 및 캐릭터 해석, 높은 수준으로 그려낸 정치암투.. 그야말로, 대한민국 웹툰 중 탑클래스에 속할 만한 대단한 작품입니다. 인물간의 성격해석, 신이나 신화를 정치에 이용하는 모습, 치밀한 머리싸움과 정치 권력암투와 상황전개는 기가 막히죠. 현재 휴재중이라 언재 다시 돌아오나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메지나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메지나가 그냥 커피라면 카산드라는 TOP라고 비유할 수 있을듯 합니다.



77번째 돌연변이

역시나 정말 독특한 그림체, 이런 그림체 정말 독특하죠. 언제 다시 돌아와서 작품을 연재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제대로 나온게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작품을 봐도 참신하고 독특한 작품입니다, 페르샤보다도 더 이국적이고 코믹스 느낌을 강렬하게 내뿜는 작품이죠. 그림의 퀄리티도 굉장합니다. 하지만 역시 뭔가 시작하려다 중단된 작품이라는게 참 아쉽지요..



메트로놈

어느 의미로는 좀 막장스럽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습니다.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지닌 캐릭터 때문에 조금 헷갈리거나 혼동되는 부분이 있지만, 나중에 가서는 다 설명이 나오니까 몇번 보시면 다 이해가 갈 겁니다. 하여튼 참 재밌는 작품이니 추천.



인터뷰

다음에는 희소성 있는, 주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역시나 그림체도 독특하고 작가의 스토리텔링과 각 이야기들간의 내용 또한 재미있고 볼 가치가 있습니다. 독특한 방식의 내용구성은 재미를 더해주죠.



비산

작가의 그림내공이 참 궁금한 작품입니다. 어떻게 해서 그림으로 그렇게 슬프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그려낼 수 있는지.. 비산은 실제 어느 지역의 전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비산. 날아다니는 산을 의미하죠. 자신을 봐주지 못한 어느 신비한 거북과 자신을 처음 봐준 소년을 주인공으로 전개됩니다. 그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기쁨이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죠. 특히 작품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그 하얀 거북의 눈빛이란..



룬의 이야기

돌로 만들어진 골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바위들이 캐릭터이고, 주인공도 그렇다보니 정말 정적이고 서정적으로 흘러가는 작품은 그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죠. 길지 않은 작품이기에 가볍게.. 그렇지만 그닥 가볍지만은 않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업그레이드

기계들이 캐릭터입니다. 사람은 없고, 기계들만이 사는 세상인데,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어쩌면.. 한국의 정치, 사회를 비판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아니, 전 분명히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권력자들에게 감춰진 진실과, 그것도 모르고 속으며 그들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는,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하층민과 기억을 잃고 권력자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치안 담당 주드..



교수인형

이것도 꽤 막장스럽다고 생각되는데, 어렸을 때의 기억이 잘려진 이들과 차례차례로 벌어지는 자신들을 노린 폭력과 살인.. 이에 대한 진실과 결말 꽤 충격적입니다. 마지막화를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후속작을 염두해둔 듯한데 몇년째 안 나옵니다.



해골택시

죽은 사람들 중에서, 죽기 직전의 사람을 저 세상으로 대려오는 일을 맡은 자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죽어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공부하거나 뺑이를 치는 것이 싫어 해골택시기사의 후임이 됬지요. 이후 벌어지는 주인공의 경험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기사의 자격을 받는 내용입니다. 나름 재밌는 작품이니 추천.



아메리칸 유령잭

일단.. 시즌1은 추천합니다. 저에겐 의외로 상당히 신선하고 달달하게 다가오더군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지만 나름 재밌는 작품이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길게 설명할만한 건 없는 거 같네요. 마고은이라는 캐릭터가 참 마음이 들긴 했습니다. 차갑고 감정 기복이 없는 데 예쁜 여자.. 괜찮더군요..



타고난 사람들

이것도 특별히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주긴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전개가 아직 제대로 나아가진 않아서 벌써부터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본 것도, 앞으로 볼 것도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는 느낌은 옵니다. 쌍둥이..로 알려졌던 캐릭터들의 과거와 닥터필의 과거가 남아있긴 하지만 다 밝혀진다고 해도.. 아메리칸 유령잭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입니다. 추천한다면 여성들에게 주로 할만한 작품입니다.



