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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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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31
    소년병과 감염자의 전쟁. 디어 다이어리 리뷰.


http://www.lezhin.com/ko/mylist/6647366426034176?rid=2Z0


https://www.lezhin.com/ko/comic/dear_diary/p1



※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놀란 작품입니다. 그림체나 캐릭터, 대사 등등 완전 취향저격이더군요.



맨 처음 봤을 땐 달달하면서도 슬픈 사랑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주인공 에반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니카를 위해 고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잃지 않는 그런 이야기.. 어느 의미론 아예 틀린 건 아니지만 마지막 반전은 꽤 빅엿이었죠.



이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는, 암울한 설정, 설정대로 뽑아놓은 듯한 안개 같은 그림체와 연출, 이미지적인 묘사, 개성있는 캐릭터 뿐만 아니라, 작품 내에서 볼 수 있는 현실성입니다. 설정이나 그런 게 현실적인 게 아니라, 개연성이 현실적이라는 거죠.


작품 주 인물들은 10대 중후반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군에 입대해서 그 조직에 적응하고 적응해있는 모습이 매우 현실적이더군요. 군인으로서의 면모와, 10대 청소년으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고 어떤 면에선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학생과 군인으로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보여주는(이미 작전을 한탕 뛰고 왔기 때문인지) 교실 안에서 군복을 입고 수업을 듣는 모습이었죠. 우리에겐 정말 생각할 수도 없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에선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졌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또 청소년들이 할 법한 농담따먹기 같은 것들도 너무 어울렸는데, 너무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어른스럽지도 않은 그 청소년다운 모습을 연출한 점은 정말 뛰어난 매력 포인트였죠. 가령 난 절대왕정입니다. 할 때 이야 시민혁명이다~ 하면서 받아치는 부분은 정말이지..


군인으로서 친구이자 전우가 죽을 수 있고, 죽기도 하는 환경 속에서도 멘탈이 박살나지도 않고 끝 없는 암울함과 절망감에 한상 빠져있지도 않으면서도 그런 현실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지도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들은 정말이지 최고더군요.



각각의 인물들은 나름의 과거가 있고, 그 또한 그 세계관 속에서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일들이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거이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안 좋게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과거를 극복하고 넘어서려는 의지는 그들의 태도를 적절하게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디에는 마약밀수 때문에 생긴 흉터가 컴플렉스였고, 그 때문에 비키니 등 노출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렇다고 마약밀수에 동원되었다는 과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극복합니다. 다쉬 남매의 경우는 친부(여동생 입장에선 의부)에게 성적으로 학대 당하는 과거를 딛고 서로를 매우 아끼고 걱정하고 사랑합니다. 주로 오빠 쪽이 엄청 유난이지만..



또 캐릭터 중에서 역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현 리였던 거 같습니다. 뛰어난 리더쉽과 분대장으로서 가지는 막중한 책임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그의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어딜가나, 특히 한국과 같은 곳에선 책임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낮고,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만 하는 곳인지라 현 리의 2년전 사건, 치료해줬던 이들이 미쳐서 같은 중대원을 살해했던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장인 나는 알았어야 했다며 자조하던 모습은 굉장히 인상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에가 훈련 떄 좌표 틀렸고 그게 실전이었다면 우리 중 반을 죽었을 거라는 부분도 마찬가지죠. 개인적인 명예욕이나 권력욕이 아니라 순수히 소중한 전우이자 친구들을 걱정하고, 이전의 실수를 지적하며 디에가 자신보다 능력 등이 떨어질 거라 여기기[각주:1] 때문에 하는 말다툼은 전우-친구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걱정, 막중한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뛰어난 인물 묘사와 캐릭터성은 정말이지 뛰어나게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군인이자 학생, 성인이 아닌 10대 청소년. 전우이자 친구라는 관계는 절대 쉽게 자연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물론 에반 그레이와 니카 카츠라는 캐릭터와 관계도 흥미로운데, 일부로 사망률이 높은 부대로 가는 니카 카츠와, 그 가족 같은 친구를 따라 똑같이 위험한 부대로 가는 에반. 그리고 만난 곳은 능력자 부대이며, 그 곳에서 만난 니카는 기억을 잃은 상태..


초반에 에반이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독백하는 부분이 초반부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데, 가령 현 리에게 총 쏘는 법을 배우고 나름 활발하고 긍정적인 분위기일 때 그에 대비되는 오늘은 널 죽이는 방법에 대해 배웠어 라고 독백하는 부분은 상당히 뒤통수에 한 대 맞은 느낌을 주죠. 이외에도 왜 만나서 영원을 보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와 같은 부분은 에반이라는 캐릭터가 인간적이면서도 불구하고 상당히 불우한 과거와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연출해내곤 합니다.



이런 관계는 후반에 꽤 엄청난 반전이 나타나는데, 먼저 에반과 니카의 관계부터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도, 에반의 양모와 니카의 엄마가 친했던 것도 사실이 아니었고 단지 학교에서 반년 남짓 친구로 지냈던 것이었죠.


