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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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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주관이란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어떠한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가지는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가지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말하고 모든 것에 적용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요소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며, 개인의 고유하고 독립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외부적 요소에 피상적인 인식만 가지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판단과 분석으로 설명하기보단 다른 사람의 판단과 분석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와 논리가 부족한 자신보단 전문가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적이지 않다. 기실 모든 사람은 어떠한 것에 대해 알기 위해 기초 정보부터 파악하고 자신의 주관을 만들지 않는 까닭이며, 얻을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은 누군가의 주관과 해석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1.

밈에 대한 여러 설명과 해석들이 있지만 간단히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방식은 '개념 포함형 표현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밈이라는 개념의 본래 의미를 따로 정의하거나 한정짓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방식을 그러한 개념으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 뿐이다.

 

개념 포함형 표현체란 어떠한 밈에는 특정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을 밈이라는 형태로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개념 표현형이 아닌 이유는, 어떤 밈에는 보이는 것과 다르거나 유사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이 밈의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초딩'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초등학생을 부르는 인터넷 신조어가 아니라 초딩이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여러 이미지들을 포괄한다. 주로 무례하고 건방지며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함부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기본형으로 한다. 유치하고 바보같으며 나대는 모습 역시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부, 혹은 다수 초등학생의 행동에서 근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딩이라는 밈은 그러한 이미지들이 포괄되어 있고, 사람마다, 혹은 시기마다 그 범위와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초딩이라는 밈이 가지는 개념은 변형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다양한 이유로 바뀔 수 있다. 초딩은 본래 멸칭이거나 비하, 혹은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종래에 이것이 긍정적인 단어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2.

밈은 특정한 개념을 빠르게 이해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밈이 어떤 의미와 개념을 담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용례를 알아야 한다는, 다시 말해 그 개념 내지는 문법을 알아야 한다는 사전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번 익숙해진다면 밈은 이해하기 쉽은 개념 전달체가 된다. 이러한 밈은 반드시 어떠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해할 수 있는 구성원 내에게 어떠한 반응을 유도하거나 반사하게끔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저 재미를 위해, 웃음을 만들기도 한다.

 

외부인들에게는 해괴한 표현과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기들끼리 있었던 재밌었던 사건을 유쾌한 방식으로 표현하여 정의하는 것 또한 일종의 소규모 밈일 수 있다. 친구들끼리 어떤 사건이나 요소를 가지고 별명을 짓고 놀리는 것을 생각해보라.

 

3.

밈적 사고란 밈을 통해서만, 혹은 사고의 일정 부분을 밈에 의존하며 특정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자신의 주관 대신 밈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할 수도 있다.

 

기존 정치에선 이미지, 혹은 프레임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되고 분석되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방식의 해석이 필요하다.

 

정치에서조차 밈은 당연히 발생하고, 활용된다. 특정 정치인에게 안 좋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이 이미지로 굳어질 때, 그에 대한 별명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적이로 공공연히 사용된다면 그것이 밈이다.

 

예컨데 이재명에 대한 별명이나 박근혜, 이명박에 대한 별명이 그러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이재명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이재명에 대한 별명(밈)에는 '찢'이라는 것이 있다. 이재명이 가족과 통화를 하다 나온 발언이 밈화된 것이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는 일부 조작된 부분이 있고 원본이 아닌 편집본에 근거하여 주체를 뒤집은 면이 있다. 그러나 반대자들에게 그러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거나 무시된다.

 

대신 찢이라는 밈적 표현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고 이는 교정되지 않고 있다.

 

이 찢이라는 밈에도 여러 개념들이 포함되어 표현된다. 하나의 이미지인 동시에 그러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이미지가 말하고자 하는 개념을 전달한다.

 

4.

커뮤니티는 이러한 밈들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밈들이 발생하거나 공유되고 전파된다. 흔히 커뮤에 뇌가 절여졌다고 하는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주관이 없고 커뮤니티에서 발생하고 형성되는 분위기, 혹은 공통적 스탠스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이러한 밈적 사고에 절여진 것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치적 표현이 강한 커뮤니티일수록 이러한 정치적 밈은 자주 사용되고 발생한다. 문제는 그것이 사실과 객관보다는 특정한 이미지들을 기준으로 하며, 그것들을 포괄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발생에는 반드시 특정한 의도가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밈은 누군가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발생적인 면이 있다. 물론 누군가 의도하고 만들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것에는 반드시 의도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어떤 개인이 의도를 담는 것이 아니라, 그 커뮤니티나 집단 내에서 형성되는 스탠스, 분위기에 의해 의도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재명이 패륜적인 표현을 쓴 나쁜 놈이고 자기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조폭들과의 관계가 의심된다는 의혹, 혹은 거짓을 기반으로 이재명이라는 인물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이에 대해 찢, 형보수지와 같은 밈적 표현이 만들어진다.

