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rodinger

블로그 이미지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트럼프'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23.02.14
    극단주의적 대립의 심화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험.
  2. 2022.05.25
    민정주석실 해체와 민주주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재의 방식.
  3. 2022.05.23
    커뮤니티와 알고리즘이 만드는 이념 격차. 2
  4. 2020.06.17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한국의 입장. (2)
  5. 2020.06.15
    북한을 그냥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6. 2020.04.14
    코로나 이후 한국이 해야 할 3가지 도전
  7. 2020.03.05
    코로나 19, 한국 모델과 국제적 위상.
  8. 2019.02.28
    북미회담 결렬, 별 일 아니다.
  9. 2018.05.27
    북미회담에 대한 외교적 맥락의 이해.
  10. 2018.02.21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도 상승에 대한 외교적 단상.
  11. 2016.11.15
    트럼프 당선과 대중정치의 함정.
반응형

0.

극단적일수록 타협할 수 없다.

 

***

 

1.

중도에 가까운 입장은 이념적인 색깔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어떠한 쟁점에 대해 필요한 강력한 주관과 추진력을 얻기보다 더 많은 의견을 취합하거나, 어중간한 결정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그만큼 극단적인 지지층은 잃을 것이고, 그 결정들이 어중간할수록 필요한 조치를 필요한만큼 강력하게 실행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양 진영의 중간에 가까운 입장에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타협의 여지가 있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2.

전 세계가 그러하듯, 한국 역시 점차 극단주의적 대립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견이 있을 사람도 있겠지만 최소한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극단주의적 대립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중도는 줄어들고 양 극단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양 진영간의 대화와 협상, 타협의 여지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에서 그러한 요소들은 핵심적인 것들이고, 핵심적 요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양 극단은 성장하는 몸집만큼 결코 소수라고 하기 어려워지겠지만 간극만큼이나 입장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고, 정치적 승리자는 당연히 자기 진영의 입장을 더욱 대변할 것이다.

 

또한 중도적인 정책이나 제도는 그 누구도, 최소한 양 극단의 다수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정치적 승리자는 특정 진영에 더 많은 입장을 대변할 것이고 그들의 이익에 더 충실할 것이며, 그러한 것을 통해 정치적 이익과 생존력을 담보할 것이다. 이는 정치 정당과 정권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지자들의 요구에 따라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과 말살을 시도하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이는 서로 다른 양 극단의 진영관계 뿐 아니라 하나의 정당 내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한 집단이 모든 것에 대해 공통된 단일한 의사를 공유할 리는 만무하다. 즉, 한 집단 내에서도 진보파와 중도, 보수파는 분리되고, 온건파와 관망파, 과격파는 구분된다. 지지자들이 상대 진영에 대한 강력한 공격과 정도를 벗어난 말살을 요구한다면 온건파는 그것을 거부하려할 것이다. 그리고 과격파는 더 극단적인 수사와 행동력으로 지지자들의 요구를 실행하려 하거나 그러한 의사를 보여줄 것이다.

 

이는 과격파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극단주의적 대립이 강해지는 시대에 과격파의 승률은 결코 낮지 않다. 지금 당장 낮다면, 앞으로도 그러긴 어려울 것이다.

 

 

4.

그렇다면 현실에서, 극단주의적 대립의 결과로, 그리고 과격파의 승리로 인해 정치 권력을 장악한 정권과 정당이 상대 집단에 대한 심대한 피해를 입히고자 할 것이다. 핵심 정치인들을 법과 언론을 동원하여 탈락시키고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며, 정치인과 그들의 가족을 공격하며 불리한 싸움으로 몰고갈 것이다. 정당의 동력은 정책과 정치적 경쟁이 아닌 생존을 위해 사용될 것이고, 지지자들은 지속적인 공격에 결집되거나 와해될 것이다.

 

그러한 시도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공격을 받은 정당은 매우 큰 피해를 입고 정치적 힘이 약화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극단주의적 대립 상황이 완화되지 않는 한 그러한 시도를 더 강력하게 할 사람이 권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5.

민주주의에서 대립은 민의에 따른 정치적 행동으로 발생한다. 즉, 투표와 시위, 시민적 요구로 이루어지고, 싱크탱크 및 전문가, 대학 등의 연구와 요구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의가 양 극단으로 분리가 된다면 서로간의 타협의 여지는 적고, 이해의 폭이 줄어들수록 상대방에 대한 공격으로만 동력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민의는 더 극단적이고 강력한 공격성을 가진 이를 대표로 뽑을 것이다. 상대 정당과 진영, 혹은 이민자, 자국의 이익과 산업에 손해를 끼치는 불공적한 외국에 대해서도 그럴 것이다.

 

이는 정치적 내전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민주주의에서, 그것도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물리적 대립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최소한 한국은 그렇다. 미국에서조차 총으로 무장한 이들이 의회를 점령하는 파격적인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것이 실제 대규모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국에선 총이 없고, 그러한 행동력을 지닌 이들이 매우 적어졌다.

 

한국에서 시민들의 모든 정치적 요구는 폭력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거세된 평화 시위로 완성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지언정 쇠파이프와 차량을 동원하여 청와대로 밀고 가거나, 그들에 맞서 빨갱이 폭도, 혹은 수꼴 반역자를 상대로 똑같이 무장한 채 집단 패싸움을 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특정 진영이 보기에 제정신이 아닌 미쳐돌아가는 정부를 단죄하기 위해 혁명을 한다는 것조차 어렵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가체제는 꽤 굳어진 편이고, 이전처럼 쿠데타와 민주주의 운동, 운동권 투쟁이 활발하던 뜨거운 수프 같았던 시기와는 다르게 되었다. 그렇게 굳어진 체제는 쉽게 변하지 않고,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보수성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그러한 혁명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리고 세력이 동참하는가이다. 극단화된 사회에서 시민 90%가 혁명에 동참할 리는 만무하고, 40~50%의 국민이, 현실적으로는 그보다 더 적은 국민이 혁명하겠다고 나선다 해도 군과 경찰이 동원되어 내란, 국가 반역으로 규정될 혁명세력에 대한 물리적 진압이 예상된다.

 

지금의 감시, 통제 시스템과 그것을 집행할 무력은 그 정확성과 강력함에서 독재 시기와 비교도 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로선 혁명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에 동의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만 그만한 힘이 국가 내부를 쓸어버리기도 어렵다. 그 여파를 감당하기도 매우 어렵다. 외국 세력은 이를 커다란 기회로 여길 것이다.

 

 

6.

그런 이유로 혁명이든 내전이든 실질적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은 발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당연히 민주주의적 제도로 대립하게 될 것인데, 여당정부의 강력한 정치 권력과 엘리트 카르텔로 완성되는 강력하고도 견고한 기득권의 힘은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강력한 공격과 보복이 가능할 것이고, 비협조와 반발로 다른 진영에 선 정권의 권력 사용에 부담과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이러한 작용으로 상대 진영은 그 힘을 잃어버릴 것이고 그들에 대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이들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그들이 다시 성장하거나 일어서지 못하게끔 할 것이다. 설령 그들이 다음 대선 때 패배한다 하여도 엘리트 카르텔로 대표되는 각계 각층의 인적 관계망은 건재할 것이고, 총선 때 어지간히 박살나서 인원수부터 약 3배, 혹은 그 이상 차이날 정도의 대패를 겪지 않는 한 의회 권력 역시 조정될지언정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공격을 받은 진영과 정당의 지지자들은 매우 큰 불만과 반발감을 가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력감과 절망감으로 정치적 무관심으로 빠질 가능성도 높다.

 

극단주의는 승리했고, 극단주의적 인사가 국민의 대표들도 채워질 것이다. 정당 역시 그러한 성향의 과격한 이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할 것이다. 한번 실패 했다고 그러한 영향력이 말소되거나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독재 이후 보수당처럼 ,트럼프의 공화당처럼.

 

 

7.

극단적일수록 타협의 폭은 적다. 따라서 극단주의자들이 승리한 미래는 어떠한 쪽이 이기든 상대방에게, 심지어 중도층에게도 긍정적일 순 없다. 승리한 자들은 반대파를 위험분자 내지는 적으로 규정하며 공격할 것이고 그들이 권력을 쥐어서는 안 된다고 믿을 것이다. 나치는 나치가 아닌 정치세력을 견제했다. 가장 큰 적을 당연 유대인과 공산주의자였으며, 더 나아가 슬라브 전체가 되기도 했다. 김일성은 자신의 파벌이 아닌 대부분의 파벌을 숙청하는데 성공했고 이는 스탈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폭력적이진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납치와 고문, 살해와 암매장, 불법 화장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불공정하지만 합법적으로 보일 방식과 제도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그들의 정치적 힘과 동력을 잃게할 것이다. 대표할 사람이 없다면 지지자들은 힘을 잃는다. 그들 중 총대를 매는 사람들은 나오겠지만 기존 정치인에 비해 경력, 실력,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그들은 약해져갈 것이며 승리한 쪽이 사회를 장악할 것이다. 지지율로 대표될 것이며 정치적 권력을 장악하고 그러한 상황을 꾸준히 이어가려 할 것이다. 우월한 지위와 이익구조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고자 하는 건 모든 이들이 바라는 바이며, 엘리트 카르텔과 같은 인적 관계망 역시 그러한 욕구와 이해관계로 구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반대되는 목소리, 다른 목소리들은 극단주의의 야성 아래 말살될 것이고, 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말한다. 헌법은 민주주의를 규정하고, 법과 제도 역시 민주주의적 원리 아래 작성되었지만 실제 민주성은 약해지고 집권 세력의 이익을 위해서 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러한 제도들이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고 대중, 시민과 유리되어간다는 점은 꾸준히 비판될 것이지만, 그러한 목소리는 너무 약하고, 그렇지 않다해도 집권층이 그러한 요구에 부응해줄 이유가 없다. 그렇게 간신히 도달한 제도적 민주주의는 그마저도 형해화되어 실질적 파시즘 국가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다.

 

아마 그 모습은 중국와 일본을 섞어놓은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한국에선 말이다.

 

 

8.

극단주의적 요구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묵살시킨다. 언젠가 말했듯, 극단주의는 좁은 시야를 가지고 그 외의 것을 배척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것과 자신이 설명하는 세상의 바깥을 상상하지 못하고, 거부한다. 단지 거부하는 걸 넘어 틀렸다 규정하며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이는 극단주의의 속성이 공격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세계관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러한 침범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사회적 환경은 극단주의적 대립으로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느 한쪽이 온건하고 더 이성적이라 해도 다른 한쪽이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의미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는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인데, 경기에 있어서 룰은 필수적이지만 그것을 어느 한쪽만 지키고 다른 한쪽이 지키지 않는다면 경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룰은 단순히 법률이나 제도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시민들이 극단주의적 요구를 하면 그것에 부응하는 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지지에 편승하여 권력을 확보할 것이고, 관료와 엘리트 역시 더 많은 부와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해 그러한 조류에 동승할 것이다. 때로는 그들 스스로가 그러한 분위기를 심화시키고 조장할 수도 있다. 아예 그들 자신이 극단주의적 관점에 동의하거나, 사회의 요구보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9.

문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본인은 해결할 방법이나 완화시킬 방법 같은 건 없다고 본다. 유일하게 떠오를만한 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상태를 먼저 조성하는 것 뿐이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생존에 대한 욕구는 대단히 낮아진다.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더 치열하고 잔혹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정치적 대립이란 정치 권력이란 한정된 자원을 얻기 위한 것이고 이념 대립 역시 결과적으로 그들이 믿는,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한 관점의 대립이다. 일자리, 산업, 노동환경 등 소위 말하는 먹고 살기 좋은 상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즉, 어떤 것이 더 좋은 상태를 만들 수 있느냐의 논쟁이자 대립이다. 케인즈의 주장이 더 좋은 상태를 만들었던 때가 있고, 그 한계로 인해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며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떠나, 아주 단순하게, 정말 단순하게 가정했을 때 대한민국의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지금과 별 차이 없는 물가 상태에서 지금 연봉의 2배를 받는다면 극단적 정치대립은 상당히 완화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좋은 상태를 만들 수 있느냐, 누가 나라를 더 많이 망치고 더 많이 망칠 더 나쁜 놈이냐를 두고 목숨 걸고 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렵지 않고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텐데 그런 것에 온 힘을 다해 싸울 이유가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생존은 보장되었다. 남의 것을 빼앗을 이유도 없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더 치열하게 싸울 이유도 없어졌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에, 한국을 비롯한 유사한 경제적, 인구적, 사회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비슷한 문제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그리고 말했듯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그저 더 심화되어 임계점을 넘는 것을 눈뜨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내전이 될지, 전쟁이 될지, 승자의 정치적 말살을 통한 파시즘적 정부의 구성 및 사회의 재편이 될지 모를 일이다.

 

놀랍게도, 그리고 불행하게도, 또한 끔찍하게도, 그나마 가장 나은 건, 전쟁이라고 본다.

반응형
AND
반응형
물론 민주주의는 길거리 농구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성문화된 규칙(헌법)과 심판(사법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기능하는 국가의 경우,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성문화된 헌법을 지속적으로 강화환다.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완충적인 가드레일로 기능하면서, 일상적인 정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아준다.

규범은 개인의 성향을 초월한 것이다. 규범은 정치 지도자 개인이 성향에 의존하지 않으며, 공동체 및 사회 내부에 널리 공유된, 다시 말해 모든 구성원이 인정하고, 존중하고, 강화하는 행동 규칙에서 비롯된다. 규범은 성문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규범이 제대로 작동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사람들은 규범의 필요성을 종종 간과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규범의 가치는 물과 산소처럼 그것이 사라질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규범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 사람들은 폭력 행위를 비난하거나 조롱하고, 혹은 공식적인 비판이나 노골적인 배척을 통해 부정하는 입장을 뚜렷이 드러낸다. 규범을 어긴 정치인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실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은 상원이나 선거인단 운영에서 대통령의 기자회권 방식에 이르기까지 정치 구석구석에 존재한다. 그래도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두 가지 규범을 꼽자면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들 수 있다.

