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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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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15
    무한의 마법사 리뷰. 1
  2. 2017.04.01
    무한전생-무림의 사부 리뷰. 5
  3. 2017.02.03
    이차원 용병 사피엘-휴프노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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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사실 맨 처음 작품 설명을 봤을 땐 뻔한 천재의 먼치킨 작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작품 설명만으로는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보니 정확히 판단을 할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이 작품을 볼까 말까를 망설였거든요. 하지만 댓글 평을 보면서 일단 한번 보기는 해보자고 마음 먹고 봤습니다.


생각보다 꽤 괜찮더군요. 개인적인 평입니다만, 신룡의 주인보다는 훠얼씬 나은 소년작품? 신룡의 주인은 오그라들 정도였고 개연성이나 캐릭터성도 많이 부족하며, 그걸 이끌어내고 묘사하는 것도 겉멋만 들었지 필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무한의 마법사는 크게 뛰어나거나 수려한 편은 아니더라도 무난한 정도에 속하는 정도라 부담이나 아니다 싶은 느낌은 그닥 들진 않았습니다.


추가 : 그냥 괜찮은 편이 아니라, 후반까지 가보면 매우 훌륭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몇몇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고, 그 이상으로 연출, 스토리, 떡밥 등 이런 류의 판타지 소년작품 중에선 아마 최고 수준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 꽤나 좋게 보는데, 이전부터 이런 류의 능력 따위를 생각하면서 어떠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반드시 그에 대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론과 이론이 존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전적 판타지에선 마법을 그저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하고 알 수 없는, 경이적이거나 두려운 무언가로 묘사하곤 했죠. 어떠한 방식이나 형태, 형식 따위보다는 그저 신비한 권능으로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으로요.


뭐, 현대에 접어들면서 그러한 마법에 어떤 논리나 합리성, 작동함에 대한 묘사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그리 구체적이지도 않고 그저 이렇게 해서 저렇게 했다 정도로만 묘사하는 경우가 많죠. 사실 그런 것이 특별히 이상한 것이 아닌 게, 그걸 구체적으로 묘사해봐야 쓸데없이 길어지기도 하고 굳이 알아야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어떻게 설정을 짜고 묘사를 하든 그거야 본인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잘못했다느니 아니니를 떠나서 그게 이상한 게 아니고 기실 당연하기도 합니다.


그저 저 혼자만의 상상에 불과하지만 저는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일종의 프로그래밍과 비슷한 작동, 구현의 원리를 상상해본 적 있곤 하죠. 또한 어떠한 현상을 일으킨다면 그건 단순히 마법만을 생각하기 보다 과학의 영역과 접목시켜서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것도 상당히 개연성 있고 합리적인 묘사라고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마나라는 게 있다면 그것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인간이 의지나 의지 비슷한 것만으로도 다룰 수 있는 지, 또한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고 활용되어 마법이라 불릴 수 있는 효과, 혹은 현상을 발생시키는 지에 대해서 말이죠. 마나라는 것은 물질로 따지자면 개별적 원자나 초끈이론의 끈, 에너지로 쳤을 땐 그 자체로 어떠한 에너지로도 변용 가능한 것이라든가.. 마나를 다룬다는 것은 애초에 인간에게 없는 감각이니, 추상적이고 비물리적일 순 있지만 동양사상 등에 나오는 기와 같은 개념으로 접근을 한다던가.. 마법의 발현이라면, 불 같은 경우 마나를 이용해 특정 좌표나 물질 표면, 혹은 내부에서 열에너지를 상승시키거나,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거나 불이 발생할 수 있는 물질로 변환시켜 그것들을 서로 작용케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던가 말입니다.


실제 작품에서 묘사된 비슷한 사례로는, 가령 일본 작품이긴 하지만 무직전생에선 마법적 능력과 과학적 원리를 활용하여 스승 앞에서 오래 걸리고 (상대적으로) 난이도 높은 편인 넓은 범위에서 비가 오래 쏟아져 내리게 하는 마법을 실현했고, 카카오페이지의 다른 소설인 나는 히어로인데 형은 무한전생자? 에선 초능력과 과학적 원리를 통해 토카막 핵융합포나 장거리 비행, 전자기 능력이나 그걸 플라즈마로 되돌려 반격하는 등의 여러 활용성을 묘사한 적 있죠.



마찬가지로 무한의 마법사에서도 그런 과학적 원리와 법칙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꽤나 마음에 드는 설명을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연성 있게 이끌어내고 묘사한다는 점이 굉장히 취향저격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힉스 입자가 등장하는 부분에선 상당히 흥미를 이끌어내었죠. 아주 잘 설명해낸 부분이었거든요. 소년만화(여기선 소설이라고 해야겠죠?..)에서 무언가 떡밥이 던져지고, 그거에 고민하거나 어려움을 느끼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진일보하는 성장의 모습을 짧고 무겁지 않게, 정석적이고 무난하게 서술한 점은 꽤나 교과서적이다 싶었습니다.


추가 : 물론 유사과학인 건 사실이긴 합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이브 개념은 아예 그 개념을 왜곡시킨 수준인데, 다른 것보다는 좀 더 왜곡의 폭이 크다고 봅니다. 이건 작가가 잘 몰라서 그런 건지, 아니념 개념만 따온 채 작품에 써먹기 위해 크게 변용시킨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자라고 해도 어차피 소설이니 큰 문제는 안 되고, 후자라면 괜찮은 판타지적 상상력인 셈이죠.


또한 설정에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것은 기독교, 불교적 개념을 섞어서 쓰지만, 결코 우습진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멋있을 수준이고, 경지나 수준, 개념에 대한 다채롭고도 다양한 설명들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마법에 대한 능력도 작가의 판타지적 상상력이 뛰어났지만, 나중에 등장하는 파르카 쿠안이나 풍장, 리안의 검술 등은 마법에 대한 것 못지 않게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발상들이고요. 



똑같은 소년소설 장르인 신룡의 주인과 가장 비교가 되는 장면은 절친이 되는 친구들과의 만남과 친해지는 계기들인데, 신룡의 주인에선 너무 개연성이 부족했고, 설령 개연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그걸 독자들이 납득하기 어렵게 묘사를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작위성이 더 크게 느껴졌고요. 이것만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들 때문에 결국 얼마 안 가서 하차한 작품이었죠.


