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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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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략'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11.25
    조선의 왕권과 신권의 대립에 대한 기초 이해. (2)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 마오쩌둥



권력의 실체는 무력입니다. 정당성도, 권위도, 명분이 없어도 원하는 바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은 오직 폭력에서만 나옵니다. 그리고 정부란 그러한 폭력을 정당하게 독점하고 있는 공동체 유일한 조직이죠. 따라서 국가의 가장 강력한 힘은 군대와 경찰에게서 생산되는 폭력이며, 그것을 잃는다면 정부는 존속될 수 없고, 국가는 멸망하게 됩니다. 


그러한 위험 때문에 군대는 국가에게서 반드시 필요한 불가결한 조건이며, 동시에 군대가 총을 거꾸로 겨냥하는 일을 막기 위해 반드시 통제해야 하는 위험 또한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제 3세계의 국가들은 언제나 쿠데타의 위험이 있고, 쿠데타를 겪기도 하는 등 군부의 통제에 힘겨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오쩌둥의 저 말을 전근대 시대에 맞게 바꾼다면, 권력은 칼 끝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국가든 최고 권력은 결국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고, 모든 실력의 우위에 설 수 있는 힘은 오직 폭력 뿐이죠. 그러한 폭력을 언변이든, 카리스마든, 재력이든, 혈통이든, 인적물량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독점하는 자가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우리는 주로 왕이라고 불렀죠.


그러나 국가는 여러 변화를 거치게 되고, 국가의 크기와 복잡성이 더해지며, 통치를 위한 더 나은, 더 세련된 방법론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여러 견제장치 또한 발생하게 됩니다. 주로 왕권과 신권의 대립으로 대표되는 경쟁과 견제 또한 그렇죠.



조선에서 유교를 비판하는 이들은 무의미한 붕당놀음과 당리당략에 따른 무익한 정치싸움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들 합니다만, 실상 조선이 멸망한 이유는 되려 유교적 질서의 붕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3/12/01 - [취미/이야기] - 유교에 대한 오해, 유교는 어떻게 사람을 통제하였는가.


먼저, 조선은 유교라는 통치 시스템을 국시로 삼았고, 이것을 근본으로 하게 됩니다. 국가 정체성이 유교 성리학에 있다보니, 이것을 거스르거나 무너뜨리는 일은 곧 역모, 반란, 반상의 법도를 뒤엎는 죄악이 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국가의 근본 정체성으로 삼으며, 이것을 무너뜨리거나 위협하는 일은 반체제적 범죄로 여기거나, 최소한 반체제적인 행위라고 비판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조선은 약 200년간 평화기를 거쳤고, 그 동안의 군주는 꽤 뛰어난 이들이 많았습니다. 태조부터 세종, 심지어 선조에까지 나름 뛰어나고 훌륭한 왕들이 많았으며, 왕권 또한 높은 편이었죠. 선조 또한 능력은 뛰어났으나, 소인배적이고 책임감을 짊어지지 못하는 찌질함은 그의 평가를 뒤엎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은 거대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왕의 무능과 초기에 속수무책으로 밀린 패배의 쇼크는 왕권을 흔들었고, 조선의 무력에 회의를 주는 사건이 되었죠. 물론 어느 정도 복구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훗날 이괄의 난으로 날려먹고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으로 권위도 실력도 날려먹게 됩니다.



이 두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왕권의 실추에 기여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왕이 궁궐, 도성을 버리고 도망을 갔고 왕이 오랑캐들에게 머리를 박으며 굴욕을 보였다는 희대의 사건으로 하여금 조선 전기의 왕권은 중기, 후기를 거치는 동안 추락할 수밖에 없었죠.



더불어 신하들 또한 왕을 위해서 일하는 자들만은 아니었습니다. 뛰어난 학식과 배움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감각은 남달았고,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당연히 모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익과 손해, 다른 권위와 권력에 의한 축출을 방지하고 방어해내기 위해선 조직을 이룰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똑똑하고 조직력 있는 세력이 신권 하에서 발생하게 되었기에, 왕권은 더 거대해지고 강력해진 신권 세력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공격을 해도 유교적 원리 하에 있는 성현의 말씀을 명분으로 삼아 방해해버리기 때문이죠. 그러나 말은 맞는 말이고, 논리도 겉으로는 타당하기 때문에 그들을 견제하려면 무력이 있거나 지력이 어마어마한 천재거나 해야 했습니다만..


