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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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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선택과목'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2.12
    한국 역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14)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함 풀어볼까 합니다.




한국 역사 교육의 문제점이라, 뭐가 있을까요? 의무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이다? 국영수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글쎄요.. 그건 정작 제가 이야기하려는 문제가 아니고, 사실 잘 생각해보면 선택과목이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조금 뒤에 이야기 해볼게요.



한국 역사교육의 문제점은 이겁니다.


한국의 역사과목은 굉장히 단순하다는거죠. 예컨데, 그저 언제 무엇이 일어났느냐, 어떤 시대, 어떤 왕때 어떤 정책이 시행되었느냐. 조선왕의 순서, 대한민국 대통령 순서 외우기... 결국엔 그저그런 텍스트 외우기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런 텍스트 외우기는 역사가 아니라 연대기에 불과하죠.


문제는 과연 이런 텍스트 외우기가 역사적 사고력에 도움이 되느냐는 겁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런 책만 뒤져보면 쉽게 찾을수 있는 언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느냐는 별로 중요한건 아니거든요. 기억 안나면 텍스트 찾아보면 답이 나온다. 뭐가 중요합니까?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의 어떤 특정한 팩트를 둘러싼 그 맥락, 의미와 제반 상호관계 등 입체적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해석과 평가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즉, 역사적 사고력을 기를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거죠.


국사 공부를 시켜서 시험을 보면, 그래서 낸 문제라는게 어떤 사건이 몇년도에 일어났느냐, 언제 무슨 정책이 시행되었느냐.. 따위의 잡스러운 팩트를 맞추라고 하지요. 그런건 생각 안나면 그냥 텍스트 찾아보면 그만 이고, 그러한 팩트는 이런 상호관계와 의미 등을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레 외워지게 됩니다. 


딱딱 끊어진 무미건조한 정보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



잘 이해가 안된다면 이런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금속활자라는 예를 들어보죠. 


금속활자로 유명한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우리 조상님들이 만든 금속활자가 있죠. 물론 세계최초의 금속활자가 우리나라, 고려때 만들어졌다는건 초등학생도 알만한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역사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쪽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이죠. 


왜일까요? 서구우월주의? 아닙니다.


그 이유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유럽세계를 뒤바꾼 커다란 원인 중 하나가 되었고, 고려의 금속활자는 그냥 최초로 만들어졌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설명해보겠습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고려의 금속활자보다 쓰기에 더욱 편리했고 실용성이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실용성을 바탕으로 단 50년만에 유럽 전역에 1500~2000만권의 책을 생산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수백년 동안 생상된 책의 총량은 겨유 10만권 안팍으로 추산될 뿐인데 말이죠. 그것도 무슨 책을 인쇄했느냐하면 '성경'입니다. 당시 성서를 만들던 시절엔 66권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 때문에 성경 한 질(여러 권으로 된 책의 한 벌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 값이 집 열 채 값에 해당했기 때문에 성서를 가질 수 있을만한 재력을 가진 자들은 부유한 귀족이나 수도원 밖에 없었고, 심지어 손으로 일일이 배껴서 만드는 필사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오타가 생겼고 이런 오타로 인한 오류를 바로잡고 정론을 제대로 가르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곧 진리이고 질서인 세상이었던 만큼 이런 독점은 교회가 교리를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체제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바탕으로 널리퍼진 이러한 '성경'은 일반 민중 또한 싼 값에 쉽게 구할수 있었고, 성경을 읽어본 일반 민중들이 보기에 성직자라는 인간들이 하는 행동이 성경에 적힌 내용과 전혀 달랐고, 따라서 기존의 교리해석에 반박하고 체제를 비판하는데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줬습니다.


