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친중이라는 비판을 받아야할 것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전승절 참여였죠.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는 능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겁니다. 자유 진영에서도 이름값, 전략적 중요성이 크나큰 한국이 중국의 전승절에 참여하는 게 다른 자유진영의 시각이 어떻게 비칠지.
박근혜의 이 어처구니 없는 외교력 덕분에 미국은 한국의 포지션과 속내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사드를 강요함으로서 한국을 시험했습니다. 어차피 사드는 들어가야할 물건이지만, 이걸 강경히 압박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참여할 것이냐, 친중적 판단을 내릴 것이냐를 선택하게 만들었고, 당연히 미국과의 동맹을 던질 수 없는 한국 입장에선 중국을 자극하게 될 것이 뻔한, 그렇기 때문에 좋든 싫든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존속됨을 천명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이 이상한 짓을 하니까 너, 우리편인 걸 증명해라. 하게 만든 겁니다. 그리고 이건 반쯤 외통수이기 때문에(한국이 미국 손을 놓을 수가 있나요?) 무조건 결과는 정해진 일이었죠. 중요 동맹에게도 증명을 요구하는 미국의 과감한 외교력이기도 하고요.
결국 한국은 사드를 들여오면서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반대로 어차피 들여오게 될 사드를 불필요한 논란과 함께 들여오며 미국에게 얻은 건 없이 정치적, 외교적 손해만 보게 됩니다. 정석대로라면 중국을 덜 자극하면서 원만하게 천천히 들여올 수 있는 물건이었거든요.
이에 대한 극우보수 세력에선 이 사건을 이제 어떻게 기억하냐면, 이혁재의 더 발언처럼 시진핑의 왼쪽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이 누가 있느냐고 기억합니다. 네, 자뻑이죠. 솔직히 전 사상적으로 불순하다고 봅니다. 근데 이거랑 비슷한 사고관이 또 어디에 있었냐면, 한국 극우보수의 사상적, 정신적 뿌리인 일본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바로 80년대 도시바 스캔들인데, 군비경쟁하던 미국과 소련은 잠수함 전력은 미국이 훨씬 우위에 있었습니다. 왜냐면 다축 CNC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죠. 잠수함 뒤쪽에 있는 프로펠러, 스크류를 훨씬 정밀하게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소음이 소련 잠수함보다 훨씬 적었고 속도도 훨씬 빨랐습니다.
근데 일본 도시바에서 중요 전략물자, 당연히 미국이 금수품목으로 지정한 다축 CNC를 노르웨이 업체를 통해서 소련에 장비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홀라당 팔아먹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미국은 소련의 스크류가 갑자기 성능이 좋아졌다는 걸 알아냈고, 그 원인을 찾아보니 일본 도시바였다.. 그 때문에 미국이 열받았고 일본에서도 난리가 있었다.. 이런 건데.
왜 이것과 박근혜의 전승절 참여가 비슷하냐면, 당시 일본 쪽에서는 미국과 소련이 강대강으로 살벌하게 경쟁하고 있으니까 자유주의 진영의 네임밸류 있는 일본이 소련과 적절하게 괜찮은 관계를 지니면 미소 양쪽에서 이익을 받아먹을 수도 있고, 소련이 일본의 발언을 좀 더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미국과 소련의 중재자 역할을 맡으며 냉전 분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거나 최소한 중간자로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런 계산이었을 거란 거거든요.
아마 박근혜는 정말 이혁재의 생각과 비슷한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박근혜 본인이 내렸을지,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판단을 내려줬는진 모르겠지만, 진짜. 정말로. 박근혜가 시진핑의 옆에 서는 모습을 원했을 거라는 심증이 꽤 강하게 듭니다. 자유주의 진영 중 누구도 시진핑의 옆에 서질 못했으니, 이거 꽤 그림이 나올 거고 미국과 중국의 분쟁 및 대립에 있어서도 전승절에 참여한 한국을 중국이 존중할 것이니 미중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로 중요한 외교적/국제적 위치를 담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을 거라고 말입니다.
뭐, 사실이야 어쨌든 굉장한 외교적 오판이었고 한국의 국익과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실책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 문재인이 실제로 친중 정책을 펼쳤는지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런 적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친중 정책이 뭐가 있느냐 하면 정말로 뚜렷한 게 없습니다. 진짜로요.
반면 문재인 정부가 친중으로 욕을 먹는 이유를 찾아보자면 문재인 본인의 중국몽 발언이 특히나 대표적인데, 이건 원문을 찾아본 사람이 극히 드뭅니다(...) 진짜로요.
https://www.yna.co.kr/view/AKR20171215067000001
https://cafe.daum.net/Europa/3Q5x/106188
근데 정작 중국몽 발언의 전문을 확인해보면 일베를 비롯한 극우보수 쪽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맥락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오히려 중국의 독재를 세련되게 비판하는 의미로 읽어야 맞습니다.
이외에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때문이 아니라고 발언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게 친중 정책인 건 아닙니다. 미세먼지 대책과 노력을 아예 안 한 것도 아니고요. 까놓고 말해서 이 미세먼지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도 안 했습니다. 그게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중국 동부 해안 공장지대에 융단폭격 날릴 거 아니면 해결 불가능한 문제입니다. 극우보수든 진보좌파든 중국 정부가 말을 한다고 듣는 놈들이 아니라는 점에는 다들 동의할 겁니다. 미세먼지 어떻게 해보라고 해서 중국이 귓등으로도 들을 것 같은지요?
