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편.
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2016/11/1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편.
2016/11/1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2016/11/2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5편.
2016/11/2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빈 칸으로 던져졌던 떡밥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날 부려온 것이 바로 알레사라는 것. 알레사를 납치한다는 명령을 내린 것은 르넨이 아니었습니다. 르넨은 그에 대해 답하지 않았죠. 그렇다면 그와 내통할 수 있었던 것은? 알레사, 아니.. 나오미죠. 허쉬의 계획을 다시 돌이켜보면, 롤프에게 제국의 비밀을 알려주고, 토드에게 그 아이디어를 넘긴 뒤 빠져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미는 토드에게 납치 당하고 롤프를 통해 모친의 위치를 교환한 뒤 지부를 해산하고 그대로 빠져나올 계획이었겠죠. 하지만 토드는 그 계획 때문에 자신의 모친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에 대해 원한을 가진 것이고, 토드의 복수 대상은 르넨이었지만 르넨만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조차 나오미의 계획이었다고 가정하면 들어맞게 되죠. 가령, 헤스터라던가.
이런 추궁되는 상황에선 오히려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약한 모습이나 동정심을 이끌어내려는 태도가 오히려 의심을 불러 일으키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강하게 나오면 되려 의혹을 찌르는 당사자가 당황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런 반응을 토드가 낚아채 막습니다. 어떤 의혹에 대해 마찬가지로 잘 아는 타인이 동감해주면 믿음은 더욱 확고해지죠. 이 경우, 거짓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무서운 겁니다. 사실대로 털어놓으면서도, 아니.. 털어놓았기 때문에 더욱 신뢰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토드 말대로 진실보다는 진심이 더 중요하죠. 지금 보이는 태도가 진심일까요? 아니면 아직도 속에 비수 하나를 감추어두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진심을 확인하기 전까지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말은 말 뿐이죠.
바울은 그 진심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내가 여기 있는데 언제까지 속일테요?"
"당신은 '그때; 이후 발을 뺀 게 아니라 계속 내개 협조해왔어."
"나 혼자서는 힘들었겠지."
"당신의 공이요."
'그때.' 그러니까.. 알레사가 죽은 뒤 나오미가 이에 대해 항의하며 허쉬에게 복수할 거라 말했던 때입니다. 그리고 허쉬 역시도 그렇게 되리라는 걸 알았죠. 합당한 분노니까. 하지만 롤프를 죽일 순 없었고, 허쉬 역시 사랑하는 아들이 죽게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허쉬의 계획대로 움직였고, 롤프가 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니 그 계획대로 이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리고 마침내 롤프가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후 발을 빼지 않고 계속 협조해왔습니다.
알레사는 그때 이후 꾸준히 토드에게 협력해왔고, 아마란스 내의 여러가지 비밀과 정보들을 넘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란스 내부사정과 비밀통로를 알 수 있었고 이는 제국과의 공멸 계획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죠. 아무리 죽음의 개라도 그런 정보를 하나하나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롤프는 그런 이야기들을 부정하며 그렇다면 어째서 알레사가 자신의 납치라는 자작극을 벌였냐고 묻죠. 하지만 토드가 되받아치는 이야기는 분명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건 분명 롤프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고요. 이미 모친의 저택에서 다 나왔던 이야기니까요. 그 의혹이 풀린 겁니다. 단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토드의 설명대로, 알레사라는 캐릭터는 그 곳에서 증발했어야 했습니다. 계획대로요.
-덧. 토드의 말은 제국과 아마란스의 충돌 속에서 알레사(나오미)는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고, 애초에 공멸 자체가 목적이니 어느 한 쪽에 소속되거나 보호 받는 위치에 있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즉, 사라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혼자 도망가봐야 원한을 가진 자나 잔당, 혹은 잘못되어 승리한 쪽에서 알레사를 추적할 겁니다. 하지만 토드가 납치를 해서 숨겼거나 살해하여 흔적을 지웠다고 믿게 한다면 굳이 알레사의 행방을 의심할 사람은 누구도 없게 됩니다. 토드야 합의대로 공멸시켰으니 계약은 끝났고 원한도 없어야 되겠죠. 계산에 넣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수명을 계산하지 못했죠. 사라가 노환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건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인 건 사실이니까요. 그 탓에 원한을 가진 것이고, 정말 죽일까도 생각했다고 하죠. 하지만 이것도 결국 제국의 탓이야.. 맞는 말이죠. 결국은 제국이 거두어 이런 계약 관계를 만들고 어머니를 숨겨 토드와 만나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다 해서 알레사.. 나오미에 의해 모친을 만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뒤를 미행하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그래서 계획대로 그 시점에서 알레사라는 캐릭터가 증발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게 만듭니다. 즉, 전장으로 돌려보낸 거죠.