페이머스맨

개인적으로 남자 주인공이 매우 귀여운 미소년이라 봤는 데, 이게 의외로 또 재미가 있더군요.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건 스토리나 캐릭터성이라기 보단 연출. 춤이라는 게 그림으로 봤을 때 박력있고 역동적이게 그리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게 연출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문제점을 박살냈더군요. 박력있고, 역동적이며, 물 흐르듯이 흐르는 연출. 이게 상당히 멋지게 그려져서 정말 보는 맛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유명인의 캐릭터성인데, 물론 작품적인 캐릭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걸 보는 독자들이 항상 암걸리네 어쩌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실망스럽더군요. 유명인의 정신적인 면에서 관심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유명인이라는 캐릭터에게 딱 맞고, 아주 적절하게 설정된 겁니다. 작품 내부에서도 한번 설명하듯이, 그런 류의 인간들은 관심병이라고 할만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유명인이라는 캐릭터가 작품의 초창기 때부터 소극적이나마 보여왔던 모습인데, 그게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진다는 것 가지고 아무런 문제없이, 아주 적절하고 딱 맞게 설정된 캐릭터성을 발암이네 어쩌네 하는 건 작품과 유명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몰이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유명인이 자신에 대한 관심에 대해 집착에 가깝게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그러한 모습을 줄이거나 없애면 캐릭터 자체가 붕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스토리의 진행이나 작품적 구성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유명인이 뭣 때문에 춤을 추고 유명해지고 싶은지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거에요.



수심 3000m에 닿으면

솔직히 너무 오래전에 봤고, 딱 한번 밖에 안 본 작품이라 내용이 잘 기억에 남은 건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분위기와 몰임감은 다음 웹툰에 있는 작품 중 최고 수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부러 현실과 가상(환각?)의 경계를 애매하게 하며 인간의 인지력을 한참 뛰어넘을 법한 존재들의 등장과 연출은 정말 대단했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을 먹는 성

최근 다시 컴백한 위 수심 3000m의 작가인 김만호 작가의 신작입니다. 담담하면서도 서사적인 느낌의 스토리텔링과 몰임감은 절대 녹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죠. 앞으로 큰 기대가 되는 작품이고, 분명 저에게 그 기대만큼의 만족을 안겨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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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작성할 때 다음, 네이버, 레진 등 추천할 것은 많지만 유료화 된 것들은 가급적 빼고 작성했습니다. 작성 시점에는 유료화가 되지 않았지만 유료화가 된 작품들도 많으며, 그런 작품들을 본 글에서 빼진 않겠습니다. 


어떤 사이트의 웹툰이든 완결작 위주로 서술했고, 명작이지만 잘 알려진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이 보았기 때문에 굳이 서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나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 위주로 리뷰, 추천하고 있습니다.




레진코믹스와 Ttale, 올레마켓웹툰 등의 사이트의 작품은 설명 없이 작품명만 말하겠습니다. 재밌는데 유료화 된 것은 빼겠습니다.

 -이 글을 처음 썻을 때의 기준이며, 현재 기준으론 이 중 유료화 된 작품들도 많습니다.


데드브레인, 저승GO,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 등 폴빠 세계관의 작품, 메지나, 가후전, 그것들, 외모윤리, 2인실, 크리슈나, 4컷용사, 340일간의 유예, 포갓레인저, 여자제갈량, 마사토끼의 작품들, DP개의 날, 유쾌한 왕따, 단지, 나폴레옹의 바다, 검은 역병, 천일야화, 인천상륙작전, 장인의 나라, 소라의 눈, 레드후드.



별도 리뷰 글 링크

[클릭]새벽을 얽매는 뱀

[클릭]디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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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른 곳에서 답변 형식으로 쓴 추천, 리뷰입니다.


2015.10.31 추가 및 수정사항

-본문에선 유료화 된 작품은 뺐지만 작성 이후 유료화된 작품들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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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웹툰에서 월요일마다 업데이트 되는 허견 작가의 트레저헌터에 대해 생각해본 바를 잠시 리뷰로 나타내볼까 합니다.




