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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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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베 왕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6.11
    폴빠 세계관의 작품. 새벽을 얽매는 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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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ezhin.com/ko/mylist/4563511829331968?rid=2Z0


https://www.lezhin.com/ko/comic/dawn_snake/p1


※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흔해빠진 세계관 이야기로 유명한 폴빠 작가의 스토리와 lot 그림 작가의 작품인 새벽을 얽매는 뱀은 제목 자체로 커다란 떡밥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떡밥은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기본적으로 후기에서 작가가 밝힌 여행물의 어려움과 스토리, 구성의 수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제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게 몰입하게 만드는 폴빠, 롯 작가의 작가적 역량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폴빠 세계관의 작품, 특히 새벽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적인 표현을 쓰건데, 인간이든 요정이든 모두 뱀같은 새끼들(...)이라는 겁니다. 모두 자기 꿍꿍이가 있고 계산적이며 쉽사리 남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거죠.


주인공인 루테처럼 순둥이 아가씨는 덜 그러지만, 뮤라니나 르귄, 레룸, 롤핀, 올라비와 같은 요정들은 요정다운 뛰어난 계산능력을 보여주는데, 그보다 더 뱀 같은 새끼들은 이런 요정놈들이 아니라 사람새끼라는 게 가장 아이러니하다는 겁니다. 이래서 마지막에 뮤라니가 질색을 하죠.


특히 뢰베 왕녀나 브라빈의 아버지인 힌스트 왕과 같은 이들이 특히 그러한 면모를 여과없이 뿜어내죠. 그 중에서 뢰베 왕녀는 무서울 정도로 말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대륙을 여행하는 루테와 대비되는 대륙과 국가간의 운명을 쥐고 일을 벌이고 수습하고 진행시키는 각 대륙의 실력자와 그들의 수족은 루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자극하는 요소들입니다. 또 그 사건과 인물들의 행적이 가지는 무게감과 폭풍 전야의 전조와 같은 느낌은 엄청난 몰입을 유도하게 되죠.


가령 초중반쯤에 제라누가 부임해있는 은빛 관문 근처를 몰래 공격하던 힌스트 기병대나, 힌스트와의 전쟁을 유도하는 뢰베 왕녀의 온갖 충돌, 공작질. 그 중 압권인 것이 바로 바프랑 왕에게 보낸 피 묻은 상자 부분이죠. 하지만 이 상자는 독자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고 실제로 죽게 된 것은 다른 사람이었으며, 그 덕에 힌스트와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부분은 정말 뱀 같은 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무서운 설계, 계산이었습니다. 이게 왕녀의 계산이었는지, 아니면 죽은 망치꾼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진 몰라도 목적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달성했죠.



또 여러 등장인물들이 너무 쉽게 죽어나가는 연출도 있는데, 작가 스스로 왕좌의 게임에 영향을 받긴 했다고 할 정도로 중요인물들이 너무 쉽게, 가차없이 죽어버립니다. 초반부에서 너무 쉽게 죽는다는 느낌은 용병들이 모여있던 곳에서 발생한 전투였고, 후반에 가면 좀 무리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쉽게쉽게 죽여버리는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특히 레룸과 필른라드의 죽음은 특히 그랬죠.


하지만 이러한 것도 스토리 내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고, 특히 필른라드의 죽음은 아예 계산된, 거의 필연적인 죽음이었으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또 혼란스러운 세상과 전쟁통 속에서 뛰어나고 위대한 인물일지라도 언제든 죽음의 위협에 맞닿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요.


하여간, 가장 충격적이고 가차없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역시 개과 출신인 르귄의 죽음이었는데, 이 부분은 정말 상상도 못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보다 오히려.. 다리 한 쪽을 잘라가버린 부분이 충격이었죠. 르귄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다면 매력이 있고, 싸가지가 없고 맘에 안 든다면 맘에 안 드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실력자가 너무나도 쉽게 죽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역시 가차없는 구성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역시 또한 가차없는 부분은 나중에 레룸과 올라비의 대담에서 발생한 일이었죠. 귀가 좋은 뮤라니는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다 듣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러한 매력적이고 훌륭한 작품의 끝을 장식한 마지막 반전 겸 설명 부분은, 정말 대단하다 싶었는데, 역시 폴빠의 스토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죠. 이 모든 것이 루테의 아버지, 바드미 공작의 계산 아래 이루어진 일이었다는 점이 말입니다. 루테가 좀 굴욕적일 수는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위험할 수는 있어도 천수를 누르고 죽게 만들려는 바드미 공작의 수 십년을 앞서본 큰 그림과 계산은 놀랍도록 뛰어났습니다.


이 거국적 안목이 다른 만화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무리수에 가깝거나, 국제관계나 외교논리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쉽게, 좋게좋게만 풀려지는 작위성을 보여주기보다, 자연스럽고 기계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논리적 상황흐름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정말 무서운 작가적 역량이거든요. 


바드미 공작의 계산은 각각의 인물들과 그 성향과 국가들간의 관계와 국력 등을 모두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계산이었고, 그러한 계산을 짜야했을 작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자신이 설정한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을 넘어,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짜맞추어 구축해 말이 되게끔 할 수 있는지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 폴빠, 이게 되네요.


그런 점에서 정말 뛰어난 작가입니다.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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