하지만 무한의 마법사에선 친화력 쩔어주는 네이드와 반대 성향이지만 똑같은 천재형 캐릭터인 이루키가 경쟁과 협력을 통해 친해지게 되는 건 상당히 개연성 있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죠. 작가의 필력이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무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묘사와 서술인지라 무리함이나 작위성 따위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작품 내적으로 좀 크게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은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반성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속죄를 하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이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묘사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알페아스도, 아케인의 두 제자도, 마르샤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속죄한 건 없고, 자신의 죄에 걸맞는 처벌이나 납득할 수 있는 책임을 보여준 적이 전혀 없죠. 작가가 워낙 반성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답답해보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상당히 아쉽더군요. 뭐 죽이거나 고문 받거나 절망 속에서 망가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니지만, 죄에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 주관적인 기준에선 살짝 아슬아슬 하지만 괜찮은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재밌게 보고 있는 작품이죠. 설정덕후 적인 면모가 있다거나 이런 종류의 원리와 묘사가 취향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추천할만하죠.



추가 : 후반으로 갈수록 연출, 전개, 묘사, 해석 등 상당한 수준으로 특히 가올드의 스토리와 가올드 파티가 천국에서 분탕칠 때, 그 중에서도 천국의 모두(전에 시로네가 천국에서 만났던 신민들마저도) 한계와 역할, 혹은 삶의 끝에서 모든 걸 쏟아내거나, 모든 감정에 먹혀버리는 시기에 시로네의 신의 징벌이 떨어지며 각각의 인물의 모습과 감정, 시간이 교차되며 서술되는 연출은 가히 영화적 연출이라 봐도 될 정도로 수려했고, 독자로서도 그 처절함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게 했죠.


이는 가올드가 20년전의 과거에서도, 그리고 천국에 와서도 미로를 찾으며 울부짖는 정신나간 광인의 처절함을 느끼게 하는 것과는 다른 처절함과 처연함이었습니다.


가올드 파티와 천국행의 스토리는 무한의 마법사에서도 가장 재밌고 훌륭한 스토리라인과 감정선들을 보여주며,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관계와 감정들이 얽히고 섥히는 작품적 매력을 보여줬죠. 또한 시로네에겐 마법사란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것을 가깝게는 왕국 수석 졸업생이자 공인 8급의 협회 정직원 플루, 멀게는 세인과 가올드, 줄루라는 1급 대마법사에게, 심지어 교사인 시이나와 에텔라, 아예 검사인 쿠안에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는 그 이상으로 무엇이 프로인가.를 시로네에게 알려주기도 했죠.


작품적으로 시로네라는 캐릭터에게 가르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납득을 시킬 수 있었고요. 이러한 마법사. 프로에 대한 기준과 묘사, 서술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가장 와닿게 서술한 것은 천국행 스토리라고 봅니다.


더불어 시로네에 대한 캐릭터 그 자체에 대한 떡밥들이 뿌려졌고, 이는 훗날 스크럼블 로열 이후 겪는 시불상폭매를 통한 과거 사건의 개입에서 밝혀지는 사실이죠. 그리고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 별 다른 임팩트가 없을 순 있어도, 시로네라는 인물의 근본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동시에, 훗날 이어질 스토리를 위한 떡밥으로 작용합니다.


초반 무한의 마법사라는 작품에서 발암, 고구마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시로네가 너무 나이브하게 적을 대한다는 겁니다. 바로 위에서 비판하고 있듯이, 너무 반성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책임을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는 시로네를 제외한 이들에게 대한 거고 여전히 유효하는 비판입니다만, 시로네가 타인, 적에 대해서 대하는 태도 또한 크게 다를 게 없었죠.


근데 사실 그런 이유가, 시로네는 (에이미의 평가처럼) 자신을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본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와닿지도 않았죠. 하지만 이는 사실 시로네라는 인물이 그만큼 완벽함에 가까운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시로네는 화이트 라인 후보생이 되는데, 그때 화이트라인에서 온 별이 말합니다. 카르라는 개념을 말하면서, 시로네는 약 90%의 전지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고, 10%만의 주관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대충 이런 개념으로..) 이것으로 시로네의 과거 태도들이 모조리 설명이 됩니다. 즉, 과거의 고구마스럽고 답답하던 태도와 판단이 어째서 그랬는가를 알 수 있으며, 더불어 그러한 것들은 초반부터 지금까지 쭉 떡밥으로 이어져서, 나중엔 아예 졸업시험-화이트라인 후보 테스트로 이어지는 스토리로 연계가 되버리는 거죠. 그리고 이건 시로네의 혈통과 밀접한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고요. 


아예 라 에너미와의 관계에선 앞서 말하는 스크럼블 로얄 이후에서 겪게 되는 이스타스에 숨겨진 사건에서 자신의 시작을 확인하며, 자신은 뿌리가 없다. 라는 걸 알게 되는데, 이 역시 라 에너미가 과거가 없는 시로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천적관계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초반부터 설정된 캐릭터성이고 스토리이니 작가의 역량이 처음 리뷰를 쓸 때보다 상상 이상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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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언젠가 광악 작가의 다른 무한전생 시리즈도 쓰게 될 거 같지만, 일단 이 글에선 '무한전생-무림의 사부'를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림의 사부만을 리뷰하는 건 아니고, 약간 다른 무한전생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 소설은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굉장히 독특했고, 작가가 아는 것도 그럭저럭 많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이는 다른 무한전생 시리즈를 보면 그 지식이나 식견이 꽤 넓다는 것을 더 알 수 있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반응이 좋진 않았는 데, 솔직히 그건 독자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지 작가나 작품의 수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에 대해 변호하자면, 주인공에 이입한 본인들이 말초적 쾌감을 얻지 못해서 발생하는 반발심이지, 작품적으로 문제될 것은 아닙니다. 가령 마땅히 자신이 느껴야할 우월감이나 쾌감을 장천후나 사흑린, 특히 정천 같은 다른 캐릭터들이 느껴버린 것에 대한 반발인 셈이죠.


가장 강하고 뛰어나고 대단한 소광이라는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에 이입한 자신이 모든 것을 가져야 하는 데, 수행도중 눈맞아서 떡치러 도망간 천후나 흑린이었죠. 그 동안 그 여자 때문에 사부는 내다 버리고 자기들끼리 좋은 경험하면서 뛰쳐나간 겁니다. 소광에 이입한 독자들 입장에서는 마땅히 떠받들여져야 하고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야할 것이고 얻어야할 것인데, 정작 무공을 전수해주곤 그대로 뛰쳐나간 제자놈들이 배은망덕한 놈들에 배알이 꼴릴 상황인 셈이죠.


