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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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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규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2.04
    두발규정 '개정'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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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꼬맹이 시절을 넘어 갓 중학교에 입학하며 가장 억울했던 점은 바로 내 머리카락을 강제로 깍여야한다는 점일 겁니다.


기실 이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추측합니다. 초등학생 동안 자유롭게 길러왔던 소중한 머리카락이 원치도 않는데 몇cm 제한까지 두면서 깍게 만들며, 심지어 주기적으로 검사해서 안 깍으면 벌점 or 매가 기다리니까요. 그것도 모자라 학교 정문에서 남자 선생님들이 매의 눈빛으로 머리가 길어보이는 학생을 적발, 벌점 or 매를....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요소는 바로 이 두발규제일 겁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두발규정의 문제점부터 지적해 봅시다.




1.두발규정의 뿌리.


생각해보면 우린 유교문화를 바탕으로하여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체를 함부로 상하게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머리카락도 깍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머리카락을 강제로 깍게 만드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죠.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조선 후기, 고종이 단발령을 내렸다는 것을 알겁니다. 강제로 머리를 깍게 만드는 명령이었죠. 이에 대한 루머가 있는데, 일본이 조선인의 의지같은걸 꺽기 위해 상투를 자르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유길준이라는 해외 정세에 밝은 사람이 상투보다는 단정하고 짧은 머리가 위생적이고 일상의 작업 효율을 높혀준다고 선전했고 결국 강제로 시행됬을 뿐이죠.


참고로 일본도 근대화때 강제로 머리를 깍게 했습니다. 물론 일본인들의 반발도 거셌지만 덴노가 머리를 깍았다는 소식에 다들 잠잠해졌다더군요.



하여간 좀 더 풀어보자면 조선이 본격적으로 일본의 식민지가 된 이후 단지 상투만 깍게 했던 시절에서, 학생이라면 아주 빡빡 깍게 만드는 전통?이 흘러들어왔습니다. 맥락적으로 보면 이 또한 전체주의, 군국주의의 한 갈래라고 볼수있죠. 일본인 교사가 가르치는 학교에서 조선인 학생들은 머리를 빡빡 깍았고, 이게 수십년간 계속되니 광복 이후, 전쟁 이후에도, '전통'으로 남아 '짧은 머리가 단정하고 예쁜 머리스타일이다.'라는 해괴한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그런 고로, 두발규정의 뿌리는 일본 전체주의에 있고, 따라서 이런 일제의 잔재는 청산되어야 마땅합니다. 기실 그렇기에 제가 '폐지'가 아닌 '개정'을 주장하는 것이고요.



2.두발규정의 명분 및 실효성


사실 두발규정의 명분은 없습니다. 단지 '보기 좋기 위해서'라는 명목이 존재하긴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이건 그냥 나이든 선생님들이나 어른들 보기 좋으라고 하는 강제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더불어 논리가 존재하지 않는 명목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말하죠, 머리카락을 기르면 공부할 시간에 머리카락을 가꾼다고.. 그래서 머리카락을 깍게 만드는거고 그 시간 동안 공부하라고..


솔직히 말해서 콧방귀나 나올 법한 이야깁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머리카락을 강제로 깍는다고 공부 하는 애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군요 헛헛. 애초에, 머리카락을 기르면 공부를 안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가 부족한 이야깁니다. 그러한 연구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들어먹지도 않거든요. 머리카락 꾸며봐야 뭐 얼마나 꾸미는지..(여자들은 좀 더 길다곤 하다만.. 그건 두발규정이 있는 지금도 그러죠 -ㅅ-;;)


제 어렸을 적 경험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시험도 끝나고 할게없었던 영어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시험도 끝났고 방학이 코앞이니 영화를 보거나 자율을 하는게 일반적이었죠. 그러다가 어쩌다 영어 선생님과 두발규정에 대한 이야기의 물꼬가 트였는데, 그 선생님이 말하길, 자신도 두발규정은 싫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머리카락을 깍는다고 공부를 잘하고 머리카락을 기른다고 공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죠.