(중략)

규범은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연성 가드레일이다. 규범이 무너질 때 용인 가능한 정치 행동 범위는 넓어지고, 민주주의를 파멸로 몰아갈 주장과 행동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미국 정치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행동이 이제 고려해볼 만한 전술이 되고 있다. 물론 트럼프 자신이 헌법적 민주주의라는 강성 가드레일을 파괴한 것은 아니지만, 미래의 대통령이 언젠가 그러한 일을 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레비츠키,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얼마전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수사·정보기능 틀어쥔 법무장관..명실상부 '소통령' 현실화
https://news.v.daum.net/v/20220524172612941

 

그리고 그렇게 민정수석실이 없어지고, 더 큰 권력과 권한을 가진 새로운 인사정보관리단이 만들어졌습니다. 청와대에 있던 민정수석실이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왔다고 해서 권한이 약해졌느냐 하면 그걸 아니고요. 중요한 건 그 권한이 얼마나 발휘되느냐와 누가 발휘하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지난 정권 동안 정부에 대놓고 들이 받으며 마침내 권력의 획득에 성공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그 오른팔이 법무부를 장악했다는 건 보이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권력의 비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고요.

 

조국이 거쳐갔던 민정수석실이 없어지는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민정수석실의 권한을 법무부, 높은 확률로(사실상 이미 정해진 수순대로) 검찰 쪽 인사들이 획득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기존 규범, 제도의 해체와 새로운 대안 내지는 대책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티파티가 공화당을 장악하던 오바마 정권 당시부터, 공화당은 많은 제도를 경쟁 정당을 견제하고 권한과 영향력을 빼앗기 위해 없애거나 바꾸었습니다. 이것이 불법이었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었습니다만, 이는 법과 무관하게 관료제로 유지되고 헌법이 의도하는 민주주의적 규범을 무너뜨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위 인용글에서처럼, "사실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은 상원이나 선거인단 운영에서 대통령의 기자회권 방식에 이르기까지 정치 구석구석에 존재한다. 그래도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두 가지 규범을 꼽자면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들 수 있다."

 

 

가드레일이 사라진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상상해보기 위해 현재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생각해보자. 노스캐롤라이나는 전형적인 '경합'주다. 다각화된 경제와 세계적인 대학 시스템을 갖춘 노스캐롤라이나는 남부에 비해 보다 부유하고 도시적이며, 높은 수준의 교육을 자랑한다. 또한 인구통계적으로도 다양하며,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라틴계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노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인 남부 주에 비에 민주당에 우호적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유권자 구성은 미국 전역의 유권자 구성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나 샬럿이나 롤리-더럼과 같은 도심 지역에서, 그리고 공화당은 시골 지역에서 우세를 점하면서 전반적으로 양당이 세력 균형을 이룬다.

 듀크 대학 법학과 교수 제데이아 퍼디Jedeiah Purdy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미국의 극단적인 당파 정치, 그리고 점점 심각해지는 상호 불신의 소우주"가 되었다.

(중략)

많은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가 정치 전면전에 휘말리게 된 것은 2010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나서였다. 그 이듬해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회는 '인종적 게리먼더링'이라고 알려진 선거구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공화당은 아프리카계 유권자를 몇몇 선거구에 집중적으로 몰아넣음으로써 그들의 선거 영향력을 희석하고, 공화당의 의석수를 극대화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모럴 먼데이즈Moral Mondays'운동을 이끈 진보주의 목사 윌리엄 바버WIlliam Barber는 새롭게 조정된 선거구를 '인종차별 선거구'라 불렀다. 그 결과 2012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주 전체에서 많은 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13개 의석 중 아홉 개를 석권했다.

2012년 선거에서 팻 매크로리Pat McCrory가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공화당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장악하게 되었다. 그후로 공화당은 지배를 장기적으로 이어나갈 방안을 모색했다. 주지사, 그리고 상원과 하원 및 주 대법원 내 과반을 기반으로 공화당 지도부는 운동장을 기울이기 위해 여러 야심찬 개혁안을 추진해나갔다. 가장 먼저 주 전체에 걸쳐 유권자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정보를 활용하여 선거권 행사를 더 힘들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선거 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또한 매우 엄격한 유권자 신분확인법도 통과시켰다. 나아가 사전투표 기회를 줄이고, 16-17세를 대상으로 하는 예비등록제를 중단했으며, 당일등록제를 폐지하고, 여러 주요 카운티에서 투표소 수를 크게 줄였다. 연방 항소법원의 설명에 따르면 공화당은 새롭게 손에 넣은 자료를 가지고 아프리카계 유권자를 목표물로 삼아 "외과수술처럼 정밀하게" 선거 개혁법을 설계했다. 나중에 항소법원이 그 새로운 법의 집행을 중단시켰을 때 공화당은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주 선거위원회를 이용해 그 법안 중 몇 가지를 필사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제도 전쟁은 2016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로이 쿠퍼Roy Cooper가 매크로리를 간신히 이긴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공화당이 아무런 근거 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매크로리는 한 달 가까이 패배 인정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2016년 12월 매크로리가 끝내 패배 승복을 한 후 공화당은 주 의회에서 "깜짝 특별회의"를 소집했다. 정치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를 보여주듯, 머지않아 "의회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즉, 선거 결과에 대한 의혹이 있을 때 의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접을 악용함으로써 공화당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것이다.

비록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뉴옥 타임스>가 "뻔뻔한 권력 장악"이라고 언급했던 특별회의에서 공화당은 새로운 민주당 주지사의 권한을 뺴앗는 갖가지 방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주지사 임명을 인준하는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했고, 현직 공화당 주지사에게는 임시적을 영구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퇴임을 앞둔 매크로리 현 주지사는 자신이 뽑은 1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종신재직권을 부여했다. 이는 결국 자기 입맛에 맞게 구성한 행정부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다음으로 공화당은 주 선거위원회 개편에 착수했다. 주 선거위원회는 선거구 조정, 유권자 등록, 유권자 신분확인 요건, 투표 시간, 투표소 배치 등 주 선거와 관련된 모든 규칙을 담당한다. 당시 선거 위원회는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데 기여한 현직 주지사 매크로리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동등한 정당 대표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시 말해 선거위원회 위원장을 양당이 번갈아가면서 맡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게다가 위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정당(즉, 공화당)이 짝수 년도에 위원장을 맡도록 정했다. 짝수 년도는 곧 선거가 있는 해를 의미한다. 그리고 몇 달 후 의회는 주 항소법원에서 세자리를 줄이기로 의결했으며, 이는 새로 들어올 쿠퍼 주지사에게서 세 명의 판사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뺴앗았다.

이후 법원이 인종차별적 선거구 조정, 2013년 투표법, 그리고 선거위원회 개혁안 모두를 무효화했음에도, 그러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주어진 권력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정치 경쟁자를 불구로 만들겠다는 공화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채플 힐 출신 민주당 하원 의원 데이비드 프라이스David Price는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 민주주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가드레일이 사라진 민주주의가 어떤 모습일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의 창이다. 우리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통해 미국의 미래를 엿보게 된다. 정치 경쟁자가 적으로 변할 때 정치는 전쟁으로 전락하고 민주주의 제도는 무기로 바뀐다. 그 결과 사회는 끊임없이 위기를 맞게 된다.

-레비츠키,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문재인 정부 지우기, 혹은 제도적 개혁은 저에게 합법적인 방식으로 민주적 규범을 해체하던 미국 공화당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이번 민정수석실 해체와 새로운 단체 신설은 기존 민정수석이라는, 물론 개혁해야하고 할 수 있는 조직의 건전한 견제/개혁이 아니라 제도적 개혁의 모양새를 한 민주적 규범의 해체라고 이해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연합시론] '윤석열 라인' 약진한 검찰 고위급 인사
https://www.yna.co.kr/view/AKR20220519102700022
한동훈 체제 첫 검찰 인사…'윤석열 라인' 대거 배치
https://m.yonhapnewstv.co.kr/news/MYH20220518020100038
'尹 사단' 전면 배치, 검찰 중립성 우려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1818090001398
윤석열 정부 ‘검수완판’ 인사…여기도, 저기도 검찰 출신
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205151924001

 

민정수석실은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민정수석실의 권력은 검찰을 다루는 법무부에게 쥐어졌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통령 직속의 민정수석실이 법무부 산하로 위상이 추락한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우병우가 있었던 그 민정수석실의 권력이 법무부의 손에 쥐어진 거고, 윤석열 라인이 가지게 된 겁니다.

 

법무부 자체의 권력도 강력한데 거기에 청와대, 현 국민관이 가져야할 권력을 쥐어준다는 것은 과도한 권력의 집중이며, 반드시 분리해서 다뤄져야할 권한이 불법이나 월권이 아닌, 제도적 방식으로 이전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 직속이자 청와대(현 국민관) 내에 포함시켜야 했던 조직을 해체시키고 똑같은 힘을 법무부라는 조직에 준 것인데,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고 그 검찰을 다루는 것이 법무부이며, 그 방법은 제도적 방식을 따랐다는 겁니다. 법과 헌법이 규정하지 않은 민주주의의 관습, 규범은 그런 식으로 파괴되는 것이고 우리가 이해하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앞으로 이번 정권 하에서 이루어지는 제도적 개혁이 어떤 의미를 함의하고, 어떤 의도와 목적이 있는지 정말 잘 살피셔야 합니다. 그것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정치적 라이벌을 고사시키려 하는지, 제도 개혁이라는 방식으로 독재와 유사한 권력의 독점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으로 말하건데, 단순히 의석을 많이 차지했거나, 국회의 중요 요직을 차지했다거나,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독재가 아닙니다. 그렇게 보이거나 시도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질 뿐이죠. 물론 그러한 지적 역시도 어느 정도 성립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지율은 국민들이 보내는 것이고 국회 의석 역시도 국민들이 찍어줬다는 점에서 의도적일 순 없습니다. 국회 요직을 장악하는 것들 정도라면 비판이 합당할 겁니다. 현실적인 발목잡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요.

 

그러나 그러한 권력을 가진 뒤 제도적 개혁으로 상대 정당, 파벌의 권한과 영향력을 점차 앗아가고 견제가 불가능하거나 미약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독재와 유사한 권력의 독점을 이룰 수 있습니다. 상원이 주지사 임명을 인준하는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거나, 임시직을 영구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주거나, 자신이 뽑은 직원에게 종신재직권을 주거나, 선거위원회를 개편하거나, 주 항소법원에서 세자리를 줄여 새로 들어올 상대 정당의 주지사에게 3명의 판사 임명권을 빼앗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자기들의 권한을 유지하거나 확대시키고, 상대 정당의 권한을 빼앗고 축소시킨다면 정권을 차지한 집단의 권력은 견제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러한 개혁은 유기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안이라면 새로 개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조직 개편을 비롯한 제도적인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관리단을 만드는 것처럼 쉽고 빠릅니다. 그 반대 역시도 쉽고 빠르죠.

 

자기들이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제도적 개혁을 통해 권력을 집중시키거나 축소시키는 것으로 특정 집단이 권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하는 방식이 민주주의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유사 독재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알고 있는 독재는 옛 방식인 거죠. 민주주의에서도 독재적 방법론과 유사한 방식은 얼마든지 발생 가능합니다.

 

민주주의의 규범을 해체하고, 파괴하는 식으로 가능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독재 정부냐고요? 그건 확대해석이고, 단지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다른 보수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또한 그 방식 역시 독재와 유사한 방식으로 우리 민주주의에 분탕을 쳐놓을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볼 뿐입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0.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밝혔던 바에 따르면, 양극단 10%씩만 불행하게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양극단 10%가 의제 대부분을 장악하기 때문이라고 했죠. 가장 시끄럽고 많은 말을 쏟아내는 이들이 가장 적은 극단의 10%씩이라면서요. 실제로 연구결과가 그러한 것은 사실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줄이고 중간에 가까운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건전한 논의의 장, 토론장(Agora)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머스크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 저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조치 중 하나가 트럼프 트윗에 대한 정지 해제입니다.

 

 

1.

트럼프의 개소리를 듣고 싶다는 건 아니고,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정지 당한 이후 만든 트루스 소셜의 위험성이 지대하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가 만들 SNS 플랫폼으로, 트럼프의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건데, 트럼프는 이미 트위터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기도 했고, 대통령 시절에서 편견과 잘못된 정보, 거짓말을 공적으로 반복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건 트럼프 지지자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그러한 성향의 지지자들끼리 모여서 가짜뉴스를 재생산, 유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와 진영을 떠나서 발생하는 일이지만, 주로 극단적인 성향의 집단일수록 더 만연하고 심각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들이 트루스 소셜에 모이게 된다면 미국 음모론, 가짜뉴스, 왜곡 선동 및 증오연설, 증오범죄, 심지어 테러의 근거가 되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베와 같은 본진이 만들어진다는 거고, 트루스 소셜이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그들에게 본진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극단주의자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다 없애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그들을 결집시키거나 결집하는 것을 방관, 혹은 수동적 조장하는 것은 그들의 강력한 에너지가 모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가세연이 수억 원 이상의 후원을 받는 것처럼 경제적인 힘이 될 수도 있고 일베에서 근거지를 가지고 성장한 뒤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친 일베적 마인드와 같은 사회적 영향력은 물론, 그러한 성향의 정치인을 만들거나 그러한 성향의 지지자를 흡수하고자 하는 정치인을 만들어 정치권력을 획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한번 티파티는 공화당 장악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겪었고요.

 

 

2.

예전이라고 해서 정치성향에 따른 갈등과 마찰이 없었느냐 하면 결코 아닙니다. 종교와 더불어 정치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오래 전부터 좁혀지지 않는 가치관/세계관의 충돌은 웬만큼 배운 식자가 아닌 이상엔 반드시 싸움이 나기 쉽상입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같은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이들일 뿐이고요.

 

 

3.

인터넷은 온 세상의 소통을 즉각적이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소통에 한해서, 그리고 인터넷을 향유할 수 있는 매체와 그것을 작동시킬 몇가지 요소(전기, 유무선의 연결)만 있다면 전 세계 거의 누구와든 소통이 가능합니다. 단지 우리는 우리가 소통할 사람과 소통할 공간을 정할 뿐이죠.

 

그리고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를 더 즐겁고 부담없이 받아들이며 우리의 가치관과 반대되거나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람과의 대화를 꺼립니다. 불쾌해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두려워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러한 반감은 정도와 개인의 가치관 등에 따라 실제로 배제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 회원은 선동하거나 신고를 남용하는 경우도 있고, 계속 싸우고 비난하면서 쫓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운영진 등 실질적 권한을 가진 관리자의 경우에는 좀 더 쉽고 간단한데,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자신을 신격화하는 데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정지/강제탈퇴 기능을 남발하는 거죠.

