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개발한 3세대 MMORPG 게임으로서 많은 기대를 받아왔던 게임치고는 너무나도 아쉽고 그 이상으로 아까운 게임입니다. 저도 해보기 전까지는 굉장히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발매한 이후 하다보니 정말이지, 흔한 한국 게임의 문제점들을 계승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했죠.
일단 먼저 장점을 이야기해보자면, 3세대 MMORPG로서 HnH와 같은 게임에서 제시되었던 개념과 요소들을 적용했습니다. 특히 듀랑고 시스템 중 가장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던 것은 제작 시스템인데,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정해진 재료 아이템과 정해진 결과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각 아이템들에 특성이라는 성질 개념을 부여한 뒤, 그 특성이 맞기만 한다면 아무리 말이 안 되는 결과물이라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한 차원 진보한 제작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앞으로의 MMORPG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게임사적 획을 그었다고 평가하는데, 기존의 한정적이고 한계가 뚜렷한 제작과 재료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더 현실적이고 넓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이런 제작 시스템에 대해서는, 그 개념 자체로서는 호평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봅니다.
그 외에 불안정섬이라는 개념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할 수 밖에 없는 한정적인 자원과 맵의 크기와 거리 문제를 해소한 훌륭한 구조적 설계라고 봅니다. 시간을 제한한 채 그 기간 내에 그 섬에 있는 모든 것은 채집, 설치 가능한 것들이고 이는 이런 류의 게임에 고질적으로 존재하는 자원과 맵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냥터나 채집터 통제의 문제도 없어지고 희소한 자원을 특정인들만 독점적으로 얻거나 사실상 무의미하게 없어지는 일이 줄어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죠.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만..
게임 자체가 쉽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시스템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몇몇 개념과 요소만 알면 되기 때문에 특별히 더 배우거나 연구할만한 부분이 많지는 않죠. 이는 폰게임으로서 많은 시간과 정신을 할애할 수 없는 이들에게 쉬운 접근성과 빠른 적응력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죠.
근데 솔까 장점이라고 꼽을만한 건 이런 것들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솔직히 문제는 너무 많아요. 6년 동안 개발한 게임 치고는 정말이지 아쉽고 아까울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소재도, 게임의 설계도 괜찮았지만, 구조적인 문제점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버렸습니다.
먼저, 땅이 부족합니다. 불안정섬은 잘 만든 시스템이지만, 안정섬은 그야말로 구조적 게임 설계 실패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무한하고 범용성이 넓은 활동을 보장 받는 플레이였다고 봅니다. 즉, 자기가 원하는 때 자기가 원하는 행위를 하고 원하는 것들을 얻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겁니다. 마인크래프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샌드박스로서 게이머가 원하는 요소를 잘 충족시켰기 때문이죠. 다소간의 한계는 있었지만 게임에 큰 문제가 되는 한계를 발생시키는 건 아니었죠.
하지만 듀랑고의 안정섬은, 그 좁아터진 섬에 수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 땅따먹기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옆에 사람들 땅이 존재하고, 답답해 터진 섬에서 만들고 어쩌고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생존게임으로서(혹은 그러한 컨셉을 잡은 게임으로서) 존재 의의 자체를 말소시켜버린 기획입니다.
누구도 그런 답답하고 불쾌한 사유지 시스템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안정섬도 좁고 지형에 따라 유리와 불리가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점에서 더더욱이요. 사람들은 넓은 땅에서 자기가 원하는 만큼, 능력껏 땅을 넓히고 자신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느끼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듀랑고의 시스템은 그딴 거 없고 좁아터진 한정적인 땅 내에서 느그 혼자 알아서 해봐라 하는 건데.. 참...
더불어, 게임 자체가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볼륨이 적고, 할만한 게 적습니다. 애초에 소유지를 크게 발전시킬 방법이 부족 시스템 말고는 없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간의 커뮤니티 활동과 사회적 활동이 강요받는데, 먼저 폰 게임으로서 그러한 소통의 필요성은 태생적인 불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떄문에 보이스 채팅도 있지만, 까놓고 말해서 그리 잘 쓰인다곤 생각 안 합니다. 적어도 라이트 유저들에게 있어선 더더욱이요.
더불어 이런 류의 생존 게임은 불특정한 사람들끼리 노는 것보다는 자기 혼자 어떠한 장소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건물과 사물을 만들어 설치하고 정비하고 방비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에서 재미를 얻습니다. 근데 듀랑고는 그러한 점에 있어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발전의 한계는 뚜렷하고, 그 틀은 좁습니다.
근데 심지어 거기에 사냥, 채집, 제작의 반복이고, 퀘스트 내용도 거기서 거기인데다, 그 퀘스트 또한 그저 레벨업을 위한 행위에 불과한 게 사실입니다. 그냥 경험치를 많이 주니까. 이런 반복적인 활동은 기존의 RPG 게임, 특히 한국형 RPG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미 없는 뻘짓거리의 루틴 퀘스트로 여겨지고, 여기서 재미는 반감됩니다. 뭐 이런 퀘스트 없는 RPG 거의 없지만 한국형 RPG에서 이런 퀘스트의 남용은 많은 이들이 귀찮아하는 방식이죠. 만들긴 쉬워도.
솔까 이런 퀘스트 자체는 그럴 수 있습니다. 말했듯이 그런 퀘스트야 엄청 많고 당연한 거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거 말고 할 게 거의 없습니다. 폰 게임이다보니 게임의 볼륨이 적은 것도 이해는 되지만, 이러한 요소들과 결합해서 보면 그냥 게임을 계속 하고자 하는 생각이 안 드는, 재미 없고 지루한 게임이 되어 버립니다.
