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rod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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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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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외국 소설인지라 처음엔 조금 기대도 했습니다. 그것도 겜판인지라 한국 쪽의 양판겜소랑은 다를 거라 생각했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본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르긴 달랐으나, 그리 기대한 가치가 있지는 않았다.. 정도의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한국 겜판과의 차이점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개연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겁니다. 가령 현피 같은 경우 한국 겜판소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잘 고려되지도 않죠. 현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이나 주인공 주변 사람, 동료, 가족, 라이벌이나 일부 악역 정도에 한정되어 있고 그들과의 관계는 사실상 별 거 없죠. 


반면 주술사의 길에서는 실제로 사람을 죽일 수 있거나 죽이거나 현피를 뜨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의 개연성이 있습니다. 주인공 머핸 또한 현피를 두려워하거나, 살해 당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죠. 더욱이 게임 자체가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범죄 형량이나 경제활동 그 자체를 게임에서 처리할 수도 있다보니 게임이 단순한 게임 그 자체가 아니게 되었죠.


이는 아무리 뛰어난 게임이어도 기껏해야 돈벌이 수단이나 국가적 이벤트, 산업 정도로 여기며 그냥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게임 정도로 보지만, 주술사의 길에선 그 이상입니다. 글자 그대로 사회의 한 요소이자 일부죠. 다만 그런 만큼 게임사의 권한과 권력이 돋보이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소설 내에서도 어마어마한 돈과 수수료를 받지만 그걸 가져가는 게임사의 거대할 수밖에 없는 권력에 대해선 별 다른 이야기가 없더군요. 



이외에도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이게 서로간의 문화 차이라고는 해도, 주인공의 성장에 관한 문제입니다. 한국 겜판소에서는 아무리 이고깽스타일로 무슨 재능이든 기능이든 말도 안 되는 것들을 혼자 독점하고 짱짱맨 되는 게 클리셰이지만 적어도 본인 스스로 어떠한 노력과 성과를 이루는 쪽이라면, 주술사의 길에서는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거나 성과를 이뤘다기 보단 운빨에 얻어걸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주인공 스스로 능력껏 얻은 것들은 많이 안 됩니다. 그냥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의도한 게 아닌데도 이상할 정도로 뛰어난 성과와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얻어 걸리는' 것 뿐이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거의 버그나 사기 수준일 정도죠.


머핸 스스로도 자기가 뭘 한 건지도 모르고 결과만 그냥 받아들이는 게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집니다. 까놓고 말해서 머핸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직감과 운빨이 뛰어난 걸 제외하면 머핸이라는 캐릭터의 캐릭터성은.. 글쎄.. 좀 선량하고 머리는 좋지만 적당히 멍청한데다 평범하다는 거?


그런 캐릭터는 어디에든 널려 있고, 머핸의 캐릭터성은 특별한 게 못 된다고 봅니다. 더욱이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런 머핸과 아나스타리아가 사랑에 빠지는 거죠. 정확히는 스테이시(아나스타리아의 애칭)가 머핸을 사랑하게 된 것이.


얘 옆에 있으면 온갖 게임 시나리오가 터지고 재미 좀 볼 수 있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머핸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거 자체는 별 거 없고, 오히려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는데다, 머리도 엄청 잘 돌아가는 게 아니라 스테이시 같은 베테랑이 옆에 없으면 통수 맞고 사기 당하고 뜯어먹히기 딱 좋은 호구인데 말이죠. 실제로 그렇게 당한 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이런 면에서 머핸이라는 캐릭터는 특기할 장점이 몇 없습니다. 



이외엔.. 머핸이 음모자들에게 당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갇히고 게임 내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현실이라 믿게 되는 모든 과정이 솔직히 말이 안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이런 류의 음모에 대해서 그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만... 범죄를 저지르게 유도하는 거? 그렇다 칠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현실이라 믿은 채 다른 가상현실 속에 가두는 거? 기술적으로 그럴 수 있다 칩시다.


근데 그런 과정이 모두 개연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들이 얻을만한 것에 비해 리스크는 너무 크고, 그 계획에 가담한 사람들은 너무 많으며, 그러한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시행하고 성공하려는 것 자체가 그닥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네요.


물론 작품적 허용이라는 면에서 넘어갈 수 있는 거긴 하죠. 종신형, 혹은 살해 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때 얻는 것이 거대한 건 사실이고, 계획에 가담한 사람들이 적으면 오히려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테니 그것도 이해할 수 있는 요소이며, 계획을 단계적으로 나눴을 때 각각의 파트가 성공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 음모 자체는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해외 소설답게 한국 겜판소에서 볼 수 있는 온갖 클리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고, 너무 주인공에 대한 푸쉬가 심할 정도이긴 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무난무난합니다. 또 현실(주로 제도나 법률)과 연계되는 부분은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걸 위해 게임사와 정부간의 관계와 법률이 있다는 서술이 있었고요.


또 한국에선 게임 자체를 하나의 다른 세계 정도로 인식하고, 데이터 쪼가리라곤 하지만 그걸 제대로 의식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그렇게 묘사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나에겐 또 하나의 진짜다. 라는 느낌으로 이입하고 데이터 쪼가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던진다고 해야 하나 희생하거나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경우도 자주 나오죠.


하지만 여기선 꾸준히, 그리고 분명하게 데이터 쪼가리라는 선을 그어 놓습니다. 물론 감정이입이나 그런 걸 하기도 하지만, 좀 박하게 말해서 한국 겜판소처럼 현실과 가상을 구분 못하는 수준까진 아니죠. 오히려 감탄하는 게 대부분의 반응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쪽이 더 개연성이 있고 말이 되는 서술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여간.. 볼만은 했지만, 굳이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한 작품까진 아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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