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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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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06
    류호정 원피스 논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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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문제는 별 거 아닙니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죠. 다만, 이 문제는 비판하려면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냥 넘어가도 무방한 사안이 아닌가 한다는 거죠.



먼저, 어느 장소든 드레스코드는 존재합니다. 학교부터 장례식장, 심지어 일부 직장마저도 드레스코드를 지킬 것을 요구합니다. 시간과 장소에 맞는 옷을 입는 건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예의고요. 이에 국회 또한 예외일 수는 없고, 국민의 대표로서 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러한 드레스코드는 단순 엄숙주의가 아닌 국민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죠.


하지만 반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 의미가 담긴 옷 따위가 아니라면 굳이 옷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도 지나친 엄숙주의일 수 있습니다. 국회가 존중과 예의가 필요한 곳이라지만 지나친 엄숙주의 또한 권위주의의 상징이고 국회가 그렇게 엄숙하고 엄격한 드레스코드가 필요한 장소인가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있는 것도 아니죠.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들은 저 정도 복장으로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리는 곳에 자유롭게 나가는 편입니다. 물론 장례식장이면 무례한 건 맞지만, 국회가 장례식장은 아니죠. 장례식장만큼 처참한 일이 종종 벌어지는 곳이기는 하다만..



개인적으로 국회가 너무 난잡해지지만 않는다면 여러 다양성이 함께하는 자리여서 나쁠 건 없다고 보기도 하고요.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류호정 건과는 약간 차이가 있긴 합니다. 강기갑의 한복 같은 경우 당시 우리 지지자들은 비싼 정장 쉽게 입지 못하니 그 대표인 우리가 정장을 사입는 건 위선이다 라면서,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농민계층의 대표로 그러한 상징성을 위해서라도 한복을 입었죠.


더불어 유시민도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넥타이 안 하고 하얀색 단색바지를 입고 갔습니다. 이것도 국회의 금기라고 해야하나, 그런 걸 깬 거고 당시에도 논란이 좀 있긴 했습니다만, 사실 넥타이 안 하기는 90년대 후반부터 청년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던 양식이었꼬, 백바지도 세미포멀 스타일에서 흔히 이던 재질의 바지만 색만 다른 걸로 입은 겁니다.


당시 유시민에 대한 비판 여론은 주로 장년층이었고, 젊은 청년층에서는 오히려 호평이었다고 하죠. 



다만 이들이 류호정과 다른 부분은, 유시민은 사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입고갈 것이다 하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한 거고 정장이라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도 않은 채로 국회의 탈권위를 위한 퍼포먼스였죠.


류호정 같은 경우 청년 국회의원 모임에서 밝혔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건 누가 알아줍니까? 국민에게 밝히는 게 아니라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밝히는 건 그냥 자기들끼리 친목하는 자리에서 나 이렇게 입고갈 거야 하는 것 뿐인데, 무책임한 태도죠.



류호정의 이번 원피스는 그런 면에서 문제가 됩니다. 옷입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긴 뭐하지만, 안 까일 수는 없고 까려면 또 깔 수는 있는 그런 거죠. 이건 류호정이 정당하기 때문이라기 보단 그러한 것을 정당함의 범위로 인정해주는, 바라봐주는 사람들의 관용에 달린 일이거든요.



왜냐하면, 내 복장이 상대에 대한 예의냐 아니냐는 입는 내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결정하는 거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협의 과정이 필요한 자리는 분명히 있고요. 국회는 입법기관이고, 국회의원 개개인 또한 입법기관입니다. 이들은 국가라는 개념을 이루는 일부에 속할 정도로 중요성과 대표성이 큰 위치이고요.


류호정은 그 과정을 매우 의도적으로 무시한 건데, 사전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동료와의 친목 중에 밝힌 것일 뿐입니다. 그저 난 말했다. 말 했으니 문제 없다. 이런 태도라고 보지 않을 수 없죠. 심지어 지난 맹인안내견 같은 필수적인 부분도 미통당에선 뭐라고 말했죠? 국회 관행을 변경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들어갔죠.


심지어 맹인안내견은 정파와 무관하게 반대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었고요. 류호정은 이런 과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심 받기 위한 쇼라고 보는 거고, 그마저도 매우 무책임하고 무례한 태도이죠.



이는 그 인간 개인의 인성이 아직 어른이 못 됐다고, 사회성이 덜 여물었다고 봅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롤 대리로 회사들어가지도 않고, 그걸 들켜서 짤렸을 때 억울해하지도 않으며, 그런 자신의 과오와 잘못을 무시하고 얼굴 뻣뻣이 들고 다니지도 않습니다. 그건 당당한 게 아니라 뻔뻔한 거죠.


이번 논란에서 류호정의 가장 큰 문제는, 태도 문제입니다. 자신이 하는 건 무오한 거고 무결한 것이며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꼰대거나 한남일 뿐이라는 태도.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의미한 성대결로 몰고갔다는 겁니다. 본인의 몰상식과 무례함, 관심 받고자 하는 비대한 에고에서 비롯된 문제를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벗어나려고 한다는 거죠.


이건 과거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시절 수준 낮은 인물들이 논란만 터졌다하면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빨갱이, 종북, 진보 꾼세력에 선동당한 무리로 몰고가던 것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류호정이 갑자기 국민들에게 밝히지도 않고 원피스를 입고간 이유는 너무나도 뻔합니다. 그냥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죠. 단지 어그로로 끌면서 관심 좀 받겠다는 게 아니라, 국회의 엄숙주의, 권위주의를 용감하게 타파하고 맞서 싸우는 당당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좀 더 노골적으로는 그런 걸로 칭찬 좀 듣겠다고 하는 게죠. 난 남들과는 달라라는 중2병적 멘탈리티로요.


옷을 뭘 입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들에게 밝히지도 않고 자기들 친목질 자리에서 밝히고는 그냥 들어와놓고 비판 받으니 반성이나 수용은커녕 되려 성대결로 몰고가고 있죠.


류호정이 비판을 받고 욕을 먹는 게 이런 부분입니다. 성희롱들이야 문제가 되는 건 맞지만, 그것과 별개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듣지 않겠다는 여기저기서 흔히 보던 무책임한 아몰랑 니가 잘못한 거야 태도가 문제인 거죠. 그러니, 관종에겐 무관심이 답인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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