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에서 중국의 군사적 야욕을 살짝 알아봤다면, 이번엔 남중국해와 동남아 등 남방 방면과 경제적 방법론에 대해 살짝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 자신감이 부풀어 올랐고, 세계패권에 도전하는 강대국으로서 군사적 방식과 경제적 방식은 병행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방식이야 A2AD와 같은 전략이 있고, 경제적인 방식은 일대일로와 AIIB와 같은 정책과 기구를 통한 실현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군사적 방식은 강경하지만 그 한계가 있는 반면, 경제적 질서를 통한 패권 확대는 훨씬 까다로운 면이 있습니다.
군사적 압박은 매우 직관적이고 힘의 증명을 통한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부담과 반감 또한 큰 편입니다. 주변국에 위협을 키우기도 하죠. 하지만 경제적 방식은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반갑도 적게 받습니다. 또한 이는 중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행보이고, 동시에 미국 질서의 경제권에 대항하는 중국의 거대한 야심이기도 합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경제적 안정과 질서는 반드시 군사적 능력 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소말리아 근해에서 해적에게 무역선이 납치 당하거나, 몸값을 요구 받는 경우 이걸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무력이 없다면 해당 항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그것은 경제적 위험성, 리스크로 다가옵니다. 매리트가 떨어지는 거죠.
따라서 경제 질서를 세우고자 한다면 그것을 지키고 보복할 수 있는 무력, 군대가 필요합니다. 중국은 그러한 군대를 양적으로, 질적으로 늘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일대일로는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중동과 아프리카, 심지어 유럽 쪽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투자하기도 하며 인프라 건설 등을 돕고 이것을 통해 경제적 교류를 늘리고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러나 중국이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인프라 건설을 중국 기업에 맡기고 그 기업은 중국 제품과 중국인 노동력으로 시설을 건설하게 되면 사업이 끝난 뒤 중국 정부는 채권이 생기고 중국 기업은 돈을 벌며, 대상국에게는 인프라와 빚이 남습니다.
인프라가 얼마나 잘 쓰이게 되는 지와 별개로 그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그럴 때에 중국 정부는 그 시설, 가령 항구를 빼앗기도 하는 등 적잖은 대상국들이 어마어마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상황입니다. 앞서 언급한 일대일로의 구조를 보면 무조건 중국은 잃는 게 없고 무조건 얻기만 하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일대일로의 사업구성은 처음부터 중국의 제국주의적 야심을 위한 사업이었던 것이죠. 약소국들에게 거대한 부채를 안기고 중국이 마음대로 주무르고자 하는 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사업조차도 비용과 자재를 부풀리거나 빼돌리거나 부실하게 공사하는 등의 비리도 함께하죠.
이처럼 일대일로를 통해 약소국들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유사시 미국의 해상봉쇄를 피하겠다는 의도가 있습니다. 또한 항만과 철도라는 기반시설은 물자와 인력을 옮기기에 적합한 시설들이기도 합니다. 일대일로 사업이 단순히 서방의 무역로를 확보하는 등 중국의 영향력과 경제권의 확대만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군사적인 목적을 가지고 벌이는 사업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더 추가되는 것은 AIIB 사업입니다. 일종의 은행 사업이고, IMF나 유럽의 세계은행과 비슷한 겁니다. 참여국은 50여개국이 넘고, 조건 없는 자금지원을 약속했기에 여러 조건이나 요구를 하곤 하는 다른 ADB와 같은 곳에 불편함을 느끼는 국가들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당연히 약소국, 후진국들이 많고 그들 중 적지 않은 국가들이 일대일로 참여국과 겹치기도 하죠.
이미 AIIB의 자본금 규모가 1000억 달러가 넘어가고, 일대일로와 함께 약소국들에게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죠. 100조원이 넘는 자본금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한 규모가 아시아 국가들 개발 수요에 맞게 투자되고 개발이 이루어지면 AIIB의 지분률을 50% 가까이 차지하는 중국의 영향력은 더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채가 늘어나든, 더 많은 투자를 원하게 되든 중국 정부의 요구와 의사를 쉽게 무시할 수 없게 되지요. 이는 이미 동남아 몇몇 국가에게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대일로와 AIIB는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대항하는 중국 중심의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여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위안화를 새로운 기축통화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이라고 할 수 있죠.