 

물론 이에 대해 구분해야할 것은, 아무리 이상적으로 공정해도 소통하는 자 본인이 집단의 명시적 규칙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굴다 쫓겨나는 경우 역시도 있습니다. 주로 일베충들이 타 커뮤니티에서 일베 가치관을 드러내거나 반사회적 소통방식을 견지하다 쫓겨나고 탄압을 받았다고 코스프레하거나 정치질을 하는 경우 역시도 존재합니다.

 

 

4.

여튼, 그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을 선택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편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있는 공간에서 편하게 소통할 수 있고, 불편한 충돌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만큼 자신과 같은 가치관, 성향을 지닌 이들끼리 모여서 그 반대의 이야기나 다른 관점을 접하지 못하고 편향성은 더더욱 강화됩니다. 다른 시각이나 가치관을 접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관은 협소해지고 편협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비교적 온건한 사람이라도 자신들이 옳다고 믿었던 것이 새로운 정보나 관점하에서 다르게 해석되는 사실에 설득력을 느낄 기회가 없어지게 되기에 집단은 더더욱 편향적이게 됩니다. 피드백이 오직 자기들끼리만 이루어지며 이것이 심해지면 팩트체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거나 그러한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또 다른 가짜뉴스를 만들게 됩니다.

 

 

5.

사실 기존 한국에서 어떤 커뮤니티나 어떤 웹사이트가 더 쓰레기라고 하는 경우는 있었고 그것은 대체로 예의와 가식을 내려놓았다는 디씨가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아예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나 노노데모 같은 카페의 경우는 별개로 취급되고요.

 

각 커뮤니티끼리는 공유되는 구성원에 따른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교류나 관찰이 있었습니다. 단, 주로 유머 자료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대체로 비판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또한 각 커뮤니티간의 정치적인 성향 역시도 두드러지지 않았고, 정치와 비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잘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점진적으로 높아진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는 우리가 민주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긍정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오랫동안 혼란과 충돌이 반복되었던 것처럼 균형을 잡아가기 위한 과도기 동안의 혼란과 충돌 역시도 감내할 수박에 없는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등장한 것이 바로 일베입니다. 그리고 일베는 싸워야할 적, 그리고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괴롭히며 우월감을 느끼게 해줄 만만한 샌드백을 원했고, 그렇게 선택된 것이 바로 오늘의 유머 사이트였죠. 문제는 이것이 정치성향을 이유로 발생한 싸움이라는 겁니다.

 

오유는 일베와의 충돌 이후 한국 웹에서 커다란 영향력, 위상의 추락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로 한국 인터넷에선 각 커뮤니티별 정치적 경향성이 좀 더 뚜렷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각 커뮤니티마다 적대감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특히 기여한 사건은 남초/여초로 구분되는 성갈등 문제가 한몫을 했죠.

 

페미니즘을 추종하는 거대 여초 커뮤니티 역시 모든 남초 집단과 싸웠고 이 젠더 이슈는 설령 정치성향과 무관하다고 치더라도 커뮤니티간의 적대성은 지나치게 높아졌습니다. 커뮤니티간 정치/ 젠더 갈등이 심해지기 전까지 여초와 남초는 서로 싸우는 일 자체가 없었습니다. 남남보듯이 하긴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거의 긍정적이기까지 했죠.

 

즉, 정치성향으로 갈리는 적대성과 젠더 이슈로 갈리는 적대성까지하여 한국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서로 다른 커뮤니티에 적대감을 느끼거나 자기가 애착을 느끼는 커뮤니티에 강력한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외부의 적은 결집에 효과적인 까닭입니다.

 

그렇게 커뮤니티끼리 고립되고 교류, 혹은 여러 커뮤니티를 동시에 하지 않게 되었으며 그러한 적대성이 타 커뮤니티 비하로 이어지며 더욱 피드백되었지요. 루리웹을 근이라고 비하하고 펨코를 펨베로 비하하는 등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6.

여기에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는 이러한 편향성과 고립성에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인터넷 방송 중 정치를 주제로 하는 경우 대부분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대부분은 유튜브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리카나 트위치에 그러한 방송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유튜브 쪽에서 큰 수익과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네이버 등에서 벌어진, 언론기사의 대문 페이지 노출 문제가 이슈로 다뤄져 개편이 이루어졌듯이, SNS에서는 알고리즘 문제가 이슈가 됩니다. 한국에선 네이버에 언론 기사가 네이버 측에서 조작하거나 조작하지 않더라도 특정 성향의 언론사들의 기사나 특정 이슈만 부각되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기사 자체를 노출하는 게 아니라 언론사들을 보여주고 해당 언론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보는 것으로 개편되었습니다.

 

SNS에서 문제가 되는 알고리즘 문제는 이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개별적인 섬세함을 지녔습니다. 웹사이트에서 강제로 특정 기사나 정보를 노출시키는 게 아니라, 각 개인별에 맞춰진 선호,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컨텐츠를 알아서 뽑아서 제공해주기 때문이죠.

 

가령 어떤 주제의 유튜버 영상을 보면 해당 유튜버의 다른 영상들을 제안(노출)해주고 비슷한 주제의 다른 영상 컨텐츠 역시도 노출해줍니다. 그리고 이것이 게임이나 인터넷 방송, 애니, 영화 리뷰 따위라면 별 상관 없겠지만 정치, 사회 이슈를 다루는 컨텐츠라면 위험성이 발생합니다.

 

어떤 커뮤니티를 하지 않더라도 유튜브나 유튜브와 유사한 방식으로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SNS 서비스를 하게 될 경우 특정 성향 위주의 컨텐츠들을 제안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각이나 면역 따위가 없는 사람들, 특히 기성세대 사용자들은 이에 특히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번 보면 계속 뜨고 뜨는 걸 계속 보게 되기 때문에 정치적 편향성은 더더욱 강화됩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더 극단적인 컨텐츠를 제공해주고, 거기에 어그로 끌린 사용자들 역시 무비판적으로 보게 되거나, 최소한 약간의 설득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 역시도 존재하죠.

 

알고리즘이 현대 정치환경의 극단화를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7.

맨 위 이미지는 미국의 상황에 대한 자료이지만, 한국에 대입해도 크게 차이는 없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한국의 극단화는 더 심각한 편일 가능성 역시도 배제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한국은 전쟁 이후로 특별히 더 극우화된 편이었기 때문에 우파 극단주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었는데, 이게 결코 해소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극우보수 정당이 집권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이나 맥락을 완전히 무시해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최근 파편화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로빈 블릭의 저서, 독일의 파시즘:히틀러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운동을 분쇄했다. 에서 그는 히틀러의 이러한 발언을 인용합니다. "우리 운동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만약 우리의 적이 그 원칙을 이해하고, 일이 시작될 즈음 우리 운동 중핵을 무자비하게 타격했다면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 일베가 등장했을 때, 그 중핵을 무자비하게 부수었다면 일베와 유사한 집단이나 단체는 나왔을지언정, 그 규모와 영향력은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본진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힘은 결집되지 않았을 것이고, 파편화된 개인, 소규모 집단은 연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며 응축된 내부의 힘을 외부로 발산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반대로, 집단화된 극단주의자들을 파편화시켜 그 역량을 감퇴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아주 어려운 일이고 정교한 공작의 영역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들끼리의 분열이 이루어져야할 것이고 혹은 더 끔찍한 집단의 공격에 의해서만 가능할 겁니다. 중도적일 수록, 온건할 수록 공격성을 갖춘 집단이 되기 어렵고 남들보다 더 강력한 공격성과 행동력을 지닌 것은 더 극단화된 집단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저도 알지 못한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이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자 아이디어일 뿐이지 다른 더 방안들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8.

우리는 이전 시대에 비해 더욱 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관용을 보이지 못하는데다, 더욱 극단화되고 정보는 물론 정보의 해석의 차이 역시도 커졌습니다. 그러한 해석의 차이로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한 세계관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대화나 타협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볼셰비키와 나치당원이 하는 짓이 비슷하더라도 서로 선 위치가 다르고 지지하는 지도자가 다르며 입은 옷의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코 이해하지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 상태에선 두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다른 대륙에 있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내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는 것처럼 전혀 신경쓰지 않거나, 혹은 죽여 없애는 전쟁 뿐이죠.

 

우리는 우리가 가진 세계관과 가치관을 완전히 포기하고 내가 싸워왔고 이해하지 못했던, 그리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경쟁자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겁니다. 세계관 격차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더 크고 광범위한 갈등을 예견하는 일이 될 것이며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양차대전이나 냉전의 종식과 같은 세계사적 거대한 사건, 혹은 최소한 우리 세계관적 거대한 충격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탄핵 사건과 같은 현대 한국사에서도 유래 없는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우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죠. 서로서로 더 극단화되고 이념 격차는 요 몇년 동안에서조차 벌어졌으니까요. 쿠데타도, 폭동도, 계엄령도 없었던 가장 이상적이고 온건하게 발생한 충격이었음에도 우리가 변화하기엔 충격량은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이것보다 더 큰 충격은 도대체 무엇이 되어야할지 두려울 정도입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2020/06/17 - [취미/이야기]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북한 내부의 사정. (1)



수많은 바보, 혹은 적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조차 문재인을 유약하거나, 강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이건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문재인이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중재하거나 친화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 그렇지, 문재인만큼 뚝심있는 사람 없습니다.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사실은, 노무현 때도 그랬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 지출은 폭등하고 있습니다.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오히려 보수정부 때보다 더 오르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했던 말인가 싶은데, 의외로 문재인은 대북 강경책을 꺼내길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차례 강경한 태도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이번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 오히려 한 방 날려보라고 벼르고 있는 수준입니다. 문재인이 유약하다고요? 친북 대통령이라 북한 눈치만 본다고요? 퍼준다고요? 그런 적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정치병자들의 망상증일 뿐이지, 실제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난 문재인 정원은 북한에 이로운 일은 한 적 없습니다. 문재인이 진짜 친북이었으면, 지금의 상황은 오지도 않았죠. 퍼줬다면 뭘 퍼줬는지 제시해야 하는데, 그 누구도 못하죠. 없어서요.


[속보] 청와대 "北 계속 상황악화 조치 시 강력 대응"

정부 "북한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전기공급 중단"
[현장연결] 청와대 "김여정 담화는 몰상식한 행위…감내하지 않을 것"


이처럼, 한국 정부는 대북 강경책을 택하는 것에 주저하지도 않고, 오히려 벼르고 있습니다. 외교적 수사에 가려진 초강경 발언이에요.


근데 진짜 문제는 이겁니다. 현 국제적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한 번 제대로 건드리려는 시도 중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명분이 있어야 하고, 중국이 분쟁을 일으킬만한, 그리고 일으킬 수 있는 구역이 몇개 안 되는데, 각각 대만, 한반도, 동남아, 조어도, 중인 국경지대 지역입니다.


이 중에서 인도는 미국이 개입하기 어렵지만, 대만과 한반도, 동남아와 조어도 쪽은 전혀 다르죠. 대만은 실질적은 중국의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고,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동남아 쪽은 강대국이 없는 약소국의 모임인지라 현대 중국과 상대가 되는 지역은 또 아니죠. 역시 지정학적으로 남중국해 방면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곳이라 중요하기도 하고요.


조어도 또한 마찬가지의 중요성이 있지만, 일본과의 갈등이나 분쟁이 그리 크지도 않고,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상대인 것도 아닙니다. 특히 미국이 있다는 점에서요.



마찬가지로 한반도도 그리 중국에 의한 분쟁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문재인이 대북정책을 펼치기도 했지만, 한국군의 전력이 워낙 잘 정비되었고, 그 자체로도 강력한 편인데 미군과의 연계가 매우. 아니, 가장 잘 된 군대입니다. 중국도 최소 20년 동안 현대화해오고 지난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꾸준히 국방비를 크게 올린 국가이기 때문에, 전쟁이 난다면 중국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각오 해야 합니다.


한국을 제압하려면 중국도 전력을 다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연히 미군도 굉장히 신속하게 군사력을 전개하여 중국에 피해를 강요할 거고요. 이 부분은 특히나 북한 문제 때문에 준비가 잘 되어있으니 일본은 때리는 것보다 한국을 때리는 게 더 미군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훈련해온데로 대응하기 쉬우며, 그래서 중국이 함부로 손 못 댑니다.



근데 갑자기 삐라 문제가 터졌죠. 사실, 꽤 오랫동안 한 일이긴 한데, 명분은 준 건 사실이기도 하고, 북한은 꾸준히 그거 하지 말라고 해왔습니다. 북한에서도 꾸준히 문제를 삼아온 것도 사실이긴 해요.


자, 중요한 건 이겁니다. 지금 북한의 반응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실제 무력 도발, 그것도 꽤 높은 수위의 도발을 행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남한도 분노와 스트레스가 임계점은 넘은 상태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한번만 걸려라. 한 번만 더 해봐라 하고 벼르고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전면전까지 갈 거라는 생각은 하기 매우 어렵지만, 최소한 국지전 양상까지는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국지전까지만 가보 양국 사람 여럿 죽어갈 상황이 만들어지죠. 이번 북한이 한 번 더 도발을 시행한다면, 정부 또한 발표한 것처럼, 강력 대응이 반드시 이루어질 겁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바로 이건데, 청와대에서도 그렇지만, 국민들마저도 문제가 터지면 여럿 죽어가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도 한 방 날릴 때가 되었다,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라는 겁니다. 심지어 저조차도 그런 게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할 정도로요. 사실 전 북한과 이야기가 잘 통한다면 내부에 친한파를 만들고, 말이 안 통한다면 대북 강경책을 동원하여 더 이상 그게 통하지 않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2012/11/24 - [취미/이야기] - 적절한 안보관이란 무엇일까.


하여간, 현재 남북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한국 편에서 고삐를 잡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누가 말리거나 판단을 재고하게끔 할 사람이 없습니다. 청와대의 워딩과 액션은 곧장 단호한 군사적 대응을 할 거라는 태도지 북한을 달래거나 협상, 대화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마 정해놓은 일정 반경에 화력을 쏟아부어 해당 반경을 초토화하면서 제대로 뭔가 보여주려고 할 겁니다. 인명손실 정도는 감안하겠지만, 휴전이라는 실질적 상황 속에서 필요 이상의 죽음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래서 그 화력을 제대로 경험시켜주는 선에서만 대응할 거라고 봐요. 엄청나게 쏴대면서 '이게 느그 평양 내에서 전개되면 존나게 재밌을 거다'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면 민간인들이라도 무더기로 죽어나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북한군 역시 무더기로 죽어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제가 아까 이 한국을 말릴 사람이 없다고 했죠? 지난 MB 시절 연평도 때 이명박이 벙커에 가면서까지 보복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가 그걸 말렸죠.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특사를 보내는 등 확전이나 군사적 대립 상황을 막았어요.


