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은 조잡한 습작이 아니었다. 그 세련된 터치를 보면 전문가의 솜씨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아름다운 독재의 폐쇄회로'를 디자인한 이는 누구였을까? 유신헌법은 두뇌는 명석하나 심성은 혼탁한, 명문대학 출신의 법률 전문가들이 만들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양복 입은 침팬지'라고 부르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남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다. 내 안에도 그 침팬지가 살고 있다. 이 침팬지를 제압하고 길들이지 못하면 문명은 야만으로 복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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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석함과 맑음에 대한 이 말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았다. 그렇다. 두뇌가 명석하지 않으면 심성이 맑기 어렵다. 분별없는 탐욕과 그 탐욕이 잉태하는 끔찍한 범죄는 우둔함과 관계가 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두뇌가 명석하다고 해서 심성이 꼭 맑은 건 아니다. 명석한 데 맑지 않은 사람은, 명석하지도 맑지도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해로운 범죄를 저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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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헌법과 법률의 이름으로 민주공화국을 모욕하며, 국민이 낸 돈과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의 주권을 박탈하는 데 가담한다.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누구인지 다 안다. 지식은 있으나 지성과 양식은 없고 두뇌는 명석하나 심성은 혼탁한, 이 '양복 입은 침팬지'들이 사라져야 대한민국은 보로소 온전한 민주공화국이 될 것이다.
유시민저, <후불제 민주주의> 중에서.
위와 같은 문장들은 저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의 보수세력의 집권과 마찬가지로 불과 몇년간의 보수세력의 재집권, 그리고 그 세력의 득세와 함께 나타나는 각종 불법과 부정부패는 국가에 심각한 해를 입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유능한 사람은 그 유능한 능력을 통해 더 큰 악행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충동에 못이겨 폭력을 휘두르는 폭력배보다, 조직적이고 나름 능력있는 이들이 모여있는 기업형 범죄조직=마피아의 폭력이 더 큰 해를 입히는 것처럼요.
최근 성완종 리스트를 보면 이전부터 생각했던 것이 문득 다시 떠오릅니다. 새누리당은 썩지 않고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거죠. 항상 새누리당, 구 한나라당은 이렇게 개판이었고 썩어빠진 놈들 밖에 없었으며, 그들 중의 거물이라는 녀석들은 죄다 그 모양 그 꼴인 것이 반증하는 것은 그곳에선(단지 정치정당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그들이 내세우는 정치이념의 차원에서) 그만큼 썩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박기준·한승철 검사 향응·촌지 파문…"내가 경고했지!"
벌써 '총선모드' 울산, 물밑 지역구 쟁탈전 치열
그 유명한 스폰서 검사가 새누리당 총선을 뛴다 하는 이야기죠.
뭐, 기실 이것이 그 '애국보수'의 수준과 모럴리티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썩고, 부패하고, 부도덕하고, 염치없으며, 뻔뻔한 것들.
이런 이들이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을 받고 우리 위에서 착한 일을 할까요? 그 명석한 두뇌는 가졌지만 속이 맑지 않은 이 양복 입은 침팬지들은 그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커다랗고 해로운 범죄를 저지를 것입니다. 그게 그들의 속성이기 때문이죠.
전 이 양복 입은 침팬지라는 나름 세련된 표현이 참 재밌다고 생각하는 게, 실제로 침팬지는 매우 폭력적인 동물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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