이런 변화와 반박은 종교개혁이 일어나는데 큰 바탕을 하게 되었는데,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부르크 성당문에 걸어 당시 성행했던 면죄부의 발행을 비판했을때 이런 반박문이 독일 전역으로 퍼지는데 일조하게 됩니다. 이후로도 기존의 성직자, 교회를 비판하는 연설문이나 논문 등이 인쇄되었고 또한 유럽 전역 퍼져갔습니다. 일반 민중들은 기존 교회의 작태에 불만이 팽배해있었는데 이런 정보를 알게되는 것은 기존 교회와 교황파에 있어서 큰 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프로테스탄트'가 탄생합니다. 기존 교회에 반발해서 나타난 새로운 존재들인데, 이를 신교하고 하고 기존의 교황파를 구교라고 합니다. 후에 이들 프로테스탄트와 교황파는 종교전쟁을 벌이기 까지하는데, 이런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큰 역할을 담당했죠.


물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확대해석이고, 그만큼 큰 원인이었다 정도랄까요.



....



이런 유럽의 금속활자와는 다르게 동양의 금속활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사용하는 문자가 한자라는 점이죠, 수만자나 되는 글자들을 금속활자로 만들기에는 돈도,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립니다. 알파벳의 경우 수십개를 넘지 않는 것에 비해 불리하죠. 또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라는 민간인이 발명했지만, 고려의 경우 국가 주도하에 개발되었고 따라서 책의 생산은 엄격하게 국가의 관리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한자라는 특성한 일반 민중이 배우기는 어려웠고, 실질적으로 문자를 읽고 쓰는, 사용할수 있는 계층은 귀족등 지배층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고려의 금속활자는 모래거푸집이나 밀랍으로 만든 주조집에 구리합금을 부어서 만들었는데 주로 밀랍을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밀랍 거푸집은 재료가 재료인지라 열과 압력에 취약하며 한 번 사용하면 못쓰는 일회용이었죠. 심지어 주조한 것도 높이가 맞지 않고 글자의 모양이나 크기,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조합하여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구텐베르크의 것은 주폐국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금화나 은화의 초상화를 찍어내는 펀치에 글자를 거꾸로 새겨 철판에다 찍어 형틀을 만들고 그 위에다 철로 만든 주조기를 덧씌워 납, 주석등의 합금을 부어 주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철로 만든 형틀 및 주조기를 쓴 덕에 수천번을 주조해도 모양과 크기가 일정했으며, 형틀이 만가졌더라고 펀치만 있으면 언제든 형틀을 제작할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면에서 매우 경제적이었죠.



....



에.. 그러니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더 중요한 이유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일조했고, 고려의 것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역사적 해석과 제반 상호관계가 중요하다고 했죠? 단순히 고려의 것이 더 먼저나왔다는 구텐베르크의 것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세계최초라는 점과 이런 금속활자를 중국과 일본에 수출했다는 점 등 별거아니네~ 하고 무시할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증기기관처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물건이라도 그 시점의 사회를 잘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교훈을 가지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시 고려는 사회적으로 발전이 없었거든요.. 위와 같은 단점이 있었더라도 꾸준한 계량을 했다면 좋은 결과를 도출해 냈을지도 모른다는.. IF해봅니다..)


....



어째 하려는 이야기에서 너무 멀어진 감이 있는데, 그러니까 중요한건 텍스트 찾아보면 다 나오는 팩트 따위가 아니라 이런 역사적 맥락과 그에 대한 해석, 제반 상호관계를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게 역사입니다. 그런 역사에서 중요한건 '무슨 일이 일어났다'가 아니라 '무슨 일이, 어떤 원인을 통해, 어떻게 일어났느냐'입니다.


한국의 역사교육은 그런 면에서 역사적 사고력을 길러주지도 못하고, 따라서 국사 교과가 이러한 역사적 사고력을 길러주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일반 사회교과와 비교해 크게 나은 점, 중요한 점을 강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과 같은 서울대 국사 의무화 폐지같은 경우에도, 그에 반박하는.. 남아있어야하는 이유를 설명할수가 없는거죠.