근데 지금 미국이 뭐라고 합니까? 


미 "북, 역효과 낳는 추가행위 삼가야..한국 노력 전폭지지"(종합2보)


적극 지지한다고 합니다. 북한에겐 역효과 낳는 추가 행위 삼가야 한다고 하고, 한국 노력에는 전폭지지를 운운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한국이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투사한다고 한다면, 미국은 이거 억제할 생각 없다는 겁니다. 어쩌면 이 기회를 통해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한 방 날릴 생각도 할 겁니다. 중국이 분쟁에 끼지 않는다해도 바로 코앞에서, 턱 밑에서 전개되는 미국의 전력을 보면 느끼는 게 많을 겁니다.


MB때는 오바마가 말렸고, 지난 미국의 북폭 드립 때 한국은 전혀 할 생각이 없었고, 김영삼은 한국이 미국 말렸다고 했고요. 그리고 지금 한국 정부는 할 생각이 만만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말릴 생각은커녕 적극 지지하고 있어요.



하여간.. 자, 그러면 북한 체제상 이걸 눈감을 수 있을까요? 전편에서 말했듯이, 북한이라는 독재 국가 내에서 독재자의 위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근데 그렇게 쳐맞은 상황이면 북한이 무엇을 해야할까요? 자기들의 위신, 생존,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요.


딱 한가집니다. 확전.


북한은 이걸 원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소개하자면, "답은 확전입니다. 전방위적으로 지도자 동지의 령도력 아래 분투하였으나, 미 제국주의자들과 연합한 미제 괴뢰들을 상대로 많은 희생속에서도 조국을 령웅적으로 지켜내었다"


라는 프레임, 성과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이자 핵무기가 끼어들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상황을 피할 것이라는 계산 하에, 그들은 지도자의 체면과 위신을 살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 거라는 거죠. 한국이나 미국이 이거 너무 일이 커지는 거 아니야? 하면서 꼬리 말고 발 빼려는 상황 말입니다.



근데 지금 상황은 오히려 할 생각 만만입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겁니다. 북한이 도발하면, 그대로 끝까지 갈 수 있는 위험성. 그리고 잘못하면 중국까지 끌어들이고 한반도 전체가 전쟁터가 될 수 있는 위험성.


지금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긴 한데, 이미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북한의 추가적인 공격이 있으면 군사적 반격을 할 것이라 결론'내린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남북 문제에 이렇게 나오는 걸 거의 처음 볼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미국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표현은 일체 쓰지 않았죠. 전 전략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이제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교훈을 줘야 한다는 이유만으로라도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경우 북한의 핵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질 위험성이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핵무기는 북한의 목숨줄이라 진짜 파격적인 수준의 조건을 던져주지 않는 한, 거기에 북한이 굉장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핵에 대한 집착이라는 게.. 핵실험을 더 자주, 많이 하거나, 그러한 위협을 더 높은 수위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번 G12로 올라서는데 이 사건은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본 또한 매우 당황하고 있고, 이 상황을 좋지 않게 보고 있는데, 그들에게 한반도 전쟁은 유리한 상황이지만, 한반도 전면전 수준에 중국이 참전하는, 무엇보다 장기전이나 한국 전역이 큰 피해를 입어 국력이 반토막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이러한 군사력의 확인은 강국의 증명이기도 하다보니, 일본 또한 좋지 않게 보는 거죠. 전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의 강국 데뷔전이 될 거라 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현 북한의 무력도발은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 또한 제 판단입니다. 북한도 한국의 입장을 확인했고, 미국의 입장 또한 확인했으며, 중국에게 여러 이야기를 전달 받았을 겁니다. 중국 또한 입장을 표명했죠. 평화를 바란다고. 중국도 참전할만한 여력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의지도 없고요.


이런 맥락은 북한이 원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추측으로 이어집니다. 북한은 지금 이 상황, 분위기 속에서 무력도발을 하지 않을 겁니다. 이 상황이 지나갈 때까지는 적절한 수준의 발언을 하거나, 잠잠히 있을 거라 봅니다. 다른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북한은 내부적인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러한 요소를 조율하면서 원하는 바를 그럭저럭 얻어낸, 생존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북한이 이 상황을 오판할 거같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현 한국의 입장과 현 상황과 그 위험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끊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그렇게만 보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다행히 대북한, 외교 실무진들은 그럭저럭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지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북한의 행동과 말들을 보고 그냥 미친놈이나 제정신 아닌 놈들로만 보는 건 아주 큰 오해입니다.


북한도 국가고 국가인 만큼 전략적인 판단하에서 외교를 이끌어갑니다. 도발도 그런 계산하에 이루어지는 정교한 행동이죠.


기본적으로 북한은 독재국가입니다. 그것도 평범한 독재국가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사실상 전제국가나 다름 없는 체제이자,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지니고 있는 체제이죠.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라지만, 솔직히 그 체제나 기반(경제, 문화, 사회 등)이 튼튼한 편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무너질 수 있고, 내부적인 불만 또한 작지는 않은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북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북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고 위험한 상황이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북한 주민들을 감시하고 억압하고 죽이거나 고문하기도 합니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잔혹한 수준은 아닐 수 있더라도, 중국과 다를 바 없이 국민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주죠.


북한은 오랫동안 1인 독재국가였고, 이는 1인의 통제력이 매우 강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근에야 김여정에서 일부 역할을 나눠준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좀 생략하고 보자면, 여전히 김정은은 일인 전제 독재자입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독재국가에서 독재자 개인의 위상은 매우 중요하죠.


내부 분열과 통합, 통제를 위해서 어떠한 성과들이 반드시 필요하고, 전쟁이 됐든 발전이 됐든 통합의 기치가 필요하고요. 북한의 외교적 무대에서 쓰기엔 폭력적인 언어들을 쓰는 건 그것이 독재국가이기 때문이고, 내부의 시야를 고려한 행동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약해보이면 안 된다는 거죠. 적에게 머리를 굽히거나, 마치 질 것처럼 보이는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독재자의 위신과 정당성을 훼손합니다. 이는 통제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그 끝은 체제와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죠. 북한이 하는 말들. 겉으로 보이는 문자는 내부적 시야를 의식한 것 뿐이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외교적 수사처럼 말안의 의도와 목적을 분석해서 이해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북한이 공개적으로 하는 언어는 한 번 더 포장을 까야 한다 이거죠. 매우 색다른, 다른 종류의 외교적 수사인 셈입니다.



북한이 하는 도발조차도 계산된 행동입니다. 어디까지 해야 전쟁이 안 나면서 위신과 성과를 챙길 수 있을까. 그러한 성과로 내부 통제력을 가질 수 있을까. 북한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체제 중 하나가 군국주의입니다. 단지 전쟁을 하지 않고, 사실 그럴 생각도 없어보이는 것 뿐이죠.


국방위원장, 장군 같은 칭호는 군대의 수장이라는 뜻이죠. 실제로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억제하는 건 군대이기도 하고 가장 먼저 군권을 장악해야 국가를 통제할 수 있기도 하죠. 이건 다른 정상적인 국가도 마찬가집니다. 독재국가에서 군대라는 의지를 강제할 수 있는 폭력은 가장 먼저 독점해야 하는 자원이죠.


이는 북한은 언제나 전쟁의 위기를 조장하고 그러한 위기를 위해 단결해야 함을 주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통합, 단결시키지 않으면 분열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거의 모든 종류의 자유가 억제되는 이유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죠.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당연히 정권에 대한 적대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서요. 그리고 그런 통합, 단결의 명분은 전쟁과 전쟁의 위기입니다.


북한이 하는 도발은 그러한 전쟁 중이라는 상황, 또는 우리의 적을 쳐부수었다는 성과를 내기 위한 거고, 그 선은 매우 정교히 계산해서 행동합니다. 핵의 존재를 떠나서 북한의 도발이 한국이나 미국의 전면전을 발생시켰던가요? 심지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마저도 한국군의 반격은 있었지만 전면전은커녕 제대로된 보복조차 못했습니다.


왜냐? 안보는 보수라고 했지만, 실제 보수정부가 외치는 안보의 적은 내부의 적이지 외부의 적은 아니거든요. 외부의 적인 북한은 어디까지나 내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정치적인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죠. 적의 존재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명분이 되어줍니다. 다시 말해서 적이 정말로 없어진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하고자 하는 행동의 명분이 사라지며, 권력의 획득을 위한 기반이 사라지거나 줄어든다는 거고요.


물론 오바마 정부의 미국이 병신같은 대북정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이 빡쳐서 북한에 대한 보복을 하려 했지만 오바마가 윤허하지 않아서 말이죠..--; 상상력의 영역이긴 하지만 미국과 오바마의 성향을 가장 먼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친다면 연평도와 천안함이라는 상상도 못할, 전쟁의 정당성을 내준 사건을 벌이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셈이려나요?..


진짜로, 연평도나 천안함 사건은 그 자체로 전쟁을 벌여도 될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어쨌든, 북한은 생존의 스페셜리스트이고, 그만큼 자국의 생존과 관련된 요소들을 첨예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겁니다. 이명박근혜 때는 했지만 지금은 그만한 수위의 도발이 없죠. 문재인의 대북정책의 성과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문재인과 정부의 성향을 죽어라 분석했기 때문에 앵간한 거 잘못하면 큰일난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게 있습니다. 내가 아주 또라이니까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거죠. 북한은 내부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외부적으로 그런 폭력적인 말들을 하는 이유 또한 그러한 전략에 근거한 겁니다. 당장 돌아보세요. 북한은 미친놈이다. 김정은은 미친놈이다. 라고 대다수의 대중이 믿고 있죠.


북한은 비이성적이고 믿을 수 없는 놈들이다. 언제든 뒤통수치고 포 쏘고 도발할 수 있는 놈들이고, 갑자기 미쳐서 전쟁할 수도 있는 놈들이라고 믿게 만들었죠.


하지만 북한의 지상목적은 생존입니다. 


핵무기는 외교적으로도 쓸 수 있는 카드이고, 내부적으로도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기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북한은 그 어떤 나라에도 의존하지 않습니다. 중국도 북한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하고 밀어주는 거지, 진짜 북한을 혈맹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김정은도 중국을 믿고 신뢰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니 혈맹이니 형제니 어쩌니 하는 거죠. 중국이 북한에 주는 게 있으니 립서비스 해주는 겁니다. 물론 주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지만,(정확히는 중국 정도와만.) 정확히 뭐가 오고 가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건 다른 분이 더 잘 알겠죠.


북한이 중국에 의존한다면 중국이 나중에 북한이라는 폭탄이 부담스럽거나 필요가 없어서 버리면 그대로 붕괴하는 건 북한입니다. 또한 중국이 북한을 조종하거나 통제할 수 있게 되기도 하겠죠. 그러나 그런 상황 자체가 북한의 독립성과 자주성이라는 기치에 크게 어긋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의존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애당초 의존을 하지도 않죠. 북한이 오랫동안 떠드는 자력갱생은 그러한 의미도 내제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고, 심지어 적대한다고 해도 스스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요. 핵이 있으니 함부로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 믿고요.


하나 더, 아랫 것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타국을 향해 비난을 하거나 공격적인 어조로 비방하는 건 위에서 시킨 것도 있지만, 그 스스로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독재국가이기 때문이죠. 외부와의 관계를 신경쓸 필요도 없고, 그러한 충성이나 애국심을 증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더 강하고 노골적으로 할수록 인정을 받는 겁니다. 왜 군대나 회사 같은 곳에서 윗사람 보여주기식 쇼 있잖아요. 북한은 그게 외교 무대에서도 이루어지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걸러들을 건 걸러듣고, 중요한 위치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앞뒤 상황과 내부적 상황을 유추하면서 분석해야하는 워딩들입니다. 도발을 할 때도 얘네가 내부통제가 필요한 상황인가보다 하고 쿨타임이 돌았다고 보거나, 혹은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 저러나보다 할 수 있는 거죠.


도발의 종류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확히는 도발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인데, 이명박근혜 때는 직접적인 공격이나 그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협이었다면 문재인 이후로는 내부적인 훈련과 실험 등으로 선회했습니다. 문재인의 대북정책, 트럼프의 북폭 등등을 고려한 셈이죠. 함부로 자극하면 안 되니 타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선 내에서 내부 통제력을 챙기려는 겁니다. 외부가 아닌 내부, 북한인들에게 보여주는 메시지죠.

반응형
AND
반응형


"코로나 주목 받는 韓, 기회 놓치지 마라" 미래학자의 조언

https://news.joins.com/article/23753212


(중략)


그는 코로나19로 바뀔 세상이 어떻게 펼쳐지더라도 한국이 해야 할 ‘3가지 도전’을 주문했다. 첫째는 이제 더이상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국가가 될 것. 둘째는 지금껏 한국을 발전시켜온 경제와 정치논리가 미래에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니, 21세기 한국에 어울리는 새로운 길을 찾는데 앞장설 것. 셋째는 더는 기존 동맹에만 의지하지 말고, 외교관계를 다극화할 것을 주문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마찬가지다.  

---------------------------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유럽의 행보는 그저 오만함 그 자체였고, 민낯이 드러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이 미국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 최선두 문명국, 인류 문명과 문화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행정력은 너무 쉽게 한계를 드러냈고 유럽인들의 시민의식은 처참한 수준이죠.


유럽이 유럽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현 세대 유럽인들이 대단하기보단 그 동안 쌓아온 유산의 가치일 뿐이며, 기껏해야 그들 윗세대가 대단한 거지 지금의 유럽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우위에 서있는가에 대해선 되려 의문이 듭니다. 물론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유럽도 유럽 나름이죠. 여전히 뛰어난 유산을 가진 것은 분명하고, 독일은 선진국 소리 들어도 될 정도로 뛰어난 대처를 보여주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야 로마 이후 많은 걸 소진(...)했다는 말도 들을 정도라 그렇다쳐도, 특히 프랑스는 오만한 주제에 상황은 개판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최근 오랜만에 영국서 오래 살다온 지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도 유럽인의 시민의식 개판이라고 하더군요.


유럽에 많은 환상이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파리 증후군이라고 할 정도로 프랑스 파리의 실체를 알게된 일본인들이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듯이, 유럽의 실체가 위기를 맞아 드러난 것 뿐이라고 봅니다. 이제 그 환상에서 깨어날 때가 된 거죠.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니까..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와 한국을 보니,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해당한다는 걸 이제 깨달아야죠. 유럽에 비해 밀릴 거 없다고 봅니다. 유럽이야 한국의 대응과 해법에 경이감을 가지고 보는 경우도 있고 배워야 한다는 말도 있으며 밴치마킹,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나 희망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정신승리하면서 유교, 혹은 정부의 반자유적 통제에 해답을 찾는 경우도 있었죠.


