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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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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27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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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원래 카카오페이지의 요일별 소설 중 하나였는 데 완결 이후 기무로 바뀌었죠. 이 소설에 대한 리뷰도 예전에 쓰려고 했는 데 제 게으름 때문에 결국 지금에 와서야 쓰게 됐습니다.. 그 덕에 잊어버린 것도 너무 많네요;



뭐 하여간..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액자식 구성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만큼 연결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연 작가의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는 꽤나 성공적이고 나름의 잘 짜인 짜임새를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역사 쪽은 꽤 좋아하다보니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서술된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하는 데, 더불어 그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설화, 전설 속의 괴담에 대한 기록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이런 정보를 많이 찾고 공부했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자료조사를 잘 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마다 주제가 되는 기록을 먼저 제시하고, 그 기록을 토대로 창작된 이야기를 서술하며 진행시키는 것이 작품 전체적으로도 상당한 짜임새가 있었습니다. 어느 주제나 단편 하나에 파묻히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거시적 복선을 이루어 나중에 회수되거나 어떠한 행동이나 발언, 사건의 근거가 되는 것을 연출하더군요.


이런 구성은 처음부터 전체적인 짜임새를 잘 짜야하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개연성 있고 짜임새 있게 잘 만들더군요. 그래서 더욱 괜찮은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거고요.



또한 특유의 캐릭터성과 각 캐릭터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까칠하지만 살짝 모자란 초짜 느낌의 유단과 까칠하지만 뭐든 다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 듬직한 백란, 귀엽고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 식구들도 그렇고요. 단이와 란이의 만담은 언제 봐도 귀엽죠. 채우 채설도 상반된 성격에 뭔가 어른스러우려 하는 것도 귀엽고.. 무엇보다 흑요가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누님 같으면서도 귀엽고 덜렁대는 모습이 귀여워해주고 싶달까..ㄲㄲ 도깨비 아재는 그냥 흑요랑 잘 꽁냥댄다는 느낌? 싫진 않지만 뭔가 특별히 와닿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없더군요. 이건 그냥 제 취향에 안 맞아서 그런 거고..



처음엔 그냥 옛날 이야기와 현대적 재창작에 대한 재미로 봤다면 끝나갈 때쯤 회수되는 복선들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애닳게 와닿았습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자신을 죽였고, 그에 대한 실망과 슬픔을 가슴속에 숨기고, 그게 천년이 넘는 시간 시간 속에서 닳고 닳아 원한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정작 천벌을 받고 부활과 죽음을 반복하는 자신의 원수를 지켜보고, 지켜주려고 했던 모습은 말입니다.


그러나 항상 실패해왔고 그건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왔죠. 그래서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지켜봤습니다. 모른 척 하기로요. 에전의 강력함은 잃었지만 그 잔재는 남아 있었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어처구니 없는 걸 달고 오는 모습은 얼마나 한심해보이고 황당했을까요..


그렇지만 곁에서 지켜보고, 지켜주었죠. 그리고 언젠간 다시 만날 그 날에, 다시 기억을 되찾았을 때 물어보고자 했던 겁니다. 왜 나를 죽였느냐. 형제와도 같았던 나를 네가 어째서, 어떻게. 하지만 천벌이란 오묘한 것. 결국 죄인을 찾아내 벌을 주고자 할 것이니 모른 척하며 하늘의 뜻에 감추어줬던 겁니다.


그러나 결국 찾아낸 진실은 실제로 자신을 죽인 것은 다른 존재고, 그 귀신이, 그 괴이가 자신의 죄를 자신의 가장 가까웠던 친구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었던 거죠. 천계의 존재들도 그걸 모르고 억울한 단이의 전생들만 벌하고 죽여댔던 겁니다.


물론 주인공들 답게 천년이 지나서야 겨우 진실을 밝혀내고 죄를 벗겨내죠. 


이 서사적 스토리는 저에게 상당히 애닳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친했고 사랑했던 가족이나 다름 없던 이에게 영문도 모른 채 배신 당한 걸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왜 그랬느냐는 물음을 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지상에 남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며 갈 때가 되지 않았다고 뻗팅겼던 것도, 그러면서 감정이 풍화되어 증오도 원망도 없어진 것도, 친우의 환생들이 영문도 모른채 천벌을 받아 요절하며 죽어가는 고통과 슬픔도, 그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모른 척 하는 것도, 그러면서 나름 잘 돌봐준 것도 모두 말입니다.


유단이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다른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지만, 백란만큼의 깊이를 가진 캐릭터는 없었죠. 그래서 백란의 과거 스토리를 가장 좋아하는 거고요. 까칠하게만 보였지만서도 속 깊은 무언가가 또 있으니 얼마나 입체적이고 매력적이겠습니까..



이런 캐릭터성과 스토리도 그렇지만, 또 하나 호평 받을 만한 것은 필체입니다. 가장 분위기로 기억이 남는 것이 어느 사건 하나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묘사되는 계절이 지나고 해가 져가는 무렵의 분위기 묘사였습니다. 정말 서정적이고 부드러우며 섬세한 묘사는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며, 이번 사건도 다 끝났다는 여운을 주며 막을 내리기에 훌륭한 연출과 묘사였죠. 그 부분에서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서정적인 연출과 묘사도 그렇고, 위험할 땐 마치 어두운 먹이 뿌려지고 위험한 독이 스멀거릴 것만 같은 아찔함을 묘사하는 것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스토리도, 캐릭터성도, 연출과 묘사도 나름 잘 어울리며 작품을 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명작이라고 평하기엔 모자라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아낄 이유는 없다고 보는 그런 작품이죠. 추천할 수 있냐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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