시즌1을 보면 그냥 개그물입니다. 사실 저같은 경우 트헌2를 먼저 보고 1을 본 경우라 트헌2의 무게감과 스토리, 대사등 표현력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런건 후반부에 짤막하게 나오고 거의 끝까지 개그물이었더군요. 그래도 뭐.. 개그가 재밌어서 별 상관은 없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든이 전 시즌2를 먼저봤죠. 시즌2는 대체로 암울하고 피폐(?)한 내용입니다. 김진호가 사실은 호문쿨루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1편에서 나왔던 몇몇 캐릭터와 엮인채 굴러갔죠.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트헌1이 '김진호'의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그리고 허천도와 듀오를 맞추며 그런 분위기를 '재미있게' 끌어갔다면 트헌2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지는 크롤카의 등장 이후 김진호는 깨어나지 않고 허천도는 점점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무게있는 분위기를 획득합니다. 또한 김진호가 깨어나지 않는 시점부터 김진호와의 듀오를 '일단' 깨지게 되었죠. 트헌2에서 나오지만 이후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허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독자인 우리는 알게되죠. 무명사로 가는 도중에 만난 허천도는 우리가 알던 허천도가 아닌, 허천도 캐릭터의 현실적임이 일이 돌아가는 무거운 분위기와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트헌2는 '라크리모사', 김진호의 호문쿨루스의 자신을 잃어버린 혼란과 죽음의 공포, 잃어버린.. 아니, 잃어버릴 목표를 암울하게 표현해냈고, 이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고통스럽고 피폐하게 만드는 아귀 파트가 나옴으로써 '라크리모사'는 자신의 목표를 잃어버린 셈이 됩니다.


트헌2의 마지막 부분, 크로미와 발루치가 연단술사의 전쟁선포 선언을 통해 앞으로의 귀추를 알렸습니다. 쉽게 말해서, 새로운 기점으로 접어든다라는 것을요.


예상대로 트헌3는 새로운 기점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직 2화 밖에 안 나왔지만 이제 상황은 김진호도, 라크리모사도 아닌 '연금술사와 연단술사'의 이야기가 되고있습니다. 연금술사와 연단술사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마 김진호..라기보단, 라크리모사가 이제 이들의 대립에, 이 커져버린 상황에 끼어들게 된다는 것을 위한 장치가 아닐까 합니가. 주인공은 김진호, 라크리모사인데 뜬금없이 배경쯤 되는 연금술사와 연단술사 이야기를 했다 다시 주인공의 이야기로 돌아가는건 제대로된 스토리가 아니니까요.



정말 트레저헌터는 작품입니다 작품.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추천합니다.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TreasureHunter    (트레저헌터1)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TreasureHunter2   (트레저헌터2)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treasurehunter3    (트레저헌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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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가 소개하고 싶은 게임은 턴제 격투게임인 토리바쉬(Toribash)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수 있는 게임인데, 위 동영상처럼 스틱맨같은 케릭터가 서로 격투를 하는 게임입니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면 맥에서도 돌아가는듯.

플레이어가 관절을 움직여서 공격을 하는게 격투 방식인데, 생각보다 어렵고 하다보면 재밌는 게임입니다.

처음 했을때 동영상처럼 하는게 매우 어렵다는걸 깨닫고 으헣헣 거리던게 생각나네요. 물리엔진도 적용되어 있고 이런 류의 게임이 다 그렇듯 움직임 자체는 그다지 매끄럽지 않지만(잘하는 사람이라면야..ㅇㅅㅇ) 깔끔한 그래픽과 전세계인과 즐기는 멀티가 장점이 아닌가 합니다.

어쨋든 여느 게임이 그렇듯 하다보면 재밌는 게임이죠.


싱글은 물론 멀티도 가능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저장해서 리플레이로 볼수도 있답니다.

아래는 유튜브에서 건진 고수들의 플레이,잘 찾아보면 많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네이버에 <까페>도 있더군요. 아쉽게도 아무도 활동을 안하지만...

참고로 스킨같은건 스토어(토리샵)같은곳에서 파는거같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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