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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이야기

김정은의 한국 공격 의사 없다는 발언은 왜 나왔을까?

by Konn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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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한민국 공격 의사 없다"…수위 조절, 왜?
https://v.daum.net/v/20241008202411269

[조선중앙TV (김정은 연설) :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김정은 "대한민국 공격의사 전혀 없다…무력사용 기도시 핵무기 사용 배제 안해"
https://v.daum.net/v/20241008064200710

김정은은 군사력 사용에 관한 북한 입장을 천명할 때마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달아왔다며, 자신은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서 군에 엄격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이어, 적들이 북한을 반대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모든 공격력을 주저없이 사용할 것이며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이 대한민국에 대한 강대강 발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격 의시 전혀 없다고 말하며, 무력 사용 기도시 핵무기 사용 배제 안 한다는 발언 역시 섞었습니다.

 

 

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여러개 있는데, 일단 윤석열이 미쳐서 북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너무 낮습니다. 상식적으로 그런 위험을 감수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보수 + 저 세대 특유의 북한에 대한 공포심과 과대평가는 생각보다 대단한 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말로만 세게 말하고 실제로는 무력 사용을 하지도 못하고,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를 겁니다.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 능력을 보면 군사를 어떻게 지시하고 움직이는지도 잘 모를 가능성이 높거든요. 사법연수원에선 그런 거 안 배우고 검사도 그런 거 해본 적 없고요. 대통령도 해본 적 없어서 잘 모른다는데.

 

 

그러니 북한은 예방 차원에서 저런 발언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독트린에 가까운 발표라고 봅니다. 즉, 대한민국과의 강대강 구도에서 벗어나 두 국가로서 따로 살겠다는 걸 의미한다고 봐야할 겁니다.

 

문제가 바로 이겁니다.

 

첫번째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다시 한번 북한에 의제를 빼앗기고 끌려가는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두 국가로 설 것이냐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거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한다 안 한다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한국도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습니다. 지금이 진보 정권이면 모르겠는데, 보수 정권은 언제나 강대강으로 나갔고 북한과의 어떠한 접촉을 철저히 금해오는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냥 접촉 끊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무너질 것이라는 요상한 믿음과, 그러한 상태 속에서 적대적 공생을 해오기 위해 더 나쁘게 만들 필요도 없고 더 좋게 만들어서는 더더욱 안 됐거든요.

 

그런 이유로 한국이 이제와서 우리 통일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그래서 현 한국 정권은 통일을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느냐에 대해 할 말이 없거든요. 오히려 전 정권의 업적이자 남북관계 개선 사항들을 북한 못지 않게 롤백 하고 지우기 위해 노력해왔던 게 사실이거든요. 따라서 통일을 해야 한다고? 근데 지금까지 통일에 대한 노력을 부정해왔잖아. 라는 주장에 반박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첫번째 문제와 엮이고요. 우리는 어 그래 하지마. 라는 답변 말고는 나올 답이 없습니다. 즉, 끌려가는 거죠.

 

세번째는, 그렇게 통일을 부정하게 되는 구도 속에서 남은 건 북진통일 or 급변 사태 시 중국의 적극적 개입에 대한 불완전한 명분을 가지고 국제적 분쟁이 발생하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중국이 너네 통일 안 한다면서, 통일에 관한 노력도 다 무너뜨리고, 북한의 두 국가론도 (소극적) 긍정했으면 할 말 없는 거 아니냐? 우린 동맹이고 혈맹이고 조선족이라는 중국 내 소수민족과 동일한 민족을 보호하고 조선족 자치구-북조선의 통합을 추구하는 건데?

 

라고 하면, 한국 입장에선 공세적 명분-무력을 통한 고토 회복-이 더 강한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근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중국과 군사적으로 붙어야 합니다. 근데 그게 더 좋을 리가 없잖아요? 미국도 하지 말라고 할 거고 협조 안 할 거고.

 

네번째로, 저런 발언이 나오는 이유로 추정되는 것 중 몇가지가 예상된다는 겁니다.

 

ㄱ.김정은의 건강 이상=김주애 권력 이양을 위한 남북관계 리스크 제거

ㄴ.북한 내의 불만 의식이 임계점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 더 이상 군사적 업적과 성과로 내부 결집과 충성 경쟁을 유도하며 질서를 유지할 수 없음. 국내 유화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

ㄷ.우러전쟁 속에서 꿀을 빨기 위한 한반도 리스크 일시적 해소.

 

 

ㄱ부터 보자면, 김정은 건강 이상설은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서 자주 나오고 올려치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상황 속에서 분명한 건 김주애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는 분명한 의지와 의도가 보인다는 거죠.

 

이게 단순히 김주애가 여자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미리미리 충성을 시키고 권력을 쥐어주는 식으로 천천히, 그러나 매우 이르게 지도자로 만들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예상대로 김정은의 건강이 좋지 않아 언제 업무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고, 설령 단발성이라 하더라도 권력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바인데 후계자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면 더 큰 혼란과 외부 개입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당장 김정은이 죽네 마네, 1~5년 안에 쓰러지네 아니네 같은 건 정보 기관이나 군, 행정부가 시나리오 써놓고 대비 해야할 일이니 그렇다치고, 그런 상황이 가능성을 가질 수 있으니 미리미리 남북관계의 리스크를 제거해야 합니다.

