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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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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8
    음모론을 논파하기 위한 논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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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주장은 크게 두 형태를 띕니다. 


A : 어떠한 예언, 혹은 배후집단이 존재한다는 증명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주장.

B : A에서 예언, 혹은 조종했다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안.


이 두 부분에 대한 반응에서 음모론 신봉자와 일반인의 논리과정이 갈리게 됩니다.


중요한 건, 


1.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며,

2. 얼핏 볼 때 느껴지는 B에 대한 설득력, 그리고 형성되는 공감대는 A의 논리적 정합성과 완전히 별개라는 겁니다.



증명이 필요한 검증의 눈으로 엄밀히 바라볼 때, B는 A를 증명하지 못합니다. B에서 언급된 내용이 아무리 설득력 있다고 하더라도 A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A와 B는 엄연히 별개이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형적인 음모론들은 이러한 A와 B로 이루어져있죠. 그리고 그 음모론을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은 B를 토대로 A를 주장하며, 이러한 행위는 증명되지 않은 전제 위에 가설을 쌓아올리는 오류에 해당 됩니다.



말은 달라도, 거의 모든 음모론자들은 A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가설을 쌓아올립니다. 그것은 시온의정서라는 예언서 따위가 될 수도 있고, 프리메이슨 같은 단체, 배후집단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기밀문서 따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시온의정서는 그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고, 되려 실제 작성자가 밝혀진 괴문서의 모작임이 밝혀졌으며, 프리메이슨은 페이스북에 회원모집을 하고 있으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프리메이슨과 같은 비밀결사, 배후집단 등에 대한 어떠한 실체도 증명된 적 없으며, 존재 자체도 불분명한 기밀문서 또한 증명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주장하는, 증명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명백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직접 그런 음모론자를 겪어본 바로는, 기밀문서에 대해선 우리가 알 수 없는 기밀문서이기 때문에 우리같은 일반인은 접근할 수 조차 없다고 말하면서 기밀문서의 존재에 대해 긍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우습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안다면 좋으련만, 끝까지 말이 뱅뱅 돌았죠.



논리학에선 Ad Hoc이라는게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그것에 대해서'가 되겠는데, 그것에 대해서 반박하는 의미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재반박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지요. 실제로 과학사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아드 혹의 예가 있는데,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이용해 달의 표면이 완전한 구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을 때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갈릴레오 이전까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에 의해, 천상에 존재하는 물체들은 가장 완벽한 형태인 구형으로 이루어져있고, 가장 완벽한 형태인 원궤도를 돌아야 한다고 의제되어 있었는데, 갈릴레오는 자기가 망원경으로 관찰해보니 달과 같은 천체는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 구멍도 뚫려 있고.. 이런 식으로 말했지요.


그에 대해 자연철학자들은, 겉보기엔 그래도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물질들이 그 구멍들을 다 덮고 있어서 겉보기에 상관없이 완벽한 구형이라는 것으로 반박했죠.


이에 대한 갈릴레오의 반박은, 그런 물질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그런 물체들은 너희 자연철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달 표면을 구형으로 덮고 있는게 아니라 달에 있는 산 꼭대기에 전부 몰려 있어서 달은 자기가 망원경으로 관측한 것보다 더 울퉁불퉁하다고, 어떻게 반박할 것이냐고 했다고 합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물질들은 바로 그 논증을 반박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개념이 됩니다. 어떤 물체나 개념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주장하는 자가 주장하는 방식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도 그것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드 혹 논증에 등장하는 개념은 그런 방법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불허하죠.



또 한가지 있습니다, 원래는 종교를 까기 위한 유추인데, 이러한 경우에도 통용되기 때문에 꺼내보겠습니다.


바로 러셀의 찻주전자이지요. 지구와 화성 사이에 찻주전자 하나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찻주전자는 너무 작기 때문에 현재 인류의 과학 기술로는 관측이 불가능하죠. 그러므로 우리는 이 찻주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느 반증할 수 없다느 이유로 이런 찻주전자가 실제로 존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악마의 증명도 있는데 그건 위 찻주전자랑 별 다를 것도 없으니 넘어가고,



이러한 논리학적 개념들을 통해 그 배후집단, 예언서, 기밀문서 등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이거 하납니다. 증명할 수 없고, 반증 불가능한 개념. 앞서 이야기한 기밀문서라는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조차 증명할 수 없는데, 단지 그러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를 가정해놓고 자신의 음모론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는 그 기밀문서에 있다고 반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증명할 수 없는 전제하에 쌓아올리는 모든 주장, 가설들은 모조리 개소리가 되는 거지요. 그 주장이 아무리 설득력 있어 보이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증명되지 않으면 결국 소설 따위가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자신의 음모론이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간단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육하원칙에 따라 하나하나 증명하면 되지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실제로 도시전설, 음모론으로 취급받다 그 실체가 사실임이 드러난 사건인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 사건을 육하원칙에 따라 서술해보지요. 그럼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이렇게 증명됩니다.


누가. 미국 공중보건국과 존 커틀러 박사가.

언제. 1932년부터 1973년까지.

어디서. 미국 앨라배마 주 터스키기에서.

무엇을. 매독에 관한 생체실험 연구를.

어떻게. 매독에 걸린 흑인 환자들에게 악혈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속인 뒤 뇌척수액을 뽑고 아스피린과 철분제를 약이라고 주며 해당 지역 의사와 보건소에 실험자들이 올 경우 그냥 돌려보내라는 공문을 보내며.

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매독이 사람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부분의.. 아니, 모든 음모론은 이러한 가설-증명관계를 거치지 않고, 가설 위에 가설을 쌓아올리며, 그 어떠한 주장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런 논리로의 증명을 할 수 없는데도, 또한 그러한 것들이 모조리 반박당했음에도 그 음모론을 잡고 늘어지는 행위는 믿음의 자유에 속하게 됩니다. 즉, 종교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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