이제 한국은 유럽에 비해 의식 수준에서 부족하고 밀리는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평균적으로 비등하고, 어떤 면에선 훨씬 나은 면이 있죠. 유럽이 다른 지역보다 더 뛰어난 의식수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그만큼 다른 지역보다 더 발달해있었고, 더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유럽에 맞먹을 정도로 발전해오고 있었고,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미국화된 국가이자 선진화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극우에 정치혐오, 중세적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일본과, 그냥 독재국가인 중국과 비교해서 한국은 민주적으로 많은 경험을 겪었으면서도 진보했고, 거대한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등 본질적인 성과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을 보고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앞서 나가야 합니다.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고 정말 힘든 일이죠. 보고 배우거나, 검토할 수 있는 예시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지금까지 왔던 길을 잘 돌아보는 일이니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다면, 그리고 그것들을 되돌아보고 곱씹고 성찰하고 반성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을 통찰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껏 반공과 진영논리,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정치를 이끌어왔던 정치세력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권력을 얻을 수 있는 동력을 잃을 겁니다. 심지어 일베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더더욱 극단화되기 쉽겠죠. 물론 그 일베가 더 많은 베충이를 양산해낸다면 또 모를까..


4차 산업혁명이 발생하고,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현 시대, 현 시점에서 보수세력의 경제와 정치논리는 적잖이 실패할 위험을 내포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자동화, 무인화로 인해 대량 해고가 발생하고 대량 실업이 발생하며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시점에서 국민들의 최저 생계와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 여러가지 방안이야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하나밖에 없어요. 그렇게 벌어들인 기업,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서 다수 국민들에게 재분배하는 것 뿐입니다. 점차 인간 노동의 입지는 줄어들 겁니다.


기업의 발전과 성장에 기존 보수의 경제논리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음 시대에 그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다수 인민은 죽습니다. 더욱이 이전 시대를 이끌어왔던, 심지어 지금 시점에서도 맞지 않은 경제적 비전은 이미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아니죠. 지금은 아니지만 이명박 때만 해도 4대강이니 뭐니 하면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했지만.. 그 성과는.....


정치 또한 지금의 지형이 5년 전과 또 다릅니다. 정치권에선 박근혜의 최순실 게이트라는 폭탄과 함께 한번 터진 적이 있었고, 일베를 받아들이거나 당내 유능한 인재들 다 나가리되고 박근혜 입맛에 맞는 놈들이 자리 차지했다는 말도 있고.. 민주당 쪽은 반대로 김한길, 박지원 등이 당내에서 총 쏴대는 놈들 데리고 안철수의 국당으로 나가며 차라리 안정이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페미의 발흥으로 성갈등은 심화되었고 진보 쪽에서 이 페미 이슈를 물면서 진보 진영에 대한 청년들의 회의와 손절이 발생했죠. 그 덕에 일베, 안페협의 선동이 아주 잘 먹혔고, 진보 혐오로 이어진 경우도 꽤 있었다고 보는 편입니다. 조국 사태는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민주당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키웠지만, 정작 그것을 과장하고 선동한 불공정한 검찰과 언론에 대해서는 아가리를 닫고 똑같거나 더 노골적인 사례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며 편파적인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죠.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서 청년들이 보여주는 정치적, 사회적 관점과 그러한 관점을 수용하거나 제공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게 살펴봐야할 지점이 되었습니다.


안보 쪽에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도적 우위는 핵무기를 제외하면 북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고, 사드를 비롯한 MD 시스템의 도입 또한 중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여전히 핵은 위협적인 무기이긴 합니다만.


쨌든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있어서 코로나 사태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의 속도감을 보일 것이며,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요구할 겁니다. 즉, 세상은 달라졌고 한국 또한 그러한 필요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한국은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역을 보인 국가 중 하나이며, 진단키트를 필두로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이 단순 동북아에 박혀있는 하나의 반도국가이자,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짓눌려 억제되는 국가가 아니라, 동남아를 기점으로 하여 하나의 작더라도 축이 될 수 있는 패권국가화 되어야 합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외교의 큰 그림 중 하나가 바로 동남아를 위시로 하는 신남방정책이었고, 이거 생각보다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동남아를 허브로 하여 인도까지는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 한국의 국력과 아시아의 영향력을 고려해서 미국의 군사적 협력 요구에서 빠지기 어려워질 겁니다. 이미 호르무즈 등 파병 및 공조를 요구하고 있죠. 


중국이 일대일로와 군사적 팽창을 근거로 동남아를 장악하고, 인도를 기점으로 하여 중동에 영향력을 투사하고자 했죠. 거기까지 나아가면 아프리카까지 코앞이니 중국의 세계패권도 꿈은 아닙니다.. 만, 일대일로는 중국의 이기심과 자본의 부족으로 삐걱이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죠. 또한 일대일로, AIIB 등 경제적 전략과 함께 중국은 위안화를 달러의 위상을 빼앗기 위해 도전해왔고, 기축통화를 위협하고자 했으나.. 사실상 지금은 그냥 실패한 거라고 봐야하지 싶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그런 야욕을 미국도 알고 있으니 대중국 포위망과 견제를 했던 거고, 아예 트럼프 때는 대놓고 함 뜨자고 덤벼들면서 굴복적 제스쳐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중국의 동남아 진출과 중화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적 장악에 아주 큰 악재가 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에서도 중국에 대한 책임론과 증오, 혐오 정서가 발생하거나 심지어 정치적 차원에서 조장이라고 해야하나..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죠. 


사태 초기, 그리고 지금도 베트남 등 국가에선 한국에 대한 혐오나 차별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사태가 지금처럼 잘만 끝난다면 그들도 한국의 위상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베트남과 태국 등지에서 한국을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는 정서는 완화해야하지 싶습니다. 베트남은 왠진 모르겠는데 이상한 열등감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거 같고, 태국도 우리도 시간문제일 뿐이지 금방 한국처럼 발전해서 떵떵거리고 살 거라는 요상한 근자감도 같이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여간 한국은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짜놨던 신남방 정책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한국의 세계적 위상과 영향력을 이전 시대와 다른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초석이 될 겁니다. 미국 외교는 그만큼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겠지만, 다른 국가와의 외교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선 안 됩니다. 오히려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같은 외교 전략이 미국의 국익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설득하고 지원을 받는 게 차라리 나을 겁니다.



본 뉴스의 미래학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평소에도 생각해왔던 것들인지라 말이 길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그것들을 실천하는 게 아니라 먼저 그것들을 자각하는 것이라 봅니다. 정부에서 무언가를 해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당장의 이익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모든 것은 다 비판할 부분이 됩니다. 정부가 그런 비판 하나하나 다 받아들이면서 하는 일 손 놓거나 하는 거야 당연히 안 될 일이지만, 한국인들이 가지는 한국, 그리고 그 한국의 세계적 위상과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보는 편이죠. 그게 정부의 역할이 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한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미국 대통령 주간 보건브리핑 영상. 이 영상에서 한국은 입국제한, 입국금지 대상국으로 지칭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코로나19에 여전히 포위되어 있지만 그 반응은 매우 놀랍습니다.


최전선으로 향하는 자원 의사와 간호사들 부터

 드라이브 스루 센터라는 창의성까지, 

인간의 창의력과 인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경험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을것입니다.



미국·유럽상의 일제히 "한국 신뢰"…한국기피 현상에 우려(종합)

“한국의 신속·대량검사, 코로나19 해법될 수도…미·중·일과 대조”
블룸버그 "한국 코로나19 확진자 줄고 있다"
美 언론 "코로나 대책은 한국처럼"
백악관 "韓 30세 미만 코로나19 사망자 없어…美대응에 반영"
Inside the epicenter of the South Korean coronavirus outbreak: Reporter's Notebook

외국인, 외신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한국의 방역과 관리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실상 독보적인 수준입니다. 지금 미국도 통제 못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죠. 

물론 한국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 난점과 문제점, 지적할만한 사항들은 많습니다. 비판점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한국 정부가 다른 국가들보다 못하다거나 욕을 퍼먹어야할 정도로 일을 못하고 무능하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전 정부들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는 매우 훌륭한 대응을 하고 있는 편이죠. 신천지 트롤만 없었다면 거의 완벽에 가까웠겠습니다만.. 정부가 어쩔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죠. 지금도 비협조하고 있는 놈들이니..

909명 → 686명 → 438명..'코로나 터널' 희망 보인다
정부 '신규 확진자 감소'에도 고삐 더 죈다…"새 감염물결 우려"


비교적 발생이 빨랐다고는 해도, 나름 진정세에 있긴 합니다. 완치자가 늘어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는 정황은 분명하게 보이고 있고, 그 확인자 대부분이 신천지에 의해서라는 점, 그리고 그것을 파악하고 조사하고 검사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행정력의 집중을 고려해보면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아예 손을 놔버린 몇몇 국가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검사키트의 부족으로 환자들을 검사조차 못하는 미국도 있는 걸 비교해보세요.


한국 언론과 보수세력에서 두들기고 억지로라도 깍아내리려고 하는 것과 별개로, 한발 물러서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위의 외신들처럼 독보적이며, 훌륭하고도 유능합니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건 아예 완벽을 바라는 거죠.


비판할 건 해야겠지만, 인정할 건 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일은 잘하고 있습니다. 특정 의도와 목적으로 잘한 것도 감추고 없는 일도 만들어서 정부가 욕을 먹게 하거나, 있는 발언조차 왜곡하는 장난질을 하며 거기에 놀아난 좀비들이야 죽어라 욕하고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겠지만, 인정할 건 해야죠.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뛰어나다 말하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문재인 정부가 잘한다는 게 아니라, 이러한 추세라면 결국 감염의 전파 자체는 잡아갈 것이고, 추가 확진자는 거의 없거나 극소수 몇명 정도가 간간히 발생하는 것 정도일 겁니다.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추가 확진은 없어지게 되겠죠.


거기에 추가 확진의 중지로 의료 자원의 집중이 가능한 상황에서 완치자는 지속적으로(폭발적인 감염이었으니 완치자 또한 대거 발생할 겁니다.) 나올 거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수습한 국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여기에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모델과 방식, 관리를 칭찬하고 있듯이, 한국이 이러한 추세를 충분할만큼 잡아간다면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름하는 다른 국가에 방역 전문가, 역학조사관, 의료인 등의 인력을 해외로 파견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이 사태가 꽤 오래 이어진다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스크, 검사키트 등을 수출하면서 재미도 좀 볼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이 선도적으로 다른 나라에 전문 인력을 파견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아가고 관리할 수 있게 지원을 해준다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질 겁니다. 이미 한국의 모델을 연구하거나 긍정적으로 보는 만큼(아예 미국을 포함해서 제대로 공개하는 곳이 없다며 한국의 상황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이 상황을 잘 정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겠지요. 단순히 우리만 잘 끝내고 정리하는 게 아니라 국제적 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뭐.. 내부에서 정치질한다고 총질하고 트롤링하면 어렵겠습니다만.. 

반응형
AND
반응형


오늘은 한국 보수세력과 일본에게 있어서 아주 기쁜 날일 겁니다. 북미회담이 결렬되어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지 못한 날이니까요. 재밌는 건 미국 좌파들에게도 기쁜 날이라는 거죠. 트럼프를 공격할 명분이 생겼으니까요. 한국 보수와 같은 이유로.



하지만 이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봐도 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변하는 건 크게 없을 거라는 거고, 결국 더 나은 미래로 향하게 되긴 할 거라는 겁니다. 서로 여기까지 왔고,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영구적인 후퇴가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트럼프·김정은 합의문 서명식 무산된 듯···오찬도 취소 가능성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032&aid=0002925355

트럼프 "영변 외에 발견한 게 있다..우리가 안다는 데 北놀라"

https://news.v.daum.net/v/20190228164757035

[전문]트럼프 "北제재 확대? 옳지 않다…북한 국민도 생각해야"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008&aid=0004181764
트럼프 "김정은 중재해달라", 문대통령 "가까운 시일 내 만나자"
http://www.newspim.com/news/view/20190228001045


애초에 상식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거 자체가 회담 몇번으로 성사된다는 거 자체가 망상급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인 것도 사실이죠. 그렇게 됐으면 참 좋겠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단지 회담 몇번으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만큼 어렵고 많은 노력과 시도, 전략이 필요한 일이라는 거죠.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고, 그 노력을 위해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카드가 영변 핵시설 폐쇄였다고 봐야합니다. 사실 이것도 역대급으로 놀라운 일인 게 사실이고, 그게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정말 놀라운 일이기까지 했죠. 


하지만 주지해야할 것은, 북한의 핵시설은 영변 하나뿐이 아니고, 숨겨진 시설이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거라는 겁니다. 적어도 분명한 건, 안보에 대한 직간접적인 정보망을 가진 국가 고위직(대통령, 국정원장, 군 고위 등)은 알고 있었을 거라는 거죠.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지.



북한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딜은 영변 폐쇄였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거기에서 더 나아간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건 북한이 감당하기에 너무 무리한 요구였던 거죠. 트럼프가 어떠한 생각으로, 그리고 김정은도 어떠한 생각으로 이렇게 일을 진행시켰는지 알기는 정보와 입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파악할 순 없습니다.


정상적이라면 물밑에서 실무적인 조율을 다 끝내고 대통령 등 고위급이 나와서 더 조율할 거 있으면 하고 적당히 이야기 나누다가 서명해야 되는 일인데, 어째 얘네들은 이걸 거꾸로 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벼랑끝 전술이고, 어떻게 보면 미국 국내의 요구를 트럼프가 받아들인 것일지도 모르고.. 



어찌됐든 분명한 건 이겁니다. 그런 식으로 결렬되었음에도 제재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건 아직 대화의 여지가 분명하게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대화는 하겠지만, 그 조건은 북한이 많이 양보하게 될 것이다.(=내가 더 많은 이득을 볼 작정이다.) 라는 거라고 봅니다. 


아예 트럼프 스스로도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은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자는 거 보면 확실합니다. 또 어떻게 보면 북미회담에 있어서 한국이 빠지는 모양새에서 한국을 끼워넣으려는 외교적 정치공학의 일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기도 하고요. 트럼프의 친한적인 태도를 생각해보면, 더불어 근래에 한미간의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국내 언론 및 보수 세력에 대해 미군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한미동맹은 굳건함을 밝히는 걸 생각해보면 또 모를 일입니다.



