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rodinger

블로그 이미지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취미'에 해당되는 글 849건

  1. 2022.04.07
    2030이 복지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이유.
  2. 2022.04.05
    어휘력과 지적 능력에 대하여.
  3. 2022.04.05
    왜 저소득층은 독재자-극단주의 세력을 선호하는가? 2
  4. 2022.03.26
    윤석열의 예상된 미국 패싱과 친중 레드팀 외교 행보.
  5. 2022.03.12
    윤석열 당선 이후 중국과 일본이 품은 야심.
  6. 2022.03.10
    윤석열을 찍은 2030에게. 7
  7. 2022.03.07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제물로 러시아를 무너뜨리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8. 2022.03.06
    1번남과 2번남, 부끄럽지 않은 목소리.
  9. 2022.02.27
    우크라이나의 전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몇가지 사항.
  10. 2022.02.25
    지정학 문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
  11. 2022.02.24
    폭력의 명분, 내 폭력은 정당하다.
  12. 2022.02.12
    동북공정에 대응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1
  13. 2022.01.30
    체제 완결성과 다음 체제로의 이행.
  14. 2022.01.23
    윤석열 지지자가 가지는 좁은 시야. 2
  15. 2021.12.25
    박근혜 사면에 세대적 시각 차이가 있긴 한듯 합니다.
  16. 2021.12.22
    무지성 반중과 무지성 친일의 아이러니.
  17. 2021.12.19
    가세연이 극우 보수진영에서 맡고 있는 역할.
  18. 2021.12.14
    문재인 정부, 중국 올림픽 보이콧 안 하는 이유와 화전양면 전술.
  19. 2021.12.03
    가치관을 교란하는 가짜 지식인.
  20. 2021.11.28
    21세기 한반도 지정학.
반응형

 

2030 남성 세대는 대체로 복지보다는 성장 위주의 경제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40대 이상 세대에게서 성장 우선이 나오는 이유야 그 당시엔 한국 경제가 실제로 지금에 비해 많이 뒤떨어졌기 때문에 그러한 관성이라고 볼 수 있다면 2030의 경제 성장 우선은 어떤 면에선 특기할만한 경향성이죠.

 

 

위 통계는 어디까지나 경제관을 보여주는 것이고,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제가 느끼는 것도 그렇고 요즘은 각자도생, 이익주의, 이기주의가 강화된듯 보입니다. 나만 살아남고 나만 이익을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협력과 협동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공의 이익을 다소 저해하는 선택을 더 선호하게 되었달까요.

 

인터넷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볼 수 있거나 이야기 들어보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선택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지고 신뢰나 연대, 공감, 유대와 같은 사회적 자본이 고갈되어간다는 의미라고 봐야할 겁니다.

 

 

전 이것이 2030세대가 한창 공부할 시기이자 대학생-사회에 첫발을 내딜 즈음인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이러한 경향성이 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교육, 취업 등 경쟁과 노력을 담론으로 정책을 펼치기도 했고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의 스펙난과 취업경쟁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죠. 그 때문에 스펙보다는 실제 능력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려 하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경쟁이라는 표현은 너무 많은 요소들을 뭉뚱그려 설명하려하는 인상이 있기 때문에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 이를 구체화해보려 합니다.

 

일단, 이 시기의 세대들은 연대와 유대, 협력과 협동보다는 경쟁압력 속에서 개인의 성취를 극대화하는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사교육 논란도 이 시기에 재점화되었고 교육비가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낸다는 통계, 교육 자본에 따른 계층 사다리 문제도 지적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실제 내 주변 학생들 중 뛰어난 성취를 낸 아이들은 몇개월간 어학연수도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고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격차는 점점 커졌고 뉴스에서는 다른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는가, 얼마나 경쟁에서 많은 자원을 차지했는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끌어냈는가를 보도했습니다.

 

화성인 바이러스 같은 프로에서조차 스펙중독자 같은 컨셉의 자격증만 수십개에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 여러 경험, 면접에 최전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등의 고스펙 출연자가 나오기도 했죠. 뉴스에서조차 취업하기 위해 수십만원짜리 헤어샵에 성형까지 하는 사람조차 있었으며, 그 사람들이 수능이든 취업이든 결국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보는 사람들에겐 나도 저 정도는 해야 평균에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다거나, 저 정도는 해야 달성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줬겠지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 당시 교육, 스펙,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쟁은 정말 강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한 이들은 노력에 따른 성취와 목적 달성을 당연시 여기며, 그러지 못한 패배자, 혹은 게으름뱅이에 대한 평가는 반비례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요.

 

 

조금 더 개인 단위에서는, 연대와 협동, 공감을 경험하지 못했던 이들은 내 옆의 친구를 학업성취의 경쟁자로 받아들이게 만들었고 결국 졸업, 혹은 대입할 때쯤엔 이 경쟁에서 살아남았거나 이만한 성과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반대로, 그만큼 노력했지만 이것밖에 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평가내리게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경쟁 과정 동안 국가나 사회에 내가 이만큼 하는 동안 해준 게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죠. 어학연수 지원? 장학금? 그건 자신이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지 복지와 같은 차원에서 받은 게 아닙니다.

 

따라서 복지는 내가 받지 못한 것이기에 다른 이 역시 받아선 안 되고, 그러한 복지가 공정한 경쟁을 무너뜨리는 요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나보다 못한 녀석이 복지의 혜택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내 위치(순위)를 변동시킬 위험성으로요.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나 제도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요.

 

 

그러한 이유로 2030세대는 복지사회와 같은 협력하고, 상생하고, 협동하는 '사회'가 아니라 '나 혼자'의 세계로 축소됩니다. 나 혼자만 잘 살면 되고 나 혼자만 성공하면 되고 나 혼자만 이익보면 되며 다른 이들 역시 알아서 각자도생 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사회적 연대와 협동의 경험을 해본 적이 없고, 그러한 현상에 공감하기도 어려운 시절을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본인들부터가 그러한 것들을 경험해본 적 없고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소합니다. 심지어 거부감마저도 들지요. 그들의 세상은 유기적인 사회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개인의 집합일 뿐입니다. 사회 전체가 이익을 향해 움직이는 거대한 진보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욕망과 욕구에 따라 원하는 바를 실현시키면 그게 곧 사회 전체의 발전이자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으로 세계관이 형성된 것이죠. 이는 보수적 가치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체에 작동하는 복지를 선호하기보단, 개개인의 성공을 도와줄 수 있는, 다시 말해 성장으로 향하도록 지원해주는=그러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복지보다는 성장을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닐까 말입니다. 모두가 잘사는 것보다(정확히는, 모두가 조금 더 나아지는 것보다) 내가 성공하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아래로 가면 지옥으로, 위로 가면 천국으로 가는 계단에서 모두 다 같이 계단 하나를 올라가는 것보단 내가 남들보다 앞서서 10단을 올라서는 게 좋다는 거지요. 남들이야 성공하든 말든 알아서 할 일이고요.

 

 

사회적 자본은 이러한 이들에 의해 피드백 받아 더더욱 고갈이 심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유독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지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나쁘거나 어리석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는 겁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디씨, 일베 등에서 어휘력과 문해력이 낮은 이들이 보이고 있고 그들을 지적하는 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나오는 말들 중 하나가 우리가 옛세대보다 어휘력, 아는 단어가 적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머리가 나쁘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단어 좀 모른다고 머리가 나쁜 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옛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한자어와 옛 단어, 낱말들이 자주 사용되었고, 아예 한글도 아닌 한자가 신문 등 공식 문서와 뉴스에서조차 자주 나왔던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교육 수준이 지금보다 높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단지 당시에 비해 지금 배우는 교육의 질과 양이 모두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지 시대의 차이였을 뿐이지, 40년전, 50년전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지금보다 더 높은 위상과 평균적으로 더 높은 지적 능력을 요구했을 겁니다. 이는 지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중단된 사람이 많았고, 사회가 발전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학 평균 진학률이 낮았습니다.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학 학사 졸업자조차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을 가진 고스펙이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이 지금보다 어휘력이나 문해력이 높았느냐 하는 것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높은 세대로 갈수록 어휘력은 낮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지금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독서의 기회가 적었기에 그런 것입니다. 단, 요즘 세대에서 사용되지 않는 단어 정도는 조금 더 알고 있긴 할 겁니다. 그것들이 사용되었던 시대였기 때문에요.

 

연령별 문해력 점수 분포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420&tblId=DT_42001N_025&vw_cd=&list_id=&seqNo=&lang_mode=ko&language=kor&obj_var_id=&itm_id=&conn_path=

 

 

여튼, 그렇다하여 이것이 높은 어휘력 = 더 똑똑한 사람. 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르는 단어가 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머리가 나쁘거나 사고력, 합리성, 논리력이 미달되거나 부족하다는 뜻은 아닐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수십년전 사용되었던 한자와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은 많은 단어들이 영어 단어 등으로 대체되었다고 생각하면 총량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세대의 평균 수준일 뿐 우리 아래 세대의 어휘력과 문해력에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풍부한 단어를 알게된다는 건, 슬픔의 저 끝에서부터 기쁨의 저 끝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감정의 결들을 하나하나 구분해내는 거에요. 정확히 그만큼의 감정을 정확히 그만큼의 단어로 집어내어 자신의 마음을 선명하게 들여다보는 거죠.  

 

(중략)

 

같은 단어를 알고 있다면 감정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고 같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감정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죠. 정기씨가 저에게, 제가 정기 씨에게.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많은 고난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와 위로가 되도록.

- 가담항설 90화 中 홍화

 

 

많은 단어를 안다는 것은 한가지 현상에 대해 더 다양하고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똑같은 것을 보고도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고 커다란 명제를 더 작은 단위의 논리로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의 기반이 되어줍니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신어'라고 하여 한가지 주제에 곂치는 개념이 있다면 해당 단어들을 폐기하고 더 단순한 단어 하나로 통일합니다. 또한 새로운 단어보다는 간단한 두 단어를 합성시켜서 사용하기도 하죠. 좋다는 Good으로, 나쁘다는 Bad가 아니라 NoGood이라는 식으로요. 이는 대중들의 사고력과 개념 분석능력을 저해시키기 위한 당의 우민화 정책이었습니다.

 

똑같은 것을 보고 더 정확하고 통찰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핵심과 개념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하죠. 자기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자기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며, 자기가 언어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증명입니다.

 

최근 디씨 등에서 보이는 우리 세대 기준으로 너무 낮은 어휘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똑같은 것을 보고도 더 다양하게 설명하고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는 피상적인 해석과 근시안적 시야를 가지게 하는데, 장기적인 계획은 지능이 높을 수록, 지적능력이 뛰어날수록 더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장기적 계획에 취약하고 단기적인 계획, 혹은 근시안적 시야를 가지는 사람들은 지능, 혹은 지적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장기 계획 역시 그러한 경험과 훈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며, 여러 불확실성의 변수들과 불필요성 때문에 아예 그런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거나 아주 단순한 수준으로만 세우는 경우조차 있으며 그조차 언제든지 폐기, 수정이 가능한 경우들이야 정말 무수하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어휘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더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덜 똑똑하고 논리적 사고 능력이 다소 부족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휘력이 높아야만 똑똑한 게 아니라, 어휘력이 사회에서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부족한 사람은 특별히 더 머리가 나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 이유로 전 어휘력이 낮다고 멍청하다는 건 아니다. 라는 말을 부정하는 편입니다. 어휘력이란 특별히 국어사전을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거나 하는 식으로 익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 대부분은 글을 읽는 것에서 시작했고, 그렇게 완성된 것입니다.

 

인터넷 글이든 책이든 더 많은 단어와 어휘, 문장, 낱말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휘력을 늘려왔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면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을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문장의 맥락에서 그 속뜻을 유추하고 사용례를 보면서 그 유추가 정확했음을 확인/교정받습니다.

 

다시 말해, 어휘력이 낮다는 건 그만큼 책이나 글을 덜 읽었다는 것이고, 많은 단어들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책을 많지 보지 않았다는 것은 지식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어휘력은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단어, 지식을 접했느냐를 유추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은 당연히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되지 않은 단어들은 늘어가고 있고 우리 세대와 이전 세대,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가 사용하고 익힌 단어들의 숫자와 종류는 달라지는데 그러한 시대적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어휘력만으로 일괄적으로 지적능력의 고하를 구분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거나, 구한말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휘 중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 어려운 말과 단어들이 줄곧 쓰였는데 그 사람들이 지금 기준으로도 더 똑똑한 사람들이냐, 아니면 단지 당시 사용되는 단어가 그러한 것들이 많아 단순히 체득한 단어만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냐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실제 사회생활이나 업무 활동에 있어서 대단한 어휘력이 필요한 건 소수의 직종 뿐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 잘만 한다. 어휘력으로 추측할 수 있는 지적능력과 실제 지적능력 및 그 활용 현실은 아무 관계 없거나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의 초반부터 그러한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인문학적 소양과 직장업무 능력이 직결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비중이 크기 위해선 사람을 알고 다루는 일을 할만큼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할 것입니다. 인문이란 인류가 쌓아온 문명을 연구하는 것이고 이 거대한 개념은 세부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 인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나름의 답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재료들이 됩니다. 

 

그런 이유로 전 인문학적 소양으로 대표될 수 있는 더 많은 책을 읽는 것과 그것을 유추할 수 있는 어휘력이 아무런 상관이 없느냐 하는 것에도 역시 부정적입니다. 또한 모든 책이 인문학 책인 것도 아니고 공학, 수학 등 비인문적 책들도 있지만 그러한 책에서도 최소한의 소양은 필요합니다. 이 단어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고 뭘 의미하는 지 아는 것 바로 그 자체 말입니다.

 

1.자기 언어의 부재, 철학의 부재.
 
예전에 미국 쪽에서 이걸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게 있었습니다. 대충 10년쯤 전 내용이라 정확하게 토씨 하나하나 기억나지는 않지만, 요는 평소에 불만이 많고 다소 반사회적이었던 이들에게 철학책을 주고 그것을 계속해서 읽도록 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임무를 잘 수행했고, 나중에 가서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많은 것에 불만이었지만 왜 불만이었고 뭐가 문제였는지 알지 못했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 화가 났고 무엇에 화가 났는지 모르니 아무 곳에나 그것을 분출했다. 그러나 철학책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하자 문제들이 보였고 그것을 설명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정확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제가 기억하는 맥락은 이러했습니다. 즉, 그들은 사회현상과 정치현상, 그리고 그것을 지배하는 철학적 기반에 대한 지적 부재가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로 다가왔고, 그 때문에 뭔가 불만은 있는데, 그 불만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거죠. 해소될 수 없는 불만이니 아무렇게나, 아무에게나 터져나왔던 겁니다.
 
분노했지만, 무엇에 분노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극단주의에 쉽게 경도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사색의 기반이자 자기 언어를 가져다주는 것은 더 '깊은 생각'을 가능하게 해준 철학입니다.


왜 저소득층은 독재자-극단주의 세력을 선호하는가? (https://konn.tistory.com/753)

 

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언어적으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표현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크게 드러내는 때가 바로 정치인이나 정치적 현상을 대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정치인이 싫다고 하지만 정작 물어보면 정확히 왜 싫은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냥 싫다, 아무튼 개새끼다.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정치인을 싫어하기는 하는데, 왜 싫어하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인 거죠. 그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냥 싫기는 한데, 스스로도 돼 싫어하는지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언어로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스스로도 그걸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싫어하느냐, 여러 뉴스들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어떤 뉴스를 보고 어떤 정치인에 대해 어떠한 인상을 가질 수 있을만한 내용을 보지만 그것들은 따로 기록하거나 기억해두지 않으면 금방 잊혀집니다. 이는 어떤 사건에 대해 시기, 상황, 심지어 당사자인지 아닌지 사람조차도 헷깔릴 수도 있게 됩니다. 단기기억으로만 남고 장기기억으로 잘 남지 않는 내용들인 셈이죠.

 

그렇게 구성된 이미지가 그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로 이어지는 거고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누구는 싫다.가 됩니다. 따지고 보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스스로 설명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무언가가 딱히 없죠. 최소한 당장 머리속에서 찾아낼 수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1984의 당은 신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개념을 사고할 자유성를 억압했습니다. 생각은 언어에 묶이고 단어에 휘둘립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단어를 사용할 수 있고, 다른 단어에서 다른 정서를 느낍니다. 이는 다른 감성과 다른 과정이 되어 다른 결론으로 이어지죠.

 

복잡하여 정확히 규정해야할 현상을 그렇지 못한 언어로 해석하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 사회적 현상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소통에서조차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소 뭉뚱그려 커다란 개념으로서만 전달시키고 받아들이게 될 수 있습니다.

 

꼰대 같을지 몰라도, 전 이게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사실, 예전에 했던 말들의 재탕이긴 한데, 그냥 그 말들을 적당히 모아 새로 글 하나로 다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자기 언어의 부재, 철학의 부재.

 

예전에 미국 쪽에서 이걸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게 있었습니다. 대충 10년쯤 전 내용이라 정확하게 토씨 하나하나 기억나지는 않지만, 요는 평소에 불만이 많고 다소 반사회적이었던 이들에게 철학책을 주고 그것을 계속해서 읽도록 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임무를 잘 수행했고, 나중에 가서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많은 것에 불만이었지만 왜 불만이었고 뭐가 문제였는지 알지 못했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 화가 났고 무엇에 화가 났는지 모르니 아무 곳에나 그것을 분출했다. 그러나 철학책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하자 문제들이 보였고 그것을 설명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정확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제가 기억하는 맥락은 이러했습니다. 즉, 그들은 사회현상과 정치현상, 그리고 그것을 지배하는 철학적 기반에 대한 지적 부재가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로 다가왔고, 그 때문에 뭔가 불만은 있는데, 그 불만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거죠. 해소될 수 없는 불만이니 아무렇게나, 아무에게나 터져나왔던 겁니다.

 

분노했지만, 무엇에 분노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극단주의에 쉽게 경도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사색의 기반이자 자기 언어를 가져다주는 것은 더 '깊은 생각'을 가능하게 해준 철학입니다.

 

 

2.정신력과 인지력.

 

...몇몇 심리학적 연구결과를 보면 까다로운 인지작업과 유혹의 도전을 동시에 받는 사람들은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매우 중요한 일이니 1~2분 동안 7자리 숫자를 기억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숫자에 집중하는 동안, 건강에 해로운 초콜릿 케이크와 건강에 이로운 과일 샐러드라는 두 가지 디저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실험 결과를 보면 머릿속이 온통 숫자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유혹적인 초콜릿 케이크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 시스템 2(이성)가 바쁘면 시스템 1(본능, 직관)이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 시스템 1은 단 것을 좋아한다.

'인지적으로 바쁜' 사람들은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성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피상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인지 부하가' 자제력을 약화시키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불면과 마찬가지로 음주도 똑같은 효과를 낸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동료들이 수행한 일련의 놀라운 실험들을 보면 인지적이건 감정적이건 신체적이건 상관없이 모든 다양한 자발적 노력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정신 에너지의 공유풀에 의존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나 자제력 유지 노력이 피곤한 일임을 거듭 확인했다. 억지로 뭔가를 하도록 자신을 독려해야 한다면, 다음 도전이 닥쳐왔을 때 자제력을 발휘하려 하지 않거나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든다. 이런 현상을 '자아 고갈'이라고 한다.

- 다니엘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정치적 현상과 메시지들을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인지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그것을 설명하고 분석할 수 있을만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스스로 공부하지 않은/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남들보다 더 각박하고 고난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당장 자신의 삶에 집중해야할 시간과 정신력, 체력이 많이 할당되고 정치, 사회적 현상을 파악에 할당되는 자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새벽 6시에 일어나 첫차타고 일터로 나가 6시까지 일하고 7시부터 11시까지 일해서 12시에 돌아오는 아주머니가 정치, 사회적 현상에 대한 복잡한 이론을 이해하거나 스스로 전개할만한 능력은 부족할 겁니다. 이는 배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만큼 일에 정신력과 체력이 소모된다면 일과 무관한 복잡한 지적 활동을 하기 어렵겠죠.

 

저소득층은 교욕수준에서부터 정치현상을 파악하고 판단하기에 지적, 철학적 기반이 부재된 경우가 많고, 자아가 고갈된 사람들이기에 깊게 파고들어 분석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삶에 여유가 없기에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판단할 정신적 여유가 없고 뉴스를 보며 인지 자원을 동원한 작업을 하기 어려우니 더 간단한 말과 더 직관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지지를 표하게 됩니다.

 

더불어 그들은 자신의 삶에 있던 불만들을 해소해줄 것 같은 언어들을 씁니다. 이명박은 물론, 박근혜 정권 역시 선거철만 되면 사회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포퓰리즘 공약을 내거는 것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약 플래카드들은 대표적인 예시라 해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언제나 뒤통수를 맞고, 그럼에도 잊어버립니다. 당장의 삶이 고난하기에 정치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던 일을 계속 기억해두는 것조차 힘겹기 때문입니다.

 

 

3.선동과 액션의 중요성.

 

더 간단한 표어와 더 직관적인 메시지는 선동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과적인 것을 넘어 가장 이상적입니다. 선동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기실 이 선동이라는 단어는 꽤 중립적인 용어인데, 가령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나 복지를 밀어붙힐 때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것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설득은 논리적이고 많은 근거를 제시하며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간단하고 경제적으로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죠.

 

국민들에게 여러 데이터를 제시해봤자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물론이며,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고, 오히려 그러한 데이터를 반박하고 논쟁을 시도하는 이들조차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과 논쟁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법안이라도 그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을 선동해서 원하는 목표를 이뤄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필요하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고, 그 이상으로 나쁜 결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선동의 예시로 문재인 친중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문재인이 중국몽을 언급한 원문을 본 사람은 교묘하게 중국을 비판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친중설을 선동하는 이들은 문재인 중국몽까지만 언급하며 왜곡하죠. 아주 간단하고 직관적인 한 문장만으로 맥락은 뒤집혔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재경부는 미래를 위해 돈을 아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추경이나 지원은 불가하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지속적으로 밝혔습니다. 실제로 연금 문제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예정해놓은 문제이고, 어떠한 해법이나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지원 정책에 꽤 미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 역시 많아졌죠.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을 선동하여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관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보수 세력은 진보 세력에 비해 이러한 선동적 능력이 탁월하며, 동시에 보수 지지자들은 진보 지지자들에 비해 이 선동에 더 쉽게 넘어가고 더 빠르게 감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보수 지지자들의 수준이 진보 지지자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극우보수는 가짜뉴스에 더 쉽게 속으며, 스스로 그 가짜뉴스를 만들고 배포시키고, 그렇게 유포된 가짜뉴스에서 새롭게 생성된 컨텐츠가 스스로 속아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소득층은 더 직관적이고 간단한 극우보수의 선동에 더 쉽게 넘어가는 것이고, 그들이 TV에서, 언론에서 보여주는 직관적인 쇼들을 쉽게 이해합니다. 고고한 진보주의자들은 그러한 쇼를 하지도 않고 잘 볼 수도 없습니다. 그들의 말과 언어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들이라 머리만 어지러워져 쉽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극우보수의 언어는 쉽고 간결합니다. 단순해서 이해하기 쉽죠.

