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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ㄴ성담론

여시를 까는 낙태와 낙태충.

by Konn 201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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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전제해야될 것은, 이 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시대 카페 회원들을 변호하거나 쉴드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겁니다. 좀 더 큰 그림에서 그러한 비판이 올바른 것인가, 또한 그 비판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를 다루기 위함입니다.



먼저 낙태라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불법이긴 합니다. 그리고 낙태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비판은 분명 유의미하죠. 그렇지만 그것이 반드시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낙태 찬성론자들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싸지른 남자는 도망가고 여자 혼자서 그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낳고 기르기가 굉장히 힘들고, 경우에 따라선 아예 불가능하며 그러한 것을 원인으로 마찬가지의 영아 살해가 벌어질 수 있음이 그것이죠.


그렇다면 아이와 자신의 건강과 생활을 망치며 결국 둘 모두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큰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가만히 두고 봐야하느냐 하는 겁니다. 물론 이것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소위, 복지라는 것을 통해요. 미혼모 따위를 국가가 지원하고 보조하는 형식으로 혼자 아이를 낳아도 생활을 영유할 수 있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예정된 불행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해보자는 의견이 이러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싸지른 남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멀쩡히 살아가는 반면 진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은 낙태로 인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죠. 이것은 단순히 생각해봐도 불합리적입니다.



다만 저는 낙태 찬성론자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론자도 아닌지라, 현재 낙태에 대한 제 생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중립 정도로 아직 어느 쪽에 서지는 못하겠다는 것이죠. 판단이 서질 않아서 말입니다.



여성시대 카페 회원을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했다는 사실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비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러한 비판을 넘어서 비난의 수준에서 그들을 싸잡아 공격하는 짓은 까놓고 말해서 꽤나 멍청한 짓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싸지른 놈은 따로 있거든요. 이런 경우 싸지른 남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없고 단순히 애를 낳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인지, 심지어 그 중에서 싸지르고 도망갔기 때문에 더더욱이라는 이유가 존재하는 지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여자만 욕하고 여자탓을 하는 것은 맞지 않죠.


이러한 시각은 남성우월적이며 동시에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비판태도입니다. 물론, 역시 낙태에 대한 여러 의견이 존재하고 이것은 현재에도 수많은 전문가와 학자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의 대상이 되는지라 어떤 의견을 가지든 그것은 자유이고 그러한 자유를 토대로 낙태에 대한 자신의 의견, 태도를 정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해선 어떻게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입 밖으로 내놓은 순간 그것은 공공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고 그 자신의 낙태에 대한 입장이 어찌됐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의한 비판 또한 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죠.



주로 여시를 낙태충이라고 혐오하는 부류는 일베인데, 일베의 여성혐오를 생각하면 여시를 혐오하는 것은 그닥 이상한 일도 아니고, 그 중에서 특히 이미지가 나쁜(그리고 실제로 그런 멍청이들인) 여시를 욕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딱히 낙태에 대해서 특별히 반대하거나 비판론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낙태를 저지르는 여시를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시가 싫기에 낙태를 핑계삼는다. 라는 것이 맞겠지요. 욕은 하고 싶은데 그냥 막 이유도 없이 까는 건 좀 그러니까 낙태라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있는 불법행위를 핑계삼자. 하면서 낙태에 대한 입장을 세우는 거라고 볼 수 있죠. 낙태를 하기 때문에 까는 게 아니라, 까기 위해 낙태를 핑계삼는 겁니다. 그들이 혐오하는 대상에 대한 폭력을 휘두르는 태도와 마찬가지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도덕,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고 동시에 불법인 낙태에 대해서 좀 더 쉽고 별 다른 양심적 저항 없이 이입할 수가 있는 겁니다. 나는 정당한 비판을 하고 있는 거야. 낙태는 나쁜 것이니까. 이러한 태도는 인지부조화인 데, 원래 낙태를 반대하고 그것에 대해 비판하던 게 아니라 여시를 낙태충이라 까기 위해 낙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세운 것이고 그들을 혐오하고, 낙태를 더 비판하면서 그러한 태도에 스스로 더욱 더 경도되는 거지요.


그리고 그 동안의 자기 태도와 입장이라는 것이 있으니, 낙태에 대한 찬성론이니 뭐니 하는 것에는 더더욱 반대하고 비난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자기 스스로 가치관화 했으니, 그것을 부정하면 자신의 가치관이 부정당하는 것이며 이전까지의 입장과 태도는 모조리 비합리적인 폭력에 불과한 개뻘짓에 쓰레기짓에 불과하게 되니까. 동시에 그런 이유로 낙태에 대한 입장을 더더욱 신성불가침화 시키는 것이죠.



이러한 일베의 낙태 비판에는 진정성이 부족하고 순수하지 못합니다. 낙태가 왜 나쁘고, 어째서 하면 안 되는 지, 그리고 어째서 그에 대한 허용론, 찬성론이 존재하고 이것들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는지 따위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관심도 없죠. 단지 여시(여자)를 까기 위해 그것들이 필요하고 잘 써먹고 있을 뿐입니다. 합리적인 사유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태도가 전혀 아니라는 거죠.


앞서 말하지만 전 여시를 쉴드치는 것도, 낙태를 찬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시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올바르지 못한 비판/비난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고, 그 비판의 주제가 되는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며 이는 독자 스스로 돌아봐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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