아니면.. 아예 현재 미국내에서 이루어지는 반트럼프 활동 중 하나인 러시아 대선개입 청문회에 대한 이슈를 묻어버리려는 정치행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외신들 찾아보면 청문회 이야기 쏙 들어가고 회담에 대한 기사만 올라오고 있는 거 보면.. 좀 오바다 싶긴 하지만 트럼프라서 그런 일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 대한 국익에 집중했다는 명분으로 방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보니.. 일반적으로 그런 국제적으로 큰 의미와 중요성을 가진 일을 자신의 정치적 부담을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결렬내버릴까 싶긴 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라서...;;


사실 한국을 끼워넣는다는 딱히 얻을 거 없는 행위를 위해 했다기 보단 청문회 이슈를 묻기 위해 했고 결렬된 회담을 다시 무마하기 위해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는 게 더 개연성 높은 일이긴 합니다.



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트럼프는 북한에게 영변 이외의 다른 시설에 대한 폐쇄를 --갑작스레-- 요구했고 이는 북한에 있어서 받아들이기 너무 무거운 요구였죠. 그렇기 때문에 결렬된 것 뿐이지, 이거 하나만으로 무슨 전쟁 위험이 생겼거나 북미관계의 파탄이 발생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시간이 좀 더 길어질 뿐이고,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는 가짓수와 메뉴가 조금씩 달라질 뿐이죠. 설레발 칠 거 없습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최근 북한과 미국 사이의 회담에 대해 잡음이 발생하며, 돌연 취소가 되어버리고, 바로 다음 긍정적 시그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판단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 부분은 정치외교에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운 상황이고, 훗날 역사에서 지금 이 순간에 대해 굉장히 흥미롭고 다양한 해석과 주장이 나오지 싶지 않을까 싶더군요.



일단은, 현재까지의 회담 취소와 같은 잡음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봤을 때, 서로 이야기가 안 맞은 거라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인데, 현재 미국이 존 볼턴 등의 강경파, 치킨호크들의 무리한 개짓거리 때문에 북한이 한번 튕긴 시점이었습니다. 중국은 그런 북한과 이야기하고 뭔가 딜을 했고, 이 때문에 중국과의 접촉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 거고요.



그러면서 미국과의 핀트는 더 안 맞게 되니 결국 이번에는 결렬난 거고, 이후로 미뤄진 겁니다. 이에 대해 시진핑에 대해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는 칭호까지 써주면서 시진핑의 외교적 감각과 역할을 인지하게 되었고요. 물론 그게 미국에 도움이 되는 쪽은 아니니, 단지 시진핑에 대한 분석과 북중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되겠죠.



북한 입장에서도 그러한 갑작스럽게 돌아서는 태도는 협상전략이라고 봐야 합니다. 미국과 북한의 시각차이 때문에 벌어진 건데, 그걸 바로잡아보자고 북한이 튕기는 겁니다. 사실 미국이 굉장히 오만하게 대하고 있는 것도 아예 틀린 건 아니다보니.


존 볼턴 같은 또라이가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내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겁니다. 북한이 굴복하고 복종하는 걸 보는 게 미국 매파의 바람이죠. 말초적 마초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은 거지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외교적, 군사적 판단이 주가 되는 게 아닙니다. 볼턴 같은 놈이 있는데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ㅡㅡ 


그러니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고 따져보면 오히려 북한의 태도가 정상적일 정도로 미국이 막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튕기는 거고요. 미국, 더불어 한국에게도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외교적 메시지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니까. 



특히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그러한 갈등이 발생했다고 봐야하지 싶습니다. 혹은 그것이 명분으로 삼았다거나. 알다시피 한미연합훈련은 연례적으로 하는 겁니다. 게다가 이번 기회에는 미국의 대규모 최신예 전력과 같이 하는 거라서 한국 입장에서도 안 하거나 줄이면 아쉬울 문제입니다.


근데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 한미는 작년말부터 시작된 핵위기 때부터 훈련 규모를 광범위하게 강화했습니다. 이번 맥스 썬더도 그 영향 중 하나고요.


이번 훈련에는 B-52가 참가하는데, 이건 B-2와 함께 60m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GBU-57의 투하가 가능한 폭격기입니다. 북한 애들에겐 참수작전이니 하는 김정은 목 딸 수 있는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거의 훈련 투입은 북한 입장에서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지랄할 일이긴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력에 대해서 북한이 지랄해대는 이유는 북한이 막을 수도 없고 대응할 수도 없는 압도적이고 불가해한 전력이기 때문입니다. 즉, 하겠다면 막을 방법이 없이 걍 앉아서 죽을 때까지 땀만 뻘뻘 흘려야 한다는 거죠.


이번의 고위급 회담이 파토된 건 이전까지 있었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항의표시입니다. 일반적인 형태와 방식의. 근데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이 개새끼들이 어디 건방지게? 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니까 문제죠.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정무적 판단이 안 되는 혼돈의 집단, 혹은 일종의 정상적인 판단으로 돌아가지 않는 도적단 정도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북관계와 정책이 그 꼬라지 였던 겁니다.


북한은 가진 것도,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이렇게 입털고 손절하는 각 보여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훈련에 불만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이런 거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런 식의 대규모 훈련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다. 라고 인식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래 이런 식의 대규모 군사 동원이라는 무력시위는 상대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당장 중국, 러시아가 그런 거 많이 했고 잘하는데, 유독 한국인들이 북한과 관계된 것들에 대해서는 갈라파고스식의 사고가 돌아가기 때문에 국제표준의 상식적 판단이 안 되는 겁니다.


이는 한국인들이 외교, 군사, 국제에 대한 안목과 인식 수준이 낮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뭐, 사실 북한과의 관계가 지금같지 않았다면 북한의 반응 따위 씹고 해도 되는 거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평화적 분위기와 회담, 평화, 종전에 대한 이슈가 있는 지금 해서는 안 된다는 거고요. 최소한, 규모를 줄이거나 미루거나 하는 건 맞습니다.


하여간, 이런 훈련을 자국 근처에서 하면 진짜 지랄합니다. 물론 진짜 위기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냥 외교적 관례에 따라 지랄하는 것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의 5월 16일에 열렸어야 할 고위급 회담 파토는 점잖은 수준이고, 애교 수준입니다. 90년대나 그 이전에는 위협사격도 흔했고만.. 위협사격이 말이 위협사격이지, 낮은 수준의 '국지전, 혹은 국지도발'으로 이해해보세요. 말이 달라지죠.



북한은 정상적인 정권이 아니고, 정상적인 국가도 아닙니다. 따라서 중세적, 왕조적 특성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위신'이 그것입니다. 북한에게는 대응 불가능한 규모의 한미훈련은 큰 스트레스 요소고요. 그래서 평화 협상 같은 거 할 때마다 줄창 나오는 이야기가 그놈의 한미 연합 훈련 좀 줄이라는 겁니다. 회수를 줄이든 규모를 줄이든 둘 다 줄이든.


심지어 평창 때도 수위 조절은 해달라는 말은 나왔죠. 이거 북한 입장에서 굉장히 양보해준 겁니다. 사람들이 이해를 못해서 그렇지..



뭐 하여간.. 훈련 자체는 연례적으로 하는 거고 할 수도 있고 해도 되는 거긴 한데, 그에 대한 규모는 줄이는 거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고려해야할 점은 북한에게 있어서 진짜 문제는 그러한 훈련의 문제 뿐만 아니라, 미국이 강경 매파에 의해 주장되고 요구하는 것들인데, 북한을 거의 일방적으로 굴복시키고 복종하려는 듯한 오만한 태도입니다. 북한에선 그거에 대해 냅다 손절하기 어려우니 훈련을 명분, 핑계 삼아 그런 메시지들을 던지고 있지 않나 싶다는 거죠.



여기까지는 북한의 입장이었고, 우리와 미국은 이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는 건 미국이 북한의 내부사정과 정치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죠. 이제 트럼프의 행보를 보자면, 사업가는 사업가이고, 쇼 프로그램을 했던 인물인 게 맞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기본적으로 북미회담과 평화협정은 미국보다 북한이 더 간절한 겁니다. 물론 그런 내색을 보이는 거 자체가 협상력의 약화이고, 갑을관계가 분명하게 정립되는 일이니 북한은 이러한 문제에서라도 튕기는 거야 5월초부터 예상했던 거긴 하고요. 


그리고 미국, 트럼프는 그걸 알기 때문에 이번 회담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어떠한 압박감이나 절박함, 조급함 따위를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중간 선거와 관계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고 있지 않죠. 한미회담, 인터뷰를 보면 되면 좋지만 안 되어도 상관 없다는 스텐스이고, 북한의 스텐스가 기본적으로 핵과 미사일 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죠.


미국 공화당, 존 볼턴을 비롯한 강경파는 걍 힘으로 깔아버리고 굴복시키고 싶어하는 모양이지만, 한국이 세계를 상대로 하는 글로벌 국가가 된 이상 그런 대량 살상을 전제로 하는 전면전, 혹은 북폭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미국이 그러한 강경한 스텐스로 북한을 더더욱 압박하고자 한다면 한국은 그걸 중재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담이 취소가 되고 지난 24일 올라온 성명을 보면, 대충 다음과 같이 요약/정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빨 가는 게 마음에 안 들고, 북핵 포기 협상이 필요한 건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다. 우린 밀어버리면 끝이다. 북한이 태도를 고치고 숙이고 오면 받아준다. 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하자마자 이런 소리 해대니 미국이 북한을 뒤통수 쳤다. 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이에 대해선 상당히 많고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이전부터 북미간의 잡음이 있었다는 거야 이미 충분히 설명했고, 거기에 중국의 역할과 행동이 있었죠. 미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북한은 중국과 접촉했고, 시진핑은 무언가 딜을 해줬을 겁니다. 그 이후에 북한의 태도가 변화했으니. 


이 내용을 맥락적으로 이해해보자면, 기존 김정은의 입장은 CIV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받겠다는 거였꼬, 이에 대해서 트럼프로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시간적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아마 펜스는 깐 게 아닌가 싶은데, 실제 의도가 어찌되었던 명분이 되는 건수는 펜스를 깐 거였습니다. 


볼턴과 다르게 펜스는 부통령 + 런닝 메이트였습니다. 이건 격이 다르죠. 


뭐.. 이건 그렇다 치고, 하여간 여기서 북한이 숙여야 되는 건 맞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시간과 모양새를 갖춰야할 필요성은 있지만,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에게 간보지 말고 우리랑 직접 대화해라. 회담이 필요한 건 너희지 우리가 아니다. 라는 의미죠. 북한에게도 그렇지만, 중국에게 한방 먹이는 거라고 봐야지 싶습니다. 중국도 북한에게 나름의 짓거리 하지 말라고, 혹은 해도 대응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여기까지 오는 중국의 의도가 대충 보이긴 합니다만 그건 지금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물론 여기에선 미국 내부적인 정치사정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할 겁니다. 가령 미국 언론들의 동향을 본다면, 회담이 최소되기 전엔 뉴욕타임즈에서 비판적인 기사가 실렸는데, 대충 내용이 트럼프가 멍청하게 북한에 엄청난 양보를 해줘버렸고, 외교적으로 멍청했으며,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식이라고 합니다.


이어 폭스 같은 전통적인 보수언론에선 리비아식을 주장하는 헛소리를 해댔죠. 그런데 여기에서 트럼프는 갑작스레 회담 최소를 선언합니다. 여기에 대해 미국 진보, 보수언론 가리지 않고 모두 당혹스럽게 되었죠. 자기들 딴에는 트럼프가 이런 강수를 둘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어찌됐든 언론에게 두들겨 맞으며 성과를 내려고 할 것으로 여겨졌는데(사실 오바마나 힐러리 같은 기존의 정치인, 대통령이었다면 그랬겠죠. 단지 언론을 얼마나 다독이고 자기들의 의중을 얼만큼 내비쳐줄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냥 냅다 취소 해버렸으니.


그러자 진보보수 안 가리고 그렇다고 그런 역사적인 회담을 그렇게 냅다 취소해버리냐. 좀 더 철저히 준비해서 해야지. 라는 분위기로 의견이 통일되었죠. 북미회담에 계속 딴지 걸던 민주당도 회담을 반대한 것도 아니고 준비 좀 더 잘하고 전문가들 의견도 다양하게 들어보면서 진행하라는 식으로 나왔죠.


심지어 뉴욕 타임즈에서도 북미회담이 꼭 성사되어야 한다는 등 비판적인 어조가 뒤집히게 됩니다. 


그 결과 바로 다음날 트럼프가 북미 회담을 다시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한 그 폭스에서도 당파를 따너서 북미회담이 설공하길 바란다는 식으로 인터뷰가 나왔고요. 당연히 공화당 쪽에서도 같은 이야기 해주고 있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강수를 통해 내부적인 비판을 소거하고 의견통일을 이루는 정치적 통합을 이끌어냈죠. 또한 북한에게는 역으로 벼랑끝 전술을 강요하면서 어차피 회담을 원하는 건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주며 서로간의 입장에서 미국이 더 유리한 갑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이걸 받아들일 거라는 것을 한미회담에서 문재인에게 확신을 받았거나, 아니면 통크게 배팅하거나 였는데(아마 사업가적 기질?..), 이러한 미국 국내 사정을 파악하면 좀 더 뚜렷하고 설득력 있으며 개연성 있게 보이지 싶습니다.


더불어 이 판에서 중국에게 한방 먹인 게도 되는 거였고요. 내부 정치, 외교적 목적에 대해 목적을 달성하거나, 유의미한 목적을 이끌어낸 강수였다고 봅니다. 확실히 쇼 프로그램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사람들 속을 들었다 놨다 하는 쇼맨쉽 같은 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게 이런 거죠. 밀당 쩌네요;


확실히 외교는 외부적인 요인만이 영향력을 주는 변수가 되는 게 아닌 내부적인 요소 또한 영향력을 주는 변수가 되죠. 병자호란에서도 조선의 태도와 반응만을 보는 건 오류이고, 청 내부적인 사정에 대해서도 알아야 정확한 설명과 판단이 되듯이.


