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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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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2
    휴식에 대한 인식의 개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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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휴식에 대해 생각하길, 휴식은 쉬는 것이고 에너지를 재충전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이러한 휴식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 개념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인데요, 그에 따라 생각해보면 우리가 휴식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어째서 구시대적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대를 겪었습니다. 60년대부터 조금씩, 70, 8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산업화는 일제시절의 전체주의적 사고관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들에 의해 국가통제의 일사분란한 근대화라는 기조 아래 행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치관 아래 설정된 한국의 노동윤리는 개이주의, 개인 여가시간 동안의 취미생활 등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억압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외와 비교하자면 놀거리가 없고, 실제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여러 여가문화를 즐기는 일이 드물다는 점과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그러한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을 게으른 사람들이나 할 소리로 여기거나, 정말 시간이 남아 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러한 인식의 바탕은 국민의 모든 활동은 그놈의 경제발전을 위해 할애, 사용되어야하며 그렇게 경제가 발전해야만 국가가 살고 국민도 산다는 집단세뇌, 프로파간다의 결과입니다.



현재 한국의 휴식, 개인시간에 대한 인식은 산업시대의 그것과 같습니다. 휴식, 개인시간 = 재충전의 시간이고, 그렇게 재충전되면 다시 국가를 위해, 기업을 위해 노동을 통해 부를 생산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죠. 왜냐하면 쉬는 시간 없이 막 부려먹으면 쓰러져서 일 못하고 그러니까 좀 쉬게 둔 뒤에 다시 일을 시키기 위한 시간으로 주는 것이 휴식시간, 개인시간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러한 개인시간은 노동을 위한 것이라는 건데, 이것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이고 권리마저 결여된 사상과도 같습니다. 만약 그렇게 개인시간은 노동시간을 위한 시간이라면 우리가 수많은 여가문화나 다른 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가 다름아닌 일을 하기 위해 쉬어야하는 시간으로 줬지 그렇게 놀면서 힘 빼라고 준 시간이 아니다 라는 것(= 생산성에 해가 되는 행위이기에)이라는 말이 되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술, 담배, 섹스, 간단한 스포츠 밖에 즐기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논리, 인식은 사회적으로 해가 되는 논리이고 후진적이며 구시대적이기에 사회적으로 퇴출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해외를 봤을 때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왜 우리 개인 시간을 다음에 찾아올 일에 도움이 되는 영역에 한정해서만 써야하느냐라는 물음이 던져지고 국가도, 기업도 개인인 나에게 무엇이 옳고 그런지, 뭘 해도 좋고 뭘 하면 안되는지 멋대로 규정할 권리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특히 최근에 중시되고 기업들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창조성이라는 것도 자신이 종속되어 있는 일의 범주에서 일탈하여 그야말로 잉여스럽고, 쓸데없는 어쩌면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보내면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막 발달되고 발휘된다는 사실도 알려지게 됬죠.


창조성이라는게 계획과 스케쥴에 따라 착착 개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가치가 기업에게도 필요한 것이고, 앞서 이야기한 구시대적인 인식이 기업에게도 또한 해가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술, 담배, 섹스, 스포츠는 전근대사회에서부터 존재해왔기에 직접적인 규제나 억압이 어렵습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꾸준히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자 그것이 해가 되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는 둥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큰 반발을 사기 쉽죠. 그렇지만 시대가 바뀌고 기존보다 더 넓어진 선택지를 만들어낸 다른 모든, 여러 활동은 그딴거 하면 공부하는데, 일하는데 도움 안된다느니 방해된다는 식으로 개인의 시간에서 선택하여 즐기는 활동을 나쁘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을 노동에 재투자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여겨져온 권위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노동윤리 때문에 우리는 그 많은 여가문화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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