일대일로의 사업 추진 기간이 약 150년입니다. 중국이 충분히 오랫동안 이러한 경제권을 지금보다 더 영리하고 교활하게 다룰 수 있다면 수십 년~백년 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친중국가가 되거나 중국의 세력권에 속하는 새로운 패권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중국은 너무 노골적으로 제국주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대국의 풍모를 보여주며 그들과의 상호발전보단 중국 독식의 불공평한 체제를 획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대중국포위망 등 여러 난제를 치차하고서라도 중국의 방식은 문제가 많죠. 강력한 힘과 자본은 그보다 못한 소집단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세계는 넓습니다.
이제 좀 더 군사적인 관점에서 지도를 보았을 때,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남중국해를 통해 서쪽으로 진출하기 위함이고 남중국해를 통하는 중요 무역로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어 루트(핵심 항로)를 보면, 동북아와 서방을 잇는 모든 핵심 항로는 남중국해를 통해서 갑니다. 그에 비해 보조 경로는 많지만 어느 쪽이든 비효율적이거나 대상이 한정적이죠. 중요 무역로이자 통행로가 탐욕스러운 중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고, 중국이 남중국해 방면의 영토를 자기 것이라 우기는 것은 단순 민족주의적 광기의 발로가 아닌 충분히 전략적인 목적을 가진 의도된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장악한 뒤 적극적인 서진 정책을 펼 것입니다. 지금이야 취소됐지만, 말레이시아에도 일대일로와 연결되는 여러 사업들이 있었고, 인도네시아도 채무 덕분에 한국과 함께 하는 KF-X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기도 하죠.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구분짓는 두 나라라고 해서 중국의 영향력에서 충분한 자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99년간 조차된 스리랑카의 항만과 함께 중국의 영향력은 인도해를 거치기 쉬워지겠지요. 심지어 인도라는 중국의 잠재적 적국 바로 옆에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지 않을 수 없고요.
위 지도를 다시 보면, 인도를 넘으면 나오는 게 바로 중동과 아프리카입니다. 중국의 대륙 내 패권 확대는 어렵고 사실 실익도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노리는 것이 바다일 수밖에 없고, 남중국해와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하나의 경제권 형성과 동시아 남태평양-인도양으로 동서 진출이 가능한 포지션을 제공해줍니다.
서쪽으로 진출하게 되면 인도라는 잠재적 적국과 그 너머로 중동이 나오는데, 중동에서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이 발을 빼는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러시아, 터키와 함께 대체할 것이며, 동시에 아프리카와 터키 반도, 혹은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두보를 형성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미 일대일로 또한 유럽을 염두해두고 있죠.
또한 이스라엘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중동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도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뭐, 어디까지나 망상에 불과한 것이 현 시점이고, 그 가능성 또한 매우 적죠. 사실, 거의 없다고 봅니다.
동쪽으로의 진출을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대만과 한국, 일본이 막고 있는 태평양 진출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국가들을 제외하고서라도 호주와 괌 기지는 필리핀 해를 통한 군사적 진출에도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꾸준히 호주에 내정간섭을 시도하고 있고 영향력을 투사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호주를 흔들기 위해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호주를 친중적으로 만들고자 함인데, 심리적으로 친중인 게 아니라 중국의 국력과 영향력에 의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영향력에 휘둘리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지요. 당연히 그 이유는 미국의 해상봉쇄와 태평양 영향력 축소이고요. 동남아-호주를 넘어 남태평양을 진출하여 미국의 태평양 패권을 무너뜨리는 것.