이는 북한에게서도 마찬가지인데, 가령 앞서 이야기한 왕조국가적 요소인 위신의 문제 등이 북한의 내외부적 태도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죠. 한국이든, 북한이든, 미국이든, 이걸 이해해야 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현 상황이 좋게만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북한의 ICMB의 문제는 미국이 정무적으로 다루게 되는 문제로 격상되었고, 그에 따라 비핵화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며, 김정은 또한 이걸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진전이 있어왔는데, 현재 북미회담이 파토난 판으로 이끌어졌다는, 그리고 다시 재개할 수도 있다. 라는 가능성을 암시한 바로 지금, 이때가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모든 요소가 최악으로 돌아간다면 북폭과 같은 가능성도 결코 허구만은 아니게 되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은 굉장히 기민하고 감각이 있는 행동입니다. 과연 유능한 대통령이긴 하네요. 회담 취소 소식 들려오자마자 북한과 통화한 뒤 바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고 바로 가서 또 만나서 갑작스러운 회담을 만들어버렸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먼저 연락을 한 거긴 하고 사실 그게 맞는 거긴 합니다. 남한 쪽이 먼저 대화하자고 요구하기 쉬운 건 아니라서..


어찌됐든 이러한 갑작스러운 회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결과물은 만들어냈으니 감각적이고 유능한 대통령인 거죠. 



이제 16일날 미뤄졌던 고위급 회담을 6월 1일에 하게 되고, 거기에서 양국간의 조율이 끝난 뒤 북미와의 관계에 진전을 이루게 된다면 상당한 업적이자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중요한 건 여기에서 할 수 있는 한국의 역할입니다.


미국의 백악관 관료들은 아직 북한의 시스템과 정신세계, 내부적 원리와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걸 중재하고 이해시켜줘야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이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게 청와대인 거고요. 백악관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왜 저러느냐. 하는 반응일 때 그들이 질의할 대상이 바로 청와대라는 겁니다. 청와대에서 북한의 행동을 분석하고 미국에 그러한 역학적 움직임을 설명해줘야 하죠.


마찬가지로 외교부 또한 할 일이 많고 책임이 막중한데, 수 십년 동안 일본은 미국 국무부에 엄청난 돈을 뿌렸습니다. 오랜 기간 한국보다 중요하거나, 최소한 동등한 입장에서 미국의 최중요 동맹 중 하나로서 유리한 외교적 고지를 차지해왔었고요. 일본은 대놓고 한반도 분쟁이 심화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고, 이번 회담 취소에 대한 일본의 성명도 트럼프의 판단을 지지한다는 식이었죠. 외교적 수사지만, 회담파토, 한반도 문제의 심화를 반긴다라는 의미나 다름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 국무부가 그러한 맥락에서 와패니즘에 쩔어있는 친일적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을 거라는 우려죠. 즉, 미국의 국익보다 일본의 바램에 좀 더 유화적이고 친화적인 입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미국의 국익을 역행하는 거까진 아니지만, 일본의 입장을 생각해서 일본이 얼굴 굳힐 일은 피해서 판단해준다. 라는 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러한 미국 국무부의 와패니즘 정책에 맞서야 하는 중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거죠.



반응형
AND
반응형


미군 "내년까지 전 세계 사드 포대에 미사일 82기 추가"

http://news.joins.com/article/22370763

"北, '美항모 겨냥' 대함 탄도미사일 보유 가능성"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421&aid=0003209032
"한·일도 중국에 대응해 항모확보 검토…수직이착륙기 탑재용"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9891086
中, 스텔스기 젠-20 韓日겨냥 산둥성 배치…"美F-35에 맞선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9890821
10조원짜리 미사일방어망 갖추려는 미국
http://news.joins.com/article/22374531
일본판 해병대 규모 커진다…2021년까지 3천명으로 증원
http://m.yna.co.kr/kr/contents/?cid=AKR20180217014700073
미 육군, 155㎜ 포탄 대량 주문…전년보다 8배 증가
http://m.yna.co.kr/kr/contents/?cid=AKR20180218017000009
트럼프의 ‘조용한 전쟁 준비’
http://shindonga.donga.com/BestClick/3/all/13/1225540/1
러시아, 차세대 전차 '아르마타' 실전 배치계획에 가속도
http://v.media.daum.net/v/20180218145922667
한반도는 최신예 전투기 도입 전쟁중.. 훈련기도 수요 증가
http://v.media.daum.net/v/20180219101603742
중국 2번째 055형 구축함 진수 임박..."미국 아태 전략우세 위협"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3&aid=0008449380
중국, 전쟁시 미사일 1000기 한일·괌 미군기지에 선제 발사
[종합]미 공군, B-52H 등 장거리폭격기 3종 괌에 동시배치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117_0000204957&cid=10101
중국, 美괌기지 잠수함동향 본다…초강력 음파탐지기 2곳에 설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9830513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10월 출범, 드론 등 첨단장비로 '환골탈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18&aid=0004038349
美, 16년만에 대만서 무기거래논의 방위산업회담…中 강력반발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9909614
中, 상륙함등 군함 11척 인도양 파견..비상사태 몰디브 지원용?
http://v.media.daum.net/v/20180221110258626
미, 줌월트급 스텔스 구축함에 '만능 미사일' SM-6 장착키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9909846
인도, 중거리탄도미사일 '아그니-2' 발사시험 성공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4&oid=001&aid=0009911136
중국 해병대 2020년 4만명으로 증강..한반도 전담 여단 창설
http://v.media.daum.net/v/20180221175927683


최근 며칠간의 뉴스만 모아본 것입니다. 더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사들이 많긴 하지만 그걸 하나하나 다 찾기는 힘들고 무엇보다 귀찮을 거 같아서 그냥 최근의 국제뉴스를 취합한 거죠.


이 소식들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현 동아시아의 국제적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동아시아의 패권을 둔 국가들끼리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입니다. 즉, 패권다툼을 군사적인 형태로서 서로를 압박하고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식으로 하고 있다는 거죠.



이는 기본적으로 아래의 글들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


2018/02/20 - [취미/이야기] - 전쟁에 대해 한국인들이 가지는 이상적 망상.

2017/08/09 - [취미/이야기] -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이유.


간추리자면, 중국은 2000년대 중반을 접어들어 그 성장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거대한 발전을 이룩했고, 그에 따라 중국의 패권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대일로, AIIB와 같은 정책과 기구를 통해 실현시키려 하고 있고,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을 통한 패권 확대와는 다른 방식인 경제적 질서를 통한 패권 확대를 노리는 것이죠.


군사적 압박은 언제나 써먹기 어렵고 부담과 반감도 많지만, 경제적 방식은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반감도 적게 받습니다. 또한 이는 중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행보이고, 동시에 미국 질서의 경제권에 대항하는 중국의 거대한 야심이기도 하죠.


그러나 경제적 안정과 질서는 반드시 군사적 능력 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소말리아 근해의 해적에 의해 무역선 납치, 몸값요구 등의 문제에 대해 군대를 파견하며 안전을 보장하고자 하고, 다른 국가나 집단의 같은 시도에 대해서도 반드시 군사적인 개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적 안정이란 그것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잘 수급하고, 거래하며, 교류를 이룰 수 있느냐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유통하는데 그게 중간에 강도나 사고에 의해 유실된다면 안정성 없는 거래이기 때문에 교류는 이루어지지 않죠. 무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교역은 굉장히 안전하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 맥락에서 중국의 경제적 발전과 그 안정을 위해선 반드시 군사적 성장이 뒤따라야 하는데, 금이 없다면 화폐 가치를 보장할 수 없듯이, 군사력이 없다면 경제적 안정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사시 해당 국가의 모든 경제적 교류와 영향력을 괴멸시킬 수 있다면 같은 가정을 생각해봐도 말이죠. 할 수 있어도 하기 쉬운 건 아닙니다만.


이는 미국 중심의 경제권에서 벗어나고, 동남아를 위시하여 자국의 경제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에게 있어서 독자적인 신뢰성과 능력이 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적 발전과 투자는 경제적 발전만큼이나 파격적인 것이죠. 뭐.. 실제로 중국 기술과 무기 등의 신뢰성은 별개로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은 경제적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 군사적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한 힘을 외부로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그러한 활동은 자국의 경제적, 패권 확대에 있어서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요는 경제와 군사입니다. 그에 따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겸사겸사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 덕분에 그 제재를 간접적으로 받는 한국이 덤터기를 쓰고 있는 상황이고요.


미 철강업계 "철강수입 제한 조치해달라"…트럼프에 서한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2/02/0200000000AKR20180202074500009.HTML?input=1195m

‘美 철강 관세폭탄’ 韓 포함 日 제외... “中과 수출품목 겹쳐” 분석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1&cid=996387&iid=2615515&oid=469&aid=0000278841&ptype=052


더불어 맨 위의 링크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그러한 군사적 긴장도는 실질적 전쟁 위험성을 높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군사적 성장을 지원하거나 유도하고 있는 것이고, 사드 배치는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최근 몇년새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특히 한국 내에서 큰데, 이는 미국이 그것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며, 미국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며,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군사력을 상승시킴에 따라 중국의 패권 확대와 성장을 견제하고 억제하며, 미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군사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유사시 한반도가 박살나거나 잃어버린다 해도 일본이라는 최후의 벽 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현 주일미군은 사실 한반도 유사 사태 때 가장 빨리, 곧바로 움직여야할 후방 지원기지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에 대한 부족분은 일본이 스스로 충당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뭐, 한국에겐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죠. 그건 곧 한반도 유사사태에 일본이 반드시 개입하려 할 것이라는 것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군사력을 확대한 일본의 자신감이 한반도에 대한 더 적극적인 여론전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정확한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감이 증대된 일본으로선 군사적 활동을 애매한 선상에서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심각한 사태라면 미국이 중재, 개입할 여지는 충분합니다만..



어찌됐든, 중국의 가장 큰 목표는 결국 태평양으로 나가는 겁니다. 미국의 세계패권을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큰 범위에서 붕괴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태평양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최소한 위협이 되는 것이거든요. 


중국 2번째 055형 구축함 진수 임박..."미국 아태 전략우세 위협"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3&aid=0008449380

중국, 전쟁시 미사일 1000기 한일·괌 미군기지에 선제 발사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4&oid=003&aid=0008425961

[종합]미 공군, B-52H 등 장거리폭격기 3종 괌에 동시배치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117_0000204957&cid=10101

중국, 美괌기지 잠수함동향 본다…초강력 음파탐지기 2곳에 설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9830513

호주, 중국 화웨이의 남태평양 해저케이블 사업에 제동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9780293

중국, 호주 해군 남중국해서 군사훈련 “역내 평화안정 해쳐” 견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3&aid=0008345427

인도양 장악 나선 중국 해상 실크로드에…일본, 예산 늘려 저지 ‘안간힘’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70903010000587

호주 교수들, 중국 유학생들 앞에서 '중국' 발언 잘못했다가 잇달아 수난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23&aid=0003341042

중국이 호주 정치에 개입?…외교갈등 수위 높아져

http://m.news.naver.com/read.nhn?oid=421&aid=0003100008

중국 영향력 확대 놓고 오스트레일리아-중국 연일 난타전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8&aid=0002390324

中 견제 본격 나선 호주, 외국기관 정치 후원 금지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421&aid=0003085573

호주, 중국 염두 스파이 무기징역으로 엄벌 법안 마련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4&oid=003&aid=0008326570


위 링크들은 맨 위 뉴스들 일부와 따로 추합한 것들인데, 이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륙 내에서의 패권 확대는 어렵고 큰 실익이 없기 때문에 바다 쪽으로 나가려 하는 의도를 명백히 알 수 있죠.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또한 그것이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 수 있음과 동시에 남태평양-인도양을 통해 동쪽과 서쪽 양쪽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쪽으로 간다면 유럽보다는 중동에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고, 중동에서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가져간다면 미국은 실패한, 그리고 지금도 발이 빠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러시아와 함께 대체할 것이며, 동시에 아프리카와 터키 반도를 통해 유럽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두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을 억제하면서 미국의 중동 영향력을 더 크게 줄일  수도 있겠죠. 뭐, 이건 단지 제 예상일 뿐이고 관련 뉴스도 없고 그런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선 거의 망상 쯤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하지만 반면, 동쪽으로 간다는 가정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데, 중국이 호주에 계속 내정간섭에 가까운 관심과 영향력을 투사하고자 하는 의도는 호주를 흔들기 위해서, 더불어 가능하다면 호주를 친중적이게 만들고자 함입니다. 이는 심리적으로 친중인 게 아니라, 중국의 국력에 의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영향력에 휘둘리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고요. 당연하지만 그 이유는 동남아-호주 등을 넘어 남태평양으로 진출하여 미국의 태평양 패권을 위협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남아는 단지 지정학적으로 교두보로 볼 수 있지만, 남태평양에서 호주와 뉴질랜드는 그 패권에 일조하는 독자적인 세력인 동시에, 미국의 우군이기도 하죠. 그런 이유로 호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겁니다. 스파이 문제도 있긴 하지만 중국이 호주 정치에 개입하고자 한다던가, 호주 교수가 저런 식으로 비난 받는다던가 하는 등의 모든 사건은 호주가 중국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그 시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호주가 중국의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면 호주는 중국의 메시지를 무시하기 어려워집니다.


가령, 말을 하자면 이런 건데, 호주 교수가 중국 유학생들에 의해 틀린 말이 아니더라도 압박에 의해 사과를 해야 한다면, 그게 옳든 아니든 그러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전례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이를 통해 천천히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거죠. 그런 방식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중국 주변의 세계지도. 대한민국과 일본에 의해 태평양으로의 직선 진출은 불가능하게 되어 있고, 대만에 의해서도, 또한 파푸아 뉴기니와 일본 사이의 괌기지는 필리핀 해를 통한 군사적 진출에도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상 북태평양 전역은 미국의 앞바다이며, 남태평양 또한 호주, 뉴질랜드를 통해 통제하며 미국이 가져가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은 동남아와 호주에 영향력을 투사하며 자국의 질서 아래에 편입, 혹은 확대하고자 싶어하며, 그러한 지정학적 패권 확대는 남태평양으로 우회가 가능하게 된다.>

<더불어 인도양으로 확대하게 된다면 인도에 대한 견제와 더불어 중동으로의 영향력 확대 또한 가능하다.> 



하여간, 중국이 전쟁시 괌기지를 공격한다는 등 태평양 진출에 위험이 될 수 있고 확대를 억제하는 요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는 기사들이죠. 중국이 한반도나 일본을 넘어 바로 태평양으로 진출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한반도, 일본, 괌 기지 같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할 수 있는 결코 약하지 않고 그 영향력 또한 작지 않은 국가 때문이죠. 이는 러시아가 태평양을 가져갈 수 없었고, 가져가고자 하는 의도도 쉽게 보일 수 없었던 이유와도 마찬가집니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특수성을 고려해봤을때, 그러려고 한다면 미국을 심각히 자극하는 행위라는 위험성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와 일본이라는 요소 때문에 우회해서 태평양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는 동남아와 호주를 공략하면서 시도하고 있죠. 동남아는 경제적인 확대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면, 호주는 그럴 덩치가 아니고 그럴 국력과 미국과의 관계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없는 수입니다. 그래서 스파이나 정치인 후원, 내정간섭과 같은 치졸하고 더러우며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거고요.