특히 이는 정천에 압권이었는 데, 어쩌다 재수 없이 만난 이후 무공의 극의를 죄다 빼먹어버리고(물론 그걸 준 것도 사실입니다. 우화등선 시켜버리려고...) 우화등선한 것도 모자라 자기는 등선하고 싶지 않아서 원영신 뱉어냈을 때 그걸 낼름 받아먹고 여전히 현세에 남아서 결국 정천 좋은 일만 해줘버렸죠.


그러다 너무 강해진(...) 정천 때문에 계획이 살짝 틀어지려고 하자 자기가 세운 문파를 통해 천후, 흑린에게 더 강해질 수 있게 거의 십 년 넘게 잊은 사부보러 만들게 했는 데, 이 과정에서 주변 여자들의 닦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결국  그 여자들은 소광 덕을 본 제자, 남자 잘 만나서 영화와 권세를 누리는 것인데 거기서 더 욕심 부리는 게 독자들 배알 꼴리는 상황이었던 거고요.


결국은 깜도 안 될 ㅈ밥들이 너무 잘 나가고 덕을 너무 잘 보면서 은혜 갚을 생각은 안하고 욕심만 부리는 꼴이 되는 마당이니 정작 (비록 반쯤 불순한 의도였다곤 하나) 그 은혜를 입힌 소광이 받아야할 것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되며 결국 배알이 꼴리게 되는 거거든요. 비무대전 때도 잡것들이 서로 싸워대봤자 소광이 뜨면 무림 하나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닐 정도로 강했지만 결국 알아보는 사람은 독자들과 제자들 밖에 없었고요.


이런 배알 꼴리는 상황은 정천 때와 선계 때가 절정이긴 했다고 봅니다. 제자들은 사부 잘 만난 덕에 강대한 무공도, 명예도, 심지어 여자도 다 가진 상황이었지만 정작 사부는 그런 놈들 일시켰다 죄다 날려먹은 셈이었고 정천은 아주 짧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질 건 다 가지고 얻을 건 다 얻어버리는 상황에 선계에 갔을 때 쉬지도 못하고 엿만 먹게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쉽게 말해서 독자들은 자신이 이입한 소광이라는 캐릭터가 마땅히 얻어야 하고 대우 받아야할 것을 받지 못하고 대신 다른 놈들이 그 과실을 좋다고 먹고 꿀빨아대니 배알이 꼴린 겁니다. 이입한 주인공을 통해 자기들이 느껴야할 대리만족을 느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다른 놈들만 이득보니까요.



이걸 보고 작가가 그렇게 쓰지 말고 좋게 쓰면 되잖느냐. 할 수 있지만, 그럴 꺼면 걍 나루토나 블리치를 봐야되는 거고, 이건 흔해 빠진 주인공 깽판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선, 이 무한전생 시리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할 것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겁니다. 이 주인공의 캐릭터성에 대해 이해를 해야 설명할 수 있는 거죠. 무한전쟁 시리즈의 주인공은 특기할만한 독특한 캐릭터성을 지닌 존재로, 그의 대전제이자 목적은 바로 게으름이라는 겁니다.


이 게으르다는 성질은 무한전생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질 수 밖에 없는 결과론적인 현상이고, 작가가 이 캐릭터를 창조하면서 그 캐릭터성에 대한 고민과 고찰을 뛰어난 수준으로 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무한전생 시리즈에서도 나오듯, 처음 전생할 땐 혼란도 겪었고, 계속 전생이 거듭되면서 여러 삶을 살았습니다. 아마 할 수 있는 직업은 죄다 겪어봤을 것이고, 살면서 한 모든 경험도 다 겪어 봤겠죠. 그렇기 때문에 노력도 해보고 신념에 따라 살아도 보고, 미쳐도 보고, 폭군, 광인, 군주, 황제, 신선, 신, 악마 등등 많은 것도 되보았습니다.


이런 모든 경험들을 결국 언젠가 끝나야만 하는 개체로서의 삶을 수 백, 수 천번이나 겪었다는 소리죠. 따라서 해볼 거 다 해보고, 그에 대한 철학적, 비철학적 사색 또한 많았다는 겁니다. 그 결과 남는 것은 본인이 말하듯이 풍화되고 말아버린 감성이죠. 즉, 허무함입니다. 인생 별 거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모든 것은 다 해봤고 경험해본 일이기 때문에, 굳이 똑같은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극도의 무력함이죠. 어차피 반복될 삶이고 다 해본 것이고, 그마저도 한 두번해본 것도 아닙니다. 어렵고 힘든 것을, 똑같은 걸 계속 반복해서 하라고 하면 누구든 귀찮을 수 밖에 없죠. 엄청난 노력을 통해 한번 성취했으나,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한다는 그런 거. 그런 걸 무한번 반복한 겁니다. 그런 수 억년, 혹은 그 이상의 삶을 반복한 인격은 이후의 모든 삶들을 어떻게 여길까요?


귀찮은 거죠. 다 해봤는 데 뭘 더 해보고 싶은 게 있겠습니까. 자연스레 끝나지 않는 무한번의 전생을 아무런 고뇌도 고생도 없이 살고 싶은 겁니다. 자신을 자극하는 거의 모든 삶의 요소들은 그저 귀찮은 것들일 뿐이죠. 남들은 그에 대해 고뇌고 하고 고민도 하고 고통도, 슬픔도 느끼고 어떤 목적을 위해 노력도 하고 신념도 걸고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그런 것들은 그저 귀찮은 요소들이지 대단한 것도 뭣도 아닙니다. 


따라서 무한전생 시리즈 주인공의 귀찮음은 그 무한번의 삶의 결과로 만들어진 고유한 스테이터스이고,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성입니다. 끝 없는 능력은 그 끝 없는 삶을 통해 주어진 경험들일 뿐이고요.


그런 능력을 통해 독자가 원하는 주인공 깽판물로서의 쾌감이란 쾌감은 다 느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솔까 무슨 재미입니까. 그냥 자기 상상대로 뭐든 지 되고 뭐든 지 얻는 상상속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는데.


그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는 항상 귀찮음을 호소하고 문제와 엮이고 싶어하지 않으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며, 그에 따라 무언가 일이 벌어지면 그걸 쉽고 무탈히 넘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과 정신만을 소모할 뿐이죠. 뭐, 잘 되는 건 아니지만..


