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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ㄴ리뷰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by Konn 201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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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편.

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2016/11/1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편.

2016/11/1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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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아무도 뭐라 안 해. 덕분에 살았는걸."


나오미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야만로 정말로 가치있는 싸움을 했죠. 영웅이 되었고요. 원하던 느낌이 드는 게 아니었을 뿐..


아론도 그렇죠. 그냥 떠나도 됐음에도 해야만 하는 일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실천했죠. 그 덕에 한스가 돌아올 수 있었고.





여전히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나오미의 진심.. 결과적으로 나오미 덕에 살게 된 롤프의 뒷모습이 아련하네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고.. 묻어두고 싶은 과거이기도 하고..





여전히 토드의 죄를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레아에게도 전가하려는 맹수들.. 이번에도 바울은 대신 싸워주고자 합니다. 레아가 무엇인지가 아닌 누구인지를 보아주는 사람이니까.


더불어 레아의 말과 태도도 재밌는데, "저는.. 아니.." 라고 하는 건 마치 자신의 잘못을 해명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곧바로 저는.. 아니.. '나는!!' 이라고 하는 부분을 보면 수동적 해명이 아닌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하는 태도입니다. 바울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거죠.





네, 레아하고는 아무 상관 없죠. 그저 같은 피가 흐르는 바스커빌이라곤 해도, 레아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레아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레아를 이유로 토드가 죽인 거죠. 그건 토드가 잘못한 거고 토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애꿎은 레아가 아니라.





한스도 눈치는 있죠. 이대로 그냥 놔두면 어줍잖게 싸움이 벌어져 수적으로도 유리한 다른 맹수들에게 정말로 찢겨 죽었을테니까 그걸 자신이 대신 패줌으로써 무마하려는 거죠. 서로 책임을 비기는 겁니다.


하지만 역시 한스의 한계는 이거죠. 힘으로만 해결하려 드는 것.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라고 하지만 결국은 힘으로 누르겠다는 겁니다. 힘으로만 불만을 억제하는 조직은 오래 못가죠.





이게 한스와 롤프의 다른 점이죠. 명분을 통해 원하는 상황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 힘으로 누르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잡음이 안 나오거나 덜 나오게 할 수 있거든요. 속으로 불만이 있을 순 있어도 밖으로 낼 순 없는 그런 거죠. 힘만으론 안 되는 방식입니다. 전부터 말했던 한스와 롤프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이 장면이고요.





이미 했던 결정이기도 하고, 그걸 여기서 다시 한번 못 박은 것 뿐이죠. 후계자로서도, 총수로서도 버티지 못했던 곳이고, 이젠 그 지위마저도 포기했는 데 제국에 남아 있는 건 그저 다른 패밀리들 눈치나 보게 되는 일이죠. 그걸 한스가 비호해주려고 하겠지만 그 때문에 한스 또한 곤란해질 것이고.. 이런 정치적인 문제로 제국에 있어선 안 됩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바울이나 아론과 같은 동료들과 적대할 수 밖에 없는 제국에 더 남을 수도, 남기도 싫기 때문에 나가고자 하는 거죠. 맹수인 자신이 제국이 몸을 담으면서 개나 늑대와 같은 녀석들과 친구라는 걸 다른 제국의 일원들도 인정할 수 없고 자기 또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요. 동료들과 동료이고 친구와 친구이기 위해선 제국에서 나가야 합니다.





"괜찮아. 다시 만나자."


헤스터에게 해줬어야 했던 말이죠. 하지만 그럴 겨를도, 그럴 환경도 아니었을 뿐.. 하지만 이번엔 다르죠. 돌아갈 친구들이 있고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까.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자신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명분을 내세워 묵살시키는 걸 보면 한스의 저런 말도 이해가 가죠. 총수로서의 그릇 자체가 다르니까요. 과거 보육원 친구 문제로 롤프와 싸웠을 때 자신이 더 강하고 나약하지도 않다고 제국을 달라고 했지만 롤프에게 줄 것이라 못 박은 게 이런 역량차이 때문이었고요.


토드는 나름 만족하면서 죽은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의 미련을 모두 버리고 죽었고, 남은 짐은 바울이 새롭게, 더 나은 방식과 방향으로 짊어질 것을 알고 죽은 거니까요.





"괜찮아. 이거면 족해."


제국의 이념은 끝나야 한다.. 그 말대로 제국의 다른 부분을 보고, 이념이 가리고 있던 부분까지 보았지만, 그 나약함이 제국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진심을 확인했고, 더 성장할 수 있었죠.


