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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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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ㄴ리뷰'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7.02.03
    이차원 용병 사피엘-휴프노편 리뷰.
  2. 2017.01.27
    소설, 킬 더 드래곤 리뷰.
  3. 2016.11.30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1
  4. 2016.11.29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
  5. 2016.11.28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6. 2016.11.27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7. 2016.11.26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8. 2016.11.25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9. 2016.11.24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10. 2016.11.23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5편.
  11. 2016.11.22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12. 2016.11.21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13. 2016.11.21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14. 2016.11.20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15. 2016.11.20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16. 2016.11.19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17. 2016.11.19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18. 2016.11.19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19. 2016.11.18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 2016.11.16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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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소설 이차원 용병의 다른 에피소드들도 결코 호락호락한 편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휴프노편이 정말 인간, 사랑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디스편도 굉장한 포스를 뿜어내서, 바로 그 다음 미션인 휴프노 미션이 그리 어렵다거나 대단할 거라는 기대는 안 했습니다. 아디스편에서 작가가 보여준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머리싸움과 정치, 경제적 다툼은 작가 특유의 필체 때문에 투박해보일 순 있지만 이 또한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거든요.


초일류 작가들의 물 흘러가듯, 그러나 들어있을 건 다 있는 꽉찬 전개와 묘사는 아니었지만, 그런 작가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래 그런 정치, 경제적 다툼과 전개를 묘사하는 건 정말이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바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전개와 내용은 분명 개연성 있는 내용이었던 것도 사실이죠. 정치싸움과 같은 머리싸움은 그런 개연성과 논리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금호 작가는 투박한 필체이지만 그걸 적절히, 그리고 간결하게 잘 보여줬죠. 정치싸움은 단지 논리력과 사고력과 같은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적 특성. 즉, 그 캐릭터의 성향과 개성 또한 잘 녹여야 하며, 감정 또한 분명히 개입합니다. 정치에 있어서 감정을 숨기거나 통제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러한 감정적 동요나 통제되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감정에 의한 결단, 흔들림을 묘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죠.


이는 마지막의 바스톤의 흑화와 그걸 이끌어낸 묘사, 찌질함에 가까운 아디스의 과거를 감추고 미션 자체에 흐린 사실 등의 묘사는 생각해보면 개연적이고 타당한 묘사와 전개였습니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반성, 진보할 수 있도록, 아디스에게 새로운 선택을 하게 해주며 영혼의 격이 상승하게 되죠.



이런 아디스 미션의 완성도였기 때문에 휴프노 미션에 대해선 그저 믿고 보는 정도, 아디스편이 이런 완성도였으니 휴프노 미션도 평균이나 그 이상의 완성도를 가질 것이라는 보장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번 편은 아디스편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인공인 강철호의 가장 뛰어난 특성이 바로 언변이죠. 하지만 시작부터 이게 막힙니다. 눌변으로요. 그리고 시작한 뒤 얼마 동안은 호감도가 떨어지기만 하는 등 적응 못하고 삽질만 하죠.


근데 중요한 건 강철호의 판단력입니다. 아디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머리 잘 돌아가는 캐릭터죠.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상황을 분석하고 현실인식을 하며, 다른 방법을 찾고 인물의 성향과 미션의 전개를 유추하거나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런 계획이나 판단이 꽤 잘 들어먹기도 했고요.


작품 내 전개의 기점은 폴스를 영입한 이후로 한번 변하게 되는데, 연애에 대해 알지 못하는 독자 강철호와 휴프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죠. 이 이후로 사피엘의 호감을 사고 나름 꽤 잘 돌아가게 됩니다.


폴스가 중요한 이유는, 연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강철호와 휴프노에게 연애 공부를 해줬다는 건데, 작가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작가보다 똑똑할 수 없다는 것처럼 작가가 알지 못한다면 캐릭터 또한 말할 수 없을 만한 이야기를 강철호, 휴프노에게 해줍니다. 여성에 있어서 여러 타입이 있고 사피엘은 그 중 어떤 타입인지에 대한 설명 부분과 그런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강의하는 부분이죠.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 데, 단지 머리속으로 설정 짜듯이 공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사피엘의 내면과 언행을 해당 타입과 결부시켜 해석하고 분석하며 이해시키는 부분이 놀라웠습니다. 대개 이런 내용을 서술할 땐 어떤 작위성이 느껴지거나 설득력이 떨어지기 쉬운 데, 의외로 상당한 설득력이 느껴지는 부분들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실제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 캐릭터이고 그 캐릭터를 설정한 작가가 그 설정을 분해한 뒤 소설 상에서 전개시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캐릭터의 성향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설정하고 표현시킨 것은 굉장히 뛰어난 작가적 역량이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그에 따른 묘사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거든요.


이전의 미션과 마찬가지로 금호 작가는 인간과 감정에 대한 통찰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고 그런 이해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캐릭터 창작과 묘사가 가능한 것이지요. 이는 사피엘이라는 까다로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지식들인 겁니다.


여자이자 기사, 청렴결백하며 정의로운 성격, 가문의 부흥을 위해야 한다는 일생의 목표, 그리고 기사도에 대한 강박적 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가지는 컴플렉스와 고민, 그리고 한계.


이 특성들을 절묘하게 버무려 실제 있을 법하다는 개연성을 가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묘사했다는 점에 대단하다는 겁니다.


이런 특성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정치가인 백작의 저택 방문이 굉장히 중요한 두번째 급변하는 전환점이 되는 데, 백작이 저택에 방문해 쏜즈, 사피엘, 다른 자작 한명을 평가하며 누굴 기사단장으로 뽑을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는 데, 이때 사피엘의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박살을 내버리게 되거든요. 분명 검술로선 사피엘이 더 뛰어났으며 기사도와 판단력, 성실함 등의 개인적 인격 또한 뛰어났지만, 너무 기사도에 강박적이게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쏜즈에게 패배하게 되죠.


오히려 사피엘의 기사다움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고, 부족하지만 더럽더라도 자기 이상의 역량을 낼 수 있는 쏜즈를 기사단장으로 발탁하게 되죠. 이는 사피엘의 모든 노력과 인생관을 처절하게 박살낸 겁니다. 훌륭한 기사이고자 했는 데 오히려 그 때문에 자신의 미숙함과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생겨버렸고, 그 이전에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보다 약하고 남자들 사이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 그런 이유들 때문에 결국 끈 떨어진 연 취급 당하며 모든 노력과 인생관이 박살난 겁니다.


그래서 중증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데, 기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모욕과 창피를 당하고 노력과 인생관이 부정 당하며 박살난 인간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여전히 고고하고 당당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쏜즈와의 대련 중 남자 부하들 앞에서 생리라는 약점이 잡혀서 더러운 모욕과 창피를 당했으니 그 자체로도 정신병 걸릴 일이죠.


하물며 기사도에 대한 강박적 집착과 사랑에 가까운 애정을 지닌 이가 그것마저 부정 당했으니..


하지만 표층심리를 읽던 강철호와 같이, 그런 사피엘은 뛰어난 편이었죠. 원체 정신력이 강했기 때문에(더불어 초기이기도 했지만..)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했죠. 누워서 자야한다고, 정신차리라고 스스로를 닥달하면서요. 물론 이것도 얼마 안 가서 심해졌죠. 며칠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나가지도 않고 아마 간간히.. 울기도 하면서요. 그냥 그대로 놔두면 아마 자살하기 직전까지 가는 것도 오래 안 걸렸을 겁니다. 그런 상황이면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 그럴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런 상태에서 폴스에서 또 다른 충고를 받고, 강철호는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제대로 먹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3번째 전환점인데, 전개상으로도, 캐릭터의 내적 성장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바로 진심으로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자 한 부분이거든요.


이때 묘사가 상당히 훌륭한 데, 강철호가 휴프노에게 동조하면서 작품의 시점이 변화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똑같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그 시점의 주인공이 강철호도, 휴프노도 아닌 제3의 하이브리드가 되어버리거든요. 휴프노까진 아니지만, 강철호도 아니며 강철호를 타인, 그라고 표현하는 등 휴프노에 가까워질 정도로 동조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자신의 감정 또한 진심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미션이고, 실제로 사랑하지 않으며, 오히려 실제로 사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방어적인 심리적 태도를 취했죠. 그렇기 때문에 사피엘을 하나의 공략 대상으로만 보았고, 사랑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폴스가 말했죠. 여자는 남자가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그런 겁니다. 휴프노 역할을 하고 있던 강철호가 진심이 되지 않으면 사피엘의 사랑을 얻어낼 수 없었던 거죠.


이런 면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혀주는 요인이며, 그만큼 작가가 여자, 사랑에 대한 이해와 통찰 또한 상당하다는 겁니다. 사랑을 경험해보거나 사랑하며 사귀어본 적 없는 휴프노와 강철호라는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 사랑에 대한 이해를 가진 누군가를 창조하여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진 내용을 서술할 순 없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금호 작가는 그걸 서술해냈죠.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심지어 사랑을 해본 사람도 묘사하고 서술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말이죠. 단순히 사랑을 그려낸 게 아니라, 그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언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선 그걸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야 폴스처럼 분석해서 알려주고 충고해주죠. 이게 아디스 미션만큼, 혹은 그 이상 뛰어나다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동조한 휴프노-강철호는 진심으로 사피엘을 사랑할 수 있게 됐고, 폴스는 그걸 바로 찝어냅니다. 눈빛이 변했다고요. 그렇죠. 사랑은 진심으로 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진심을 바라는 여성에게 장난으로, 혹은 여지를 남겨놓고 들어오면 그 여성의 진심을 받아낼 수 없습니다. 우선희도 말했죠. 동조가 높으면 유리할 거라고.


주인공의 내적 성장은 그 자체로 작품을 보는 독자의 집중과 심리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흡입력이 가장 증대되는 부분이 바로 이 시점인 거죠. 이 전환점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전개되는 겁니다.



아디스 미션의 포스가 쩔었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아디스 미션보다는 휴프노 미션의 완성도와 전개, 캐릭터 설계를 더 높게 칩니다. 솔직히 거의 버릴 캐릭터도 없고 작품적 장치나 전개나 복선, 개연성, 캐릭터 설정, 심리묘사 등등..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진 에피소드라고 전 감히 평가합니다. 그럴만한 완성도를 보여줬거든요. 


솔직히 아직 휴프노 미션의 완결까지 카카오 페이지 분량으로 20화 조금 넘게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만 보고도 굉장한 완성도의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휴프노편의 끝이 굉장히 기대되고 있고요. 퍼슨스 미션부터 유리발츠, 스트로본과 케세인 미션, 아디스 미션까지 거치며 점진적으로, 조금씩이지만 분명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성장해나가는 30세 성인 주인공의 성장 또한 사실적이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현실에서의 고충과 고민, 감정적 동요 또한 사실적이며 캐릭터의 성격과 성향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적 요소이기도 하고요.


처음엔 그리 대단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 특유의 필체가 투박했고, 괜히 독하고 마초적인 척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혼자서 진지빠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좀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전개나 캐릭터 설정 등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애매하다는 느낌을 자꾸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문제도 없고 그 자체로 괜찮은 수준의 작품이라는 건 인정하고 재미 또한 느꼈죠. 불리하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할 법한 순간에도 주인공의 뛰어난 판단력과 현실인식은 매력적으로 보여졌고요. 하지만 아디스 미션을 거쳐 휴프노 미션에서 그 진가를 좀 더 제대로 파악한 셈입니다. 생각보다 더 재밌는 작품이었던 거죠. 저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건 다른 미션이 아니라 바로 휴프노 미션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미션을 놔두고 휴프노 편을 리뷰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 부분은 정말 추천할만한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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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하는 백수귀족 작가의 킬 더 드래곤이라는 작품을 오늘 완결까지 다 봤는 데, 이거 생각보다 뛰어난 작품이더군요. 담담한 문체와 모자람 없는 필력으로 이끌어나가고 어렵지 않게 예측하기 쉬운 결말이지만 실망 없이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하는 작품은 많지 않죠. 작품의 전개가 반이라면 작품의 끝은 그 나머지 반인 데, 둘 다 훌륭했다고 봅니다.



작품 속 주인공인 이한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없었습니다. 쉽게 계측하고 계량할 수 있는,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지 못했죠. 격투술이나 무기술은 사일런스나 델 사이먼, 러시아계 캐릭터 등 육체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우월한 이들이 있었고, 사이킥 능력의 경우 델, 쿠로, 사일런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이커가 이한보다 뛰어났죠.


하지만 이한에겐 남들에게 없는 가장 뛰어난 능력이 있었는 데, 다른 모든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근성과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판단력과 사고력이 그의 유일한 무기였습니다. 턱걸이에 가까운 턱 없이 모자란 시이킥 능력은 철저한 훈련과 노력으로 남들보다 뛰어난 사이킥 컨트롤이라는 이점으로 승화시켰고, 부족한 육체적 능력과 전투력은 팀원에 대해 절대적 신뢰와 믿음을 받아내고 그들을 이용하여 함께 더 높은 수준의 승리를 가져왔죠. 리더나 보스로서의 전술적 능력은 다른 사이커에 비해 뛰어납니다.


이한은 부족한 부분을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었고, 그런 부족함은 그가 가장 완벽한 지휘관이자 사이킥 병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그가 성장해야만 했고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한이 처음 사이커가 되려 마음 먹은 이유는 자신들이 돌보는 고아 동생들 때문입니다.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큰 아이들은 하나둘 떠나고 자신과 자기보다 더 어린 아이들만 남았을 때, 한은 그들에게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존재라면 이한의 이성적 판단력과 주체성, 성숙한 이성을 갖추지 못했겠죠. 자리가 사람을 만들듯이, 이한에겐 그러한 능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그러한 능력을 얻게 되었던 겁니다.


이는 훗날 사이커로서의 능력을 발견한 뒤 사이커로 훈련 받고, 실전에 나갈 때까지 이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가 됩니다. 


이한은 누군가를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견뎠습니다. 자신이 아크에 들어가게 되면 동생들을 국가가 돌보게 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가게 되었죠. 아크에 들어간 뒤에도 꾸준히 동생들을 걱정하고 생각했고 정신적으로 의지했습니다. 이한의 소망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정신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뛰어나졌어야 했고, 나중에 가서는 모두를 위해 희생해야했기 까지도 앴습니다. 자신이 아닌 남들을 지키기 위해서요.



이 작품은 성장소설입니다. 10살 안팍의 꼬맹이들이 아크라는 거의 비인간적인 시설에서 수술과 고된 훈련을 받으며 성장하며, 그 이후로도 실전과 인간관계를 겪으며 성장하는 성장소설. 성장이라는 건 단순히 발전한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실력이나 능력의 성장이 아니라, 인간적 요소의 성장이 중점이기 때문이죠.


이에 따르면 이한은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처음 아크에 소속되기 전부터 동생들을 위해 성장해야 했고, 아크에 들어간 이후에도 동생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성장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자신들이 소중이 여기는 친구와 전우들을 위해 성장해야 했고요.


이한과 같은 사이커 병사들이 수술을 받아 육체적으로는 모두 성장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근력과 골격을 가지게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10대 초반의 아이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들이 그들을 안타깝게 여기기도 하죠. 실제로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고요. 10대 초반의 아이들이지만 신체적으로 성장하게 된 대비적 조건은 그들의 정신적 성장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장치입니다.


아무리 어른의 몸을 가지고 더 뛰어난 능력을 펼칠 수 있다고 해도 속은 어린애들이죠. 그런 어린애들은 비인간적인 훈련과 실전 과정에 투입하며 강제로 성숙시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전쟁터에 투입될 소년병들이죠. 



성장은 비단 아이들만 하는 게 아닙니다. 레드와 오라클이라는 어른 또한 성장의 범주에 포함되죠. 아이들이 순수파의 테러, 미니언이나 드래곤에 대한 실전을 겪으며 성장하고 정신적으로 어른 군인화되어 가는 것처럼, 훗날 일이 좋지 않게 돌아가게 되어 오라클이 다시 깨어났을 때 이 둘은 성장하게 됩니다.


레드에게 있어서 오라클은 과거의 말뚝이었고, 오라클이 사이킥에 피폭된 이후 냉동수면에 들었을 때부터 타성적으로 성장하게 되었을 뿐이죠. 하지만 20대 초반의 오라클이 다시 깨어나고, 레드의 시간 또한 다시 흐르게 됩니다. 쌀쌀 맞게 대하지만 오라클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은 레드는 오라클의 안전과 생명, 행복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한에게 도움을 받아 함께 아크를 탈출하기까지 하죠. 가히 사랑의 도피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오라클의 생명의 끝은 다가오고, 그녀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았죠. 오라클은 젊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이 깊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소금을 쏟았다는 핑계로 자신의 끔찍하고 추한 죽음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보낸 거죠. 하지만 레드는 눈치채고, 그녀의 죽음에 맞춰 돌아옵니다. 그때 레드는 다시 한번 성장합니다. 비록 기쁜 성장은 아니었지만..



말했듯이, 이한과 사이킥 병사들은 고작 10대 초반이었습니다. 대전쟁이 벌어질 시점에선 10대 중반 정도에 불과했죠. 즉, 고작 중학생 정도의 나이의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전쟁에 대거 참여해 싸웠어야 했다는 겁니다. 매우 비정하고 처절한 이야기죠. 그 전쟁에서 결국 블랙의 술수에 의해 이한은 과거로 가게 되고, 진실의 일면을 보게 됩니다.


대충 이 시점까지 주인공 이한의 성장은 잠시 멈추게 됩니다. 더 이상 성장할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미 철인에 가까운 정신력과 판단력, 전투능력, 육체적 능력을 갖추었고, 군인으로서도 특출한 엘리트 병사이자 분대 지휘관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한의 성장은 드래곤과의 대전쟁을 겪은 뒤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아직 10대 후반 정도의 나이이고, 다른 환경에 노출되어본 적 없는 경험이 부족한 아이이기 때문이죠.


실버와의 대화, 그의 희생을 통해 이한은 과거에서 다시 현대로 돌아옵니다. 과거 발견했던 거대한 드래곤의 뼈는 실버 하이브의 것이었던 거죠. 현대로 다시 올아온 이한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인류의 멸종 기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소규모 집단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환경을 경험했고, 전쟁 이후 새로 만들어진 시타델을 경험하기도 하죠. 또한 아크의 잔존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듣고요.


그 사이에서 이한은 혼란스럽기도 하죠. 동시에 그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기도 하고, 그것을 위해 분주히 노력하기도 하고요. 그런 노력의 과정에서 만난 것이 바로 델 사이먼입니다.


델과 이한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 부분은 절대 빼놓을 수 없죠. 델은 의외로 열등감이 강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천재라고 칭송 받아왔지만 아크에 와서는 자신과 비슷한 놈들, 자기보다 더 뛰어난 놈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프라이드를 괴롭혀 왔던 겁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고집을 꺽을 수 없었고, 그래서 자신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까칠하게 굴었죠. 이한으로서는 그의 내면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한 또한 아직 어렸고, 경험이 적은 아이에 불과했으니까요. 델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이킥 능력을 가진 쿠로에게, 자신보다 뛰어난 지휘력의 분대장 능력을 가진 이한에게 열등감을 느꼈던 겁니다.


하지만 블랙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고 이한을 살렸으며, 그 이후 불구가 되어 살아가면서 새로운 삶과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게 됩니다. 가장 뛰어난 사이커 중 하나였던 자신이 이제는 무능력한 불구가 되어 타인의 보살핌이 없으면 제대로 살기 어려운 몸이 되었지만, 그런 몸이었기에 타인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고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자신보다 모자란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한은 블랙에 의해 과거에 간 뒤 정체되어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었지만, 델은 그 동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고, 자신 또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자들에게 둘러 쌓여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겉으로는 툴툴 거리고 까칠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이 돌봐주고 자신을 돌봐주는 유목민 집단과 그 아이들에게 애정을 느끼며 살았던 거죠.


그런 환경 속에서 사이먼은 성장했고, 그제서야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무의미한 열등감을 내려놓고 이한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한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시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지만요. 그런 이유로 델은 이한의 같이 가자, 도움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설령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자신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있고, 그들의 품 속에 있기 위해서요.


이런 델의 변화와 성장은 이한에게도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겉으론 델이 거부했지만, 뛰어난 분대장이었던 자신은 그런 델을 자신과 맞지 않는다라고 판단하며 다가가려 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게 되죠. 또한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만족할 수 있게 된 델을 부러워도 하게 됩니다. 역으로 이한은 델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되죠. 자신은 그렇게 살 수 없고, 그런 만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죠. 이미 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돌봐줘야만 했던 동생들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기에 더더욱.


말했듯이, 이한은 대전쟁 이후로도 꾸준히 성장합니다. 더 이상 성장할 곳이 없다고 생각할 시기인 대전쟁은 그저 이한이 성장하게 되는 하나의 사건이자 분기점이었던 셈이죠. 정확히는, 군인으로선 모두 성장했지만, 인간으로서의 이한은 아직 더 성장해야 했다는 겁니다.



전쟁 이후 아크는 미국에 종속되고, 오메가 1을 비롯한 일부 사이커들은 분리되어 시타델을 이룹니다. 아크는 본질을 잃고 미국에 종속되어 주체성과 독립성을 잃었고, 시타델은 사이커 우월주의에 차있는 집단이 되어버렸죠. 그 중 이한과 가장 친했던 쿠로는 시타델에, 크누트는 아크에 소속됩니다.


전쟁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했지만, 전쟁 이후는 이야기가 다르죠. 인간에겐 제각가의 욕구가 있고, 이익이든 자존심이든 잃기 싫어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분열할 수 밖에 없었죠. 설령 그것이 또 다른 전쟁의 직전이 되도 말입니다. 대전쟁 직전처럼.


비정한 현실의 정치와 이념대립은 친했던 친구와 목숨마저 나눴던 전우의 사이마저 가르게 됩니다. 그들은 서로 소 닭보듯 건드리지 않고 대립을 했지만, 언제든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염두에 두고 활동하고 있었죠. 크누트는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받아가며 원자력 사이코 프레임을 입고 싸워왔으며, 시타델은 가장 강한 사이커인 쿠로를 정점으로, 사이커를 특권계급화하여 계급사회를 만들어냈죠.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말입니다.


결국 인간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판하는 부분이죠. 전쟁이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이후를 생각하며 미리 국력과 정보 따위를 손에 틀어쥐고 내주지 않으려는 욕심과 분열, 견제. 그 욕심들 때문에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한 차례 더, 이전보다 더 힘든 전쟁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분열되어 있죠.


그러나 이한이 가져온 새로운 정보는 더 이상 그들이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유르겐 텔러는 정신이 먹힌 채 악마가 되었고, 그런 장난질 때문에 이한은 목숨을 걸고 크누트와 싸워야 했습니다. 그 결과 원자력 사이코 프레임이 폭발할 뻔 하며 이한 또한 죽을 뻔하게 되죠. 그러나 결국 살아났고, 이한은 아크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중요한 건, 결국 이한의 노력과 중재 하에 아크와 시타델이 협상을 했고, 결국 그들의 공조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이번 전쟁은 이전과 다를 수 있었던 거죠. 기존 세계는 서로 제대로 합심하지 못하고 서로의 이익과 정치적 입장을 계산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전력으로 협력할 수 없었죠. 하지만 이번엔 그 전쟁의 실수를 교훈 삼아 서로의 정치적 입장과 이익을 협상을 통해 미리 결정짓긴 했으나, 전력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미국 정부와 여러 지식인들을 태운 잠수함 하나가 터져버린 것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마지막 전쟁은 어려움 속에서도 분투했고, 실버 하이브의 부활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누군가 희생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그 희생은 이한이 하게 되었죠. 남들에게 인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쟁이 끝나자 마자 다른 세계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했던 이한의 소망에 의한 행동이죠. 자신이 소중히 여겼던 친구들과 전우들을 지키고 싶었던 것. 마찬가지로 쿠로 또한 이한을 시타델과 아크에게서 지켜주고자 했고, 사일런스 또한 목숨을 바쳐가며 이한을 지키고자 직접 몸을 던지기도 했죠. 이한이 주는 만큼 그의 전우 또한 이한을 신뢰했고 돌려준 것입니다.



다른 세계로 이동한 이한은 그곳에서 엘루와 만나기도 하고, 둥지에 들어가기도 하며 드래곤과 세계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실은, 인간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반목을 반복했고 전쟁 또한 벌였다, 지구를 포기하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까지 했습니다. 인간은 합심하여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지만, 이내 다시 분열하였고, 또 다시 전쟁을 하게 되었죠.


그 과정 속에서 나타난 것이 사이킥의 재현이었으며, 강철병기였고, 드래곤이었습니다. 드래곤은 사실 인간이 창조해낸 전투병기였던 셈이죠. 그리고 인간은 서로의 전쟁 속에서 멸종했고, 남은 것은 드래곤과 엘루 등의 미니언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습니다.


드래곤이 인간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가졌던 것은 인간이 스스로 입력했던 명령에 따른 것으로, 인간을 죽이는 목적을 위해 창조되었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오의 감정에 지배 당했던 것이었죠. 하지만 드래곤은 단순 창조된 전투 생물체를 극복하여 새로운 종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줄 아는 지적 생명체로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는 인간이 끝 없는 반목과 갈등, 분열 속에 멸종을 한 어처구니 없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운명으로 스스로를 밀어넣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죠. 인간에 의해 병기로서 창조되었으나, 그 이상으로 성장하고 극복하고 초월하여 지성을 가진 위대한 생물체가 되어 균형을 수호했던 신적 존재가 되어 엘루들에게 숭배 받는 존재가 되었으니. 심지어 입력된 명령이자 본능이었던 인간을 죽여야 한다는 증오심 또한 이성으로서 극복하고자 했던 실버 하이브를 생각하면, 드래곤은 인간보다 위대한 종족으로 개화해썬 것이라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스스로를 멸종시켰다면, 드래곤은, 그 중 실버 하이브는 그런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위대한 지적 존재로서 스스로 서길 결정했던 존재니까요.


뭐.. 그 끝 또한 인간인 이한에 의해 마무리 되었지만..



소설 속에서 다루는 주제는 여럿 있지만, 뭐하나 가볍지 않은 것들입니다. 인류의 공익과 생존이라는 목적 하에 길러지고 조련되어야 했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인권 사이의 도덕적 딜레마, 구 인류와 사이킥 능력을 가진 신 인류 간의 갈등과 반목, 드래곤이라는 공공의 적 앞에서도 화합하고 협력하지 못하고 반목과 갈등을 반복했던 인류, 욕심과 이기심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전개와 시니컬한 시선..


소년병으로 길러지고 훈련 받는 아이들의 실전 속에서 얻어지는 정신적 피폐함과 공포, 죽어가는 전우들에 대한 슬픔과 익숙해짐, 혼자 살지 못하는 인간이자, 서로를 의지하고 순수히 갈구하는 사회적 동물임에 대한 묘사, 군대 밖에서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10대 소년의 인간적, 인격적 성장과 그걸 보는 자의 상실감.


그리 길지 않고 클리셰적인 내용들이 많은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한번쯤 생각해볼 법한 주제들을 훌륭히 잘 섞어서 연출하고 묘사해낸 작품의 수준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닙니다. 담담하게 시니컬하고 어떨 때는 안타까움마저 배어나오는 필체는 작품의 분위기를 잘 우려내었죠.



결국 수 만년 뒤의 행성에서 혼자 남아 유일한 인류로서, 엘루들에게 화합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 극한의 외로움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무너져내리는 것은 충분히 사실적이며, 동시에 철인 수준의 정신적 강인함을 지녔던 이한에게 그만큼 극도의 정신적 고통이자 압박감으로 다가왔음을 느껴지게 했죠. 심지어 금기에 가까운 후회를 뱉어내면서요. 전쟁을 다시 했더라도 자기 혼자만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유일한 인류로서 느끼는 고독함은 범인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다시 만나는 조니 슈발츠의 유해는 이한에게 마지막 정신적 성장을 안겨줬으며, 자신의 고통과 고독을 극복하게 해주는 작은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떡밥이었던 사일런스의 정체, 성별이 밝혀지는 것 또한 어찌보면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는 데, 작품에서 말하듯, 기적에 가까운, 수 만년 동한의 인과율 속 말도 안 되게 낮은 확률과 함께 이한과 사일런스는 다시 만나게 됩니다. 사일런스는 여성이었고, 그런 사일런스는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행성의 단 둘 뿐인 인류로 다시 만나게 되죠. 이번엔 가면 없이.


그리고 말합니다. "안녕." 가면 없는 여성인 레베카에게. 이한과 사일런스.. 아니, 레베카의 만남은 새로웠고, 처음이죠. 그리고 그렇게 작품은 끝납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총 300편도 안 되는 작품이었지만,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고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뛰어난 짜임새와 기승전결, 내적 갈등과 인물간의 관계, 여러 무거운 주제들과 깔끔하고 훌륭한 결말은 아주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족함을 노력과 근성으로 극복했던 주인공과, 동생들을 지켜주겠다는 의무감과 희생정신은 가장 뛰어난 분대장이자 사이커 병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었고,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작은 소망은 그를 가장 숭고한 희생의 순교자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위험과 난관을 거쳐오고 극복하며 초인이 아닌 철인으로서 성장해낸 이한이었지만, 그런 뛰어난 병사로서의 성장은 그를 뛰어난 인간으로 만들어주진 못했죠. 비록 그의 인격이 뒤떨어지거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10대 소년병에 불과했고 더 많은 인간적 경험과 사랑이 필요했던 존재였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미련했고 욕심과 탐욕은 그들끼리의 분열과 반목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전쟁은 인류가 타 행성으로 이주한 이후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인류는 최악의 적을 만들어내고 멸종하고 말았습니다. 그 최악의 적은 인류를 잊었고, 어쩌다 발견한 인간을 보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인간을 공격하여 전쟁을 발생시키죠. 타임 패러독스지만, 어찌됐든 인간의 미련함과 욕심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고,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스스로를 멸망시키는 결과로만 이어졌을 뿐이 되었습니다. 


이런 미련하고 비정한 인류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개개인은 극단적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줄 알았고, 불굴의 정신으로 살아남고자 했습니다. 이한과 같은 철인조차 혼자 남는 고독은 미치게 만들었고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었죠. 모든 게 끝난 뒤 혼자 남은 유일한 인류로서의 이한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자신의 모든 숭고한 희생조차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타인을 갈구했고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다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한계 또한 보여줍니다. 이한이 견딜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견딜 수 없는 고독함이죠.


자신이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의해 훈련 받고, 목숨을 걸어가면서 싸웠으며, 숭고한 희생조차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그 태생적 미련함 속에서 무가치하게 멸종해버렸지만, 그러나 그의 모든 희생은 무가치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순간만큼은 인류를 구원했으며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많은 이들을 지켜냈으니까요. 그 이후는 그들 스스로의 선택이었고요.