물론 그런 캐릭터가 그런 목적을 다 이루면 소설을 진행할 것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천후든, 흑린이든, 정천이든, 혁이든, 난희든, 준경이든, 마리든, 오거든, 닥터 포이즌이든 문제거리를 몰고오는 캐릭터를 만들어두는 것이고, 그들에게 발암이니 뭐니 하지만 그건 주인공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을 독자의 시선에 따라 판단하기에 발생하는 문제일 뿐입니다.


실제론 그들이 겪는 일이나 갈등, 사건, 캐릭터성은 전혀 문제 없어요. 단지 그걸 주인공의 시각으로 보고 그에 따라 독자의 시선으로 재가공되어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발암으로 보이는 거죠. 가령 발암의 대표주자인 척준경의 경우, 그 자체로만 보면 큰 문제 없습니다. 2남 중 막내로 태어나 존나 우월한 형 밑에서 어수룩하게 살다 성장해서 초능력을 발현할 수 있게 되었고 히어로가 되었죠.


준경의 삶에서 주인공(척준현)의 시각이나 요소를 제외하고 판단해보면, 자기 신념에 따라 히어로 활동을 하며 자신의 한계에 따라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며, 쌩판 모르는 남을 위해 자기 몸을 던져가며 지키다 크게 다치는 경험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강해지려고 했고,  정말 위험하고 안 해도 될 폭동, 내전에도 못 본 척하고 넘어갈 수 없어, 스스로 자원해서 남아 타인을 지키고자 했죠.


그러다 사람을 수 십명을 죽이기도 했지만, 그는 자기 신념을 위해 노력하고 몸을 던질 줄 아는 번듯한 청년인 것도 사실입니다. 단지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을 귀찮게 했고 빡치게 했다는 점이 독자들이 발암요소로 보는 이유죠. 척준현이라는 요소를 제외하고 척준경이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뒤 본다면, 자기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고 몸을 던질 줄 아는 아직 어설프고 성장해야할 존재이지만 훌륭한 주인공으로도 묘사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주인공의 눈에는 그냥 애새끼가 나대는 걸로 보이고 문제만 계속 발생하는 멍청이, 호구로 보일 뿐이죠. 마찬가지로 그 시각을 통해 보고 판단하는 독자들도 주인공의 시각(혹은 사상...)을 따라가기 때문에 준경이가 괜히 문제만 일으키는 놈으로 보이는 겁니다. 척준경 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도 그렇긴 합니다. 다만 가장 적절한 예시가 준경이일 뿐이죠.


그러나 그렇게 준경이 말을 잘 듣고, 천후가 여자랑 눈만 안 맞고 그대로 살았으면 작품은 십 수화도 못가고 끝날 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건을 일으키는 문제적 요소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존재에 의해 작품이 계속 가는 거죠. 귀찮음은 다르게 말하자면 타성적이고 타율적임을 의미하는 겁니다.


이유가 없으면 스스로 일을 안 만들고 뭘 안 해요. 따라서 다른 문제가 없다면 주인공은 아무 문제도 만들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라 작품은 그대로 끝납니다. 능동적으로 뭔가 하거나 무언가 발생시키거나 작품을 이끌어갈 목표 같은 게 없죠. 그가 무언가 하려고 한다면 그건 필시 자신이 귀찮지 않기 위함이며 그에 따라 투자하는 시간일 뿐입니다. 혹은 복수와 같은 것일 뿐인데, 이 또한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발생한 일에 따라 타성적으로 행동한 결과일 뿐이죠.



이런 캐릭터임을 이해해야 작품이 돌아가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그 인물들간의 관계와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그 사건과 사건 당사자들, 그리고 주인공의 행보를 지켜보는 독자들이 답답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냥 답답하다 발암이다 할 게 아니라, 그냥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주인공과 주변인물인 셈이죠. 이는 주변인물이 노답인 게 아니라 주인공이 노답인 겁니다. 뛰어나고 대단한 지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지 귀찮으면 승질내는 개또라이죠. 목표가 귀찮지 않음에 있다는 건 반대로 귀찮을 일은 모두 노답 발암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주변인은 모두 정상인(이거나 정상인에 가까운... 인물)들이니 인간적 고뇌와 고민, 신념과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개별 인물에 대해 주인공의 요소를 배제하고 봤을 때 지극히 합리적인 현상이자 결과입니다. 히어로인 준경이가 남을 위해 위험에 몸을 던지고, 어쩌다 만난 예쁜 여자랑 능력 있고 몸 좋은 제자가 찐덕하게 몸을 섞고 떡정 붙듯이, 혁이나 난희에게 생명의 은인이자 키워준 엄마이자 돌봐준 누나이며 사랑하는 아내이기 때문에 끊어질 수 없는 정과 사랑을 느끼는 것.


이 모든 게 다 정상적인 겁니다. 주인공의 삭막하고 그에 따른 작가의 필체가 어우러져 노답 씹새끼들도 느껴지는 것 뿐이죠. 



그런 요소들을 이해하고 본다면 무한전생 시리즈, 그리고 무림의 사부편은 이상할 게 없는 작품이고, 더불어 상당히 재미도 있는 작품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배알이 꼴린 건 그렇다치고 넘어가야 합니다.


또 특기할만한 점은, 뭐.. 글을 쓰는 저 본인이 무협에 큰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 뿐이지만 작가가 무공에 대한 이해도도 높긴 하다는 겁니다. 무공이나 검의 묘리, 이치, 무공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무한한 인생을 살아오며 겪은 게 많아서 그런 지 모든 것에 대해 마스터 했다 할만한 소광의 무공에 대한 능력은 정말 끝이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죠. 그러다보니 무공 그 자체에 대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설명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응용에 대한 이해도가 특히 재밌더군요.