이젠 제국이라는 거대한 짐에서 벗어나 기댈 수 있고 기대어줄 수 있는 친구들 사이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 그거면 족하죠. 어줍잖게 제국의 총수인 척하면서 강한 척 하고 갈등하며 부담스러워 하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때보다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환점이 되어준 이들.. 그리고 그들이 던져주는 본질적인 질문들이죠.


분명 가치있는 싸움이고 레아도 구해냈지만, 싸워서 이긴 뒤의 뭔가 말하기 힘든 시원함, 청명감, 해소 따위를 느끼진 못했다는 거죠. 당장 그렇게 하고도 바뀐 게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인가 하면서요. 


하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럴까요? 기회는 잡았어요. 그 기회를 통해 어떻게 변할 지는 남은 자들이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지, 충동에 따라 떠밀리는 지에 따라 다르겠죠.





오래되도 부품 하나하나 확실한 건 조금만 손보면 된다고 하죠. 아직도 종소리 한번 모자라는 거 같다만..





새로운 제국, 새로운 시작. 아버지 허쉬의 뜻대로 제국의 이념을 끝내고자 합니다. 물론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요. 한스도 이번 사건을 겪으며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원래부터 자신이 우월하다 믿었지만 그렇다고 경멸할 필요는 없다고 했죠. 원래부터 확실한 놈이었으니, 이번 경험을 통해 조금은 바뀐 모양이지요. 오래된 골동품 시계는 한스를 은유하는 거였으려나요? 비약이 심한 해석 같긴 합니다만..





아마란스도 이런 식이었다지만, 그래도 이번엔 시작부터 다르죠. 적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해서 부르는 거니까요. 





아론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했습니다. 뭐.. 늑대는 매어둘 수 없다는 거겠죠. 돌아가는 건 그저 원래 자기 무리로 돌아가는 것 뿐이니.


그래도 정말 중요한 조언해주고 떠나는군요. 정의든, 질서든 뭐든 처음과 같을 순 없다고요. 잘 새겨 들어야 하는 조언입니다.





모두 성장한 거죠. 바울도, 롤프도, 아론도. 지지 않는 꽃이라도 더럽혀질 순 있고, 이젠 그 꽃마저도 저버렸으니 우습지도 않을테죠. 그러니 이번에는 잘 생각해야 하는 거고요.





결국 변질될 거라는 건 둘 모두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뭐든 좋은 뜻을 가지고 시작해도 끝까지 온전할 순 없고, 중간에 다른 의지들이 개입되면서 변질되곤 하니까요. 주인공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소년만화처럼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 뒤 만들어지는 새 왕조, 새 국가, 새 조직이 영원히 완전무결하고 훌륭한 집단일 순 없죠. 그 주인공처럼 시원하고 후련하게 끝나지도 않고요.


가치 있게 싸워서 이겼음에도 후련하지 않고, 새로운 제국을 만든다고 해서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토드를 물리치고 레아를 구했다고 해서, 문 밖에 나간 뒤 세상의 모든 게 새로워지진 않는 거죠. 하지만 기회는 얻었고, 그 기회를 통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게 첫번째 선택이죠. 제국의 이념을 무너뜨린다는 선의와 대의를 위해 변하지 않으리란 의지와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제국을 만들 것인가, 어차피 똑같이 변할 것이고 더 이상 무가치할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선택.


덧해서.. 바울이랑 레아 썸타는 건 보기 좋네요. 레아가 워낙 귀여운 캐릭터라..





결국은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거죠. 아버지도 투견이었으니. 하지만 다른 투견과는 다르죠. 바울이 잡종이긴 해도 투견인 건 사실이고, 단지 투견이기 때문에 투견인 게 아니라, 투견일 수 있으니 투견이 되었다는 점이. 바울이기 이전에 투견인 게 아니라, 투견이기 이전에 바울인 겁니다. 혈통을 극복했다고나 할까요? 흔해 빠진 말이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겁니다.


바울은 결국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제국을 만들어 제국의 이념을 끝내자고. 문 밖에 나간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새로워질 리가 없죠.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을 하고, 그에 맞서는 자들과 싸우면서 바꾸어 가는 것이지.





개판이네.. 마지막까지 훌륭하고 멋진, 그리고 깔끔한 끝맺음. 역시 완성된 작가의 처음부터 끝까지 빈 부분 없이 꽉꽉 들어찬, 끝까지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흔해 빠진 소년만화와는 다른, 성인을 위한 성장만화. 개판은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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