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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이야기

비극을 먹이 삼는 상황중독증.

by Konn 2017.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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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얼간이들 10화 中>



위 사례는 줌마 네트워크의 예시인 동시에 상황중독에 대한 예시이기도 합니다. 유쾌하게 묘사되었지만, 단지 상황만을 봤을 때 웬 청년이 중딩 양아치를 잡고 소리 치고 겁박하면서 우리 동생을 때렸다고, 돈 뺏었다고 크게 화내고 있었겠죠. 그럼 아줌마와 같은 이들은 그런 상황 자체를 먹이삼아 '심각한 척'합니다.


주변인들과 그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극, 혹은 카타르시스, 혹은 심각함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없는 말을 만들어내고 과장하고 서로 공유하는 거죠. 저렇게 화를 내는 데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 저러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을 필터 안 거치고 즐기기 위해 서로서로 떠드는 겁니다.


저렇게 화내는 걸 보니 애가 맞아서 응급실이라도 갔나보다, 저렇게 화내는 걸 보니 하루이틀 뺏긴 게 아닌가보다, 저렇게 화내는 걸 보니 매일매일 맞았나보다. 뭐 이런 거죠. 지레짐작. 자기들이 궁예인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 보고 자기 멋대로 이랬을 거다 저랬을 거다 추측해놓고, 추측도 아닌 기정사실인 것처럼 서로서로 떠듭니다.


까놓고 말해서 지들도 아닌 거 알고 신뢰할 수 없다는 건 알죠. 하지만 그렇게 나온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나왔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그래놓고 걔가 그랬으니 그랬던 건갑따 하고 자기들끼리 전달, 재생산이 되며 결국 그게 하나의 사실로서 돌아다니는 거죠. 그게 헛소문의 본질이고..



이런 현상은 그 상황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겁니다. 그 상황에 중독되어 정신적 쾌락을 느끼는 거죠. 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그 상황에 이입해서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겁니다. 비극을 먹이 삼고 마약처럼 삼는 거죠. 혼자서 심각한 척하면서 어째저째 이랬나 저랬나 하면서 하나의 유희요소로 소모하는 거에요.


위의 사례 뿐만 아니라 세월호 때도 그랬습니다. 아직도 기억 나네요. 사태 극초기 때 당사자도 아니고 이해관계자도 아닌 쌩판 남이 거기까지 와서, 단지 그 상황에 빠져선 혼자서 심각한 척 다하며 그 상황 자체를 즐겼죠. 마치 자기가 엄청 중요한 관계자가 되는 것처럼. 단순히 걱정하는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그냥 상황에 빠져 그 상황 자체에 중독되어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던 변태에 불과했어요. 모두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그런 변태들이 몇 있었다는 겁니다.


세월호 사건 때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비극적이거나 심각할만한 상황에 자기 혼자 심각한 척 다 하며 쓸데없는 오지랖에 쓸데없는 관심 가지며 그걸 즐기는 변태들 꽤 많습니다. 지가 상관할 일도 아닌데 굳이 대놓고 관심 기웃거리며 하나의 유희적 요소로 소모하는 겁니다. 비극을 먹이 삼으며 즐기는 거죠. 역겨운 변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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