더 재밌는건 학생들 반응이었습니다. 자신들도 머리카락 염색하고 파마하는거 보기 안 좋다고 하더군요. 이말이 무슨 말인고하니 어차피 머리카락이야 때되면 자르는거고, 염색이나 파마하는건 노는 애들처럼 보일까 자기들도 하기 싫다고 하는거죠. 물론 노는 애들, 선배들한테 찍힐수도 있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라고 할수도 있겠군요.


여하튼, 이러한 이유에서 두발규정은 그 자체로 명분이 부족한 주장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논리부터가 똥망이죠.



3.두발규정이 가져오는 단점


뭐.. 일단 두발규정의 장점이라고 해봐야 딱 두개 밖에 없으니 이것 먼저 설명하고 단점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두개 밖에 없는 장점이란 (1) 어른들, 나이든 선생님들 보기에 좋다. (2) 동네 미용실이 돈을 번다.

재밌는건 두번째 장점에 음모론도 있다는 겁니다. 학교와 미용실이 어떤 계약을 해서 강제로 학생들 머리카락을 깍게 만들고 그 돈을 받는다고.. 껄껄. 재밌는 이야깁니다.



뭐, 두발규정의 단점을 늘어놓으라면 두발규정에 한 많은 학생들이야 머리를 쥐어 짜서라도 없던 이유까지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일단은... 


(1) 일제의 잔재이다. 1번에서 설명했죠.

(2) 학생들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머리가 길면 길수록 걸릴까 하는 불안감도..       깍으면 된다고? 그건 싫으니까.

(3) 앞의 것과 맞닿아서, 머리를 깍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점이나 매를 맞아야한다는 것. 대부분은 둘 다죠? 머리도 깍이는데 벌점도 먹고 매까지 맞아야한다니..-,-

(4) 이발을 위한 비용. 얼마전에 미용실에 갔는데 머리 한번 깍는데 7500원이 들더군요. 심지어 이거 500원 오른겁니다; 물론 돈이 돈다는 것은 경제가 어느정도 돌아간다는 것이니 넓은 시점으로 보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심하면 2~3개월에 한번가는거면 아깝긴 하죠. 깍았는데 더 자르라는 소리 들으면 돈은 또 날리는 거구요.. 뭐, 맘씨 좋은 사장님은 담날에 오면 공짜로 깍아주긴 하다만...

(5) 머리를 기를 권리도 하나의 인권이다. 신체의 자유의 범주에 들수있죠, 명분도, 논리도 실효성도 못 거두는 규제에 강제로 머리를 깍이는 건 인권침해나 다름 없습니다.




에....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기 때문에 두발규정은 그 자체로 부당한 규제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현 두발규정은 '개정'을 해야한다는거죠. 폐지가 아닌 이유는 두발규정 자체는 어느정도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데 학생들이 '학생다운' 모습이 아닌 파마하고 염색하고 머리 엄청 길게 하고 다니면 사람들 보기에도 안 좋고, 학교 소문도 안 좋게 퍼질테죠. 기실 노는 애들처럼 보이게 된다며 하지 않을 학생들은 안하겠지만, 폐지가 되어버리면 노는 애들만 좋은 환경이 되니까요.


이를 통해 현재의 두발규정은 다음과 같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1] 두발의 길이는 제한이 없다.

[2] 염색과 파마는 금지.


단지 이렇게만 개정되면 됩니다. 이 정도면 합리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나요?


두발규제는 하나의 인권침해이고, 악습일 따름입니다. 그 뿌리부터 명분까지 비판당할 것들 투성이고,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성인들또한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규제하며 잡아들였죠, 공장 노동자들은 공장 문 앞에서 단체로 바리깡으로 머리가 밀리는 것으로, 노동자들에게 두발이란 단순히 머리카락이 아닌 굴종, 굴복, 부끄러움, 설움 등등이었죠. 그러나 민주화가 되고 이런 악습이 폐지되었으니 우리 학생들에겐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어찌보면 참 황당하죠? 어른들은 악습에서 벗어나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악습 속에 그대로 내버려두다니.





이렇게 글을 쓰고나니 지금보다 더 열악하고 짧게 깍으라 했던 시절에 살았던 우리 부모님 세대가 살짝 아련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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