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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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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보세요, 이승만때나 대구 지하철참사 때나, 이번 세월호 사건 때나, 책임자나 관계자라는 인물들이 했던 지시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죠? 이승만때는 국군이 잘 막고 있다고 걱정할 거 없다고 해놓곤 자기들끼리 홀랑 도망가면서 한강대교를 폭파시켰으며, 대구 지하철참사때도 기관사가 기다리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자기만 혼자 마스터키 뽑고 도망갔쬬.


이번 사건때도 마찬가집니다. 선장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 자기들끼리만 먼저 도망가버렸죠. 자기들도 무서워서, 죽을까봐 도망나온 주제에 수백명의 아이들은 그 가장 위험한 공간에 '가만히 있으라'면서 버려두고 말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겁니다. 이런 사고가 나한테 닥친다면 위에서 내린 관계자들의 지시는 씹고 살기 위해 뛰쳐나와야겠다고. 당장 저부터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사실 아이들은 정말 잘못한게 없습니다. 그들은 매우 상식적으로 행동했고, 매우 선진적인 태도로 임했던 겁니다.


왜냐? 보통 선진국에선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승무원이 됬든 스튜어디스가 됬든 사고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이런 사태에 대해 교육을 받았을 관계자의 지시에 침착하게 따르는 것이 생존과 수습에 도움이 되는, 매우 당연하고 상식적인 행동이거든요.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을 신뢰하여 지시를 따랐습니다. 자기들끼리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지도 않았고, 죄다 지시를 무시하고 뛰쳐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두려웠지만 괜찮아 질거다, 관계자들이 잘 처리해줄 것이다라고 분명히 신뢰했을 겁니다. 아이들도 멍청하진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도 침착하게 그들의 지시에 따랐던 것이죠.


하지만 어른들은 매정하게 아이들을 배신하고 도망나왔습니다. 무서워서, 죽을지도 모르니까. 아이들이야 어쨋든 내가 살고 봐야한다는 생각에 홀랑 도망나온 겁니다. 아이들 죽으랍시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내린 뒤에 침몰하고 뒤집히는 배에서 말입니다.


딱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은 이미 선진적인 행동을 몸에 담고 있는데, 어른들이라는 작자는 아직도 미개한 사고방식으로 사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들이 해야했던 일은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그러니 이런 대형참사가 발생했지요. 그나마 아이들은 그런 선진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그런 아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지시를 듣지 않고 두려워서, 혹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도망나왔던 아이들만 살아남았어요.


이번 사건이 제 3자가 되는 우리들에게 남기는 여파는 이겁니다. 더 이상 그 놈의 관계자 지시를 듣지 말아야겠다는 겁니다. 이미 이런 전례들이 있는데 어떻게 믿습니까? 믿어봐야 개죽음 밖에 더 된답니까? 밖으로 뛰쳐나가면 충분히 살 수 있는데 뭘 믿고 지시를 따라요?


정작 제대로된, 메뉴얼에 따른 지시와 대처를 실시했어도 이번 사건을 떠올린 사람들은 생각할 겁니다. 저건 믿어선 안 되겠다, 그냥 내 판단에 따라 홀랑 빠져나와야겠다.


그런 혼란과 독단적인 판단은, 정상적인 지시에 맞지 않을 것이고, 그런 움직임이 사건을 더 키우겠죠. 그리고 언론은 뭐라고 떠들지 모르겠군요. 관계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발생한 인재다 라고, 또 아직 우리는 멀었구나 라고 하겠죠. 그 중에서 몇몇은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며 기사를 쓰겠지만, 어디 그만큼 머리를 굴릴 지 모르겠군요. 보이는 대로만 짓껄이는게 우리네 언론일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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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맥심기관총 2014.06.09 12:00 address edit/delete reply

    신뢰의 문제, 정말로 이번 사건이 남겨준 큰 여파로군요. 전쟁대처요령도 혼자서 영웅되겠다고 쌩쇼하지 말고 경찰과 군대의 지시에 잘 따르는 것 인데 이것도 우리나라에서는 무효가 될 것 같아 두렵군요. 힘없는 백성들을 남겨두고 똥별과 간부들만 도망가고요...
    이 세월호 사건대로 전시상황이 굴러간다면 남는 전시대처요령은 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도망을 가기는 가되 산으로는 가지마라. 이게 우리나라 역사상 전시대처요령의 하나라는데, 이유인 즉, 산의 경우에는 숨을 곳이 많아 좋지만, 먹을 물과 식량을 구하기가 어렵고, 아군이 이기는가 적군이 이기는가 전시정보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도망을 가려면 갈대가 우거지고 숲이 있는 계곡으로 가라 입니다. 계곡이 식량과 식수확보에도 용이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숨어서 엿들어서라도 전황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항공기가 등장하고 수질이 악화된 오늘 날에는 이것도 안 통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나 전쟁대처요령에 관해서는 강용석의 고소한에 자세히 나오니 흥미가 있으시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4.06.09 18:35 신고 address edit/delete

      가장 큰 문제이죠. 수백명이 죽었다는 점도 있지만, 앞으로 같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런 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는 점.

      우리나라가 북한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렇게 산으로 계곡으로 숨어들 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엄청난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북한의 선제공격이래봐야 휴전선에서 좀 밀렸다 다시 올라가는 수준일테고, 핵무기는 아직 미사일에 탑재시키지도 못하는 정도라, 핵지뢰나 평양 자폭용 말고는 장거리 공격같은 실제적인 위협은 없다시피하죠.

      아마 전쟁이 벌어지면 서울 등 휴전선 근처에선 좀 다를진 몰라도, 더 아래에 있는 지방에선 계엄령 정도에 길거리에서 경찰과 군인을 좀 더 볼 뿐 뭔가 큰 일은 없을 겁니다. 50년대와는 상황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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