나오미는 원래대로라면 지부를 해산하고 토드에 의해 납치 당한 뒤 그대로 사라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토드의 모친은 죽었고, 그 즉시 알레사의 위치를 바울에게 말해줬습니다. 전장으로 돌려보낸 거죠. 또한 모친의 집에서 비밀문서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택으로 돌아온 뒤 롤프 또한 알레사가 제국의 비밀멤버라는 것을 알게 되죠. 제가 캡쳐를 못했는지 정확한 시점이 잘 기억 안 나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롤프와 한스가 모친의 집에 있을 때, 혹은 돌아올 때.. 하여간 알레사를 다시 데려오게끔 하기 전의 시점에서 르넨은 토드에게 편지를 받습니다. 잃어버린 유언장이 담긴 편지죠.
그 편지를 받은 르넨은 이후 비밀문서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 롤프에게 알레사(나오미)를 포로의 신분으로 데려오라고 부추깁니다. 그렇게 증발했어야할 알레사 캐릭터는 전장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죠. 아마 나오미 본인도 롤프와의 전통화를 통해 비밀기차를 타고 도망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올라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고르그에게 보호를 받는 시점에서 그대로 사라질 수도 없는 마당이긴 합니다만.. 그것도 롤프와 통화한 이후에 지원을 요청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어딜 가든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니 아론과 바울을 살리는 쪽으로, 그리고 좀 더 안전할 수 있을 곳으로 가는 거죠. 결국 고르그 지부도 제국의 공격을 받을 것이고, 제국의 공격대를 상대로 이기지 못할테니까.
나오미는 이런 사실들이 밝혀지는 게 그저 무섭고 불편하기만 하죠. 토드의 탈출이 디스비와의 비밀 거래에 의한 것이며 그녀는 그저 입막음 당했던 것이었으니. 그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나오미의 계획이었죠. 전쟁을 일으킬만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한스가 맹수의 감으로 알레사(나오미)가 가장 의심스럽다고 한 것은 굉장히 정확한 촉이었죠.
"이래서 치명적이란 거다."
믿는다고, 진심을 봤다고 하면서도 나오미의, 토드의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합니다. 그 또한 확신하기 어렵다는 거죠. 정황과 증언이 너무 정확하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치명적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믿음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 그녀의 능력은 믿음을 받는 거죠.
별개로 컷 배치가 영화적입니다. 마음을 속이는 재주에 대해 이야기하며 롤프는 알레사를 뒤돌아 바라보는 모습을 한 컷에 담아 온도차를 만들어내고, 바로 다음 신뢰를 질문하는 컷에는 둘의 얼굴/뒷모습을 줌인하여 서로 다른 컷에 배치하는 것. 그리고 믿는다 말하는 컷에 세명을 배치하면서 롤프는 나오미의 눈을 피합니다. 고개는 아래로 내리고 있고 다음 컷 토드는 턱을 들고 일침을 가하고 있죠. 말풍선과 인물의 배치가 눈의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대단히 자연스럽죠.
정말로, 의심할 정황과 근거는 차고도 넘치면서 믿어주는 롤프의 말에 조롱으로 받아치죠. "진심이라니.." 토드의 말대로 나오미가 본명이라는 것도 이제 막 깨달은 주제에 말입니다. 잘 알아도 롤프보단 토드가 더 잘 알 수 밖에 없거든요. 수 년동안 서로 손을 잡았던 관계인데다, 알레사와 나오미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으니까요.
믿든 안 믿든 토드가 그걸 설득해서 납득시켜야할 이유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죠.
나오미가 불리한 상황이죠. 저대로 그냥 둘 수도 없고, 입막음은 필요합니다. 그가 살아있다는 거 자체가 자신이 계속 의심 받을 근거로 작용하거든요. 토드가 죽어야만 롤프가 끝난 일이라 여기고 억지로라도 신경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니. 롤프 입장에서.
하지만 바울이 그걸 막고, 바울의 추궁에 대한 정당성으로 토드의 악마성과 죄악을 들이밉니다. 자신도 잃어봤고, 많은 이들이 그의 손에 죽었으니까. 죽어야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는 거죠. 자신의 복수이기도 하고, 그럴만한 놈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 또한 궤변을 위한 논리, 토드는 "그야 당신 죄까지 떠넘겨받고 있으니까." 라고 받아칩니다. 그렇죠. 나오미의 계획에 의해 자신이 죽여야 했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니까. 가령 허쉬라든가.