 

또한 그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다시금 타인에게 전달되고 전파된다. 그렇게 보수계에서 이재명은 극히 위험하고 잔인하며 패륜적인 범죄자로 인식된다. 이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밈이 된다.

 

5.

앵무새, 녹음기, 좀비 등의 용어들이 있다. 자기 주관이 없고 그저 어떤 매체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 매체는 과거엔 언론, 최근엔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 정치 인터넷 방송이 그러하다. 그들이 만들어내거나 유포시키는 컨텐츠를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곳에서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주관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보고 들었던 컨텐츠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반박이 들어왔을 때 새로운 것을 꺼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와 논리를 갖춘 비판에 취약하고 자기 스스로 생산해내는 것이 없기 때문에 메시지는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마치 무언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논리 짜내지 못하고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떠한 반박에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며 틀렸음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인상만을 가지고 이것이 틀렸다고만 규정한다.

 

즉, 왜 틀렸고 어째서 틀렸는지를 논증하려는 시도가 전무하고, 단지 이 의견은 쓰레기이고 넌 어떠한 놈일 뿐이다. 라고만 규정한다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한줄 인상 비평에 불과하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어떠한 현상이나 사건이 아니라 타인의 의견에 대해서는 그러한 비평가 코스프레는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것을 떠나 오만하고 저열하다.

 

누군가 틀렸다면 그 이유를 말해야 하건만, 그들은 스스로의 주관이 없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단지 어디서 들은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가치관, 혹은 세계관과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공격할 뿐이다.

 

6.

스스로 비판하지 못하고, 어떠한 논리를 갖추지 못한, 주관 없는 이들이 밈적 사고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접할 때의 반응은 그야말로 밈적이다.

 

어떠한 것을 비판하거나 논증하지 못하고 어디선가 본 밈적인 표현만으로 반응한다. 가령 누군가가 장문의 비판이나 해석을 했는데 그것이 좌파, 혹은 페미, 혹은 반미, 또는 친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그것이 진짜 좌파적이거나, 페미적이거나, 반미적이거나, 친중적인 것과 무관하게 XX 어서오고~ 라는 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친좌파적이거나 친민주당적인 것, 친문재인 정부적이거나, 반보수적인 표현이나 입장에 대해서도 대깨문이라는 밈으로 공격하기도 하며, 좀 더 이전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로 대표되는 밈 역시 동일하다. 이는 현상을 설명하거나 해석하는데 무용하고, 사실과도 거리가 멀거나 생산적이지도 않다. 그저 어떠한 키워드에 밈적으로 반응하는 것 뿐이고 조건반사적이다.

 

자신이 알거나 이해하는 어떠한 상황이나 밈에 똑같이 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보수진영에 대해 비판하거나 친민주당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겐 네 다음 대깨문이 나오는 것이고, 자신의 무식함을 가리기 위해 근첩(루리웹 첩자)이라고 선공을 날리는 것과 같다. 그들은 이것을 일침 정도로 받아들이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그저 조건반사적인 밈적 반응일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주관은 없다.

 

밈적인 표현은 정말 많고, 그것들의 사용례 역시도 많다. 무언가를 비판할 때도 사용되지만 무언가를 조롱할 때도 많이 사용된다. 그리고 밈적 사고에 절여진 이들은 어떠한 자극에 밈적으로만 반응한다. 이들은 자신의 언어가 없고 스스로의 주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반응하는 것은 자신이 외부에서 받아들인 어떠한 언어 뿐인데, 그것이 인터넷 밈일 뿐인 셈이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자신의 주관이 없고 자신의 언어가 없이 언론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그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지 못하여 그저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앵무새, 녹음기라 불린 이유이다.) 혹은 당장은 입을 닫고 회피하거나, 그저 상대에게 욕과 비난만을 퍼부으며 볼테르의 통찰을 증명하는 사람은 오래전에도 많았다.

 

이는 단지 요즘 시대의 앵무새일 뿐이다.

 

7.

이러한 현상은 더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에 밈적 사고/밈적 반응이라고 따로 규정한 것인데, 정치에 있어서 이러한 밈적 사고와 반응들은 그 자체로 정치를 해석과 판단의 장이 아닌 밈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루는 것이 되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정치를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닌 재미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주관 없이 밈만으로 반응하는 좀비들이 정치적 향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인터넷 문화와 인터넷 밈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정치적 밈에도 빠르게 익숙해지며 스스로 어떠한 생각과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정치나 사회에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많은 정보와 지식, 혹은 경험들이 논리적 형식을 가지고 갖춰져야만 가능한, 훈련된 결과물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와 밈 문화에 익숙한 청년 세대들에게 정치는 그러한 맥락 안에서 즐기는 무언가가 되었다. 그것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기보단 극단화되어가는 조롱 문화와 유사하게 작동한다는 것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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