그 대가였을 지, 이한은 그에게 가장 뜻 깊은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사일런스, 레베카를요. 마지막화의 담담한 필체로, 이한의 피폐함을 느끼게 해주며 또한 기적에 가까운 충족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레베카와의 만남은 깔끔하고 훌륭한 엔딩이었습니다. 이한은 누군가 지켜줄 사람, 함께할 소중한 사람이 있을 때 가장 강했습니다. 혼자가 된 이후로 그는 그저 나약해져갔을 뿐이죠. 하지만 이제 레베카를 다시 만났으니, 그는 다시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인류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었고, 이한과 사일런스, 다른 모든 이에게도 행복한 결말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었지만, 이한은 대가를 받아낸 거죠. 그 결과가 행복했을 지 아니었을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 둘에겐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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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편.

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2016/11/1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편.

2016/11/1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2016/11/2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5편.

2016/11/2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2016/11/27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아무도 뭐라 안 해. 덕분에 살았는걸."


나오미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야만로 정말로 가치있는 싸움을 했죠. 영웅이 되었고요. 원하던 느낌이 드는 게 아니었을 뿐..


아론도 그렇죠. 그냥 떠나도 됐음에도 해야만 하는 일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실천했죠. 그 덕에 한스가 돌아올 수 있었고.





여전히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나오미의 진심.. 결과적으로 나오미 덕에 살게 된 롤프의 뒷모습이 아련하네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고.. 묻어두고 싶은 과거이기도 하고..





여전히 토드의 죄를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레아에게도 전가하려는 맹수들.. 이번에도 바울은 대신 싸워주고자 합니다. 레아가 무엇인지가 아닌 누구인지를 보아주는 사람이니까.


더불어 레아의 말과 태도도 재밌는데, "저는.. 아니.." 라고 하는 건 마치 자신의 잘못을 해명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곧바로 저는.. 아니.. '나는!!' 이라고 하는 부분을 보면 수동적 해명이 아닌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하는 태도입니다. 바울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거죠.





네, 레아하고는 아무 상관 없죠. 그저 같은 피가 흐르는 바스커빌이라곤 해도, 레아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레아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레아를 이유로 토드가 죽인 거죠. 그건 토드가 잘못한 거고 토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애꿎은 레아가 아니라.





한스도 눈치는 있죠. 이대로 그냥 놔두면 어줍잖게 싸움이 벌어져 수적으로도 유리한 다른 맹수들에게 정말로 찢겨 죽었을테니까 그걸 자신이 대신 패줌으로써 무마하려는 거죠. 서로 책임을 비기는 겁니다.


하지만 역시 한스의 한계는 이거죠. 힘으로만 해결하려 드는 것.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라고 하지만 결국은 힘으로 누르겠다는 겁니다. 힘으로만 불만을 억제하는 조직은 오래 못가죠.





이게 한스와 롤프의 다른 점이죠. 명분을 통해 원하는 상황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 힘으로 누르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잡음이 안 나오거나 덜 나오게 할 수 있거든요. 속으로 불만이 있을 순 있어도 밖으로 낼 순 없는 그런 거죠. 힘만으론 안 되는 방식입니다. 전부터 말했던 한스와 롤프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이 장면이고요.





이미 했던 결정이기도 하고, 그걸 여기서 다시 한번 못 박은 것 뿐이죠. 후계자로서도, 총수로서도 버티지 못했던 곳이고, 이젠 그 지위마저도 포기했는 데 제국에 남아 있는 건 그저 다른 패밀리들 눈치나 보게 되는 일이죠. 그걸 한스가 비호해주려고 하겠지만 그 때문에 한스 또한 곤란해질 것이고.. 이런 정치적인 문제로 제국에 있어선 안 됩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바울이나 아론과 같은 동료들과 적대할 수 밖에 없는 제국에 더 남을 수도, 남기도 싫기 때문에 나가고자 하는 거죠. 맹수인 자신이 제국이 몸을 담으면서 개나 늑대와 같은 녀석들과 친구라는 걸 다른 제국의 일원들도 인정할 수 없고 자기 또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요. 동료들과 동료이고 친구와 친구이기 위해선 제국에서 나가야 합니다.





"괜찮아. 다시 만나자."


헤스터에게 해줬어야 했던 말이죠. 하지만 그럴 겨를도, 그럴 환경도 아니었을 뿐.. 하지만 이번엔 다르죠. 돌아갈 친구들이 있고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까.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자신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명분을 내세워 묵살시키는 걸 보면 한스의 저런 말도 이해가 가죠. 총수로서의 그릇 자체가 다르니까요. 과거 보육원 친구 문제로 롤프와 싸웠을 때 자신이 더 강하고 나약하지도 않다고 제국을 달라고 했지만 롤프에게 줄 것이라 못 박은 게 이런 역량차이 때문이었고요.


토드는 나름 만족하면서 죽은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의 미련을 모두 버리고 죽었고, 남은 짐은 바울이 새롭게, 더 나은 방식과 방향으로 짊어질 것을 알고 죽은 거니까요.





"괜찮아. 이거면 족해."


제국의 이념은 끝나야 한다.. 그 말대로 제국의 다른 부분을 보고, 이념이 가리고 있던 부분까지 보았지만, 그 나약함이 제국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진심을 확인했고, 더 성장할 수 있었죠.


이젠 제국이라는 거대한 짐에서 벗어나 기댈 수 있고 기대어줄 수 있는 친구들 사이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 그거면 족하죠. 어줍잖게 제국의 총수인 척하면서 강한 척 하고 갈등하며 부담스러워 하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때보다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환점이 되어준 이들.. 그리고 그들이 던져주는 본질적인 질문들이죠.


분명 가치있는 싸움이고 레아도 구해냈지만, 싸워서 이긴 뒤의 뭔가 말하기 힘든 시원함, 청명감, 해소 따위를 느끼진 못했다는 거죠. 당장 그렇게 하고도 바뀐 게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인가 하면서요. 


하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럴까요? 기회는 잡았어요. 그 기회를 통해 어떻게 변할 지는 남은 자들이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지, 충동에 따라 떠밀리는 지에 따라 다르겠죠.





오래되도 부품 하나하나 확실한 건 조금만 손보면 된다고 하죠. 아직도 종소리 한번 모자라는 거 같다만..





새로운 제국, 새로운 시작. 아버지 허쉬의 뜻대로 제국의 이념을 끝내고자 합니다. 물론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요. 한스도 이번 사건을 겪으며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원래부터 자신이 우월하다 믿었지만 그렇다고 경멸할 필요는 없다고 했죠. 원래부터 확실한 놈이었으니, 이번 경험을 통해 조금은 바뀐 모양이지요. 오래된 골동품 시계는 한스를 은유하는 거였으려나요? 비약이 심한 해석 같긴 합니다만..





아마란스도 이런 식이었다지만, 그래도 이번엔 시작부터 다르죠. 적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해서 부르는 거니까요. 





아론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했습니다. 뭐.. 늑대는 매어둘 수 없다는 거겠죠. 돌아가는 건 그저 원래 자기 무리로 돌아가는 것 뿐이니.


그래도 정말 중요한 조언해주고 떠나는군요. 정의든, 질서든 뭐든 처음과 같을 순 없다고요. 잘 새겨 들어야 하는 조언입니다.





모두 성장한 거죠. 바울도, 롤프도, 아론도. 지지 않는 꽃이라도 더럽혀질 순 있고, 이젠 그 꽃마저도 저버렸으니 우습지도 않을테죠. 그러니 이번에는 잘 생각해야 하는 거고요.





결국 변질될 거라는 건 둘 모두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뭐든 좋은 뜻을 가지고 시작해도 끝까지 온전할 순 없고, 중간에 다른 의지들이 개입되면서 변질되곤 하니까요. 주인공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소년만화처럼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 뒤 만들어지는 새 왕조, 새 국가, 새 조직이 영원히 완전무결하고 훌륭한 집단일 순 없죠. 그 주인공처럼 시원하고 후련하게 끝나지도 않고요.


가치 있게 싸워서 이겼음에도 후련하지 않고, 새로운 제국을 만든다고 해서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토드를 물리치고 레아를 구했다고 해서, 문 밖에 나간 뒤 세상의 모든 게 새로워지진 않는 거죠. 하지만 기회는 얻었고, 그 기회를 통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게 첫번째 선택이죠. 제국의 이념을 무너뜨린다는 선의와 대의를 위해 변하지 않으리란 의지와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제국을 만들 것인가, 어차피 똑같이 변할 것이고 더 이상 무가치할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선택.


덧해서.. 바울이랑 레아 썸타는 건 보기 좋네요. 레아가 워낙 귀여운 캐릭터라..





결국은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거죠. 아버지도 투견이었으니. 하지만 다른 투견과는 다르죠. 바울이 잡종이긴 해도 투견인 건 사실이고, 단지 투견이기 때문에 투견인 게 아니라, 투견일 수 있으니 투견이 되었다는 점이. 바울이기 이전에 투견인 게 아니라, 투견이기 이전에 바울인 겁니다. 혈통을 극복했다고나 할까요? 흔해 빠진 말이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겁니다.


바울은 결국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제국을 만들어 제국의 이념을 끝내자고. 문 밖에 나간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새로워질 리가 없죠.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을 하고, 그에 맞서는 자들과 싸우면서 바꾸어 가는 것이지.





개판이네.. 마지막까지 훌륭하고 멋진, 그리고 깔끔한 끝맺음. 역시 완성된 작가의 처음부터 끝까지 빈 부분 없이 꽉꽉 들어찬, 끝까지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흔해 빠진 소년만화와는 다른, 성인을 위한 성장만화. 개판은 명작입니다.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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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이게 나오미의 본심이었을까요? 결국은 이 또한 절박함이죠. 토드 말대로 이렇게 복수에 절박할 순 없을 겁니다. 정이 많이 들었고 어떻게 끝날 관계인지 아니까 마음도 아팠다고 하죠. 하지만 그 감정을 불쾌하게 느끼고 혐오스럽게까지 여깁니다. 

 

실제로 진심으로 그렇게 여겼는 지, 아니면 단순히 그렇게 여겨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고 느꼈는 지는 알 수 없죠. 마음이라는 건 생각보다 변하기도 쉬운 거거든요. 아마란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정보에 낚인 헤스터가 그렇게 허무하게 잡히고 죽었는데, 그 기간이 8년이라고요?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8년 동안 기다린 게 아니라 8년 동안 버틴 거라고 봐요. 하지만 되돌아 올 수 없기에 그저 그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복수라는 절박함에 몸을 맡긴 거죠.

 

 

 

 

갑자기 그 역겨움이 한꺼번에 올라온 이유야 뻔하죠.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되었으니까. 역겨움과 혐오감을 참지 않아도 되니까. 이제 정말 끝. 이니까. 물론 그 혐오감과 역겨움이 진짜 진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알레사로서의 진심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롤프가 죽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허쉬의 계획에 응했다면요. 나오미의 진심은 결국 끝까지 알 수 없을 겁니다. 그저 보는 독자들이 알아서 유추할 뿐이지..

 

또 롤프도 맹수답지 않게 무르다는 걸 보여주는 말들이기도 하죠. 르넨은 필요하다면 롤프마저도 잘라낼 수 있었을 겁니다. 숙청할 수 있었죠. 하지만 롤프는 르넨에게 많은 책임이, 심지어 자기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동생이라고 감싸고 돌았죠. 

 

 

 

 

헤스터도, 르넨도 결국은 롤프의 잘못이었습니다. 알레사, 나오미를 진심으로 믿고 의심하지 않았죠. 이 마당이 되기 직전까지 말입니다. 롤프가 친구를 조금 더 믿어주고, 조금 더 단호했으며, 조금 더 의심할 수 있었다면 헤스터도, 르넨도 죽지 않을 수 있었지도 몰랐을 일이죠. 하지만 끝까지 나오미를 믿어줬습니다. 맹목적으로요. 그 맹목적인 태도가 롤프의 잘못이라는 겁니다.

 

 

 

 

나오미가 진짜였지만, 알레사일 때는 알레사가 진짜였죠. 복수를 마음먹고 아마란스와 제국의 공멸이라는 계획을 짜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나오미는 평생 알레사로 살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알레사의 진심으로 롤프와 다른 동료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어쩌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을 지 모를 일이었고요.

 

하지만 결국 나오미는 알레사의 인생이 아닌 나오미의 인생을 선택했습니다. 선택을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었고, 나오미의 길은 피가 뿌려진 복수의 길이었죠. 알레사의 길을 택했다면 달랐을 겁니다. 롤프는 알레사의 당당함을 위해 대신 싸워주고 피 흘렸을 테고, 바울은 알레사에게 충성하며 역시 대신 싸워주며 피 흘려줬을 거에요. 

 

 

 

 

토드는 바울을 이때 한번 쓰러뜨립니다. 아무 가치도 없는 싸움에 목적도 모르고 싸운다면서요.

 

 

 

 

"진심이 아니었다면 왜 울지?"

 

알레사, 나오미라는 두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수행해왔던 나오미의 진심은 무엇일까요. 알레사로서의 본심일지, 나오미로서의 진심일지.

 

사라는 사랑 받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했습니다. 롤프는 알레사를 사랑했죠. 롤프에겐 알레사가 진짜였습니다. 사랑 받지 못한 나오미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오미의 눈물은 어떤 의미일지..

 

 

 

 

토드와의 일도 남아있고, 이미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죠. 알레사 연기에 몰입했다라.. 끝까지 진심을 알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나오미에겐 알레사와 나오미는 다른 캐릭터이고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걸 연기하는 나오미는 한 사람. 알레사로서 살아온 9년 동안 나오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리가 없죠.

 

눈물을 흘리고,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게 몰입해온 탓인 거라고 합니다. 연기라곤 하지만, 알레사의 진심이 나오미의 진심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리도 없을 겁니다. 

 

 

 

 

'한번 더.'

 

그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듯이, 이번 한번 더는 자신의 인생을 진짜로 바꿀 것입니다. 비루한 투견이 거짓된 정의를 위해 싸웠던 것처럼, 이번만큼은 비루한 투견이 거짓된 정의 속에서 진짜 정의를 위해 싸우는 기회죠.

 

쓰러지고 쓰러지지만 이길 수 있다 믿으며 다시 일어나 덤벼드는, 한번 더. 과연 투견입니다. 하지만 목적을 가지고 의지대로 싸우는 투견이죠.

 

 

 

 

그 절박함이 어떤 절박함일지는 또 다른 법이죠. 죽여야 하는 절박함일지, 구해야 하는 절박함인지. 토드는 자기 눈 앞에 자신을 무찌르러 달려드는 절박한 괴물을 상대해야 되는 겁니다.

 

 

 

 

더 가치있는 목적. 토드라는 괴물을 쓰러뜨리고 아무런 죄 없는 레아를 구하는 것. 레아는 바울이 추구하는 모든 것입니다. 이 싸움은 가치 있는 싸움이고 목적이 있는 싸움이죠. 적어도 바울에게만큼은. 바울이 되고 싶었던 것도 그것이고. 약자인 타인을 위해, 지켜내기 위해 대신 싸워주는 그런 싸움. 그가 남들에게 빼앗기고 멸시 당하고 무시 당하며 부서지곤 했던 자신의 모든 것입니다. 전부 되찾아야 해요.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의 각성.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 지 똑똑히 깨달은 바울의 의지.

 

 

 

 

그 누구도 해준 적 없는 말. 또한 자신이 증명해야만 하는 것. 누군가는 바울에게 도태되어야 할 놈이라고 말하지만 바울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이제 깨달은 것이고, 그걸 위해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또 그 손으로 토드의 칼을 막아섭니다. 수치의 상처를 새롭게 덧씌워야 하거든요.

 

 

 

 

"희망은 막연한 바람입니다. 저 녀석이 갖고 싶은 건 그보다 정직한 거요."

"글쎄.. 그게 뭔데요?"

"기회."

 

크.. 개판 최고의 명대사 중 하나. 희망은 막연한 바람일 뿐이죠. 단지 그랬으면 좋겠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고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니까. 그것만으론 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막연하기만 할 뿐이죠. 희망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그 희망은 언제든 사그라들 수 있고 희망이 사라지면 그만큼 절망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기회는 그것과 다릅니다. 구체적이고, 분명하죠.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고, 그 기회가 생기면 선택할 수 있죠. 그 기회를 잡느냐, 잡지 않느냐. 잡는다면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희망은 시도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막연하게 바랄 뿐. 기회만이 시도해볼 수 있는 겁니다. 더욱 정직한 거죠.

 

 

 

 

나오미는 알레사의 복수에 충동적으로 인생을 던진 겁니다. 절박함이 괴물을 만든다고 했죠? 진짜 괴물은 바울이 아니라 오히려 나오미에 더 가까웠던 겁니다. 복수라는 절박함에 등 떠밀려 충동에 의해 움직였던 나오미. 롤프와 코스타, 바울 등과 함께 보냈던 9년의 시간은 그녀에게 가짜였으며, 가짜가 되었기도 하며, 그 시간 동안의 모두를 배신한 것이기도 합니다.

 

나오미는 알레사로 남을 수 있었어요. 알레사로서 살아갈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이 또한 충동입니다. 자신이 버렸고 포기했던 것들이 자신을 복수의 끝이라는 충동으로 이끌었고, 그 복수의 절박함에 또 다시 기회를 놓쳤죠. 바울이 그랬죠? 미안하단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웠냐고..

 

 

 

 

'한심하긴..'

 

처음 개판을 봤을 때 이 한심하긴이라는 대사를 전 토드가 한 줄 알았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바울이 한 생각이라고도 생각합니다만, 어느 쪽으로든 어울리는 해석이 있거든요.

 

눈을 감고 나오미에 의해 죽는 것을 기다리는 모습이 자신이 모든 걸 던져서 토드와 싸워 쓰러뜨리고 레아를 구해야 하지만, 결국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나오미가 자신을 죽이게 된다는 결말을 예상하며 그렇게 살아오고 그렇게 싸워오며 그렇게 믿어왔던 자신이 한심스러웠을 거라 해석할 수 있거든요. 직전 토드를 쓰러뜨렸음에도 결국 이렇게 될 거.. 라는 거죠.

 

하지만 마찬가지로 토드가 했다는 것도 재미있는 해석이 될 수 있는데, 나오미에 대해 사실대로 다 이야기 해줬던 자신의 말을 들었다면, 의심했다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조롱과, 나오미를 죽이고 레아와 바울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려 했던 자신이 그 일개 잡종 투견에게 쓰러져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그저 그들의 앞날을 위협할 나오미를 죽여줌으로써 자신의 어리석은 인생에 대한.. 역시 자조 섞인 조롱으로도 해석할 수 있거든요. 

 

아니, 어쩌면 그런 바울의 모습을 보고 토드가 하는 촌평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결국 나오미의 위협에 내심 포기해버리고 마는 바울의 모습에도요. 여기까지 와놓고, 뭘 포기하고 앉았냐고. 

 

제가 주관적인 생각이긴 해도, 전 어느 쪽으로든 재미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로 의도한 연출일까요?

 

 

 

 

"알레사..!"

"알았잖아.. 전부 지킬 수 없다는 거."

"그렇다해도 이건 감당하기에 너무 잔인해."

 

알레사라.. 마지막에 와서 죽게 되자 나오미가 아니라 알레사라고 부르죠. 그에겐 알레사가 진짜였으니까요. 심지어 전부 지킬 수 없다는 걸 말했던 게 자신이지만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당하기엔 너무 잔인한 현실이죠. 나약한 맹수인 롤프에겐 너무나도 말입니다. 

 

 

 

 

"...그럼 됐어요."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주는 고통으로 자신의 복수를 끝내려는 걸까요? 아니면 롤프의 진심을 받아들였다는 말일까요?

 

토드의 말들은 역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습니다.. 이겼으면 머뭇거리지 말라든가, 목적 없는 싸움은 그래서 손해라든가, 자신 같은 괴물들은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갉아먹고 산다든가..

 

나오미도 그랬죠. 알레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갉아먹다 죽었어요. 

 

 

 

 

복수에 이렇게까지 절박할 수 있었을까요? 죽을 때조차 유언 한마디 없이 죽을 정도라니. 동시에 끝까지 자기 진심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가네요. 죽을 때까지 진심을 숨길 정도이니.. 여우는 여우인가 봅니다.

 

 

 

 

2부 예고편의 장면이죠. 당시 토드가 후계자로 바울을 찍었다는 점이나 무너져가는 저택에서 서로를 보며 대치를 하고, 이미 바울의 눈이 검게 변해버린 듯한 묘사로 마치 바울이 롤프를 쓰러뜨리거나 하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에 바울이 타락하고 토드의 후계자가 되어 롤프를 죽이는가 하는 연출로 보였지만, 실상은 둘 모두 잃으며 부서지고 있었던 거죠. 그만큼 얻은 것도 있지만..

 

설마 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요? 다 끝나고 보면 그저 허탈할 뿐이죠.

 

 

 

 

여차하면 같이 죽어준다라.. 레아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자신이 증명하지 못한 이론이라면 본인 또한 도태되어야할 뿐인 셈이죠. 그러니 본인 혼자 살아남는다해도 무의미할 뿐이고요. 

 

 

 

 

"의외다.. 통곡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배신자였기 때문인가?"

"아니. 9년전 이미 죽은 거니까."

"......"

"이제야 맹수다워 보이는군."

 

크.. 역시 멋지죠. 이제야 맹수다워 보인다라.. 롤프 또한 성장형 캐릭터죠. 부족하고 모자란 맹수로서의 캐릭터. 항상 나약하고 정이 많으며 맹수답지 않게 자비롭기까지 했던 롤프였습니다.

 

하지만 나오미. 알레사의 죽음을 보고도 그저 당당하게, 담담히 받아들이죠. 이미 9년전 죽었다고.. 이제야 맹수다워진 겁니다. 도대체 롤프에게 있어서 알레사라는 존재는 무엇이었을까요. 알레사-나오미가 죽은 이후에야 그가 맹수가 되었으니..

 

 

 

 

다 망한 마당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본다며 망치를 내놓으라고 덤벼드는 것도 참.. 전부터 말했던 그 중요한 역할이라는 게 이거죠. 조금 뜬금없다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작품 완성도에 큰 흠이 되진 않습니다. 

 

 

 

 

그나마 고르그가 나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거기도 하죠. 똑같이 썩은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정머리는 있다고 해야하나.. 그래봤자 우습기도 하지만요.

 

 

 

 

후버가 아론과 더크가 들킨 낌새를 느끼자 친구와 조카놈 구하러 올라오는 겁니다. 버릴 거 없는 캐릭터들인 거죠.

 

 

 

 

머리크기..ㄷㄷ 맹수 중의 맹수답다는 느낌이 확들죠. 위압감 굉장합니다. 이 한방 날리고 기력이 떨어져 쓰러지긴 하지만..

 

 

 

 

위치를 바꾼 고르그의 지부를 공격해 박살내고 한스를 구한 공격대.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야할 때죠.

 

 

 

 

아론도 그렇지만.. 한스도 의외로 정이 많은 녀석이라 바울이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죠. 한스 입장에선 이런 전개가 받아들이기 착잡하겠죠.

 

 

 

 

충동적으로 섣붙리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던 걸 후회하고 자기 때문에 바울이 죽지 않길 바라며 오지 말라고 하며 이젠 너무 늦은 거라 생각하곤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레아..

 

 

 

 

하지만 레아 또한 충동 속에서 의지를 가지고 선택했고, 그 결과를 보답 받은 셈이죠. 바울이 목숨 바쳐 구해줄 테니까. 영웅처럼.

 

 

 

 

말했듯이, 광기죠. 제국 사상의 정수인 르넨과 함께 극단화된 양상을 띈 패밀리들. 토드를 막기 위해서, 한스와 르넨이 죽었다 판단되는 상황, 제국이 끝났을 거라는 이유, 그러면서 명예를 따지는 광기. 이 모든 게 결국은 제국의 우월주의 사상에서 출발하는 거죠.

 

 

 

 

극단적인 사상은 그 자체로 광기죠. 그런 광기에 물든 이들이 수십명이 모이면 그 자체로 미쳐 돌아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고요. 

 

 

 

 

"뭘 잘못했는 지 기억 안 나."

 

이게 정말 멋진 장면이죠. 롤프에 의해 목숨을 구해지고 명령에 따라 다른 부상자와 함께 저택을 탈출, 그러고 잠긴 문에서 나오미와 만나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고, 사실상 패배한 시점에서도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적에게 망치를 내놓으라며 달려들어 결국은 한스에게 전달하는..

 

제국의 가르침에 따른 결정이라며 패배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싸움질을 해댔을 놈들과는 질적으로 다르죠. 그러니 그 놈에겐 책임을, 이 녀석에겐 면제를.

 

한스의 넓은 도량을 가진 호쾌하고 마초적인 캐릭터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작품에서도 명장면이고. 

 

 

 

 

개에 의해 넓어진 판, 개에 의해 수습된 꼴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토드를 잡은 바울이 둘 다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가치 있는 패배 맞죠. 자신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준 싸움이었고, 자신의 여동생에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으니. 그런 패배로 얻은 기회를 버린다면 그 말대로 그게 모욕인 겁니다. 

 

 

 

 

"고맙다. 이제 안심이다."

"나는 간다. 너도 가라."

"저 문 밖에 나가더라도 모든 게 갑자기 새로워질 리는 없어."

"그래도 최소한 기회는 있겠지. 나약한 나는 오래전 포기한 기회들이.."

"힘내라."

 

결국 토드는 틀렸습니다. 그리고 그걸 깨닫게 된 거죠. 증명한 줄 알았던 이론이고, 증명하려던 이론이었지만, 결국 자신만 괴물이었던 겁니다. 절박함 속에서도 기회는 있었고, 그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나약했던 토드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포기했죠. 결국 15년을 괴물로서 살아야 했고요.

 

하지만 이제 틀렸다는 걸 알았고, 새로운 답을 보여준 바울이 레아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고마운 거고, 그러니 안심인 거죠. 나는 괴물이었지만 그래도 내 여동생은 괴물이 되지 않을 것이니까. 자신이 죽일 뻔 했고 망칠 뻔 했던 레아를 구해줘서 고맙고 책임져줄 것이니 안심이 되는 겁니다.

 

나는 간다. 너도 가라.. 실패했던 자신은 이제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 성장의 밑거름이 될터이니 너는 나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라는 거기도 하죠. 자신은 여기서 멈추며 도태되지만, 너는 앞으로 나아가라는.

 

토드도 쓰러뜨리고, 나오미도 죽고, 롤프, 레아와 함께 밖으로 나왔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새로워지진 않습니다. 흔한 작품들처럼 끝내 세상이 바뀌고 영웅이 되어있는 결말과 다르게, 세상은 여전히 똑같이 돌아가고 달라진 건 자신들이라는 세상의 일부, 아주 약간일 뿐이죠. 

 

그래도 기회는 있습니다. 토드가 포기했던 기회들이요. 이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해야할 일을 찾았고, 또 찾을 수 있으니 그 의지대로 선택하고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막연한 희망을 바라진 않을 겁니다. 자신들에겐 그보다 정직한 기회가 있으니까요. 

 

이제 진짜 힘든 일이죠. 주먹이 아닌 다른 종류의 싸움이 기다릴 것이고, 이제 끝난 게 아니라 동시에 새롭게 시작하는 겁니다. 힘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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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죄도 타고날 수 있을까?"


정말로 토드의 악마성은 천성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만들어진 걸까요?


"어디서 틀어진 걸까?"


이 대사를 하면서 박제된 앵무새를 같이 보여줍니다. 어쩌면 토드는 타고난 악마성을 가진 괴물이었던 게 아니라 상처 받은 아이가 인정 받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등 떠밀려 만들어진 괴물이었을 수 있다는 걸 의문으로 던져주죠.





"어떻게 알았죠?"

"몰랐어."


뭐.. 진심은 통하는 법이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레아는 바스커빌이라는 이름 아래에 죽어갔던 죄악을 이야기하며 같은 바스커빌이고 같은 바스커빌의 피가 흐르는 자신에게 살 가치나 자격 따위가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혈통에 유전되는 죄.. 혹은 책임, 혹은 그 한계. 바울도 겪었던 거죠.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

"그럼 어째서 모두가 내 잘못이라고 하는 건데?"

"모르니까.."


레아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죽이지도 않았고, 죽게 놔두거나, 죽이라고 시키지도 않았죠. 단지 바스커빌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 아무런 죄도 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레아에게도 죄가 있다고 말하고 죽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 피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바울의 말이 맞습니다. 레아에게 죄가 없음을 모르기 때문에 레아에게도 책임을 묻고자 하는 거죠. 레아가 어떤지, 무슨 짓을 했는 지, 하지 않았는 지, 뭘 원하는 지 따위,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죠. 그래서 모르는 겁니다.


바울 또한 겪었던 일이에요. 투견을 때려치우려고 할 때 다른 일을 찾아보고자 했지만 반쪽짜리라도 투견이라며 무서워하며 받아주지 않고 배척 당했죠. 그렇게 아웃사이더처럼 좌절만 맛보았고요. 그 누구도 바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지 따위는 알려고 하지 않았죠.


레아는 그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하지만, 단지 스케일의 차이일 뿐 똑같은 거 맞습니다. 본질이 그렇죠. 그 누구도 바울이나 레아가 누군지보단 무엇인지 밖에 봐주지 않았던 것일 뿐이고, 그래서 다들 모르는 것 뿐입니다. 바울은 같은 처지로서, 그걸 깨닫고 알아봐준 유일한 인물이죠.





"당신은 도태되면 안 돼."


바울의 행동으로서 만들어진 이론을 증명하려면 레아는 도태되어선 안 됩니다. 레아의 삶 자체가 바울의 이론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거죠. 정리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그저 생각일 뿐이고 다른 건 없지만 말입니다.


모두에게 가치가 있고 혈통과 별개로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전에도 말했듯, 사라의 유언은 레아에게 해야할 말이었죠. 하지만 진심이기 위해선 딸에게 직접 말해선 안 됐습니다. 그래서 바울에게 했죠.


어쩌면 레아의 말처럼 사라는 레아를 멀리했을 수도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인정해줬지만 그게 거짓말일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바울에게 맡긴 겁니다. 





