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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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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정치의 기술 중 하나가 불리한 의제는 묻고 유리한 의제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유리한 의제가 어렵다면 논란이 많은 의제를 가져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덕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한일해저터널이라는 의제로 논란을 키워 불리한 정세를 흐리게 만든 김종인의 술수는 꽤 괜찮았지요.

 

어째서 굳이 한일해저터널이라는 주제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아예 경부선 지하화가 낫지 않겠냐는 말까지 꺼낼 정도인데, 아마 다른 모든 의제보다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간함 주제였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반격도 예상하기 쉽고 1차원적이라 대응하기도 어렵지 않을 거고요. 당장 민주당은 한일해저터널에 친일 딱지를 붙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전 문제라고 봅니다. 한일해저터널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이 안 나는 무의미한 사업입니다. 심지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경제성이 약하고 무엇보다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습니다. 수십 조, 많게는 100조까지도 추산할 정도인데, 그 정도 돈이면 차라리 국민 전부에게 1억씩 뿌리는 게 더 낫죠.

 

 

간단하게 몇가지만 지적하자면, 부산항은 세계 5위 항구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력이 세계 순위권에 들고 무역대국으로 치자면 경제력보다 더 높은 순위를 매길 수 있을 겁니다. 이는 다시 말해 부산항이 일개 포구가 아니라는 점이고, 과거 100년 전처럼 일본에 쌀이나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기도 하죠. 

 

그런 규모만큼이나 물류의 집중도는 좁은 국토에서 더욱 효율적이게 됩니다. 부산항에서 대체로 처리해버릴 수 있다는 거니까요. 위치도 좋고, 물류에 있어서도 효율적입니다.

 

공사비가 수십 조 원이면 통행료도 결코 싸지 않을 겁니다. 물류는 터널로 옮기는 것보다 배로 옮기는 게 더 싸고 효율적일 겁니다. 가까운 곳이라면 속도가 빠르다는 점 정도나 이익일까요. 근데, 특히 대륙 물류와 연결되기 어려운 지리적 상황(북한의 존재) 때문에 한국에 물류를 육로로 옮겨봐야 큰 의미는 없죠. 일본 철도가 신칸센 같은 걸 빼면 협궤로 이루어져 호환이 안 되고 옮길 수 있는 양과 속도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무의미하죠.

 

설령 북한에 철도 깔리고 중국, 시베리아, 유럽까지 쭉쭉 이었다고 해봐야 안전한 경로가 아닙니다. 날씨, 치안 등등. 중앙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야 말할 거 없고, 시베리아의 날씨는 더더욱 말썽이라 고려해야 하는 게 많아집니다. 그런 걸 떠나서 유럽이든 중동이든 육로 수송보단 해양 수송을 선호합니다. 더 싸고 빠르거든요. 중간에 여러 나라 거치면서 통행료 내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냥 배로 직송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아까 포구 이야기도 있었는데, 전우용 역사학자 말처럼 포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만 처리하는 작은 항구입니다. 그래서 다리 놓이면 역할이 없어지며 사라지거나 쇠퇴하죠. 하지만 부산항이 작은 항구인가요? 부산에서 나가는 화물은 일본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한국 수출품이 가는 모든 곳, 심지어 외국 상품들끼리 환적해서 나가는 항입니다. 일본행 화물 빼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무역대국의 수출입 물량을 받는 항구라는 거죠.

 

결론적으로 경제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겁니다. 들어가는 공사비에 비해. 일본으로 빠지는 물량을 빼도 일거리 자체는 많다는 겁니다. 게다가 일본 쪽 수출은 무역갈등과 함께 줄었다는 점도요. 다만 코로나 19와 함께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인천항 쪽에서 동남아 쪽 신규항로 물동량 증가와 함께 부산항 물동량이 좀 줄어들 수는 있습니다. 한일해저터널을 통해 일본 쪽 물류가 빠지겠지만 한일 양쪽에게 그다지 경제적이진 못할 겁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있는 게 한일해저터널의 경제성과 목적성 문제입니다. 근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반대 논리가 어떻죠? 민주당에선 친일로 몰고 있고, 전우용 학자 말대로 한국에 몰리는 경제성이 일본으로 빠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거기에 동의할 수 없겠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응은 친일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 기실 국힘당과 그 지지자들 입장에서 친일 비판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들이 인정하지 않든 아니든 오랫동안 들어왔던 거고, 거기서 더 새로울 게 없을 지경일 겁니다.

 

심지어 진짜 친일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사항에서도 입을 다물고 모른 척 넘어가려고 했으면 했지 인정하거나 그게 지지 철회, 혹은 표를 안 주는 상황까지 가지도 않죠. 지지자들조차 국힘당 욕해도 결국 투표장 가면 국힘당 찍을 사람들이라 친일 비판은 지겹다거나 그 비판을 사실이라 인정하기 싫어서, 혹은 진짜 사실이라 짜증난다 정도의 인상을 줘도 표가 빠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빠져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거죠.

 

 

전 아예 민주당이 이에 대해 별 다른 반응이 없길 바랬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의제로 넘어가지 말고 가덕도 의제를 길게 끌고가서 국힘당을 분열시키고 국힘당 지지자들, 특히 부산 쪽 사람들의 지지층 이탈을 노렸어야 했습니다. 설령 이 떡밥을 물어도 가덕도를 꾸준히 계속 어거지로라도 끌고가면서 국힘당의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물었더군요. 그것도 굉장히 1차원적인 수준의 이해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국힘당 친일 비판은 유효할 지는 몰라도, 국힘당 지지자들에게 친일 비판은 무의미합니다. 이게 그들의 친일적 행위나 사상에 대한 무감각함, 더 나아가 그들의 (인정하지 않는) 친일적 성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비판이라는 겁니다.

 

물론 민주당도 저걸 제대로 각잡고 물기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식으로 포퓰리즘적인 의제라고 비판할 수는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민주당의 대응이 멍청한 거죠.

 

민주당이 헤게모니 정치를 못하는 게 이런 면 때문이죠. 지금 국힘당 쪽에선 뭐라고 하고 있죠? 한일해저터널 떡밥을 이용해 민주당의 친일 비판을 이끌어내고,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의제를 빼어온 뒤, 반일 감정에 편승하면 안 된다면서 오히려 민주당의 반일사상이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의제를 가덕도에서 한일해저터널, 친일과 반일 논란으로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원전게이트라는 시덥잖은 선동질을 하면서 정권을 공격하고 있고요.

 

최근 성범죄 프레임 선동 지령이 유출되었는데, 민주당과 청와대는 가덕도 떡밥으로 국힘당을 부산 시민과 분열시키고 원전 게이트라는 장난질을 성범죄 프레임 선동 지령 건으로 받아치며 아젠다 경쟁을 했어야 했습니다. 근데 아무 것도 못하고 있죠. 정치 못하는 놈들답게요.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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