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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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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자기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뿌리는 무엇이며, 자신은 누구인가. 간단해 보이는 문장이고 단순해보이기 때문에 쉽게 와닿지 않겠지만, 이 문장이 단순히 있어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문장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를 공부하며 깨닳았습니다.


자신의 뿌리는 무엇인가. 즉,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수많은 문화적, 민족적 가치관과 그것을 공유하는 수많은 이들이 이루어져있는 사회-국가는 이 땅에 살았던 나와 그들(우리)의 조상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지되고 발전해갈 것입니다. 즉, 자신을 이루는 가치관들은 이러한 조상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나에게 이어졌으며,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조상들의 과거,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길이라고 할 수 있죠.


역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이며, 경험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를 알려주며, 무엇을 했는지 안다는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역사를 통해 나의 조상, 혹은 모든 인류가 도달한 것들에 대해 아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고, 이러한 인식에서 발전의 기반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어떠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어떠한 가치관에 의해 옳지 않다라고 인식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그러한 가치관은 우리의 과거에서부터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형성되었고, 현재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알려주죠. 그런 까닭에 이러한 가치판단의 기준은 과거를 기준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와 단절된 이들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으려면 어째서 잘못되었는가를 알아야하는데, 그러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모든 가치관은 과거에서 인간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했느냐에 의해 연속적으로 발달되고 생성된 것들이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역사를 공부할때, 역사적 사고력을 가질 수 있게 교육받아야 합니다. 단지 누가 몇년에 무슨 일을 저질렀다와 같이 무의미한 것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몇년에 무슨 일을 어떻게 왜 저질렀고 그러한 행동의 결과는 무엇이며 이후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 지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사건이 몇년에 일어났느냐 하는 문제는 기억 안나면 텍스트 찾아보면 그만인 시덥잖은 문제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어째서, 왜, 어떻게.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니까요.


우리나라 역사 과목의 문제점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이런 무의미한 것들을 외우게 함으로서 재미없는 암기과목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인식 덕에 그 누구도 공부하려들지 않으며 수능같은 시험에서도 소외되는 과목. 학문.


역사는 순수한 의미로 철학과 관계가 깊은 학문이며, 철학은 인간에게 깊이를 더해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공부함에 따라 통찰력이 형성되고, 이러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깊고 섬세한 사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많은 것들을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며, 그러한 것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의 기반은 당연 과거일테죠.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와 정치문제. 이러한 것들이 왜 잘못되었는가, 어째서 잘못되었는가를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우용 역사학자의 트윗들과 같이, 역사적 통찰력이 담긴 수준높은 판단력은 역사와 철학의 깊이있는 공부를 통해 만들어진 내공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역사라는 것은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수학은 그렇지 않느냐라고 한다면 물론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것엔 동의하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역사는 과거도, 지금도, 미래에도 가장 중요한 근본적 지식이어야 하고, 민주주의 국가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더욱 견고히 해주는 것도 결국은 역사라고 보니까요.


따라서 현재의 역사과목은 모든 과목 중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설정하고, 프랑스의 졸업시험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마다 달라지는 여러 시대의 여러 주제를 놓고(예컨데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시대를 구분해놓고, 각 시대마다 주제를 몇개씩 나눠놓는 식.), 시험을 보는 학생이 스스로 어떤 주제를 선택한 뒤 그것에 대해 논술하듯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체점자는 사학과의 교수 수십 수백명으로 하고 답안을 체점하게 하는 것이죠.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몰라도,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민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기준은 자신이 소속된 사회에서 찾기 마련인데, 이 사회가 매우 글러먹게 타락해버렸다면, 예컨데 부정부패와 불평등,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에 소속되었다면, 결국 그 인간은 그 집단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의 한계,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과거, 역사일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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