그래서 바울이 그 부분을 찌르는 거죠. 토드를 시켜 죽이게 한 사람 또한 나오미 자신인데 원래 괴물이었던 토드에게 그 죄를 모두 떠넘기면 자신은 괜찮은 놈이라는 것이냐고요. 토드를 시켜 죽이게 했지만 직접 죽인 건 토드니까 본인에겐 죄가 없냐는 소립니다.
전에 말했듯, 제국과 아마란스의 공멸입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 롤프 또한 죽어야 하고, 토드 또한 죽어야 하며, 그와 같은 피를 가진 레아 또한 죽여야 한다는 거죠. 즉, 종착점은 없습니다. 다 끝나야 끝나는 거죠.
자진한 게 아니죠. 토드가 다시 전장으로 돌려보낸 것 뿐. 변명치고는 허술하군요. 뭐, 그렇다 해도 토드의 증언을 부정하기 위해선 저런 식으로 애초에 그런 계획을 만들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죠. 자진한 게 아니라고 한다면 토드의 말이 모두 사실이 되는 거니까요. 실제로 어딜가든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기차역에서 다시 올라와 자진해서 제국의 저택으로 온 것처럼 보인 거고요.
바울의 말이 정말 절절하다는 느낌이 들죠. 개들은 다 그런다고.. 그렇지만 그건 그저 절박함을 이용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복수는 충분히 했으니 그만하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나오미의 복수에 종착점 같은 건 없죠.
토드는 그걸 눈치챈 거고요. 나오미의 모습도 알고 있으니, 그녀의 본심을 꿰뚫어보는 건 일도 아닙니다.
"다 널 위해서야."
"이런 걸로 날 위한다고 하지마!"
다 그렇죠. 누군가를 위한다며 정작 본인을 괴롭게할 뿐인 결정과 행동을 합니다. 레아의 본심과 바람과는 무관하게 토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레아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 뿐입니다.
토드는 나오미를 죽이진 않을 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 자신이나 롤프는 상관 없지만, 자신의 후계자인 바울과 자신의 여동생인 레아에게 위협이 될 것을 알았으니까요.
나오미 또한 죄책감을 느낀다는 거겠죠. 눈을 마주치고서도 방아쇠를 당길 만큼 뻔뻔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신의 죄악이기도 한 토드를 눈 앞에서, 눈을 마주치고 당길 순 없을 겁니다. 자신의 죄악이 손 위에,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을 붙들고 무겁게 하고 있으니.
그리고 토드는 그걸 어떻게 아느냐면, 알레사를 죽이고 나오미를 마주쳤을 때 눈을 마주친 적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인 자의 눈동자를 다시 바라보며 느낀 죄책감을 아니까요.
배신 당하고 버려졌지만.. 그런 거에 익숙하다며 버려지는 것에 크게 실망합니다. 그렇다 해서 죽길 바랄 정도로 모질진 않는다고, 결국은 토드를 막아서죠. 미안하단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드냐고.. 그렇죠. 많은 갈등과 실망은 그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도 다시 돌아올 수도, 부서지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그 말 한마디 못 하는 거죠.
이게 진심인지 아닌 지는...
원래 자리가 이런 거죠. 롤프와 바울은 같은 편에서 토드를 막아서며 싸우는 것. 알레사를 지키기 위해서.. 바울은 토드와 약속했지만 나오미의 본심을 꿰뚫어보곤 먼저 약속을 깨뜨립니다. 그러니 바울이 토드와 했던 합의는 의미 없어지는 거죠. 또한 바울은 다시 만들기 어렵지만 대체될 수 있는 후계자입니다. 하지만 레아는 대체할 수 없죠.
아이러니하게도 나오미와 토드라는 요소로 다시 친구 사이로 돌아오죠. 친했지만 애매했던 관계는 이 시점에서 무너지고 어색했던 벽은 깨어집니다. 이젠 진심으로 친구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가지마! 당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어!"
"모두가 나를 저주하고 있는걸."
"난 아니야!"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 그걸 스스로 인정하는 레아. 하지만 바울은 이제 잘 압니다. 그런 게 아무 의미 없는 자조이고 사회적 불합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레아를 구하고 그 삶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토드의 악마성을 목도한 레아는 그걸 쉽게 인정할 수 없죠.
자신이 살고자 하는 것은 아무 죄도 없고, 토드가 레아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토드가 원하는 것일 뿐이지 레아를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드의 잘못이지 레아의 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토드를 말리거나 쓰러뜨려야 할 문제이지, 레아가 죽어야할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바스커빌이기 때문에, 죽음의 개이기 때문에 그게 자신의 죄라니.. 바스커빌로 태어났으니 레아는 그 자체로 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롤프는 토드에게 네놈도 겪어봐야 한다고, 구하려면 토드가 구하라고 자신은 방해하지 않는 게 최소한의 배려라고 말했죠. 이는 토드도 겪어봐야 하는 일이고 그 놈 좋으라고 무고한 레아를 구하진 않겠다는 의미였습니다만, 레아에겐 다른 의미로 맞는 말이죠. 바스커빌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죄악을 덧씌우지 않으려면 죽어야 한다고.. 구할 가치가 없다고요.
