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판사회학자인 밀스가 저술한 '사회학적 상상력'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인생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곧 인간과 사회, 개인의 일생과 사회 역사, 자아와 세계의 상관관계에 한계를 두지 않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죠.
50년대 미국에선 너무나 비대해진 사회체계 안에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도 못하며 절망하게 되어버리며, 자신이 사회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지조차 몰라 불안해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옛날의 농부는 자신이 소유한 논, 밭에서 일어나는 일만 알고 관리만 잘 하면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었지만 현대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해졌으며, 그에 따라 다방면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한 개인이 모든 사회를 이해하고 대응할 순 없죠.
현대인이 모든 사회방면의 것들을 경험할 순 없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않더라고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사회 구조를 통찰함으로써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실 이러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막는 것이 모든 사악한 기득권층의 목표이자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한국에선 모두 개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경향이 곧 그러한데, 사회, 국가 등 집단의 문제를 개인의 정신력과 노력의 탓으로 돌려버리면서 사회나 국가(엄밀히 말해서 정부)의 책임을 없애기 위함입니다.
자신에게 문제의 원인이 있고, 혹은 그에 대해 해결할 능력과 의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렇지 않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 편한데다, 그러한 문제를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에겐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의지도 없고, 실제로 해결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되려 문제가 계속 존속되길 원하죠.
만약 대중이 그러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그러한 통찰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면 그러한 거대한 패악질과 사악한 의지는 멈추어질 것입니다. 아무리 대통령, 총리, 장관, 의원, 사장, 회장들이 힘이 있어도 거대한 대중들의 의지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는 역사가 증명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대중들이 그러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갖추지 못하고, 특정 정치세력과 그들의 나팔수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그들의 주장에 선동, 세뇌될 수 밖에 없죠. 사회학적 상상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구조적 문제를 절대 발견할 수 없고, 그러한 상태 속에서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구조적, 사회적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거나, 그러한 문제에 부딪힌 타인을 개인의 노력이나 정신력 등 개인의 탓으로 돌려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을 경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헬조센'이 되는 거죠. 문제가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개인의 탓으로 귀결시키며,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못한 게 되는 헬조센.
사회학적 상상력을 갖추기 위해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바로 철학과 역사학이 그러한 지성을 갖출 수 있게 해줍니다. 이들은 배우는 자에게 논리와 지식을 주며 그러한 논리와 지식을 문제를 천천히 살펴보고 문제의 원인과 현상을 분리하여 볼 수 있게 해주며 더 나아가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도 있죠.
역사학은 과거의 사례와 사회 및 국가의 구조, 사회에 형성된 구조적인 틀을 볼 수 있게 해주며,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어떻게 발전해온 것인지 인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한 것들이 곧 사회학적 상상력을 이룹니다. 그렇게 얻어진 지성은 언어적으로 풀이할 수 있게 되는데, 어떠한 것을 알고 있거나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언어적으로 나타낼 수 없을 때 사람은 답답함을 느끼고, 그러한 답답함은 쉽게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억울할 땐 어째서 억울함을 느끼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억울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우니 주먹부터 나가게 되는 거죠. 하지만 반드시 이러한 폭력으로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그 반대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죠. 바로 '포기' 설명할 수 없으니 설명하지 않고 그저 그러한 문제를 묵묵히, 꿋꿋이 견디기만 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헬조센에서는 청년층에게 출혈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논리와, 매우 위험한 친자본-친기업의 사상을 기반으로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을 노예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이게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청년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없고, 오히려 매출 300억 청년 기업을 문 닫게 하는 등 청년의 성공을 막고 무너뜨리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생들,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고 어렵고 힘든 것이 개인의 노력과 정신력 탓이라 일갈하고 있는 게 현 집권층, 기득권들의 현실입니다. 1
그들 자신의 책임을 없애기 위한 탈정치화이죠. 탈정치화란 사회계층간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사회 갈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치적 원인을 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든 문제는 개인의 탓으로 귀결되는데, 현재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문제죠. 주로 중장년층과 기득권층이 그렇습니다.
진짜 문제는,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이권 때문에 그러한 헛소리를 하는 거지만, 중장년층은 그러한 이익관계와 무관하게 그들의 선동에 세뇌당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자신은 물론 자기 자식들 쉽게 해고 당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겠다는 데 좋다고 찬성하는 건 걍 병신이죠.
대한민국의 청년들과 대학생들은 인문학적 자식과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인식은 발생했지만, 어째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고 있죠.
단순히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만으로 괜찮아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러한 문제의 인식이 힘들게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인식했으나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로 하여금 되려 절망에 빠뜨릴 수도 있죠. 내가 저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지금 상태에서 더 나아질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는 게 말입니다.
그런 한 세대의 집단 절망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득도세대. 사토리 세대입니다. 절망한 사람에겐 욕심이 없죠. 도전하거나 무언가를 희생할 배짱도 없기 마련이고 그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나아지면 좋고,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기만을 원하는 세대가 된 겁니다.
일본과 한국의 사회적 격차는 10년이라고 하죠. 앞으로 약 10년내에 한국도 일본과 같은 꼴이 될 겁니다. 현재 한국의 청년층은 절망해가는 과정 속에 있으며, 청년 세대는 문제의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해결할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하게 될 겁니다. 당장 인구부터가 중장년층이 더 많고, 통진당 해체, 재보궐 참패, 무능한 문재인과 민주당, 역시 무능한 안철수의 야권 갈라먹기 등 맞서 싸울 야권의 힘을 너무나도 약하며, 심지어 적지 않은 청년층도 일베 등의 영향으로 극우화가 되었습니다.
즉, 더욱 더 우편향, 극우화된 한국에서 노동자와 인권, 소수자는 설 곳을 잃게 될 것이고, 소시민적 삶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다행스런 사회가 될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그러한 고통에 절망하고 절망에 익숙해지며 발전없는 진짜 헬조센이 완성될 거라는 거죠.
그나마 일본은 국력이 있고 여력이 있지만 한국은 그런 일본에 비해 한참 모자랍니다. 적어도 일본에선 프리터 생활만으로도 먹고 사는 데 전혀 문제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에선? 직장인도 노예로 살아야죠. 돈도 적게 버는데 나가는 돈은 더 많아지기만 하니까.
정말로, 이러한 헬조센이 고쳐지려면 지금 당장 모든 세대가 민주적 소양을 갖추게 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40대나 50대 이상 국민들은 다 사라져야 할 겁니다. 50대부터 새누리당 몰표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들은 이미 정상적인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유신노예나 다를 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그 윗세대는 새누리당과 같은 극우파에게 세뇌당한 세대입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공정한 정치경쟁을 하려면 그런 반칙 세대는 없어야죠. 일명 콘크리트 지지. 뭐, 나라를 팔아먹어도 무조건 새누리당 1번 찍는다는 사람 많잖아요? 그게 정상으로 보입니까?
- '매출 3백억' 청년 기업, 법 하나에 문 닫았다 http://media.daum.net/economic/all/newsview?newsid=20160105203509188&RIGHT_COMM=R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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