그리고 선계와 관계된 서술도 꽤 재밌었습니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배알 존나 꼴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여러 캐릭터성을 따져본다면 존나 당연한 겁니다. 수 억년, 혹은 그 이상 함께하며 서로 겪을 거 다 겪고 알 거 다 알만한 상제나 신선들이라 그런지 천무대선인 소광을 존나게 잘 알죠. 그래서 부려먹고 엿먹이는 실력 또한 수준급입니다. 소광의 궤변도 잘 안 통하고 무조건적일 수 밖에 없는 깡패권력질(사실 정당한 짓이지만...ㅋㅋ)에 무력한 소광의 지랄발광도 재밌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에 무조건 이입하게 된다면 자기 맘대로 안 되는 상황에 좆같고 배알이 꼴릴 수 밖에 없고 뭐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작품에서 동일하게 내 맘대로 안 되고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면 배알 꼴리고 좆같은 건 저도 같긴 하니까요. 하지만 계속 말해왔듯이 그건 욕먹을 게 아니고, 작품의 전개 상 벌어지는 게 이상한 게 아닌 겁니다. 상황을 잘 짜고 캐릭터의 구성과 역할과 위치를 적절하게 배치시키는 작가의 솜씨 덕에 작위성이 느껴지지 않고 전개상의 설득력, 개연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거든요.


즉, 작가의 필력이 의외로 뛰어나서, 일견 개판으로 보이는 작품 구성이지만 천천히 뜯어보면 의외로 꽤 그럴듯하다는 겁니다. 설득력 있는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 그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의 개연성. 독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 뿐이지, 작품 자체는 평균보다 분명 위에 있는 잘 쓴 작품 맞다고 봐요. 항상 산으로 간다느니 원래부터 산에서 시작했느니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물론 좀 개판처럼 돌아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위성이나 말도 안 되는 설정 같은 건 없었어요.



이런 요소들 때문에 광악 작가의 작품이 굉장히 취향 저격인 거고, 재밌다고 느끼는 겁니다. 독특한 주인공의 캐릭터성, 전개나 묘사의 위트, 미묘하게 주인공 엿먹일 줄 아는 전개 등등.. 단점이 없다곤 말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이런 특이하고 재밌는 작품이 흔한 건 아니거든요. 필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설정이나 손발 오그라드는 요소랄 것도 없고.. 오히려 신랄하고 직설적인 면에 더 재미를 느끼죠.


주인공이 제대로 각잡고 나서면 사이다 드링킹이겠지만 그랬으면 애초에 설정된 캐릭터성의 붕괴이고, 역시 그랬으면 작품이 진행될 리 없이 시작하고 얼마 안 가서 끝났겠죠. 백수나 니트의 게으름뱅이질에서 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주변인들이 사건을 만들고 거기에 엮여야 재밌는 거지..



뭐, 하여간 말했듯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클라이막스의 애매함.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수 있을 정도죠. 오히려 중간에 애매하게 배치된다고 할 정도이고, 역시 배알이 꼴리는 게 좆같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남 좋은 일 해주고 자긴 아무 것도 얻는 게 없는 거죠. 물론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거나 찌질댈 주인공은 아닙니다. 그런 캐릭터니까요. 이미 해볼 거 다 해봤고 심지어 맘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건데 그런 걸로 배알이 꼴려서 지랄댈 건 아닙니다. 무림의 사부에서도 두 제자가 사부 보러 왔을 때 배알이 조금 꼴리긴 하겠지만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진 않았을 거라고 했죠. 대신 다른 이유(사람 끌고와서 귀찮게 할 일을 만듬)로 개처럼 쳐맞았지..


배알이 꼴리는 데 사이다가 거의 없습니다. 웃길만한 상황 같은 건 많고 주인공 엿먹게 되는 상황에서 웃음을 찾아야죠. 그냥 보면서 좀 그런 거에 집착을 안 하면 됩니다. 좀 박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엿먹이는 꼴보고 재미를 찾으면 됩니다.


앞서 말했던 하이라이트는, 히어로 쪽에선 김현 조지는 것과 무림의 사부에선 두 제자를 존나게 패대는 부분에서가 오히려 클라이막스에 더 가까웠다고 봅니다. 뭐, 그렇다고 작품 구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차피 닳고 닳은 존재가 무한전생자 캐릭터이기 때문에 글도 그만큼 신랄하고 직설적이고 그에 따라 작품의 구성이나 전개로 비슷하게 돌아가죠.


특히 좆같이 선계에 끌려와(사실 지 잘못이었지만) 선계에서 좆같이 일만 하다 좆같은 제자새끼들이 상제한테 자기 썰 풀고 감동시켜 환생하는 좆같은 경험을 겪는다던가.. 주인공 엿먹는 꼴보면서 우스웠는 데, 결국 상제 또한 주인공인 천무대선에게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그래서 좋다고 자살할 때 주인공이 속으로 쓴웃음을 짓던가, 상제가 두번째로 눈물을 흘렸다는 걸 보면 의외로 담담하게 여운을 조금 주는 것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전개이자 필체, 묘사였기 때문에 더 이 소설답다는 느낌을 받았죠. 무한번의 죽음과 무한번의 삶 속에서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었고, 사랑하거나, 정이 붙은 사람과 죽거나 떠나 헤어지게 되는 것에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또한 수 없이 겪어온 것들이라 그저 쓴웃음 짓고 담담하게 떠날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캐릭터성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모습이었거든요.



솔직히 작품이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타 이상을 치는 작품이라고 보고, 독자들이 이런 종류의 소설을 받아들이기 좀 어려워하는 면도 있다는 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거나 구성이나 전개, 개연성, 캐릭터성과 같은 총체적인 작품성의 면에서 욕을 먹을만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뭐 비판할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솔까 재밌는 건 사실이에요. 기본기 부분에서 꼬투리 잡을 부분은 많지 않고요.




덤으로, 외전 이야기를 좀 하자면 장천후와 사흑린보다 이혁과 난희의 관계가 좀 더 재밌고 흥미롭긴 했죠. 앞서 말했듯, 그리고 소설상에서도 나오든 이혁과 난희의 관계는 일반적인 남녀관계나 부부관계가 아니라 좀 더 깊고 진지한 것이었습니다. 혁에게 난희는 모든 것이었고, 난희에게 있어서 혁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겁고 커다란 존재였어요.


그런 혁이 자신만 등선하고 먼저 죽은 난희에게 깊은 집착의 감정을 느끼는 건 매우 당연한 겁니다. 그래서 신선이 되고도 잊지 못해 진지하게 상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상제의 호의로 한번 환생시켜줬죠. 그리고 환생한 것은 현대의 배경에 무림이 존재하는 원래 살았던 세계의 미래세계였습니다.


