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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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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각자도생 사회 분위기가 강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은 진보 정권이었지만 그렇다고 사회 분위기를 크게 변화 시켰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관성은 결코 줄어들지도 않고, 경제가 크게 더 나아진 것도 아니며, 사회적으로 보수 분위기는 진보 정권 아래에서도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며, 디씨-일베 문화 역시 여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윤석열 정부. 이전 정권에 억눌린 게 많았는지 강력한 반동적 현상이 이루어지며 너무나도 빠르게 사회의 역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놓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스탠스와 입장, 철학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만큼 사회 안전망 역시 해체되고 있습니다. 청년,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과 복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각자도생이라는 게 뭘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흔히 생각하는 건, 그냥 '알아서 잘 하는 것.',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 따위를 생각할 겁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원래 사회는 그랬어요. 남을 도와주지도 않고 남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 건 원래 그랬어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특히 넉넉하고 인심 후하던 시기엔 조금이라도 남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각자도생이 함의하는 바는 그런 게 아닙니다.

각자도생이 함의하는 바는, 부정하고 부패한 사회에서 가진 바 재산과 신분에 따라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처우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누군가 피해를 보더라도 공정한 판단과 집행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사회적 신뢰와 공적 신뢰 역시 바닥에 추락하고 당연히 믿어야 할 것들을 믿지 못하는 사회를 말하는 거죠.

좀 더 구체적이고 쉽게 말하자면, 내가 범죄 피해를 보더라도 상대가 돈 많은 좋은 집안 자식이라면 제대로된 수사와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고 법정까지 가도 공정한 재판과 판결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럴 것도 없이, 단순히 길가다 사고가 나거나 미친놈에 의해 피해를 입더라도 경찰은 귀찮다는 이유로 CCTV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현장 탐문 따위도 하지 않으며 그거 못 잡는다 증거가 없다느니 법정까지 가봐야 오히려 손해라는 둥 수사조차 시작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나 그 가족 스스로가 직접 증거를 찾고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직접 관계 법령 및 판례를 찾아가며 공부하여 법정까지 끌고가든 말든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각자도생 사회죠.

 

정부, 제도의 작동을 기대하지 못해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사회. 직접 범인을 잡아와야 하고 직접 증거를 채집해야 하며, 직접 필요한 서류를 찾아서 발급 받고, 제출하며, 때에 따라서 변호까지 해야 하는. 그리고 그 외의 영역에서도 크게 다를 건 없는 사회.

 



그럼 왜 이런 각자도생 사회가 만들어졌는가 하면, 쉽게 말해 사회적 신뢰, 그 중에서도 공적 신뢰가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표창장 위조했다며 자살하라는 듯 수백 곳을 압수수색하고 몇년 째 재판을 끌고가며 어떻게든 깜빵 속에 쳐넣어 집안을 풍비박산을 내는데 누구는 똑같거나 더 심한 범죄임에도 언론은 잠깐 반짝하고 열심히 입을 다물고 있으며, 경찰과 검찰은 사건 그 자체는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범죄에 관해서도 너무나도 관대한 처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 어미아비는 여전히 국회의원, 당직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부정부패한 이들이야말로 제대로된 처벌은커녕 수사도 잘 되지 않는데 믿을 수 있겠느냐는 공통된 인식, 그리고 실제로 발생하는 경찰과 검찰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수사의 실제 사례들. 누구는 롤스로이스로 사람을 박아놓고 멀쩡히 돌아다니다 여론 의식해서 며칠이나 더 주면서 뒤늦게 체포하네 어쩌네 하는 사례까지.

 내가 피해를 봤을 때 공권력과 수사기관을 믿을 수 있을까? 경찰에 신고한다고 죄인이 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이걸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 사회적 신뢰 중 공적 신뢰는 박살나고 그때부터 각자도생 사회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정부가 복지를 줄여서 내 힘든 삶을 알아서 관리해야 하고, 정부가 투자를 줄여서 내 직장과 경제적 상황을 알아서 해결해야 하며, 정부가 경찰 인력을 줄여서 우리 동네 치안은 스스로 조심해야 하고, 정부가 의료보험을 개편해 미리미리 검사도 받고 치료도 받고, 약도 받아놓아야 하며, 정부가 서민 증세를 한다고 자기 재정 상황을 미리 계획해야 하기도, 정부가 실업급여 줄이기 때문에 실업 이후 여유가 줄어들 것까지 고려 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다종 다양한 분야와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보호해줬던 사회적 안정망이 해체되고 지금껏 신뢰해왔던 시스템과 제도적 장치들이 사라지며, 그 시스템을 다뤄왔던 이들의 평향적이고 불공정한 차별, 공공연하게 보도되는 실제 사례들까지.

 

각자도생 사회는 그 사회가 얼마나 해체되어 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정부가, 국가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하지 않으니 각자 알아서 생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말이 나오는 거죠.

 

즉, 우리 사회가 견고하지 못하여 무너질 때나 나오는 말입니다. 그 극단은 정부가 사라지거나, 권위가 무너진 사실상의 무정부상황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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