동남아는 지정학적 교두보로 볼 수 있지만, 남태평양에서 호주와 뉴질랜드는 미국의 패권에 일조하는 세력인 동시에 미국의 우국입니다. 호주는 파이브 아이즈 중 하나죠. 그런 이유로 호주에 영향력 확대를 노렸고, 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호주에도 스파이를 보내거나 호주 정치에 개입하고자 한다던가, 교수에게 비난을 하면서 사과하도록 만들면서 호주가 중국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그 시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국의 영향력에 휘둘리며 중국의 메시지를 무시하기 어려워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요 몇년전 호주의 어느 교수가 중국 유학생들의 공격에 그들의 요구가 틀렸다해도 압박에 의해 사과를 해야 했죠. 그게 옳든 아니든 그러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전례가 생겼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천천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이죠.
그럼 그게 가능하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미국은 아예 쿼드를 꺼내들었고 석탄 수입은 호주보단 중국에 더 큰 피해를 줬습니다. 파이브 아이즈 중 한 축이 중국에게 넘어가거나 미국 등 서방의 세력권을 이탈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여간, 중국은 미국의 태평양 패권을 흔들지 못할 것입니다. 그건 소련도 하지 못했고, 현 러시아도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남중국해에서 꼬장부리는 것 뿐이죠. 당연히 미국이 그러한 행패를 두고볼 수 없을 것이고요. 몇년 동안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협을 가했음에도 중국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습니다. 일대일로와 AIIB라는 경제적 방식과 질과 양을 불리는 중국 해군을 통한 군사적 방식을 모두 사용했지만, 중국은 너무 성급했고 그 방식 또한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적을 만들면서도 얻는 건 없었고 자기 살을 깍으면서도 적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히지 못했죠. 중국의 전략은 이론적으로 매우 위협적이고 때때로 스마트한 부분까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은 여전히 자기 세계관에 갇혀 있고 지나친 자신감과 성급한 행동력이 자신의 전략을 실패하도록 유도하고 있죠.
중국의 전략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고 여전히 위협적이며 경계해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스스로가 더 교활하고 진중하지 못한다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돌이키기 어려운 반중감정만을 남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서술하고 끝내자면..
화살표의 저 지점은 doklam plateau라는 지역인데, 방글라데시로 좁아진 지리를 가지고 있고, 거길 끊는다면 인도 동쪽 영토인 아프나찰 프라데시과 그 이남 지역은 그야말로 월경지가 되어버립니다. 중국군과 인도군이 마찰을 빚는 지역도 이 도클람 지역이지요. 저 지역을 가져가게 되면 중국은 남중국해 뒤쪽으로 바로 길이 열리는 것이고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에 포위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뭐, 인도와는 핵전쟁을 하든 어쩌든 분쟁이 발생하긴 하겠지만요. 저 지역 바로 옆에 인도라서 아커사이친 지역을 고려해도 인도가 매우 민감하게 여기게 되니 말입니다. 중국은 이미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에 영향력을 크게 가지고 있는 걸로 아는데, 중국이 이 지역을 가져가면 동남아 국가와 인도에 큰 압박을 주고 인도양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진출이 매우 수월해지겠죠.
다만, 역시 불가능할 겁니다. 중국이 무엇을 원하든 자신의 단점을 벗어날 수 없을 거고, 미국과 서방은 멍청이가 아니며, 최근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3개의 항공모함이 배치되었습니다. 중국이 미국 항모 한개를 없애기 위해 중국 해군 전력의 절반 넘게을 갈아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중국의 해양진출은 이제 꿈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전략과 목적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며 중국에게 유리한 가능성들을 서술한 것 뿐이지, 현실적으로 중국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입니다. 전 중국이 실패할 가능성을 더 높게 칩니다. 애당초 남중국해부터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일대일로 문제는 여전히 있지만 아예 빚을 안 갚겠다고 나서는 국가마저도 있지요. 그런 국가를 징벌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적 동원은 미국에 막히거나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적어도 당장은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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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좀 된 글입니다. 다른 곳에서 쓴 글을 제 블로그에 올리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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