도태에 대한 다른 시각. 토드는 사랑 받지 못했죠. 바울도 그랬었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토드는 사랑해줄 사람이 없지만 바울은 사랑해줄 사람들이 있죠. 레아 또한 사랑해줄 바울이 있습니다. 바스커빌은 약해졌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문을 부흥시킬 새로운 힘이 필요했고, 그게 토드였습니다. 그렇지만 토드는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강하긴 하지만 사랑 받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바울은 달랐죠. 약했지만 사랑 받았고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태되지 않을 것이죠. 강한 토드는 약하지 않았지만 도태되고, 약한 바울은 강하지 않았지만 도태되지 않습니다. 약하기 때문에 도태되는 게 아니라 사랑 받지 못하면 도태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사랑 해줄 역할을 바울에게 맡긴 거죠. 자신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 아인 새롭고, 도태되어선 안 되니까요.





만회할 '기회'. 전에 말했죠. 중요한 키워드라고.


레아는 희망이 절박함을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토드는 그 절박함에 타락하여 괴물이 되었고요. 바울이 그 전철을 똑같이 밟지 않기 위해선 온전할 수 있다고 장담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온전할 수 없다면 토드의 말대로 희망이 절박함을 가져오고, 그 절박함이 괴물을 만들테니까요.





그에 대해선 이미 판 영감이 가르침을 내려줬죠. 악을 필요로 하는 정의가 무슨 정의라며, 정의를 자칭하는 자신들이 필요 없어질 날이 올까하는 질문에 그런 날은 없을 거라고, 그러나 올 거라고 믿어두라면서요. 아마란스의 변질과 변질된 더러움을 오랫동안 지켜보아서 잘 알았던 판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해. 이놈 저놈 명령따위 신경쓰지 말고 의지대로 해야겠다 싶은 게 있으면 그렇게 해."

"스스로의 의지대로 무엇을 한다 했을 때, 의지란 그렇게 가벼운 단어가 아니야."


바울은 그 가르침대로 실천하고자 하는 겁니다. 옳다고 믿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충동이 아닌 의지대로.


절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선택지가 없어서 내리는 그런 판단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을 절박함에 등 떠밀린 충동이 아닌 자신의 판단과 의지대로 선택하고자 하는 거죠.





이제 남은 것은 레아의 판단 뿐. 레아가 충동을 선택할 지, 의지를 선택할 지의 순간이죠. 바울은 그걸 존중해줘야 합니다. 선택의 기회는 공정해야 하니까요.





"걷기나 해. 내 멋대로 할 거니까."


이 또한 의지대로의 결정이죠. 맹수로서의 생명이 끝난 롤프를 구해야 한다는, 옳다고 생각하는 그런 선택. 남이 뭐라고 하든 옳다고 생각하니까 내 멋대로 한다는 겁니다.





희망. 의지대로의 선택. 





여전히 진심을 숨기고 있네요.





감정적인 문제. 동생인 알레사를 죽였다는 문제죠. 진심은 또 모릅니다. 롤프를 죽였거나 죽게 두었다는 감정적인 문제일 수도..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문제는 토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친을 뵙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또..





나오미는 알레사(혹은 롤프)의 복수를 해야 하고, 토드는 레아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나오미를 죽여야 합니다. 살 길이 없는 이 상황에서도 죽기 직전까지 서로에게 복수를 하고 피를 봐야한다니.. 잔혹한 관계네요.





"그 동안 신세진 빚만 갚는 거야." 신뢰는 깨어졌죠. 이미 다 밝혀진 마당이니까. 적어도 바울에게 더 남은 건 없습니다.





바울이 여기서 레아를 구하기 위해 가면 저 손에 들린 총으로 토드를 쏘려고 하겠죠. 롤프는 다친 상태라 반응하기도 어려울 테고. 그러니 묻는 겁니다. "저 여우를 믿어?" 토드가 롤프와 나오미를 건드리지 않는다 해도 나오미가 토드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가야 하는 겁니다. 일단은 레아를 구하기 위해, 나오미를 무력화하기 위해.  그 이후 나오미를 죽여 레아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나오미가 토드와 함께 온 레아에게 총을 쏜다면 적어도 그 첫발은 자신이 맞거나 막아낼 수 있고, 그 뒤 바울이나 롤프에 의해 막히겠죠. 토드를 죽인다고 해도 레아가 살아남아 그녀의 복수는 온전히 끝맺을 수 없게 됩니다. 롤프도 살아남을 수 밖에 없고요.





"그렇게까진 안 할거라 믿고 보내준 거였어."

"난 안 믿어."


신뢰의 차이죠. 신세진 빚만 갚는다고 하지만.. 알레사 캐릭터 밖에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바울은 결국 나오미에게 작은 신뢰라도 보내는 겁니다. 자신도 모르게요. 하지만 알레사와 나오미의 모습을 모두 봐온 토드의 태도는 또 다르죠.





지금 상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총만 넘기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넘어가게 되죠. 토드는 레아를 구하러 가고, 나오미는 누구도 죽이지 못하고, 토드 또한 나오미를 당장 죽이지 않을 수 있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오히려 나오미에게 절박한 거겠죠? 넘기려 하지 않으니. 그러니 믿지 못할 수 밖에. 무조건적인 신뢰는 깨진 거죠. 남은 건 정 뿐이지.





영웅이 될 것 같냐고 말하지만.. 바울의 대답은 이미 영웅적이죠. 모른 척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면서도 비켜줄 순 없다고. 그게 영웅이죠. 영웅이 별 거 인가요? 눈 앞의 불의를 눈감고 넘기지 않는 것. 그게 영웅이죠. 바울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설령 그 대상이 역시 죄가 많은 나오미라고 해도 말입니다.





고작 개 따위가 저런 차림으로 이렇게 섹시하다니.. 하지만 이런 차림부터가 토드 또한 끝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한번도 토드가 이 꼴이 난 적은 없었고, 지금 상황 자체가 끝에 가까워진 마당이니까.





진심을 흉내내지만 상황은 그 진심을 의심하게끔 만들죠. 그래서 나오미의 행동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거죠.





나오미가 그렇게 동료들을 아끼고 사랑했다면 헤스터는 살아있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헤스터를 죽이라고 한 게 나오미 본인이죠. 그러니 그녀의 진심은 믿을 수가 없는 겁니다. 진실보단 진심이 중요하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헤스터는 살아있어야 했으니까.





처음 바울과 만났을 때도 이미 담배로 떡밥이 던져졌던 겁니다. 무엇보다 가장 소름끼치는 건, 그토록 아끼고 가까웠던 친구들을 속이는 양심의 가책도, 헤스터를 죽인 죄책감도, 자신을 숨기고 가짜 이름으로 불리며 사는 것도 아닌, 사소하디 사소한 일상적인 습관.. 담배 끊는 거라고 합니다. 그게 무서운 거죠.





"속여서 미안해요.. ..라고 말하면 당신은 지금도 당황하지요. 어느 한 구석 진심이 남아있으리라 기대하니까."


이래서 치명적이라는 거죠..





"이 지지부진한 스토리도 참 오래 끌어왔네."


작가 스스로 작품의 끝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작품 내의 사건들의 진행에 대한 나오미의 자조적인 말이기도 하죠. 무려 9년 동안이었으니까..


진심을 확인한 롤프의 배신감과 죄책감은 이제 터져나옵니다. 





이 진실을 알았던 것은 헤스터였고, 롤프는 그런 헤스터를 믿지 못해서, 헤스터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던 겁니다. 그렇게 헤스터는 죽었죠. 롤프가 진심으로 친구라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미를 더 신뢰했기 때문에 그 친구 마저도 믿지 못하고 내친 겁니다.


나오미도 그 대치 상태를 무려 8년이나 끌어왔고요. 하지만 검은개가 안달이 났습니다. 더 이상 참기 어려워서. 복수를 맹세한 지 8년, 모친을 뵙겠다 마음 먹은 지 23년.. 초반부터 언급되었던 평소보다 더 미쳐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복수하지 못해, 모친을 뵙지 못해 안달이 났거든요.





결국은 나오미의 말대로입니다. 바울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딱 적당했던 거죠. 헤스터에게서 자신을 구해줄 영웅으로. 헤스터는 나오미의 함정에 빠졌고, 바울에게 제압 됩니다. 하지만 정말 헤스터 때문에 8년이나 끌어왔을까요? 고작 이런 잡스러운 함정에 빠져서 모함을 당한다니.. 토드가 닦달하지 않았다면 더 오래 끌었을 지도 모를 일이죠.





말해서 믿었다면 이미 말했을 것이고, 이렇게 함정에 낚일 정보를 눈치챘어도 믿지 않았겠죠. 너무 쉽게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걸 아니까 나오미는 걱정하지도 않는 거죠. 헤스터가 모든 것을 알아도 그에 대해 말해도 누구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 롤프마저도.





네, 허무하죠. 그렇게 허무한데 8년이나 끈다고요? 꽤 많이 정들었다고 하죠. 그만큼 끌어오고 싶었던 걸 수도 있죠. 그렇기에 빨리 잘라내고 싶다.. 진심일까요? 아니면 진심이고자 하는 태도일까요. 적을 증오해야 하지만 정이 들어 아낄 수도 있는 법이니까. 그런 이중적인 태도는 진심을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죠. 적어도 진심을 인정하는 것만큼은 더더욱.





나오미마저 남들과 똑같습니다. 그저 적당하기 때문에 골라온 인물이기에,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봐주지 않고 그가 누구인지 따위 역시 봐주지 않죠. 다른 투견과 똑같은.. 그런 투견에 불과하다고. 롤프는 나오미를 신뢰했기 때문에 친구도, 동생마저도 잃었습니다. 르넨은 그럴만했다 쳐도.. 하지만 믿어준 것도 자신이죠. 그것도 맹목적으로 믿어줬어요. 심지어 이 직전까지도 말입니다.





나오미의 말대로 된다면.. 토드가 목적했던 바와 같죠. 제국의 두령은 바울이 끝장낸다고.. 롤프가 나오미를 쏘거나 쏘려고 한다면 바울은 롤프를 죽이게 될 겁니다. 그때마저도 의지대로일지 충동대로일진 몰라도 말입니다.





돌이키긴 이미 늦었죠. 헤스터가 체포된 순간부터. 아마란스 간부 세명을 죽이게 한 순간부터. 이미 너무 늦은 겁니다.





"모르겠어. 그냥 이 자식 먹이로 던져줄만큼 매정해질 수 없나보지."


의미도 없고, 지켜야 할 것도 없고, 가치도 없고, 목적도 없다고.. 하지만 바울에겐 사실 의미도 있고 지켜야할 것도 있으며 가치도 있고 목적도 있는 싸움입니다. 단지 그 누구도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죠. 단지 바울은 자각하지 못할 뿐 그걸 위해 싸우는 겁니다.


매정해질 수 없다라. 모든 게 거짓이고 속았다는 걸 알지만 토드의 먹이로 던져줄 수 없기에 싸우는 거 자체가 영웅적인 행동입니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게 설사 악인이고 죄인이라고 해서, 더 큰 악과 죄의 먹이로 던져주진 않는 그런 영웅.


아버지처럼 되고 싶으니까 그러는 겁니다. 거창한 거 없는 그저 할 수 있는, 해야하는 일을 하는 영웅. 무언가를 위해 대신 싸워준다면 그게 영웅적인 거죠. 나오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마지막까지도 치명적이죠. 왜 이래요? 라니..





다신 돌아올 수 없고, 그저 기억만으로 남아있을 그 시간이죠. 결코 되돌릴 수도 없고 남은 건 후회와 회한일 수 밖에 없는 시간입니다. 복수를 위해 동생의 이름을 가지고 계획하고 움직였던 그 시간. 결코 가볍지 않은.. 9년은 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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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2016/11/2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5편.

2016/11/2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빈 칸으로 던져졌던 떡밥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날 부려온 것이 바로 알레사라는 것. 알레사를 납치한다는 명령을 내린 것은 르넨이 아니었습니다. 르넨은 그에 대해 답하지 않았죠. 그렇다면 그와 내통할 수 있었던 것은? 알레사, 아니.. 나오미죠. 허쉬의 계획을 다시 돌이켜보면, 롤프에게 제국의 비밀을 알려주고, 토드에게 그 아이디어를 넘긴 뒤 빠져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미는 토드에게 납치 당하고 롤프를 통해 모친의 위치를 교환한 뒤 지부를 해산하고 그대로 빠져나올 계획이었겠죠. 하지만 토드는 그 계획 때문에 자신의 모친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에 대해 원한을 가진 것이고, 토드의 복수 대상은 르넨이었지만 르넨만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조차 나오미의 계획이었다고 가정하면 들어맞게 되죠. 가령, 헤스터라던가.

 

 

 

 

이런 추궁되는 상황에선 오히려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약한 모습이나 동정심을 이끌어내려는 태도가 오히려 의심을 불러 일으키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강하게 나오면 되려 의혹을 찌르는 당사자가 당황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런 반응을 토드가 낚아채 막습니다. 어떤 의혹에 대해 마찬가지로 잘 아는 타인이 동감해주면 믿음은 더욱 확고해지죠. 이 경우, 거짓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무서운 겁니다. 사실대로 털어놓으면서도, 아니.. 털어놓았기 때문에 더욱 신뢰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토드 말대로 진실보다는 진심이 더 중요하죠. 지금 보이는 태도가 진심일까요? 아니면 아직도 속에 비수 하나를 감추어두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진심을 확인하기 전까지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말은 말 뿐이죠.

 

 

 

 

바울은 그 진심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내가 여기 있는데 언제까지 속일테요?"

"당신은 '그때; 이후 발을 뺀 게 아니라 계속 내개 협조해왔어."

"나 혼자서는 힘들었겠지."

"당신의 공이요."

 

'그때.' 그러니까.. 알레사가 죽은 뒤 나오미가 이에 대해 항의하며 허쉬에게 복수할 거라 말했던 때입니다. 그리고 허쉬 역시도 그렇게 되리라는 걸 알았죠. 합당한 분노니까. 하지만 롤프를 죽일 순 없었고, 허쉬 역시 사랑하는 아들이 죽게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허쉬의 계획대로 움직였고, 롤프가 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니 그 계획대로 이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리고 마침내 롤프가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후 발을 빼지 않고 계속 협조해왔습니다.

 

 

 

 

알레사는 그때 이후 꾸준히 토드에게 협력해왔고, 아마란스 내의 여러가지 비밀과 정보들을 넘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란스 내부사정과 비밀통로를 알 수 있었고 이는 제국과의 공멸 계획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죠. 아무리 죽음의 개라도 그런 정보를 하나하나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롤프는 그런 이야기들을 부정하며 그렇다면 어째서 알레사가 자신의 납치라는 자작극을 벌였냐고 묻죠. 하지만 토드가 되받아치는 이야기는 분명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건 분명 롤프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고요. 이미 모친의 저택에서 다 나왔던 이야기니까요. 그 의혹이 풀린 겁니다. 단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토드의 설명대로, 알레사라는 캐릭터는 그 곳에서 증발했어야 했습니다. 계획대로요. 

 

-덧. 토드의 말은 제국과 아마란스의 충돌 속에서 알레사(나오미)는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고, 애초에 공멸 자체가 목적이니 어느 한 쪽에 소속되거나 보호 받는 위치에 있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즉, 사라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혼자 도망가봐야 원한을 가진 자나 잔당, 혹은 잘못되어 승리한 쪽에서 알레사를 추적할 겁니다. 하지만 토드가 납치를 해서 숨겼거나 살해하여 흔적을 지웠다고 믿게 한다면 굳이 알레사의 행방을 의심할 사람은 누구도 없게 됩니다. 토드야 합의대로 공멸시켰으니 계약은 끝났고 원한도 없어야 되겠죠. 계산에 넣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수명을 계산하지 못했죠. 사라가 노환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건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인 건 사실이니까요. 그 탓에 원한을 가진 것이고, 정말 죽일까도 생각했다고 하죠. 하지만 이것도 결국 제국의 탓이야.. 맞는 말이죠. 결국은 제국이 거두어 이런 계약 관계를 만들고 어머니를 숨겨 토드와 만나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다 해서 알레사.. 나오미에 의해 모친을 만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뒤를 미행하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그래서 계획대로 그 시점에서 알레사라는 캐릭터가 증발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게 만듭니다. 즉, 전장으로 돌려보낸 거죠.

 

나오미는 원래대로라면 지부를 해산하고 토드에 의해 납치 당한 뒤 그대로 사라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토드의 모친은 죽었고, 그 즉시 알레사의 위치를 바울에게 말해줬습니다. 전장으로 돌려보낸 거죠. 또한 모친의 집에서 비밀문서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택으로 돌아온 뒤 롤프 또한 알레사가 제국의 비밀멤버라는 것을 알게 되죠. 제가 캡쳐를 못했는지 정확한 시점이 잘 기억 안 나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롤프와 한스가 모친의 집에 있을 때, 혹은 돌아올 때.. 하여간 알레사를 다시 데려오게끔 하기 전의 시점에서 르넨은 토드에게 편지를 받습니다. 잃어버린 유언장이 담긴 편지죠.

 

그 편지를 받은 르넨은 이후 비밀문서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 롤프에게 알레사(나오미)를 포로의 신분으로 데려오라고 부추깁니다. 그렇게 증발했어야할 알레사 캐릭터는 전장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죠. 아마 나오미 본인도 롤프와의 전통화를 통해 비밀기차를 타고 도망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올라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고르그에게 보호를 받는 시점에서 그대로 사라질 수도 없는 마당이긴 합니다만.. 그것도 롤프와 통화한 이후에 지원을 요청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어딜 가든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니 아론과 바울을 살리는 쪽으로, 그리고 좀 더 안전할 수 있을 곳으로 가는 거죠. 결국 고르그 지부도 제국의 공격을 받을 것이고, 제국의 공격대를 상대로 이기지 못할테니까.

 

 

 

 

나오미는 이런 사실들이 밝혀지는 게 그저 무섭고 불편하기만 하죠. 토드의 탈출이 디스비와의 비밀 거래에 의한 것이며 그녀는 그저 입막음 당했던 것이었으니. 그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나오미의 계획이었죠. 전쟁을 일으킬만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한스가 맹수의 감으로 알레사(나오미)가 가장 의심스럽다고 한 것은 굉장히 정확한 촉이었죠.

 

 

 

 

"이래서 치명적이란 거다."

 

믿는다고, 진심을 봤다고 하면서도 나오미의, 토드의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합니다. 그 또한 확신하기 어렵다는 거죠. 정황과 증언이 너무 정확하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치명적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믿음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 그녀의 능력은 믿음을 받는 거죠.

 

별개로 컷 배치가 영화적입니다. 마음을 속이는 재주에 대해 이야기하며 롤프는 알레사를 뒤돌아 바라보는 모습을 한 컷에 담아 온도차를 만들어내고, 바로 다음 신뢰를 질문하는 컷에는 둘의 얼굴/뒷모습을 줌인하여 서로 다른 컷에 배치하는 것.  그리고 믿는다 말하는 컷에 세명을 배치하면서 롤프는 나오미의 눈을 피합니다. 고개는 아래로 내리고 있고 다음 컷 토드는 턱을 들고 일침을 가하고 있죠. 말풍선과 인물의 배치가 눈의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대단히 자연스럽죠.

 

 

 

 

정말로, 의심할 정황과 근거는 차고도 넘치면서 믿어주는 롤프의 말에 조롱으로 받아치죠. "진심이라니.." 토드의 말대로 나오미가 본명이라는 것도 이제 막 깨달은 주제에 말입니다. 잘 알아도 롤프보단 토드가 더 잘 알 수 밖에 없거든요. 수 년동안 서로 손을 잡았던 관계인데다, 알레사와 나오미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으니까요.

 

 

 

 

믿든 안 믿든 토드가 그걸 설득해서 납득시켜야할 이유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죠. 

 

 

 

 

나오미가 불리한 상황이죠. 저대로 그냥 둘 수도 없고, 입막음은 필요합니다. 그가 살아있다는 거 자체가 자신이 계속 의심 받을 근거로 작용하거든요. 토드가 죽어야만 롤프가 끝난 일이라 여기고 억지로라도 신경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니. 롤프 입장에서.

 

하지만 바울이 그걸 막고, 바울의 추궁에 대한 정당성으로 토드의 악마성과 죄악을 들이밉니다. 자신도 잃어봤고, 많은 이들이 그의 손에 죽었으니까. 죽어야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는 거죠. 자신의 복수이기도 하고, 그럴만한 놈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 또한 궤변을 위한 논리, 토드는 "그야 당신 죄까지 떠넘겨받고 있으니까." 라고 받아칩니다. 그렇죠. 나오미의 계획에 의해 자신이 죽여야 했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니까. 가령 허쉬라든가.

 

그래서 바울이 그 부분을 찌르는 거죠. 토드를 시켜 죽이게 한 사람 또한 나오미 자신인데 원래 괴물이었던 토드에게 그 죄를 모두 떠넘기면 자신은 괜찮은 놈이라는 것이냐고요. 토드를 시켜 죽이게 했지만 직접 죽인 건 토드니까 본인에겐 죄가 없냐는 소립니다.

 

 

 

 

전에 말했듯, 제국과 아마란스의 공멸입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 롤프 또한 죽어야 하고, 토드 또한 죽어야 하며, 그와 같은 피를 가진 레아 또한 죽여야 한다는 거죠. 즉, 종착점은 없습니다. 다 끝나야 끝나는 거죠.

 

 

 

 

자진한 게 아니죠. 토드가 다시 전장으로 돌려보낸 것 뿐. 변명치고는 허술하군요. 뭐, 그렇다 해도 토드의 증언을 부정하기 위해선 저런 식으로 애초에 그런 계획을 만들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죠. 자진한 게 아니라고 한다면 토드의 말이 모두 사실이 되는 거니까요. 실제로 어딜가든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기차역에서 다시 올라와 자진해서 제국의 저택으로 온 것처럼 보인 거고요.

 

바울의 말이 정말 절절하다는 느낌이 들죠. 개들은 다 그런다고.. 그렇지만 그건 그저 절박함을 이용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복수는 충분히 했으니 그만하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나오미의 복수에 종착점 같은 건 없죠.

 

 

 

 

토드는 그걸 눈치챈 거고요. 나오미의 모습도 알고 있으니, 그녀의 본심을 꿰뚫어보는 건 일도 아닙니다.

 

 

 

 

"다 널 위해서야."

"이런 걸로 날 위한다고 하지마!"

 

다 그렇죠. 누군가를 위한다며 정작 본인을 괴롭게할 뿐인 결정과 행동을 합니다. 레아의 본심과 바람과는 무관하게 토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레아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 뿐입니다.

 

토드는 나오미를 죽이진 않을 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 자신이나 롤프는 상관 없지만, 자신의 후계자인 바울과 자신의 여동생인 레아에게 위협이 될 것을 알았으니까요.

 

 

 

 

나오미 또한 죄책감을 느낀다는 거겠죠. 눈을 마주치고서도 방아쇠를 당길 만큼 뻔뻔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신의 죄악이기도 한 토드를 눈 앞에서, 눈을 마주치고 당길 순 없을 겁니다. 자신의 죄악이 손 위에,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을 붙들고 무겁게 하고 있으니.

 

그리고 토드는 그걸 어떻게 아느냐면, 알레사를 죽이고 나오미를 마주쳤을 때 눈을 마주친 적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인 자의 눈동자를 다시 바라보며 느낀 죄책감을 아니까요.

 

 

 

 

배신 당하고 버려졌지만.. 그런 거에 익숙하다며 버려지는 것에 크게 실망합니다. 그렇다 해서 죽길 바랄 정도로 모질진 않는다고, 결국은 토드를 막아서죠. 미안하단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드냐고.. 그렇죠. 많은 갈등과 실망은 그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도 다시 돌아올 수도, 부서지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그 말 한마디 못 하는 거죠.

 

 

 

 

이게 진심인지 아닌 지는...

 

 

 

 

원래 자리가 이런 거죠. 롤프와 바울은 같은 편에서 토드를 막아서며 싸우는 것. 알레사를 지키기 위해서.. 바울은 토드와 약속했지만 나오미의 본심을 꿰뚫어보곤 먼저 약속을 깨뜨립니다. 그러니 바울이 토드와 했던 합의는 의미 없어지는 거죠. 또한 바울은 다시 만들기 어렵지만 대체될 수 있는 후계자입니다. 하지만 레아는 대체할 수 없죠.

 

 

 

 

아이러니하게도 나오미와 토드라는 요소로 다시 친구 사이로 돌아오죠. 친했지만 애매했던 관계는 이 시점에서 무너지고 어색했던 벽은 깨어집니다. 이젠 진심으로 친구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가지마! 당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어!"

"모두가 나를 저주하고 있는걸."

"난 아니야!"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 그걸 스스로 인정하는 레아. 하지만 바울은 이제 잘 압니다. 그런 게 아무 의미 없는 자조이고 사회적 불합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레아를 구하고 그 삶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토드의 악마성을 목도한 레아는 그걸 쉽게 인정할 수 없죠. 

 

 

 

 

자신이 살고자 하는 것은 아무 죄도 없고, 토드가 레아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토드가 원하는 것일 뿐이지 레아를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드의 잘못이지 레아의 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토드를 말리거나 쓰러뜨려야 할 문제이지, 레아가 죽어야할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바스커빌이기 때문에, 죽음의 개이기 때문에 그게 자신의 죄라니.. 바스커빌로 태어났으니 레아는 그 자체로 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롤프는 토드에게 네놈도 겪어봐야 한다고, 구하려면 토드가 구하라고 자신은 방해하지 않는 게 최소한의 배려라고 말했죠. 이는 토드도 겪어봐야 하는 일이고 그 놈 좋으라고 무고한 레아를 구하진 않겠다는 의미였습니다만, 레아에겐 다른 의미로 맞는 말이죠. 바스커빌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죄악을 덧씌우지 않으려면 죽어야 한다고.. 구할 가치가 없다고요.

 

 

 

 

"그만둬. 당신은 영웅이 아니야."

 

구하고자 하는 이에게 저런 말을 듣는 것도 괴로운 일이죠. 영웅이 아니다라.. 자기 아버지를 보고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영웅적인 삶, 그런 가치 있는 싸움, 영웅이 되고 싶었던 바울이지만.. 자신의 가치를 구해야할 대상에게 듣는 건..

 

하지만 영웅이라는 건 대단히 거창한 게 아닙니다. 토드라는 악의 화신을 상대로 약자를 구하고 세상의 정의를 지켜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살고자 하는, 살아야할 사람을 살리고 약자를 위해 대신 싸워줄 수 있으면 그게 정의죠. 바울이 하는 건 그런 겁니다. 그게 정의로울 뿐이고 영웅적일 뿐이지.

 

 

 

 

선택은 반드시 해야하죠. 선택지가 적을 떈 더더욱.

 

 

 

 

신뢰를 받는 것. 그 치명적인 속성에 롤프는 깊게 빠져든 거죠. 이미 본인도 잘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사라의 저택에서 했던 말을 토드에게 질문하며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한 거죠. 무의미한 짓이라는 건 자신도 잘 알고 있고 정확 상 그 내막을 인정하는 것도 어려운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억지를 부리면서 말하는 거죠. 

 

"알레사는 결백해"

"그런건 신뢰가 아니라 부정이야."

 

그렇죠. 알레사, 나오미는 결백하다는 것을 믿어주는 신뢰가 아니라, 나오미는 결백하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 뿐입니다. 받아치는 솜씨 대단하네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으니..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

 

정말 멋진 대사.. 그 말대로 롤프도 토드의 말을 자신의 의혹에 대입하면 답은 나와있는 것이나 다름 없죠. 헤스터가 나오미의 계획을 눈치채고 견제해왔다면 헤스터의 죽음 이후 모든 일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나오미 입장에선 헤스터를 죽여야만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정문은 잠겨있죠. 혼자 도망가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지 나갈 길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인지, 연기 때문에 문을 열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일단 총으로 창문을 깨서 연기를 밖으로 빠져나가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잔뜩 흥분한 맹수들만 남기고 아마란스의 병력이 빠질 걸 알지만 말이죠.

 

 

 

 

나오미의 말대로 현관에까지 번지자 바로 뺄 생각을 합니다.

 

 

 

 

"후계자가 더 없는 이상 제국은 이미 패배했어. 패배한 맹수에겐 아무 가치도 없다나봐"

"무슨 명령이 그따위야!"

 

말만으론 롤프를 위해 대신 화내주는 듯한 거죠. 알레사, 나오미는 모두에게 믿음을 받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믿음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하여간 롤프가 살려줬던 저 녀석은 이 때 아주 큰 도움이 되죠.

 

 

 

 

"널 지키겠다고 나오미를 공격한 거야."

 

하지만 정작 본인이 헤스터를 믿어주지 않았죠. 알레사를 믿어줬기 때문에. 알레사를 믿은 대가가 모두를 잃기만 하는 것 뿐이었던 겁니다. 그 또한 이용 당하다 배신 당한 거죠. 새삼스럽지만..

 

 

 

 

롤프의 공격과 동시에 카운터 치는 토드.. 이때 내는 상처 때문에 롤프는 한 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토드의 3번째 웃음이기도 하고요. 각각의 웃음이 토드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지녔던 때라는 걸 생각해보면, 작품의 끝에 등장한 이 웃음은 사실 꽤 성급했다고 봅니다.

 

참고로 토드가 딱 3번만 웃는 건 아니고 미소짓거나 비웃거나 조소를 흘리는 모습은 여럿 보이지만, 어렸을 때처럼 진심으로 웃음을 짓는 건 아니라고 보다보니 이번까지 3번 웃는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너무 의미를 짓는 걸 수도 있습니다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죠.. 깊은 곳을 찌릅니다. 그런만큼 흘려듣기 어려운 말들이죠. 살아있는 이들 중에 토드만이 유일하게 알레사와 나오미의 모습을 모두 지켜본 이였고, 지적으로도 뛰어나며 통찰력도 굉장한 캐릭터니까요.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죽어라 뛰어다니며 레아를 찾는 바울. 하지만 이는 자신을 위한다는 생각보다, 그저 레아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에 의한 행동이죠. 

 

 

 

 

게다가 그는 레아에게 해야할 말도 있죠. 사라의 유언. 그녀가 딸에게 해줬어야 했을 말.. 하지만 진심이기 위해선 딸이 없을 때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이에게 해야만 하는 말을.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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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2016/11/1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2.5편.

2016/11/1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편.

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2016/11/1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편.

2016/11/1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2016/11/23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5편.

2016/11/2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7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공격대가 빠져나가 정예가 없는 제국과 화재와 죽음의 개에 의해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아서 전쟁을 벌이는 제국의 패밀리는 결국 스스로의 손으로 저택을 포기하고 전쟁을 이어나갑니다. 그것을 명령에 대한 복종으로서의 임무수행이라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일 순 있어도, 제3자 입장에선 광기에 휩쌓인 행동들일 뿐이죠.