그 반년 동안 알게 되면서 니카가 자기 어머니의 선물을 위해 귀뚜라미를 구하려 밖으로 나갔을 때 니카와 에반은 하얀 꽃을 보게 됩니다. 하얀 꽃은 지금껏 니카를 지켜보고 있었고, 니카의 몸을 얻고자 했지만 에반이 가로막아서 그 하얀 꽃은 니카가 아닌 에반의 몸을 가지게 됩니다.


니카와 에반(꽃)은 정신을 잃었고, 진짜 에반은 마치 감염자처럼 눈이 검어지며 변화한 채 어디론가 도망가죠.[각주:2]


이번 반전 이전에 나온 사실로는 에반과 헤더는 쌍둥이로, 교통사고 때 이미 한번 죽은 적 있었고, 그걸 둘의 어머니가 감염시켜 살렸습니다. 그러나 그 둘은 중간자가 되었고 헤더는 밖으로, 그리고 연합에 잡혀(스스로 잡혀줘서) 연구되고(연구 되게끔 해주고) 그 자료와 척수액을 바탕으로 42 중대를 만들게 됩니다.


에반은 자신이 중간자인 줄도 모르고 살다 니카를 만나고 반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 앞서 이야기 했던 꽃을 만나게 되죠.


이후 꽃은 자신이 진짜 에반인양 행세를 하려 했지만 이후 연합에게 무언가 다르다는 점이 들키고 연구, 세뇌됩니다. 이때 자신의 기억은 가짜 기억으로 뒤덮히고 니카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세뇌되죠. 그러나 도중 본인을 세뇌시킨 능력자를 살해하고 원래 기억과 정체성을 가질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42 중대에 소속되죠.


이 부분은 좀 명확하지 않은데, 라이카의 주인을 데려갔다는 그 융합형 감염체가 에반이고 나중에 꽃이었던 가짜 에반과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게 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만, 하여간 진짜 에반과 가짜 에반이 만나게 됩니다. 진짜 에반은 여러 능력을 가진 감염자처럼 보이는 모습이고, 가짜 에반은 여전히 인간인 줄 알며 그렇게 지내죠.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만나며 진짜 에반이 가짜 에반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주며 살해합니다. 그와 동시에 가짜 에반의 전우였던 이들이 죽게 만들죠. 그리고 니카가 묻습니다. 진짜 자신을 좋아했는지, 미워했는지. 에반은 대답하지 않지만, 니카만 알에 보호된 채 살아남은 것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반은 니카를 좋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 죽은 중대장이 돌아오며 과거의 내가 죽느냐, 미래에서 만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눈이 에반이나 다른 폭주한 전우들처럼 검게 변하며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하는 부분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에반을 받아들이는 듯한 묘사도 그렇고요. 마지막은 좀 난해해서 한 두번 보고는 잘 이해가 안 되더군요.. 


그 동안 진짜 에반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지만 날 좋아하며, 좋아하기에 살려준 너를 이제 알아갈 것이고 진짜니 가짜니를 떠나서, 눈 앞에 있는 에반을 에반으로서 받아 들이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해석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중대장이었던 우 박사(크리스틴 에버하트)도 중간자 였고[각주:3], 자기 조카(혹은 아들.)[각주:4]가 좋아했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에반에 대한 환상을 보여줬거나 아니면 만나게 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난해하게 연출된 것 때문인지; 역시 잘 이해가 안 가는 군요..



하지만 이런 후반부의 난해함과 해석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이해한 내용까지만으로도 상당한 수작이고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봤어야 했는데,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정말 아쉽네요..



+여담. 작품 중간에 에버하트 중대장에 대해 부대원들이 중대장과 함께 했던 훈련 중 했던 지나가는 말 중에, 아마 중대장은 영원히 살꺼야.. 하는 말이 나오는데, 이게 또 하나의 떡밥으로, 어떤 의미로는 맞는 말이죠. 결국 작품 이후에도,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서로 알지 못하는 본인들이 여럿 존재하니까..



  1. 실제로 나중엔 중대장마저 죽고 연합이 공격당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디에는 자기 혼자 고향으로 떠나겠다는 독단적인 판단을 하죠. 이에 대해 현 리는 어딜가든 함께간다고 하고요. [본문으로]
  2. 이는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내내 너에게 갇혀 있었다고 말하는 것, 다른 융합형 감염자가 가짜 에반을 흡수한 뒤 진짜 에반이 등장한 것의 연출을 보면 가짜 에반의 정신 속에 각성한 중간자인 모습으로 갇혀 있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이는 과거 에반과 헤더가 죽었을 때 드러나는데, 제나와 라일라라고 부르는 둘은 크리스틴과 그 자매였던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누가 크리스틴인 지는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만 살아남고 신부님께 아이를 맡기죠. 둘이 서로에게 총을 쏘기 전 우리 둘도 잘 해냈다고 하는 걸 봐선 그 둘도 중간자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에버하트 중령, 혹은 우 박사가 감염자처럼 눈이 검어지며 눈동자가 녹색이 되는 게 설명이 되죠. [본문으로]
  4. 조카인지 아들인지에 대해선 확실치 않지만, 헤더가 처음 에반을 만났을 때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말했죠. 크리스틴이 헤더와 에반의 어머니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들을 감염시킨 이모였기 때문인진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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