"그만둬. 당신은 영웅이 아니야."
구하고자 하는 이에게 저런 말을 듣는 것도 괴로운 일이죠. 영웅이 아니다라.. 자기 아버지를 보고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영웅적인 삶, 그런 가치 있는 싸움, 영웅이 되고 싶었던 바울이지만.. 자신의 가치를 구해야할 대상에게 듣는 건..
하지만 영웅이라는 건 대단히 거창한 게 아닙니다. 토드라는 악의 화신을 상대로 약자를 구하고 세상의 정의를 지켜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살고자 하는, 살아야할 사람을 살리고 약자를 위해 대신 싸워줄 수 있으면 그게 정의죠. 바울이 하는 건 그런 겁니다. 그게 정의로울 뿐이고 영웅적일 뿐이지.
선택은 반드시 해야하죠. 선택지가 적을 떈 더더욱.
신뢰를 받는 것. 그 치명적인 속성에 롤프는 깊게 빠져든 거죠. 이미 본인도 잘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사라의 저택에서 했던 말을 토드에게 질문하며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한 거죠. 무의미한 짓이라는 건 자신도 잘 알고 있고 정확 상 그 내막을 인정하는 것도 어려운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억지를 부리면서 말하는 거죠.
"알레사는 결백해"
"그런건 신뢰가 아니라 부정이야."
그렇죠. 알레사, 나오미는 결백하다는 것을 믿어주는 신뢰가 아니라, 나오미는 결백하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 뿐입니다. 받아치는 솜씨 대단하네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으니..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
정말 멋진 대사.. 그 말대로 롤프도 토드의 말을 자신의 의혹에 대입하면 답은 나와있는 것이나 다름 없죠. 헤스터가 나오미의 계획을 눈치채고 견제해왔다면 헤스터의 죽음 이후 모든 일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나오미 입장에선 헤스터를 죽여야만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정문은 잠겨있죠. 혼자 도망가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지 나갈 길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인지, 연기 때문에 문을 열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일단 총으로 창문을 깨서 연기를 밖으로 빠져나가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잔뜩 흥분한 맹수들만 남기고 아마란스의 병력이 빠질 걸 알지만 말이죠.
나오미의 말대로 현관에까지 번지자 바로 뺄 생각을 합니다.
"후계자가 더 없는 이상 제국은 이미 패배했어. 패배한 맹수에겐 아무 가치도 없다나봐"
"무슨 명령이 그따위야!"
말만으론 롤프를 위해 대신 화내주는 듯한 거죠. 알레사, 나오미는 모두에게 믿음을 받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믿음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하여간 롤프가 살려줬던 저 녀석은 이 때 아주 큰 도움이 되죠.
"널 지키겠다고 나오미를 공격한 거야."
하지만 정작 본인이 헤스터를 믿어주지 않았죠. 알레사를 믿어줬기 때문에. 알레사를 믿은 대가가 모두를 잃기만 하는 것 뿐이었던 겁니다. 그 또한 이용 당하다 배신 당한 거죠. 새삼스럽지만..
롤프의 공격과 동시에 카운터 치는 토드.. 이때 내는 상처 때문에 롤프는 한 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토드의 3번째 웃음이기도 하고요. 각각의 웃음이 토드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지녔던 때라는 걸 생각해보면, 작품의 끝에 등장한 이 웃음은 사실 꽤 성급했다고 봅니다.
참고로 토드가 딱 3번만 웃는 건 아니고 미소짓거나 비웃거나 조소를 흘리는 모습은 여럿 보이지만, 어렸을 때처럼 진심으로 웃음을 짓는 건 아니라고 보다보니 이번까지 3번 웃는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너무 의미를 짓는 걸 수도 있습니다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죠.. 깊은 곳을 찌릅니다. 그런만큼 흘려듣기 어려운 말들이죠. 살아있는 이들 중에 토드만이 유일하게 알레사와 나오미의 모습을 모두 지켜본 이였고, 지적으로도 뛰어나며 통찰력도 굉장한 캐릭터니까요.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죽어라 뛰어다니며 레아를 찾는 바울. 하지만 이는 자신을 위한다는 생각보다, 그저 레아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에 의한 행동이죠.
게다가 그는 레아에게 해야할 말도 있죠. 사라의 유언. 그녀가 딸에게 해줬어야 했을 말.. 하지만 진심이기 위해선 딸이 없을 때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이에게 해야만 하는 말을.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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