그 이전에, 솔직히 왜 서양 쪽 이야기가 갑자기 나왔는 지 잘 이해는 안 갔습니다. 볼 때는 언젠가 관련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했을 뿐이죠. 하지만 안 나오고 본편의 이야기가 끝나더군요. 그래도 뭐.. 세계관의 완전성을 높혀주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굳이 뭐라고 한다면 묘사에 큰 필요성이 없었던 내용이었다고 비판할 순 있겠죠. 설득력 있는 비판이고요.


하지만 외전에서 등장하긴 했습니다. 진짜 존나 짤막하게요. 심지어 거의 별로 중요하지도 않게; 뭐, 이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그렇게 환생한 난희와 혁의 만남과 지속되는 사랑은 그 자체로 봤을 때 꽤 감동적인 면이 있었죠. 이 또한 소광의 시점을 통한 독자의 시각으로 판단하면 좆같긴 하겠지만요. 사부 냅두고 지 혼자 홀라당 내려가서 지 좆대로 놀아나는 꼬라지를 생각하면 소광 입장에서(정확히는 그걸 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배알 꼴리고 분통 터지는 거죠. 다른 제자들이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따라서 하는 꼬라지 보면 진짜 배은망덕한 새끼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ㅋㅋ


하여튼, 그런 혁과 난희의 사랑은 정말 예쁘긴 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아내를 찾기 위해 길거리에서 애절하게 노래를 했다는 혁과, 그러다 아이돌이 되어서 인기를 구사하다 어떻게든 사랑하는 자기 아내를 찾기 위해 돌다 결국 마침내 찾은 난희. 그런 난희를 발견하자 별안간 껴안고 누나라고 부르죠.


자신을 위해 등선 이후 그걸 잠시 내려놓고 자길 찾으로 환생한 남자라는 점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찾아내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서로만을 위한다는 태도는 상당히 멋있었고 생을 초월한 사랑에 대한 그 둘의 끈끈한 태도는 볼만 했죠. 역시 소광을 배재하고 단지 단 둘만을 봤을 때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고 전후관계, 서로간의 관계를 잘 아는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더 애틋한 거죠.


자기가 너무 유명하다보니 본의아니게 난희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고, 그거 때문에 결국 서로 강수를 둬가는 모습도 귀여웠고, 선녀옥공으로 너무 예뻐진 난희에게 추파를 던지는 놈을 좀 패주고, 아예 비무로 가문 하나를 박살내는 모습을 보면 사랑하는 아내이자 자신의 모든 것인 난희를 위한 남자다운 혁의 모습도 꽤 멋있었죠. 그 뒤에 이어지는 SSSS급 무인이자 많은 이들을 상사병에 앓게 한 걸 보면 역시 그것도 결국 소광 덕이라는 사실을 깨닫으며 배알이 좀 꼴릴 순 있다지만, 외전도 볼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연인의 전생을 초월한 사랑이야기였죠.


뭐, 소광의 전생 후 졸부집 자식 이야기는 과연 소광답다는 말이 아깝지 않았고요. 역시 말빨과 판단력 하나는 지리는 놈이라는 겁니다. 역시 그 경험치 어디 안 간다는 거죠 ㅋㅋ




마지막으로, 소광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언제나 자기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됐다는 게 재밌는 부분입니다. 초반부 어린 애 살려주고 그 집안에 식객으로 살았던 것도 그렇고, 정사간의 충돌에서 아는 애 죽었다고 눈깔 뒤집어져서 환골탈태해버리고 시산마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후도 그렇죠. 일반 생활이 귀찮아서, 그리고 재미삼아 천후를 제자로 데려오고 여자랑 눈 맞아서 뛰쳐나갔을 때도 나중에 쭉 귀찮을 기연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렇게 뛰쳐나간 거 때문에 술 못 마셔 직접 갈 때 하필 재수 없게 정사간의 싸움질이었고 그러다 사흑린을 주웠죠. 그 사흑린도 천후랑 똑같이 여자 때문에 나갔고 말이죠.


그러다 잠깐 낚시좀 하러 갈 땐 이난희를 주워버리고.. 그 이난희는 혁이를 주워버리고.. 나중엔 그렇게 눈 맞아 나간 놈들이 나중에 비무대전 때 한계를 느끼고 스승님 찾아오게 되었고 그 결과 같이 끌고온 애들 때문에 이사하게 되었죠. 그렇게 이사한 결과 좀 잘 사나 했더니 결국 일월신교 장로와 엮이게 되었고, 난희와 혁이가 결혼하고 애 때문에 기저귀 훔쳐올 때 정천과 만나 진짜 귀찮은 일이 발생해버렸죠. 


여기까지, 따지고 보면 웬 세가의 여식을 구했다 식객이 되어버리고, 그 식객으로 살다 그 집안 높으신 분과 귀찮게 엮기게 되었고 그러다 뛰쳐나와버린 데다, 그렇게 뛰쳐나와 자리 잡게 된 곳에서 하필 재수 없게 사건 터져 눈깔 뒤집어져 환골탈태, 그 사실 때문에 귀찮아져 은거해버렸고, 그러다 제자들 주워다 키우고 그 제자들이 귀찮은 놈들 끌고와 이사해버렸고, 이사한 뒤 정천과 만나서 원영신 내다 버리게 되는 등 결과적으로 자신의 선택은 죄다 결과적으로 귀찮은 일로 귀결되버렸습니다. 그 정천은 등선해버리고 남은 후회는 소광의 원영신 덕에 너무 강해져버렸고.. 그 결과 다시 제자들이 찾아오게 되었죠.


이후로 더 점입가경인데, 그 소광이 내다 버린 원영신은 결국 알툴라에게 가게 되었고, 그 결과 정천은 사념은 흩어지고 알툴라가 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지 혼자 뻘짓하다 주화입마에 빠져 소광의 은거지로 향하게 되었고, 그러다 다시 원영신을 만들고 알툴라를 개패게 되었죠. 그러다 등선하기 싫어서 덜 만들어진 원영신을 조온나게 뿌려내느라 전세계에 원영신의 기연을 얻은 이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원영신을 처음 버렸을 때 정천의 등선과 알툴라의 기연을 만들어냈으니, 이 또한 결국 자기탓.. 그러다 결국 정천이 강림하고 상제까지 내려와 납치(?)해서 강제 등선해버리니 이렇게 된 건 결국 다 자기탓입니다 ㅋㅋ 뭐 그러다 다시 딜을 보고 내려오긴 했지만 기연을 얻은 남방의 식인종이 개꺵판을 치게 되었고, 그러다 사흑린과 이란난의 자식에게 까지 마수를 미치게 되었으니 그에 따라 스승인 소광의 은거지까지 오게 되었고, 소광이 그 식인종을 죽이게 되었는 데, 결국 이것도 자기가 뿌린 원영신 조각 때문에 발생한 난리였고, 그렇게 저승에 가게 된 그 오염된 영혼 때문에 난리가 벌어져 결국 또 강제 등선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네, 자기 탓이죠.ㅋ