 

 

 

 

그렇게 그들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죠. 이대로라면 이걸 뒤집을 가능성은 없으니까. 아마란스의 제국의 공멸은 필연일테니. 이 모든 걸 단 두명이 복수라는 원한을 가지고 한 일이라니..

 

 

 

 

"오빤 뭐야.."

"넌 대체 뭐야.."

 

자신의 악마성을 드러내보이자 레아는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말을 합니다. 10살 생일 자신이 죽였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손으로 제국의 맹수들을 참살하기도 하고, 아마란스를 부려 제국과 함께 공멸시키기도 하고.. 죽음을 몰고다니는 그 타고난 악마성은 그가 죽음의 개라는 이명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새삼 깨닫게 해줄 뿐이죠. 피붙이마저 두렵게 하는..

 

 

 

 

한 때 토드의 할아버지에게 권총을 주면서 말했죠. 도구는 도구일 뿐이라고. 그렇지만 토드의 아버지는 어떤 걸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도 아니라고 답하고요. 총이라는 건 바스커빌의 존재 의의를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도구입니다. 소란스럽고 화약 냄새도 나지만, 그것만 있으면 누구든 한스처럼 단련된 사람을 손 쉽게 죽일 수 있죠. 그렇게 바스커빌이란 존재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자들이 되는 겁니다. 같은 도구라면, 더 효율적이고 쓰기 쉬우며 사용하는 데 있어서 두렵지 않은 도구가 나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같은 혈통을 지닌 레아 또한 총이라는 손쉬운 도구를 통해 자신의 오빠를 죽여 도태시킬 수 없었던 겁니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힐 수도 없고.. 또한 안쓰럽기도 하고요.

 

 

 

 

한스는 아마란스에 잡혀 있고, 전쟁이 끝나면 죽을 것이며, 르넨은 이미 죽었죠. 그런 상황에서 제국의 계승권이 없다곤 해도 그 또한 허쉬의 아들. 제국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선 그 뿌리를 잘라내고 씨앗을 갈아내야 합니다. 진심이야 어찌됐든, 나오미에겐 롤프 또한 복수의 대상인 셈이죠.

 

 

 

 

롤프는 정이 많은 맹수 답지 않은 맹수이고, 죄값을 치룬다고 해도 자비를 베풀 겁니다. 친구를 위해서 다 쓰러진 마당에도 크롬에게 손을 뻗던 후버를 보자 도리안을 놔주던 그였으니, 르넨이 아버지를 죽였다 해도 나오미를 용서했던 것처럼 르넨 또한 용서하겠죠. 자비를 베풀면서.

 

그런 롤프를 잘 알고 있으니, 나오미는 그를 믿기 어렵고, 자신 또한 상대적 박탈감에 가슴 아파 괜히 저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걸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심술이죠. 어차피 르넨은 죽었으니, 그걸 가지고 이랬을 것이다 저랬을 것이다 명분 삼아 죽이는 건 정당하지 못하죠. 그래도 심적 상실감을 그대로 감추긴 괴로우니 심술 좀 부리는 거고..

 

 

 

 

"어머니처럼 말하지마!"

 

자신만 괴물이라는 듯이 하는 말이죠. 너 같은 존재를 태어나게 만드는 바스커빌가의 피는 끊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토드는 자신만 괴물이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고요.

 

 

 

 

"아니, 너 뿐이야."

 

토드가 점찍은 후계자인 바울이.. 죄책감과 절박함을 지고 일침을 놓습니다. 하지만 바울의 오른쪽 눈은 마치 토드와 같이 검게 변해가는 중이죠. 

 

 

 

 

"싸우려고? 왜?"

"그래야 하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죠. 롤프는 총수의 자리를 잃었고 한스는 아마란스에 잡혀있으며 르넨은 죽었고 제국은 붕괴 직전에 아마란스는 그들과 함께 공멸 중..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해야할 이유도 없지만.. 그럼에도 바울은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하니까요.

 

나오미와 롤프는 아직 살아있고 제국과 아마란스는 공멸한 게 아닙니다. 게다가 레아도 남아있죠. 아직 전부 잃은 게 아닙니다. 

 

 

 

 

그런 모습마저 투견이기에 싸울 수 밖에 없다는 태생의 한계와 운명성으로 가두죠. 자신이, 레아와 자신이 바스커빌의 개인 것처럼 그래야 하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처럼요.

 

 

 

 

투견이니 싸우고, 바스커빌의 개이기 때문에 죽이고.. 바울은 바스커빌이 괴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토드 혼자만 괴물이고, 괴물조차 못 되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일축하죠. 토드는 그런 바울에게 내가 쓰레기라면 나와 같은 피를 나눈 레아는 무엇이며, 그렇게 태어난 대로 사는 것이라고 정당화하죠. 바울이 투견으로 태어났으니 투견답게 싸우는 것처럼요. 그러니 "과연 투견이다." 라고 한 거고요.

 

 

 

 

"선택은 각자 몫이야!" 토드는 괴물로 살지 않아도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괴물이 될 것을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바울 또한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죠. 투견으로 태어났으니 투견답게 싸우며 살았습니다. 이미 바울 또한 경험해봤죠. 투견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구하고자 했지만 투견이라고 배척 받고 할 수 있었던 게 없었던, 고작해야 투기장 싸움개가 될 뿐이었던..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저런 깊은 곳을 찌리는 말에 그럴싸한 반박을 하지 못하죠. 판에 박힌 노력과 의지론.. 궤변에 가까운 변명입니다. 그리고 그걸 "그래서 넌 어땠지? .. 넌 어땠지?" 하며 정면으로 더욱 찔러오죠.

 

둘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그런 경험을 해보며 결국 투견으로서의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레아 또한 같은 바스커빌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죠. 정말 닮은 곳이 많다는 걸 납득할 정도로..

 

따라서 토드는 바뀌지 않는 세상이니 자신들도 바뀔 수 없다고 말하며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세상이 그렇다면, 그저 받아들이고 배척 받고 도태될 순 없죠. 그러니 자신만 괴물이 아니라 누구도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만 하는 거고요. 바스커빌은 도태되어야할 괴물이 아니라고.. 마찬가지인 바울 같은 투견도, 레아도..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는 이겁니다. 토드는 자신이 괴물이 될 것을 받아들였지만, 바울은 자신의 손으로 투견으로 살아갈 것을 선택했습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서요. 레아는 아직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토드를 죽일 기회에서조차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괴물이 되지 않았죠.

 

결국 토드와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실패할 수 밖에 없죠.

 

 

 

 

후계자란 단순히 바울이 자신과 같은 괴물이 되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바스커빌의 이름과 피를 잇는 바울과 레아의 자식. 그 아이가 세상의 시선과 강요, 요구에 의해 어떻게 살 수 있는가를 통해 만들어지는 거죠. 바스커빌의 피와 이름은 그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괴물이 되게끔 할 것이니까요.

 

그러기 위해 바울은 '적당'합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자신들도 바뀔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도태될 수 없으니 처음부터 괴물이 아니고 괴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죠. 혹은 괴물로 태어나거나 괴물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세상이 그렇게 만드니까..

 

 

 

 

"이들은 죽었습니다. 내 힘으로 빠져나왔고.."

 

이들은 바울에게 하나의 절박함이 되어 주었지만, 반대로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왔다는 것은 자신의 손으로 선택했음을 말하기도 합니다. 바울이 싸우는 것은 투견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닌, 싸워야 하기 때문에 싸울 것을 선택한 결정이죠.

 

"이건 내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단 뜻이지? 나오미.."

 

나오미가 롤프를 죽이지 않았으니, 롤프 또한 복수의 대상이었던 토드가 그를 죽여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죠. 같은 복수대상이었고, 그 기회를 나오미에게 넘겼을 뿐, 자신의 복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니까요. 또한 롤프를 살렸다는 거 자체가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 되는 것인 동시에, 나오미가 마음 먹은 복수의 대상은 제국과 아마란스 뿐만 아니라 토드도 포함됩니다. 아니, 나오미는 토드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롤프를 통해 토드와 싸우고 죽이거나 공멸할 것을 노린 거라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나오미가 르넨의 죽음에서 보여준 롤프의 태도를 지적했던 것은 나오미에게 어떠한 죄책감을 가지게 하려는 계산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천적이야."

 

명대사 중 하나.. 바울은 싸울 수 밖에 없지만 토드는 그를 후계자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죽일 수 없죠. 따라서 토드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바울만이 천적이 되는 겁니다. 천적이라.. 정말 정확하고 훌륭한 용어선택이죠.

 

 

 

 

바울과 싸우는 사이 레아는 어딘가론가 도망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배짱 좋게 신사적인 태도로, 그러면서 날카로운 도발을 던지며 그들을 순순히 보내주는 토드.. 그런 토드에게 저주에 가까운 말을 전하는 롤프. "물려 죽어라."

 

 

 

 

"그럼 떨지 말아야지." 후반부는 정말 카리스마와 간지가 펑펑 터지는 파트죠. 

 

바울은 토드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마음속으론 동요가 있을 겁니다. 그게 단지 토드라는 괴물, 죽음의 개를 앞에 두고 싸워야 한다는 압박감과 긴장감 때문만은 아니겠죠. 이제와서 자신에게 손을 내민다는 사실과, 그 손을 내민 것이 최악의 악마인 토드라는 점이 동요의 원인이고, 그게 몸으로 드러나는 거라고 봅니다.

 

 

 

 

"우리는 도태되어야 마땅하니까.."

 

같은 혈통을 나누는 토드를 보고 자신의 삶의 가치와 의미가 없다고 스스로 자조합니다. 하지만 레아는 아무 것도 한게 없죠. 그저 토드의 논리에 영향을 받았고 어머니가 들려준 토드의 악마성과 삶에 겁을 먹었을 뿐, 레아가 죽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제와서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게 토드라니..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니, 자신의 감정적 동요를 막기 위해서 일부러라도 강하게 나가야 하죠. "닥쳐.." 확고한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닌 발악에 가까운 반발에서 나오는 반항입니다.

 

 

 

 

마음 속에 담아둘 수 밖에 없는 이야기죠. 고작 10살 때 실패작 소리를 들었던 토드. 그게 큰 상처로 남아있었던 겁니다. 마찬가지로 바울 또한 태어날 때부터 반쪽짜리 잡종이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실패작인 개체로 받아들여져왔고, 그렇게 취급했고요.

 

그러니 바울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같은 경험과 취급을 받았던 토드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더러움을 서로 잘 공감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토드는 선택을 잘못했다고 하고, 토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지금에 와서 그걸 따진다는 것도 무의미하고. 하지만 그 결과 토드가 괴물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토드.. 그러나 자신의 삶을 부정했던 자신을 한번 더 부정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과거의 고통을 무시하며 덤벼들지만 그런 행동은 마치 투지의 한계라도 되는 것마냥 다시 한번 오른손에 칼이 박힙니다. 그때처럼.

 

 

 

 

바울에겐 맥 빠지는 일이죠. 그 동안 자신을 필요로 했던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쓸모가 없다, 도태되어야 했다는 말마저 들어왔으며, 기껏해야 필요가 아닌 적당했기 때문에 선택 당했을 뿐인데 이제와서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게 자신이 싸워 쓰러뜨려야 할 악당이라니..

 

회의가 들 수 밖에요. 그렇다해서 그런 악행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신이 끊어 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라가 한번 해봤던 일이죠. 결국은 실패할 거라고.. 생일 파티 때 일족이 몰살 당해 남아 있는 것은 그저 이름 뿐인 바스커빌 가문의 고작 10살 짜리였던 자신에게 물려 받은 바스커빌의 피와 그 이름에 걸린 기대가 그를 떠밀어 암살자로서의 삶을 강요했으니까.. 암살자가 되진 않더라도, 그 피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바스커빌의 이름이 하루만에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죠. 결국 세상은 바울과 레아의 아이를 괴물로 만들 거라는 말입니다.

 

 

 

 

"세상 탓만 하는군. 죽인 건 너잖아."

"전부 내탓만 하지."

 

서로간의 가치관, 입장의 차이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대사들이죠. 바울은 토드가 어떤 선택도 하지 않고 그저 강요된 선택지를 고르고, 그에 따라 자신의 손으로 죽여왔다고 말합니다. 허쉬도 같은 말을 했죠. 죽인 건 너라고. 죽이지 않을 수 있었고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를 뵈어야 한다는 이유로, 자기 스스로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고 말하는 토드에게 말입니다. 자신의 손으로 죽였지만 그걸 허쉬의, 의뢰자의, 세상 탓만 한다고요.

 

하지만 토드는 정말 어떤 선택지도 없었고 어머니를 뵙기 위해선 제국의 허쉬가 하는 말을 따랐어야 했다고 말하죠. 자신은 어쩔 수 없었던 것 뿐이고 절박했을 뿐인데, 그런 자신을 괴물이라고 말하며 모든 악행과 죽음을 자신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부 자신의 탓만 한다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던져지고 밝혀지는 떡밥.

 

 

 

 

결국 바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더크, 도리안, 후버와 함께 한스를 풀어주러 오죠. 제국이 나쁜 놈들이라면 그곳의 2인자를 풀어주는 게 나쁜 일이고 그런 나쁜 일을 나쁜 놈이 하는 게 뭐 문제 있냐는 말.. 결국은 아론을 위해서지만 말이죠.

 

 

 

 

맹수 중의 맹수인데다, 제국의 사상 또한 잘 받아들였고, 누구보다 강한 실력자니 그 중에서 최악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죠. 쓰러져도 쓰러져도 일어나서 싸울 수 있는 토드와는 다른 의미의 괴물.

 

 

 

 

자신들이 섬기는 것은 규율 뿐이다. 제국이 필요한 건 건물이 아닌 정신.. 맞는 말이긴 하죠. 건물이 사상과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상이 조직을 만드는 거니까. 하지만 그 사상이 잘못되었고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광기로 치닫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이 상황처럼.

 

"받아들여. 이게 당신들 믿음의 종말이야. 비참하네."

"힘만을 신뢰한 무모함에 대한 대가야."

"선택받았다 믿은 자만의 응보야."

"당신들이 졌어."

"애꿎게도 나 역시 이 속에 섞여 사라지겠구나."

 

... 아주 정확한 일침이죠. 제3자의 눈으로 본 제국과 아마란스는 둘 다 잘못되었고, 그런 아집과 무모함과 자만은 공멸이라는 결과로 종말을 맞이합니다. 정의를 표하지만 결국 힘을 통해 자신들만의 질서를 구축하려 했던 아마란스나, 자신들만이 선택 받았다 믿는 우월주의 집단으로 수 많은 적을 만든 제국이나 똑같은 거죠.

 

당신들이 졌다는 말은 제국만이 아니라 아마란스 또한 의미하는 겁니다. 이 전쟁의 끝은 공멸일 뿐이지 승리자는 없을테니까요. 패배 뿐인 싸움인 셈이죠.

 

그런 상황에 얽혀 제국에게든 아마란스에게든 불이 난 저택에서든 죽게 될 것임을 레아는 알았던 겁니다. 그렇게 자조하며 담담하게 하는 말이 너무나도 문학적이다 싶네요.

 

 

 

 

자기들 손으로 맞불을 놓으며 그 안에 누가 있든 바스커빌과 함께 모조리 죽일 생각을 하는 제국의 잔당들.. 패배 했음에도 불구하고 뒤 없이 발악하는 거죠. 광기입니다. 미쳐 돌아가는 거죠.

 

 

 

 

결국 태도를 바꾸고 나오미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 바울.. 그런 나오미를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주는 롤프.. 누가 옳고 그르다 할 것도 없습니다. 둘 다 잘못하고 있는 거거든요.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와 당당히 정문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는 놈이죠.. 배짱이 참..

 

저 멧돼지 녀석은 전에 한스에게 막말했다 쳐맞을 뻔(혹은 맞은..) 녀석이죠. 겁쟁이인 모습을 자주 보여줬고요. 저택의 불길을 본다면 제국이 이미 무너진 거나 다름 없는 상태인데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니 결국 더 이상의 피해나 돌아올 공격대의 귀환을 우려해 바로 빠질 거라는 겁니다. 겁쟁이다운 판단력이고 나오미는 그걸 잘 알고 있는 거죠.

 

 

 

 

자신이 활로를 연다는 토드. 그만큼 실력에 자신도 있고 미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거기도 하죠. 그럴만한 미끼이기도 하고.. 그게 자신의 혈육을 위해서라고 하자 그 토드에게 자신의 혈육을 잃었던 롤프는 그 위선적 태도에 흥분합니다. 당연한 태도에요. 단지 이번엔 레아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실수일 뿐이죠. 정당한 분노이고 증오이지만 인과응보라고, 자신도 겪어봐야 한다는 말을 레아 앞에서 하는 건 지나친 것도 사실입니다. 죄 없는 레아 또한 복수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말을 당사자 앞에서 한 것이니..

 

 

 

 

자신의 아버지와 여동생을 죽였으니 용서할 수 없죠. 그 놈을 위해 죄 없는 레아라곤 해도 도와줄 수 없는 거고. 그러니 방해하진 못할망정 내버려 두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일 뿐인 겁니다. 더불어 거기서 보이는 나오미의 뒷모습과 침묵은 뭔가 의미심장 하지요.

 

 

 

 

비루한 투견의 삶을 가치 있는 싸움을 통해 바꿔줄 수 있다고 해놓고, 영웅적인 삶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추구해온 바를 실현시키고자 했는데 결국 아무 죄 없는 레아를 못 본 척 그저 내버려 두는 게 어떻게 영웅일 수 있을까요. 바울이 분노하는 바가 바로 그겁니다. "그러고도 영웅이냐?"

 

 

 

 

아무 가치도 없다니.. 그럼 그 동안 자신은 무엇을 위해 싸워왔고 투쟁해왔던 것인가..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적당하기 때문에 뽑힌 데다 그런 자신이라도 비루한 투견 하나의 인생 바꾸고자 노력해왔고 죽을 각오로 해왔는 데 돌아오는 말이라는 게 영웅은 커녕, 아무 가치도 없다고? 납득할 수 없고 납득해서도 안 되는 말이죠.

 

 

 

 

그러니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죠. 자신은 진심으로 싸웠는데, 그걸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었으니, 결국은 자신의 절박함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니. 그런 나오미를 믿고 목숨마저 걸고 한스와 맞붙기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우리에게 할 거짓말들도 이제 다 떨어졌나?"

 

나오미에게 하는 말입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건 토드도 마찬가지이고, 그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그걸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차이. 이쯤에서 다시 상기해보자면, 알레나-나오미의 능력은 믿음을 받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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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금기를 깬 것이 아닙니다. 복수와 파괴의 대상이 제국과 아마란스 모두일 뿐이죠. 즉, 무관계자는 없습니다.

 

 

 

 

9년을 끌어온 계획의 마무리.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죠.

 

 

 

 

알레사에 대한.. 나오미에 대한 신뢰가 깨어졌기 때문일까요? 롤프의 말도 일리가 있긴 합니다. 나오미가 허쉬의 죽음을 바란 것도 사실이고 그럴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거나, 적어도 어떤 조치 따위를 취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허쉬의 죽음을 방관했죠. 그게 크롬. 롤프를 위한 것이고 복수를 위한 것이라 해도요.

 

결국 나오미는 자신의 복수라는 목적을 위해 허쉬를 죽인 것과 다름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그의 자식인 롤프가 죽는 것만큼은 원하지 않고, 허쉬의 죽음은 롤프의 목숨, 혹은 안전과 맞바꾼 조치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그 역시 토드와의 합의 때문이었고요.

 

 

 

 

그럼에도 용서하죠. 결코 할 수 없는 용서였고, 그러고 싶지도 않으며, 고집 부릴 수 있었고 그렇게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문제였지만.. 그래도 용서합니다. 언젠가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니, 그 기간을 생략하는 선택을 한 거죠. 만약 이대로 다 잘 끝난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작별인사로 이 정도면 충분하죠. 

 

 

 

 

잘보면 미세하게 떨고 있는 듯한 알레사. 아마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롤프의 신뢰와 믿음은 오히려 스스로에게 경멸과 죄책감을 안겨줬을 겁니다. 분노와 증오라면 마땅히 받아줄 수 있고,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신뢰는 도리어 견디기 어려운 죄책감을 받죠.

 

 

 

 

롤프의 추측은 알레사가 납치된 것은 르넨의 계획이었다는 거죠. 알레사를 납치해서 어머니와의 교환하여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토드가 모친과 만나지 못하고 임종조차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20년 넘게 자신이 원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토드는 원한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거죠. 어떠한 계획을 통해 자신을 부렸던 동업자에게.

 

또한 나오미를 통해 롤프를 감정적으로 동요시키고 격앙시키려 했던 게 드러납니다. 어머니를 만난다는 명목으로 나오미를 납치했다면 롤프가 감정적으로 동요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이유로 토드에게 원하는 걸 손에 넣어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죠. 또한 알레사가 저택에 오게 된 후 르넨과 자신의 과거를 둔 거래를 통해 롤프를 격앙시키려고 했고 그것을 통해 롤프는 자신의 것을 포기하며 르넨의 앞에 무릎 꿇게 되기도 했고요.

 

 

 

 

저택에 단신으로 침투해서 자신을 가로막는 제국의 일원을 참살하고 퇴로를 막기 위해 불을 지르는 토드. 이 시점을 기점으로 최종장이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날 위해 알려줬을 따름인 걸요."

 

자신 또한 바스커빌, 같은 혈통을 타고난 죽음의 개. 이야기만으로도 자신과 토드가 닮은 점이 많다고 할 정도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토드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 실감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줄 뿐이죠. 그만큼 자신이 토드와의 닮은 점은 찾게 된다면 끔찍스러울 겁니다. 어머니가 그토록 두려워했고 증오했던 그 토드와 닮았다니.. 

 

 

 

 

어찌됐든 바울은 구하려고 하죠. 그래도 친구니까 어떻게든 책임지고 싶은 겁니다. 자기 말 지키는 거죠. 그와 마찬가지로 어찌됐든 의리와 의무를 위해 충성하는 이들. 고양이답지 않은 충성심입니다.

 

 

 

 

진심을 확인한다.. 자신의 신뢰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그녀를 죽이고 싶지 않다는 감정적 문제이기도 하고, 나오미가 거짓을 이야기하며 책임에서 도망가려 하는지 또한 알고자 했던 것이죠. 단순히 허쉬의 죽음에 대해 딴 소리 하는 지에 대한 정치적 문제 뿐만 아니라 개인적 감정과 신뢰의 문제였던 겁니다. 

 

 

 

 

이때 르넨은 자신이 토드에게 명령을 해서 알레사(나오미)를 납치해서 토드가 모친과의 재회를 실패하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이야기를 고백하죠. 사실 종이 몇 장 잘못 섞은 것이 허쉬의 실수가 아니라 르넨의 조작이었다는 것.

 

 

 

 

제국 사상의 정수 다운 말이죠. "도태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 뿐이야." 이런 면에서 괴물인 오빠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죽음을 너무 쉽게 여기죠. 그게 토드에게 있어선 의뢰나 복수의 목표물일 뿐이고 르넨에게 있어서 맹수가 아닌 다른 열등한 종인 차이일 뿐이죠.

 

 

 

 

토드의 계산과 일치하죠. 하지만 그게 허쉬의 계산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또한 그 계획은 실패했고요. 르넨이 이 계획을 실행하고 실패했던 이유는 나오미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쉬는 그런 계산을 하지 않은 것이고 르넨의 계획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된 거죠.

 

더불어 롤프에 대한 르넨의 평가를 하는 컷을 보면 배경에 허쉬의 초상화가 같이 잡힙니다. 아주 의미심장한 컷이죠.

 

 

 

 

결국 롤프가 진짜 증오하고 탓해야 했던 사람은.. 나오미가 아니라 토드였고, 토드이기 이전에 르넨이었습니다. 같은 피붙이는 아니지만 가족이었던 자신의 여동생이. 그러고도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태연하게 받아치죠. 거의 소시오패스급입니다;; 정치적 계산과 권력은 사람의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결여시키곤 하죠.

 

자신의 머리통을 부숴버리겠다는 협박을 하지만 그 당사자는 오히려 르넨을 죽이라 말합니다. 자신이 죽더라도 르넨만 죽일 수 있다면 족하다고. 결국 르넨 때문에 자신의 여동생이 죽게 된 것이니, 나오미의 복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후엔 자신의 목적인 아마란스와 제국의 공멸은 안 봐도 뻔하니, 당장 자기 눈으로 르넨의 죽음만은 확인하고자 하는 감정적 문제죠. 또한 정에 약한 롤프이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죽는다고 해도 르넨이 죽게 두진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요.

 

 

 

 

정문으로 들어와 정면에서 자택의 수비병력을 단신으로 모조리 썰어버리는 토드.. 그만큼 강한 집념 때문에 벌이는 일이기도 하죠. 아마란스가 힘으로 제국의 남아 있는 병력을 부수고 르넨과 롤프를 처리하고 레아를 빼가는 것을 기다릴 순 없으니까요. 자신이 해야할 일이기도 하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며,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니..

 

 

 

 

이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판단력을 보이는 건 역시 허쉬의 자식이다 싶습니다. 태연하게 받아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나오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자기 목숨을 걸면서 죽이라 외쳤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풀어주는 걸 보았으니..

 

 

 

 

수 많은 자들을 죽이고 피 묻은, 그리고 자신 또한 피를 흘리며 만나는 고대했던 만남. 그 만남에 대한 연출이 훌륭하죠. 주변의 말소리는 블러 처리하며 안 들린다는 듯이 연출하며 레아가 대답하려고 하자 그 말을 끊는 부분부턴 제대로 들리는.. 정말 훌륭한 연출입니다.

 

 

 

 

이 상황에서도 감정적인 동요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토드에게도 이 일은 그 동안 기다려왔던 복수의 끝을 볼 때이니, 마지막을 한 걸음 앞두고 평소와 같을 순 없을 겁니다. 어머니와의 만남도 방해 받아 실패했는데, 레아와의 대화마저 타인의 개입에 의해 방해 받으니 짜증나는 거죠.

 

 

 

 

바울이 제국이 온 것은 토드의 부추김 때문이었죠. 아론을 통해 일으켜세우고 제국에 오게 만들었습니다. 제국의 총수가 아니게 되었다면 안 봐도 바울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라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러라고 보냈으니까요.

 

 

 

 

토드의 살인을 처음 본 레아.. 충격적이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고,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른다는 사실이 끔직스럽기도 하겠죠.

 

 

 

 

동생을 넘겨주는 놈은 단 한 놈만 보내주겠다는 말을 하면서 보여주는 열려 있는 문.. 저런 식의 연출 정말 깔끔하죠. 

 

롤프는 그런 토드에게 동료들의 목숨이 걸려있으니 도망치지 말라고 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동료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죠. 바울이나.. 나오미처럼.

 

더불어 전까지는 배신자라느니 어쩐다느니 해놓고 자기 목숨 한번 구해주자 형님이라.. 재밌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것도 작품 밖에서 보는 독자 입장에선 우습고 어이 없는 일이지만 실제 저런 상황에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잘 안 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가가 그런 면까지 모두 생각하고 계산해서 캐릭터의 변화를 저렇게 연출했을 거라고까진 생각치 않지만 말이죠.

 

하지만 저런 감화 덕에 마지막의 마지막엔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롤프는 모르고 있고, 믿으려 하지도 않겠죠. 바울은 그런 녀석이 아니니까. 하지만 토드가 후계자로 점 찍었던 만큼 그럴 수 있는 씨앗이 심어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죄책감과 절박함이라는. 수로 위에서도 그랬지만, 토드는 언제든 롤프를 죽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계속 미뤄왔죠. 이번엔 자신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고.. 자신이 앵무새를 죽이는 건 이미 해봤으니, 새로운 후계자를 위해 넘겨줘야죠.

 

 

 

 

이들의 죽음.. 자기 힘으로 빠져나온 감옥. 이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았으니 바울은 점점 더 절박해지겠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충격받고 새삼 자신 몸에도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깨닫죠.

 

 

 

 

바울을 자신의 후계자라 말하는 것은 그에 대한 모욕입니다. 바울의 이름을 들먹이며 후계자라 칭하니 크롬으로선 하나의 도발로 받아들일 여지 또한 있죠. 자신의 동료이고 친구인 녀석을 두고 자신을 죽일 후계자라니..

 

 

 

 

투견으로 태어나 그렇게 살았는데, 두려움을 느끼고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을 간다라.. 투견으로서 태어난 가치 없는 거죠. 그러니 자신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더 독하게 노력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죄책감과 절박함에서 기인합니다. 자신이 겁 먹어 헤스터를 잃었다는 것, 바스커빌과 싸워서 이겼음에도 코스타는 죽었다는 것.. 심지어 죽을 각오로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알레사(나오미)를 내주며 지키지 못했던 것마저.

 

그렇게 자신의 가치가 부정 당한 겁니다. 그러니 그 가치를 되찾기 위해, 그 절박함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제국에 찾아왔죠. 심지어 이젠 아무 상관 없는 전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네,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토드 또한 절박했죠. 자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대한 절박함이..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절박함이.. 그러나 어머니는 자신을 피하고 있었고,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죠. 자신이 괴물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이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에 집착했던 거고요.

 

투견이니 싸울 수 밖에 없고, 맹수니까 고독할 수 밖에 없고, 토드 역시 바스커빌가의 개이기 때문에 괴물일 수 밖에 없다고.. 그러니 모두, 약간의 동기만 있다면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자신만 괴물로 남을 필요가 없고, 어머니가 피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잘못했다 빌어야 한다는 말은 이런 연유에서 나온 거죠..

 

 

 

 

"여기 어쩔 수 없는 게 어딨는데?"

"알잖아."

 

... 이 부분 또한 토드가 했던 말 중에 이런 게 있었죠. "진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 했고.." 도구에서 주체적 플레이어로 태도가 바뀌기 전에 했던 말입니다. 태도, 작품 내에서의 역할이 바뀌고 생각이 달라졌다곤 해도, 어찌보면 궤변인 거죠. 자신은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부정하진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떡했어야 한다 생각해?"라고 반문하자 답할 수 없기에 주먹을 날리는 거죠. 결국 토드의 이론이 바울을 통해 증명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그의 삶, 그의 선택, 그의 기회가 정당한가, 그렇지 않은가 또한 증명되겠죠.

 

더불어 "알잖아." 다음 컷에 여러 인물들을 보여주는데, 롤프는 질문을 받기에 가장 앞에 있지만 구도의 포커싱은 뒷사람에 몰려 있습니다. 어둡게 밀려난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레아와 나오미. 그 중에서도 말풍성으로 레아를 좀 더 짚긴 했지만 실은 두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구도입니다.

