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일본식 관료주의적 매너리즘이지만, 그걸 한국이 수제자마냥 얻어 배웠으니 한국식이라고 해도 별 다를 것은 없겠지요.
약 8시 쯤에, 생존자가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시간이나 뒤인 약 8시 52분, 선장도, 승무원도 아닌 승객인 학생이 부모님에게 전화로 상황을 전하고, 그 부모님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요. 제주해경은 목포해경으로부터 통보받은 9시경에 최초로 사고 사실을 알았습니다.
무려 1시간 동안 배가 기울어가는 마당인데 선장과 승무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분명 상황은 이러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1.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
2. 문제를 숨기고 승객에게도, 위에도 알리지 않게 함.
3.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해지고, 해경에 연락을 해야할 상황이지만 그러지 못하게 했을 것임.
4. 그리고 조용히,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 하며 분명 별 일 없을 것이라 믿음.
5. 정말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둠.
6. 상황은 정말 심각하게 흘러가고 이때 책임자는 멘붕과 어떻게 하면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부터 머리를 굴리며 난 이제 큰 일 났다는 생각만 함.
7. 그러면서 인명도, 당장 해야할 조치도 팽개치고 승객에겐 별 일 아닌 것처럼, 안전한 것처럼 말하곤 도망..
이런 일이 한 두번입니까? 매너리즘적인 편의위주 행정처리. FM은 안중 밖이고 문제가 생기면 고객과 윗선에 알리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은밀히 처리하고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은폐하는 것.. 나중에 들켜도 말 둘러대며 어물쩡 넘어가려고만 하는 것..
이딴 식으로 일처리했다가 큰일난게 어디 한두번이냐고요. 초동대처와 원리원칙대로만 했으면 이런 일이 터졌을까요? 사태를 인지한 7시 50분경 시점부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려 노력해보고, 그 사실을 바로 해경과 윗선에 보고했으면, 이런 인명사고가 터졌을꺼냔 말입니다.
선장이라는 작자가, 그 현장의 최고 책임자라는 작자가 승객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한 뒤에 자기만 홀랑 도망가는게 정상입니까? 말단의 젊은 여승무원은 자기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죽어갔는데 나잇살 쳐먹고 현장의 가장 높은 위치에서 가장 큰 책임과 의무를 가져야할 작자가 살아남아서 한다는 말이, 난 승무원이라 아무 것도 모른다며 돈부터 말리고 있었다는게?
그리고 또 정부는 어떻습니까. 사고가 터지자 뭐 해줄 것도 아닌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가서 뭐하자는 거죠? 뭐라도 해줄거 없으면 괜히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일손 부족한 때에 나타나 한명이라도 발목 잡아두지 말고 걍 할 수 있는걸 하세요. 그럴 것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겠지만. 그 사고 현장에 나타나 난 이렇게 걱정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이미지 남기며 눈도장 찍어 인기, 인지도 얻어보려는 개수작. 그딴거 통하지도 않은 멍청한 짓이니까 괜한 뻘짓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거 민폐에요.
아, 더 웃긴건 해수부와 경기교육청이죠. 해수부는 산소공급한다는 거짓말하면서 피해자 가족들 희망고문하며 장난질이나 치고.. 도대체..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질이나 칠 정도면 도대체 어떻게 교육받고 살아와야하죠? 왜, 하도 시끄럽게 떠드니까 좀 조용히 하라고 그런 소리 한 겁니까?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생존자 구하느라 고생하는 것보다 시체치우는게 더 쉬울테니 그런 거짓말도 막 나오나보죠?
경기교육청은 또 뭡니까, 배 침수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는 학부모들에게 모두 생존했다? 또 거짓말이죠. 사람목숨 가지고 또 장난질입니다. 전원구조라는 말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놀랐을 내 자식 데리러 일 팽게치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사실 내 자식은 저 바닷속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그리고, 침몰한 선체에 더 많은 생존자가 있길 바라며, 하루 빨리 구조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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