심지어 선계에서도 좀 게을러볼까 해는 모든 수작은 결과적으로 다 자기에게 돌아와서 귀찮은 일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하나 재부팅 하자 바로 보고 올려버려서 역시 일 잘한다고 일시키고, 제자들 등선하자 일 부려먹으려는 데 제자끼리 이어줬던 거 때문에 등선 못한 난희 보러 환생하고, 그거본 다른 놈들도 환생해버리고.. 결국 자기 혼자 일 다하게 되었고, 다시 등선하자 그래도 이제 좀 편하게 지낼까 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놓고 그 중 하나인 선도 복숭아 셔틀을 상제에게 들켜버리니 결국 변명은 안 통하고 자기는 못 놀고 일하게 됐습니다. 저승해서 영혼 세탁한 것도 빨리 끝내버리니 또 다른 일 터져버리고 그것도 소소하게 자기 탓.. 


결과적으로 스토리 내내 발생한 사건들 대부분은 따져보면 자신의 선택들이 이리저리 엮이고 섥혀 발생하는 일들이었죠. 좁게 봤을 땐 그럭저럭 현명한 선택이었을 진 몰라도 크게 본 그림에선 그게 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귀찮은 일들이었으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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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소설 이차원 용병의 다른 에피소드들도 결코 호락호락한 편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휴프노편이 정말 인간, 사랑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디스편도 굉장한 포스를 뿜어내서, 바로 그 다음 미션인 휴프노 미션이 그리 어렵다거나 대단할 거라는 기대는 안 했습니다. 아디스편에서 작가가 보여준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머리싸움과 정치, 경제적 다툼은 작가 특유의 필체 때문에 투박해보일 순 있지만 이 또한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거든요.


초일류 작가들의 물 흘러가듯, 그러나 들어있을 건 다 있는 꽉찬 전개와 묘사는 아니었지만, 그런 작가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래 그런 정치, 경제적 다툼과 전개를 묘사하는 건 정말이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바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전개와 내용은 분명 개연성 있는 내용이었던 것도 사실이죠. 정치싸움과 같은 머리싸움은 그런 개연성과 논리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금호 작가는 투박한 필체이지만 그걸 적절히, 그리고 간결하게 잘 보여줬죠. 정치싸움은 단지 논리력과 사고력과 같은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적 특성. 즉, 그 캐릭터의 성향과 개성 또한 잘 녹여야 하며, 감정 또한 분명히 개입합니다. 정치에 있어서 감정을 숨기거나 통제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러한 감정적 동요나 통제되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감정에 의한 결단, 흔들림을 묘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죠.


이는 마지막의 바스톤의 흑화와 그걸 이끌어낸 묘사, 찌질함에 가까운 아디스의 과거를 감추고 미션 자체에 흐린 사실 등의 묘사는 생각해보면 개연적이고 타당한 묘사와 전개였습니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반성, 진보할 수 있도록, 아디스에게 새로운 선택을 하게 해주며 영혼의 격이 상승하게 되죠.



이런 아디스 미션의 완성도였기 때문에 휴프노 미션에 대해선 그저 믿고 보는 정도, 아디스편이 이런 완성도였으니 휴프노 미션도 평균이나 그 이상의 완성도를 가질 것이라는 보장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번 편은 아디스편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인공인 강철호의 가장 뛰어난 특성이 바로 언변이죠. 하지만 시작부터 이게 막힙니다. 눌변으로요. 그리고 시작한 뒤 얼마 동안은 호감도가 떨어지기만 하는 등 적응 못하고 삽질만 하죠.


근데 중요한 건 강철호의 판단력입니다. 아디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머리 잘 돌아가는 캐릭터죠.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상황을 분석하고 현실인식을 하며, 다른 방법을 찾고 인물의 성향과 미션의 전개를 유추하거나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런 계획이나 판단이 꽤 잘 들어먹기도 했고요.


작품 내 전개의 기점은 폴스를 영입한 이후로 한번 변하게 되는데, 연애에 대해 알지 못하는 독자 강철호와 휴프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죠. 이 이후로 사피엘의 호감을 사고 나름 꽤 잘 돌아가게 됩니다.


폴스가 중요한 이유는, 연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강철호와 휴프노에게 연애 공부를 해줬다는 건데, 작가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작가보다 똑똑할 수 없다는 것처럼 작가가 알지 못한다면 캐릭터 또한 말할 수 없을 만한 이야기를 강철호, 휴프노에게 해줍니다. 여성에 있어서 여러 타입이 있고 사피엘은 그 중 어떤 타입인지에 대한 설명 부분과 그런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강의하는 부분이죠.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 데, 단지 머리속으로 설정 짜듯이 공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사피엘의 내면과 언행을 해당 타입과 결부시켜 해석하고 분석하며 이해시키는 부분이 놀라웠습니다. 대개 이런 내용을 서술할 땐 어떤 작위성이 느껴지거나 설득력이 떨어지기 쉬운 데, 의외로 상당한 설득력이 느껴지는 부분들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실제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 캐릭터이고 그 캐릭터를 설정한 작가가 그 설정을 분해한 뒤 소설 상에서 전개시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캐릭터의 성향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설정하고 표현시킨 것은 굉장히 뛰어난 작가적 역량이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그에 따른 묘사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거든요.


이전의 미션과 마찬가지로 금호 작가는 인간과 감정에 대한 통찰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고 그런 이해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캐릭터 창작과 묘사가 가능한 것이지요. 이는 사피엘이라는 까다로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지식들인 겁니다.


여자이자 기사, 청렴결백하며 정의로운 성격, 가문의 부흥을 위해야 한다는 일생의 목표, 그리고 기사도에 대한 강박적 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가지는 컴플렉스와 고민, 그리고 한계.


이 특성들을 절묘하게 버무려 실제 있을 법하다는 개연성을 가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묘사했다는 점에 대단하다는 겁니다.