 

토드의 이론에 따르면 레아는 어쩔 수 없이 바스커빌이라는 이름을 짊어져야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남들이 그렇게밖에 안 봐주니까. 마찬가지로 나오미의 복수와 지금 이 순간의 모든 행동들도 어쩔 수 없습니다. 복수해야하기 때문에, 연기를 들키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여지를 남기고 싶기 때문에.

 

 

 

 

"사기는 칼로 베어져" 이후 대화가 오가면서 눈치를 보던 녀석들이 도망가고 맙니다. 그렇게 토드를 죽일 수 없을 상황까지 다다르니 결국 르넨은 안 되겠다고 보고 레아를 인질로 잡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나오미는 르넨에게 총을 겨우죠. 명분은 확실하죠. 알레사의 복수이자 허쉬에 대한 복수. 

 

 

 

 

다 망한 마당인데다, 롤프에게 한번 목숨을 빚졌죠. 하지만 그 빚은 나중에 확실히 갚습니다. 엑스트라급 조연 치고는 꽤나 멋지게요.

 

 

 

 

검둥개를 앞에 두고 여우가 눈에 들어오나? 저런 상황에서 토드가 얌전히 있어줄 리가 없죠. 자기 복수 대상이 눈 앞에 있는데. 결국 르넨은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장례를 치를 땐 하루만에 끝낸 걸 이건 진짜 예의가 아닌 거 같다고 했었으면서 말이죠.

 

토드는 이 상황에서 르넨의 부하였던 치타 둘을 베어넘기고(죽이진 않은 모양입니다.) 칼로 베어 죽이지도 않고 그마저도 내던지고는 진정한 의미로, 자신의 손으로 르넨을 죽입니다.

 

격분한 표정을 보면,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네년 때문에. 라고. 토드가 어머니를 만나뵙지 못한 직접적인 원흉이 바로 르넨의 수작 때문이었으니까요.

 

참고로 빈 말칸의 저것도 하나의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반전이라기 보단 심리적 장치 정도로요.

 

 

 

 

제국의 총수라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자신이 했던 죄악의 업보가 돌아와 그의 손에 죽게 되죠. 창 밖으로, 땅에 떨어져서요. 어찌보면 참 허망한 죽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정해줄 가치가 없는 죽음이기도 하죠.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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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5편.

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2016/11/27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5편.

2016/11/2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편.

2016/11/2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2.5편.

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알레사와 나오미의 내막을 알았고 그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제국으로 찾아와 직접 추궁하는 토드.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라는 게 정치적 계산도 아닌 그저 실수라는 핑계 뿐.. 그러면서 죽인 건 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죠.





자기 스스로도 자신을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죠. 자신의 판단으로 죽이는 게 아닌 타인의 판단에 따를 뿐이라고.. 하지만 살아있고 생각하는 이상 그건 도구가 아니죠. 싫다면 거부할 수 있고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암살에 성공했죠. 그 또한 자신의 판단입니다. 이번처럼 나오미를 죽이지 않을 수 있었죠. 그건 자기 판단이었고요. 허쉬의 말이 변명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견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도구적으로 살인을 하는 괴물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판단을 하는 괴물이 되죠.





자신이 판단할 수 있었던 영역들이죠. 하지만 그는 판단하지 않았고,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허쉬에게 떠넘겼습니다. 그렇지만 허쉬의 변명도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작 종이 몇 장 잘못 섞었을 뿐이라니. 그게 더 무서운 말이죠. 고작 종이 몇 장만으로 사람을 죽고 살림을 결정 지을 수 있으니까.





그저 도구에 불과했을 자신에게 어째서 판단할 수 있었냐고 몰아붙히는 것도 토드에겐 생소한 일이죠. 조금 다르게 표현해보자면, 고작 도구인 자신을 왜 판단할 수 있는 주체로 여기냐, 여기게 만드느냐는 말입니다. 정치적 계산이랄 것도 없는 고작 종이 몇 장 잘못 섞었다는 핑계도 우습지 않고, 그렇게 실수해놓고 자신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도 말이고요.


토드는 여기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낀 거죠.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던가, 일부로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등의..


그래서 제국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이 목적한 모친과의 만남만을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허쉬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같은 제국의 동료를 건들 게 된 토드에게 오히려 그 문제를 지적합니다. 고의든 실수든 같은 제국의 동료를 건드렸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이는 허쉬의 아집이기도 한 동시에 총수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 일이지만 인정할 수 없으니 그 책임을 토드와 나누었고 그걸 확고이 하기 위해 제국의 동료로 못 박는. 또한 총수로서 제국의 동료가 당한 것을 묵인할 순 없죠. 그게 설령 비밀멤버이기 때문에 다른 녀석들에게 알릴 수도 없고 알려서도 안 되며 알려져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죠. 원칙은 원칙. 룰은 룰. 예외는 없습니다. 지켜야 합니다.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면 없고, 있다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식으로 추궁하며 몰아붙히는 허쉬에게 분노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내가 배신한 거라고? 실수는 네가 했잖아..


거기서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사실을 밝힙니다. 사라는 네가 돌아오길 원하지 않는다고요. 어차피 알려준다고 해서 사라가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머니의 일과 관계되면 죽음의 개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는 아련한 표정도 지을 수 있죠.. 그만큼 상처 받은 거기도 하고..


"그럴만 하지?" 이 대사와 함께 보여주는 오른팔의 칼 부분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추측해보자면 자신도 모르게 뽑은 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비인간적인 면도, 그런 생활을 부각시키려는 것이거나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끊어 왔을 무기를 컷으로 잡으며 토드 대신 어머니가 짊어진 죄책감과 업보를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어린 시절 받은 10살 생일 선물이라는 점을 통해 타고난 원초적 악마성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추가. 사라가 보길 원치 않는다는 말에 당황하자 자기도 모르게 칼부터 뽑았다는 것을 통해 인간적인 관계가 불가능한, 정을 주고 받을 수 없는 위험한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가족이라도, 어머니라도 토드가 원하는 그런 관계는 있을 수 없다는 거죠. 토드는 사라를 만나서 뭘 할 수 있을까요? 어떤 관계와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만나고자 했을까요? 어쩌면 은연중에 그저 그래야 한다는 일종의 목표의식으로 여기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나간 사람과 들어온 사람이 다르다는 걸 눈치챈 거죠..





그들의 공조는 이 시기에 형성되었고, 그들만의 공멸 계획이 만들어졌죠. 둘의 복수는 이 시점에서 탄생하는 겁니다.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자기 스스로도 아버지를 버리며 그 대신 자신을 거두어주고 돌봐준 알레사만을 믿고 신뢰해왔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아버지인 허쉬에게 복수할 것을 마음 먹고 있었고, 죽음의 개를 뒤에서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크롬에게 있어서 커다란 배신이자 신뢰를 박살내는 사실들이죠. 결국은 알레사.. 나오미가 허쉬를 죽인 겁니다. 그 행동을 토드가 했을 뿐. 나오미도 알고 있었고, 원했던 죽음이었죠.





서로간의 이유 있는 증오. 좁힐 수 없는 감정의 골이죠.





"진심은 통한다더니.." 자신의 과거와 감정을 솔직하게 밝히고, 이해 받거나 적어도 용서 받거나 하는 것까지 바란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사실을 밝힘으로써 신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거죠. 하지만 롤프에겐 그럴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죠. 제국과 허쉬에게 복수할 뜻을 품고 토드를 통해 죽여서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은 그 동안 자신을 속여왔고 자신의 진심을 배신한 것이 되기 때문에, 나오미가 말해준 그 이야기들이 사실이고, 그 진심이 진실이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다시 신뢰해줄 수 있을 거라는..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죠.





"고작 개 한마리인걸?"


"기어다니고 싶지 않았다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목을 맬 자리를 찾는게 아니라면 위를 올려다 볼 가치도 없지." 르넨이 했던 연설이죠. 다른 종은 맹수와 맞먹을 수 없으니 동등한 입장일 수 없고 그게 싫다면 태어나질 말든가, 죽으라는 것(혹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런 주제에 맞먹으려 든다면 차라리 죽거나 죽임 당하게 될 것을 말하는 겁니다.


제국 사상의 정수다운 가치관이고 생각이죠. 바울 또한 그런 겁니다. 제국에 싸움을 걸었고 총수를 쓰러뜨려 권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위를 올려다 본 건방진 놈이죠. 그게 싫다면 태어나질 말든가 죽든가 하라는.. 그렇기에 르넨은 바울은 죽어야 한다는 겁니다.





토드의 납치는 분명 부자연스럽죠. 먼저, 허쉬를 죽이게 된다면 그에 대한 복수 자체는 성공하게 되지만 모친의 위치를 알 수 없게 됩니다. 물론 이는 롤프를 통해 알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롤프가 그런 비밀을 알고 있을 지에 대한 사실을 토드가 알고 있는 진 모르겠습니다. 몰랐다면 아주 낮은 가능성에 대한 도박이었고 알았다면 어떻게 그가 알았느냐에 대한 질문이 나오죠.


그러나 토드는 실제로 모친의 위치를 알지 못했고, 롤프가 모친의 위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때 그들 일행을 미행하기만 하면 원하는 목표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거롭게 알레사를 납치하고 롤프와 거래하려고 했죠.


토드가 그들을 미행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과 모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라고 해도 어색한 건 사실입니다. 당시 토드는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를 하며 계획이 있고 그게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죠. 즉, 누군가의 계획에 따라 움직인 겁니다. 서로간의 의도와 목적이 있었고 그걸 통한 거래였던 셈이죠.





이미 자격이 없다, 애송이, 풋내기 등등의 소리를 듣던 롤프였는데, 고작 개따위에게 패배한 이후엔 그 불만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죠. 그나마 총수 자리 넘겼으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그런 수치심을 제국이 감당해야할 이유가 없으니 자격 없고 한심한 전 총수를 숙청하라는 요구도 나올 법 합니다.


잘라내지 못할 건 없지만, 이미 한스의 생사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니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죠. 내일 알레사를 처형해봄으로써 어떻게 나올 지 확인하고, 그 결정에 따라 생사를 결정 짓는.


동시에 "아무리 늦어도 내일 노을을 볼 때 쯤은... 전부 정돈 될 테니.." 라고 하며 주연급 인물들을 쭉 늘어놓는데, 내일 발생할 각각의 입장과 계획에 따른 행동과 발생할 사건을 암시하는 거죠. 그들의 과거, 원한, 죄책감, 후회, 관계, 입장 등등.. 내일 모든 일이 끝나게 될 것이라는.





결국은 그런 하찮은 개 따위를 위해 그런 선택을 내렸는가 하며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빛.. 결국 자기 오빠를 죽여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는 느낌이랄까.. 혹은 이런 선택을 통해 롤프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죠. 바로 다음에 나오는 내용들처럼..





"아직은 그러고 싶은 진심이 서질 않아. 하지만 언젠가는 용서할 수 있을 거야."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개판의 명언 중 하나입니다. 작품 속에서 그가 용서를 하는가와는 별개로 보는 독자들에게 문장 그대로의 내용은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죠. 알레사, 아니.. 나오미야 어찌 됐든, 크롬(롤프)의 진심은 사실이었죠.


르넨은 마지막까지 롤프에게 기회를 줍니다. 동시에 확인절차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르넨은 롤프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기회를 주며 자극을 한다는 것은 듣고 싶은 대답이 있다는 거겠죠. 





내어주는 것은 가족의 권리. 제국의 소속. 즉, 롤프가 숙청 당한다고 해도 허쉬의 이름을 가진 자로서 죽지 않고, 제국의 일원으로서 죽는 게 아닙니다. 물론 르넨이 그것을 원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또한 롤프는 제국의 일원이고 싶지도 않고, 이런 무겁고 날카로운 공기 속에서 지내고 싶지도 않겠죠. 총수의 자리에서 자신은 그 부담과 무게를 버틸 수 없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기도 했고, 그 총수의 입장에서 보아야 했던 것들을 보기도 했고요. 더 이상 미련도 없는 거죠. 처음 나가겠다고 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하지만 이번엔 더욱 단단해진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대가를 내어주고 자비를 구합니다. 맹수에게 자비를 바라지 말아야 하지만, 전대 허쉬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것을 내어준다면 이례적으로 자비를 베풀어 주곤 하죠.


"다행이네.." 나오미가 풀려나며 이런 말을 하는 바울이지만, 정작 나오미는 풀려나지만 자신은 여전히 갇혀 있는 사실은 동시에 결국 롤프에게 자신은 친구도 무엇도 아니었구나 하는 심정을 느끼게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실망한듯한 느낌으로 말하는 거라고 봅니다.





롤프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이게 다였죠. 바울은 어떻게 느낄 지 몰라도.. 롤프 또한 바울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당장 할 수 있었던 것이 이것 뿐이었던 것이지..





용서한다는 의미냐고 묻자 그럴 수 있는 지 확인하려는 거라는 롤프의 말처럼, 이 기회는 나오미를 용서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이는 자신을 구해줬던 것이 아버지의 명령이라고 해도 보답해야할 일이라고 보는 것이며, 동시에 진심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르넨처럼 간교한 년이라.. 정확하게 꿰뚫어본 셈이죠.





그가 포기했던 것들, 그것을 통해 만회하고자 하기 위해 꿇은 무릎.. 아마 르넨이 진정 원했던 것은 그가 내주는 조건들이 아닌 롤프가 무릎 꿇은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포기하게 만든 거요." 뭐.. 사실이긴 하죠. 하지만 그것도 본인이 선택한 겁니다. 그리고는 용서를 구할 것을 요구하죠. 어떻게 보면 토드에게도 책임이 있다던 허쉬의 모습과도 비슷하네요.


나오미는 롤프에게 용서를 빌 수 있습니다. 그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 검둥개를 부린 것, 그의 아버지를 죽게 한 것.. 모두 용서를 빌 수 있는 것들이죠. 


그러나 허쉬를 죽인 것은 자신의 계획이 아니라고 합니다. 뒤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틀린 말도 아니죠. 자신의 계획이 아니었고, 토드를 멈출 수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미가 죽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가 복수를 품었던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제국이니까요.





바투, 모건, 마고가 자신의 암살을 의뢰했다는 것을 밝히며, 역으로 그들을 죽여줄 수 있음을 넌지시 이야기해주는 토드, 나오미 본인의 목숨을 구해주는 대신 허쉬의 양아들인 롤프를 내달라고 합니다. 





"당신이 원한 그대로야! 무관하다 말하면 당신도 죽이겠어."


나오미가 죽이는 것이 동의했던 간부 셋을 죽인 뒤에 하는 전화죠. 간부 세명이 죽은 것이 나오미가 원했던 것이라 하며, 무관하다하면 그 자신도 죽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죽이라 했으면서 난 그런 걸 바란 적이 없다던가 하면서 발을 뺀다면 토드에겐 곤란한 일이죠. 동시에 롤프의 아들 목숨에 관한 거래도 있고.


더불어 초반에 나왔던 전화의 어감과 실제 대화 내용은 살짝 다르죠. 초반엔 망설이거나 겁 먹은 듯한 느낌이 아니었지만 후반엔 나오미의 심적 혼란이나 당황, 공포 따위가 엿보입니다.





전화가 끝나고 곧바로 크롬에게 연락하는 나오미.. 토드와의 거래 때문에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한 전화이지만.. 진심은? 그와 이야기하고 만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내가 두려운 데 무엇을 강요하겠어요? 날 위해 목숨을 걸어달라 할 수도 없고.."


단지 토드의 암살 사건에 대한 두려움과, 그런 두려움 때문에 떠나는 조직원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드의 제안, 그런 일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그 실력과 판단력 등등.. 타고난 악마이자 무결한 암살자인 토드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죠.


이에 대한 롤프의 대답이 정말 걸작이죠.. 저라도 반하겠어요.





사건 다음날 그 소식을 듣게 된 허쉬가 바로 알아보고 연락합니다. 과연 정말 무섭도록 뛰어난 인물이죠. 단지 들려온 소식만 듣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짚어내니..


허쉬의 연락에 자신의 마음 속 감정을 진실로 드러내며 분노하고 저주합니다. 허쉬는 거짓말하지도 않고, 거짓말할 수 없으니 변명하지도 않습니다. 





자기 때문에 동생이 죽게 되었고 그 책임은 모두에게 있으니 그것은 분명 합당한 분노입니다. 자신의 행동, 결정에 의해 발생한 일이니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습니다. 그게 맹수이자 총수로서의 태도지요. 그 분노를 온전히 받아냅니다. 롤프가 두려워했던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죠.


"당신도 그 놈도 증오스럽지만 그 만은 해칠 수 없어." 나오미의 진심이죠. 토드도, 아마란스도, 제국도, 허쉬도 증오스럽고 부수고 찢어발겨야할 복수의 대상이지만.. 그에게만큼은 진심입니다. 진심으로 소중한 대상이죠. 그러니 그런 그를 죽게 둘 수는 없습니다. 





이유 있는 합당한 도움. 나오미를 통해 제안을 받는 본인과 롤프를 살릴 수 있는 계책을 알려주는 허쉬. 그의 판단력은 정신이 혼란하고 육체가 쇠하는 와중에서도 날카롭죠.





롤프를 내어달라고 했지만 그를 바로 죽인다는 말은 아니었죠. 그래야 하고요. 토드의 목적은 모친을 다시 뵙는 것. 그러기 위해선 그 위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 위치를 알고 있는 허쉬를 죽일 순 없죠. 따라서 롤프의 목숨을 담보로 얻어내려고 할 겁니다. 혹은 그를 새 총수로 만들어서 그 비밀을 알게 할 수도 있죠. 그렇다 해서 안전해질 순 없습니다. 위치를 알고난 뒤 복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허쉬는 모친의 위치를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 죽이지도 못하는 거고요. 그러니 롤프가 중요한 겁니다. 그가 돌아와 모친의 위치를 알게 되면 절대 위치를 말해주지 않을 허쉬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며, 모친의 위치를 알고 있는 롤프는 그가 말하지 않는 한 절대 죽여선 안 되는 존재가 되니까요. 모친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건 그 뿐이니까.


따라서 롤프의 목숨은 안전해집니다.





나오미 본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면 역시 의미 없는 계책이죠. 그렇기 때문에 살 방법도 알려줍니다. 


"죽겠지 아마?" 죽음에 대한 초연한 자세.. 두려움 없고 당당한 맹수로서의 태도이자 총수의 모습이죠. 또한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기 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아버지로서의 부정을 엿볼 수 있기도 하죠. 정말 대단하고 뛰어난 캐릭터입니다.





허쉬의 실수에 의해 알레사가 죽은 것을 알면 반발심에 롤프가 돌아가려고 하지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돌아가게 되면 토드에 의해 허쉬가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역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고요. 돌아가려면 목적이 있어야 하고, 돌려보내는 이유 또한 알게 될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려면 죽을 때까지 함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허쉬는 정말 죽을 때까지 이 사실을 밝히지 않죠. 





제국의 관점, 맹수의 시점에서 롤프는 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찢어발긴 제국의 이념에 회의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제국의 이념은 그쳐야 한다는 것. 따라서 나약한 롤프가 후계자, 총수가 되어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려야 한다는 겁니다. 혹은 그 상처와 부담 속에서 제국의 이념에 따른 행동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고요.


"나는 바꾸지 못했다. 나야말로 정말 약하니까." 자신이 물려 받았고 유지했던 그 제국을 자기 손으로 부술 순 없었던 겁니다. 맹수다운 맹수이기 때문에, 그 이외의 태도나 선택을 할 수도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들을 갈기갈기 찢은 제국의 이념과 싸울 수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롤프는 제국의 이념과 싸우기를 포기한 자신을 닮아선 안 됩니다.





롤프를 위해서 허쉬가 목숨을 내놓게 만들었고, 그 계획은 나오미의 것이 아니었죠. 그가 죽길 바랬지만 죽인 건 자신이 아니라는 말은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겁니다. 그래도 용서할 수 없는 건 용서할 수 없는 겁니다. 자신의 동생을 죽인 것도 허쉬이고 그건 사실이니까. 그러니 롤프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거고요..





손에 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전부를 이번 싸움에 걸었기 때문이죠. 베팅은 게임이 끝나고 결과가 나올 때 잃거나 돌려 받는 것이니까. 검은개의 후계자로 찍힌 바울이니, 이들의 안목 또한 나름 날카로운 편이네요.





'기회'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조금 뒤, 토드는 아마란스의 최대 무력을 이끌고 저택을 공격합니다. 이른바, 전쟁의 시작이죠. 그에 따른 르넨의 지시도 멋들어지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도 들여주지도 보내주지도 마라." 쳐들어온 아마란스를 모두 죽이라는 겁니다. 도망자 하나 없는 완전한 몰살을 목적으로.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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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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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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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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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5편.

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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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5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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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2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9편.

 

2016/11/2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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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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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그토록 믿었던 알레사 마저 사실은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 그 자체로 충격이죠. 그렇게 무너져가는 크롬의 손을 잡아주지만 저것 마저도 진심일까요? 롤프가 이 거짓말, 혹은 배신에 가까운 진실을 알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처분입니다. 알레사(나오미)는 허쉬에게 복수를 마음 먹었고, 검둥개를 이용해 그를 죽였죠.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하지만 롤프는 어떻게든 그걸 막을 수 있습니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그러니 믿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겁니다. 알레사를 버리고 싶지 않거든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믿게 해달라는 겁니다.

 

 

 

 

9년전 살해된 아마란스의 간부는 알레사의 작품이었죠. 알레사가 르넨에게 누가 그들을 죽게 의뢰했을지 눈치 운운하는 부분이 허세였던 이유가 이겁니다. 자기가 했던 거거든요. 르넨에게, 자신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걸 알고 있다는 식으로 불확실성과 불안감 따위를 주려던 거라고 봅니다.

 

 

 

 

롤프와 쿠퍼 신부 일행이 사라의 집에 간 뒤, 알레사가 납치 당하기 전 토드가 전화를 할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야.. 내가 판단할 문제고..." 그러나 과거 시점에서 토드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글쎄 제 판단이 아니라니까... 당신들 판단이죠." 라고요. 이는 한가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이 당시의 토드는 그저 도구적으로 암살을 해오는 직업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현 시점의 토드는 어떠한 도구라기 보단 하나의 플레이어로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도구는 판단하지 않죠. 그저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그 역할을 행할 뿐. 그러나 훗날의 토드는 자신의 판단이라고 말하는 데, 이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움직이고, 죽인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적어도 자신의 목적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것인데,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 있어서 남의 도구로서 협조하기도 합니다.

 

한스의 경우가 그러한데, 단지 한스의 의뢰를 받은 것이 아닌, 한스의 목적과 토드 자신의 목적을 위한 일종의 거래였죠. 메시지를 전하여 크롬이 제국으로 돌아오게 하고, 그 결과로 한스가 제국의 후계자로서 인정 받는다면 토드에게 모친의 위치를 알려주는 거래.

 

그러나 그 거래/계획은 실패했고 이후의 행동은 어떠한 명백한 목적을 위해 움직입니다. 다른 조력자와 함께요. 그 목적이라는 것은 아마란스와 제국의 붕괴였고, 한스의 계획이 실패하고 토드의 복수 중 하나인 허쉬 영감을 살해한 이후 알레사를 납치하는 것은 분명 조력자와의 협력을 통한 계획이긴 하지만 분명한 자신의 합의에 의한 판단입니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를 대비적으로 보여주면서 토드가 그 시점부터 진행의 핵심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죠. 정확히는 허쉬의 죽음을 기점이긴 하지만 서로간의 공조와 진행상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알레사의 납치 이후니까요. 

 

 

 

 

알레사(나오미)의 과거편. 아주 오래전부터 아마란스는 썩어가기 시작했죠. 그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들입니다. 또한 로건이 헤스터를 건드리자 그에 화를 내며 로건의 얼굴을 분수대에 쳐박아 줍니다. 토끼와 아직도 친구인 롤프의 일관적인 태도를 보옂주ㅛ. 그만큼 맹수답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죠. 친구라곤 해도 토끼와 맹수가 친구라니..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정신적으로도 온전해지지 못하는, 무기력해지는 허쉬의 모습.. 자신의 결정으로 아들을 그렇게 찢어발겼으니 후회되고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 없죠. 아무리 맹수라 해도 말입니다.

 

 

 

 

블랙리스트 중 하나로 찍힌 알레사(혹은 나오미)의 모습.. 토드와 알레사(혹은 나오미)와의 관계는 이때 시작됩니다.

 

 

 

 

바스커빌과 허쉬의 약속이었던 15년 동안 제국을 위해 일해주면 모친을 뵙게 해주겠다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걸 토드 또한 매우 기대하고 있고요.

 

참고로 여기서 허쉬가 '너희'라고 했는데, 너희는 복수형입니다. 아랫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죠. 만약 토드 한 사람에게만 하는 말이라면 '네 어머니도'라고 해야 했을 겁니다. 작가의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의도라면 '너희 어머니'에 해당되어야할 한 사람이 있죠. 바로 토드의 여동생, 레아.

 

 

 

 

"알레사. 나다. 틈을 만들어놨어. 네 차례야." 방금 전까지 알레사라는 이름으로 크롬과 대화했었지만, 사실 말하는 본인이 알레사가 아니라는 거죠.

 

 

 

 

뭔가 꺼림직한 거죠. 허쉬의 양아들인 롤프(크롬), 그리고 자신이 죽여야할 대상은 그 롤프를 돌봐주고 있던 알레사.. 뭔가 신경쓰이긴 하는 겁니다. 기다리고 목적했던 날이 얼마 안 남았는 데 뭔가.. 뭔가 말입니다..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 허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신도, 거동도 편치 않았던 허쉬 대신 르넨이 대신 전화를 받았고, 결국 물어보려 했던 기회는 그대로 날아가버립니다. 이렇게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 거죠. 신경쓰이는 문제가 있었지만 확인 받지 못했다는 거요.

 

 

 

 

이는 다른 이가 롤프를 돌아오게 하기 위한 계산이었긴 합니다. 단지 그게 허쉬의 판단이 아니었을 뿐..

 

 

 

 

르넨의 야심과 지적능력은 상당히 비범한 편이죠. 롤프라면 모를까, 한스라면 저런 생각은 못해봤을 겁니다. 재다이얼을 눌러본다라.. 아마 롤프도 그런 생각만큼은 못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런 날카로운 판단력과 결단력이 르넨이 총수, 제왕의 자리에 어울리는 이유 중 하나죠. 

 

 

 

 

빨간 눈은 바스커빌 가문의 특징이죠. .

 

 

 

 

경고가 될만한 소리를 하는 거죠. 누군가 널 노리고 있다.. 이 경우 알레사를 노리고 있는 게 자신들이었지만.. 결국은 죄책감을 덜고자 하는 거죠.

 

 

 

 

"내가 괴물이라 생각합니까?"

 

토드가 민감해하는 문제죠. 알레사에겐 스파이냐는 말을 해놓고 오히려 맹수인 니가 스파이 아니냐는 반문에 얼마나 불쾌했을 지 알겠다며 실례했다곤 하지만.. 이 또한 죄책감에 하는 소리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암살자가 될, 극단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토드에겐 그런 공감능력 따위가 발휘되진 않았나 봅니다. 넌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놈이잖느냐는 식으로.

 

살인을 위한 도구에게 공감하거나 감정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결국 죽이기 위한 도구이고 그런 종류의 괴물이라는 거죠. 자신을 괴물로 대하는 사람들을 겪는 토드입니다. 이런 경험과 고민들은 자신만이 괴물이 아닐 거라는 생각과, 그것을 실증하기 위한 이론으로 나아가죠.

 

마치 바울이 열등감을 느끼던 삶을 살면서 그에 따른 여러 경험과 고민을 했듯이요. 하지만 결과는 달랐죠.

 

 

 

 

헤스터의 비범한 감각.. 혹은 편향적으로 발달된 지적능력이죠.. 시, 분, 초 단위로 기억, 계산되고 있으니.. 게다가 허쉬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알레사-나오미의 정체를 파악합니다. 둘 다 같은 알레사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론 알레사와 나오미가 그 역할을 바꿔가면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걸요.

 

 

 

 

"나가면 안 돼. 비가 아니야. 다른 게 섞여있어."

 

붉은 눈에 뿔이 달린 괴물을 보았다고 하는 헤스터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독자 입장에선 당연히 토드를 보았던 것이고 토드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작품 내에서 알레사나 그 주변 인물은 절대 알 수 없었던 것을 단지 감각만으로 알아차린 헤스터의 감각은 정말 비범한 수준입니다.

 

그런 헤스터를 어떤 도구를 사용해 잠을 재우는 알레사.. 아니, 나오미. 초반 바울이 헤스터에게 맞고 쓰러진 것도 저걸 사용한 거였죠. 

 

 

 

 

이때의 나오미는 담배를 피고 있습니다. 이게 떡밥이 되는 거죠.

 

 

 

 

블랙리스트에 알레사가 있는 것으로 그대로 확인을 해준 허쉬. 그걸 자신의 실수라 생각하면서 뒤늦게 그 사실을 발견하고 토드에게 연락을 하지만 이미 암살에 나선 뒤죠.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몰래 지켜보는 르넨.. 정말 무서운 캐릭터입니다.

 

 

 

 

다시 담배를 피우는 나오미지만 접선 지점에 들어설 때는 손에도, 입에도 담배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물 묻은 발자국을 남기고 올라가죠.

 

 

 

 

"거기서 끝났어요. 나는 그런 곳에서 죽었습니다."

 

사실 먼저 들어온 것은 알레사였고, 나오미는 뒤늦게 왔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 발자국은 진짜 알레사의 발자국이었죠. 그리고 진짜 알레사는 그 곳에서 토드의 희생양이 되었죠.

 

 

 

 

이것은 먼저 올라온 진짜 알레사. 담배는 오다가 버렸다곤 해도, 먼저 담배를 물거나 들고 있지 않은 것을 보여준 것은 나오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위한 복선이고, 누군가에게 뒤쫓기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나 평이한 태도였죠. 그리고 토드는 뒤에서 등장합니다. 

 

 

 

 

그러나 나오미와 만난 토드는 위에서 내려오고요. 

 

 

 

 

갑작스러운 현상에 그 토드마저 당황하고 맙니다. 분명 자신이 죽였던 대상이 아래 쪽에서 멀쩡히 올라오면.. 당연히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죠. 자신이 아침에 죽이고 시신을 은폐했던 사람이 퇴근 시간에 멀쩡히 집으로 돌아가고 있으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듯이요.

 

 

 

 

 

담배는 알레사 뿐만 아닌 나오미의 존재에 대한 떡밥이었죠. 처음 바울과 만났을 때 담배를 가지고 오며 불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 그 이후로 담배를 피우는 묘사는 한번 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마저도 혼자 있을 때라는 점..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만한 사소한 요소였고, 커다란 떡밥이었죠. 눈치채기 힘든 훌륭한 복선이었습니다.

