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f unidentified Lancaster Bomber No.35 Sqdn and AirCrew, England, World War 2 by manintheorangeshirt |
군기란 군대의 기강을 의미하는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군기를 가진 군대는 전성기때의 로마군과 현대의 미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군은 군인 개개인이 자신이 군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명예에 영향을 준다고 의식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뭐.. 암튼 제가 미군쪽 군내사고관련 자료를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사고가 없는건 아니라니 군내사고쪽은 어떻게 잘 모르겠네요.
암튼, 한국군에서 툭하면 터지는 부대내 폭력사건.. 정말 많이 보아온 사건이죠.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사용하고, 고참의 사적인 심부름에 무조건 복종하며 효율성 극도로 떨어지는 작업들을 '명령'이라는 이유로 시행해야하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경우 '군기가 빠졌다.'라는 이유로 폭력을 가하죠.
현 한국군의 군기는 군기가 아닙니다.
한국군의 전통(?)이라는 군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시대의 일본의 황군이 그 뿌리이죠.
정신력과 근성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훈련따위는 집어 던진지 오래에 고참의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 혹은 고참의 기분에 따라 인권침해의 수준으로 심각한 폭행과 심지어 성폭행등의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곳이 바로 구 일본군이었습니다.
장교가 부사관을 패고, 부사관이 병을 패는 폭력의 고리였던 것이죠. 정말 시도때도 없이 일어났고 폭력을 당하고도 불만이나 하소연할 권리는 박탈당한지 오래이며 구타회피, 고통을 호소하면 아예 하극상으로 취급하여 더 심한 폭력을 쓰며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핑계는 폭력의 이유이자 정당화할 꺼리였지요.
물론 이런 폭력과 구타가 도움이 되었느냐 하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탈영,자살,상관살해등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이되었고 일본군의 내부문제는 더욱 막장화를 가속화했지요.
군국주의 국가였던 일본의 그것이 그대로 한국의 학교와 군대에 퍼지게 되었고 광복 이후에도 그 영향은 지금까지 쭉 내려져 왔습니다. 그나마 학교는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지만 폐쇄적인 성질을 가진 군대에서는 ...
즉, 이런 일본군의 영향이 그대로 뿌리내려진 한국군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건 아주 당연해 보이는 일인데,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정말 적다는 겁니다. 그나마 시간이 해결해주고는 있으나 이건 군대 이전의 더 나은 사회를 겪은 이들의 노력이지 절대로 군대가 더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기엔 힘든 면이 있죠.
실제로 군대에서 행해지는 구타와 폭력의 이면에는, 군대의 기강,즉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가 많습니다. 물론 그건 군기가 아니죠. 이런 똥군기와 같은 논리를 가진 행동이 있는데, '집안 마누라와 자식새끼들 두들겨 패며 고분고분 말 잘 듣게 만들면 그게 <화목한 가정>이다' 라는 미친 생각이요.
사실 군기라는게 제대로 잡혀있는 군대라면 이러한 일로 사건이 터지는 일이 없어야 정상입니다.
또한 애초에 한국군이 이해하는 군기라는건 애초에 군기가 아니거든요.
군대에 군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군복에 칼각잡고 내무반 청소할때 모포에 칼각을 잡으며 내무실 컵에 물기가 남아있으면 안되는 것이 군기가 아니죠. 보기 좋다는 이유로 구 군복을 안에 넣고 탄띠를 매는, 훈련에서도, 건강상에서도(허리가 상합니다.) 비효율적인 것을 강요하는 것이 군기가 아닙니다. 이건 비효율적인 쓸데없는 뻘짓이구요.
군기란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 임무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훈련 받은대로 정확히 싸우는 것이 군기입니다.
우리나라 군대가 군기가 빠졌다고 하죠? 네, 사실입니다. 군기가 빠졌어요. 진짜군기가 빠졌죠
미군의 군기를 보면, 항모 요크타운에서 지휘부가 붕괴됬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수병들은 교범대로 소화하고 수리하여 다시 비행기 날려보냈습니다. 이건 당시의 황군은 물론이며 현대의 국군도 못할겁니다. 황군의 개똥같은 사상을 그대로 이어받았는데 가능이나 할까요.
미군도 군기의 일환으로 체벌을 잡습니다만, 한국군에서 자행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대내 마약사건같은 것이 일어나면 새벽 불시에 집합을 한다던가 하는 것이구요, 평시상황에서 한명이 무언가 잘못을 하면 같은 부대원에게도 주의, 필요에 따라 비폭력적, 비신체적인 처벌이 주어집니다.
이를 테면 팔굽혀펴기 100개라던가, 휴가가 짤린다던가..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한명이 잘못해서 혼자 기합으로 팔굽혀펴기 백개를 하는데 소대원 전체가 자발적으로 같이 해주며, 심지어 벌을 준 하사관도 자신의 부대원이 잘못한 것은 자기에게도 책임이 일부있다고 같이 팔굽혀펴기를 했다는군요, 이런 것과 한국군의 그것을 비교하면 심히 쪽팔립니다.
이외에도 학교, 심지어 개그계(개콘등의 그거 맞음)에서도 이런 똥군기가 있죠. 개그계에서는 주로 '집합'을 통해 구타가 용인된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을 웃기는 이들인데 긴장이 풀려서 실수한다거나 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다죠? 그딴 폭력이 어떻게 실수를 줄여준다는 건지, 오히려 쫄아서 못하게 만드는건 아닌가 싶은데 말입니다. 조금만 실수하면 패대는 선배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도 못할 것 같은데요.
사실 더 재밌는건 자신들이 겪은 불합리함과 그에 대한 침묵을 강요받은 이들이 오히려 그때를 회상하며 추억이라고 생각하며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거나, 그때와 현재를 비교하며 '더 나아진 현재'를 되려 군기가 빠졌다, 우리 땐 안 그랬는데 같은 헛소리를 하는 상황이 더욱 군대와 사회에 꼭 필요한 발전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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