이런 특성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정치가인 백작의 저택 방문이 굉장히 중요한 두번째 급변하는 전환점이 되는 데, 백작이 저택에 방문해 쏜즈, 사피엘, 다른 자작 한명을 평가하며 누굴 기사단장으로 뽑을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는 데, 이때 사피엘의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박살을 내버리게 되거든요. 분명 검술로선 사피엘이 더 뛰어났으며 기사도와 판단력, 성실함 등의 개인적 인격 또한 뛰어났지만, 너무 기사도에 강박적이게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쏜즈에게 패배하게 되죠.


오히려 사피엘의 기사다움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고, 부족하지만 더럽더라도 자기 이상의 역량을 낼 수 있는 쏜즈를 기사단장으로 발탁하게 되죠. 이는 사피엘의 모든 노력과 인생관을 처절하게 박살낸 겁니다. 훌륭한 기사이고자 했는 데 오히려 그 때문에 자신의 미숙함과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생겨버렸고, 그 이전에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보다 약하고 남자들 사이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 그런 이유들 때문에 결국 끈 떨어진 연 취급 당하며 모든 노력과 인생관이 박살난 겁니다.


그래서 중증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데, 기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모욕과 창피를 당하고 노력과 인생관이 부정 당하며 박살난 인간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여전히 고고하고 당당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쏜즈와의 대련 중 남자 부하들 앞에서 생리라는 약점이 잡혀서 더러운 모욕과 창피를 당했으니 그 자체로도 정신병 걸릴 일이죠.


하물며 기사도에 대한 강박적 집착과 사랑에 가까운 애정을 지닌 이가 그것마저 부정 당했으니..


하지만 표층심리를 읽던 강철호와 같이, 그런 사피엘은 뛰어난 편이었죠. 원체 정신력이 강했기 때문에(더불어 초기이기도 했지만..)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했죠. 누워서 자야한다고, 정신차리라고 스스로를 닥달하면서요. 물론 이것도 얼마 안 가서 심해졌죠. 며칠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나가지도 않고 아마 간간히.. 울기도 하면서요. 그냥 그대로 놔두면 아마 자살하기 직전까지 가는 것도 오래 안 걸렸을 겁니다. 그런 상황이면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 그럴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런 상태에서 폴스에서 또 다른 충고를 받고, 강철호는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제대로 먹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3번째 전환점인데, 전개상으로도, 캐릭터의 내적 성장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바로 진심으로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자 한 부분이거든요.


이때 묘사가 상당히 훌륭한 데, 강철호가 휴프노에게 동조하면서 작품의 시점이 변화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똑같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그 시점의 주인공이 강철호도, 휴프노도 아닌 제3의 하이브리드가 되어버리거든요. 휴프노까진 아니지만, 강철호도 아니며 강철호를 타인, 그라고 표현하는 등 휴프노에 가까워질 정도로 동조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자신의 감정 또한 진심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미션이고, 실제로 사랑하지 않으며, 오히려 실제로 사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방어적인 심리적 태도를 취했죠. 그렇기 때문에 사피엘을 하나의 공략 대상으로만 보았고, 사랑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폴스가 말했죠. 여자는 남자가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그런 겁니다. 휴프노 역할을 하고 있던 강철호가 진심이 되지 않으면 사피엘의 사랑을 얻어낼 수 없었던 거죠.


이런 면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혀주는 요인이며, 그만큼 작가가 여자, 사랑에 대한 이해와 통찰 또한 상당하다는 겁니다. 사랑을 경험해보거나 사랑하며 사귀어본 적 없는 휴프노와 강철호라는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 사랑에 대한 이해를 가진 누군가를 창조하여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진 내용을 서술할 순 없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금호 작가는 그걸 서술해냈죠.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심지어 사랑을 해본 사람도 묘사하고 서술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말이죠. 단순히 사랑을 그려낸 게 아니라, 그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언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선 그걸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야 폴스처럼 분석해서 알려주고 충고해주죠. 이게 아디스 미션만큼, 혹은 그 이상 뛰어나다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동조한 휴프노-강철호는 진심으로 사피엘을 사랑할 수 있게 됐고, 폴스는 그걸 바로 찝어냅니다. 눈빛이 변했다고요. 그렇죠. 사랑은 진심으로 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진심을 바라는 여성에게 장난으로, 혹은 여지를 남겨놓고 들어오면 그 여성의 진심을 받아낼 수 없습니다. 우선희도 말했죠. 동조가 높으면 유리할 거라고.


주인공의 내적 성장은 그 자체로 작품을 보는 독자의 집중과 심리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흡입력이 가장 증대되는 부분이 바로 이 시점인 거죠. 이 전환점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전개되는 겁니다.



아디스 미션의 포스가 쩔었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아디스 미션보다는 휴프노 미션의 완성도와 전개, 캐릭터 설계를 더 높게 칩니다. 솔직히 거의 버릴 캐릭터도 없고 작품적 장치나 전개나 복선, 개연성, 캐릭터 설정, 심리묘사 등등..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진 에피소드라고 전 감히 평가합니다. 그럴만한 완성도를 보여줬거든요. 


솔직히 아직 휴프노 미션의 완결까지 카카오 페이지 분량으로 20화 조금 넘게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만 보고도 굉장한 완성도의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휴프노편의 끝이 굉장히 기대되고 있고요. 퍼슨스 미션부터 유리발츠, 스트로본과 케세인 미션, 아디스 미션까지 거치며 점진적으로, 조금씩이지만 분명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성장해나가는 30세 성인 주인공의 성장 또한 사실적이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현실에서의 고충과 고민, 감정적 동요 또한 사실적이며 캐릭터의 성격과 성향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적 요소이기도 하고요.


처음엔 그리 대단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 특유의 필체가 투박했고, 괜히 독하고 마초적인 척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혼자서 진지빠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좀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전개나 캐릭터 설정 등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애매하다는 느낌을 자꾸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문제도 없고 그 자체로 괜찮은 수준의 작품이라는 건 인정하고 재미 또한 느꼈죠. 불리하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할 법한 순간에도 주인공의 뛰어난 판단력과 현실인식은 매력적으로 보여졌고요. 하지만 아디스 미션을 거쳐 휴프노 미션에서 그 진가를 좀 더 제대로 파악한 셈입니다. 생각보다 더 재밌는 작품이었던 거죠. 저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건 다른 미션이 아니라 바로 휴프노 미션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미션을 놔두고 휴프노 편을 리뷰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 부분은 정말 추천할만한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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