 

토드는 이때 생전 처음 죄책감을 느끼고 당황했을 것이라 합니다. 왜 이때 토드는 죄책감을 느꼈을까요? 그저 도구적으로 희생자에게 어떠한 공감이나 감정적 소모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아니면 어렸을 때의 교육과 훈련 때문에? 아니면, 처음으로 당사자의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추궁 당했기 때문에?

 

혹은, 자신이 죽인 대상과 다시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죽인 대상이 다시 살아나서 얼굴을 마주보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눈 일이 없었을테니까요. 그러나 이 상황은 실제 희생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그런 연출이 될 법한 상황입니다. 모건이 토드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했고, 자신이 괴물이라고 생각하느냐 반문했지만, 토드는 죄책감을 느낄 줄 알았던 겁니다.

 

괴물이 아니었다기 보단.. 토드, 그 또한 감정을 느낄 줄 알았고 도구가 아닌 주체적 개인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대비적으로 시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동생이 어디 있냐는 추궁에 토드는 뒤로 물러설 정도로 당황합니다. 그러자 그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나오미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죽이진 않죠. 죄책감 때문인지.. 혹은 당황하면 자기도 모르게 칼부터 뽑는 토드라는 인물의 방어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일지도요. 어떤 면에선 적이 없는 암살자인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격이니까.. 그가 그런 공격을 받아볼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일은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와 죽이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제국의 비밀 멤버 소속이라는 걸 밝히며 제국에게 처절한 복수를 당할 거라며 선언하듯 말하죠. 

 

 

 

 

그러나 토드 역시 제국의 비밀 멤버 중 하나였죠. 이 상황에서 나오미는 허쉬가 자신을 죽이려 마음 먹고 결정을 내렸다는 쪽으로 생각하죠. 그게 당연한 겁니다만..

 

 

 

 

알레사.. 아니, 나오미에게도 나름의 사정이나 복수에 대한 정당한 명분은 있다는 거죠.

 

토드는 그저 의뢰를 받았던 것이고, 허쉬가 그에 대해 어떤 언질이 없었으니 알레사를 죽이라는 것은 그의 뜻이라 생각하고 그의 판단이라 믿으며 의뢰를 끝마칠 것이라는 겁니다.

 

 

 

 

저 미소의 의미는 뭘까요? 삶의 마지막 끝에서 느끼는 초탈함? 아니면 자신을 죽여야 하는 입장에 있는 토드의 신사적인 배려에 대한 감사?

 

 

 

 

그러나 토드는 죽이지 않습니다. 뭔가 이 상황의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허쉬에게 연락을 취해보려고 하죠. 의뢰자들에겐 대충 둘러대고.. 어째서 같은 제국의 패밀리를 살해하라는 결정을 내렸는 지에 대해 묻고자 하죠. 만약 진심으로 죽이라 결정한 것이라면 어떠한 언질은 있어야 했고, 적어도 그 대상이 알레사 하나만이 아니라 나오미의 존재 또한 밝혔어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건 알 수 있는 상황인 거죠.

 

 

 

 

알레사.. 나오미가 복수를 마음 먹은 시점은 여기입니다.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녀의 복수 대상은 아마란스, 제국, 토드 자신의 분신인 알레사를 죽인 모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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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당신들과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동료라면서 바울을 공격했지만 바울은 버텨내고, 이번엔 처음 아마란스에 들어오면서 싸울 때의 과거와 함께 싸움이 연출됩니다. 변한 것은 입장. 바울의 오른손에 없었던 흉터와 새로 생긴 흉터가 그 입장의 차이를 상징하죠.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그 경험이 어떤 입장을 가지게 했는 지를 말입니다.

 

 

 

 

겨루기 전에 비슷한 실력이어야 겨룬다고 했지만.. 당시엔 바울이 쓰러지기 직전의 저력을 발휘하며 뽑게 만들었던 발톱을 이번엔 싸우는 도중에 뽑게 만듭니다. 그러고도 쓰러지지 않죠. 크롬과의 과거와의 대조적인 싸움을 통해 바울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또한 크롬이 발톱을 뽑았던 건 한스, 그리고 토드에게 뿐이었죠.

 

 

 

 

싸움을 지켜보는 자, 싸움에 임하는 자들의 시각차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죠. 알레사는 시선을 피하고, 레아는 시선을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듯이 마음 먹고 지켜보며, 르넨은 마땅히 봐야할 문제라는 듯이, 결과를 기다리듯이 쳐다보죠. 

 

그리고 이러고도 쓰러지지 않느냐며 질렸다는 눈빛의 롤프와 나에게 발톱까지 꺼내느냐며 추궁하듯 바라보는 바울의 시건은 서로간의 입장과 속내를 말하듯이 연출하죠. 대사 하나 없이 그 마음 속 생각마저 표현해내는 표현력..

 

 

 

 

그러나 결국 바울의 근성이 롤프를 쓰러뜨렸고, 바울이 승리합니다. 이것 또한 바울의 성장과.. 발톱을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나약해진 총수가 된 롤프의 퇴화를 보여주는 듯 하네요. 바울이 성장했기 때문이지만, 롤프는 성장하긴 커녕 총수라는 무게에 짓눌렸으니 싸움실력이나 근력 따위가 계산적으론 맞지 않아도 퇴화라는 의미가 틀린 건 아니라고 봅니다.

 

 

 

 

"견뎌요. 당신 맹수잖아."

 

헤스터의 죽음 이후 친구를 잃은 롤프를 위로해줬던 바울이 이번엔 바울이라는 친구를 잃은 롤프를 무너뜨렸죠. 

 

 

 

 

어차피 싸움에서도 진 마당.. 부끄러워할 것이 무엇있겠는가.. 자신이 약해서 바울에게 이길 수 없었지만, 그런 친구..를 죽게 둘 수는 없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친구를 위해 대신 맞서줍니다. 약해서 질 수는 있지만, 자신의 패배가 부끄러운 것에 겁먹어 진짜 부끄러운 수치를 받으며 바울을 죽게 둘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모습을 진절머리 난다는 듯 지켜보는 르넨.

 

 

 

 

총수인 자신이 잡종개 따위에서 싸움에서 졌고, 그 수치가 부끄러워 자신을 꺾은 바울을 부하를 시켜 죽이게 만들었다면 그거야 말로 추한 일이죠. 위신과 인망은 더더욱 깍일 것이고, 고작 잡종개에게 패배한 총수라는 것 자체가 제국을 더럽힌 것이니 오히려 반란이 일어나 르넨도, 한스도 막지 못한 채 롤프를 죽이게 될 겁니다. 그것과 별개로 이제 자신의 수준과 고민을 자각하고 인정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요.

 

앞으로 발생할 정치적 문제 따위와 무관하게, 롤프 본인에게도 인정할 수 없는 수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은 총수짓.. 바울에게 패배도 했겠다, 이제 포기하고 내려놓은 거죠. 어울리지도 않고, 견딜 수도 없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친구조차도 포기하게 만들고, 설령 그렇다 해도 개에게 진 총수라니.. 누가 따르겠습니까.

 

 

 

 

롤프는 이미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문제이니.. 마음 정리하는 것도 빠르고 쉽습니다.

 

 

 

 

그리고 그건 르넨도 마찬가지죠.

 

 

 

 

르넨은 돌아온 롤프의 태도와 행동을 보고 크게 실망했거든요. 돌아오면 제국이 다시 원래대로 재건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아직도 정에 흔들리질 않나, 아예 개 따위에게 패배하질 않나.. 답답한 걸 넘어서 자격이 없다고 볼 수 밖에요. 롤프와는 다르게 르넨은 맹수다운 맹수이고, 한스와는 다르게 힘만으로 해결하려하지 않았죠. 롤프보다 더 맹수 답고, 한스보다 더 제국의 사상에 어울리는 허쉬의 자식입니다.

 

그런 면모는 이제까지 숱하게 나왔죠. 단지 전개에 있어서 핵심 키플레이어로 두각되지 않았을 뿐. 이미 여러번 냉혹하고 냉철한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정치적 판단도 뛰어나죠. 방금전 제국의 위신을 위해 바울을 죽이려고 했던 것도 어쩌면 롤프로 하여금 총수의 자리를 내놓게 하려는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롤프는 총수 자리를 감당하지 못했고, 바울을 잃을 위기에 직면하면 만회하려 할 테니까요.

 

 

 

 

드디어 나타나는 르넨의 속내죠. 그 동안은 입장이 있으니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했지만, 이제 총수가 되었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입지를 가지고 있으니 거칠 것도 없습니다. 르넨이 허쉬의 손발이 되어준 것은 한스의 무력은 견제 당하고, 그와 동시에 한스의 능력이 힘을 기반으로 하는 것임인 만큼 그 이상이 될 순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르넨은 그런 무력을 가지고 있진 못해도 충분히 한스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죠. 정치력, 두뇌플레이 모두 롤프와 같거나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못하진 않습니다. 허쉬도 그것을 알았을 진 몰라도, 이미 두 아들이 있고 그들이 장남이니 장녀의 르넨을 후계자로 생각하긴 어려웠겠죠. 롤프가 돌아오지 않고 한스가 총수가 되어도 르넨이 그 자리를 뺏거나 방해하지 않고 열심히 보좌해줬을 테니까. 르넨의 능력을 알았다 해도 이렇게 총수의 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몰랐다면 르넨의 역량을 숨기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거겠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저 거래를 끝내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곧 나오죠.

 

 

 

 

한스의 근황인 동시에 롤프에 대한 인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한심한 총수라고. 개 따위에게 지는 놈이라며.. 그런 동시에 남은 것은 르넨 뿐이니, 르넨에게 기대해볼 수 밖에 없다는 말은 그만큼 르넨의 능력보다는 차선에 가까운 대안으로 여겼다는 겁니다. 이 역시 르넨의 능력을 모르진 않았지만, 그 진가를 아는 녀석은 없었다는 방증이죠.

 

 

 

 

사실 어쩔 수 없었던 일들이긴 하죠. 서로의 입장이 있고 해야했던 일이었으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싸울 수 밖에 없었고 이미 알고 있는 결과는 그저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사실이 될 뿐이었으니까요. 물론 싸우지 않았다면 르넨이 억지로라도 끌어내렸을 겁니다. 르넨의 명령을 듣는 충성파들이 있을 진 몰라도 명분을 내세우며 정치력 싸움으로 가면 롤프가 불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부하들의 손에 의해 끌어내려진 뒤 르넨이 차기 총수로 올라설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한스는 이미 잡혀있어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남은 허쉬의 자식은 르넨 뿐이니.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 내 탓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죠. 물론 바울만의 탓은 아닙니다. 헤스터의 죽음은 바울이 무슨 수를 쓰든 막을 수 없었던 반드시 일어났을 일이었고, 롤프와의 싸움과 그에 따른 롤프의 총수직 박탈(혹은 포기)는 르넨에 의해 어떻게든 발생할 일이었죠.

 

하지만 동시에 바울은 헤스터의 죽을 때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롤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롤프를 자신의 손으로 끌어내리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젠 죄책감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그 사실을 받아들여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하고 여기는 겁니다. 비록 그것이 자신만의 탓은 아니지만.. 자신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니가요. 이 또한 자신이 거는 전부이자 얻어야할 전부, 자신의 전부를 이루는 책임 중 하나가 됩니다.

 

 

 

 

허쉬가 죽은 뒤 자신이 전쟁을 일으켜 입지를 탄탄히 하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생겼을 때와 마찬가지로, 좀 더 교묘하고 지능적이지만 모든 상황 또한 의심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몇가지 증거들이 빠져서 일부 정황을 분명하게 할 수 없을 뿐이지, 르넨 배후설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만한 상황들이기도 해요. 물론 증거도 없이 이런 정황만으로 르넨을 추궁할 수 없고, 오히려 르넨은 충분히 내뺼 수 있는 상황이죠. 그러니 의심만 할 뿐인 거고요.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영향력은..

 

 

 

 

자신이 앞에 설 때라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실은 거래를 끝내기 위해 온 거였죠. 결국 르넨의 계획과 바울의 등장을 통해 롤프를 끌어내린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르넨이 롤프가 이겼어도 끌어내리려 했다는 말을 한 거죠. 충분히 그럴 수 있었으니까.

 

 

 

 

허쉬가 말실수를 하면서 한번 말한 적 있죠. "응? 나오미인가?" 하면서요. 서로 이미 알고 있었던 비밀이었기 때문에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나온 실수였던 겁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9년전 검둥개를 움직인 것이 르넨이나 다른 제국의 인물이라 여기게끔 하는 것이지만..

 

 

 

 

르넨은 그 도발에 넘어가긴 하죠.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를 위험하게 보는 겁니다. 또 무슨 위험한 말을 짓껄일지 모른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이걸 본 롤프가 르넨의 뺨을 때립니다. 그리고 다른 녀석의 것을 보내게 하죠. 알레사(혹은 나오미)는 단지 다시 가둘 뿐이지만..

 

 

 

 

"누가 제왕인지 보고있어."

 

사실 롤프, 한스, 르넨 중 제국의 우두머리에 가장 어울리는 건 르넨이죠. 필요 이상으로 냉혹한 면이 있긴 하지만.. 가장 어울리는 능력과 사상을 가진 인물입니다. 선대 허쉬보다 더 악독하고 강하며 탄탄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패도적 제왕. 나름 걸출한 능력의 아들이 둘이나 있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후계자로 논의조차 안 됐죠.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기회나 입지가 없었긴 하지만.. 아니면 숨겼거나.

 

하여간 다른 대안 없이 자신이 총수가 된 이상, 제국이 했어야 했던 일을 시작할 때라는 겁니다. 진짜 총수, 제왕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증명하기 위한 때죠.

 

 

 

 

아마란스는 새롭게 바뀐 권력관계를 다시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다른 제국의 패밀리들에게 원래 후계자로 인정 받아왔던 한스를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그래야 내전, 혹은 내분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죠. 하지만 롤프는 총수의 자리를 빼앗긴 게 아니라 스스로 넘긴 것이었고, 한스는 그런 롤프의 뜻을 존중할 배포도 가지고 있으며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미 발생한 일이니까.

 

동시에 이런 한스의 추측은 형제이기 때문에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나올 지 다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부각시켜주죠. 피는 안 통했지만 형제는 형제라는 겁니다. "피를 나눈 건 아니지만 부모고 형제 아닙니까... 서로 어떻게 나올 지 너무 잘 알아.."

 

 

 

 

자신이 전부 실망시켰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임에도 불구하고 헤스터를 지킬 수 없었던 것이나, 헤스터의 죽음 때 손에 박힌 송곳을 뽑고 죽이려 달려들었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나, 마크를 탈출시키고 바스커빌을 쓰러뜨렸지만 결국 코스타를 죽게 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이나.. 제국와 아마란스의 싸움을 막기 위해 왔으나 결국 롤프를 끌어내리고 싸움은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나.. 노력해도 성취하고 얻어낼 수 없었던 것들이고 모두를 실망시킨 것들이죠.

 

그런 바울을 왜 골랐느냐는 질문에.. 적당했을 뿐이다. 결국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적당히 쓸만하기 때문에 골랐던 것이라는 거죠. 도구적으로..

 

 

 

 

결국은 적당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저런 조건이라면 적당한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진심은 어떨지 몰라도, 결국 그 특별함은 바울 본인의 특별함이 아니라 특수함이었다고 봐야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만한 도구적 개체.

 

 

 

 

하지만 바울에겐 그런 사정마저도 고마웠을 겁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쓸모있다고라도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도태되어야 했을 놈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러니 이제 쓸모 없어진 자기 자신에게 실망했느냐고 반문하는 거죠. 오히려 실망은 자신에게 하라는 알레사죠. 실망 안 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진실을 알려주려 자신의 비밀을 바울에게도 전달하는 알레사.. 사실 어차피 다 알게될 것일 뿐입니다. 바울도, 롤프도.

 

 

 

 

르넨의 카리스마.. 이때의 연설은 꽤나 멋지기도 하죠. 동시에 르넨의 타 종족에 대한 경멸과 맹수로서의 우월주의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혀 끝의 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하고요.

 

 

 

 

'제국의 이념은 끝나야 한다.' 다 이유가 있는 결정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르넨이 총수가 된 제국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것도 르넨이 살아있을 때 이야기이긴 하지만, 허쉬의 가장 뛰어나고 위험한 자식이 사실은 암컷인 르넨이었으니..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습니다. 허쉬의 안목은 정확하기 때문에, 제국의 이념을 끝장내기 위해선 순해빠진 롤프를 총수로 만들어야 했죠. 롤프에겐 아버지의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것이기도 했던 제국을 자신의 손으로 박살내는 것이 되기 때문에 가슴 찢어지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허쉬의 안목을 정확하기 때문에 롤프가 그 자리에 있을 때 총수였던 허쉬 자신의 생각이 어땠을 지 깨닫게 될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유언장을 통해 확실히 못 박기도 했으니.. 르넨과 같은 변수가 없었다면 아버지의 바람대로 됐을 겁니다.

 

 

 

 

알레사와 나오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죠. 동시에 그 뛰어난 안목과 통찰력, 판단력을 가진 허쉬가 경계를 했던 대상이 토드가 아니라 여우 한마리에 불과했다는 것도..

 

허쉬의 아들로 남을 마지막 기회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롤프가 그에 따라 알레사(혹은 나오미)에게 보복을 하라는 것을 말합니다. 

 

 

 

 

토드가 허쉬에게 보고를 올린 이유는 과거의 맹약 때문이죠. 어머니를 뵙게 해준다는 약속, 대신 제국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그 맹약을 깨지게 되죠.

 

 

 

 

사실 알레사라 불렸던 사람이, 알고보니 나오미 였다는 사실이 본인의 입으로 밝혀지는 순간이죠. 그 동안 알레사로 불렸지만, 그저 알레사의 역할을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나오미로서요.

 

 

 

 

9년전 아마란스의 간부 3명이 토드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알레사의 죽음을 의뢰했죠. 만약 그 암살이 성공했다면 지금의 알레사는 누구이며, 반대로 역으로 그들이 살해당했다면 어째서 알레사는 살아남고 오히려 암살을 의뢰한 간부 3명은 살해당했을까.. 

 

제국이 그녀를 보호했을 수도 있지만, 이미 본인 스스로 제국과의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알레사(나오미)를 경계하고 있었던 아버지의 유언 등을 보았을 때, 알레사가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아마란스의 간부 3명을 죽이게끔 역의뢰를 했다는 것이 되겠죠. 즉, 전후관계야 어찌됐든 알레사가 토드를 부렸다는 사실이 남습니다.

 

거기에 더해, 토드는 제국과의 약속을 파기했고요. 따라서 이때 토드와 알레사가 손을 잡았을 것이라는 의혹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언장에 그런 모든 사실들이 다 들어있는 진 작품 내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니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이후의 오가는 대화를 통해 충분히 유추 가능합니다.

 

 

 

 

아무리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줬고,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알레사라고 해도 이건 믿기 어렵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밝혀진 사실이자 의혹이기도 한 내용을 당사자 본인이 사실이라 증명해주죠. 믿기 싫은 이야기이고, 믿을 수 없지만 믿어야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거야 말로 자신이 우려했던 누굴 믿어야하냐는 배신이었던 셈이니까.. 진심으로 믿었던 존재였으니까요..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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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아론과 바울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등 떠밀었다는 거죠. 물론 그 본인들에게 필요했던 일이고 듣고 싶었던, 들어야 했던 말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걸 짚어내고 하게 만든 토드의 심리적 기술도 대단한 거죠.

 

더불어 이런 아론과 바울의 태도와 토드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자신의 이론을 일부 증명한 셈이기도 합니다. "불 속에 뛰어든 놈이나 떠민 놈이나 본질은 내 눈과 다르지 않아." 토드의 검은 바탕의 붉은 눈은 바스커빌이라는 죽음의 개의 상징이죠.

 

결국은 절박함에 불 속에 떠밀었고 그 절박함에 불 속에 뛰어든 거죠. 그러다 죄책감에 먹히면 괴물이 되는 거고요.

 

더불어 뒷배경의 색 표현도 굉장하죠.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앞으로 일어날 일의 피비린내와 토드 본인의 살기로 넘실거리는 듯한 저 붉은 배경.. 그러면서도 차가운 이성을 돋보여주는 푸른색의 대비.. 

 

 

 

 

코스타를 잃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노를 막을 수 없어서 토드를 죽이려 했던 집념. 죄책감과 분노, 절박함에 등 떠밀려진 충동. 그런 바울이 전쟁을 막기 위해 할 일은 정해져 있죠. 롤프를 쓰러뜨리는 것.. 제국의 총수가 일개 잡종 투견에게 패배했다는 건 제국의 근본을 부수는 일이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그 상태로 있으면 오히려 내분이 일어나 찢겨 죽겠죠.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죽어줄 롤프는 아니다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쓰러뜨린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일 뿐이고, 끝장을 낸다는 말을 죽인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롤프를 죽인다는 건 바울에게 있어서 앵무새를 죽이는 것이 되겠죠. 그렇게 롤프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괴물이 되면 토드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게 된 셈이니까요.

 

 

 

 

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어쩔 수 없으니까. 결국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절박하니까...

 

 

 

 

한스가 맹수다운 맹수라면 르넨은 제국의 사상의 정수라고 할 수 있죠. 한스는 자신들이 우월하다 믿지만 다른 녀석들을 경멸하진 않지만 르넨은 경멸하고 살아있는 것을 무가치하다 여길 정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력, 결단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냉혹하고 잔인할 정도로 철저하죠. 

 

 

 

 

총수로써 할 말은 아니죠. 제국의 사상에 정면으로 반하는 가치관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더더욱 제국의 수령으로 어울리지 않는 겁니다. 사상이 다른 데 어떻게 그 집단의 수장으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아래의 캡쳐나 이 장면이나 이들의 충성심은 어찌보면 고양이 답지 않은 느낌이죠. 어찌되었든 상황이 바뀌어도 충성할 대상에게 일관적으로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진심으로 조언하곤 하니까요. 정말 멋진 조연급 캐릭터입니다.

 

고양이다운 충성심이라고 하는 것도 재밌는 표현인데, 바울을 보면 알겠지만 조금 은혜를 베풀어주는, 내미는 손만으로도 충성을 바치고 이빨을 드러내며 싸워줍니다. 하지만 제국의 맹수들은 못 미덥다며 총수를 우습게 알고 무시하죠. 너무 대놓고  공공연히 표현하지 않을 뿐..

 

 

 

 

여기서 바울이라는 잡종개에게 정을 보이고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거죠. 이미 인망이 바닥인 상황에서 잡종 개와 친구라던가 챙겨준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나돌면 더더욱 자격이 없고 무르기 짝이 없는 애송이라고 여기며 조직의 기강이 무너질테니까요.

 

 

 

 

어떤 일이 발생하든 친구라고 했지만.. 그런 친구를 친구라 하지 못하고 다른 핑계를 대며 데려가서 가둘 수 밖에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 챙겨준거긴 하지만.. 총수이기 때문에 그저 친구를 외면해야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죠. 어렸을 땐 친구를 위해 대신 싸워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싸워주긴 커녕 외면해야만 하는 현실이 롤프에겐 너무나도 잔인하고 무거운 짐이죠.

 

총수의 짐이란, 총수의 책임이란, 총수의 태도란 이러해야 했습니다. 제국을 나가겠다고 부자의 연마저 끊어버리자 했지만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총수로서는 해야만 했던 일입니다. 아들만 예외로 할 수 없으니까요. 룰은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하고 특혜나 예외는 룰의 가치를 무색케 하는 일입니다. 조직의 근본은 원칙과 규칙을 지킴으로서 유지되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제국을 위해 손톱을 뽑을 수 밖에 없었고, 더욱이 총수로서 했던 말을 되담을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끔찍스러운 거죠. 12년 동안 후회했던 일입니다. 총수로선 해야 했을 지라도 아버지로서 하지 말았어야 했던 짓이죠.

 

그런 부자유와 무게를 롤프는 이제야 깨닫습니다. 전쟁을 말리고자 목숨을 걸고 찾아와준 바울 덕에요.

 

 

 

 

당당하고 여유로운 제국의 총수로서의 풍모를 드러내는 아버지의 초상화 앞에서 볼품없는 꼴로 후회하고 자책하며 자괴감을 느끼는 아들.. 총수로서의 자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연출이죠.

 

 

 

 

이 마당에 뭔들 못하겠습니까. 총수로서는 해야할 일이지만.. 친구로서는, 롤프로서는 다르죠. 제국의 총수임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굽히며 친구를 치료해달라 빌죠. 제국의 다른 녀석에게 시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같은 외부인인 레아에게 부탁하는 거죠. 친구를 살려달라고.

 

 

 

 

이런 모든 사실들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걸 진심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배신 당했다거나, 그 간의 신뢰가 모두 무너질 것을 걱정할만큼 박하진 않죠. 그렇게 진심마저 속여왔던 것은 아니니까. 아닌 걸 아니까.

 

롤프가 이 자리에 불러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런 진심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그저 더 중요한 사실들을 듣고 싶은 겁니다.

 

 

 

 

제국의 무력은 최강.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힘으로 무너질 수 없고, 그렇게 무너져서도 안 됩니다. 제국의 사상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제국의 이름이 없어졌다고 해서 우월주의가 종말을 맞는 것도 아니까. 그렇기 때문에 허쉬는 다른 방법을 찾은 겁니다. 자신의 아들인 롤프가 제국에 돌아와, 제국을 무너뜨리는 거죠.

 

허쉬의 안목은 정확하다고 스스로 자부했죠. 한스가 힘만 믿고 그 힘으로 모든 걸 하려하며 힘으로 안 되는 것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롤프는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도 않고 자신의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알 때까지 덤벼드는 집념과 우두머리로서의 그릇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후계자로 낙점받아왔지만,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제국의 사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아들을 갈갈이 찢어버린 제국과 그 사상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고, 롤프의 천성을 정확히 꿰뚫어본 인물이기 때문에 그 한계 또한 알 수 있었죠. 그리고 그렇기에 이번엔 다른 이유로 후계자가 되어야 했던 겁니다. 제국의 이념은 끝나야하기 때문에. 허쉬의 안목은 여전히 정확했죠.

 

 

 

 

바울은 기절해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총수라는 자리와 허쉬의 아들인 롤프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굽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죠. 그저 정신을 잃기 전에 들었던 친구라는 걸 부정하는 말만 기억할 뿐.. 그래도 친구라 믿고 대화하기 위해 왔지만 기억하는 것은 친구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 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롤프의 본심은 한스도, 레아도 알지만 친구인 바울만 모르는 거죠.

 

 

 

 

좋든 싫든, 할 수 있든 없든 남은 방법은 이것 뿐이죠. 남은 '기회'는 이것 뿐입니다.

 

 

 

 

자신이 살아가며 겪은, 얻고 잃었던 자신의 모든 것이죠. 그 자체로 자신의 인생인 겁니다. 토드 말대로 모든 것을 얻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기 될 싸움인 겁니다.

 

 

 

 

저것보라며 손으로 가리키며 추궁하는 고르그. 토드가 어머니의 집을 불태우며 했던 말이죠. 제국과 아마란스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그게 이런 겁니다. 아마란스의 지부는 얘네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제 최강 전력은 따로 있으며 한스를 풀어줘 아마란스가 승기, 우위를 잡은 상태로 제국과 맞붙는 상황을 망쳐야 했죠. 동시에 개인적인 불만도 있었겠죠. 

 

그렇기 위해 토드가 고르그를 공격했고, 죽이거나 궤멸시키지 않고 돌아온 겁니다. 쿠퍼가 시켰다는 일이라 공작을 하면서요. 그 결과 고르그가 쿠퍼의 배신행위를 추궁하기 위해 패밀리를 몰고 왔고, 그 상황에서 토드가 거짓자백을 하면서 상황을 만든 겁니다. 쿠퍼가 시키지 않았다는 증거나 토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댈 수 없으니 뭐라고 해명하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인 겁니다. 설사 믿어주며 충돌하지 않는다 해도 의혹은 그 자체로 무기가 되죠. 쿠퍼가 했던 말처럼요.

 

 

 

 

한스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 전에 탈출시킬 것을 알고 있었던 토드가 한스의 위치를 알려주고 바울의 부탁대로 한스를 구출해줍니다. 쿠퍼는 한스를 이용해 제국과의 싸움이나 협상에서 우위에 선 상태로 제국과 전쟁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계획은 실패하고 쿠퍼의 조직은 박살이 나게 되죠. 고르그와 토드에 의해.

 

 

 

 

9년전 간부 셋을 암살한 것은 하나의 분수령이었죠. 약속의 증명이기도 했고. 결국 그때가 시작입니다. 자신의 원한만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고 하죠. 사실입니다. 다른 이의 원한도 있거든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악귀 같은 놈.."

"꼭 내 어머니처럼 말하는군.."

"그래.. 정말 그래.."

"정말로.."

 

정말 잔인한 말이고 그걸 인정하는 토드의 말도 가슴 찢어지는 말이죠.. 바스커빌로 태어나 타고난 악마성을 가지게끔 개량되었을 뿐이고 그 악마성을 길들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그 기회가 박탈당한 채)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인데 말이죠. 하지만 토드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인정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절박했기 때문에 괴물이 된 것이지 처음부터 괴물은 아니었다고.. 다른 길은 없었다고.. 그렇기에 이런 일이 없고자 했다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 직후 어렵지 않게 쿠퍼를 죽이며 지부를 궤멸시켜버립니다. 고르그 지부는 한스를 데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고르그의 지부는 제국의 공격대에게 궤멸 당할 것이고요.

 

 

 

 

한스.. 정말 멋진 캐릭터입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기 보다 아직 한참 어린 아론을 위해 그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아론을 인질로 잡고 있었던 것처럼 상황을 꾸미니까요.

 

 

 

 

마음 같아선 전쟁 따위 하고 싶지 않지만 제국의 총수라는 짐을 지고 있는 한 절대 그럴 수 없죠. 적어도 겉으론 총수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니 바울이 하는 말을 일축시켜버리는 거죠. 그래도 그냥 돌아가라고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한 천성을 보여주죠. 크게 선을 넘지 않는 한 친구라 죽이니 어쩌니 할 수도 없고..

 

 

 

 

"그런 충성심은 개한테나 어울리지." 얼마전 고양이다운 충성심이라고 일침을 놓았던 걸 생각해보면 재밌는 말입니다. 

 

"제국이 그런 놈을 두려워 해야 하나? 그 반대일걸.." 이 부분은 오히려 롤프의 부담이 적극적으로 드러난 부분인데, 총수로서 당당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일부로 강한 척 하는 겁니다. 그래야 하거든요. 그렇다보니 강박적으로 겉모습만큼은 강하고 당당한 척 해야하는 거죠. 본인도 진심이라고 인지부조화를 일으킬 정도로.