자, 그럼 왜 문재인이 친중이 되었느냐 하면...
그냥 그런 파편적 인상을 특정 세력에서 부풀리고 지속적으로 떠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아래 자료를 봐주세요.
이것 이외에도 여러 선동 사례들이 있습니다. 다양하죠. 정권초부터 끈질기게 시도해왔던 한미동맹 위기설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방미 때도 햄버거 안 줬다고 푸대접이라도 된 것처럼 굴던 조선일보라든가...
아무튼, 위 자료를 보고서 확신하게 된 건, 이런 프레임을 정권 초, 혹은 그 이전부터 그려왔고 의도해온 세력 내지는 전략적 합의가 보였다는 점입니다.
위 댓글들에서 나오는 반응은 문재인이 분명하고 확고하게 친중파여야만 나올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문재인이 실제 친중 정책을 했거나 친중적인 포지션을 보였던 점은 없다는 점이죠. 뭐 시노팜을 들여온 것도 아니고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동의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정책적, 외교적 액션을 취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확고하게 문재인이 친중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중공군 막아 훈장 받은 영웅을 세운 건 한국과 미국이 반중, 대중국 포위망에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고, 사실상 쿼드에 가입한 건 아니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입장과 같이 하겠다는 걸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거거든요. 만약 문재인이 친중이었다면 저기서 꽤 당혹스럽게 받아들이고 거부까진 아니더라도 깔끔하게 웃는 낯을 할 수는 없어야 맞습니다. 외교에서 표정 또한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타국 외교정상과 맞이하는 시진핑의 웃음이라든가. 아베와 악수할 때만 시원찮다는 표정이었죠.)
따라서 문재인과 문재인 정부가 친중으로 평가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꾸준히 문재인과 문재인 정부를 친중, 친중정책, 친중 정부라고 단정짓고, 은유하고, 허수아비를 비판하고 왜곡하며 공격했습니다. 문재인의 친중 발언이다 라는 것들도 찾아보면 앞서의 중국몽 발언처럼 왜곡되어 공격하는데 사용되었지요.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095
그리고 사람들은 언론의 말에, 언론이 형성한 분위기와 프레임이 그대로 낚인 거죠. 까놓고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팩트체크하지 않거든요. 그럼 눈과 귀를 장악하는 쪽이 이기는 싸움이죠. 이번 미사일 제한 해제와 같은 국익 및 안보에 직결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보도를 안 하려는 쪽으로 나오고 조선일보처럼 햄버거 대접 못 받았다는 식으로 공격하기도 합니다. 마치 햄버거 따위가 중요한 외교적 대접인 것처럼요.
마찬가지로 종편에서도 문재인의 방미 업적을 보도 안 하고 건강프로나 방영했다고 하죠. 아마 문재인 방미보다 스가 미일정상 관련 보도를 더 많이 했을 겁니다.
수년 동안 한미동맹이 악화되었거나 위험하다, 흔들린다고 했지만 코로나 때도 미군 장성이 나서서 그런 거 없다고 그런 식의 보도에 불편함을 표한 적이 있었던 것처럼 실제로는 전혀 아닌데 말입니다.
근데 사람들은 정말로 문재인이 친중이고, 친중 정책을 펴는 친중 정부이기 때문에 한미관계가 안 좋아졌다고 믿습니다.
바로 언론의 양적인 선동 물량공세가 있었기 때문이죠.
대부분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는 뉴스만 보고, 보이는 기사만 보게 됩니다. 그러니 일단 양적으로 이슈를 선점해놓으면 선동하기가 굉장히 편해지죠.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이 얼마나 많고, 그들의 물량공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조국 당시의 100만 기사, 다른 의견에서조차 족히 수십만, 적어도 10만 이상(...)인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짠가?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이런 전략을 짰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언론사나 극우보수 진영 내에서 자체적으로 형성된 어거지 비판이 양적인 목소리에 힘입어 프레임화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문재인이 친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른바 만들어진 친중 악마인 셈입니다.
애당초 문재인 친중 타령은 그들의 믿음의 발로이고 그래야 한다는 내제적 당위의 표상이지 실제 문재인이 친중으로 보일만한 껀덕지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거든요. 반문, 반정부, 극우보수 세력에서 욕을 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되는데 없으니까 만들어내서 욕하는 거죠. 그리고 이유가 생겼으니 욕하는 자기가 정의인 거고, 욕하는 대상은 몰아내야할 적, 성전의 대상이 되는 악마로 취급되는 거고요.
극우보수 세력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중도세력도 이 프레임 선동에 넘어가서 진짜 문재인이 반미친중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젠 저쪽 진영에선 확고한 진실, 상수가 되어버렸습니다. 따지고 보면 믿고 싶어서 그렇게 믿은 거지만, 그들의 믿음이니 어쩌겠습니까.
돌대가리라고 욕을 해도 애초에 전제 자체가 다르다보니 그 전제를 부숴야 하는데, 그러려면 4년 넘게 쌓아온 문재인 친중이라는 관점의 근거과 믿음을 싸그리 날려야 하는데, 언젠가 역사화되거나 관심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는 한 당장 그럴 리가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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