아, 뭐 국사를 논술식으로 하자도 나름 달콤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그럼 체점하는 사람이 죽어나가겠죠...-ㅁ-a;;;;;


TRACKBACK 0 AND COMMENT 14
  1. Favicon of https://desert.tistory.com BlogIcon 소이나는 2013.02.12 23:05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국사 과목이 과거를 되새긴다는 의미 보다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 만들어져 그런가봐요.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춘추전국 이런 책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즐겁게 읽고 있는데 말이죠.
    국사는 정말 '사실'에 대한 암기를 위해 존재하죠. ㅜ.ㅜ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2.12 23:59 신고 address edit/delete

      네, 정작 중요한건 맥락인데 어떤 사건이 몇년에 일어나고~ 이런 구구절절하고 재미없는걸 가르치니 학생들 입장에서도 좋아라 할 리가 없는 과목이겠죠.

  2. Favicon of https://sejin90.tistory.com BlogIcon 이세진 2013.02.12 23:39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음..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시험점수를 위한 역사과목이 되어선 안되는데..
    뭐.. 요샌 또 그마저도 아니게 되고 있죠. 참..^^;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2.13 00:01 신고 address edit/delete

      뭐... 시험을 논술형으로 보면 체점자의 뼈가 삭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방식은 너무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3. Favicon of http://life-lineup.tistory.com BlogIcon +요롱이+ 2013.02.13 11:53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잘 보고 갑니다.
    아무쪼록 남은 하루 평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4. Favicon of https://languagescope.tistory.com BlogIcon ▷lAngmA◁ 2013.02.13 12:55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국사라.. ㅎㅎ 한국사 시험을 봐야 하지만 책을 볼때마다 참 재미없게 진행되는 듯 해요..ㅠㅠ 말 그대로 "사건"과 그 사건의 "영향"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 이루어진 현재의 교육체계로는 백 년이 지나도 똑같이 환영받지 못할 과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사를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요. 하지만 왜 국사가 재미없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시는 "국사편찬위원회"인 것 같네요.. ^^;;ㅎㅎ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2.13 13:41 신고 address edit/delete

      네, 정말 재미가 없죠, 학생들이 국사를 싫어하는 이유가 이런 단편적인 사실들의 열거를 외우기 위주로 공부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니까요..

  5.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3.02.26 13:2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역사전공자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현재 역사교육관련 주부처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아닌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수및 교과정을 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역사를 강조하더라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연장하지 않는이상 먹히지가 않죠... 즉.. 아무리 국사편찬위원회가 역사교육을 이런 방향으로 해야한다고 말을해도.. 교과부가 듣지 않아서 문제라는거죠....교과부는 국영수만 강조하니까요..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2.26 14:39 신고 address edit/delete

      심지어 교과서에 나온 지도가 본문의 설명과는 다른 시기의 영토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죠.. 하여간 전문 분야는 확실히 전문가들이 맡아야하는데...

  6. ㅁㄴㅇㄹ 2013.05.31 18:44 address edit/delete reply

    근데 이게 또 점수로 서열을 매겨야 하니 어쩔 수가 없더군요..
    전 이과 출신이지만 생물 과목의 경우를 보고 이 문제도 비슷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생물 문제도 처음엔 기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도표를 해석하고 생각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날이 갈수록 학생들이 이걸 다 잘하게 돼서 1등급컷이 만점에 수렴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죠.
    결국 점수를 차등화하기 위해 찌질하게 지엽적인 지식을 문제로 내고 말장난을 치게 되더군요.
    그러니까 결국 점수가 차등화되긴 했습니다(...)
    국사는 서울대 선택 과목이라 서울대 준비하는 아이가 아닌데 국사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역사 덕후들이 간혹 선택하긴 하더라만..).
    그러다보니 우수한 애들을 상대로 점수를 차별화하려니 저 쪽에서도 별수없이 저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현실적인 뾰족한 대안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3.05.31 19:40 신고 address edit/delete

      배우는 것의 핵심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게 또 점수따지고 차등화시키려면 되려 그 핵심에서 멀어지는게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역사같은 경우는 동감합니다. 역사 과목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말씀대로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7. D 2014.03.16 21:22 address edit/delete reply

    정말 잘봤습니다 !! 국어과제하는데 큰도움이 되었네요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14.03.16 21:54 신고 address edit/delete

      도움이 됬다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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