 

물론 이 쉽고 간결한 언어가 어떠한 왜곡을 낳고 얼마나 피상적인지 알 겁니다. 그런만큼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제대로된 해결이나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죠. 오직 더 나쁘게 되는 거 빼고는요.

 

독재자들의 액션들 역시 매우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게다가 화끈하기도 하죠. 말 한마디면 높으신 분도 앞에 나와서 굴복해야 합니다. 강력한 메시지들은 우리의 적을 분쇄해야 한다는 믿음과 확신으로 가득차 있고, 그들은 정말로 문제입니다. 문제는 해결되어야 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죠. 따라서 강한 이미지를 가진 이들,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강한 워딩을 쓰는 매파에게 지지를 표합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떤 피해와 손해로 돌아오며, 그들이 진짜 매파인지, 아니면 치킨호크인지, 아니면 그조차 아니고 단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스트롱 워드를 사용하는 것인지도 고려하지 않고 파악할 능력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이익을 돌려줄 것이며 자신의 삶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들이 어떻게 망가질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애당초 관심도 없습니다. 당장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한 문제이고 높으신 분들이 얼마나 빼쳐먹든 내 돈은 아닐 것이며, 권력자들이 자기 밥그릇을 어떻게 빼앗기고 누가 차지하든 그 역시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죠.

 

심지어 경제, 복지, 노동 정책의 변화로 인해 진짜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되고 피해를 입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을 파악하려면 자신의 한 표가 만든 정치인이 경제, 복지, 노동 정책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기존과 어떤 것이 다르며 그러한 결과 어떠한 절차를 거쳐 어떤 이유로 자신에게 이러한 변화(손해)를 입혔는지 알아야 합니다. 몇가지 과정을 아무리 단순화 시키더라도 자신이 뽑아준 정치인이 바꾼 정책이 자신에게 어떻게 돌아왔는지 이해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합니다.

 

심지어 주변에 그걸 잘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어려워졌으니 어려워졌고 윗 사람이, 공무원이 개새끼라 그런갑따 할 뿐이죠. 한번도 삶이 편했던 적이 없으니 어려운 삶에 적응한 사람들입니다.

 

 

4.내 계급적 이익과 이념적 지향.

 

때로 이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너무 어려운 사람들 말고 조금이라도, 살짝이라도 더 여유로운 이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내가 뽑아줄 정치인이 복지, 의료, 노동, 취업에서 나와 내 가족들에게 불이익을 안겨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정치적 사상과 이념에 있어서 상대 정당의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사람들 말입니다.

 

내 취업 조지고 내 동생 교육 조지고 내가 취업했을 때 더 많은 시간 노동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내 엄마아빠 병원비 더 비싸지고 우리집 월세 더 오르며 우리 집안 지원금 더 줄어들어도 반미친중친북 빨갱이 페미 민주당에게 정권을 줄 수는 없다는 사람들.

 

부정부패 많이 저지르고 인성 문제 있고 범죄자인 것도 알지만 빨갱이 민주당에게 나라를 넘겨줄 수 없다며 이명박 찍어준 사람들, 정치적 능력은 의심스럽고 인격적으로 덜 성숙했고, 아버지 후광으로 지지 받는 거 다 알지만 빨갱이 민주당에 정권 못 준다며 박근혜 찍어준 사람들. 다 알고 하는 겁니다. 다 알고 하는 건데 민주당이 반미친중친북 빨갱이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모릅니다.

 

이건 자기 삶과 별개로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더 큰 거대담론과 이념, 사상을 지향하며 표를 던지는 이들입니다. 세금이나 부동산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며 민주당에 표를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미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세계관적 믿음입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尹 측 "시진핑과 北 ICBM 긴밀 협의..당선인 통화 이례적"(종합)
https://news.v.daum.net/v/20220325095536656?x_trkm=t


두 사람의 통화가 성사된 배경에 대해선 "물론 시 주석이 당선인 신분의 국가차기 지도자와 전화 통화를 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며 "추측컨대 새롭게 시작하는 윤 정부의 한중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다만 "관례상 누가 먼저 전화 요청을 해왔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상호존중을 하고 호혜정신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가 이뤄질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예상했던데로 윤석열 당선인은 취임 이전, 당선 직후부터 빠르게 친중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화할 수는 있죠. 근데 전례를 하나 살펴보자면, 그 이명박 시절에서 첫번째는 미국, 두번째가 일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중국은 당시 한국에 별 개지랄을 떨었었죠. 또한 중국은 대통령이 되지 않은 당선인에게 통화를 걸지 않습니다. 근데 이게 윤석열 때 갑자기 바뀐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낫습니다.

 

숱한 기사에서 마치 시진핑이 먼저 전화를 건 것처럼 은유하는 경우가 몇개 보였는데, 엄밀히 말해서 누가 먼저 걸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라고 합니다. 근데 누가 했을지는 뻔하거든요. 외교 초등학생 윤석열이 외교감각 하나도 없이 무엇무엇이 필요하니 전화 걸어서 이야기해보면 되겠지. 정도로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교에 대해 공부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경험해본 적도 없습니다. 검찰 시절 누굴 만났고.. 그런 거 다 의미 없습니다. 실제 외교 필드는 그런 거 이상의 자리입니다. 특히 국가 지도자급의 외교는 어마어마한 전략사단을 데리고 해야하는 일이죠. 

 

 

자, 그럼 저 기사 하나만 가지고 생각해봅니다.

 

북한 ICBM 문제로 통화를 해야한다면, 대북정책을 같이 하는 미국이 되어야 합니까, 중국이 되어야 합니까?

 

바로 이 지점이 문제가 됩니다. 미국은 윤석열의 이와 같은 행보를 친중, 레드팀으로 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누가 먼저 전화를 했는지 역시도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중국은 자칭 대국이기 때문에 일개 소국인 한국에 먼저 전화를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죠. 북한이 문제국가인 건 맞지만 중국보단 한국, 미국에게 문제가 되는 녀석들이거든요. 그러니 북한 문제에 적극성을 띄어야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고 한국과 미국입니다.

 

근데 그런 문제로 전화를 했다면, 당연히 윤석열이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죠. 중국에게 대국이라는 자존심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특히 전랑 세대들이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중국 지도부 쪽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건 절대 아니고요.

 

그러니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ICBM 문제에 대해 미국과 통화를 해야 합니다. 먼저 통화를 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미국과 통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근데 미국을 거르고 중국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국의 반응을 살펴봅시다.

 

[속보]시진핑, 윤 당선인에 "중국은 언제나 한중 관계 중시"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325_0001808367&cID=10101&pID=10100

시진핑 "국제사회 협력, 공급망 안정 함께 노력하자" 
https://www.sedaily.com/NewsView/263K0LHE8M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은 영원한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항상 한중관계를 중시한다”며 “쌍방의 공동 노력으로 한중 관계는 급속하게 발전해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쌍방은 이 기회를 통해 상호 존중을 견지하고 정치적 상호 신뢰를 강화하며 인문 우호를 강화하고 중한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한중관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건 윤석열 정부가 외교를 잘한다. 가 아니라 레드팀 행보를 중국이 기쁘게 받아먹고 있는 겁니다. 말하자면 박근혜 전승절이 어른거리는 상황인 거죠. 중국은 지속적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은 이번 정권에서의 관계 개선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그 이유는 윤석열이 훨씬 만만한 상대고, 원하는데로 움직이기 쉽다고 판단한 것이라 봐야 합니다.

 

더불어 공급망이라는 워딩이 나왔는데, 현재 미국은 중국을 국제 서플라이에서 퇴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자국의 이익과 경제를 위해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여러 나라들이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건 사실이었거든요.

 

근데 여기서 중국이 한국에게 공급망 안정을 이야기 한다? 쉽게 말해서 중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내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자원을 한국에게서 공급받겠다는 의미입니다. 네, 레드팀이 되라는 말이죠. 이걸 단순히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이해한다면 정말 감각 없는 겁니다.

 

그리고 딱 하나만 더.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라고 말했습니다만, 중국은 동반자이고 미국은 동맹입니다. 바로 이 기본적인 외교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윤석열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대화 중인 거고요.

 

尹당선인, 習주석에 “北 완전한 비핵화 실현 위해 긴밀 협력하자”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20325000579

특히 윤 당선인과 시 주석은 고위급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해 한중관계 현안을 잘 관리해 나감과 동시에, 공급망, 보건, 기후변화, 환경(미세먼지 등),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속보] 尹당선인-시진핑 "이른 시일 만남 위해 긴밀소통"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32518542339326

 

바로 여기에서 또 나오죠. 공급망이라는 단어. 나머지는 어디까지나 자기네 국력과 국익에 해가 되지 않거나 충분히 조정 가능한 것들입니다. 근데 공급망은 또 이야기가 다르죠. 앞서 말했듯이, 공급망은 다양한 의미가 함의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식량을 팔아도 우크라 전쟁에서처럼 국제 식량 가격에 변동이 옵니다. 식량 공급망은 사람들이 망각하기 쉬운데, 정말 중요한 물류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당장 한국 식자재 가격 상승한다고 말 꽤 많죠. 우크라-러시아 전쟁 때문에 연어 가격이 높아졌다던가 아예 공급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슷하게 밀, 콩 역시 중요 자원 중 하나이고 중국은 몇해전 가축 먹일 콩이 부족해서 사단난 적이 있었고요.

 

근데 그 서플라이에 한국이 낀다면? 중국은 내수 부담이 줄어들 겁니다. 만약 한국이 미국 압박에 수출을 줄이거나 중지한다면? 중국은 한국을 때릴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생기는 거죠. 물리적이진 않을 거고, 경제적인 제재, 보복이겠지만 우린 이미 한한령을 경험해봤습니다. 크고 작은 중국의 경제제재 역시 겪어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식량이 아니라 반도체 같은 걸 생각해보십시오. 차량을 생각해보시고, 석유나 등유 같은 걸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무역 의존도를 생각해보십시오. 중국은 다시금 한국이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아지길 바라는 겁니다. 그래야 구워삶기 쉽고, 때릴 때 세게 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진핑과 만난다고 합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제가 아는 한 문재인이 중국으로 간 적은 박근혜 정권이 싼 똥인 사드 수습하기 위해 딱 한번을 제외하면 없고, 시진핑이 한국으로 온 적 역시 없습니다. 사드 수습을 제외한 문재인과 시진핑의 만남은 G20에서, 그리고 두번째가 베트남 쪽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다른 나라 다 가고 많이 만났지만 중국만큼은 안 갔습니다.

 

경쟁국가, 어중간한 잠재적 적국 관계는 물론이고 자유세계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최상위 동맹인 한국이 중국에 가는 것이나 반대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지도자가 한국에 먼저 오는 건 국가 자존심은 물론 국제사회에 더니는 메시지가 됩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당선이 되거나 대통령이 되면 국가정상들에게 전화를 하는 순서조차도 이 정부가 앞으로 어느 나라를 외교적으로 우선하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근데 윤석열과 시진핑의 만남이라면 누가 어디로 먼저 갈 거 같습니까? 

 

제 눈에는 전승절 시즌2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그리고 미국은 그러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조 바이든은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게 좋은 베팅인 적이 없었다.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하겠다.”라고 한 바가 있습니다. 조만한 한국은 그만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겁니다.

 

가령, 기시다 정부가 한국에 몽니 부렸다 아직까지도 방미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5월달을 주시하시고, 기억해두십시오. 미국은 5월 중 한국과 일본의 방문 일정에서 한국이 일본의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런 요구가 나왔습니다.

 

바이든에 "4월에 일본 와달라"는 日 총리…일정조율 까닭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8403

역대 미국 대통령은 동아시아 순방시 한국과 일본을 함께 방문하는 게 관례였다. 당초 계획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5월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일하면, 이후 한국에 들러 그달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가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달라지면, 윤 당선자가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에서 어떤 행위를 위한 명분은 목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한국이 MD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군사력을 증강시키기도 하고, 미국과 훈련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되기도 하죠. 가령, 북한이 도발을 했는데, 미국은 그에 대한 대응으로 동해가 아니라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한 바가 있듯이요.

 

일본은 호주 총선을 명분으로 댔지만, 기존 한국과 일본을 함께 방문하는 관례를 깰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유? 윤석열의 레드팀 행보 때문이거든요. 취임도 아니고 당선 며칠 지났다고 곧바로 친중 행보를 보이니 중국도 그렇겠지만 일본 역시 매우 즐거울 겁니다. 위협적인 경쟁국가가 알아서 일본의 하위 구조로 편입될 것처럼 보이거든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순진한 거고요. 미국이 윤석열의 행보 때문에 저 제안을 받거나 어느 정도 절충하여 한국에 불이익을 주는 모양새를 만든다면 정말 확실해지는 겁니다. 미국 역시도 윤석열의 행보에 제재를 걸 것이라고요.

 

 

마지막으로, 문재인 중국몽 하나로 친중정부, 친중대통령이라는 '틀린' 프레임을 씌우며 공격했던 사람들, 대중은 물론이고 기자들은 윤석열의 빠른 친중 행보와 레드팀 행위에 대해 제대로 비판은커녕 지적조차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문재인이 하면 일반적인 대화조차도 나라를 팔아먹는 음모가 되는 나쁜 친중이고, 윤석열이 하면 합리적인 외교를 위한 착한 친중이 되는 겁니까? 전혀 그렇지 않죠. 근데 지금 뉴스에서, 각종 커뮤니티에서 뭐라고 하는 줄 압니까? 친중이라는 말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 중이죠.

 

그만큼 대중들이, 심지어 기자는 물론이고 국힘당과 윤핵관 다수가 국제정세에 무지하고 사리분별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 세계관에서 윤석열은 반중 강경론자로 친중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언론에서 친중 프레임은커녕 그 은근한 분위기 조장조차도 하지 않으니 윤석열이 친중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애초에 사람들 대부분이 뭐가 친중이고 뭐가 아닌지 모릅니다. 심지어 윤석열 본인부터가 자기가 친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요. 이건 윤석열 뿐 아니라 국힘당 다수와 윤핵관 대부분이 다 그렇습니다. 극우보수들은 자기들이 정권을 잡고 뭔가 해야할 때 자기들이 뭘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입니다.

 

오직 헤게모니 싸움과 국내 정치에서 기득권 확보를 위해 합법과 비합법을 넘나드는 수단을 활용하여 유지하고 그에 대한 도전을 응징하는 것에만 유능하죠.

 

따라서 윤석열과 그 주변인들 역시 자기들이 하는 것인지 친중인지 중립외교인지 알지도 못하고, 친일인지 정상적인 외교활동인지 구분도 못합니다.

 

애초에 그런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관 속에서 논리가 작동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라 그렇습니다. 

 

 

제가 전에 말했죠. 은근히 친중적이고 거침없이 친일적일 거라고. 지금 윤석열이 하고 있는 행보가 그 은근한 친중입니다. 아니, 사실 이 정도면 굉장히 대놓고 친중하고 있는 레드팀 행위입니다. 언론이 그런 뉘앙스를 보이지 않고 대중들에게서 친중한다는 비판이 안 나오니까 친중이 아닌게 아닙니다.

 

이럴 때 문재인 친중이라고 욕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합리적인 척을 할 겁니다. 원래 적이 하면 레드팀이고 우리가 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무언가가 되죠. 윤석열이 친중 행위를 하는 걸 욕하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아니 그럼 중국이랑 외교 안 함?;;; 아무리 그래도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인데다 서로 이것저것 얽혀서 명분 줄 이유가 어딨음?..;;;" 이라고 할 겁니다.

 

선택적 합리죠. 이런 태도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 엄청나게 많이 봤던 겁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2보] 중국 "尹 당선 축하…한중은 떨어질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

https://www.yna.co.kr/view/AKR20220310143251083?input=1195m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당선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중국은 윤석열 당선인이 한국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양국이 함께 노력해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양국 국민에 더 큰 복을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자오 대변인은 "한중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자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올해는 중한 수교 30주년으로 30년 동안 양국관계는 빠르게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尹당선인 "한중관계 발전 확신" 시진핑 "우호협력 심화" 축전(종합2보)
https://www.yna.co.kr/view/AKR20220311068852001?input=1195m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사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면담에서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지도자 역할이 중요하고, 책임 있는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길 우리 국민이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또 한중 고위급 회담 정례화를 강화해 한중 수교의 의미를 발전시키자고도 했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주한 미국 대사대리보다 중국 대사를 먼저 만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제일 먼저 통화했다"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답했다.

 

이렇게만 보면 특별할 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일단 외교 무대에서 누군가 당선되면 그 사람에 어떤 문제가 있든 그것과 무관하게 좋은 말을 하고 정제된 표현을 씁니다. 어차피 자기 나라 일도 아니고 남의 나라 일이기 때문이죠. 어찌됐든 외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걸 얻고 볼 손해를 피하기만 하면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그건 특별할 게 없습니다. 원래 당선 이후 전화 통화 순서는 그 자체로 외교적 메시지이다보니 누구와 먼저 통화하고, 얼마나 오래 통화하는가마저도 분석 대상이거든요. 미국 대통령과 가장 먼저 통화하는 건 정말 특별할 거 없이 당연한 일입니다. 근데 실제로 얼굴을 보고 만나는 건 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 가장 먼저 만난 것이 기초적인 중요한 이야기는 바이든과 먼저 했다고는 해도 단순 축하를 받기 위해서도 미 대사보다 중국 대사를 먼저 만난 것은 두가지 볼만한 게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만큼이나 중국을 우선시, 중요시 했다는 거고 이는 윤 당선인 본인이 중국을 어느 정도의 무게감으로 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선제타격이니 반중이니 지지자들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거죠.

 

두번째는 중국이 윤 당선인을 어떻게 여기는지인데, 사실 문재인 정부 당시 왕이가 21년 9월 경 방한 했을 때 뺨 석대 맞고 돌아왔다고 평했습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말했죠. “왕이(王毅) 부장이 이번 방한(訪韓) 전후 뺨을 석 대나 얻어맞았다. 중국 지도부 관점으로 보면 대형 사고다.” 그만큼 중국의 한국 외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윤석열은 주변국 입장에서 아주 만만한 아마추어로 보일 겁니다. 빠르게 접근해서, 가늠해봤을 겁니다. 미리 사전작업 해놓는 거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평범한 축하, 관계 다지기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기사를 보십시오.

 

中 관영매체 "사드, 한국 내정 사안으로 여길 수 없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311048100083?input=1195m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한국의 내정과 주권의 문제로 여길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자국의 안보에 대한 한국의 정당한 우려를 존중하지만 진정한 안보는 공통적이고, 포괄적이며, 협력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드를 (한국의) 내정과 주권의 문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에 쐐기를 박는 것"이라고 했다.

(중략)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에서 3불 정책에 대해 "폐지할 필요도 없는,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우리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하면 판단하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11일입니다. 윤 당선인을 축하하는 날 곧바로 중국 관영 영자지 매체를 통해 저러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영자지에 올렸다는 것은 외국인들 보라고 쓴 기사라는 겁니다. 정확히는, 한국 관계자들 보라고요.

 

심지어 말하는 바의 근거조차 본인이 했던 말이죠. 중국이 사드 배치를 민감하게 여기는 이유는 전에 다른 글에서 설명했듯이, 탄도탄, 미사일 전력을 동원한 중국의 한국 제압력이 약화된다는 게 이유입니다. 즉, 사드를 빼거나 약화시키라는 것은 한국의 안보능력을 약화시키라는 메시지죠.

 

물론 윤석열 본인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라는 말을 했지만, 그건 미국이 팔아야 도입을 하는 거고, 그걸 떠나 중국은 한국의 새 대통령, 새 정부에게 꾸준한 압박과 공작을 시도할 겁니다.

 

 

왜냐고요? 더 만만한 상대거든요. 완숙해진 경력과 실력 있는 행정가, 정치인, 외교적 안목을 검사 받은 이재명보다 검찰질 말고는 해본 적도 없고 꼴랑 6개월 날로 정치하고 대통령된 윤석열이 더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윤 정부를 강력하게 통제할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왜냐면 미국이 가장 걱정하고 싫어하는 게 바로 5년전 정권, 박근혜 정부 당시 전승절에 참여하는 거대한 트롤짓을 다시 보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실제 외교 필드에서 본인이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할 때 짧은 식견과 안목, 중국의 기센 외교관의 압박과 교활한 언변에 어떻게 넘어갈지 모릅니다. 외교 필드에서 이루어지는 언어들은 매우 정교한 외교적 수사입니다. 이쪽 언어와 의미 파악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글자 그대로와 다른 의미를 읽어내지 못해요.

 

따라서, 중국에게 이번 당선인의 등장은 기회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기사를 보십시오. 3월 12일자 뉴스입니다.

 

中 인민일보, 1면에 '尹 당선' 시진핑 축전 실어…"한중은 협력 동반자"
https://www.news1.kr/articles/?4613353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소식을 1면에 실었다.

인민일보는 11일자 신문 1면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중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수교 이래 한중 관계는 빠르게 발전해 양국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관계가 "지역 및 세계 평화, 안정, 발전 및 번영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양국 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한국과는 수교 초심을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시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추진해 양국과 국민을 행복을 가져다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역시 일반적인 축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1.이러한 메시지를 연달아서 던진 점. 2.인민일보에, 그것도 1면에 올렸다는 점. 3.그걸 보는 대상은 중국 내국인이라는 점.

 

이렇게 3가지 살펴본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저런 기사들이야 몇번이고 올라올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소식 다른 언론들이 배껴서 올리기도 하고 그러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게 인민일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인민일보는 중국공산당 정책과 이념을 홍보, 선전하는 공산당의 기관지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환구시보 역시 인민일보의 계열사죠.