하여간, 붕당이라는 게 그래서 생겼고, 붕당정치가 그래서 생겼으며, 환국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왕이라는 것은 하나의 명분입니다. 성리학이라는 정치철학, 사상 내에서 왕은 충성의 대상이었고, 하늘과 같이 여겨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만만해도 정당한 명분이 없이는 함부로 폐위시킬 수 없었고, 겉으로는 따르거나 통치를 위한 일이라 포장을 해야 했죠.


물론 그 목적은 왕권의 견제, 혹은 실추를 위한 정치싸움이었습니다. 가령 말하자면 이런 건데, 왕권을 견제하고 차기 왕권의 실추를 위해 세자의 흠을 잡아 세자를 폐하고 다른 대군을 책봉하라는 등의 주장이라던가 하는 게 있겠죠. 



따라서 왕의 입장에선 신하들이 모두 모여서 왕권을 견제하는 것보다, 서로 싸우게 분열시키는 게 올바른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다고 명분도 없이 신하들을 죄다 도륙해버리거나 누구 하나 꼬투리 잡아도 자기들끼리 뭉쳐서 보호해주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실각시키는 데 실패한 책임이 그대로 역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붕당정치는 왕권의 신권에 대한 견제책이었습니다. 서로 분열하여 서로 당리당략을 위해 싸우는 것이 서로 힘을 합칠 수 없게 하고 그들의 역량을 스스로 갉아먹게 만드는 방법론이었죠. 물론 이러한 것의 문제점은 진짜 국가의 통치를 위해서 일하기 보다는 당리당략과 같은 자기 진영의 손익에 대한 싸움으로 환원되어 버린다는 문제가 있고, 그렇다 해도 왕권을 위한다는 건 또 아니라는 겁니다. 왕권이 적극적으로 기를 피려 한다면 차라리 뭉치게 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죠.


근데 진짜 붕당정치의 문제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한 붕당이 너무 오래 되었다는 겁니다. 차라리 지속적으로 솎아내거나 한번 쓸어버려서 다른 정치토양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왕의 역량 탓인지, 신권의 힘 때문인지 그러지 못했죠.


붕당이 너무 오래된다면, 서로 싸우기 보다는 서로 야합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서로 견제하고 싸우는 모양새를 하지만, 진짜 위험하거나 곤란할 때는 서로 적당히 타협하고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으며 협력하는 관계가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게 더 쉽고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이죠. 


물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를 아예 못한 건 아니고 여러 환국, 사화를 통해서 그럭저럭 성과를 보긴 했습니다. 가령 경종이 대리 청정의 문제로 함정을 판 뒤, 영조를 지지하는 노론의 수뇌부를 대거 숙청하고 삼수의 옥이 터지면서 다시금 죽이는 등의 성과를 손꼽을 수 있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붕당정치는 조선의 역량을 갉아먹고 왕권이 주도권을 잡아서 이끌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신권에게 사실상 패배하게 되는 시점까지 온다는 점에서 성공한 정치까진 아니지 싶습니다. 



그런 신권과 왕권의 대립에서 왕권이 힘을 키우기 위한 여러 방법론은 몇 있었는데, 그건 바로 군사력입니다. 실질적인 힘이 있어야 권력은 보장되고 휘두를 수 있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론이 바로 북벌론인데, 효종 같은 경우 삼전도의 굴욕으로 땅에 떨어진 왕권을 높히기 위해 청나라에 복수하자는 명분을 걸고 시작한 일이죠.


당연히 명분이 있고, 내부적인 정치보단 외부적인 일이기 때문에 견제하기 까다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 청나라에게 굴욕을 본 것도 사실이고, 이에 대한 복수를 천명한다면 이를 막을 논리를 많지 않죠. 대놓고 그 군사력으로 우리 견제하는 거 아니냐. 같은 소리를 대놓고 할 수는 없으니 사공농상과 같은 명분으로 그렇게 징집하면 농사지을 인력이 부족하게 된다거나, 결국 모든 것은 백성들의 부담으로 돌아가니 민심을 생각하라는 등의 논리를 써야하죠. 물론 그런 논리라도 쪽수가 모이면 왕의 논리와 명분 또한 큰 견제가 됩니다만.


그러한 북벌론은 효종 때만이 아니라 숙종대까지 올라가는데, 그 때쯤 가면 제대로 먹히는, 약빨이 되는 명분이 아니기 때문에 써먹을 수 없게 됩니다.