 

오히려 문제는 코로나-윤석열 정부 시기를 거치며 개같이 망한 대남 유화파를 지지 기반으로 삼는 건 어려울 것이라 지금 주류를 차지하고 쭉 밀어주긴 밀어줬던 강경파를 김주애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고 이러한 입장의 변화 속에서 강경파가 자신의 정체성을 버릴 수 있느냐는 겁니다.

 

따라서 의도를 따지져서 이번 발언들이 일시적이고 단발성이라면 오히려 주류를 차지한 강경파를 분열시켜 온건파를 분리해내거나, 진짜 강성을 보여주는 이들과 그저 권력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이들을 구분하며 충성 경쟁 및 검증을 하는 기회로 삼는다고 보는 게 설득력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번 대한민국에 공격 의사가 없다는 말이 단발성이라면 이후로도 필요하면 결국 도발을 하긴 할 겁니다. 다만 방식은 좀 달라질 수는 있겠죠.

 

 

ㄴ의 경우.. 동독도 서독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려 노력했습니다.. 만, 그럴 조건이 아니었죠. 그래서 결국 열등감, 박탈감, 불만 등등이 꾸준히 쌓였고.. 지금까지 북한은 차단을 잘 해왔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렇지 못하게 됐습니다. 2000년도만 해도 90년대에 쓰던 장비로 영상이니 노래니 가져왔다고 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아예 USB만 가지고 와서 노트북이나 영상 단말기에 꽂아서 남쪽 영상물, 문화 컨텐츠 본다고 하고 그 규모 역시 결코 작지 않다고 하니까요.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 인민 내부에서도 기존처럼 세뇌 교육 잘 안 되고, 좀만 참으면 통일 가능한 거 아니냐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다시 가라앉았고, 그런 경험을 겪으니 도리어 불만과 반발심이 발생할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사족이라면 사족이지만, 이에 대해 지대한 역할을 한 게 바로 김노 정권의 햇볕정책과, 더욱 직접적으로는 문재인의 대북 관계 개선이었습니다. 그때는 진짜 종전 하나? 하게 만들었고 판문점에서 문재인-김정은-트럼프의 역사적인 만남을 만들어내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런 맥락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진짜 하나? 좀만 참으면? 이라는 생각을 했을텐데 그게 다 박살나고 개꿈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니 불만은 오히려 기대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그게 단순 불만이 아니라 체제 자체에 대한 컨트롤 하기 어려운 규모로 쌓이는 게 느껴지니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김을 빼줘야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그들이 원하는 통일에 대한 기대, 강대강 구도의 해체입니다. 일단 대한민국을 공격 안 한다는 말은 강대강 구도를 해체하는 거니까 넘어가고, 통일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분명하게 통일 안 한다는 걸 천명하고 있습니다. 역 이름조차 통일역에서 통일을 때고 그냥 역(...)으로 만들었을 정도니까요.

 

다만 이전에 안 됐던 것들을 풀어주고 공식화하거나 단속을 안 하는 식으로 불만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게 북한 내부에서 적절한 계산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고 실제 효과가 있을지도 다소 의문스럽지만 불만을 줄여놓기는 해야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내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날 거니까요. 그리고 노동당 놈들 죽든 말든 알 바는 아니다만 중국의 개입은 필연적이고, 통일에 대한 노력을 개박살낸 한국은 그에 대해 큰 소리 낼 입장이 못 됩니다. 즉, 우리 국익에 반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거죠.

 

 

ㄷ은 뭐 별 거 아닌데, 그냥 우러 전쟁에서 러시아 지원하면서 러시아가 꿀떡 물려주니 그거 가지고 꼬투리 잡혀서 군사적 리스크 발생하기 전에 미리 군사적 경쟁의 구도를 흔들자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군 장교 6명이 우러 전쟁에서 죽었다고도 하니까요. 그들을 파견하는 대가가 없을 리는 없죠.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좋은 건 아닙니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또 다시 북한에 빼앗기는 것도 그렇고, 급변 사태가 벌어졌을 때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발언력이 약화되는 것도 문제고, 설령 북한이 알아서 잘 버티는 게 성공해서 진짜 두 국가화가 되었을 때 한국이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너무 의심됩니다. 뭐, 모를 일이긴 하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친다면 한반도 문제에 있어 밀어버리지도 못하고 평화통일을 하지도 못하는 개같은 상황에 빠집니다. 중국과 (그보단 조금 덜이지만) 일본만 웃는 상황이죠.

 

 

평화통일의 길이 멀어진다면 북진통일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떤 선택지든 모두 평화통일보다 더 나을 수 없습니다. 평화통일로 발생할 비용과 문제를 고려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양국간의 감정이 증발하고 정상국가화 된 뒤 평화롭게 점진적으로 통일하며 하나의 체제를 이행하자는 이상 중의 이상적 상황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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