 

즉, 저러한 메시지는 단순히 중국의 한 언론에서 다뤘다. 정도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시각과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투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에 해석할 구석은 거의 없습니다만, 저러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인민일보를 통해 내국인에게 전달되는 것은 조금 다른 맥락을 발생시킵니다.

 

마찬가지로, 단순한 축전이고 관계개선을 요망한다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중공이 긍정적으로 다뤄주며 새로운 한국 정권에 중립적 기대를 하게 되는 경우, 다시 말해. 기존 한중관계보다 진일보할 수 있는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태도를 기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기사 한두 개에 자기 생각을 홀라당 바꾸는 바보들은 아니지만 최소한 다음을 기다리게 만드는 역할 정도까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진짜 볼만한 부분은 일본의 태도입니다.

 

日기시다, 윤석열 당선인과 전화통화…"냉각된 한일관계 개선 의향전달"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311_0001790043&cID=10101&pID=10100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15분 간 이어진 통화에서 윤 당선인에게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한편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보도했다.

그는 또 태평양전쟁 중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북한의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일 양국, 또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도 확인했다 NHK는 전했다.

 

한일관계에서 현재 가장 민감하고 중요하게 다뤄줘야할 문제들을 당선 직후부터 언급했습니다. 모든 외교, 첩보라인에서는 타국 대통령이 바뀌었을 경우 그 이전부터 미리 프로파일링을 진행합니다. 처음 트럼프 당선 당시 중국에서는 트럼프가 출연한 쇼 프로그램을 정주행 해야 했다고 했을 정도로 고생했다고 하죠. 그래서 해당 정치인, 외교관, 대통령 후보자들이 과거에 어떤 발언을 했고 어떤 행적이 있었는지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건 다 하는 일입니다.

 

윤석열은 자위대가 한국에 주둔할 수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을 정도로 친일적인, 정확히 말하자면 극우보수가 일본을 대하는 저자세적인 태도와 한국 책임론을 주장해왔습니다. 일본이 뭘 했든 한국이 잘못한 거라면서요. 따라서 일본 입장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정말 다루기 쉬운 먹이감입니다. 만만하다는 거 이거죠.

 

박근혜 정부 시절 오바마 정권의 입김이 있었다지만 결국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한국에 불리한 방식으로 끝내려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가치관, 세계관을 가진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협조'하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래서 눈여겨볼만한 문장은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설명하고' 부분과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협조나, 논의가 아닙니다.

 

입장을 설명하고, 대응을 요구한다. 우리가 말하는데로 너희가 행동하라는 겁니다. 저런 건 일방적인 명령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표현이죠. 물론 외교관계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고,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나올 수 있는 강경한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그걸 친일적인 성향을 지닌 윤 당선인에게, 당선된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할만한 표현은 아닙니다. 일본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시선입니다. 이제야 자기 자리(일본의 아래)로 돌아왔다고 여기는 거죠.

 

 

다음 기사를 보시면 아주 노골적인 입장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사히 "윤석열, 日기업 자산매각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명히 밝혀라"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2031202109919607006&ref=naver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징용 등) 배상 판결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피고인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일본 유력매체가 12일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윤 당선인이 징용 및 위안부 등 역사 문제와 안보·경제 관련 한일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공약한 것을 거론하면서 "일본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한국 법원에서) 배상 명령을 받은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조치"라고 전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우선 현금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새 정부의 생각을 명시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일본 정부와의 새로운 교섭 태세를 서둘러 정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에도 (한국과의) 대화를 쇄신하기 위한 유연성이 요구된다"며 "한국의 정권 교체를 대립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역사 갈등 현안에 대해 '일본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제시해야 한다'는 경직된 자세를 고수해왔다.

(중략)

도쿄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한일 양국 간에는 징용 및 위안부 등 역사 문제로 정상 간 의사소통도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됐다"면서 "(한국에서의) 정권 교체는 관계 개선의 호기"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는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유연한 외교 자세로 (한국의) 새 대통령과 마주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주문했다.

 

내용 중 대북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건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무관한 편이니 그 부분은 뺐습니다. 다만 일본 역시 당장 동아시아 안보 상황이 악화되는 건 바라지 않는다는 것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고만 넘어가겠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놓고 적나라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본인 공약을 거론하며 배상 명령을 받은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교섭 태세를 서둘러 정비하라고 하죠. 즉, 우리 피해를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한 거고, 빨리 우리랑 대화하러 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며, 일본이 스스로 한국으로 가는 것은 자존심 상하니 니들이 먼저 와서 조아리라는 겁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서 니들이 먼저 와라. 니들이 먼저 개선을 보여라. 라고 요구한 바가 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달라진 거 없이 국제관계에서 한국을 일본보다 낮은 서열에 두고 싶은 겁니다.

 

일본 정부에도 한국과의 대화를 쇄신하기 위한 유연성이라는 것은 한국이 저자세로 나오고 자기 입장을 명확히 한다면 그에 대해, 정확히는 윤석열 정부를 예쁘게 보겠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니들이 먼저 자기 수준을 깨닫고 굴복한다면 중요 가신으로 관심있게, 중요히 다뤄주겠다는 의미죠.

 

좀 더 드라이하게 서술해볼까요? 한국이 먼저 일본 쪽에 대화를 요구하며 사람을 보내거나, 본인이 직접 방일한다면 일본은 그에 대해 대외적으로 친밀한 태도를 연출해줄 것이고 상당히 예우해주는 모양새를 만들어줄 겁니다. 그렇게 한일관계가 개선되면 좀 더 밀접하게 대화하며 경색된 관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거죠.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본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고려했을 때 단순히 두 국가가 관계를 개선하게 된다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은 극히 편향적인 시각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문장도 중요한데, 한국의 정권 교체를 대립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한일관계에 있어 더 상대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그리고 친일적이지 않은('그들 입장'에서는 반일적인) 민주당 정권보다 더 만만하고 쉽게 저자세로 나와주는 보수 정권이 더 오랫동안 일본과의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의미거든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국정원을 통해 일본 극우단체에 자금을 지원했고, 여러 친일 비판이 있었던 활동과 발언들이 있었고, 박근혜 정권 때는 논란의 위안부, 강제징용 관련 조약이 있었죠. 반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 당시 일본과의 관계는 좋지 못했고, 문재인 정권과의 관계는 그 중 최악이었습니다. 이건 일본이 자초한 면이 크죠. 그 때문에 미국도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방미를 허락하지 않은 거이고.

 

이처럼 민주당 정권,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일본에 보이는 극우보수의 굴복적인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이익보다는 일본의 이익에 충실하고 한국과 한국인보다 일본에 더욱 충성하는 성향이 있다보니 일본은 한국과의 외교에 있어서 얻는 게 많고, 난이도 또한 상당히 낮죠. 그래서 극우보수 정권을 선호하는 겁니다.

 

한국에서의 정권 교체는 관계 개선의 호기라는 발언은 그래서 나온 거고요. 이재명이 당선되고 기존의 외교 기조를 이어갔다면 저런 메시지들은 나올 수 없거나, 매우 상투적으로 언급만 됐을 겁니다.

 

 

 

이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나면, 지난번에 말했듯이 은근히 친중적이고 노골적으로 친일적인 정부를 보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옳다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이들은 많을 겁니다. 그건 이성적인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것도 아닙니다. 

 

아, 참고로 중일 양국에서 나오는 이 메시지들은 당선 이후 1주일도 되지 않고 나온 것들입니다. 고작 2일, 3일만에 나온 겁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중일이 윤석열을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했는지 생각해보시길.

반응형
AND
반응형

 

 

이번 대선에 대해서 할 말이야 여럿 나올 수 있고 왜 졌는지 등등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 등등 같은 것도요. 하지만 그런 식상한 이야기보다는 이번 대선에 윤석열에게 표를 준 2030에게 몇가지 말을 하고 싶어졌더군요.

 

 

민주당이 위선적이고 정의롭지 않으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공격하던 2030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발생하는 상식을 초월한 불의를 보게 될 겁니다. 이명박근혜 시절보다 더 적나라한 것들을요. 그리고 언론과 검찰은 거기에 충분히 동조하며 마치 별 일 아닌 것처럼 보도하고, 언변과 제도적 장치를 오용, 왜곡하며 불법은 아닌 것처럼 둔갑시킬 겁니다. 보도를 안 하거나 덜 하기도 할 겁니다. 당장 자기 주변 사람들부터 무죄, 무혐의가 될 거고, 뭔가 이상한 수사와 판결로 누군가 감옥에 갈 겁니다. 만들어진 죄죠. 죄는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법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사람들은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압니다. 실제 사례들도 있고요.

 

그럼에도, 대가리가 깨지지 않은 2030은 그럼에도 윤 정부가 민주당 정부보다 낫다고 할 겁니다.

 

 

이재명과 문재인이 싫어서 윤석열을 찍은 2030들은 자기가 싫어했던 그 이유들을 윤석열 정부에게서 찾아볼 수 있게 될 겁니다. 사실, 그들이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을 싫어했던 이유는 그저 만들어진 것이고 누군가에게 주입된 것이지 실제 현실과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알아야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러지 못할 겁니다. 자신의 시각은 자신의 세계관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세계관을 부수어야 하는데, 그들은 그러지 않을 거고 그러지도 못할 겁니다. 그러니 대가리가 깨지지 않는 한 아주 오랫동안 문재인은 친중 빨갱이고 민주당 역시 그러하다는 만들어진 프레임을 진실로 여길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친중친북이라 윤석열을 찍었다는 이들은 앞으로 강자 앞에서 쩔쩔 매는 외교 초등학생 윤석열의 멍청한 행동들에 답답함을 느낄 겁니다. 일본에 굴종하고, 강한 중국에게 쩔쩔매며 굴복하는 윤석열을 보게 될 겁니다. 은근히 친중적이고 거침없이 친일적인 아이러니를 보게 될 겁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미국이 그걸 통제하고 관리하는 거죠. 그렇기에 친중은 최대한 컨트롤 할 수 있다 해도 친일만큼은 막지 않을 겁니다. 어느날 우리가 주권국이긴 한가를 고민해야할 겁니다. 물론, 안 하겠지만요.

 

 

반페미 하나만 보고 찍은 2030들은 이제 자기 현실을 감당해야할 겁니다. 실제로 반페미 정책을 펼칠 것인가부터 의아할 것이고, 그쪽 담론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제대로 안 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따위 성담론보다 중요한 건 내 인생과 내 삶이거든요. 찍어서 대통령 만들어줬으면 그 책임도 져야죠. 가난한 사람들, 좋은 직장을 가지지 못했거나 저스펙 취준생들, 이제 막 대학 졸업하거나 대학 재학 중인 이들. 앞으로 그들이 목도해야할 세상은 2030에 유리한 게 아니라 끔찍할 정도로 착취하고 막대하는 잔혹한 사회일 겁니다. 최저임금은 오르지 않거나 없어질 위기에 쳐했고, 주 120시간은 아니더라도 제한 없이 노동을 강요받을 수 있으며, 월 200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월 150, 170을 받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겁니다.

 

자기는 더 좋은 조건으로 사회생활을 할 거라 믿는지 모르겠지만, 꼴랑 사회초년생에게 무슨.. 대기업에 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직장인, 사회초년생은 중소기업 갑니다. 거기서 한번 잘 버텨보세요. 내가 만든 나라, 내가 지지한 세상이니, 대가리가 깨져라 고생해야죠.

 

의료민영화가 된다면? 그럴 가능성은 다소 낮다고 생각하지만 가족 중에 아픈 사람 있다면 감당 가능할지 계산기 두드려보시길. 의료가 자본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로 돌아가게 된다면 받는 의료에 따라야할 사람 목숨 또한 자본의 논리로 계산됩니다.

 

 

꼴랑 거대 담론에 휘둘리면서 자기 현실에 칼을 꽂았으니 이제 당해봐야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꼴을 보게 되든, 나중에 이럴 줄 몰랐다는 개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다 알았습니다. 대선 시작하기도 전 몇개월, 몇년 동안 보여줬고 스스로 드러낸 것들입니다. 남들은 다 알았는데 여러분들만 모를 수는 없죠. 그때가서 손가락을 자르든, 목을 매고 책임을 지든, 대가리가 깨져 후회하든, 다 알아서 감당하고 책임져야하는 겁니다. 민주주의는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있습니다.

 

 

2021.06.25 - [취미/이야기] - 내가 더 유능해. 라는 청년들의 망상.

반응형
AND
반응형

우크라이나가 현재 굉장한 분투를 보여주고 예상 이상의 성과와 전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독일의 재무장과 하나 된 유럽, 나토의 모습을 연출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러시아에 어마어마한 제재와 더불어 군사적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건 미국이 도와준 것도 있고 서방이 지원해준 것도 있고, 그 이전에 우크라이나가 굉장히 잘해준 것도 맞긴 합니다만...

 

 

미국은 이 전쟁을 오래 끌고 싶어하거나, 최소한 러시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주고 싶어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꼴이 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라에 지금 이상의 심대한 피해를 입더라도요.

 

말하자면 러시아의 지옥으로 만들겠지만, 러시아만의 지옥은 아닌 셈이죠. 우크라이나인에게도 끔찍한 상황이 될 거고 너무 많은 피가 흐르며 피해도 지금 보는 것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토 절반 이상을 점령하더라도 얻는 것보다 손해가 더더더욱 커다랗게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미국탓이라고 하거나 미국이 개입을 지상군 안 해서 이렇게 됐다는 말도 안 나올 겁니다. 모든 시선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러시아에 향할 것이고 미국과 미군의 위상에 대한 찬사만 나오겠지요. 심지어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의 분투와 용기, 책임감에 대한 경의와 찬사로 사람들의 이목이 모일 거고, 모두 그런 이야기만 할 겁니다. 정작 우크라이나인들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을 때겠죠.

 

 

하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분명한 지원을 해주면서도 그들의 손해에 대해 꽤 무감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크라이나가 어떤 피해를 입게 되든 러시아의 피해만 필요한 만큼, 될 수 있으면 많이 발생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말이죠;

 

정작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고급 적성무기와 정보전, 우주전 경험을 얻고 그걸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위상을 다시금 높히기도 하고 미국의 능력을 목도한 이들에게 지금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전 세계에 항모가 있는 것 이상으로 미군의 존재, 미국과의 동맹에 강렬한 필요를 느끼게 하면서요.

 

 

물론 그냥 뇌피셜이고 제 망상입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쓴 글이지 저도 진지하게까지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남의 나라이고, 동맹이나 조약의 대상도 아닌 우크라이나이며 독일 재무장 등 유럽이 알아서 국방에 돈을 쓰고 러시아를 견제하는 상황은 만들어졌죠.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되든 미국 입장에서 별 피해도 손해도 없습니다.

 

이번 세기 동안 러시아의 위협을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제물로 지옥을 만들어 두 나라의 국민과 군대를 한쪽은 환호와 다른 한쪽은 지탄 속에서 녹이려 할 수도요;

반응형
AND
반응형

이대남이라는 용어는 20대 남자를 특정 프레임에 끼워넣고 과대표하기 위한 언어가 되었습니다.

 

20대는 수많은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부터 사회적 가치관, 세계관, 단순 개인의 덕성과 윤리기준, 개인적 사상 및 철학 등. 정말 많은 것이 뒤섞인 세대입니다. 세대적 경향성과 시대에 영향 받은 것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럼에도 20대는 다른 어느 세대보다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는 세대입니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많은 변화가 있다보니, 지금의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세대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대남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대표되는 용어입니다. 마치 MZ세대라는 용어가 너무 넓은 세대를 포괄하기 때문에 무의미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 용어인 것처럼 말이죠.

 

 

지난 몇년간, 아니. 10여년간 2030세대는 빠르게 부정적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엔 여러 이유들이 있을 거고, 특정 정치 세력의 탓도 아닌 이유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들이. 그리고 이들을 포함한 많은 세대들이 혐오와 증오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거죠.

 

핵심은 이겁니다. 

 

일베, 펨베, 디씨 같은 곳에서 혐오의 언어와 용어들을 만들어내고 모든 세대와 계층, 집단에 혐오 표현들을 하나씩 만들어냈습니다. 여자들은 어떻고, 결혼은 어떻고, 엄마는 어떻고, 남편은 어떻고, 40대는, 50대는, 60대 이상은 어떻고.. 군인은 어떻고 미필은 어떻고 어린아이, 심지어 고양이까지.

 

문제가 있어 보이는 모든 것들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뭐가 원인이고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주 간단하게 이러이러한 개새끼들이라고 만들어버렸습니다. 맘충, 털바퀴, 피싸개, 틀딱, 586 등등.. 엄청나게 많아요. 앞서 말했듯, 모든 세대와 계층, 집단에 혐오 표현들을 하나씩 만들어냈죠.

 

 

인터넷에서 말하는 이대남들은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세상 모두가 문제인 것처럼. 그 이전에, 세상 모든 것이 개새끼인 것처럼. 혐오와 분노에 중독된 이들이 눈에 거슬리는 모든 것을 적으로 규정하고, 문제로 낙인찍고, 그 낙인으로 하여금 재평가와 재판단의 여지를 소거해버렸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인터넷의 이대남만 20대 남자인가요? 그들만 20대를 대표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좀 더 현실에 충실하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거나 맺으려 노력하고, 자기 삶을 위해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증오와 혐오에 휩쌓인 이들과 다른 생각과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죠.

 

 

그럼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왜 커질 수 없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공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마치 진보좌파거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소아성애라도 되는 것처럼 모욕하고, 비난하고, 부끄러움을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겁니다. 미드 뉴스룸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공화당원으로서의 당신 생각도 얘기할 각오가 돼 있어?"

 

"공화당원인게 무슨 소아마비라도 걸린듯이 말하는군."

 

주인공은 공화당원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와 도덕, 윤리규범을 모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티파티에 장악당해가는 공화당과 보수적 가치관을 비판하는데 적극적이게 됐죠. 한국의 정치진영의 골은 상대 진영이 내 진영과 같지 않으면 그 사람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저 정당을 지지해? 정상이 아니군."

 

이렇기 때문에 각 진영간은 대화가 잘 안 됍니다. 심지어 상대 진영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지능이나 정신병이 있는 것처럼 공격하는데, 이 정도까지는 차라리 흔한 일이죠.

 

제가 진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겁니다.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그러한 성향을 드러내면, 마치 그게 잘못된 것인 것처럼 공격하고 조롱하고 비아냥댑니다. 보수 성향인 사람이나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자신의 성향을 감추고 입을 다물며 진보좌파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샤이보수로 자신을 감추는 것처럼, 반대로 극우, 일베적 성향이 높은 곳에서 그러한 이들과의 마찰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기 위해 진보, 좌파적 성향을 감추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목소리들이 사라져가죠. 그리고 최근 몇년 동안, 인터넷 환경에서만큼은 일베적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될 수 있고 그들 역시 숫자가 상당히 많으며,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피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진보좌파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달려들어서 린치를 가하죠. 단순히 린치를 가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 문재인 지지자라는 사실, 혹은 추정 그 자체를 근거로 그게 잘못된 것인 것처럼 조롱합니다.

 

 

이게 혐오와 증오를 퍼뜨리며 모든 존재와 싸우는 이대남과 그러한 성향의 집단이 과대표된 이유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매우 줄어든 이유죠. 드러내면, 공격 받습니다. 기실, 혐오자들이 받아야할 취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혐오자들에게 공격 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최근 대선과 관련되어 1번남과 2번남이라는 표현이 새로 생겼습니다. 거의 하루아침에 생겨난 표현인가 싶을 정도인데, 이것도 굉장히 빠르게 자정되고 있더군요. 혐오에 기반한 거라고 스스로 지적 하면서요.

 

하지만 이 용어에 위안 받거나, 자기 목소리를 찾는 사람들고 있게 됐습니다. 혐오자 2번남과 반대되는, 목소리가 억눌렸던 1번남들이 말이죠. 이번 대선은 이 1번남과 2번남의 세계관 차지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만, 전 혐오와 증오로 가득찬 세계에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만들고, 단지 문제로만 바라보며, 비난 받게 만들고, 행위나 표현과 무관하게 그저 그 집단에 속했거나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세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으로 더 상식적인 생각과 정제된 언어들이 혐오를 이겨내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은 많은 위정자들 사이에서도 빛이 날만한 행동이고 뛰어난 귀감이 될 행동입니다. 그의 능력이나 안목과는 별개로 저만한 책임감을 가진 대통령이란 국민들에게도 자랑이고 병사들에게도 마땅한 충성의 대상이 될 겁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하나가 될 겁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말 능력이 있는 대통령이냐 한다면 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검증된 것이 매우 적고 실제 정치를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매국노와 제정신 아닌 부패한 강경파 후보가 될 수 없기에 당선된 대통령인 것도 사실이며 그 대통령 후보 시절 이후에나 사실상의 정치 활동을 시작했으니까요.

 

그의 스펙이 경제대 법학과 출신이라는 점이 그가 뛰어난 능력자라는 건 알 수 있지만 그만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은 정재계에도 흔합니다. 그러니 그의 과거 학력과 지적능력은 기본 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그가 뛰어난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근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고 용감한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키예프에서 도망가지 않고 그의 측근들과 함께 결코 포기하지 않고 러시아를 상대로 버티고,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위대하다는 거고.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그리 좋은 건 아닙니다.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알아볼만 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그리 녹록한 군대가 아니라는 것이고, 이것은 대통령이 책임감 있게 리더쉽을 발휘해준 것이기 때문에 제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젤렌스키가 외국으로 도망가거나 제대로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우크라이나의 군대도 제대로 효용을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서방, 유럽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고 이에 관한 무책임한 유럽 돼지들을 비판하려는 글을 쓰려고도 했지만 며칠 정도 더 지켜본 뒤 새롭게 구축되는 통합적 전쟁관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조금 알게된 것도 있고 해서 몇가지 써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군사동맹이나 조약을 맺은 것도 없고 나토에 가입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파병이나 지원을 해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 정도는 해줄 수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위성 정찰 정보.

 

2.F-35를 통한 공역 내 투사체 추적, 식별, 정찰, 관리, 전자전 지원.

