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아니라 그들의 종교 그 자체입니다. 창조설을 주장하는 자들은 대개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창조신화를 기반으로 주장하는 데, 그들의 절대다수가 기독교, 혹은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이죠.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창조신화가 단지 그들의 종교, 일개 종교의 성경(혹은 기독경)에 기록된 객관적 근거도, 논리적 정합성도, 실존적 증거도 없는 '이야기'라는 점 그 자체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다른 종교의 창조설화, 창조신화가 이들의 것보다 더 열등하거나 더 우월할 것도 없는 동등한 것이라는 점이죠. 쉽게 말해서 그들이 주장하는 창조설이 설령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기독교나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가 말하는 창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며, 물론 실제로 그러한 종교들의 창조설에 의해 만들어진 우주가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할 뿐입니다.
즉, 기독교에서는 절대자 하나님이 우주를 만들고 지구를 만들었으며 생명을 창조했다고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여신 가이아와 그 자식들, 그리고 그 자식들간의 근친혼에 의해 탄생하고 만들어진 우주와 생명이고, 북유럽 신화에선 이미르라는 거대한 거인의 시체에서 말미암은 것이 바로 이 우주와 신들, 그리고 인간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집트 신화에도 창조설화가 있고 중국신화에도 창조설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러한 종교나 신화의 창조를 진실로 여기지 않고 이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과학이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우주 탄생과 생명의 진화를 부정하지 않고 있죠.
정리하자면, 일개 종교인 기독교의 성경에 나온 창조설화를 기반으로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진화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부정하는 것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창조설화를 기반으로 우주의 탄생 및 진화 등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부정하는 것은 하등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만약 기독교인이자 창조설을 믿는 사람이 그리스신화나 북유럽 신화의 창조설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비종교인과 마찬가지의 생각이겠죠. 그건 그냥 '이야기'에 불과한 데 어째서 그것이 진실이냐. 그 근거가 뭐냐. 라고 말입니다.
바로 그 점이 창조설자들의 가장 큰 논리적 결함입니다. 일개 종교의 창조설화는 많아요. 종교마다 으레 있는 것이 그러한 창조설이죠. 심지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라는 패러디 종교 또한 창조설화를 가지고 있죠. 기독교인이 성경의 내용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창조설 또한 마찬가지로 여기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다른 종교인들 또한 자신들의 경전과 창조설을 금과옥조로 여길 것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에게 성경과 성경의 창조설이 다른 이들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종교인도 똑같다는 겁니다.
제가 아는 한, 그 누구도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신화, 이집트 신화, 중국 신화의 창조설화를 진실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과학이 설명하는 우주와 생명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유독 기독교인들만이 자기들의 성경에 적힌 문장 몇 구절을 근거로 과학을 부정하며 그것이 진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들의 믿음으로 타인과 싸우길 마다하지 않죠.
그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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