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전부터 간간히 제가 다음 팁 활동을 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런 활동을 하다보면 정말로 많이 보는 게 관상, 손금, 사주팔자, 해몽 같은 비과학적인, 미신적인 질문들입니다. 뭐, 사람이라는 게 반드시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그러한 종교적 믿음을 구사할 자유 또한 있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사람이 모두가 근대적 이성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당장 종교부터 사라졌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비과학적인 미신 따위를 믿는 것은 저 같은 이들에게 정말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손에 어떻게 금이 가있는가 따위로 인생의 미래를 알 수 있으며, 동양철학 서적 중 일부를 가지고 인간과 인생을 설명하며, 꿈을 꾼 내용만으로 어떤 미래가 닥칠지 예상한다는 건 그 자체로 병신같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습니다.
논리적 사고라는 것은 어떠한 현상에 대해 원인과 과정, 결과를 최대한 설득력있게 해석할 수 있고, 또한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컨데 내가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았는 데 그 이유가 오늘 돼지꿈을 꾸어서인지, 시험에 100점 맞았기 때문인지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건 당연히 후자죠. 인과관계라는 게 그런 거잖습니까. 원인에 따른 결과. 시험에 100점 맞았고 그 때문에 아버지가 기분이 좋아서 용돈을 줬다고 생각하는 게 존나게 존나 상식적인 판단일 겁니다.
평소엔 괜찮았던 사람이 갑자기 급사해버렸다면 신의 천벌을 받았다는 설명보다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병이 있었거나, 갑작스런 뇌경색, 뇌졸중 따위가 있었다는 게 더 그럴싸한 설명이듯이요. 그리고 실제로 부검 결과 그러한 뇌경색 같은 증상이 발견된다면 후자의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일테고요.
그렇지만 관상이나 손금, 사주팔자, 해몽 같은 것들은 그러한 논리성이 완벽하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는 것을 서로 엮고는 그것을 설명이랍시고 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과학적이지도 않은 것이고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것도 아닌 글자 그대로 사이비 종교 내지는 사기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은 반드시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으며 무조건적인 과학적 사고를 하는 존재도 아닙니다. 때로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나 믿음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종교성이나 비합리성 또한 인간이 가지는 중요한 요소임은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죠.
물론 저는 그러한 비합리성과 비이성적인 사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꾸 보다보면 걍 짜증나고 멍청해보여서 싫어한다면 싫어하는 편이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논리적인 반박을 하다보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말이죠. 뭐, 맞는 말입니다.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건 있죠. 하지만 그건 현재의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예컨데 2000년전의 과학으로는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의 근본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했죠.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쿼크, 원자, 분자 따위로 구성되어있음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300~500년전 유행했던 연금술에선 설명하지 못했던 어째서 금을 연성할 수 없는가에 대한 설명은 현재의 과학으로 충분히 합니다. 따라서 현재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는 것들은 미래에 가서 설명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하고, 그것은 현재까지의 과학사史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이런 말에 대해 가장 짜증나는 부분이 바로 그런 점입니다. 정작 자신이 과학과는 백만광년 떨어진 개헛소리 주장을 하고 있는 주제에 과학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짓껄이는 거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본인이 하고 있는 그 주장이 왜 개소리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해몽이 왜 개헛소리인지, 사주팔자가 왜 병신 소리인지, 왜 모든 점쟁이들은 사기꾼인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적어도 과학자들은 어째서 가스를 잠그지 않았을 때 가스폭발이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리적으로 타당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를 놔두고 어제 꿈을 흉몽으로 꿔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느니, 사주팔자를 봤더니 그 나이때쯤에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나왔다던지 하는 건 걍 병신 개소리라는 겁니다.
본인 스스로가 병신 개헛소리를 짓껄이는 데 이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에 대해 어떠한 그럴싸한 재반박은 한 톨도 못하는 주제에 ㅎㅎ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이딴 소리나 하고 있는 데 이게 걍 병신이지 뭡니까. 따라서 그냥 궤변입니다. 내가 증명할 수도 없고 오히려 논리적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도 없는 주장을 하면서 그러한 면에 대한 논리적 공격을 받으면 그러한 논리성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로서의 궤변.
과학적으로 그것은 틀렸습니다. 라고 하면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며 그 주장에 대한 옳고 그름 자체를 벗어나 과학의 신뢰성 자체에 대한 물타기, 공격으로 넘어가는 논리적 오류이자 궤변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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