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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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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2.04.22
    시위는 왜 불편해야 하는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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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 [취미/이야기] - 아프리카의 시위 민주주의.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에서 지하철 시위를 한다고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욕을 합니다. 그건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근데 왜 시위를 사람들 불편하게 하냐며 욕하더군요. 근데 사실, 시위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 불편하게 하는 겁니다.

 

애초에 시위가 왜 발생하느냐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위란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밖에 나가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겁니다. 어느 한 사람에게, 어떤 단체에게 요구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요구하게 만드는 게 시위의 목적입니다. 시위는 내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요구이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달라는 요구예요. 내 말이 타당하다면 도와달라고요.

 

전장연의 과거 활동내역이 어떻든, 지금 그들이 주장하는 건 장애인 이동권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처음 들어본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애초에 관심이 없었을테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이 시위를 하는 겁니다. 장애인들은 어딘가로 이동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드니까 이걸 좀 해결해달라고, 편의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애초에 정부에, 국가기관에 요구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밖에 나와서 사람들 불편하게 하는 거고요. 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냐고요? 그래야 들어주니까요. 불편하지 않았으면 누가 관심을 가져줍니까. 어디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나무와 개울 앞에서 목 터져라 소리질러봐야 기사에 한 줄 나옵니까? 거기서 누가 뭘 하고 있는지 세상은 몰라요.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고, 교통을 막고, 고성을 내고,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겁니다. 그래야 관심을 가지거든요. 사람들의 역할은 저들이 우릴 불편하게 하니까 개새끼고 개새끼들은 몽둥이로 때려서 내쫓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왜 저런 시위를 하는 거고, 그들이 하는 말은 무엇이며, 왜 밖에 나와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시위를 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위가 불법이고, 사람들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발생시키는 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절차가 신념보다 위에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들의 주장과 요구가 형해화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들이 하는 말이 옳다면 그 표현 방법이 잘못됐더라도 그에 대해 타당성을 인정해야 해요. 즉, 생각해봐야할 문제라는 겁니다.

 

 

시위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옳고 타당하다면 그에 대해 같이 요구해줘야 합니다. 그냥 그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만 해도 되요. 인터넷에 한번 검색해보고, 관련 기사 하나 찾아서 보기만 해도 그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그 이슈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결정권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수치로 다가오는 요구가 됩니다. 왜냐고요? 그게 민주주의니까요. 시민들이 요구하면, 그들은 요구에 부응해야 합니다. 그것이 타당하지 않기에 들어줄 수 없다면 그 또한 대의 민주주의고요.

 

 

건전한 민주사회라면 소수자, 약자의 시위에 대해 '왜'를 생각하고, 그것이 타당한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우리가 관심이 없었던 사각지대에서 어떠한 불편과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하거든요. 절차와 제도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약자를 위해 기능하지 않을 때 저항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방식입니다.

장애인 단체가 불편을 야기하며 시위를 했을 때, 그것이 타당하다면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어 지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올바르고 적절한 해법입니다. 그렇게 사회가 진보하는 거고요. 그렇지 않고 지적질, 훈수질, 비난질만 한다면 진보할 수 없어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없는데 그런 행동이 어떻게 정의롭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용률 낮은 교외 버스정류장이 불편하다고 의자 세워달라, 비를 피할 수 있게 지붕을 설치해달라. 시에 요구하면 실제로 들어줍니다. 제가 경험해본 거거든요. 장애인들이 이동하기 불편하다고 요구한다면 들어줄 수도 있어요. 불가능한 거 아닙니다.

 

그들이 시위하면서 출근도 제대로 못하겠고, 불편하고, 시끄럽다면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면 됩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들은 자신이 요구하는 결과를 달성했음에도 세상이 끝날 때까지 시위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요. 시끄럽다고 쫓아내는 건 올바른 게 아닙니다. 그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를 따지는 게 옳고, 그들의 요구를 따지는 게 올바른 거죠.

 

그래서 시위자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겁니다. 그래야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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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ttps:// BlogIcon ㅇㅇ 2022.05.11 00:57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도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오래 고민해봤는데 결국 어느 쪽이 정답인지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셨듯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국가와 사회에 여러번 호소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시위 방향이 바뀐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위 방법이 옳은가?' 에 대한 대답으로 즉시 "예"라고 답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 소식을 처음으로 접한건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이라는 학교 커뮤니티에서였습니다. 어느날 아침 저희 학교 에타에 이런 글들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지하철 시위 때문에 지각하게 생겼는데 지각사유 인정 될까요?'. 이 상황을 마주한 뒤 제게 처음 든 생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권익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물론 장애인 단체가 사익을 추구하고자 시위를 벌인 것은 아닙니다. 분명 공익을 위한 시위였으며 주장하는 내용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은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무고한 이들이 발생한다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 행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의문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이에 선생님의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konn.tistory.com BlogIcon Konn 2022.05.11 15:21 신고 address edit/delete

      가급적 불편하게 하되, 피해는 주지 않는 쪽으로 하는 게 좋기야 하겠죠. 하지만 시위는 본질적으로 타인을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줘야 합니다. 그게 방법론이에요.

      우리가 선진국이라 말하는 그 서구라고 해서 이게 다른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시위가 크게 나면 약탈과 차량 방화까지 같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할 정도고요. 이 경우엔 시위자들 사이로 시위와 무관한 폭도, 약탈자들이 혼란을 틈타 벌이는 범죄에 더 가깝지만 말입니다.

      물론 자기가 피해를 보면 짜증나고 화가 날 수밖에 없고, 그 시위 때문에 내 학교나 직장생활에 불이익을 본다면 역시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런 방식을 취했다면 그런 이유가 있는 법이고요. 기실, 이건 정당화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권익과 요구를 위해 너희들이 피해를 봐도 좋다. 필요한 희생이다. 같은 게 아니라, 우리 요구를 들어줘라. 우리 요구를 이슈로 만들겠다. 그러니 더 소란스럽게 하기 싫고 시민들이 피해 보는 것을 막기 위해전 우리 요구를 들어줘라. 하는 거죠.

      물론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긴 합니다. 표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로. 이건 우리 체제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본질적으로 시위는 남을 불편하게 하는 겁니다. 아무에게도 피해주지 않기 위해 산골짜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위를 벌여봤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아요. 무슨 요구를 하든 아무 실현 가능성이 없죠.

      누군가 피해를 받는다는 이유로 이 민주주의의 본질적 행동을 제약한다면 그거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하고 중대한 피해입니다. 체제에 대한 훼손에 가깝죠. 실제 그런 식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거나 시도했던 정권들도 있었고요.

      피해에 대해선.. 그저 사회적 관용이 좀 더 넓었으면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직장이나 학교에 늦었다면 그냥 어떤 사고나 사건 때문에 교통체증이 발생했다고 여기고 간단히 넘어가주는 게 맞겠죠.

      갑작스런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고 그 때문에 늦기도 하는 거 대부분의 직장에서 큰 문제삼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면 꼰대 꼴통이고.. 그런 의미에서 같은 맥락으로 시위 때문에 늦었다고 하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그나마 가장 나을 겁니다. 실제 그런 경우도 많아요. 시위 때문에 길이 막혔다고 하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경우.

    • BlogIcon ㅇㅇ 2022.05.11 20:14 address edit/delete

      별 볼 일 없는 댓글에 이렇게 정성들여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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