 

이 두가지 요소가 매우 중요합니다. 흔히 맵핵 켰다는 말이 있듯이, 미군의 정보지원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움직임과 활동을 식별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들이 어디로 움직였고, 언제 움직였으며, 언제 도착할 수 있는지, 이러한 움직임의 목적은 무엇이며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F-35가 전투기이지만 사실 전투기만으로의 효용만 있는 게 아니라 데이터 링크 중계자로서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거 미군이 보증하는 보안 수준이 안 되면 다른 나라에 함부로 팔지도 않죠.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정말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 의지는 미국으로 하여금 직접적인 군사개입의 여지를 만들어줍니다. 가령, 미국민들의 여론이 바뀐다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동력이 되어줄 수 있죠. 미국의 NSC는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평가했으며, 명백히 항전의지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백악관 역시 지금 이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길 미루고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소통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고, 한번 입장을 발표하면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번 러시아의 침략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직접적인 개입 이전에 끝을 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대는 물론,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저항군, 의용병이 구성되어 반격을 당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서방에서 지원해준 재블린은 러시아군의 전차와 기갑차량에 꾸준한 피해를 입혀주고 있습니다. 이게 장기화된다면 푸틴은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해질 겁니다.

 

지금 상황은 러시아에 매우 불리하고, 우크라이나군과 시민군 양쪽이 적이며 산발적인 피해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 때문에 러시아군은 오히려 시민들에 대한 강경책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민간인들이 총을 들고 저항 중이며, 이에 대해 그들의 저항 의지를 꺽으려면 젤렌스키가 저항을 포기하거나 도주해야 하며, 그렇게 급속도로 사기와 의지를 잃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포기해야만 하는데, 젤렌스키는 여전히 용기를 복돋고 있으며 시민들이 거기에 적극적으로 호응 중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러시아군인 민간인 사살을 하지 않고서는 매우 어려운 전황에 빠지게 될 겁니다. 심지어 민간인들의 의용병 가입, 투신은 점점 늘어만가고 있습니다.

 

 

서방의 제재는 당장 큰 역할을 하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장기화된다면 러시아의 경제는 그들이 가진 자원과 식량생산력과 무관하게 더욱 더 침체되며 국제사회의 비중이 줄어들 겁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러시아의 군대 또한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유지 가능한 겁니다. 발전이 아니라, 유지 자체를 말하는 겁니다. 심지어 그들에게 임금을 평균보다 적게 주거나 아예 안 준다고 해도 자원은 소모됩니다. 군대는 생산성이 거의 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자원만 소모되기에 임금을 안 준다 해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돈이 나갑니다.

 

1차대전 때 그러한 대전쟁이 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여러 국가들이 이렇게 고도화되어 연결되었는데 어떻게 전쟁이 날 수 있겠느냐고요. 그러나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최근 유럽의 제재는 전쟁이 난다고 했을 때 민간, 경제 등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도록 제재를 통해 그 연결점과 비중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전쟁이 나거나 참전한다 해도 그에 상응하는 파급력은 다소 약화될 수 있죠.

 

이는 훗날 군사력을 사용할 여지를 만듭니다. 지금의 제재가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빌드업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러시아는 단기 결전을 원했고, 빠르게 키예프를 점령하고자 했으나 그것은 예상 외로 잘 싸운 우크라이나군의 대응과 의용병의 저항, 미군의 정보 지원, 러시아군의 사기 문제 등이 맞물려 어느 정도 돈좌된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시진핑과 통화를 하는 등 중국의 간접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이 빠르게 확산 중이고요.

 

그런 맥락에서 푸틴은 자국의 군사력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꺽지 못하고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쿠데타를 종용했으나, 통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지난 돈바스 전쟁 때부터 우크라이나군의 부사관, 장교들은 자기 친우, 전우를 잃으며 이를 갈았던 이들이고 친러파가 있다고 해도 소수일 것이며 지금 상황에서 행동에 나서는 것 역시 어렵습니다. 희망없는 종용이었습니다.

 

 

앞선 미국 NSC의 우크라이나 항전의지에 대한 평가는 곧 나토의 신속대응군 가동을 결정하게 했고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벨라루스로 향할 가능성 또한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3면 공격을 받고 있는데, 벨라루스를 밀어낸다면 2면 공격으로 한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키예프에서 러시아군은 순조롭게 격퇴되고 있고, 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군과의 일진일퇴가 진행되는 지역도, 좋지 않게 격퇴되어 밀려난 지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영토 공군기지를 습격한 일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황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크라이나 항전 의지는 매우 높게 평가받을만 하고, 실제로 그 덕분에 26일, 나토는 직접 군사지원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은 혼성 지상 전투단을 에스토니아에 투입할 것이고, 네덜란드와 폴란드는 전시 비축된 대공 미사일 200여 기 이상, 전시 비축 탄약 직접 지원 및 지상 보급대 편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이러한 항전의지는 정말이지, 몇번이고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전쟁이 나서 설령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고 해도 결코 포기하지 않아야할 이유이기도 하고, 싸울 수 있다면 싸워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은 놔두고 혼자 도망이나 가는 대통령이나 한반도에 야욕을 가진 국가의 군대를 들이겠다고 하는 이들은 제대로된 리더쉽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며 젤렌스키의 예처럼 그러한 리더쉽의 존재는 매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이들을 죽인다면 위대한 순교자가 되어 더더욱 결집할 요소가 될 것이니 쉽게 죽일 수도 없고요.

 

또한 바로 이 요소에서 아프간과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크게 갈린 거기도 합니다. 미국은 아프간처럼 지원을 해주고 자국 군대의 피를 뿌린다 해도 의지도 없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이익을 보려는 놈들이 있다면 결코 이러한 지원을 해주지 않았을 겁니다. 나토 또한 마찬가집니다. 도와줄 가치도, 의미도 없었다면 나서지도 않았을 겁니다.

 

즉, 제대로된 국가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차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아프간과 비교할 수 없는 제대로된 국가라는 거죠. 비록 그들의 힘과 경제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말입니다. 바로 그것에서 운명이 갈린 겁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군이 생각보다 약한 군대인지, 우크라이나군이 생각보다 과소평가된 군대였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우크라이나군이 어느 정도는 과소평가되었거나, 온당한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처음 전쟁이 벌어졌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대단한 성과를 내주고 있습니다.

 

푸틴의 끔찍한 오판은 핀란드,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실무 진행을 이끌어내는 등 러시아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에게 지나치게 자극이 되었던 것은 맞지만, 이런 식의 군사적 침략은 비난의 여지가 없는 행동이며, 초기 대전략의 실패 이후 러시아는 굉장한 반동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특히, 러시아 내에서 반전여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전쟁의 실패는 푸틴의 실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푸틴파 역시도.

 

이번 전쟁이 끝난다면 우크라이나의 업적, 공적을 평가하게 되면서 나토 가입이 현실화될 가능성 또한 있을 것이고, 친러 지역을 도로 내뱉어야 한다면 크림 반도까지 도로 내줘야할 가능성 또한 있으며, 우크라이나 내 친러파는 크나큰 반격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이른바 반민특위 같은 거죠. 단지 그 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우크라이나인의 거대한 반러 감정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고, 모스크바는 바로 밑에서 그러한 국가가 새롭게 재편됐음을 감당하게 될 겁니다.

 

다른 곳에서 딱 한번 언급한 일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적겠습니다.

 

이번 전쟁이 러시아의 패배로 끝난다면 유럽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과장 조금 섞어서, 우랄 산맥 동쪽으로 밀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과장 섞인 표현인데, 우랄 이서의 영토에서 외부적 영향력이 극도로 축소될 가능성을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우크라이나 전황이 매우 긍정적으로 흘러갔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인지라, 러시아군은 100만 대군이고, 나토의 더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되기 전에 예비대를 포함해 대규모의 전력과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밀어넣고 소모전에 가까운 단기결전을 강제해버린 채 전쟁을 끝내버린다면 결국 러시아의 승리이자 러시아의 의도가 어느 정도 충족된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이쪽도 상당히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결론을 낼 수 있겠지요.

반응형
AND
반응형
소련의 붕괴는 지정학적 재앙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사람들이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무조건 러시아만 잘못이고 러시아는 명분 없이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러시아에게 전쟁의 이유가 없느냐, 명분이 없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닙니다. 생각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역에 러시아의 생존권까지 달려 있다고 여기고 있어요.

 

 

먼저,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소련 붕괴 시절로 올라가야 합니다. 소련의 붕괴는 지정학적 재앙이었다는 말처럼, 당시 소련은 우크라이나, 벨로루스, 발트 3국을 완충지대로 가지고 있던 나라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 알기 위해서는 유럽의 지리적 조건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유럽 대평원.

위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랑스 끝부터 우랄산맥까지 어마어마한 평원이 보이실 겁니다. 유럽 대평원이라고 칭할 때는 저기서 프랑스 평원, 북독일 평원, 동유럽 평원으로 나뉘고 그걸 합쳐서 부르는 건데, 보시다시피 저 넓고 광활한 대평원은 농사짓기에 참 좋겠지만 그런 동시에 군대가 이동하기에도 정말 좋은 조건입니다.

 

그리고 이걸 러시아의 기갑전력과 함께 놓고 보면 재래식 전력을 동원한 전력이 발발한다고 했을 때 러시아의 무시무시한 기갑전력은 저 대평원에서 걸리적 거리는 거 없이 쭉 밀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유럽 지정학의 군사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서방세계는 러시아의 기갑전력이 그대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고, 러시아는 반대로 유럽세계가 모스크바 턱밑에서 총구를 들이미는 것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소련 시절에는 철의 장막이라는 완충지대를 구성하여 이걸 막아냈었고요. 이러한 완충지대론은 다른 나라에도 많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 벨로루스, 발트 3국 등 여러 나라들이 독립을 하면서 이러한 완충지대를 잃어버렸다는 거죠.

 

그 당시 소련은 서방세계에게 약속을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나토는 더 이상 회원국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이 고르바초프와 약속을 했죠. 다만 이것은 문서로 남지 않는 신사협정이었기 때문에 지킬 필요가 없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이걸 순진하게 믿어버린 소련도 문제였죠.

 

나토는 2차대전 이후 공산화된 동유럽 등 공산주의의 위험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구성 회원국 중 하나만 공격 당해도 모든 회원국이 참전하는 구조입니다. 

 

나토 회원국.

위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단순히 유럽 국가 뿐 아니라 터키, 미국과 캐나다까지 가입되어 있습니다.

 

처음 발트 3국은 나토 회원이 아니었습니다. 소련이 붕괴한 뒤 독립한 국가들이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나토는 러시아와의 신사협정을 너무도 쉽게 저버리고 발트3국을 나토에 가입시키죠. 물론 이들의 가입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아닙니다. 애당초 발트 3국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되기에 너무 작고 약한 국가들이며, 실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 세 국가는 포기하고 이후 탈환한다는 것이 계획일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가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러시아의 서진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러시아가 서진 욕심을 낸다면 당연히 작고 약하고 유럽 세계에 별 가치가 없는 이들 정도는 쉽게 내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걸 미리 선점한다면 러시아는 시작부터 움직임이 막히게 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습니다. 문서로 명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수가 없었죠.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부터 찾아옵니다.

 

사실, 조지아와의 전쟁부터 문제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간단히 미국과 서방만 믿고 러시아에 도전한다면 다소의 손해를 본다고 해도 단호하게 군사적 해결책을 보여주겠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고, 주변국에. 정확히는, 러시아의 우방은 러시아가 피를 흘려서라도 지킬 것이고 러시아와 우방에 대한 위협과 도전 역시 피를 흘려서라도 맞상대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사건 정도로만 요약하겠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폴란드와 헝가리는 중부 유럽에 걸쳐져 있는 국가들이고, 영토 역시 결코 작지 않은 국가입니다. 게다가 러시아와 가까운 벨라루스 역시 바로 접경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가 나토에 가입했던 것은 유럽 입장에서 매우 큰 소득이 됩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커다란 완충지대를 얻을 수 있었고 나토는 동진할 수 있었죠.

 

여기까지는 러시아가 참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였지만요. 그러나 말했듯,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부터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기존 러시아는 이러한 완충지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양쪽으로 긴 영토 특성탓에 다소 러시아에게 유리한 균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0년대 중반들어 우크라이나는 친러 성향을 잃어가고 있었고 러시아 또한 나토에 직접적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어려웠습니다.

 

근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러시아는 매우 큰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위협이 아니라면, 아주 큰 자극을 받았다고 설명해도 좋습니다.

 

 

 

벨라루스를 포함했기 때문에 그리 정확하게 그린 선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를 선으로 이었을 때 보여지는 이 균형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러시아와 유럽간의 판도 균형이 완전히 역전되어 버립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가 지금처럼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 때 다른 나토 가입국들이 자동으로 참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유럽 거의 전체와 미국까지도 상대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결과가 발생하죠.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반드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하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일을 벌여야 합니다.

 

지도에서처럼, 우크라이나가 가입한다는 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없다는 걸 떠나서 우크라이나를 발판으로 모스크바를 사정권에 넣고 턱밑에서 총구를 들이밀게 된다는 걸 뜻합니다. 발트 3국이 큰 힘을 쓸 수는 없겠지만, 유럽의 방패이자 현재 유럽에서 가장 쓸만한 육군력을 가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벨라루스는 어렵지 않게 압박당하게 되고요.

 

 

 

지정학 이론 중 대표적인 것들이 핼퍼드 매킨더의 심장지대 이론과 이 이론을 수정, 발전시킨 니콜라스 존 스피크먼의 림랜드 이론이 있습니다. 위 이미지를 보았을 때, 러시아의 심장부는 러시아 뿐 아니라 벨라루스, 그리고 우크라이나까지 포함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완충지대이고, 거의 심장부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역을 통째로 나토에 가입시켜 나토의 권역을 동진시키고, 러시아를 압박한다? 유럽 입장에서 성공만 하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겁니다. 러시아의 위협은 반토막이 날 정도로 약화될 것이고 유럽은 또 하나의 성공을 맛볼 수 있겠지요. 단,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왔습니다. 유럽 정세를 불안정하게 한다는 이유로요. 하지만 성공한다면 나토는 러시아에게 강한 압박을 넣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소련 붕괴 당시처럼 약하고 위태로운 국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유럽도 옛시절의 힘을 가진 국가들이 아니었고요. 러시아는 빠르게 반응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으려 하게 된 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러시아에 대해 지나치게 쉴드를 치고 있고 그들의 입장에서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쉴드를 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 바라본 건 맞습니다. 유럽은 나토를 서진시켜 러시아를 압박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통해 러시아의 위협을 줄이고 싶어합니다. 러시아 리스크를 줄이려는 거죠.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굉장한 위협이자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건 유럽의 시각만으로 바라봐서는 절대 안 됩니다. 러시아와 푸틴이 순 개새끼들이고 정신병자 집단이며 전쟁광 싸이코라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닙니다. 손해를 막고, 이익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전략적인 행보들이고, 그러한 러시아의 이유와 필요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알아두어야할 것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스스로 원했던 것이고, 유럽은 그에 대해 꽤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러시아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여 유럽 정세를 흔드는 일이 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손아귀에 넘어간다 해도 프러시아 영토를 잃은 독일은 아예 서유럽 국가가 되었으며, 독일에서 러시아까지는 폴란드 영토까지 포함해서 1500km가 됩니다. 프랑스 국경선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약 2000km가 되고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이유도,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는 거죠.

 

푸틴은 이번 기회를 내부적 불만의 해소용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도 없진 않을 겁니다. 우크라이나를 수복하여 군사안보적 완충지대를 만들고 균형의 축을 다소 밀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쉽게 가입할 수 있었느냐 하면 전 그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최소 2000년대 후반부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못했던 거죠. 그 의지도 아주 강력했던 것도 아니었고.

 

따라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부다페스트 각서를 이야기하시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국제법적 강제력도 없는 단순 각서이자 재확인입니다. 물론 이걸 무시하고 공격했기 때문에 비난의 명분, 근거가 될 수 있는 거긴 합니다.

 

그렇다해도 러시아의 군사안보적, 지정학적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단순히 권력이나 전쟁에 미친놈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 러시아는 러시아의 필요가 있었고 의지도 있었으며, 의지를 실행할 힘과 그 자신감을 확인했던 몇가지 전례, 그리고 그 힘을 사용할 적절한 시점이 있었던 겁니다.

 

 

자, 그럼.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으려 했다면 해결될 문제였을까요?

 

전 솔직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완충지대를 다시금 원했고, 벨라루스를 합병하는 시도를 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최소 2014년 돈바스 전쟁 때부터, 아마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계획해왔을 겁니다.

 

러시아는 이미 돈바스 전쟁 때부터 우크라이나에 개입해왔고 친러파 요인들을 포섭, 확보해갔습니다. 그 당시부터 돈바스 반군에 지원을 해준 것은 확실하고 그렇게 하나하나 빌드업해오면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력하에 집어넣기 위해 활동해왔을 겁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해준, 러시아에게 자신감을 안겨준 몇가지 사태는 세르비아 내전 때 보여준 유럽의 실망스러운 대처와 지나친 유럽의 군축, 미국(정확히는 트럼프)가 유럽에 방위비를 늘리라고 요구한 것 등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돈바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내 여러 사태들에 유럽은 직접적인 개입과 지원은 극히 적었습니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방관했죠.

 

그 결과 러시아는 자신의 액션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군사활동을 전개해도 유럽은 개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미국은 이 일에 개입할 욕심이 없으며, 당장 집중해야하는 것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일정 선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는 거죠.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반드시 얻어야할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지역이며 이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중요성을 두었다는 겁니다. 이들의 나토 가입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고상한 척 하는 유럽의 돼지들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것 또한 알기 때문에 여러 기만전과 정보전을 감행하며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거고요.

 

 

개인적으로 약소국이었고 한때 식민지배를 당한 적 있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강대국에 휘둘리는 약소국 감수성이 터져나오는 사태이기 때문에 매우 안쓰럽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며 국가 하나의 운명을 결정짓고, 그들 국민에게 피와 죽음을 강요하며, 영토와 국민, 그리고 재산을 빼앗아간다는 점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냉정하고 냉혹한 곳인지라, 그들에게 이유가 전혀 없는 개새끼들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은 그럼에도 그들의 일이 남의 일이라는 점 때문이겠지요. 사실, 우리도 약했더라면, 조금이라도 중요성이 적었더라면, 그리고 중국이 지금보다 훨씬 빨리 강해졌고 자신감과 욕심이 더 컸다면 저런 꼴을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이 사태의 결코 작지 않은.. 오히려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유럽의 욕심과 오만함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피를 흘리지도, 손에 피를 묻힐 생각도 전혀 안 하고 있죠. 우크라이나는 유럽이 아닌 유럽 외 세계이기 때문에요.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되든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고 불행이 쏟아진다 해도 그들은 무의미한 경제제재만 하고 말 겁니다. 한심하게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덧하자면, 이번 사태를 통해 21세기의 현대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총력전이나 면대면의 전면전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추가내용.

 

젤렌스키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분전과 용기 덕분에, 그리고 러시아를 고꾸라뜨릴 수 있으며 전쟁 성공 시 가지는 러시아의 이점을 막기 위해서 유럽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것과는 다르게 나름 공개적으로, 그리고 비공개적으로 상당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야 여러 목소리와 자원의 문제로 러시아에게 가스, 석유 등을 수입하며 돈 주고 있는 건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완전히 남의 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부족하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아예 손 놓고 남의 일로 보지 않고 그 정도 지원을 해주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죠.

 

 

러시아에겐 러시아의 필요가 있고 그걸 실행할 의지와 힘도 있었지만, 그 계산이 정확했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돈바스 전쟁 때 보여줬던 러시아의 완성적인 BTG 전술과 기만전 등등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우크라이나가 쉽게 항복하지 않았던 점 또한 러시아의 너무 이상적인 오판이었죠. 이는 8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혈채를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고문하고 학대하고 납치하고 감금하고 강간했으면 머리통이 터져 죽어도 러시아군 한명이라도 죽이고 갈 사람들은 생겨나기 마련이죠.

 

이는 미국의 기만책과 여러 함정들이 있었다지만 심각한 오판이자 실책이었습니다. 이 전쟁의 결과는 러시아가 세계 주류 국가들에게서 이탈되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합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전부터 하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예전이라고 얼마나 다르겠냐만, 요즘들어 더 노골적으로 보이는 경향성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난 누군가를 조롱하고, 비난하고, 폭력을 휘두를 권리가 있다."는 경향성이요.

 

 

대체로 이러합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거나, 어떠한 사건을 터뜨렸을 때 사람들은 주모자를 쉽게 비난합니다. 그리고 그걸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 있습니다. 누군가 타인의 지탄을 받을만한 행위를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응당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이건 권리가 아니라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일 뿐더러, 그러한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동을 규약하는 자기검열의 역할도 존재합니다.

 

모든 자기검열이 나쁜 것만은 아니고, 남들이 보지 않거나, 알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정말 나쁜 일을 하게 만들지 않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사회화, 사회성이라고도 표현합니다.

 

 

그러나 비난은 반드시 폭력적일 수밖에 없고 이러한 폭력에는 쾌감이 뒤따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복의 권리이자 보복의 쾌감이죠.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극 작품이면서 그 복수의 쾌감으로 독자에게 감정적 쾌감을 안겨줍니다. 대리만족이었지만,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한 이들은 그의 복수에서 나름의 쾌감을 얻죠.

 

문제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비난할 때 분노와 혐오 뒤에 쾌감이 숨어있다는 겁니다. 쾌감은 중독될 수 있죠. 폭력에 중독된다는 건 폭력이 가져오는 쾌감에 중독된 것이라 봐야할 겁니다. 그리고 비난자는 자신과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공격을 하기 때문에 자기확신과 소속감을 가지게 됩니다. 나 혼자 공격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상호확인은 그것이 정당하고, 올바른 것이라 믿게 됩니다.

 

여기까지라면 단순히 혐오와 증오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잘 찾고 자기 중심을 잘 잡으라고만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들은 이 이후입니다.