그나마 정조 때의 왕권강화책은 꽤 성과를 봤는데, 수원화성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수원화성의 건축 목적이야 여럿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군사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성을 만들고, 군대를 주둔하게 한다면, 수도인 한양과 아주 멀리 있는 것도 아닌 수원은 언제든 신권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무력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실패하게 되는 것이, 순조 대부터 발생하게 되는 세도정치로 완전히 터져버리게 됩니다. 왕권의 신권, 그것도 특정 세도가문이 독점하는 명분이 되어버리고, 왕권이란 그 가문의 도구로 쓰이는 꼴이 되어버리죠. 



이러한 모든 맥락은, 왕에게 충성하며 섬기고, 백성을 하늘로 여기며, 예를 지켜야 할 사대부들이 그러한 원칙을 명분삼아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권세를 얻기 위해 남용한 결과입니다. 왕을 섬겨야 하는 이들이 왕을 견제하기 위해 세력화하고, 왕권의 성장을 억제하며, 백성을 노비로 만들어 역과 세에서 면제를 받아 결과적으로 역과 세를 통해 부강해져야할 국가, 왕실의 권력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반대로 사대부 가문들은 더 많은 노비들을 소유하게 됨에 따라 더 많은 땅에서 재산을 창출해낼 수 있게 되죠.


심지어 그러기 위해 일부러 양민을 노비로 만드는 여러 정책, 수작질을 벌이며 소작 때는 양민들을 노비로 만들어 재산화 하였고, 권세를 더 불리기에 바빳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국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기 때문에 훗날 조선의 경제적 구조를 무너뜨리고 지속적 발전과 안정을 해치게 됩니다. 


이러한 굴레는 국가 멸망테크로 돌아가게 되어 있죠. 


2013/11/09 - [취미/이야기] - 망국의 징조.


그래도 조선이 500년을 간 걸출한 국가라는 것을 반증하듯이, 노비종부법(결국 망함), 속오군(정작 군사적 효용이 영..) 등 여러 정책을 통해 노비를 줄이고자 했고, 실제로 조선 후기로 갈수록 노비 자체는 줄어듭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양민들의 삶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는데, 여러 이중적인 착취와 그나마 다른 나라보단 나았긴 했다만, 역과 세의 부담, 사실상 임노동자 및 사대부에 예속된 소작농 인생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노비보다 못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차례 양민에서 노비가 되는 게 유행하거나 그렇게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죠.



뭐.. 결국 모든 국가들이 다 그렇지만, 왕권과 신권의 견제는 항상 있었고, 그 난이도도 높았으며, 그렇기 위해 왕은 반드시 뛰어나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강압적 절대왕권이라도 가지고 있었거나.. 물론 그게 더 낫다는 보장은 없다만.


조선 또한 다를 게 없었던 겁니다. 단지 더 뛰어났기에 더 오래 갔을 뿐. 조선은 유교 때문에 망한 게 아닙니다. 부정부패 때문에 망한 거고, 정치싸움 때문이라곤 하지만, 그 또한 그나마 차악적인 방법론이었을 뿐입니다. 조선이 멸망한 것은 오히려 성리학적 질서의 붕괴 때문이라고 봐야죠. 왕을 섬기지도, 백성에게 베풀지도 않으며 그것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려 했으니. 성리학과 성현의 말씀을 명분과 정당성으로 이용했을 뿐 결코 성리학적 통치와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한국도, 다른 나라들도 그 나라의 사상과 이념, 정치적 정체성과 그 방법론을 이루는 논리와 명분, 절차, 정당성을 이용해 그 사회의 이익과 질서를 역행하는 행위를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됩니까? 정말 많습니다. 단지 조선은 그 싸움에서 왕권이 패배했을 뿐이죠. 멸망하는 모든 국가가 다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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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ttps:// BlogIcon 지나가던행인 2018.12.07 20:38 address edit/delete reply

    논리와 명분, 절차, 정당성을 이용해 그 사회의 이익과 질서를 역행하는 행위를 하는 이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놈들이죠...

    근데 요즘은 세상이 맛이 간건지 제가 맛이 간건지

    논리도 없고 명분도 없고 절차도 없고 정당성도 없이 나대는 놈들이 하도 많아진거 같네요

  2. Favicon of http://https:// BlogIcon 지나가던행인 2018.12.07 20:41 address edit/delete reply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조선이 병자호란을 겪고 한번 지도층이 물갈이 되었다면,

    소현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조선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좀 더 탈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망상을 해봅니다.

    거두절미하고, 조선이 추구한 유교적 이상향은 군사력없이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몽상과도 같은 살얼음판이었군요. 역사라는게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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