제작자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붙어놓게 만드는 시스템들을 설계해서 넣은 의도가 보이긴 합니다. 아이템들의 내구도 수명과 사유지의 유지기간 같은. 아이템의 내구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이는 설치물도 마찬가지죠. 그에 따라 그런 아이템을 통해 충분히 뽕을 뽑기 위해선 오래 게임을 하는 게 경제적이며, 이는 소모품에 있어서 특히 그런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죠.
설치 아이템이나 장비 아이템도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리 아이템으로 수리할 수 있지만, 최대 내구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다시 만들어야 하고요. 이런 식의 설계는 최대한 게임을 오래 하게 만들고, 계속 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지금까지 한 게 아까우면, 지금들고 있는 아이템들 다 날려먹는 게 아까우면 계속 하라는 거죠.
이런 시스템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제작자와 게임사로서 많은 유저들이 오래 하는 건 그만큼 많은 돈을 보장해주죠. 근데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게임 전반적으로 존재하고, 사유지와 같은 근본적인 요소에도 적용되며, 게임 자체가 재미가 없어서 이러한 시스템에 개연적 납득(오래된 아이템이 삭는 게 현실적이지. 같은.)보다는 그냥 접지 않으려고 만든 시스템이구나 라고 여겨지게 된다는 점이죠.
스킬 시스템에 대해선 그럭저럭 괜찮다고 볼 수도 있는데, 스킬 레벨을 높히기 위해 해당 제작이나 활동을 많이 하게 만드는 건 훌륭한 설계이긴 하다고 봅니다. 귀찮아서 그렇지. 더불어 일부러 스킬 포인트를 부족하게 만들어 더 많은 레벨을 올리게 해야 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보고요.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앞서 말한 최대한 오래 하게 만드는 수작질이라는 의심과 더불어 최대한 오래, 많이 하게 만드는 설계 의도로도 여겨집니다. 더불어 이런 시스템에 대해 호불호도 있을 수 있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이것들은 할 수 있어도 저것들은 못한다고.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 게임의 커뮤니티성을 통해 극복하라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땅이 부족하고 채집과 제작에 한계가 있다면 부족을 만들고 가입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라는 겁니다. 듀랑고 기획자가 마영전 기획자와 동일인물이죠. 그에 따라 커뮤니티성에 주안점을 둔 거 같은데, 대다수의 라이트 유저들은 그런 걸 원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폰 게임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그러한 활동을 잘 할 수 없게 만들죠.
까놓고 말해서 많은 이들이 집에서 녹스, 블루스택 같은 걸로 돌리게 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폰 게임으로 만들 이유가 있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PC게임으로 만들고 구조적 문제나 볼륨의 문제를 다소 해소해서 출시했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구조적인 문제는 존재하고 게임으로 하여금 게임성을 통해 계속 해야할 이유를 만들기 못하고 시스템적 제약을 통해 계속하게 만드는 만큼 이러한 비판은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차라리 마인크처럼 싱글, 멀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멀티 또한 마인크래프트처럼하는 게 나았다고 봅니다. 전세계 단일 서버나 다수의 인원을 수용하는 게임사에서 제공 서버를 만들겠다면 HnH와 비슷하게 만드는 게 나았죠.
광활한 맵을 주고 랜덤하게 사람을 뿌린 뒤 스킬과 레벨, 자원 등에 따라 사유지를 더 넓힐 수 있고 원한다면 그러한 멀티 서버에서 타인과 하나의 부족을 일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불안정섬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걸 통해 자원을 얻는 것은 그대로 두고요.
사유지를 얻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걸 훨씬 어렵게 만들어야 했고요. 그래야 사유지를 늘려야 한다(=발전에 대한 게임성)는 비전을 주고 더 많은 노력과 활동을 발생시킬 수 있고, 실제로 늘리면서 성취감 등을 느낄 수 있죠. 또 섬 장터 같은 기능은 없애거나 최소화 해야 했습니다. 섬 장터에 대한 문제도 꽤 있죠.
싱글 플레이라면 여기의 요소 몇개를 도입한 채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한 포맷으로 가는 게 나을 겁니다. 거기에 듀랑고만의 특색과 시스템을 설계해서 넣었다면 진짜 갓겜 하나 만들어졌겠죠. 가령 펫 같은 걸 전투 때의 고기방패나 짐꾼으로 쓰는데, 이걸 통해 격투나 경주 같은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고 아예 건설이나 농사에 쓸 수도 있으며, 일종의 군대나 사냥부대 같은 걸 만드는 등 RTS적 요소를 적용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이런 펫에 대한 건 멀티에서도 적용해야겠죠. 군대 같은 RTS적 요소는 좀 제한해서. 물론 싱글에선 좀 풀고..
더불어 싱글이니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겠죠. 림월드에서처럼 조난자 같은 이들이 어디에서 발생하거나 발견되어 노예나 일꾼 비슷한 것으로 쓸 수도 있고, 그런 구조해준 인간 조난자들끼리 자식을 낳아서 아예 마을이나 왕국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비범한 확장성과 발전성을 구조적으로 설계했다면, 물론 MMORPG라기 보단 생존 시뮬레이션에 더 가까워지긴 하겠다만, 말할 것도 없는 샌드박스 게임사에 큰 획을 그어 놓는 갓겜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듀랑고는 개발 기간에 비해 그러한 볼륨과 게임성을 갖추지 못했고,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실망하고 비판하는 것이죠. 솔직히 많은 이들의 기대에 비해 실망스럽고 아쉬운 게임입니다. 고작 이렇게 밖에 못 만들었냐. 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요. 괜히 라스트 데이 온 어스 하다 듀랑고 해보고 다시 LDOE로 돌아가는 게 아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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