 

 

흔히 사이다패스라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웹소설이나 웹툰 등 문화매체에서 답답한 상황을 싫어하고, 불편한 상황을 빠르게 해소하고 싶어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작품, 혹은 주인공에 강력하게 이입한 이들이며 그런 주인공 대부분은 강하거나 뛰어납니다. 지나치게 뛰어나서 누구도 이들을 감히 넘볼 수 없고, 감히 그러한 시도를 한 이들은 완벽하고 끔찍하게 분쇄되어야 합니다. 단지 그 한 사람뿐 아니라 그 세력, 혹은 가족 등 주변사람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국가 단위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 또한 단순히 죽이거나 멸하는 정도를 벗어나 끔찍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고문까지 함께하는 경우도 있죠. 이는 그들이 어떤 행위를 했든 절대 공정하지 않은 수준의 보복을 받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말했듯,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넘는 압도적이고 강력한 폭력을 행사하죠. 보복이라는 정당한 명분으로요.

 

 

'그것들'이라는 작품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복수 중독자." 이 캐릭터는 다른 힘 좀 쓰는 조직들 사이에서 기피되는 녀석입니다. 단순히 강하거나 위협적이라서가 아니라, 이 녀석에게 뭔가 피해를 입히거나 복수할 명분을 제공하는 순간 누구보다 집요하고 잔혹한 놈이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하며, 그 복수의 방법도 잔혹하기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그는 목 아래로 감각이 없는 놈 하나를 산 채로 상자에 가두고 손수 못박습니다.

 

 

단순히 웹소설 독자들이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의 성향이 그렇게 변화했기 때문에 독자들 또한 그런 흐름을 선호하고, 고객이 원하는 쪽으로 맞춰가는 작가들이 그들의 니즈에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주제에 맞지 않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복수는 대체로 정당합니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건 정당하죠. 그것이 단순한 말뿐인 사과일 수도 있고, 돈 같은 재물일 수도 있고, 법적인 방법도 있으며, 직접 손수 폭력을 휘두르는 방식도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것이 신체에 간접적이고, 법을 통한 공권력의 행사로 대체하는 쪽으로 발전해왔죠.

 

하지만, 그럼에도 복수는 대체로 정당합니다. 내가 피해를 입었다면 그 대가를 요구하는 거야 당연한 거죠. 그 방식과 정도가 문제입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잃은 것 이상의 보복을 금했습니다. 그것은 정당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시대 대중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부당한 피해를 입혔다면 압도적이고 잔혹한 보복을 통해 누구도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경고하고, 자신을 두려워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정의롭고 정당한 존재이길 바라죠. 바로 여기에 복수의 명분이 필요한 겁니다. 보복이란 누군가 자신에게 먼저 피해를 입혔을 때 발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먼저 나서서 다 쳐죽이고 갈아버리는 건 누군가의 복수의 명분이 되는 행동이지 스스로 정당하다고 여기는 게 아니죠. 이것이 악하다는 관념은 대체로 다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껀수를 찾는 거죠.

 

이유, 명분. 누군가를 조롱하고, 비난하고 공격할 수 있는 권리는 갈구하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정당하게 표출하고 싶은 명분 하나를 원한다는 말입니다. 감정은 객관적이지 않고 계측 가능한 것이 아니고, 정도와 사안, 그리고 대상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똑같은 행위를 자신에게 저질러도, 누군가에겐 과한 보복심을 품지만 누군가에겐 약소하거나, 아예 용서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에 따른 보복론은 정당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의 해소는 무엇보다 시원하고 강력한 쾌감을 가져오죠. 단순히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수준의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대방이 망가지고 애원하고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즐기는 겁니다.

 

 

여기게 천착된 이들은 보복, 혹은 논란 발생자의 행동에 정당한 비난과 조롱을 한다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겁니다. 정의를 독점한 채 무제한적으로 휘두르는 폭력의 쾌감. 심지어 정당하기 때문에 결코 비난받을 수 없는 성스러운 징벌.

 

그러기 위해서 자신은 결코 잘못해서는 안 되며, 비난 대상자는 마땅히 욕을 먹어야할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공격은 정당해야하며, 또한 정당합니다. 

 

 

이러한 것은 단순한 정치, 사회적 현상을 대할 때 뿐 아니라 개인 단위의 경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할만한 상황에서 나는 잘못하지 않은 이유를 찾고, 역으로 책임은 상대방이 질만한 이유를 찾습니다.

 

결말이 이해 안되는 치킨화상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strange&No=3860890 

 

몇가지 사례가 있지만, 위와 같은 사례가 떠오르기에 위 사례를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때에도 주인이 있든 없든, 자기가 상품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당한 허락 없이 자기가 남의 물건을 멋대로 건드려서 스스로 손해를 보고, 상품 등에도 손해를 입혀놓았음에도 그 책임을 판매자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잘못했다는 건 정상적인 상식과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은 손해만 보고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억울해하며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고, 자신을 피해자인 것처럼 만들고 있죠. 내가 피해자여야 정당하게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부당하게 보상해준 판매자에게 여전히 자신은 정당하고 저 사람이 잘못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정당하고 비도덕적인 악인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기에 무조건 타인이 잘못해야 합니다. 잘못은 반드시 상대방이 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슷한 여러 사례들은 찾아보거나 살다보면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여자 아이돌 악플달아놓고 남초에서 했다고 조작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여초의 행위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그 반대로 거기에 일조했음에도 여초탓으로 죽었다고 전가하는 이들도 있죠.

 

 

앞서 이야기한 것이 폭력에 중독된 이들이고, 위 사례는 자신의 잘못을 전가하여 책임이라는 감정적 부채에서 벗어나기 위한다면, 역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난자들 중 누군가들은 자신을 우월한 지위에 놓고 싶기 때문에 그러기도 합니다.

 

그런 이들은 그저 이유를 찾는 것 뿐입니다. 세상에는 멍청하고 나쁜 놈들, 잘못된 이들이 가득하고 너무 문제투성이인데, 그걸 비난하는 자신은 그것을 판단하고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이죠. 판사병 걸린 이들인데, 평가하고, 판단하고, 지적합니다. 대체로 원론적으로 틀리지 않거나 어느 정도 맞는 지적들과 비판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정확한 판단력과 상식, 지성을 갖추었다기 보단 그러한 자신의 행위를 통해 더 우월한 지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느끼길 바라는 겁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스스로 지적으로 우월하다거나,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더 올바른 방향을 가르친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처음 이야기한 복수 중독자들과 마지막의 판단자들의 성급한 비난과 지적들은 이후 이어지는 진실에 따라 쉽게 뒤집어지기도 하고 더 복잡한 상황이 있음으로 무용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카츄 배 만진다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고, 중립기어하는 표현도 발생한 거죠.

 

모든 사건은 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정확하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어떤 분야에 대해 정당한 명분과 이유를 찾으며 그것이 발견되면 무차별적이고 무제한적으로 증오와 혐오,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디까지 잘못됐는지 지적하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반대되는 진영이나 집단이 무언가 잘못하면 그걸 정당한 명분으로 삼아 공격하고 조롱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나 성향을 강화시키는 재료로 사용하죠.

 

그들에게 중요한 건,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당하다는 믿음입니다. 복수는 대체로 정당하고, 누군가 잘못하면 그에 대한 비난 또한 정당한 것처럼 자신에게 그러한 폭력을 휘두를 정당한 권리, 권한이 있다고 믿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선은 감정이라는 가변적이고 계측 불가능한 조건에 근거합니다.

 

이러한 경향과 정서가 만연해질수록 그렇지 않은 이들조차 점차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폭렬화되어가며 극단화될 겁니다. 그리고 더더욱 단순하고 극단적인 해결책을 추구할 겁니다. 사실,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2021.04.04 - [취미/이야기] - 중국이 한국 문화를 공략하는 이유.

 

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먼저, 동북공정과 문화적 침략은 중국의 문화적 열등감으로 한국 문화가 탐이 나서 하는 조작이 아닙니다. 분명하게 의도가 있는 명분 쌓기죠. 위에서 소개한 링크의 글을 보시면 대충 이해하시겠지만, 그 목적은 최소 북한, 최대 한반도 자체를 점령하기 위함입니다. 그건 다른 글에서도 몇번 이야기한 것인데, 유사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거나 한반도 전체, 혹은 일부(높은 확률로 북한 지역)를 중국이 점령하게 될 경우 장기 주둔하거나 영토화, 혹은 식민지 내지는 보호국화 할 명분을 만들고 있는 거죠.

 

가령 북한이 무너졌을 때 중국이 자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과 같은 민족인 북한 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적 주권국, 혹은 명분을 가진 국가가 나선다고 했을 때 이걸 반박하려면 그것이 틀렸다는 역사적, 문화적 이유를 대야 합니다.

 

문제는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인정받는 것이 사실이라는 거거든요. 심지어 이건 한국인들도 '당연하게'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서 필연적으로 학술적이거나 그렇게 보이는 논쟁이 발생하게 되는데 역시 완벽한 논파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최소한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겁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중국이 질질 끌면서 십수년 동안 이북 지역에 코어를 박는다면? 그때부터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군사적 충돌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면 뱉어낼 생각도 없고 뱉어내게 할 방법도 없습니다. 역사적, 문화적 논쟁? 그런 거야 중국은 인정 안 하고 조작되거나 무리한 내용으로 반박할 거고요. 상상하기 어렵다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취하는 태도보다 좀 더 더럽고 추잡하다고 뻔뻔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에 동북공정의 역사관을 담은 책과 자료를 배포했고 실제로 이걸 받아들인 이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압니다.

 

 

중국은 하드파워에서 한반도를 제압할 힘을 기르는 동시에 그 점령과 통치의 명분이 되어줄 것을 만드는 작업이 동북공정입니다. 이미 수십년 전에도 적잖은 서구인들은 한국이나 일본이 중국에서 나왔거나 한 때 중국의 영토였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었죠. 이게 현실 외교, 정치 측면에서 기능하게 된다면 중국이 한반도를 점령했을 때 그러한 동북공정의 논리를 댄다면 역사적 명분이 있다고 데 쥬레로 여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해관계 때문에 인정은 안 하겠지만 껄끄러운 명분논리가 되겠죠. 어차피 실질적으로 점령한 중국의 물리력이 가장 큰 문제지만.

 

 

무지성 반중하는 바보들이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로 중국이 문화적 침략, 동북공정을 공식적/비공식적으로 표현할 때 왜 정부에게 항의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근데 이건 진짜 뭣도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1.중국이 항의한다고 들어먹을 것이냐 하는 문제.

 

2.한국의 전략적 모호성 외교.

 

3.동북공정을 반박하기에 필요한 논리와 자료로 얽히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점.

 

 

 

1번부터 보자면, 간단합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가 항의하고 불만을 표한다고 받아들이고 고쳐질 국가입니까? 이건 누구나 다 알 겁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외교적 문제가 있을 경우 받아들이든 아니든 항의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당연한 일이다. 저도 동의합니다. 2번째 항목만 빼면요.

 

 

2번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띄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애매한 건 아니에요. 한국은 분명하게 친미국가이고 이건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박근혜 같은 돌대가리가 근본도 없는 친중행보를 한다면 미국이 어차피 들여왔을, 그리고 좀 더 무난하고 매끄럽게 들여왔을 사드를 아주 거칠게 강제하며 친중과 친미 중 확실한 사이드를 정하라고 강요했고 이에 자극받은 중국은 한한령을 비롯한 제재를 하는 등 대단한 외교경제적 패널티를 감내하며 결국(그리고 당연히) 친미국가임을 보여줬죠.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한국은 같은 조건에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일본이 반중적인 행동을 공개적으로 한다 쳐도 한국은 대놓고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바다를 건너 좀 더 멀리 있지만 한국은 아니거든요. 중국 코앞에 있는 국가입니다. 한국이 많이 발전하고 강해졌으며 주한미국도 있고 뒤에 일본과 주일미군이 있다지만 주먹이 닿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약간의 여지를 보여주며 대놓고 확고한 반중친미 국가임을 보여준다면 중국은 한국에 최소한의 외교적 관계마저도 포기하고 강경책 일변도로 나갈 겁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들에게 보여주는 깡패짓을 한국에게 그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은 동남아 수준이 아니고 미국이 뒤에 있다는 걸 차치해도, 중국에게 한국마저도 등을 돌리면 정말 큰일납니다. 특히 저번 요소수 이후로 중국이 한국에 실질적인 경제적 제재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상태입니다. 다른 게 문제지.

 

중국도 한국이 친미국가인 건 압니다. 아예 확실하게 등을 돌리지 않는 걸 바랄 뿐이죠. 그건 너무 불편한 일이 되거든요. 마찬가지로 한국도 중국의 강경한 제재와 보복을 받으면 한한령 당시보다 훨씬 큰 손해를 봅니다. 그래서 일정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맞아요. 이걸 이해 못한다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국가가 어떻게 외교관계를 유지하는지, 국가간 경제교류가 왜 중요한지 전혀 모르는 무지랭이라는 것 뿐입니다.

 

 

마지막 3번 항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건 일본이 독도 문제에 있어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는 의도와 다를 게 없습니다. 독도는 분쟁지역이 아니죠. 일본이 분쟁지역'화'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법을 쓰든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목적으로 하는 겁니다.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만들어지면 그걸 점점 키워서 이용하기 위해서 국제사법재판소 가자는 등 분쟁지역화 하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동북공정은 중국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억지로 자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분명하게 구분되고 구별되는 사실들이 존재하고, 기원이 중국이라고 해서 한국화 된 것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문화적, 기술적 요소, 심지어 인구조차도 전래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한국이 일본의 조상이거나 그것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문화 요소들이 모두 한국의 것이라고는 안 하죠. 참고로 이걸 거꾸로 뒤집으면 그게 일본의 내선일체 논리가 됩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것은 분명히 우리의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그것을 논쟁의 대상으로 만들어서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 혹은 우리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의 것. 이라는 결론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 겁니다. 항의? 할 수는 있죠. 근데 그걸 가지고 그래? 그럼 증명해봐. 라고 했을 때 한국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지 안/못 하는 경우 자기것도 증명 못한다며 논쟁 주도권이 저쪽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반대로 한국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어떻게든 트집을 잡고 조작하거나 무리한 해석과 근거를 제시하면서 논쟁화가 성공하게 됩니다. 한국이 아무리 좋은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며 논파한다고 해도 아주 세세하고 애매한 영역에서조차 완승을 거둘 수는 없습니다.

 

특히 고대사는 기록의 부족 때문에 추측과 유예의 영역으로 남겨놓은 것들이 정말 많아서 이런 부분에서 일본이 일본서기 사본을 근거로 임나일본부설 등 한반도 남부에 역사적 명분 등을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개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오히려 정확하게 대응하고 있는 형상이죠.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은 뭐가 있겠느냐 하면, 아주 간단합니다.

 

그냥 중국이 건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이 강해지면 그만입니다. 한국이 여전히 강해졌다고는 하나 중국과 1:1로 붙으면 패배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구도 인구지만 핵무기의 존재가 큽니다. 중국의 무기들이 카탈로그 성능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는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죠. 한국도 카탈로그 성능과 훈련, 교육 등등 이야기하지만 막상 병들의 생활보면 온갖 가라와 똥군기, 상상하기 어려운 간부들의 병신짓과 신뢰하기 어려운 똘추들이 많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그렇다고 한국군이 개병신군대냐 하면 그건 아닌 것처럼, 중국군과 무기 성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는 해도 군대는 군대고 무기는 무기입니다. 원래 나와야할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대충 어느 정도 수준까진 전투력이 산출될 거고, 그걸 평균삼아서 전략을 짜게 되는 게 실제 전쟁이 될 겁니다.

 

 

어찌됐든, 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고 여러 나라들에게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면 중국도 함부로 한국을 건드리기 어려워집니다. 아예 모든 활동을 중단하진 않겠지만, 한국이 강해지는 수준만큼 축소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 들어서 미사일 사거리, 무게 제한이 줄어들고 KF-21의 개발 성공, 반중 국가들에게 성공적인 무기 수출이 이루어지며 현무4 등 강력한 무기, 미사일이 개발되는 것에 아주 반깁니다.

 

분명하게 말하겠지만,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롯한 한국에 불순한 의도를 지닌 작업들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국이 강해지는 것 뿐입니다. 다른 나라를 믿거나 말 뿐인 항의를 하는 게 아니라요. 멍청한 놈들은 이걸 몰라서 욕하겠죠.

 

 

덧. 심지어 한국인들은 조선족을 혐오하고 차별하기 거리낌이 없어서 동북공정의 근거로 중국이 조선족을 내세우면 한국이 그 조선족은 한민족이다. 라고 해봐야 조선족이 한국을 택하겠습니까, 중국을 택하겠습니까.

 

실제로 중국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아서 범죄도 저지르거나 문화적, 관습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사회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 오히려 조선족을 한국이 끌어들여서 동북공정에 활용되는 조선족을 명분적으로 약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육과 재사회화로 한국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국제외교적 문제에 있어서 조선족을 한국이 끌어들여 중국의 중국 내 소수민족론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국익에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략적 안목이 없다면 그저 혐오하고 말 뿐이겠지만요.

반응형
AND
반응형

어느 집단이 기능하며 그것이 유지된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어떠한 체제가 있다는 것이다. 작은 동아리나 모임에도 규칙은 있고 그것으로 규정하지 않는 크고 작은 관습과 약속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떠한 체제이든 그것은 결코 완전할 수 없고 필연적인 지속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환경의 변화나 내부적인 규칙의 형해화, 권력의 독점화, 구성원간 상호 신뢰 붕괴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같은 환경 내에서도 여러 집단이 존재할 경우 상호관계를 맺으며 유사해지거나 문화적 동질성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완전히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물고 이는 각 집단의 체제가 각기 다른 형태를 한다는 것이다.

 

 

한 체제가 태생적인 한계에 도달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집단은 무너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집단을 유지하고 보호, 팽창시키던 체제는 완결된다. 감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해당 체제의 태생적 한계가 찾아왔기 때문이지 소수의 이기적인 권력자나 무능한 왕, 운명의 장난 때문이 아니다. 그 때가 아니라면 그 집단의 역량과 체제의 견고함 덕분에 조금 더 뒤에 이루어질 일일 것이다.

 

로마 공화정은 그들 체제의 뛰어남 덕분에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위를 점하며 생존을 넘어 정복자의 지위를 얻어냈다. 그것이 잘 작동할 때에 그들은 강대했고 실패와 패배는 복기되어 보완되었다. 능력자는 마땅한 대우를 받았고 실력자는 인정받았다. 그들의 정치사회적 전통은 그들을 부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영구적일 수 없었고 로마 공화정의 위대한 정복이 승리할 때마다 값싼 노동력인 노예들은 흘러들어왔고 이제 원정을 갔다 오기에는 너무 넓어진 영토를 마주해야 했다. 로마의 시민들은 토지를 팔고 스스로 노예가 되더라도 먹고 살아야 했고 로마의 보호들은 그렇게 라티푼디움이라는 대농장을 만들어 더 많은 부를 획득했다.

 

일부는 이러한 체제변화에 위험성을 경고하며 개혁을 주장했고 시도했다. 그러나 숫한 시도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들은 자신의 부를 포기하길 거부했다. 결국 그들의 위협적인 경쟁자인 카이사르 또한 암살당한 뒤 로마 공화정 체제는 완결되었고 제정으로 향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로마 부호들이 이기적이라 공화정이 무너졌다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로마 시민들이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로마가 체제의 한계에 도달해갔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를 좀 더 간략히 알아보자.

 

신라는 골품제를 통해 소국이 점차 커지면서 경주 주변의 여러 소국들을 흡수하며 옛 지배층을 등급화하였다. 이는 소국의 흡수를 용이하게 하고 경주 출신 왕족인 성골과 구분지어 왕권을 보전했다. 이는 정복지의 흡수와 통치를 수월하게 했고 기존의 정복지 왕족, 귀족과 본래 경주 일대 소국의 왕권에 계층적 차등을 두어 왕권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이 역시 로마와 마찬가지로 확장을 하기 위한 그들 나름의 유용한 체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왕이 될 성골이 부족해지자 여왕이 등극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사라지자 진골이 신라의 왕가를 이루게 되는 등 필연적인 계급적 변화가 있었다.

 

골품제는 왕족과 귀족, 평민 출신의 명확한 구분으로 일반적인 경우 침해될 수 없는 강력한 벽을 형성했다. 아무리 뛰어난 이라도 한미한 출신이라면 6두품을 뚫을 수 없었고 진골은 결코 성골이 될 수 없었다. 로마와는 상당히 다르게 실력자와 능력자가 혈통적 신분과 출신에 강하게 메여 있었던 체제였다. 이러한 체제는 확장 이후 안정적 유지와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었고, 이후 고려가 건국될 때 골품제는 사라지고 그 문제들이 수정된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였다.

 

고려 또한 과거를 도입하면서 골품제로 억눌려진 기회와 능력을 펼칠 수 있게 열어 놓았고 이는 고려의 관료제로 이어졌다. 그 역량은 수 차례의 전쟁을 견딜 수 있는 근거로 작동하였으나 동시에 음서, 공음전 등 체제의 한계를 예비하는 제도 또한 존재했기에 국가 내부 자원을 분배하지 못하고 자본이 흐르지 않게 되는 등 극심한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했다. 이것을 해결하려 노력한 이들은 있었으나, 근본적인 체제적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이러한 문제들이 수정된 새로운 체제, 조선으로 변화하였다.

 

조선의 경우는 강대한 왕권과 뛰어난 대왕들에 의해 선정이 이루어지고 견고한 관료제와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를 만들었으나 양란을 거치며 왕권이 무너지고 유교적 질서가 해이해지는 동시에 무너진 권위를 세우기 위한 반동으로 교조화가 이루어지며 허례허식이 늘어 내부적 유연성을 경직시켰다. 정조 대왕의 개혁과 실학의 등장은 조선이라는 체제의 역량을 보여주었으나 내부적 한계와 정치의 문란이 곂치며 해결되지 못했고, 거기에 제국주의 시기와 곂치며 외부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체제가 완결되었다.