 

 

 

 

알레사와 레아를 내주지 않으려는 르넨을 유심히봐야 합니다. 당연하지만 명분만큼은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정당함이 있죠.

 

그리고 이번에도 바울은 답답함에 흥분해서 말실수가 아닌 일부로 자극하며 도발합니다. 더 이상 친구라 못 여기겠다면서요.

 

 

 

 

총수로서, 아들로서 저것만큼은 진심으로 납득해주거나 봐줄 수 없는 말이죠. 아버지와 그 자식들인 자신들을 모욕하는 말이니까. 흔히 말하는 패드립이죠. 당연히 화날 수 밖에..

 

아무리 해야할 행동이라지만 또 다시 잡종개.. 더 이상 친구로 봐주기 힘들 겁니다. 평생을 잡종 투견으로 살아왔음에 열등감과 상처를 지니고 살아왔는데, 그걸 너무도 쉽게 무시하고 깍아내리니까요. 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부터 느꼈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온 겁니다.

 

친구라 여겼는데, 결국 우리랑은 다르다고.. 맹수와 잡종 투견이 어떻게 친구일 수 있겠냐고. 그것도 제국이라는 우월주의 집단의 총수씩이나 되는 데..

 

 

 

 

결국 자신도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롤프.. 자신의 본능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손톱을 꺼내 다른 녀석의 얼굴을 그어버렸을 때 자신이 당황했듯 자신의 가장 친했던 친구 헤스터마저 도망갔죠. 그때 어렴풋이 알았을 겁니다. 맹수와 토끼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지금은 손톱 뽑힌 손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맹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국의 총수라는 증표인 반지를 끼고 있음이 그것을 증명하죠.

 

그렇게 친구임을 부정 당하고, 친구를 잃은 뒤 자조하듯이 너희 같은 놈들과 다르다하며 싸우고자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싸움입니다. 싸움에서 지면 고작 잡종에게 진 총수가 되고, 싸움에서 이기면 친구인, 혹은 친구라 여겼던 바울을 잃게 되니까요.

 

겉으로야, 지금 당장만으론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진심은? 자신의 아버지였던 허쉬도 당장의 감정에 롤프의 손톱을 뽑으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얼마 안 가 후회했죠. 총수라 뒤집을 수도 없었고요. 이때 롤프가 이겼다면 허쉬의 전철을 똑같이 밟았을 겁니다. 더 약한 만큼 더욱 비참하게요.

 

 

 

 

강한 척 한다고 했죠? 그렇기 때문에 진다는 말을 듣자 강박적이고 발악적으로 부정합니다. 난 약하지 않다면서요.

 

 

 

 

무슨 일 있어도 동료, 친구라고 했지만.. 결국 그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어떻게 될 지 알면서도 싸울 수 밖에 없으니까. 자신이 이기리라 믿고..

 

하지만 바울도 성장했습니다. 이전엔 크롬에서 얻어 맞고 쓰러졌지만.. 이번엔 버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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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죠. 본인도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솔직히 충고해주며 진심으로 바울의 앞길을 위해 이끌어주려 했겠죠. 본인도 후회하지 않을 마지막을 위해 가장 중요한 말들을 해주면서요. 끝까지 웃으면서.





바울이 투견이 되고자 했던 것이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던 것이니.. 아버지가 죽은 뒤 투견이라는 삶에 염증을 느끼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런 말을 하는 걸까요? 그게 아니라고 그만 둘 수 있는 일이긴 하죠.. 심적으로 혼란스럽고 아플테니..





아버지는 누군지 모를 타인을 구하기 위해 싸우다 죽었던 겁니다. 영웅처럼요. 얼마나 멋진 아버지이고, 그런 아버지를 위해 와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하겠습니까. 가치 있는 싸움이었고, 그 보람을 자신도 느끼게끔 해줬으니까요. 바울의 영웅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투견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영웅이 되고 싶다는 것이죠. 본인이 자각하든 그렇지 않든 무의미한 싸움과 무가치한 승리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싸움에 갈증을 느끼듯이요.





무미건조하게 감정선을 섬세하게 건드리는 연출과 대사들.. 전에도 말했듯 시즌2 들어서 그림체와 연출, 그림실력 등이 완벽한 수준으로 완성이 된다고 했죠. 섬세하고 정확하며 예술적인 연출과 분위기가 정말 압도적이라고.


위의 캡쳐와 같은 연출과 대사도 그렇지만 바울의 과거편은 개판이라는 작품의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인물묘사, 과거전개, 분위기 등의 연출을 보여줍니다. 


예컨데 투기장에서 싸우고 투견으로서의 삶을 못 견디겠다고, 그만두겠다고 한 뒤 바로 아침에 소파에서 일어나는 장면과 아버지와 함께 옥상에 올라가 대화를 하다 샌드백이 터진 뒤 똑같은 소파에서 시간만 다르게 다시 깨어나는 부분과 같은 장면들은 정말 예술적이고 굉장히 섬세하게 던져진 장면들이거든요.


배경과 분위기가 확 바뀌며 연출되는 햇살, 혹은 석양이 내리쬐는 정적인 분위기에 분명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그 섬세한 연출은 별 거 아닌 듯하지만 정말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뛰어난 연출이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개판만이 가지는 무미건조함은 느와르라는 장르를 200% 이상 소화하고 우려낼 수 있는 최고의 요소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자유자재로 건드릴 수 있다는 건 압도적인 작가적 역량을 증명하는 거죠.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해보고자 하며, 도망가지 않겠다는 결심. 아버지가 썻고 아들이 썻던 샌드백이 터져서 치워진 자리 앞에서 자신의 선택을 고백하는 바울. 샌드백이 터진 것은 이전에 설명했던 것인 동시에 아버지의 죽음을 의미하는 복선이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투견으로서 그 샌드백을 치며 훈련했지만 샌드백이 터졌으므로 투견으로서의 삶도 끝났고, 투견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건 투견으로 태어나 투견으로 살아왔던 아버지의 삶을 끝남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아버지도 강요하지 않고 자신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선택한 것은 어렸을 때 아버지를 동경하며 했던 말과 같습니다. 아빠처럼 되고 싶다고. 아버지와 같은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멋진 투견이자, 약한 자를 위해 싸워 지켜줄 수 있는, 이겨낼 보람이 있고 가치 있는 싸움을 할 수 있는 그런 영웅.





그러나.. 한스와의 싸움은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좌절을 안겨주죠. 자신의 모든 투지와 노력을 쏟아부었으나 혈통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며 결국 이뤄낸 건 아무 것도 없고, 그렇게 자신이 지켜내야 했을 알레사를 빼앗기게 되었으니 가치도 없었고 의미도 없었던 싸움에 불과하게 된 거죠. 그런 주제에 무엇이 가치 있는 싸움인가... 자괴감에 빠지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비정상인 겁니다.





노력해도 안 되고, 재능없는 투견이었던 아버지의 아들이자 반쪽짜리 투견인 바울은 그래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죄스러워 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태어난 자신을, 아버지의 변변찮은 혈통을 가진 아들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고 맙니다. 바울이 맹수로 태어났다면 더 적게 노력해도 자신을 지키고 남을 지키기 위해 충분했을 거라면서..





하지만 그 시각. 바울이 혈통으로 후회하고 원망하고 있을 때 한스는 혈통만 믿고 노력을 안 한 부하놈들이라고 하고 있죠.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하지만 한스의 말이 맞는 겁니다. 한스가 보통의 맹수로서 타고난 것만 믿고 단련을 게을리 했다면 직전의 바울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겠죠. 적어도 발톱이라는 것을 사용해서 제압만 한다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즉, 바울이 노력하고 단련한 만큼 한스도 그에 못지 않게 노력하고 단련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스는 바울에게서 이길 수 있었죠. 뭐.. 따지고 보자면 이것도 결국 혈통의 차이이긴 하지만, 그런 혈통의 정점에 있는 한스가 노력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니 바울을 평가한다면 굉장히 높이 평가할 겁니다. 바로 아래의 말처럼요.





쿠퍼 신부와 그 주변의 패밀리 따위에게 쓰러지면 오히려 바울에게 실례라고 말하죠. 제국의 2인자이자 최강의 맹수이며 혈통의 정점인 한스가 고작 잡종 투견에 불과한 바울에게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바울은 뛰어나다는 겁니다. 그 노력을 인정 받아도 될 만큼.





그래도 아론이 비명을 지르자 그 상태에서도 아론이 걱정되 몸을 움직이는 바울은.. 역시 이런 것도 천성인가 봅니다.





"이 전쟁에 무관계자는 없어." 그가 무관계자로 보이는 녀석들마저 죽인 이유는 자신의 원칙을 버린 게 아닌 그 원칙에 따라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어째서 무관계자가 아닌가는 후반부에 나오죠.





아론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줌으로써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토드. 더불어 이런 명암연출은 개판의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죠. 얼마나 멋집니까.. 카리스마가 터져나오죠.





아마 대충 감을 잡았을 겁니다. 그걸 모른 척 해주는 것인지 그저 믿어주는 것 뿐인진 몰라도..





토드의 의도대로 바울을 일으켜 세우는 아론. 토드가 하는 말도 그저 팩트로서 틀린 게 아닙니다. 분명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이에요. 동시에 그가 듣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들어야할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자신의 모든 경험과 시도는 좌절만을 안겨줬죠. 말대로, 싸우지 못해서 잃어도 봤고, 이겼는 데도 지키지 못한 것도 있으며. 죽을 각오로 덤볐음에도 불구하고 바뀐 게 없기까지. 좌절과 자괴를 느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죠.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경험해봤으나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으니..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왜 싸워야 할지 본인도 의구심이 들죠. 내가 싸워서 어떤 결과를 만들든 결국 바뀔 게 없는 데 왜 싸우냐고.





하지만 이번 싸움은 다릅니다. 자신의 전부를 걸어 전부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싸움이죠. 다른 모든 싸움은 져도 이번 싸움은 져선 안 됩니다. 적어도 다른 모든 싸움은 얻을 게 없었어도 이번 싸움만큼은 얻을 수 있어요. 





아버지가 했던 유언이죠. 한번 더. 싸울 의지가 있으면 충분하고,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꼭 해낼 거라고. 바울은 그렇게 다시 일어섭니다. 이번 싸움은 모든 걸 뒤집을 수 있고, 그런 싸움이기에 투견답게 싸울 의지를 가지고 다시 일어선 거죠.





"풋내기가 제국을 더럽히는군." "자질이 있는가..."


이미 롤프의 제국 내 인망은 최악의 상황. 친구에게 정을 때어내지 못해 결단을 망설였고 결국 상황은 미적지근하기 짝이 없는 상태죠. 그런 마당에 맹수도 아닌 잡것에게 코트를 빌려주고 저택으로 데려오니 제국을 더럽힌다고 욕먹고 총수로서 이전에 맹수로서의 자질을 의심 받는 겁니다.





싸움 도중 더 이상 자신의 본능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려나요? 갑작스럽게 안광이 터져나오면서 다른 녀석들을 죄다 쓰러뜨리죠. 정면으로, 다 박살내면서. 그림자 속에서 녹색 안광만 보이는 모습은 글자 그대로 맹수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과연 맹수 중의 맹수라고 할만한 캐릭터죠.





겉으로는 자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사실 본심은 그게 아니겠죠. 이런 맹수 소굴에 더 있기 어려운 거라고 봅니다. 뒤에서 자신의 자질을 의심하고 인정 받지 못한 총수의 부담은 이전 자신이 감당하지 못했서 도망쳤던 것 이상이겠죠. 그런 불편한 장소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서 도망가는 겁니다. 겉으론 총수라는 이름으로 명령에 따르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의심하며 우습게 보는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쿠퍼 신부마저 손톱으로 그어놓고 마침내 쓰러지는 한스.. 괴물이죠. 토드와는 다른 종류의 괴물. 그렇게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면서야 겨우 쓰러지니까요. 쿠퍼는 쌩쌩 했던 상황이라 다시 일어나 쓰러진 한스를 짓밟고 데려갑니다.





크롬은 바울과 어떤 일이 있어도 친구라고 했지만.. 그렇게 믿기도, 여기기도 어려운 말을 들었죠. 그것이 본심인지 아닌지 싶을 거에요. 하찮은 잡종 새끼라니.. 친구라 믿었건만, 제국의 맹수이자 총수로서 그를 친구로 믿어도 되고 그렇게 여겨도 되는가.. 그러니 친구가 아닌 하찮은 잡종 투견의 말을 들어줄 지 자신도 잘 모르는 거죠.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습니까. 일단 가봐야지. 그렇게 시도라도 해보고, 안 되면 싸워서라도 말려야죠. 영웅적이고 가치 있는 싸움을 통해서요.





이거 큰 떡밥입니다. 알레사가 지원을 요청했던 곳에 고르그와 일당들이 왔으나 거기서 반긴 것은 죽음의 개죠. 그리고 그 토드가 하는 말이라는 게 "신부님께서 부탁하시더군."





쓰러진 채 쿠퍼에게 짓밟히던 한스를 돋기 위해 쿠퍼에게 한방 먹이고 일침 꽂아주며 일으켜 세우는 바울.. 그래도 나름 의리는 있죠. 어차피 아마란스도 나왔고 제국에도 가야하고..





자기들이 아쉬운 상황이니 반쯤 억지부리는 거죠. 해산 했으면 의무는 끝이냐, 그냥 두면 나쁜 선례를 만들겠다..





소용없다고 하지만 실제론 보내서도 안 되는 상황이죠. 물론 쿠퍼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막지 않아도 뜻대로 안 될 것이긴 하지만요. 쿠퍼가 원하는 건 전쟁이거든요. 그것도 제국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쟁. 한스를 포로로 하고 레아를 미끼로 바스커빌을 부려 제국을 상대로 우위에 선 상태에서 싸우고자 하는 겁니다. 그러니 보낼 수 없을 수 밖에.





저런 상태에서 바스커빌에게 달려들었다 어깨에 송곳이 꽂히기도 하고, 그런 상태에서 다시 일어날 정도니 한스는 괴물인 거죠.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니까.. 저런 걸 어떻게 이깁니까..


그래도 한스의 말을 들어보면 애잔하기도 하죠. "형님을 믿어줘, 친구 때문에 손톱도 잃었던 분이시다." 피는 안 섞였지만 형제는 형제라고,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나올지 잘 아는 한스의 생각이 곧 크롬의 본심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겉으로는 총수이기 때문에 할 말도 골라야 하고 본심도 숨겨서 대외적인 언행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바울과 함께 할 수도, 곁에서 친구로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친구라 여기고 있다는 겁니다.





토드 입장에서도 바울은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거든요. 그리고 개판의 소소한 명언 중 하나가 나오죠. "호랑이를 앞에 두고 강아지가 눈에 들어오나?" 카리스마..





개만도 못하다.. 바울이라면 이런 상황에선 절대 도망가지 않고 싸웠겠죠. 철창 안에 밀어넣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게 투견이니까. 그의 투지를 알고 있으니까. 잡종 투견만도 못한 것들이 맹수랍시고 제국의 패밀리를 칭하는 게 웃기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 마당에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형제인 한스까지 잃었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니 결국 제국의 패밀리들이 가지고 있는 본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거죠. 모르긴 몰라도 다른 제국의 패밀리들도 저 녀석들과 똑같은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을테니까.





총수로서 당당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더불어 한스까지 잡혔으니 전쟁을 하는 것에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죠.


그리고 자신을 욕하는 풋내기들의 말을 듣고 자신의 컴플렉스가 자극당하자 제국의 인장이 세겨진 반지를 낀 당당해야할 손을 손톱이 뽑힌 손이기에 주머니에 집어넣는 걸 보면..





이성적으로 쓸 수 있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그저 토드를 아마란스에 묶어놓고 몰래 레아를 빼돌리거나 적어도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일 뿐이죠. 토드도 그 정도는 분명 알 것이고.. 어차피 그런다 해도 변할 것은 없고 단지 좀 더 위험하고 좀 더 번거롭게 될 뿐이니 납득하고 물러섭니다.





심판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라.. 그들은 신이 아니죠. 멋대로 정의를 자칭한 거야 그렇다 쳐도, 그들이 멋대로 심판할 권리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약육강식을 곱찝으며 제국을 비판하는 쿠퍼 신부 본인부터가 약육강식의 추종자에 가깝습니다. 여러명이 이미 힘이 빠진 한스를 린치해놓고 다 쓰러진 한스를 짓밟으면서 되려 쾌감, 우월감을 느꼈죠. 그는 힘, 패권을 원하는 거지 대의나 사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신부라기엔 속물적인 모습도 여럿 보였고요.





한스를 못 찾게 이송할 것이다.. 제국도, 검둥개도 모르게.. 다르게 말하자면, 레아를 잡는다면 마찬가지로 검둥개도 모를 곳으로 숨길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죠. 제국이 했던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전에 말했듯이, 그렇다면 그 제국과 똑같은 짓을 반복하며 최악의 암살자이자 타고난 악마인 바스커빌을 자신들의 무력으로서 사용하며 자신들의 질서를, 그것도 부패한 질서를 남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정의일까요?


도리안도 그랬죠. 그렇지만 변질되었고.





그래도 친구라고 생각해주는 거죠. 사실 애매하긴 하지만..





이런 흉흉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성당 옥상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죠?





절박함이 괴물을 만들죠. 전부가 달린 싸움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렇게 위험하고 절박한 상황이니 그는 자신의 절박감이 등떠밀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하고자 하겠죠.


마치 제국에 의해 어머니를 찾을 수 없자 그들의 제안대로 암살자로써 제국과 밀약을 한 뒤 괴물처럼 살아야 했던 것처럼. 어머니를 뵈어야 한다는 절박함이었죠. 다른 선택지도, 다른 길도 없이 해야만 했던 일이었던 겁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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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지난번의 스파링에서의 보복을 하는 거죠. 잡종 투견이라고, 고작해야 물어뜯기는 개라고 무시하는 겁니다. 참아주기 힘든 모욕, 조롱인 거죠. 이미 그런 취급에 썩어 있는 마음 속 열등감과 상처인데 말입니다.

 

 

 

 

고작 혈통 때문에 처벌에도 차별을 받죠. 누구는 실력도 부족한 주제에 먼저 시비를 걸고도 시합을 나가지만 누구는 먼저 휘둘렀다는 이유만으로, 잡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보름 동안 자숙하라고 하니까요. 이젠 익숙할 정도죠.

 

 

 

 

태생이 투견이니 타고난 투지는 어쩔 수 없는 거죠. 잡종이기에 어쩌면 다른 길도 있을 수 있었을테지만, 본인 스스로 원했던 겁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고. 길들일 순 있지만 사라질 순 없는 천성.

 

하지만 투견이기 때문에, 그런 투지를 천성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배척받죠. 반쪽짜리 투견이라 시합에도 못 나가지만, 남들에겐 반쪽짜리 투견도 투견이라고 무서워하고 받아들여주지 않는.. 혈통이라는 태생 자체가 한계가 된 겁니다. 어떤 곳에서도 혈통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더 나아가지고 후퇴하지도 못하는 아웃사이더가 된 거죠.

 

결국은 알았다 해도 가르칠 수 없었던 겁니다. 투견이니까.

 

 

 

 

결국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밑바닥 투기장에 스카웃 된 바울.. 그래도 실력은 실력이라고, 멋지게 이기고 실력만큼은 대접해주었죠.

 

 

 

 

자상한 아버지죠. 자기도 겪어 봤던 것이니 어디서 뭘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걸 엄마가 알기 전에 적당히 무마해준 거죠. 이미 다친 얼굴을 한대 더 쳐서 자기 때문에 얼굴이 그렇게 된 거라고.. 같은 투견이고 아버지니까 자기가 이야기해보려는 겁니다. 그 고통은 자신도 알고 있으니 공감하고 이해해줄 수 있겠다고..

 

 

 

 

작품의 초반부터 끝까지 추구하고 원했던 개운한 승리, 만족할만한 승리. 가치 있는 싸움. 반쪽짜리이기 때문일지 다른 투견들은 그저 싸움이라면 피하지 않고 가리지 않지만 바울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만족하고자 하죠. 아마란스에 오기 전부터 갈증과 같이 말입니다. 아마 어머니 쪽 혈통 때문이겠죠. 사냥개는 사냥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니까.

 

 

 

 

한번 겪어 봤기 때문일까요? 아버지는 그 이유를 알고 충분히 고민 해봤던 모양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같은 투견이고, 아버지로서, 선배로서 바울을 이끌어주는 멘토이기도 하다는 거죠. 허쉬와는 다른 종류의 훌륭한 아버지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고민과 결정을 마치 어린애의 투정, 철들지 못한 얼치기 투견의 우습지 않은 촌극 정도로만 보고 헛소리나 하고 있다는 듯이 부정해버리고 자기 멋대로 투견의, 바울의 가치와 삶을 결정 짓고 협박하고 있죠. 화가 날 수 밖에 없으면서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시 투기장으로 향하게 되죠..

 

 

 

 

태생이 투견이니 원하지 않더라도 싸워야 한다는 바울. 그러나 길은 있으니 믿으라는 아버지. 그 길을 찾고자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앞서 말했듯 반쪽이라도 투견이라고 안 받아주고 배척 받았죠. 그러니 본인으로선 다른 길은 없다고, 어쩔 수 없이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게 태어났으니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자기 인생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바울의 아버지라고 그런 경험이 없었을까요? 반쪽짜리는 아니지만, 오히려 잡종이 아닌 투견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었어도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도태감으로 취급되고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었고 밑바닥에까지 가봤으니 바울의 고민과 고뇌를 남들보다 더 잘 알 겁니다. 그리고 바울의 아버지가 된 시점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었겠죠. "아빠를 믿어." 단지 자신을 믿어달라는 게 아니라, 너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믿어달라는 겁니다.

 

 

 

 

자신의 의지 없이 충동과 남들의 시선과 차별에 등떠밀려 싸우게 된 바울.. 마치 의지 없이 움직이는 괴물의 모습이죠.

 

 

 

 

그런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이 밑바닥까지 스스로 걸어오게 된 아버지..

 

 

 

 

자기 입으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어쩔 수 없다고, 좋아서 하는 거라고 우기는 게 굉장히 가슴 아프죠. 그게 아버지를 링 밖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라곤 해도 말입니다.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정말 자괴감 들 거 같네요.

 

 

 

 

밑바닥 투기장에서 서로를 구하기 위해 서로에게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니..

 

 

 

 

결국 아버지라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바울은 자신을 위해 링 위에서 싸울 수 밖에 없는 아버지를 등 뒤로 하고 빠져나올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밑바닥에 떨어져서 가족에게 걱정이나 끼치고, 그마저도 빠져나오기 위해 희생시켜야 했으니 죄책감과 좌절감, 자기혐오가 어땠을지..

 

 

 

 

개판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명암 표현이지만, 정말이지 예술적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연출입니다. 더불어 이 당시의 바울이 극히 어두운 심성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을 그림자와 안광 등을 통해 완벽하게 표현해내죠. 개판은 시즌2 들어서 그림체나 연출, 그림실력 등이 완벽한 수준으로 완성됩니다. 섬세하고 정확하며 예술적인 연출과 분위기는 정말이지 압도적이죠.

 

 

 

 

바울의 눈.. 그의 인생에 있어 극히 어두운 시기이니만큼..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죠. 충동에 먹힌 것처럼 말입니다.

 

 

 

 

한스와 싸울 때 바울 본인이 자부하며 말했죠. "영웅"이라고. 결국 바울이 추구하는 건 그런 거죠. 영웅적인 무언가. 구하고, 지킬 수 있는 가치 있는 싸움과 승리.

 

 

 

 

아버지와 아들을 모두 이 밑바닥에서조차 도태되어야 할 것이라 못 박는 말을 듣는 바울의 가슴은 찢어지다못해 더 이상 비참할 수도 없을 겁니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모조리 부정 당하고 몸도 마음도 부서진 상태이니.. 그 비참함이 포기를 부르는 거죠. 누군가 다잡아주지 않으면 그대로 부서지고 무너져내릴 만큼. 누군가에게 인정 받지도 못하고 제대로 싸울 수도 없고, 싸워서 이겼다 해도 어딘가 꽉 막힌 기분은 여전한데다, 이젠 자신의 가치도 부정 당하고 두들겨 맞기까지 했으니 이런 인생 지긋지긋할 겁니다. 견디기 힘들 만큼.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베스트 댓글 말대로, 크롬과 같은 이들의 과거도 가여웠지만 가장 비참했던 건 바울이었죠..

 

 

 

 

자식을 혼내려다 자신을 위해 싸우며 주먹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곤 뭐라 하기도 힘들겠죠.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싸워준 아들이니.. 박할 수 있을 리가.

 

하지만 그래도 결국 바울은 투견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자 하죠. 투지는 있지만 싸움의 의미도, 가치도,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주먹을 휘두르고 피 흘려야 하는 것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입니다. 노력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노력이 인정 받거나 성과를 내보인 적이 없었으니까요. 아버지를 믿었지만, 그 믿음은 증명 되어야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자기가 정신을 차린 것이다.. 이미 자신도 알고 있었던 거죠. 재능 없는 자신의 아들로서 투견의 길을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그리고 반쪽짜리 투견으로서 받아야할 대접과 멸시를. 그걸 알면서도 자신처럼 되고 싶다는 아들이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웠을지..

 

그런 마음 못 버리고 자신과는 다르기를 기대하고 소망하며 위로하고 응원했지만.. 그것도 결국은 자신의 희망에 불과했던 거죠. 자신의 의지를 아들에게 강요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겁니다. 바울이 아론에게 자신의 의지를 윽박지르며 강요했듯이..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바울.. 뭐, 사실 저런 것도 정당하다면 정당하겠죠. 자기가 선택한 길이기도 했지만.. 아버지를 믿고, 그 위로와 응원을 받아가며 어찌저찌 앞으로 나아갔는데 결국 이 꼴만이 결과라니. 다른 길이 있었다면 그 길도 제안해줬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멋지고 상징적인 의미죠. 돌아가려니 갑자기 칼로 벤듯이 퍽하고 터진 샌드백. 이제 가도 좋다는 뜻이라.. 아버지의 의지로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 없이 달려온 투견의 길이지만 이젠 그 관계도 청산하고 새롭게 선택할 기회를 얻었던 거죠. 그 동안 샌드백이 아버지의 의지에 의해 갇혀 있던 바울의 가능성을 뜻하기도 하고, 자신의 편협함을 깨달은 아버지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겠죠.

 

아버지도 강요하지 않고 자신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의지.

 

동시에 복선이기도 합니다. 저 샌드백, 원래 아버지 거 였거든요. 그게 마치 칼로 벤듯 옆구리가 터진 거죠.

 

 

 

 

"약간의 보람. 이겨낼 가치."

 

바울에게도 필요하고, 추구하는 것이죠.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한 싸움이라면 지더라도 그 패배를 이겨낼 가치가 있는 보람 있는 싸움이죠. 바울에게서도 그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했던 싸움이었고. 그런 싸움이라면 그 역시도 보람 있는 싸움이었고.

 

 

 

 

"좀 더 해볼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되찾은 바울의 결정입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한, 다시 돌아온 투견의 삶.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죠.

 

 

 

 

아들이 걱정하고 딴 생각 들까봐 일부로라도 쾌활한 척 하는 거겠죠. 자기 걱정해주는 것도 기특하고..

 

 

 

 

다른 길도 없고 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분명하게 다른 태도로 임하겠다는 거죠. 모질고 힘들더라도 도망가지 않겠다는 것. 패배할 지라도 포기하진 않겠다는 것.

 

 

 

 

"약간의 보람, 이겨낼 가치." 바울은 그런 싸움을 했죠. 비록 졌더라도 그런 싸움이라면야..

 

"영웅이라도 되어 보게?" 바울이 한스에게 했던 영웅이라는 말은.. 이 당시의 기억에서 자신이 되지 못했던 영웅을 이번엔 승리해서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겠죠. 비록 다시 한번 실패하지만..

 

아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 바닥의 현실을 이제야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죠. 바울이 지레 겁먹고 자신처럼 되겠다는 꿈을 포기할까봐 하지 못했던 그런 말.

 

 

"아빠를 꺼내달라고 덤볐던 거... 그런 싸움이라면 해볼만 하지.." 훗날 아마란스에 들어가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죠. 영웅처럼 누군가를 구하고자 덤볐던 싸움.

 

 

 

 

아론에게 해줬던 명언이죠. 훌륭한 아버지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하는 말. 바울에겐 잊을 수 없는 말이고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그를 이끌어주는 정신적 멘토의 조언이자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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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크롬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인 건 사실이죠.. 너무 잔인한 이야기들이니까.





한스는 무릎 꿇는 거 싫어한다고 한 적 있었죠. 여기서 제대로 드러납니다. 어찌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런 망신을 당하고 그냥 넘어갈 순 없죠. 물론 도를 넘진 않겠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냈으니 제대로할 생각이 되버립니다.





맹수, 그 중에서도 최상급에 위치한 맹수인 한스와 태어날 때부터 부족했던 반쪽짜리 잡종 투견인 바울. 남들못지 않게 노력했고, 아마란스에 와선 더더욱 노력했지만 한스는 그런 노력을 부정해버리죠.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맹수의 노력과 투견의 노력은 다르다는 거라고 봐야할 겁니다.





바울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행동하라고 말한 적 있었죠. 따지고 보면 거의 강요에 가까운 말들이었고요. 그런 말들에 대한 책임은 져야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국의 사상을 가진 맹수인 한스에게 다른 종과 맹수는 분명하게 급이 다르고, 그런 맹수와 맞선다는 것은 위험한 거죠. 무력적으로나 자존심적으로나. 그렇기 때문에 아론이 위험한 거고, 그 위험에 몰아넣은 바울에게 저런 말을 하는 겁니다.





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 아마란스. 비루한 투견 한 마리의 삶 바꿔주겠다는 약속과 가치 있는 싸움을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영웅이라 칭하고자 합니다. 유치하고 같잖아 보이긴 하지만, 바울이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게 나타나는 말이죠. 비록 그것이 이야기 속 공상과 이상에 가까운 것이라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에 맞서며 알레사를 지키려는 행동으로서 그것을 추구하고 변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분명 영웅적입니다.





"단념보단 패배가 홀가분하더라."

"미친놈.."


개판의 여러 명언 중 하나죠. 아무 것도 해보지 않고 단념하는 것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고 안 된다는 것을 확정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기에 홀가분하겠죠. 적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것보다는요.


