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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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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7.13
    역사란 무엇이며, 어째서 중요한가. (6)


역사는 자기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뿌리는 무엇이며, 자신은 누구인가. 간단해 보이는 문장이고 단순해보이기 때문에 쉽게 와닿지 않겠지만, 이 문장이 단순히 있어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문장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를 공부하며 깨닳았습니다.


자신의 뿌리는 무엇인가. 즉,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수많은 문화적, 민족적 가치관과 그것을 공유하는 수많은 이들이 이루어져있는 사회-국가는 이 땅에 살았던 나와 그들(우리)의 조상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지되고 발전해갈 것입니다. 즉, 자신을 이루는 가치관들은 이러한 조상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나에게 이어졌으며,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조상들의 과거,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길이라고 할 수 있죠.


역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이며, 경험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를 알려주며, 무엇을 했는지 안다는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역사를 통해 나의 조상, 혹은 모든 인류가 도달한 것들에 대해 아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고, 이러한 인식에서 발전의 기반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어떠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어떠한 가치관에 의해 옳지 않다라고 인식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그러한 가치관은 우리의 과거에서부터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형성되었고, 현재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알려주죠. 그런 까닭에 이러한 가치판단의 기준은 과거를 기준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와 단절된 이들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으려면 어째서 잘못되었는가를 알아야하는데, 그러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모든 가치관은 과거에서 인간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했느냐에 의해 연속적으로 발달되고 생성된 것들이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역사를 공부할때, 역사적 사고력을 가질 수 있게 교육받아야 합니다. 단지 누가 몇년에 무슨 일을 저질렀다와 같이 무의미한 것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몇년에 무슨 일을 어떻게 왜 저질렀고 그러한 행동의 결과는 무엇이며 이후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 지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사건이 몇년에 일어났느냐 하는 문제는 기억 안나면 텍스트 찾아보면 그만인 시덥잖은 문제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어째서, 왜, 어떻게.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니까요.


우리나라 역사 과목의 문제점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이런 무의미한 것들을 외우게 함으로서 재미없는 암기과목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인식 덕에 그 누구도 공부하려들지 않으며 수능같은 시험에서도 소외되는 과목. 학문.


역사는 순수한 의미로 철학과 관계가 깊은 학문이며, 철학은 인간에게 깊이를 더해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공부함에 따라 통찰력이 형성되고, 이러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깊고 섬세한 사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많은 것들을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며, 그러한 것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의 기반은 당연 과거일테죠.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와 정치문제. 이러한 것들이 왜 잘못되었는가, 어째서 잘못되었는가를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우용 역사학자의 트윗들과 같이, 역사적 통찰력이 담긴 수준높은 판단력은 역사와 철학의 깊이있는 공부를 통해 만들어진 내공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역사라는 것은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수학은 그렇지 않느냐라고 한다면 물론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것엔 동의하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역사는 과거도, 지금도, 미래에도 가장 중요한 근본적 지식이어야 하고, 민주주의 국가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더욱 견고히 해주는 것도 결국은 역사라고 보니까요.


따라서 현재의 역사과목은 모든 과목 중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설정하고, 프랑스의 졸업시험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마다 달라지는 여러 시대의 여러 주제를 놓고(예컨데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시대를 구분해놓고, 각 시대마다 주제를 몇개씩 나눠놓는 식.), 시험을 보는 학생이 스스로 어떤 주제를 선택한 뒤 그것에 대해 논술하듯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체점자는 사학과의 교수 수십 수백명으로 하고 답안을 체점하게 하는 것이죠.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몰라도,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민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기준은 자신이 소속된 사회에서 찾기 마련인데, 이 사회가 매우 글러먹게 타락해버렸다면, 예컨데 부정부패와 불평등,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에 소속되었다면, 결국 그 인간은 그 집단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의 한계,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과거, 역사일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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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3.07.13 19:26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도 동감합니다. 전공자로서 더더욱 공감가네요...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7.13 21:36 신고 address edit/delete

      역사라는 것도 재미없고 지루한 팩트 외우기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그 과정, 결과를 제대로 배우면 정말 재밌죠. 그러한 배움의 과정에서 역사적 사고력이 생기는 거구요.

  2. Favicon of https://myahiko.tistory.com BlogIcon 무량수won 2013.07.16 16:30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역사는 중요하지만... 역사가 수능 필수로 들어가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수능 필수가 된다고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서 좀 더 가치를 높게 쳐주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바른 생각을 가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실천되지 않은 이상, 그 무엇을 하든 역사는 주입식 교육의 하나의 형태로써 남을 뿐이기도 하구요.

    저는 역사가 역사 그 자체로써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서 사건과 인물등을 좀 더 다양하고 넓게 볼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똑같은 사건을 보고도 다른 이야기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처럼 역사도 누구의 입장에서 혹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거든요.

    20년 전에 드라마로 그려지는 광해군이 엽기적인 폭군으로 그려지는 반면, 요즘에는 굉장히 대단한 사람인데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었다는 식으로 그려지는 것 처럼 말이죠. 이건 학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기도 하구요. 이렇게 인물에 대한 해석이 변하는 건 주어지는 증거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런 교육이 이뤄지려면 현재의 교육제도와 방법론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종위 위에서 다시 써내려가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교육에 대해서 떠들어야 할 것은 국사교과 과정을 수능에 필수로 넣느냐 넣지 않느냐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인성이 지금처럼 미친 망아지 처럼 날뛰는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저는 역사적 인식 부재와 쉽게 내뱉는 타인에 대한 모욕에 관련된 것들은 모두 비뚤어진 교육 탓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역사를 얼마나 배우는 가보다, 잘못된 생각을 어떻게 바로 잡고 반성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7.16 19:36 신고 address edit/delete

      공감합니다. 지금과 같은 똑같은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역사의 가치를 깍는 것이죠.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의 어떤 특정한 팩트를 둘러싼 그 맥락, 의미와 제반 상호관계 등 입체적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해석과 평가를 할 줄 알아야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역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

      현재와 같은 식의 교육이면 차라리 역사교육 자체가 별 다른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고 해도 할 말 없을 겁니다. 실제로 현재의 역사교육은 대학을 가서 전공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로 뭔가 얻을게 없기 때문이죠.

      현재의 교육제도와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수차례 나왔죠. 결국 그러한 교육제도와 방법론이 결과적으로 현재 역사 과목을 죽여놓은 것처럼요.. 정말 이 교육쪽은 어떻게 개혁될지..ㄷㄷ;;

      저는 현재 아이들이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는 것은 공교육보다 부모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가정교육의 측면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http://konn.tistory.com/178
      이 글에서 이야기했죠. 사실 이 글도 수정이 필요한데, 부모님들에 의한 가정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야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맞벌이 풍조부터 어떻게 해야하니...

  3. Favicon of https://sephia.tistory.com BlogIcon sephia 2013.07.29 20:58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역사학과 출신으로서 동의합니다. 가정교육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공교육 강화요? 어렵죠. -__-;;;;;;;

    그나저나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암기보다는 내가 그 당시 사람이라면 어때야 했는가에 대한 것들을 가르치고, 독서를 통한 상황 인식 등으로 전환해야 할텐데... 그놈의 제도가 참.... ㄱ-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7.29 21:01 신고 address edit/delete

      역사라는 노다지를 참 멍청한 방법으로 캐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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