 

이는 잘잘못을 떠나 사실로써 당시 조선의 역량이 외부적 압박을 이겨낼 정도로 견고하며 유연하지 못했고, 그러한 역량을 배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로마가 아니더라도 어떤 집단에서든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환경과 내부 조건이 극히 안정적이라면 발전없이 정체되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환경변화가 없어 외부적 리스크가 없고 내부적 밀도 변화가 적어 똑같은 삶의 형태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의 정글속 원시 부족들이 수천년 넘게 그러한 삶을 반복했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나름의 체제는 있고 단지 한계에 도달하기까지 아주 오랜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이처럼 한 체제가 태생적 한계를 지녀 발전 끝에 한계를 넘기 못하고, 혹은 미리 체제를 수정하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을 나는 체제 완결성이라 한다. 이 체제 완결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체제에 의존했던 집단은 멸망하게 되고 수정, 보완된 다른 체제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다른 국가가 될 수도 있고 부족이나 도시 규모의 소집단이 될 수도 있으며 다른 체제에 정복되어 흡수, 혹은 예속될 수도 있다. 체제의 변화는 반드시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더 나은 체제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유럽. 특히 영국처럼 나라는 그대로이나 왕조만 다른 이름으로 바뀌는 경우는 해당된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체제의 완결은 여러 형태로 찾아온다. 그러나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다면 그 어떤 분석이 있든 근본적으로 체제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라티푼디움이 등장한 것은 너무 넓어진 영토와 값싼 노동력의 유입이 시작이었고, 이는 로마 자체의 팽창을 요구하는 제도와 체제에서 기인한다.

 

고려에 음서는 비록 녹봉도, 실권도 없는 말직을 받았고 무능하면 고위 관직을 얻을 수 없었으나, 능력과 실력에 무관하여 혈통에 의해 관직을 얻을 수 있어 과거 시험으로 관료가 된 이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공음전은 음서보다 심각하여 토지는 물론 수조권까지 세습하여 체제적으로 고려의 체제 완결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때로는 외부적 요소에 의해 체제 완결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빙기가 찾아오며 흉년이 오고, 화산 폭발 등의 재앙에 의한 대기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진에 의해 큰 피해를 보며 기독교적 세계관의 붕괴를 앞당기기도 하고 외세의 침략에 의해 멸망하기도 한다.

 

특별히 예외적인 사례가 아닌 이상 대부분 체제의 완결은 근본적으로 그들 체제의 한계에 근거한다. 심지어 외세의 침략이라고 해도 그러한 침략에 의해 멸망하는 것은 그 국가가 이미 병들고 쇠약해져 있을 때이며, 튼튼하고 강한 몸을 가진 이에게 병마가 쉽게 찾아오지 않고 싸움에서 쉽게 지지 않지만 나약하고 병든 몸에는 병마가 쉽게 찾아오고, 타인과의 싸움에서 육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진다.

 

이처럼 나라가 부강할 때 외세의 침략이 발생한다면 피해는 입고 멸망을 앞당기는 치명상을 입을지언정, 멸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라가 쇠약해져 역량이 저하될 경우 외세의 침략에도 쉽게 무너져 멸망하게 된다. 외세의 침략은 온전히 외적이 강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체제 완결 사례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나, 한가지 재밌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로마 공화정이 제정으로 바뀌었고, 독일 제국이 바이마르 공화국이 되었다, 다시 나치 독일이 되었으며, 러시아 제국 이후 소련이 되었으나 스탈린에 의해 부하린, 트로츠키 등이 축출되고 사실상 일인독재가 되는 등의 체제 변화를 살펴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던 체제가 무너지고 다른 체제가 되었을 경우 대체로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로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그 반대 또한 존재한다 말할 수 있다. 독일 제국이 멸망하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되었으며, 조선이 멸망 후 식민지를 격고 대한민국이 되기도 하였으며, 대부분의 민주국가가 되었을 경우 왕정 국가가 멸망한 뒤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마찬가지로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에서 똑같이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로 변화하기도 하는 등 정치적 권력 소유자의 비율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다수가 정치적 권력을 가진 경우, 그러한 체제가 한계에 달해 완결되고 다음 체제로 이행될 경우 높은 확률로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난세에서 힘 있는 유력자, 주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자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10.26과 12.12는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을 안정시키기 위한다는 명분을 대외적으로 노출했지만 언제나 있을 법한 난세의 실력자가 등장한 사건이다. 그들은 자신의 힘, 혹은 정치력으로 국가를 장악하여 권력을 독점했다.

 

카이사르가 의도했으나 옥타비아누스가 완성한 권력의 독점이다. 스탈린이 부하린과 트로츠키를 축출하며 완성한 권력의 독점이며, 김일성이 갑산파, 소련파 등을 숙청하고 완성한 일인독재처럼 말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민주적인 법률을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에 없었던 방어적 민주주의 개념으로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체제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 부분이 문제가 되어 히틀러와 나치당은 권력을 독점하게 되었다.

 

모든 권력은 대중의 지지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다. 단지 그 비율과 권력 획득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독재라면 다소 낮은 지지를 보유한다 하여도 힘과 공포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도 왕정국가는 존재하고, 어떤 독재국가라 하더라도, 심지어 축출되어 살해 당하는 순간까지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소수에 의한 권력 독점 또한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성립될 수 있다. 때로 시민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권력자에게 진상한다. 그렇게 민주주의에서도 독재는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해당 국가에 적용된 민주주의 체제와 그것이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제도들이 최대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게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수정이 가능하게끔 내부적 역량과 유연성을 유지시켜야 한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좋은 것은 뭐든 흡수해야 하는 것처럼 체제의 존립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좋은 것은 흡수해야 하며 적용에 문제가 없을 지 살펴야 한다. 무조건 좋아 보인다고 기존 제도와 현실성, 충돌 여부를 생각치 않고 도입한다면 현실에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렇다고 구태의연한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

 

역사와 관련된 내용은 다소 이해하기 쉽도록 서사적이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정확한 내용을 담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신라의 멸망 같은 경우 골품제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에서 제한적인 영향력만을 발휘했을 뿐이고 음서제의 경우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음서만으로 고위직을 꿰차거나 녹봉을 받는 건 아닙니다. 실제 능력이 있는 자들은 과거와 음서를 모두 했었습니다. 음서만으로 관직을 가지는 사람의 대우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로마의 경우 체제가 완결됐다고 하기보단 변화되었다고 하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변화의 폭이 커지더라도 말입니다.

 

조선 후기에 성리학은 교조화되었지만 생각만큼 대단히 교조적이게 되진 않았으며, 실학의 등장 등 꽤 유연한 편이었습니다. 오히려, 성리학이 조선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면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당장 쓸데없는 짓이면 무조건 다 필요 없다 취급하기 때문에 (중근세적인 시대적 사상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성리학 외 다른 학문이 성장할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습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관점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들으면 상당히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겁니다. 시야가 좁다는 소리 들으면 누군들 기분 안 나쁘겠습니까.

 

근데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21세기가 함의하는 수많은 기술과 발전, 혁명적 사회상은 이전 시대에 비할 바가 아니고 지금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죠. 20년전과 10년전은 다르고 10년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에요. 우리 삶의 발전이 거기서 거기인 거 같고 기술적 발전에 따른 혁신적인 제품들이라고 해봐야 기초적이고 초기적인 것들이 나오니까 당장 돈값을 못하는 거 같고 굳이 필요할 거 같지는 않고 그럴 뿐이지, 예전과 기술적으로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게 발전한 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근데 지금 시점에서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어떻습니까?

 

'현대적'인가요? '21세기'적인가요? 옛날 사람이니까 현대적인 감각을 요구하는 건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현대 언저리쯤은 되어야죠.

 

주변에 무당, 점쟁이를 끼고 있고 와이프조차 그런 거에 빠져 있으며 과학과 기술에 대한 몰이해 뿐만 아니라 그것을 거부하는 모습조차 보이고 있습니다. 노동에 대한 관점은 심각할 정도이고,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말버릇과는 반대로 법조인 출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법학적 개념을 무시하고 있을 정도지요.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 수백만명 이상이 지지하고 있어요. 

 

 

나이든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이니까.

 

근데 2030 세대가 윤석열의 이런 모습들을 보고서도 지지한다? 정말 저런 모습들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인가요?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들이 너 넓은 시야에서 큰그림을 보지 않고, 이슈 하나하나, 내놓는 공약 하나하나만 바라보면서 유리한 건 기억하고 마음에 안 드는 건 빠르게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여성부 폐지 하나 딱 던지니까 홀라당 넘어가서 지지하겠네 어쩌네 이러고 있는 거 보면..

 

문재인 정부가 싫을 순 있죠. 이재명이 싫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렇다고 윤석열을 뽑겠다니. 윤석열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바라보고 판단하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으니 한번 좆되보라는 식으로 그 반동타고 반대급부로 모이는 거에 불과하다. 이게 사실에 가깝다고 봅니다. 내게 이익이 안 되더라도(심지어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저놈이 더 불행하고 더 큰 실패를 겪을 수 있다면 무지성으로 그걸 선택하겠다 이거죠.

 

그리고 그들은 그걸 '벌'을 준다고 생각할 겁니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2030세대들이 국가 통치와 외교조차도 수십년간 해당 영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경험해본 전문가들의 판단과 조언을 받아들이기보단 근본도 없는 무당과 점쟁이들이 점지해준 길일에 따라 그날 회동하고 어떤 국가적 판단을 주술적인 방식으로 결정하는 걸 정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단 말입니까?

 

최소한 전문가들은 아무리 병신이라고는 해도 그 영역의 전공자이고 수십년 동안 구르고 굴렀으며 직접 경험하고 관련 인적 자원들과의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력으로 여러 과정들을 차근차근 밟으며 올라온 사람들이죠. 다시 말해, 2030이 말하는 실력과 노력의 증명자들이라는 겁니다.

 

근데 무당과 점쟁이들은? 그냥 요상한 미신놀음이나 하면서 이말 저말 끼워맞추며 있어 보이는, 맞아 떨어지는 듯한 사이비들이고 똑같은 방식으로 사회현상을 진단하거나 추측하는 이들을 우리는 음모론자라고 부르거든요. 그런 근본도 없는 이들을 데려다가 국사의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맡기고 조언을 받는다?

 

그들이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어떤 전문성과 능력이 있는데요? 그걸 어떻게, 언제 증명했고요. 전혀 그런 적 없죠. 말솜씨 좋은 사이비에 불과합니다. 거기에 넘어간 윤석열 같은 종류의 인간은 권력을 잡을 자격이 없는 거고요.

 

이걸 2030은 무비판적으로 대합니다. 최소한, 탐탁찮게 보지만 그럼에도 지지합니다.

 

 

여기 어디에 공정과 평등이 있고 원칙이 있는지 전 전혀 모르겠습니다.

 

전 아직도 인국공 사태를 기억합니다. 윤석열 주변의 무당, 샤먼들은 자격 없이 권력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국공 사태때 2030 청년들은 어땠죠? 나보다 시험 못 본 자격 없는 것들이 자기와 동등한 정규직이 된다고 발광을 하고 발작을 해댔죠.

 

그리고 거기에 댄 명분이 공정하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윤석열 주변의 무당들은 마땅히 그 자리에 있어야할 다른 전문가들에게 어떻게 공정하죠?

 

그럼 이렇게 쉴드칠 놈들이 있을 겁니다.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그럼 마찬가지로 인국공 때 정규직이 될 사람들 중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왜 정규직이 되지 못해야만 했을까요. 그렇게 실력 있으면 시험 보라고요? 그럼 또 말이 달라지는 거죠. 실력만 있으면 되고 그걸 증명만 하면 되는데 그거랑 별개로 시험은 봐야 인정한다는 거니까.

 

 

다른 모든 걸 떠나서, 지금 한국이 어떤 나라이고 21세기 현대 국가와 사회를 영유하고 있는지 제대로 눈 뜨고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넓게 바라봐도 세계 10대 선진국, 군사, 경제강국인 한국에 무당 끼고 미신에 따라 움직이는 대통령 후보가 있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겠습니까?

 

중세국가인 줄 알 겁니다.

 

눈에 보이는 포퓰리즘 공약, 지킬지 신뢰할 수도 없는 공약과 반문, 반민주라는 보복심과 폭력성에만 매몰되고 천착되어 이런 세태를 못 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슈만 보고 움직이며 그 이상을 보려고 하질 않아요.

 

그들은 마음껏 공격하고 괴롭히고 폭력의 쾌감을 즐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민주당과 그 족속들은 때려 죽여도 무죄인 놈들이니까요. 약자들로 만들어서,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거지요. 양심에 거리낄 거 없이. 그게 정의니까. 10년 넘게 약자에겐 그래도 된다고 배웠을테니.

반응형
AND
반응형

먼저, 젊은층들은.. 특히 저 같은 경우 책임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당했다면 보복 또한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지나치지는 않게요.

심지어 박근혜 같은 경우는 죽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경하게 바라보는 편입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세대의 젊은 층에는 그러한 시각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저처럼 죽더라도.. 까진 아닐 거고 대체로 무관심한 이들도 꽤 있을 거라는 것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윗세대로 올라갈수록 동정적인 시선 또한 있을 겁니다. 민주당 지지자인 기성 세대 중에서는 그래도 사면은 잘한 일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유로파나 토탈워나 멘탈 터질 정도로 흔들리는 사유가 되겠지만 전체 국민적으로 봤을 때는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해서 모두가 등을 돌릴 정도로 큰 사유가 되진 않을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이 시점에서 등 돌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일단 저는 이번 사면으로 굉장히 실망했지만 그래도 윤석열에게 표를 주거나 이재명에게 갈 표를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누가 되든 대통령은 되어야 하고, 기왕 될 거라면 끔찍한 적(이런 표현이 꽤 재밌게 들리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보다는 지저분한 아군이 낫다고 보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우리 카페 분위기만큼 사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민주당 지지자 내에서 적지 않게 있을 거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윗세대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드네요.

반응형
AND
반응형

반중이 세계적으로 '당연시' 되는 현상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은 전 세계적인 혐오 정서를 받게 되었고 베이징이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외교적 기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행동양상을 하나의 용어로 엮는다 하여도 그것이 모두 동일한 양상과 양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합리적이고 당연한 이유로 반중을 하는 것과 그것을 넘어서 비이성의 영역까지 도달한 반중의 양상을 꽤 흥미롭다.

 

비단 이런 일이 반중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데, 가령 우리는 반공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에 불복하는 이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실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대북유화파는 당연히 있을 수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북유화파나 낭만파가 있다고 해서 북한의 모든 것을 긍정하거나 그들의 끔찍한 현실을 거부하는 '진짜'는 극히 드물다. 어느 정도냐면, 그런 이들이 그런 태도, 발언을 할 경우 뉴스에 나온다. 그만큼 드문 일이다.

 

이런 일에 대해 대북유화적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묻기보단 일단 종북빨갱이라는 낙인을 붙히는 것을 먼저하는 것이 당연했던, 그리고 누군가에겐 여전히 당연한 이 나라에서 그 대북유화파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나 무오한 국가, 비도덕적이지 않은 국가로 바라보냐 하냐면 그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확실하게 말하건데,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고 외교는 우리가 하기 싫은 태도 또한 취해야 하는 가장 복잡하고 기분 나쁜 장이 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중의 양상이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가 왜 중국을 싫어하는가. 일단 내가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 몇가지를 나열하자면,.

 

1.중국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된다.

2.중국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최대 후원국이자 지원국이다.

3.중국은 환경과 수자원 등 대한민국의 국익에 저해된다.

4.중국은 자국의 문화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문화 및 역사 약탈을 시행하는 국가이다.

5.중국인의 선진화되지 못한 시민의식은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충돌을 일으키며 교정할 의지가 부족한 편이다.

6.중국인 해커를 비롯해 한국인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계정과 재산을 약탈하고 공격을 시도한다.

7.한미동맹의 가장 큰 주적과 위협이기에 한미 상호 발전에 저해된다.

8.중국 정부는 중국 내 소수민족을 한족화 시키거나 멸절시키려 하고 있다.

9.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민에게 인권과 자유에 반하는 검열과 경찰력을 동원한 납치, 협박, 고문, 살해, 강제교정 및 사형수 장기매매 등 끔찍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10.동남아-동아시아, 아프리카 안보, 경제에 가장 현실적인 위협이다.

11.중국은 자국민에게 역사왜곡으로 교육시키고 팽창적, 패권적 중화주의를 심어 주변국과 충돌을 야기한다.

 

몇가지는 매우 포괄적이고 몇가지는 지나치게 세세하면서도 모든 걸 담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만 나열하자면 위와 같다. 이외에도 찾아보면 몇가지가 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1번과 2번이다. 그리고 1번과 2번이 아래 대부분의 중국 외부적 문제를 포괄할 수 있기도 하다. 단지 좀 더 구체적으로 짚고 싶은 조항들이 있었을 뿐이다.

 

이렇듯, 내가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사실에 기초하고 구체적이다. 그리고 이를 가급적 정확히 인식하고자 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반중을 '대의나 당위'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내가 취해야할 자세이자 세계관적 인식일 뿐이지 그 이상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중국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발작 버튼이 눌린 채 다짜고짜 짱깨라는 말이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그 혐오정서를 경쟁하듯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 무지성 반중파에게 나라는 반중은 친중으로 보이지 않을까? 때에 따라 중국이 충분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그럴 이유가 존재한다고 말하거나,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중국의 태도를 교정하지 않는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을 무의미하며 소모적이라고도 하는 등 자신의 반중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려 하지 않고 중국편을 드는 거 아니냐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 사상검증인 셈이다.

 

공산권에서 특히 강력하게 이루어졌던 사상검증을 극단적 반중파들이 반복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극단주의자들은 같은 속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나에 대해 항변하자면, 난 분명히 반중이고, 중국이 대한민국의 파트너가 될 수 없는 국가이며,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분열한다면 아주 좋은 일이며, 우리에게 큰 피해가 없는 이상 중국이 멸망하는 것 또한 궁극적으로 한국에 호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시민의식이 후진적이고 중국 사회 특유의 문화 때문에 더더욱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인 개개인 중 좋은 사람과 훌륭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들조차 중국이라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이상 한국의 '상식'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줄 알 뿐이다.

 

 

자, 그럼 여기서 적지 않은 무지성 반중파, 극단적 반중파를 바라보자. 그들은 중국이 나오면 원색적인 비난을 한다. 이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고 다소 눈쌀이 찌푸려질 순 있지만 굳이 지적할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 --해야 한다. 라고 할 때이다.

 

먼저,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유의미한 압박을 할 수 있는 체급인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중국이 타국의 요구를 받아들일만한 국가인지 생각해보자. 이것이 내가 말한 무지성 반중파의 한국 정부가 반중하지 않는다고 욕하는 게 답답한 지점이다. 몇년전 한국에서 미세먼지가 크게 논란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중국을 욕했다. 당연하고 심지어 권리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적지않은 이들은 또한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를 막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공론화가 조금 더 늦게 되었을 뿐 문제 자체는 이전 정부 시절부터 있었고 그 당시에도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정권과 무관하게 중국으로 하여금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법이 없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중국 동부 공장지대를 폭격하여 싸그리 날려버리고 전쟁을 하거나, 아니면 전쟁을 한 뒤 중국 동부 공장지대를 폭격하여 싸그리 날려버리는 앞뒤만 다른 똑같은 방법 뿐일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중국은 주변국의 불만과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의 생존과 건강에 협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국민들은 그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 정부를 욕할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다만, 합리적인 관점에서 그러한 비판은 불만을 토해내는 것 뿐이지 무의미하고 소모적일 뿐이다. 애초에 진영과 정부를 막론하고 한국 정부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라는 건 정부 의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중국을 욕할 때 그것이 대부분 중국이 잘못한 뉴스라고는 해도 그것과 유관하든 무관하든 중국과 얽혀 있을 경우 극소수의 사례(배우 주윤발의 인격과 성품에 대해 대협이라고까지 칭하는 경우 등)를 제외하면 자동반사적인 비난과 공격을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유와 명분이 있을 뿐, 일종의 놀이나 당연히 해야하는 활동이다.

 

사실 이런 류의 행동들이 다 그렇듯, 그러한 비난과 분노의 표현은 공개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행위자는 타인과 공감을 하고 지지를 받고, 소속감을 느낀다. 이것은 정체성과 세계관을 이루는 성분으로 자신에게 되먹여진다.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더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반중이라는 세계관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고자 한다. 경쟁적으로 반중 정서를 표현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자신의 반중 댓글에 수백개의 '좋아요'가 눌린다면 우리 뇌는 도파민을 분비할 것이다.

 

중국이 개짓거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개짓거리를 하지 않는데 반중이라는 유행, 놀이를 즐기며 양국간의 감정문제를 저해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그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긴 하지만 그러기에 중국은 너무나도 많은 명분과 이유를 만들고 만들어줬으며,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반중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구체적인 이유를 따지기 보단 그것이 당연한 일이고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가깝다. 그냥 그래야 한다. 그것이 맞다. 다른 사람들 또한 그렇게 여기고 공감해주며, 받아줄 것이다. 이러한 내재적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타국 대중으로 하여금 반중을 당연히 해야할 일로 만든 것 또한 중국 정부라는 점이 대단하다 할 정도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모습을 20, 15여년 전쯤에 본 적이 있다. 한창 고이즈미가 일본의 총리로 활동하던 시기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무지성 반일'이었다. 물론 지금의 무지성 반중이 그렇듯이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과거사 문제부터 IMF, 신사 참배에 독도 문제까지. 일본의 어그로는 다종다양했고 현대사에 있어선 반중정서보다 더 뿌리 깊은 역사와 전통의 반일정서가 있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한국인은 일본을 혐오하고, 싫어할 이유와 명분이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 돌이켜봤을 때, 그 당시 일본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자동반사적으로 욕이 나오고 초등학생들조차도 놀이처럼 고이즈미 당시 총리를 위시로하여 일본과 일본인 전체를 싸잡아 욕하던 당시가 물론 합리적으로 보이는가?

 

나는 여전히 반일적 성향이 더 크지만, 그 당시의 반일정서는 결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공부를 통해, 당시 팽창해가던 인터넷을 통해, TV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그리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일본이 어떤 짓을 했고 얼마나 개새끼였는지 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욕하는 것에 대해 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왜 욕하는지도 모른 채 남들 하니까 다 따라했고, 이유는 행위에 뒤따라오는 것이었다고.

 

난 그 당시의 그런 태도가 지금의 무지성 반중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원색적이고 공격적일 뿐이지. 사실, 그 당시에도 일본어 공부한다, 일본어 전공한다고 하면 다짜고짜 친일파 소리 듣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그나마 지금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면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뭐, 어느 집안 고등학생이 역사 전공하는 형이 사마천의 사기를 공부한다니 짱깨는 믿을 수 없다며 수천년전 문헌조차도 지금의 반중정서와 엮어 그딴 걸 왜 보냐고 비난하는 걸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이 더 저능할 수도 있고 말이다. 물론 이런 사례가 보편적인 건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그래도 더 써보고자 한다. 독자들의 너른 양해 바란다.

