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기억이 잘 안 날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거짓말을 하는 법을 배우지요. 사실 그것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누구에게 배우고 할 것도 없이, 그저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지요.
거짓말을 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이유를 알면 왜 거짓말을 하는지도 알 수 있지요. 어린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아이는 유리컵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위험하니 그러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도 신경쓰지 않고 놀다 실수로 그 컵을 깨뜨려버렸습니다. 너무 무섭고 놀란 아이는 엄마가 이걸 봤을 때 어떨지 대충 짐작이 갈 수 있겠지요. 왜 엄마 말을 안 듣고 컵을 깨뜨리냐는 야단을 맞을까 무서운 아이는 자기가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즉, 책임에 대한 회피로써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하지 않았다, 혹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했다는 식으로 책임에게서 회피하려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는 나이를 먹어서도 무언가 책임지는 일이 다가왔을 때, 그 책임이 자신에겐 너무 무겁거나 두려워서 피하려 할 때 똑같이 나타납니다.
다른 양상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인데, 친구가 가져온 카드나 팽이가 너무 탐이나 몰래 슬쩍하고는 혹시 못 봤냐는 친구의 말에 못 봤다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친구는 그것을 찾지 못할 것이고 결국 포기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들키지 않으면 자신의 것이 되겠죠. 욕심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거나, 자신에게 피해가 될 때 하는 행동입니다. 자신이 책임지기 싫을 때, 무언가 얻게 된 방법이 공정하지 못할 때.
이 이득이라는 것도 연장선상에선 후자에 포함되는데, 친구의 팽이를 훔쳤는데 자신이 훔쳤다는 것이 들켰을 때 돌아올 평판, 신뢰에 대한 손해와 자신이 훔친 팽이를 다시 돌려줘야 되기 때문이지요.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의 평판만 깍이는 것이니.
거짓말이 통하게 되면 무언가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이득을 보거나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고,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일진들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일진들은 곧잘 교사에게 대들고 친구의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고 대상이 누가 되었든 거짓말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그런 행동을 수없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양심의 가책 따위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 아이들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도 능하게 되는데, 분명 자기가 잘못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교사가 그것을 똑똑히 봤음에도 불구하고 면전에서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이 경우 잘 보면 오히려 잘못한 쪽이 더 억울해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속였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했고 자기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에 대해 회피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결국 자기 감정마저도 속여 분명히 자기 스스로도 똑똑히 알고 있지만 안 했다고 말하면서 거짓된 감정이나마 정말로 억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속이고 나면 양심의 가책 또한 덜하게 됩니다. 난 안 했으니까.
일진들은 이러한 책임을 지는 상황을 별로 겪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끝까지 고집부리며 거짓말을 하고, 어른들이 눈 감아주고, 봐주고, 상대하는데 질려서 결국 넘어가는 경우를 수도 없이 겪다보니 정작 제대로된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일을 벌이고 자기가 제대로 책임이지 못하는 어른을 애새끼라 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진, 양아치들은 나이를 먹어도 딱 그 수준인 것이고요. 혼날 때는 끝까지 고집부리며 안 했다고 딱 잡아때고, 자신이 했음에도 거짓말하고, 그렇게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고 고작해야 몇대 맞거나 안 좋은 소리 좀 듣는 상황이 빨리 넘어가기만을 바라는 것 뿐이지요. 자기 스스로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그런 인간은 나중에 자기 앞으로 정말로 큰, 자기 스스로 져야할 거대한 책임 앞에선 아무 것도 못하고 벌벌 떱니다. 책임을 져본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애초에 자기가 져야할 책임이라는 자각이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들일테니까요. 일진이 하는 폭력, 갈취, 괴롭힘 등등은 그 행동에 대한 온전한 책임과 처벌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하는 행동입니다. 누가 저지하지 않으니 스스로 멈출 이유를 못 느끼니까요.
그렇지만 어쩌다 그런 거대한 책임이 잘 지나가고 나면은 스스로 아무 것도 아니네 하면서 허세부리곤 합니다. 실제로 그 상황에선 벌벌 떨고 무서워 했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별거 아니었다고, 나 쫌 쩌는 놈이라며 없는 배짱 부리며 허세를 떠는 거죠. 법원까지 갔다가 결국 별 큰 처벌도 없이 일이 끝나는 경우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여러번 겪는다면? 이젠 법도 무서울게 아닌거죠. 학생 때처럼. 교사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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