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이 영화 명량을 보고 졸작이라고 평했습니다. 사실, 전 명량을 보지 않았습니다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더라 싶더군요. 뭐, 아직 본 것도 아니니 명량에 대한 평은 삼가야겠습니다. 하지만 진중권이 까이는 이유를 보면 참 기가 막히더군요.
먼저, 진중권은 본래 미디어 비평을 하던 사람입니다. 미학을 전공한 학자지요. 그러니 영화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밝히는 것이야 아주 당연한 겁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명량을 보고도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졸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도 수작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죠.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별 해괴한 논리로 까는 건 좀 기가 막히더군요. 진중권을 비판한 동아일보, 한겨레의 칼럼을 보면 진중권이 말한 것처럼 영화 내적인 이야기는 전혀 없죠.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그 칼럼에 나온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 현 한국의 세태, 그리고 진중권과 진중권의 국가관이 전부인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다룬 작품에 대한 평가로 어느 개인의 국가관을 따지는 것부터가 참 웃기더군요. 까놓고 말해서, 이순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개떡같은 영화 만들면 개떡같은 영화를 만든 제작자를 까야지 그것을 개떡같다 평한 사람의 국가관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거 진짜 웃긴거거든요.
물론 명량이 개떡같은 영화라는 소리는 아니고, 단지 이순신을 다뤘다는 것만으로 그것에 대한 비판이 금지된다면 그게 어디 정상적인 것이냐는 소립니다. 이순신 장군은 충분히 위대한 인물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순신 나오는 영화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욕을 들어먹고 국가관을 의심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죠.
솔직히 이번 명량과 진중권에 대한 논란은 다른 사람도 아닌 진중권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소동이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개인 잡담 수준으로 명량 졸작이네. 라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됐을까요? 글쎄요. 진중권이 이빨을 깠고 그게 이순신 장군 영화라니 시너지가 붙은 거겠죠.
이에 대해선 진중권보다 까는 사람에게 더 포커스를 맞추고 싶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님은 분명 위대한 위인이고 그 자체로 깔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유로 마치 신성불가침이라도 되는 양 이순신 영화를 비판한 것을 이순신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여기며 공격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지요.
마치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이순신을 까? 너 이 새끼!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고 봅니다. 무비판적인 비판.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만, 왠지 내가 느끼기에 잘못된거 같으니 깐다.. 같은 거죠. 이러한 생각없는 비판은 다른 여러 곳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걸 이야기하고 있는게 아니니 넘어가고, 말하자면 영화는 영화로 보고, 그에 대한 비판은 비판으로서 듣자는 소립니다. 별로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죠.
이런 논란이 일어난다는 것부터가 진중권이 미디어평론에 대해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그간의 행보 때문에 곱게 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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