 

이런 반중적 태도와 정서와 별개로, 일본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도 다르다. 이전에도 한두 번쯤 이 블로그에서 지적한 바가 있듯이,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일본에 가지는 태도는 '패배주의적'이다. 일본이 먼저 잘못하거나 시비를 걸고, 한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이 일본에 사과하고 그들이 그러한 조치를 취했던 이유를 해소한 뒤 올바른 한일관계를 이룩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것이 이렇게 들린다. 한국이 일본에게 굴복해야 한다고. 말이다. 좀 더 색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하고 굴복해야 한다고 말이다.

 

극우주의자를 비롯해 극단주의자들은 힘을 숭상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이 여전히 한국에 비해 강대국이니 그런 일본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 하며 알아서 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은 일본과의 교류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고까지 생각하는 자들이 많다.

 

아주 틀렸다. 일본과의 단교는 우리에게 큰 피해로 돌아오겠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중국과의 단교에 비하면 그 피해가 적을 것이다. 왜냐?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무역의존도 비율만 확인해보라. 기실 현대의 어느 국가도 중국산 제품과 재료, 식료품을 제외하게 되면 물류는 흘러야할 물량이 말라붙을 것이고, 그 물류에 의존하는 모든 산업이 무너지거나 빈사 상태가 될 것이다. 그만큼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중국 시장이다.

 

우스운 건 앞서 이야기한 반중정서와 이것을 결합했을 때다. 중국에 대해서는 온갖 공격을 다하고,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공격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채 마땅히 감당해야하며 그에 대한 반격이나 보복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상정한다. 그러나 한한령과 요소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적극적으로 그런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국력이 약한가? 누구도 그렇게 말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중과 친일은 서로 다른 궤로 돈다. 좀 더 이해하게 쉽게 말하자면 일관성이 없다. 중국은 대한민국에 위협이 되는 적이고 개새끼들이니까 공격하는 게 마땅하고 일본은 동아시아 유일의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한국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는 무서운 저력을 갖춘 대빵이기에 함부로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들이 생각하는 80~90년대, 2000년대 초중반의 위상과는 다르게 상당히 많이 추락한 국가이고(그들이 약소국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 그에 비해 크게 성장한 국가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은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이유로 일본이 먼저 한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레드팀 활동을 했음에도 그게 위안부 합의 무단 파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먼저 적대적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탓이라고 한다. 애초에 그 합의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그 합의가 민의를 제대로 고려했는지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 합의를 지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국민 절반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일본이 먼저 한국을 공격하고 최근 한국에 고통을 줄 조치를 행할 전담팀을 구성하는 국가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판단하고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일 것인가? 그들은 한국의 성장과 발전을 원하지 않고 구체적인 실력으로 저해하며 방해할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일본의 활동을 막거나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어떤 이유를 들든 일본이 한국에 적대적 활동을 시행한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봐야하며 이에 대해 우리가 먼저 굽히자는 주장은 반국가적이며 굴욕적이다. 부당한 공격을 감행하는 가해자의 힘에 쫄아붙어서 굴복해야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 나올만한 주장이 아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무지성 반중을 하며 공격과 비난을 먼저하면서 정작 일본의 혐한적 활동에 대해서는 이성과 합리를 가장한 패배주의적 태도를 지향하는 자들이 있다. 대한민국이 중국에 전쟁을 선포하고 베이징을 점령하지 않는 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정작 한일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대한민국이 일본에 먼저 굴복해야 한다는 걸 주장하고 또 강조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도 실소만 나올만한 태도란 말인다.

반응형
AND
반응형

사실 가세연이 조동연씨 논란에 불지폈을 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지금에서야 쓰게 됐습니다.

 

원래 가세연이 반사회적 분탕 활동을 해오던 질 나쁜 매체였고, 그걸로 머리 나쁜 극우보수들 대리만족 + 사상적 극단화 에스컬레이터를 가중시켜댔는데, 원래부터 어떤 역할을 해왔던 건 아닐 겁니다. 그냥 돈 되고 자극적일만한 재료면 뭐든 잡아다 물어서 공격하고, 조롱하는 활동을 하던 이들이었죠.

 

 

근데 최근 정국을 비롯해, 종종 어떤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번 조동연씨 때도 유X범 의원 제보로 넘어온 거라는 의혹이 있고 말입니다. 국힘당을 비롯한 극우진영에서 가세연을 쓸만한 선동창구, 흑색선전의 전위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타이밍도 그렇고 이익을 보는 세력을 따져보면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인지는 몰라도 특정 세려에서 가세연에 정보와 떡밥을 넘기고 있다고 봐야 하거든요.


이게 아주 끈끈한 관계는 아니더라도, 서로 이익이 합치되는 경우 그렇게 하고 있을 겁니다.

 

 

이번 김건희 관련해서도 하와이에 있는 누구라고 대신 해명해주고 있는데, 가세연이 조동연씨 건으로 크게 주목 받는 걸보니 이번에도 이용해보려는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가세연의 강점은 지저분하고 더러운 폭로와 공격이지 저런 식의 해명, 쉴드는 아닙니다. 


물론 그걸 보는 돌대가리 저능아들에게는 청와대에 반인반외계인 키메라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만한 병신들이라 먹힐지도 모르겠군요.



하여간, 가세연과 연결고리를 지닌 누군가들이 자기들이 터뜨리기엔 더럽고 치졸한 걸 보수진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가세연이라는 창구에 넘겨서 대신 터뜨리고 대신 공격하게 하는 관계가 있을 겁니다. 애초에 강용석 본인부터가 그 당 의원 출신이고 변호사다보니 어느 정도 법적 탱킹이 되거든요.

 

사실 이런 게 전혀 특이한 건  아닌데,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정치적, 사회적 후진국들에서 갱단이나 범죄조직, 혹은 자경단이나 시민단체 등등 이름의 단체들을 전위대, 제복 깡패, 무장 민병대처럼 사용하며 정적들을 공격하게 사주, 명령하는 경우는 매우 많습니다.

 

현재의 한국에서 그런 활동을 하긴 어려우니 대신 주먹이 아닌 더 세련된 방식으로 진행하는 거죠. 더럽고 지저분한 일을 대신하는 공격수. 

가세연을 집요하게 파서 어떤 관계가 어떻게 있고,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파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계속 이런 공격이 올 겁니다. 공직에서 나오기 어렵고 껄끄러운 것들을 가세연에 넘겨 더 자극적이고 선동적이게 가공해내 실제 영향력으로 만들어낼 겁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놔뒀다가는 점점 영향력을 확대시켜서 보수진영에서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가진 매체가 될 거고, 쉽게 건드리기엔 뉴미디어 언론화가 되면서 적법한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조차 언론의 자유로 엮여 반항할 겁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문 대통령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 안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6850&ref=A

“보이콧 검토 안해” 한국에… 中 “올림픽 한가족다운 풍모”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1/12/09/HWEXXB7DKFE3ZDCF2IQB6MRGAM/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가 친중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거 가지고 역시 문재인 반미친중이다 라고 믿음을 강화하는데 쓰는데, 사실은 꽤 거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美국무부, 文 '올림픽 외교보이콧 선 긋기'에 "우리는 우리 결정"
https://newsis.com/view/?id=NISX20211214_0001686621&cID=10101&pID=10100

(전략)

절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 발언이 동맹에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우리는 동맹·파트너국가와 분명히 협의를 해 왔다"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호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여부에 관해 "한국 정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보이콧 여부는 각국이 결정할 몫이라고 강조해 왔다.

포터 부대변인은 이후 비슷한 취지의 질문에 "올림픽 참석에 관한 한국 대통령의 결정은 그들 몫"이라고 했다. 또 "물론 우리는 우리의 결정을 했고, 백악관이 발표하기 전에 동맹·파트너국가와 협의했다"라고 반복했다.

(후략)

 

이미 미국과 말을 맞춘 내용이거든요. 조율된 사항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가 중국의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있고, 반중하는 입장에서 꽤 꼬신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서 모든 나라가 동참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가령 프랑스 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전통의 강호로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꽤 거리를 두고 있는 국가인 걸 감안해도 실효성 없다는 이유로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고 있죠.

 

마찬가지로 한국의 경우는 중국 코앞에 있는 국가인 동시에 무역의존도 또한 여전히 높은 나라입니다. 올림픽 보이콧을 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죠. 반정부병 걸린 애들이나 문재인 정부가 반미친중한다는 종교에 심취한 바보들이야 한식구네 어쩌네 하는 아무 의미 없는, 듣기 좋으라고 하는 외교적 수사에 눈뒤집혀서 욕하고 있지만 생각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면 알 겁니다.

 

대안이나 현실성 전혀 없이 그냥 무조건 중국과 관계된 건 다 부정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어떤 대안도 없고 현실성도 안 따져본 애들이 물어뜯을 건수에 환호하는 것 뿐이죠.

 

현실은 이미 미국과 조율을 끝내고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데, 이건 매우 현실적인 이유를 따진 겁니다. 지난 일본과의 갈등에는 합리적인 척, 이성적인 척 일본에 굴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던 애들이 정작 한국에 더 큰 피해를 실제로 입혔고, 지금도 입힐 수 있는 나라에는 또 전혀 다른 입장인 게 재밌더군요. 중국은 쳐맞아야하고 반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ㅋㅋ 그런다고 안 하는 국가가 아닐텐데. 하여간 일본에는 굴복해야 하는데 중국과는 싸워야 한다는 애들 참 많습니다.

 

물론 중국과 싸워야 하죠. 대중국 포위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로써.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그건 따져야 합니다. 일본이 그걸 안 따져서 지금 손해보고 있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미국과 미리 조율한 뒤 현실적인 이유들을 고려하여 올림픽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겁니다.

 

한국마저도 참여하지 않으면 그건 글자 그대로 동아시아 외교적 갈등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일이 될 겁니다. 그리고 협상이나 대화, 조율의 여지가 없어진(없어졌다고 여긴 중국이) 한국에 대놓고 적대하는 명분 중 하나로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요소수 사태 때처럼 한국 경제, 유통망을 흔들어 놓으려는 시도가 단순히 한국으로 하여금 중국과 협상을 시도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글자 그대로 한국 경제에 크고 작은 타격을 주기 위한 이유가 된다는 거죠.

 

요소수 때 한국이 빠르게 해결하지 못했다면 정부가 됐든, 대선 후보'들'이 됐든 결국 중국에 달려가 수출규제 풀어달라고 해야했을 겁니다. 그리고 정부가 주체라면 정부에게, 대선 후보가 주체가 됐다면 대선 후보에게 중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요소를 제공해줬을 거고요. 중국의 목적이 그거였거든요.

 

하지만 미국과의 합의, 조율이 있었다지만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여하는 건 중국에 어느 정도 여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사이다병 걸린 소아병 환자들이야 중국에 마음껏 적대하고 공격하고 저해하는 활동을 해도 중국이 아무 말 못하고 얻어맞으며 한국은 중국이 뭘 하든 알아서 버틸 줄 아는데, 현실은 현실입니다. 일본이 무역공격 감행했을 땐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당장 일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굴복해야 한다.) 하면서 중국이 했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왜 그리 무감각한지 모르겠습니다.

 

반중 활동도 현실을 따지면서 해야되는 겁니다. 그건 안목이 없이 덤벼들면 기껏해야 버림패, 소모품으로 사용되는 거죠.

 

 

반정부 바보들이 정부가 친중한다고 하고 있는 동시에 참 재밌는 소식이 있는데, 한국이 호주에 K-9 자주포를 수출한 겁니다.

 

자, 그럼 생각해봅시다. 호주는 중국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상황이고 대중국 포위망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군사력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근데 이 상황에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가 아니라 한국의 무기를 산다는 건, 그리고 거꾸로 말해서 그런 호주에 한국의 명품 무기를 수출한다는 걸로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거 같습니까?

 

앞으로는 올림픽에 참여하지만 뒤로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저항할 수 있도록 호주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물론 바보들은 그건 그냥 무기를 사고파는 무역이다. 우리가 공짜로 줬냐 돈 다 받고 하는 거다. 라고 하겠지만, 그거야말로 바보들이 하는 소리고, 총 같은 개인화기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자주포 같은 무기는 그걸 유지,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까지도 계산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전투기, 항공기 같은 경우 외국의 것을 사오면 부품은 물론이고 정비, 수리할 때 그 나라 전문인력이 며칠~몇주 걸려 와서 정비, 수리해주고 가야 합니다. 그게 어려울 땐 아예 그 기체를 해당 국가에 보낸 뒤 수리하고 다시 돌려받아야 합니다.

 

안보의 일각이 특정 국가에 의존되는 상황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파는 나라 또한 그렇지만 사는 나라 또한 그 나라와 어느 정도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가령, 우리는 우리 KF-21 같은 전투기를 중국에 팔긴 좀 그렇죠. 불법적으로 뜯어볼 거 같으니까요.

 

자주포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국가적 신뢰가 받쳐줘야 합니다. 단순히 돈주고 받아오고 우리가 알아서 굴리고..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개인화기가 아닌 것들은 알아서 굴리는 게 아닙니다. 그나마 알아서 다룰 수 있을만한 게 전차, 자주포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들이죠. 전투기나 해군 함정 같은 거에 비했을 때.

 

그런 이유로 앞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뒤로는 중국을 압박할 수 있게 무기를 팔아주는 겁니다. 이게 화전양면 전술인 거죠. 이런 상황이나 판세를 읽지 못한다면 국제정세에 대해 논할 최소한의 능력조차 부족한 겁니다. 똑같이 똑같은 뉴스 보는데 그걸 제대로 조합하지도 못하는 거에요. 한국 정부가 진짜 친중이었으면 중국 눈치보느라 호주에 무기를 팔지도 않았을 겁니다.

 

 

더욱이, 한국 극우세력과 자한당은 한미동맹 파괴 이딴 소리를 하던데, 이번 국무부 발표가 찬물을 확 끼엊은 걸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바보들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뭘 함의하는 건지도 이해 못하고 있겠지만..

 

심지어 나경원이 미국가서 종전선언 반대하고 있던데, 판세가 어떻고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알아서 시끄럽게 떠들며 인지시켜준 덕분에 미국의 한국 극우세력에 대한 점수와 평가를 알아서 깍아먹어주는 것도 참 보기 좋더군요. 그런 수준이니 미국이 이재명을 차기 대통령으로 낙점지은 거죠.

반응형
AND
반응형

중학생 시절,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건 아니고, 어쩌다 중간 부분만 잠깐 읽었는데 그 부분이 하필 그 유명한 동굴의 우화 이야기였죠.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지하 동굴에 죄수가 갇혀 있는데, 어두운 안쪽을 바라보도록 묶여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쪽 입구에서 빛이 비추기에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은 볼 수 있죠. 그는 그것만 알고 그것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죄수가 풀려났고, 동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안쪽에서 봤던 모든 그림자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그는 다시 동굴로 돌아가 다른 죄수들에게 진실을 알려줍니다.

 

 

뭐, 어렸을 때이니 플라톤 철학이니 이데아론이니 그런 거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 이것을 진리, 이데아론이 아니라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궤는 맞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전 이것을 지식인의 역할로 이해했습니다. 편견, 고정관념, 관습, 소문, 낭설, 잘못된 상식, 지나친 축약, 비유의 실패, 그리고 미디어에서 말하는 많은 것들은 실제론 사실의 표상을 가공한 정보들이고, 실제 진실한 사실은 따로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지식인은 누구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던 그것을 직접 바라보고, 그 사실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지식인,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이란 그런 것입니다. 짧게 보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것이죠. 어떤 사실이나 사건에 대해 그것이 무엇을 함의하고 상징하며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무엇이 벌어진 것인지 알려주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인-프로메테우스들이 있어도 대중-에피메테우스는 여전히 짧은 시야로 코앞밖에 보지 못하고, 심지어 그것조차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말하고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이것을 지식인들의 오만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똑똑하다고 남들 가르치는 거라고. 하지만 저는 이것을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역할에는 우열이 없죠.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 대중들에게 자신의 통찰을 가르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식인으로서의 신념을 가진 신이기도 했습니다. 고문을 당하면서까지 테티스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 지조를 보여주죠.

 

그의 모습은 제우스라는 철권의 권력자에게 대항하는 저항자의 모습이자, 인간에게 불(지식)을 가르쳐주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앞서 바라보는 선각자의 역할과 외압에 굴하지 않는 신념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우리 역사에서 일제강점기와 독재 정권에서 고통 받고 고문 당하던 지식인들과 활동가, 운동가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지식인 또한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너무 대단하고 고결한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다소 비겁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식인이 그 역할을 한다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모습 또한 있는 법이죠.

 

그러나 지식인의 역할을 모방하되, 지식과 통찰을 공유하는 게 아닌 그 해악을 퍼뜨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가짜 지식인입니다.

 

그들은 어설프고 어중간한 통찰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혐오와 고정관념을 강화시킵니다. 비교적 최근 불타올랐던 설거지론이 그러합니다. 복지에 대한 공격을 위해 목탑의 비유를 했던 어떤 자료 또한 그러했고, 이슬람 세계의 전근대성과 불합리성을 왜곡과 과장을 섞어서 비판하는 수많은 자료들이 그러합니다.

 

진보, 혹은 보수, 혹은 좌파, 또는 우파에 대한 편견과 일반화로 왜곡시켜 비난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핵심이 아닌 피상을 바라보고, 그 피상을 잘못 진단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X서인 류 인종들이 그러한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도 일천하고 통찰력도 부족한데 설득력 있는 말솜씨를 지녔습니다. 혹은 그럴듯한 전문가의 타이틀을 만들어 걸친 채 미디어를 등에 업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죠.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견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피상에 대한 진단을, 그것도 잘못된 진단을 하기 때문에 똑같은 사례지만 진영이나 대상이 달라지면 그 논리도 달라집니다. 정말 다를 게 하나 없는 사건, 상황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날리던 이가 진영과 대상만 달라졌는데 온정적인 논리로 바뀝니다.

 

즉, 똑같은 일에 대해 상황과 대상이 달라지면 논리와 말이 달라집니다. 일관된 논리가 없고 이는 일관된 사상이나 가치 체계가 없다는 겁니다. 혹은 그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거죠. 그 이유는 그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례와 방식, 종류는 정말 많습니다. 실체적 사례를 가지고 어떠한 공통적인 요소를 끄집어내 원리화 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고 편견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설거지론에서 여성에 대한 공격과 남성의 피해자화, 혹은 호구화를 만들어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 않는 수많은 부부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이론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특정한 사례들만을 모아서 그 교집합을 모아 원리를 추출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례에서는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론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에서는 단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게 없는 사이비가 되는 거기도 하죠. 이런 이론이 잘 먹히는 이유는 단순히 피상적으로 그러한 사례들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그것들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런 사례들이 여러 모습으로 올라오고 떠돌기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기는 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현실은 현실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의 존재 또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설거지론을 그 주장부터가 일반화를 하고 있기에 틀린 이론이 됩니다. 핵심으로 더 파고 들어가면 스스로의 모순적인 요소조차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아주 당연한 연애시장에서의 작동 원리조차 위선과 거짓이라 비판하기까지 합니다.

 

 

설거지론이 잘 먹혔던 이유는 그것이 그럴듯 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듯 했느냐면, 그러한 사례가 실제 있기 때문이고, 파편적인 몇몇 사례들을 알고 있는 이들에겐 그것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이론처럼 보였을 것이며, 특히 요즘 같은 성갈등이 주요 이슈가 되는 시대에 누군가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논리와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설거지론을 꽤 그럴듯한 이론이기도 합니다. 실제 있는 사례, 현실의 일부를 가지고 만들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비 헛소리로만 구성된 게 아니니까요.

 

불과 몇년전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과잉복지의 위험성이라는 글을 보시면(https://konn.tistory.com/559) 엉터리 논리와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 같은 소리와 논리이지만, 놀랍게도 이 자료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은 이러한 인식으로 세상을 바라봤을 것이고, 아마 스스로 정확한 현실인식을 하고 있다 믿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런 자료를 만들어내 인터넷에 올렸고요. X서인 류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지지만, 아마 저게 그럴듯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의 지적 수준에 대한 지적이야 차치하고서라도, 저런 류의 잘못된 인식과 논리, 합리성을 가지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 그게 바로 가짜 지식인들입니다. 수많은 정치 유튜버, 사회 유튜버, 렉카들도 그러한 이들입니다. 차라리 진짜 팩트만은 중립적으로 전달한다면 지식인은 아니더라도 전달자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극히 드물지요. 대부분은 가짜 지식인으로 왜곡과 과장, 편파적인 이념 성향이나 주관성을 개입시켜 사람들의 인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주입하며 저해하고 교란합니다.

 

그나마 본인이 멍청하기 때문이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갑니다. 그건 조금이라도 더 똑똑한 사람들이 지적하고 비판하여 논파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어중간하게 똑똑하고, 어중간하게 통찰력 있는 이들, 심지어 그러면서도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진 이들이 가장 위험합니다. 가짜뉴스가 문제가 되는 것처럼, 가짜 지식인들은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짜 뉴스는 현실을 인식하는 팩트를 교란시키지만 이들 가짜 지식인들은 현실을 인식하는 가치관을 교란시킵니다.

 

우린 이것을 소음공해나 환경오염과 같은 공해Polution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반응형
AND
반응형

재미로 보세요.

 

 

21세기 한반도 지정학.


 

 한반도는 강대한 대륙세력과 만만치 않은 해양세력 사이에 끼어 있는 반도 국가로 어떤 곳으로도 직접적인 진출은 불가능한 특수한 위치에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건국부터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곳이기에 태평양 너머의 초강대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강대국이 모인 세력권의 중간에 끼어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분단국가의 특수성 또한 지니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의 존재는 대륙과 이어져 있는 지형임에도 실질적으로 섬과 같은 형식을 취하게 되었지만, 전통적으로 대륙 국가로 존속한 역사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대륙적 정체성을 지닌 유사 섬 국가적 특성이 일부 존재한다.

 

 

1.대륙 전략.