<doklam plateau의 위치. 보시다시피 방글라데시로 좁아진 지협적인 지리를 가지고 있고, 거길 끊는다면 인도 동쪽 영토인 아루나찰프라데시가 월경지가 되어버리며 인도양 진출이 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인도양을 통한 진출을 노리고도 있는데, 이는 인도에 대한 지난 전쟁 위기와 같은 군사적 위협을 통해서 실천하고도 있죠. 실제로 중국은 국경 지역에 있는 도클람 분지라는 군사적 요충지를 가져가고자 하는 시도를 했고 여기를 가져가게 된다면 인도에 대한 공격이 극히 수월해지고, 아루나찰프라데시 지역을 홀라당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62년도엔 군수 지원이 어려워서 포기했었지만, 지금은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등에 영향력을 크게 가지고 인도양까지 접근해 있는 중국 입장에서, 그 지역을 뚝 잘라내버린다면 중국은 그대로 인도양으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고, 동쪽으로는 남중국해의 패권을 확실하게 접수할 수 있으며,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중동으로의 확대 또한 가능하게 되며 더 강력한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됩니다.


뭐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중동에는 석유가 있죠. 또 그러한 활동의 결과로 중국의 가장 가깝고 위협적인 잠재력 있는 경쟁자이자 잠재적(뭐.. 사실상이지만;) 적국인 인도를 꺽을 수 있으니 어마어마한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지리적 이점을 가지는 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인도양에도 미국의 함대가 있다는 거고 인도양까지 진출을 해도 미국의 함대를 뚫어야 한다는 점이죠. 


에.. 그리고 글에서는 어쩌다보니 빼먹게 되었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근본 없는 깡패짓도 그러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겁니다. 남중국해를 통제하게 된다면 동남아 국가들의 영향력과 세력이 크게 줄어들게 되며, 중국이 원하는 동남아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복속이 쉬워지고, 그것을 통한 진출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죠.

반응형
AND
반응형


1.

민주주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대중, 국민들의 인기를 얻는 자가 승리합니다. 그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줌으로써 달성할 수 있죠. 이는 경제적 안정, 안보적 성과, 사회적 문제해결, 교육제도 개편 등의 여러 분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경제, 정치적인 요소들을 큰 틀에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큰 변화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영향력은 역시 무척 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요소들을 다루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은 그 본인이 준전문가급인 되어야 할 것이고, 적어도 그 주변의 보좌관들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야하죠.


이런 필수불가결한 능력적 전제는 정치인이라면 매우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할 능력들입니다. 적어도 멍청한 소리를 하거나 국가,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식으로 작용해서는 안 되죠.



2.

대중은 그 자체로 뛰어난 지성을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개인은 똑똑해도 대중은 멍청할 수 있죠. 사실 이는 크게 틀린 말도 아니고요. 대중은 기본적으로 사회상규, 사회적 상식 수준에 맞는 의견을 보편적으로 가집니다. 이는 대중을 이루는 개개인들에 의한 그 사회의 한계이자 동시에 사회지성의 평균이기도 하죠.


이를 다르게 말하자면 사회적 상식이 달라진다면 대중들의 태도 또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1950년대 대중이 가지는 상식과 2016년 현재 대중이 가지는 상식은 다르죠. 이는 사회적 환경, 문화적 토양, 교육수준 등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의외일진 몰라도,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지성은 보통의 개인들보다는 훨씬 뛰어난 편입니다. 그 지성을 어떻게 쓰느냐는 다른 문제이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 그런 정치인과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훨씬 뛰어난 지식을 갖춘 보좌관들의 모임, 그리고 정치인과 보좌관의 정보와 지식, 의견이 종합된 그들의 발언이나 정책 발의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거나 파악하기 쉬운 것이 아닙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일반 민중은 어느 정도 복잡한 사회적, 법리적, 정치적 문제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한 대중은 그런 어렵고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럴만한 시간이나 정신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죠. 차라리 이 편이면 다행인 거고, 그럴만한 지성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신력, 인지력의 여유와 복잡한 문제에 대한 인지작업에 대한 관계는 다음의 글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2016/07/30 - [취미/이야기] - 대중선동의 기본. 분열.




3.

이러한 문제를 역으로 뒤집는다면, 대중들은 한마디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더 자극적이고 민감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마디, 한 줄 짜리 선동문구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이기 쉽고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죠.


이는 복잡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인지작업을 할 필요가 없고,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사회적 안전이나 국가적 안보, 경제적 문제 따위에 대해 그 원인이 외국인 노동자나 불법체류자, 혹은 유대인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편이 전세계적 불황과 국내 산업불균형, 최저임금, 노동법, 사회구조, 인구구조 등에 있다고 하는 것보다 더 쉽고 받아들이기 좋은 내용이라는 것이죠.


외부적 문제요소가 내부적 안정을 해친다는 자극적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내용이라는 겁니다. 딱 보고서 어떤 내용인지 이해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생각-인지작업-을 해야 하는 것보다 쉬운 내용이며, 무엇보다 어떠한 심리적 갈등도 없이 남탓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이요. 오히려 배척해야할 적이라는 인식은 그들에 대한 감정적 동조나 공감을 마비시키고 더 거칠고 무자비한 공격이나 그런 종류의 부정적 심리작용을 이끌어내기 쉽죠. 그리고 그것은 같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4.

이는 요컨데, 어렵고 지적인 표현을 쓰는 진보매체보다 자극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표현을 쓰는 보수매체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받아들이기 쉽고 이해하기 쉽거든요. 복잡한 정치사회적 분석보다 남탓(종북탓, 진보탓, 야당탓, 외국인탓, 노동자탓 등등 많은 나라에서 이와 같은 남탓 선동을 합니다.)이 더 쉽죠. 적당한 소스만 버무려주면 어려운 인지작업을 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요.


이는 대중의 지성적 한계와 맞물려 아주 잘 먹히는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기실 모든 정치적 발언들은 선동이기도 하고요. 공개토론, 질의응답, 청문회, 기자회견 등등 모두 다요. 그걸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응용하는 지가 정치인들의 실력이기도 합니다. 선동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고, 그 선동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뿐입니다.


뛰어난 능력과 양심을 가진 정치인이 선동을 통해 국가적, 범사회적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정책을 실현시킬 수도 있고,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나 양심과 도덕성이 극히 낮은 정치집단이 선동을 통해 특정 집단만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힐 수도 있는 법인 셈이죠.



5.

이러한 대중들의 한계는 정치인들을 한계로 이끄는 면이 있는데,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해도 선동능력이 떨어진다면 그 능력을 제대로 필 수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선동능력이 뛰어나다면 능력 이상의 자리를 얻어낼 수도 있다는 말이 되지요.


대중은 똑똑한 존재가 되지 못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인지작업보다 한 줄로 이해하기 쉬운 선동문구를 선호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대중에게 원하는 말을 해주면 인기를 얻는 것은 절대 어렵지 않다는 말인 셈이죠. 이는 트럼프나 이명박과 같은 종류의 인간들이 능력 이상의 자리를 얻어낼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합니다.


필요한 것이나 해야만 하는 것을 말하거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 할 수 없기에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는 정치인보다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는 이가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가령 이명박은 자신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이명박 5년 동안 서민경제를 악화되기만 했으며, 이렇다할 경제적 성과도 없고 이제 와서는 오히려 그의 경제정책이 한국의 경제의 발목을 죄는 것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곤 했으며, 박근혜가 한 공약 대부분은 아무런 실현 가능성도 없고 의미도 없었던 것들이었을 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약을 폐기, 미시행으로 이어졌죠.



6.

트럼프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백인, 노동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줬습니다. 트럼프가 한 수 많은 막말들은 역설적으로 많은 이들이 흔히 말하는 사이다 발언이라 여기고 그에게 호감을 주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선 때 많은 득표율과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의 막말이나 주장, 공약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이민이나 인종, 여성, 특정 종교나 신념에 대한 증오와 차별과 같은 혐오로 일관됩니다. 그의 캐치프라이즈인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와 같은 성격의 발언들은 모두 마초 오르가즘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런 쉽고 감정적인 자극을 이끌어낼 수 있는 언어들이 그를 지지하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즉, 트럼프를 지지했던 수 많은 백인 및 특정 산업 종사자-노동자들은 그들이 듣고 싶어했던 말을 해줬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것이죠.



7.

이는 트럼프가 했던 말이나 주장의 정당성이나 합리성과 무관합니다. 그가 무슬림을 모두 쳐죽이자는 말을 했고 수 많은 미국인들이 그에 동의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하거나 옳다는 것이 아니며 그래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공약이나 주장 대부분은 현실적 가능성도 부족한 것에 대부분이고요. 물론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실제로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하여간, 그의 발언이나 주장은 현실적으로 매우 비상식적이고 도덕적으로도 큰 결함을 발견할 수 있는 문제성 발언들이었으며 증오와 혐오, 차별을 담고 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을 자극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죠. 이는 그를 지지한 대중 대부분의 지적 능력이나 상식이 그들이 지지한 트럼프의 발언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특정 인족이나 국가, 종교를 혐오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그와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공유하는 수 천만명의 민중이라니.. 정말 끔찍한 일이죠.



8.

트럼프의 당선은 나치당의 집권이나 융성과 비교할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대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고, 그 이야기들은 자극적이고 짧은 한 두 문장으로 정리해서 내뱉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좋지 않은 내용들이고 옳지 못하게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이죠. 둘 다.


세련된 정치인이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가 선한 의지로 국가적, 사회적 이익을 위해 일하며, 그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이를 말한다고 봅니다. 어떠한 사회문제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그것을 해설하며 대중을 설득하려는 것은 멍청한 짓입니다. 대중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고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습니다.


좀 더 나은 방법, 세련된 방법을 사용했어야 하죠. 예컨데 쉬운 언어를 사용하며 이것이 어떻게 이익이 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를 선전하여 선동하고 필요하다면 약간의 꼼수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거든요. 분석과 연구는 지식인들에게나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진 이들은 그들이거든요. 그러나 대중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쉬운 말을 써서 때로는 감정적으로, 때로는 더하기 빼기 수준의 계산을 유도하는 식으로 스스로 판단한다는 착각을 심어주어야 하죠. 정치란 그런 법입니다. 진보정치가 대부분 실패하기 쉬운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들은 똑똑하고 능력적으로도 나은 인력들이지만 정치적 방법론이라는 면에서 극히 무능합니다. 도덕적, 논리적 우위에 진보가 있다고 해서 대중이 그것을 자동으로 알아주는 게 아닙니다. 그것 홍보하고 선전하며 선동해야죠.


선거를 하면 항상 진보가 지고 보수가 이기는 이유가 그것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문제가 많은 이들이지만, 그들의 정치적 선동은 항상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고 표를 얻어가기 때문이죠. 물론 그 이후 듣고 싶은 말을 실제로 실현해주는가와는 별개로요.



9.

트럼프의 승리를 바로 그것에 있습니다.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줬다는 것. 반면 힐러리는 그러지 못했다는 점. 물론 선거전략의 문제도 심각했습니다만,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 보다 -본인이 판단하길- 해야 할 말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죠. 심지어 그녀가 파악하고 긁어줬어야할 이들은 내버려뒀고 그들은 힐러리가 아닌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줬던 트럼프에게 표를 줬고요.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명박 때나, 박근혜 때나. 실질적 가능성이나 문제점 따위는 무시하고 일단 막 던지고 보는 식으로 공약을 남발했죠. 대중이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이었고요. 그리고 현실에서 그것들은 대개 폐기되거나 이행되지 않았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민주당의 실책이나 문제점, 박통에 대한 향수나 종교적 광신에 가까운 -박근혜나 박정희는 물론 북한에 대한 혐오나 보수에 대한 찬양 등과 같은 종류의 종교적 믿음을 의미함.- 지지 같은 요소들도 있었지만 정치집단으로서의 새누리당의 선동은 모두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식이었죠. 그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실제로 하는가와는 완전히, 완전히 별개로 말입니다.



10.

앞서 말했듯, 대중은 그 자체로 뛰어난 지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며, 상식적 수준에 맞는 의견을 보편적으로 가집니다. 이는 대중을 이루는 개개인들에 의한 그 사회의 한계이자 사회지성의 평균이기도 하고요. 이는 사회적 상식이 달라진다면 대중의 태도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고,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대중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것은 마찬가지로 사회적 상식 또한 변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50년대와 2016년대의 상식은 사회적 환경, 문화적 토양, 교육수준 등이 달라졌기에 차이를 가지는 것이며, 이를 뒤집어보면 사회적 환경, 문화적 토양, 교육의 문맥이 달라지면 그 상식 또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대에 따라, 정권에 따라, 국가에 따라 대중의 상식과 시민의식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입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의 상식과 박근혜 정권 하의 상식은 분명하게 차이가 있죠. 10년은 긴 시간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변화하기엔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닙니다. 10년 전엔 상상도 못한 일이 지금와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그 감정적 반발이나 경악할 사실을 생각보다 더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러한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분명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했다는 것인데, 각종 비리, 부정부패, 국기문란이 늘어났다는 것이고, 그렇게 늘어난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조금씩 적응하며 받아들이는 수위가 변화 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노무현 때는 웬만한 이유로도 청문회에서 털렸다면 지금 수준에선 웬만한 문제로는 문제 삼지도 않고 넘어가거나 얼굴에 철판 깔고 강행하면 되는 수준이 되었죠.


노무현 5년의 한국과 이명박 5년은 한국은 달랐고, 이명박 5년의 한국은 박근혜 5년의 한국과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오바마 8년의 미국과 트럼프 4년의 미국 또한 다를 수 밖에 없죠. 빌 클린턴 4년의 미국과 조지 W. 부시 4년의 미국이 달랐듯이.


그러한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돌아오거나 더 진보하여 나아갈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동력이고 저력이긴 하지만, 다시 이전과 같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더더욱 길 것입니다. 이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마찬가지고요. 부수기는 쉽지만 다시 만들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반응형
AND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855)
취미 (855)
백업 (0)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