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식 소통 태도란 남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길게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을 토론이나 논쟁, 혹은 일반적인 소통 상황에서조차 일부러 상대방이 낚이길 바라며 스스로 논파될 장소로 유도하는 식의 소통을 말합니다.
어디에 원래 이런 용어가 있는 건 아니고, 글을 써서 지적하기 위해 제가 임의로 만든 용어입니다.
간혹 논쟁이나 토론을 할 때 소통 중 자신의 우위와 승리를 점하기 위해 논리나 팩트의 일부를 나열하며 지리하게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과 근거를 잘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박과 논파를 위해 그 일부만을 짧게 내놓고 그것을 상대방이 물어 뜯다 논리적 허점이나 모순을 유도하는 거죠.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상대방을 바보로 만들고 날 더 우월한 지성인으로 설정하기 위해 그러한 상황을 만들 목적으로 주로 발생한다고 봅니다. 논쟁 대상자를 논리적으로 두들겨패고 팩트로 무너뜨리며 유린하기 위한 태도인데, 이런 태도가 성공할 경우 지적 쾌감과 우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우 즐겁죠.
하지만 그런만큼 이게 잘 통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도 똑같은 태도로 대응하면 매우 지리하고 무의미한 소통, 논리적 참호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서로의 허점과 모순을 찾기 위한 싸움이 되는 거고 이 과정에서 갈등,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쉽습니다. 다시 말해, 점점 격해지면서 말싸움이 되기 쉽다는 거죠.
생각보다 많은 논쟁은 처음부터 성실한 소통 태도로 임했을 경우 발생하지 않거나 더 생산적인, 유의미한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분쟁이 아닌 끝을 볼 수 있곤 하죠. 그러나 함정식 소통태도는 그러한 결론을 내놓기 어렵게 됩니다. 처음부터 문제의 핵심을 짚어 그 모순점이나 문제점을 무너뜨린다면 단 한 줄의 논리도 위력을 발하겠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죠.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한두 가지의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면 정말 좋고 편하겠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관점과 생각이 제나름의 합리성과 의미를 지니며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덜 합리적일 수 있고, 그 논리적 구성이 탄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한 의견과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바탕엔 의외로 반박하기 어려운 합리성이 존재할 수 있죠. 논리는 좀 허술하지만, 맞는 말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한 줄의 논리로 논파했다면 정말 멋지고 재밌는 일이겠지만, 실제로 그러긴 어렵죠. 오히려 쿨병 걸린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의견에 논리와 근거를 충실히 마련하는 성실한 소통이 상호 모두에게 이로운 태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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