 

앞서 말했다시피, 한반도는 외부로의 직접적 진출이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대륙 국가의 영토에 대한 탐욕과 자존심을 고려하고서라도,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명분도 없고 방법도 없다. 유일하게 노려볼 법한 방향은 북한 지역을 수복하는 것 뿐인데, 이는 본래 한반도 영토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기 영토를 확장한다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외부적 진출이 반드시 영토 확장으로 귀결되는 것은 오만하고 거만하며 제국주의적인 논리에서 기인할 것이다.¹ 대한민국의 영토가 늘어난다면 당연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을 위한 명분은 희박하고 그래야할 이유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것을 얻기 위해 대한민국이 지불해야할 것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1.나치 독일의 안슐루스나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을 생각해보자. 자국 민족이 살아간다는 이유로 합병을 한 사건이다. 중국이 한반도를 병합하고자 하는 논리는 동북공정과 조선족의 존재다. 이를 거꾸로 뒤집는다면 조선족 자치구를 한국이 병합해야 한다는 논리로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독일이나 러시아 같은 다른 경우보다 훨씬 불가능한 작업이다.

 

 

먼저 중국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중국은 대한민국의 신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최소한 공정하게 주고 받는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단언할 수 있듯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약하거나 믿음을 주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중국이 중국 외 타국을 대하는 데 있어서 신의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받기 어려운 전례들을 쌓아왔고, 그러한 것이 유독 대한민국에게만 다르게 적용될 것이라 전망하는 것은 순진한 것을 떠나 나쁘다.

 

중국은 대한민국을 중화의 영향력에 복속시키고 관리, 통제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고, 이는 도련선을 상징으로 하는 A2/AD 전략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라 할 수 있다.² 중국의 북부전구는 대한민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활동을 전개할 준비를 하는 군대이며, 꾸준히 전력이 강화되고 있다.

 

2.중국이 한국 문화를 공략하는 이유, 중국의 도련선과 A2/AD 전략, 중국의 AIIB와 일대일로를 통한 경제 패권경쟁. 이전 글에서 몇차례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의 존재는 중국에게 있어서 미국의 시선과 힘을 분산시키고 완충지를 만드는 등 필요한 전략적 자산이지만 통제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이기 때문에 유사시 한반도에 자산을 전개해야할 필요성이 생긴다면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침략/복속될 것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협이자 오래된 위협인 북한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지원국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보를 저해하기 위해 강력한 수단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보여줬는데, 사드 배치 당시 중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한한령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에 강력한 제재를 걸었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추측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는 THAAD가 대한민국의 탄도 미사일 방위 능력을 높히기 때문인데, 현대전에서(특히 전면전) 탄도 미사일을 통한 선제공격의 이점은 막대하고, 중국은 유사시 한반도 전체를 무력화, 장악을 시도하고자 하는 전략적 시나리오를 작성해뒀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대한민국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요소수 대란은 한국 정부로 하여금 유통을 중점으로 하는 경제 대란 및 사회혼란을 조장하려고 했고,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혹은 대선 후보자들로 하여금 중국에 굴종하거나, 중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요소수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

 

이러한 두번의 경제적 제재 경험은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경제적 탈중국을 요구하게 만들었고, 이는 중국의 오판이다.

 

따라서, 중국은 안보에 있어서도, 경제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외교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아니며, 한국이 친미 국가를 표방하며,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북한 이상의 잠재적 적국이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1-1.통일.

 

그렇다면 통일 문제는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통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어떠한 출혈을 발생시키든, 통일은 대한민국의 국력과 가능성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가능성 있는 물리적 변화이며, 실질적 대륙국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건이 될 것이다.

 

북한에 의해 단절된 국경은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바다로 떨어진 게 아닌, 국경을 접한 채 이루어지는 외교/안보/정치적 경험의 부재를 만들어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는 것과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고, 또 다른 위협이자 긴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중국에 있어서도 상당한 부담이 되는데, 중국의 턱밑에 한국군과 어쩌면 미군이 배치되는 위험은 베이징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형성시킬 요소가 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과 국경을 나란히 접한다는 것은 유무형적으로 강력한 현상들 발생할 것이다.

 

가령, 국경지대에서 한국인과 조선족의 교류가 늘어난다고 생각해보자. 비단 긍정적이지만은 않겠지만 그들은 빠르게 '한국화'될 수 있다. 이것은 많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내포하는 현상이 될 것이다.

 

 

북한과의 통일에 많은 돈과 시간과 희생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과의 통일을 어떻게 다뤄야할 것인가? 답은 초장기적 계획이다. 이러한 초장기적 계획은 답답하고 한반도를 기준으로 하는 우리의 국제적 역할을 제한하는 일임은 자명하다. 앞서 제시한 한-중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사상적, 세계관적 변화에 큰 영향력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도 그렇고 수복한 이북에 투자되어야할 국력은 외부 현상과 사건에 투자할 여력을 축소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초장기적 계획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약 100년 동안 10년 단위의 계획으로 다뤄야하는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통일이 되자마자 양국의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주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상상부터 폐기해야 한다. 그러한 무분별하고 무계획적인 이주 및 교류는 거대한 혼란과 갈등만 발생시키는 위험한 일이며, 우리가 더 많은 비용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통일과 동시에 양국간의 국경지대를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

 

북한 주민은 한국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반세기 이상 살아온 집단이고, 이들의 정체성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공유할 뿐이지, 한국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거나 빠르게 흡수하여 한국화될 집단이 아니다. 의외일진 몰라도, 그들도 그들 나름의 애국심이 있다.

 

그런 이유로 통일이 되었다 해도 국경지역을 통제하여 무분별한 이주와 교류를 막아야할 것이고, 선별적으로 작은 집단으로 하여금 이주와 교류를 성사시켜야 한다.

 

우리는 북한 지역에 건설, 의료, 식량과 치안 등을 지원하여 수십년간 봐왔던 풍경 자체를 해체하여 통일해도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하며, 학생 세대를 중심으로 남측 지역에 분산하여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세대는 빠르게 한국화되게끔 해야할 것이고, 청년 특유의 빠른 습득력으로 10~30년 뒤 발생될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도리어 이북 주민들의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고, 통일된 한반도의 더 우월한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높은 교육 수준이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가 될 부모 세대를 지키는 것도 한국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 받은 자식 세대에 의해 이루어질 것도 기대할만 하다.

 

남북간의 교류 규모는 시간에 따라 증가되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 30년, 혹은 50년 뒤부터 규제를 풀며 대규모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1주일~2주일 단위 소규모 교류 및 관광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시작하며 이후 규모와 기간을 늘려가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이 되었음에도 자유로운 남북왕래가 차단되었다는 것은 특히 이북 주민들에게 불만족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해서는 더 나은 계책이 필요하고, 자기들 나름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기에 한국화는 험난하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북 지역에 대해서는 연방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방 정부를 두는 것도 생각해봄직한 방식이다. 평양, 원산 등 몇몇 도시 지역은 직접 관리 및 개발 지역으로 삼고, 타 지방은 지방자치정부를 수립하게 한 뒤 남쪽의 감시와 지원 아래 자율적인 정책으로 지역개발을 이뤄가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특히 이북 현지 협력자 중 유력자들을 포섭하여 지방 정부와 실권을 안겨줘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혹은 평양, 개성, 청진 등 일부 도시를 개방도시로 하여 남북민들의 경험을 쌓게 두어야 한다. 일부 도시는 러시아, 미국 등 규모에 제한은 있지만 투자와 개발을 위해 외국과 직접적인 교류를 가능케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를 소규모 실험실로 이용할 수 있다. 실제 발생할만한 일을 통제 가능한 규모에서 관찰하고 해결할 연습을 하는 것은 향후 확대되는 교류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매체를 통해 이동하지 못하는 이들의 요구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남북교류에 있어서 이북 뿐만 아니라 남측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같은 한국어라고는 하지만 어휘와 단어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이상으로 다른 문화와 세계관 속에서 살아온 이북 주민을 대할 때 불쾌한 기억을 남겨준다면 그들은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며, 이들의 비협조는 성공적인 통일/신중한 통일을 저해하는 큰 비용이 될 것이다.

 

 

통일 이후 한국 자본만으로 이북 지역 개발을 빠른 속도로 올리긴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선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무엇보다 중국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북한이라는 지역을 잃는 대신 중국의 투자 비중과 회수를 보장해줌으로서 통일에 대한 불만을 다소 누그러뜨리거나 한중관계의 개선을 모색해볼 수 있다.

 

 

북한이 남길만한 자산 중에 가장 앞줄에 놓이는 것은 다름 아닌 핵무기 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구 북한의 핵자산을 차지하리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는 그것의 연구자료를 손에 넣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핵무기 자체는 손에 넣기 어려울 것이며, 미국 또한 동의하기 어렵고, 중국은 학을 때며 강력하게 폐기를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북한이 붕괴하고, 외부적 무력 개입 없는 가장 이상적인 통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실제 통일이 발생할 가능성 있는 적지 않은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높은 확률로 군대를 보내 북한 전체, 혹은 일부 지역을 점령하여 완충지로 남겨두거나, 협상의 재료로 사용할 것이다. 여기서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이나 지나친 긴장감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 북부나 서부 일부 지역을 중국에 '일시적으로' 넘겨줄 것을 용인하거나,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 또한 결코 낮지 않다.³

 

3.한반도 통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려면?에서 다뤄본 적 있는데, 해당 글에서 제시한 이전 글들 또한 참고하길 바란다. 북한에 대해 판단할 때는 반드시, 자동적으로 중국이 어떻게 나올가 또한 계산해야 한다. 중국에게 있어서 북한을 불편한 골칫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어지면 안 되는 최중요 완충지이다. 지정학적 중요성만 보자면 적화통일된 한반도를 앞에 둔 일본을 바라보는 미국과 유사할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선 사전에 한중은 물론 미중간의 관계 개선을 쌓아놔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게 아니라면 한국이 미리 핵무장을 해놓고 한국의 통일에 영토적 침해를 발생시킬 경우 핵전쟁까지 감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을 심어놓는 정도밖에 없을테지만, 이 역시 잃는 게 너무 큰 허세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설령 핵전쟁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여러 국가가 너무 많은 걸 희생하게 된다.

 

 

1-2.북방외교.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북방 국가는 몽골과 러시아 정도 뿐일 것이다. 그러나 몽골은 국력이 약하기 때문에 자원을 제외하면 한국과 협조할만한 영역이 제한적이다. 도리어 더 가깝고 더 큰 영향력을 주는 중국이 대몽골 외교에 더욱 유리할 것이다. 몽골에 좋은 조건으로 군사 지원과 거래를 한다 하더라도 몽골의 체급이 너무 낮고 지정학적 위치는 더더욱 나쁘기에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6자 회담에서 일본과 러시아가 빠진 이후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크게 줄었고, 북한에 대한 훈견자 역할 또한 상실했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그동안 북방외교에서 대러 외교가 다소 소홀했지만 무시할만한 플레이어가 아님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러시아가 다시금 북한에 어떤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한다면 일본 또한 대북외교에 개입할 공산이 크기에, 그것을 바라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시 북한 문제에 개입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며, 필요할 일이긴 하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접근 태도와 방식이 중요할 것이다. 

 

그에 앞서, 먼저 러시아와 한국은 불곰 사업을 비롯해 긍정적인 경험이 있다. 또한 러시아 내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고,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적잖은 편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는 러시아가 한국에 힘을 실어주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안보적으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서방 세계와의 무역은 바로 그 안보 문제 때문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제제재에 의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데, 이것을 한국 시장이 안정적으로 교류해준다면 러시아가 판단하는 한국의 중요성과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중시하는 유럽이 아닌, 다소 덜 중요하다 여겨지는 동아시아, 아시아 태평양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강화시켜줄 근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자국과 좋은 관계인 동시에 경제적 파트너로 기능하는 한국이 더 큰 역할과 힘을 가져 러시아의 이익으로 돌아오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전망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먼저, 러시아의 가스관을 한국까지 잇고 천연자원이나 제품들을 수출입하는 등 경제적 교류를 늘린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미국의 경쟁 국가이다. 그리고 한국은 자타공인 친미국가이고, 미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미국은 최중요 동맹인 한국을 통해 러시아를 지나치게 성장시키지 않을 것이고, 한국에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 또한 경계할 것이 자명하다. 러시아의 성장은 유럽에 대한 위기가 될 것이고, 미국이 그것을 의도하지 않는 한 러시아의 유럽 위협은 방지해야할 유럽 방면 중요 임무가 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결코 경쟁관계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랫동안 군사훈련을 지속해온 관계이고, 이는 반미를 목적으로 한다. 단순히 반미이기 때문에 협력한다는 수준으로 가늠하기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훈련들은 중러간의 군사 협력이 가볍게 볼만한 게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북방외교에서 러시아와의 외교는 지금보다 더 중요시 되어야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2016년도 자신의 칼럼에서 석유와 원유 수입, 한반도 통일에서의 영향력, 러시아의 안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 러시아의 시장 가치를 꼽았다. 실제로 가능성 있는 것들이며, 중요한 요소들인 것도 사실이다.

 

또한 중국의 러시아와 협력 중인 국가지만, 동시에 위협세력인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일부 지역, 가령 내몽고 자치구, 신장 위구르 지역, 티벳 등 소수민족 영토를 중국으로부터 분열시켜 완충지로 삼는다 한다면 한국은 이를 응원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지원이나 개입은 다소 위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러시아가 중국을 분열시키겠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로 남쪽의 해양을 통한 진출을 밀어줄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륙 방면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한국은 통일하지 않는 한 대륙 방면보다는 해양 방면에 더 영향력을 늘리는 것이 타당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2.해양 정책.


 

처음 언급했듯이 현 대한민국은 대륙국가의 정체성을 지녔으나, 실질적으로는 섬국가와 유사한 영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 특성을 살리는 것이 맞고, 대한민국의 국력과 위상이 신장된만큼 국제적 안목과 실습을 겪어봐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한반도 구석에서만 활동하는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한국은 미국이 인정하는 강국이자 선진국이 되었고, 군사적으로 유의미한 힘을 가졌으며,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인데다, 중국의 위협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이 시점에서 대외적 활동들은 점차 강요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활동은 한국 스스로에게도 필요할 일이 될 것인데, 더 많은 열매를 취하기 위해선 더 넓고 높은 곳으로 움직여야할 시대가 한국에도 찾아온 것이다. 다행히도, 대륙에는 그럴만한 나라가 없지만 바다를 통해서는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더욱 다행인 것은, 너무 가깝지 않아서 크게 자극하기도 어렵고, 너무 약해서 한국의 의도가 중국의 영향력에 쉽게 좌초되지도 않을 것이며, 필요 이상으로 강해서 한국의 영향력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국가들도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동남아가 그러하다. 한국이 패권을 행사한다면, 적합한 지역은 동남아를 제외하곤 없다.

 

 

2-1.신남방 정책.

 

먼저, 문재인 정부는 초기 출범부터 무너진 외교 관계를 재건했고, 그 중에서도 크게 신경쓴 부분이 바로 신남방정책이다. 동남아는 중국의 영향력에 크게 휘둘리는 약소국들이 많고, 지금도 중국의 위험에 직간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은 남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물론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을 속도감으로) 동남아를 한국 중심의 질서로 편입시켜야 한다. 동남아 국가들간의 국력 차이는 물론 있지만, 중국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거나 방지할만한 힘을 가진 국가는 많지 않다. 이들 국가는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한국은 신남방정책을 통해 동남아 국가들간의 교류를 늘리고 점차 협력을 늘려가야 한다. 인도네시아와 함께하는 KFX 사업은 그러한 관점에서도 유의미한 것이고, 필리핀에 한국 함정을 수출하는 것도 그들의 군사안보 구조에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고 있고 주목 받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방위산업 및 무기 수출은 상당한 존재감과 위상을 가져온다. 군사력이 곧 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무기를 만들고, 판매하고, 유지/보수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이며, 자국 안보, 무기체계에 특정 국가 비중이 높기 위해선 그만큼 그 국가는 믿을 수 있는 국가여야 하며 역으로 판매국은 구매 국가에 발언력이 커지게 될 것이다.

 

 

한국이 동남아에 남방-한국 블록권을 형성한다면 해양 블록이기에 다소 느슨할 것이고,(그런 이유로 블록이라는 대륙적 표현보다는 선이나 고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느슨한만큼 반발도 적을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블록은 한국에 동남아라는 커다란 시장을 선사해주고, 동남아는 한국이라는 강국을 뒷배이자 조정국으로 둘 수 있게 된다. 한국의 군사력이 지금보다 월등히 커져야 할 것이고, 위상과 발언력이 더욱 커져야할 것이지만, 한국은 동남아와 함께 대중국 포위망을 한국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다시 말해, 한국이 동남아의 (그닥 적극적으로 개입하진 않는, 그러나 조정과 균형에 있어서 큰 역할을 담당할 수는 있는) 큰형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를 위해 동남아에 대표적이고 강력한 친한 국가이자 우군을 두는 것이 좋다. 가령 베트남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베트남에 동남아 지역에서의 특수한 역할을 부여해주거나,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동남아 전체에 강력한 통제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키워서는 안 된다. 세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고 정치, 경제, 안보 등에 있어서 한국은 해당 국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동남아에 한국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이를 통해 인도-중동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중국이 해양에 그리는 전략 그림과 동일하다. 중국은 동남아를 확보한다면 그곳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여 압박할 수단을 얻게 되며, 동시에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위험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서쪽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열린다. 열린 바닷길을 통해 인도를 해양에서 압박할 수도 있고, 중동까지 닿을 수 있다.

 

단, 중동 방면에 배치된 미국의 제5함대를 뚫을 수 있다면 말이다.

 

중국이 그린 그러한 그림을 한국이 더 평화롭고 안정적이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 될 것이다. 다만 한국이 중동 등 인도 서쪽까지 국력을 닿거나, 개입할만한 의지는 그다지 없을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이유로 외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력을 발산하는 것이 극도록 제한되었고, 그럴 의지를 가질 이유도 없었다.

 

 

문화적 요소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한국이 동남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 한류는 정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동남아인들의 심리적 불편함과 제기될 수 있는 위협감을 반감시킬 것이고 협조적이게 할 것이다. 우리는 하드 파워가 아니라 소프트파워로 동남아를 마사지해둬야할 것이고, 그러한 협력을 통해 하드 파워의 영향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중국은 이를 거꾸로 하고 있다.

 

 

2-2.대일정책

 

일본은 한국의 이웃 국가이다. 그러나 일본은 해방 이후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 적은 있을 뿐 단 한번도 한국을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최근 10년 안팍으로 극우화된 일본 정치계는 더 이상 한국에게 온당한 태도를 보일 것이란 기대를 줄이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 되었다.

 

이에 대해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만한 사람은 많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발생한 한일관계의 사건들은 본문의 주장을 근거한다. 물론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많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을 자국의 영향력하에 완벽하게 구속하고 성장하거나 발전하지 못하고 영원히 하위국가로 두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식민지 시대가 아니고, 한국은 일본을 위협할만큼 성장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하는 사실이다. 일본이 의도하고 시도하는 외교적 갈등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한국을 통제하여 위기를 불러일으켜 수준 차이를 이해시켜주기 위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통하기엔 한국은 너무 성장했고, 지금은 90년대가 아니다.

 

 

일본은 앞으로도 한국의 국익과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동남아를 대상으로 하는 신남방 정책을 가장 위협하고 방해할만한 세력은 중국이 아니다. 일본이다. 일본 또한 동남아에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여러 친일 국가들이 많다. 여전히 일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만큼 일본이 적극적으로 이를 방해하고 동남아 세계에 개입하고자 한다면 한국은 이를 방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할 것이다.

 

 

동아시아 안보에는 적절하지 않겠지만,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 한국은 일본을 못 믿을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북한에 석탄을 불법적으로 보내줬다는 의혹을 제기 받은 바 있고, 수십년전 도시바 스캔들로 냉전 당시 소련에 다축 CNC를 싸그리 팔아넘긴 전적이 있다. 이외에도 북한을 핑계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과 생산을 저해하려고 시도한 바가 있고, 레드팀이라고 공격한 적도 있다.

 

물론 도시바 스캔들은 스캔들이라 이름 붙은 만큼 들켜서 책임지게 된 적도 있고, 한국 반도체 산업을 목표로 한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레드팀이라고 공격했지만 현재 한미 관계는 역사적으로 가까우며 인정받고 있다. 한미일 회담은 일본이 독도를 걸고 넘어지며 불참했는데, 그에 대한 대가가 더 있겠지만, 먼저 기시다 총리의 연내 방미가 무산되는 수모로 돌아오게 되었다.

 

일본은 우리 일본이 이렇게 나오면 미국도 당황해서 우리를 먼저 달랠 것이라 예측했고, 설마 한국 따위를 위해 일본이 등 돌리는 걸 내버려 두겠느냐는 계산을 했다. 미국은 그런 상황에 당황하여 일본을 달래기 위해 한국에 불리한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내며 일본은 미국 중심 동아시아 질서의 서열을 잡으려 했겠지만 일본은 지금이 80년대, 90년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여전히 과거에 살아가기 때문에 현실인식에서부터 실패한 결과이고 한국의 성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회피의식이었다.

 

따라서 한국은 이것을 이용해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 일본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를 부각시키며 믿을 수 없고, 과거에 비해 실력이 처참하게 무너진 국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일본 내부에는 한국에 대한 열등감을 조장해야 하는데, 그러한 열등감에 떠밀려 일본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무리한 시도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역할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조선일보 등 일본에 기사를 올리는 한국 보수 언론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열등감을 위시로 하여 스스로의 신뢰와 가치를 알아서 무너뜨릴 것이고 미국은 일본을 부정적이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더 중요한 파트너로 일본보다 한국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고, 일본을 미국이 조성하려는 동아시아 균형에서 한국 아래로 맞추어진다면 아주 성공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 신남방정책은 또 다시 중요성을 지니게 될 것인데,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할 때 미국이 동남아를 직접 조정하는 것보다 한국이 신남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면 한국의 발언력과 중요성은 월등히 좋게 평가 받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미국의 지원과 도움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일본에게서 동남아 지역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한국이 성장하여 동아시아 친미 패권국의 역할과 자리를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지분율 또한 넘기거나 역전되는 것 역시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본은 앞으로도 한국의 성장을 질시하고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을 받는 것 또한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을 모두 쓰고 싶어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항하거나 미국의 국익을 저해하지 않는다면 그저 중재하는 것에 그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력과 위상을 높히는 정공법만이 가장 확실한 대응법이라 할 수 있다.

반응형
AND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849)
취미 (849)
백업 (0)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CALENDAR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