한스의 미친놈.. 하는 것은 바울의 그런 노력이 아무 의미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될 지, 그리고 그 위험성은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뀌는 건 없을 것인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을 싸움에 죽을 각오를 하고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건 그저 싸움이니까 죽자사자 하면서 달려드는 미친 투견으로 밖에 안 보이거든요. 





바울의 말에 따라 결국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묵인하고 꼬리내리기 보단 되든 안 되든 행동하는 걸 선택한 아론.





굉장히 중요한 떡밥이 되는 담배의 재등장..





아론의 각성?.. 그래도 늑대는 늑대라고 조금은 더 진지하게 대해줍니다. 아론의 성장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화죠.





롤프의 안목도 꽤 좋은 편이죠. 바울의 근성과 집요함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으니까요. 동시에 그 한계도. 반쪽짜리라곤 해도 투견은 투견. 철창에 밀어넣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는 투견이라는 거죠. 그런 독한 녀석이니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면 다른 어중이 떠중이 보다는 한스 정도 되는 최상위급 강자가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바울은 그만큼 성장했다는 거죠. 한스가 아니라면 진심으로 싸우는 바울을 제압할 자가 없다는 소리기도 하니까.





결국 바울이 아닌 아론을 보고 결심이 흔들린 알레사.. 물론 이런 것도 사실은..





이 화에서부터 바울이 정말 죽일 듯, 죽을 듯 싸우죠. 무기고에서 너클을 끼운 채 손톱에 베이면서 말이죠. 





한스가 롤프와 싸울 때 롤프의 공격에 맞고 무릎을 꿇을 뻔 했던 적이 한번 있었죠. 그때처럼 손이 땅에 닿기 전에 멈칫합니다. 지금의 바울은 그 당시의 롤프급은 된다는 거죠. 거의 맹수급으로 성장해낸 바울의 실력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젠 아예 롤프조차도 싸워서 꿇려본 적 없는 한스를 무릎 꿇리는 바울.. 뒤에서 받은 기습이 아닌 정면에서 싸우다 꿇는 무릎은 한스에게 엄청난 망신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그만큼 바울이 엄청난 성장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계는 있는 법. 아무리 바울이 엄청나게 성장했다곤 해도 체급과 종의 차이를 노력만으로 극복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죠. 결국 패배하고 제압 당합니다. 그러고도 움직이는 한스는 정말 괴물이죠. 대미지는 꽤 있지만 말입니다. 롤프에게서도, 한스에게서도 두번 다시 겨루지 않도록 하자는 말을 듣는 걸 보면.. 어떤 의미든 대단하긴 대단하죠.





현장에서 구르기도 하고, 리더로서 교육 받아왔던 한스가 알레사에게 지부장, 리더로서 알아야할 것을 보여주죠.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 처참하게 망신창이가 된 바울의 모습을 말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은 자신이 아닌 자신의 부하들이 대신 얻어맞아주며 받아주고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그런 모습들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될 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피하려고 했던 거죠. 바스커빌이 납치하려 할 때도,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선택에 부하의 목숨과 안위가 달려 있다는 걸 알아야 했다는 겁니다. 





거칠고 터프하지만 참 성격 좋은 한스죠. 어린 애가 다친 걸 보곤 미안하다고 해주니..





'너까지..'





그가 뭐라고 미화했든.. 진실은 헤스터의 죽음 앞에서 아무 것도 못했다는 거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헤스터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그가 처음 헤스터가 죽은 이후 크롬에게 했던 죄송하다는 말은 그 당시에 보이던 것 이상의 죄책감을 가지고 했던 말인 셈이죠.


그리고 그걸 후회하던 바울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다신 그러지 않으리라 마음 먹고서 그 생각을 아론에게도 강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죄책감에 따른 후회와 자책이었고, 자기 자신이 감당했어야 했던 겁니다. 자신의 무력함에 의해 발생한 일이었으니가요. 하지만 그 죄책감과 자책이 자기 자신을 너무 몰아쳤고 그것을 아론에게까지 강요하는 무리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론은 진실을 알곤 실망하게 되죠. 그게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했던 말들이긴 하지만, 아론의 잘못은 아니었던 거죠. 그저 자신이 가져야할 태도를 남에게 강요하면서 죄로 여겼던 것일 뿐.. 





이유야 어찌됐든 서로 싸워 부수어야 할 놈들이니 아무렴 어떠냐는 거죠.





알레사를 제국이 데려갔다는 걸 명분 삼는 쿠퍼 신부. 아마란스 소속의 지부장인 알레사를 제국이 납치했으니 그에 따라 충분히 보복이나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거죠. 먼저 공격하거나 한 게 아닌 떳떳한 싸움.





이때 바울은 토드가 아마란스에 가입한 걸 알게 됩니다. 정말 정 떨어지겠죠. 그런 악마마저도 받아주는 조직이라니.. 그것도 자기네 조직원, 간부를 몇번씩이나 살해한 놈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필요에 의해 받아준 것이니, 정의는 이해관계라는 토드의 말은 이런 썩어 빠진 조직을 비꼬는 말이 되는 거죠. 본인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몰라도..





성격 나오는 거죠. 같잖은 도발에 성질 좀 나온 거 같습니다. 바울과 싸우면서 대미지가 상당할텐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알레사가 선물한 글로브를 보며 다시 한번 자신을 괴롭히는 선택과 결과의 딜레마에 빠진 바울. 헤스터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후회했고, 코스타 때는 토드와 싸워서 쓰러뜨렸음에도 후회할 수 밖에 없었고, 이번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힘을 쏟아부었는 데도 변한 건 없었죠. 마치 네가 뭘 하든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듯이..


그리고 시작하는 바울의 과거편..





이 바닥의 생리와 한계를 잘 알고 있는 경험자인 아버지의 격려.. 이건 바울이 어떻게 되고 어떻게 살지 잘 알고서 하는 말이겠죠. 심지어 순수한 투견도 아니고 잡종 투견이니 더더욱 염려되고 걱정될 겁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되겠다는 아들을 보고 기대하는 것도,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있죠. 원래 아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멋지게 여기면 아버지도 그만큼 자랑스럽고 고마운 것이니까요.





반쪽짜리라 그런 것인지, 재능이 부족해서인지 남들은 다 하는 것도 실패하고 도전하면서 시작합니다.





노력과 성과에 대한 아버지의 조언이죠. 뭐.. 이건 정말 맞는 말입니다. 하루 아침이 얻어지는 성과는 그저 거저 얻은 것일 뿐이지 피땀흘린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아닌 거죠.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그 결과는 분명하게 쌓여 갑니다. 체력도 마찬가지죠.





"재능은 없어도 근성은 있어."


바울을 상징하는 말이랄까요? 재능도 혈통도 없지만 본신의 노력만으로 오르고 오르는 그런 녀석. 성장형 캐릭터의 정석이죠.





미트를 들고 있다 다친 아들을 보고 무시를 당하는 건 자신이라고 하는 아버지.. 보잘 것 없는 전적을 가진 투견으로서 실패한 자신에 대한 조롱인 셈이죠. 아비가 그러니 아들도 이 모양이라는 거..


그렇기 때문에 아들에게 대놓고 말하진 못해도, 그런 취급을 당할 것이라는 건 알려주는 거죠. 그렇지만 아버지는 자상하고도 현명합니다. 


"이해 못하겠지..?" "이해하려고 하지마. 그냥 노력해보자."


그런 종류의 불합리는 이해할 것도 못 되고, 이해해서도 안 되는 종류죠. 하지만 노력은 모두가 할 수 있는 거고, 정직합니다. 왜곡되지도, 속이지도, 차별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러니 그저 노력해보는 수 밖에 없죠. 그조차 안 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네 번씩 이겼다.. 노력하면 어찌됐든 성과는 나온다는 걸 가르치고 그렇게 믿고자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아무리 가혹한 현실이라지만 자기 자식에게마저 희망을 꺽을 순 없으니까요. 재능 없는 투견인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재능이 없는 반쪽짜리 잡종 투견 바울. 그들의 출발선은 남들보다 뒤지만, 노력만큼은 남들과 공평하게 할 수 있죠. 그러니 좀 더 노력하면 남들과 같아질 수 있을 겁니다. 왜 나는 남들보다 뒤에 있는가를 생각하고 이해하려드는 것보단, 그냥 이해하지 않고 정직하고 우직하게 노력하자는 겁니다.





자신은 진짜 투견이라며 으스대지만 실제 실력은 체격도 혈통도 딸리는 바울이 위죠. 남들이 재능과 혈통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 할 때 바울은 정직하게 남들보다 더 노력을 했고, 그런 선천적 조건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이때는 그저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고 때를 기다렸지만.. 초반부에 나왔듯이 결국 혈통 때문에 차별 받고 인정 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도태되어야 한다고, 철이나 들라는 소리를 듣죠. 바울의 인생은 혈통에 대한 열등감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통을 이유로 인정 받지 못하고 물어 뜯기는 개로 사용되다 버려진 비루한 투견.





개판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연, 조연 캐릭터는 다 이렇게 현명하고 멋지죠.. 어느 길을 가든 도망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멋진 말이고 훌륭한 인생관이죠.





바울도 알고는 있는 거죠. 자신은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는데 혈통을 이유로 인정 받지 못하고 대회 한번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그런 불합리에 무력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은 그 포기를 도망이 아닌 도태 당한 것이라 여기고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미 은퇴한지 꽤 된 아버지의 주먹에 고꾸라질 정도로 단련이 덜 됐다며 혼내는 바울의 아버지. 아직 더 남았는데 인정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기서 노력을 멈추고 도망가려 했다는 거죠. 끝까지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지레 위축되서 포기하는 걸 보고 싶진 않다는 겁니다.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힘내라는 것 뿐.. 하지만 이미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혈통과 재능이 문제라는 걸. 자신도 겪어 봤고, 아마 봐오기도 했을 그런 취급. 정말 힘내야 한다는 말은 그저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모든 무시와 차별이라는 취급을 당할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했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우려와 어쩌면 죄책감이었겠지요.


어떻게 될 지 뻔히 알고 있음에도 아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잘 될거라며, 더 할 것이 남아있다며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어차피 절대 인정 받지 못하고.. 바울의 말대로 도태될 것이라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사실이나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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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4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3.5편.

2016/11/15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편.

2016/11/16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4.5편.

2016/11/18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5.5편.

2016/11/19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6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편.

2016/11/2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7.5편.

2016/11/2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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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3편.




※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챙겨야할 것이 있다면서 집에 돌아갔을 때 자신의 무기와 함께 아버지가 선물할 초콜렛을 보게 됩니다. 그걸보고.. 아마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모양입니다.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죄책감? 겉으론 안 그런 척 해도 속으론 자신을 생각해준 아버지의 사랑이라도 느꼈나 봅니다.





아무리 죽음의 개이고 바스커빌 집안이라도 가족들간의 정이 없을리가.. 자식을 사랑했던 아버지도 그렇지만, 그런 아버지의 자상함과 사랑을 뒤늦게라도 느꼈던 토드이니 원망하는 건 자연스럽죠. 왜 자신은 구해줬으면서 아버지는 내버려뒀냐고.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죠.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뒤집어쓰고 대신 죽기까지 했으니 자식사랑 남부럽지 않은 허쉬로선 존경스럽게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아버지의 죽음보다 더 충격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 자신의 어머니가 자길 버렸다는 것. 자신이 괴물이 되도록 가르쳤으면서 자신이 두렵다며 버리고 도망간 걸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죠.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허쉬는 태어난 이유, 삶의 이유를 이야기해줍니다. 사자는 사자, 양은 양이라며 같을 수 없다고 못 박고는, 토드는 양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죠. 즉, 결국 토드 또한 죽음의 개로서의 운명을 살아가라는 겁니다. 이 또한 남의 의지로 인해 살아야할 운명인 셈이죠.





자신은 선택할 수 있었죠. 울고 싶을 떄 울 수도 있었고 웃고 싶을 때 웃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악마라며, 두려워하고 버림 받은 토드는 자신만 이런 게 아니라고 증명하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나는 괴물이 아니라고, 나만 괴물이 아니라고. 어머니가 틀렸다고. 그러니 그땐 잘못했다 빌어야 한다고..


더불어 이런 과거를 현재와 교차하는 연출은 굉장히 가슴아프게 다가오죠. 어머니가 살던 집에서 죽은 어머니와 이야기한번 나누지 못하고 과거를 회상하며 이미 대답할 리 없는 엄마를 부르며 고통스럽게 그리워하는 토드의 모습이 말입니다.





제국의 저택은 제국의 일원만이 들어올 수 있고, 특별한 이유(교섭 등)가 아니라면 오는 것이 용납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죠. 그런 곳에 리더로서 인망이 없는, 심지어 일부에겐 인정받지도 못할 롤프가 어떠한 목적이 있다곤 해도 암캐를 데려오는 꼴이 절대 좋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제국의 체면을 훼손시키는 탕아라고 생각하겠죠. 그러니 대놓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물러터진 모습을 그만 보이고, 제국을 휘어잡기 위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합니다. 적어도 그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켜야 하죠.





제국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무게. 반지의 무게는 왕관의 무게와 맞먹을 겁니다. 그는 물렀고 약하기 때문에 이런 짐을 부담스러워 도망친 적도 있었죠. 지금이라고 다를 리가 없습니다. 여전히 버거워요.


그래도 피가 섞인 것도 아니지만 진정 가족이라 생각해주는 둘이 있기에 버티는 겁니다. 혼자 였으면 이미 옛적에 여지없이 무너졌을 겁니다. 아버지가 너덜너덜하게 만든 제국을 자식이 찢어발겼겠죠.





총수한테 대놓고 저런 소리를 할 정도로 롤프의 인망은 처참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힘으로 찍어눌러선 안 되죠. 당장의 힘에 입을 다물 뿐이지 그 불만은 물 밑에서 점점 더 커질 뿐이니까. 





조금 과격하고 오버한 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총수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죠. 하지만 다른 패밀리들이 좋게 반응한 것은 지금까지의 불만이었던 아마란스, 열등한 놈들에 대한 보복을 하게 해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위태로운 거고요. 





허쉬의 입버릇인 아니라 했으니 거짓말 한 적도 없다. 와는 다르지만.. 역시 친자식이고 맹수다운 맹수이기 때문인지 오히려 한스가 더 허쉬답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리더로서의 그릇이 조금 부족할 뿐..





작품의 큰 반전을 이루는 사실인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떡밥이 되기도 하는 것을 발견하죠. 이때 꽤 충격 받았을 겁니다.





자신들에게 직접 피해를 입히기 까지 했던 최악의 암살자에게 제국과 적대 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아마란스의 더러움은 그 죽음의 개마저도 끔찍하다고 촌평할 정도죠.





"우리가 그녀를 구할 의리는 없어. 자네도 그러한가..?"


무슨 말이냐면.. 토드를 떠보는 겁니다. 당연히 토드는 구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구하게 도와주겠다며 선심쓰는 것이 퇴짜먹히는 모양새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요. 하지만 물론 토드는 레아를 구하려 할 것이니 같이 아마란스에 들어오면 같은 조직원의 가족을 구한다는 명분,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습니다. 물론 토드라는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고, 같은 목적을 두고 토드 또한 도움이 필요하니 어느 정도 통제할 수도 있게 되죠.


레아는 자신들의 손에 없지만 제국에 있다고 해서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단지 그 통제의 방향은 제국의 공격에만 가능하다는 것 뿐이지. 





대놓고 자신의 목적을 밝히지만 그런 것쯤 상관이 없는 것인지, 충분히 막아내고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대로 토드는 아마란스에 가입이 됩니다. 제국의 실수를 더 끔찍하게 반복할 뿐인 거죠. 


더불어, 이 불은 자신이 가진 어린 시절의 감수성과 인간성을 과거의 추억과 함께 불태워버립니다. 이제 남은 것은 후회하지 않을 처절한 복수. 그 뿐이죠. 토드가 어머니의 집에 와서 과거를 회상하며 엄마를 고통스럽게, 그립듯 부른 이유는 과거 자신이 남긴 감수성의 껍데기를 마주쳤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앵무새가 컷에 잡힌 것이고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해야할 일을 하라는 거죠. 진작 해야할 일은 그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는 어른, 보호자의 조언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게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니니 대화하고 책임지라는 것. 어른스럽게요. 그렇다면 극복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거..





"살아남은 데에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과 결부해서 생각해보면.. 





납치되어 있는 동안 레아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이런 전개는 알레사가 알 수 없었던 것이죠.





나중에 알레사가 말하지만, 이 멧돼지 녀석은 상당히 겁쟁이입니다. 이전에 허쉬 영감이 죽은 뒤 회담에 한스가 나갔을 때도 겁먹은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줬죠. 지금도 마찬가지로요.


하여간 이런 모습은 위선적이기 짝이 없죠. 처음 들어왔을 땐 크롬의 존재를 불편해하고 반발하던 작자들이, 나중에 크롬이 롤프의 이름을 다시 쓰며 나갔을 땐 왜 나가게 두었냐고 하며 심지어 제국의 위험으로부터 보장 받기 위해 알레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감금에 가깝게 주변에 조직원들까지 붙혀두었으니.





"우리가 약한 게 아니야."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사냥감처럼 보여선 기회가 없다는 판단은 정확하죠.





도미닉 트레버 지부장인데, 전에 토드를 체포할 때 알레사를 걸고 입을 털었던 적이 있었죠. 아마 이 녀석이 전쟁의 첫 희생자가 된 이유는 그 당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동시에 실제로 이 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때 아주 건방떨며 상황파악 못한 채 거드름 피우며 대화에 임했죠.


하지만 고작 사냥감에 불과한 놈으로 취급 당하며 개쳐맞듯 쳐맞습니다. 롤프는 방 밖에서 이걸 다 듣고 있죠. 한스나 롤프나 개인감정이 없었던 건 아닐 겁니다. 이런 감정 문제마저 정확히 계산하며 인과적으로 작품을 구성하니 대단한 작가죠.





들개놈들의 이야기만 듣고 바울이 화를 내는 장면입니다. 아무 것도 안 했다면서요. 이에 대해선 당시 화의 베스트 댓글에서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rbvo****)

바울이 아무것도 안했다는 대목에서 화내는 이유는 바스커빌과 첫 대면에서 죽어가는 헤스터가, 바스커빌에게 후격자로 인정받은 때에는 코스타가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할수있는건 바스커빌에게 저항하는것 뿐이었죠. 결과는 둘 다 잃었구요. 아무것도 하지 못할때의 결과를 알고 있으니 아무것도 못했던 늑돌이에게 화가 나는 것이죠.






둘 다 헛소문이라는 걸 알고 있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제국 소속인 이들조차 동의하고 납득하고 있죠. 사실이든 아니든, 원하든 원치 않든 인정 받지 못하는 자가 위에 군림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들을 결속시키고 인정 받을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전쟁이죠. 





끝났다. 우리 지부는 해산하기로 했다.. 조직원도 없는 상태인데다 전쟁통에서 자기 나름의 살 길이기도 하고, 해야할 일을 위한 절차이기도 하죠. 





그런 둘이, 장소는 다르지만 딛고 있는 발에 걸리는 무게는 분명 다르지 않을 겁니다. 





알레사를 걱정하고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아하는 롤프의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서 역시 물렀다고 하죠. 총수는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해야 하는 것을, 천성이 유순하여 너무 무른 총수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총수의 자리는 원래 그런 것입니다. 한번 말을 하면 번복해서는 안 되는 자리죠. 그렇기에 전쟁을 선포했으니 그걸을 무를 순 없습니다. 설사 알레사가 잡혔다 해도.. 


더불어 여기서 한스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데, 불만과 반발을 그저 힘으로만 억누르려고 하죠. 그래서 총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총수는 힘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키고 싶은 것은 신뢰.. 알레사가 사실은 제국의 비밀 멤버 중 하나였다는 진실이죠. 그 동안 자신을 대했던 것이 진심이 아니라 제국의 비밀 멤버로서, 아버지의 명령에 의해 했던 것인가 하는..





어째서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는지, 진심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남들이 알레사를 데려갈 가능성을 지적하며 포로 신분으로 데려오라고 설득하는 르넨....





분명 논리적으로 합당하죠. 어느 것이 되었든. 한스를 보낸 이유 중 하나가 롤프에게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리더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군." 

"내 아버지도 그러하셨지. 나 역시 그러할 겁니다." 

"그게 리더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렇지요. 그것이 리더입니다. 제국의 규율과 사상에 얽매여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고, 제국의 총수로서의 막중한 책임과 족쇄에 묶여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해야만 하는 것을 하는 존재. 어떻게 보면 도구적인 위치라고 할 수 있죠.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오직 조직과 집단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는 그런 존재.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원래 리더란 그런 것이고 보스란 그런 것이니까.


왕이 되려거든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입니다. 





"무서워서.."


자신도 무서웠죠. 사실은 손에 송곳이 박힌 그 때부터.





"모시러 왔소. 해치진 않을 겁니다."


표면적 목적만으론 알레사를 납치하고 그걸 빌미로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하려고 하긴 했습니다. 단지 얻어 맞고 화장실에 박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 뭐, 그것도 결국 바울의 말대로 아무 것도 안 했다고 할 순 있을 지 몰라도 실천하려했던 그 용기만은 거짓 없는 진실이죠.





이때 바울이 대답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답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말입니다.. 결국은 자신이 죽음을 강요한 일이 될 수도 있었던 거거든요.





마치 바울이 롤프에게 했던 말과 같죠. 떳떳하면 해명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떳떳하면 한 마디 말이라도 해주셨어야 했다..





알레사도 제국의 비밀 멤버인 이상 문양의 의미가 뭔지 당연히 알고 있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자신이 그런 멤버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었으니 말할 수 없으니 거짓말을 했고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역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소라면 그것도 사실인 겁니다. 신뢰가 깨지는 경험이 모두 잔인하고 끔찍한 과거의 일들이었으니 크롬.. 롤프는 그것만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겁니다.





분명 알레사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자체로는요. 표면적으로는 매우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깨어지고 있었고.. 의심 받을 만한 상황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 작품은 상황을 만들고 연출하는 게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하나의 표면적 사건도 두 가지 이상의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거든요. 그 속내와 진실을 알지 못하면 작품속 캐릭터들의 말과 해명은 모두 진실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뭔가 있다는 롤프도 맹수는 맹수죠. 맹수의 직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알레사였고요. 어쩌면 이걸 빌미로 강제로라도 데려오겠다는, 데려와서 보호하며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표면적인 문제에 대한 해석들이 모두 설득력 있다는 게 무서운 작품입니다. 그만큼 작가의 인과적 작품 설계가 초월적인 수준이라는 거죠.





"당연하지... 현명하니까."


알레사는 현명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거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가 보여줘야할 모양새, 그리고 계획은 더 있거든요.





서로의 입장이 있다.. 이거죠. 어떤 이유가 됐든, 알레사는 제국행을 거절했고, 그에 따라 한스와 바울은 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아주 격하게 말이죠.





찢어진 페이지.. 아주 커다란 떡밥이죠.





롤프가 평하길, 의외로 순진한 면이 있다고 하죠. 은혜를 갚으려는 정직한 면이나 최대한 죽이거나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끝내려는 배려죠. 자비가 아닌 배려. 맹수다운 자부심과 여유에서 나오는 배려입니다.





바울이 몇대를 먹이든 한방에 뒤집을 수 있죠. 몇대 주고 받다 꽃아넣는 박치기 한대만으로 바울이 쓰러질 정도이니까요. 바울이 먼저 가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런 거고요. 자신이 쓰러지고 무너지는 꼴을 보여주면 알레사의 결심이 흔들릴 것이니까요. 개의 천성이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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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아마란스 간부들의 의혹은 전에 말했고 작품 내에서도 등장하는 것들이죠. 롤프를 의심하는 겁니다. 이 모든 게 롤프의 자작극이라는. 하지만 롤프에게나 한스에게나 굉장한 모욕일 뿐인 의혹이죠.

 

 

 

 

"죽음은 삶의 긴 시간 중 그저 한 순간 벌어지는 일이란다. 그 한 순간보다 더 많은 나머지 때를 기억하도록 하자."

 

자신의 죽음보다 같이 살았던 시간을 기억하자는 말이기도 하고, 앞으로 레아가 살아갈 삶을 살아가며 기억하라는 말이기도 하죠. 자신에겐 없지만 레아에겐 미래가 있으니까요.

 

 

 

 

"넌 오빠와 달랐어."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때를 더 기억하자고 하는 것이고.. 레아가 토드와 같았다면 같이 살 수 없었을 것이고 저런 말을 하고 죽음을 기다릴 수도 없었을테니까요. 토드에게 남은 미래란 똑같은 암살자, 자객으로서의 삶과 악마적인 죽음의 개에 불과하지만 레아에겐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미래가 있거든요.

 

 

 

 

감정적인 상황에서 서로 추구하는 바가 드러나네요. 바울은 레아를, 롤프는 알레사를. 겉으로 보기엔 바울이 레아의 감정을 보듬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명령 받은 대로 레아를 같은 편으로 두기 위함이었고 롤프는 토드에게 어딘지 알려줄테니 오라고 전하라며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쿠퍼 신부의 말이 안 들릴 정도로 알레사를 걱정해서 하는 결정이기도 하다는 거..

 

 

 

 

알레사가 위험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어머니가 죽어가기 때문에 저런 결정을 내린 거죠. 겉으로는 후자의 명목이지만 심적으론?

 

 

 

 

주목할만한 부분이 몇 있죠. 사라마저도 친아들처럼 대했다는 것은 실제로 허쉬가 롤프에게 정말 신경썻고 사랑했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이고, 모든 상황이 롤프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게 돌아갔다는 점도 사실이지만 그런 쪽으로만 몰아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인데, 이는 제국을 적대하는 아마란스로서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유리한 선동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는 거죠.

 

단지 롤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걸 떠나서 애초에 그래야만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이든 아니든 의혹으로써 쓸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고요. 레아를 위해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일종의 불안감을 자극하려는, 레아를 자신들이 보호하겠다는 것을 넌지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죠. 저런 먹히면 좋고 안 먹혀도 상관 없는 말로 레아를 보호해달라는 확답을 얻게 되면 좋은 거고..

 

또한 신께선 아시리라 믿는다고 하지만 당신들은 신이 아니라는 부분도 재밌는 것이, 쿠퍼가 신의 이름을 팔면서 마치 분명 롤프는 그랬을 것이다 라는 것을 은유하지만 사라의 말처럼 그들은 신이 아니고 쿠퍼와 다른 간부들의 의혹은 어디까지나 토드와 다른 이의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상황에 놀아난 것에 불과한 겁니다. 즉, 그들이 틀렸다는 거죠.

 

 

 

 

한스나 롤프에게 굉장히 모욕이 되는 말을 했으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당장은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문짝 부수고 달려들어 팰 순 없으니 나름 격식 차린 겁니다. 밖으로 나오라고. 기왕이면 신부복 말고. 신부를 팰 순 없고 신부복에 피 묻으면 좀 그러니까..

 

 

 

 

싸움의 결과도 결과지만 이런 주고 받는 걸 통해 한스와 쿠퍼의 차이를 보여주죠. 쿠퍼는 주변에 충격파가 연출될 정도로 세게 맞았지만 한스는 퍽이 아닌 틱 하고 맞는 듯한 차이..

 

 

 

 

연극은 연극이죠. 단지 그 연극을 연출한 것이 제국이 아니라 토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빡치기도 하고, 어찌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 그냥 묻어버리는 거라고 봐야하나 싶습니다.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상황은 롤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고 그걸 말로 해명한다고 해서 들어줄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저런 모욕을 듣고 참는 건 개인으로서나 총수로서나 납득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물론 저런 상황 자체가 마치 롤프가 배후라는 걸 더 설득력있게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앞서 말했듯, 해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실제로 아니라고 해도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극들이 다 그렇듯, 이런 상황과 롤프의 태도는 반전을 위한 의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의혹이 풀리면서 실제 반전이 드러나는 거죠.

 

 

 

 

사실이든 아니든 눈 앞에서 롤프가 쿠퍼를 죽이라는 건 (그게 쿠퍼였든 다른 사람이었든 살인 자체를) 가만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죠. 오히려 그렇게 죽이게 된다면 그의 의혹이 되려 사실이기 때문에 하는 짓이라고 할 수도 있게 되니까..

 

친구가 살인을 하게 되거나 자기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다거나, 친구를 믿는다거나, 친구가 심히 곤란해지지 않았으면 하던가.. 어떤 의미로든 막을 수 밖에 없는 게 바울이죠.

 

 

 

 

"떳떳하다면 해명하면 그만이니까."

 

뭐.. 그렇죠. 떳떳하다면 이런 더러운 짓을 해선 안 되고 그냥 정면으로 해명하면 되죠. 하지만 그것도 해명이 먹힐 수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이미 어떤 정황이나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서 공개하거나 공개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아마란스가 아니거든요. 의혹은 그 자체로 무기가 되니까.

 

바울의 정치적 판단력이나 경험이 롤프보다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니 저런 순수한? 혹은 순진한 판단으로 말리는 겁니다.

 

하지만 그 또한 롤프에겐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냐고 받아들일 여지가 있습니다. 아마 자기도 알 거에요. 자신의 이런 행동이 의심 받을 만하다는 것도 알고 실제 쿠퍼 말대로 상황도 그렇게 흘러가니까요. 하지만 아들이기에 앞서 총수. 언제나 당당하고 떳떳하듯이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사적인 감정을 집어넣고요. 정 많은 천성을 드러내선 안 됩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선을 긋고 총수로서 행동해야하죠. 일부로 더 강한 척이라도 해서..

 

덧해서 한스의 의리가 다시 한번 드러나죠. 내 아들을 구해준 친구이니 건드리지 말라고.. 정말 멋진 캐릭터..

 

 

 

 

바울이 크롬에게 못할 말했지만.. 이건 진짜 심한 겁니다. 거의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혈통에 컴플렉스가 있어왔고 그걸 아마란스에 와서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친구라고 생각했던 크롬에게 대놓고 하찮은 잡종새끼라는 폭언을 들었으니까요.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바울 표정에서 드러나죠..

 

저 한마디로 바울과 크롬의 관계에 굉장히 큰 금이 가버립니다. 바울로선 크롬을 친구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으로요. 그래도 본심은 또 다를 수 있지만..

 

 

 

 

하지만 개과의 천성일지, 그래도 믿어주는 것도 바울입니다. 헤스터는 왜 죽였냐는 근본적인 의혹도 있지만 그래도 바로 태도를 바꾸긴 어려우니까.. 그렇게 정 든 친구를 바로 내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실제로 헤스터를 죽일 이유도 없었고, 헤스터가 죽은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죠.

 

 

 

 

결국은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그 자체로 쓸모가 있다는 거죠.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적 선동전. 헤스터를 죽일 이유는 전혀 없음에도 그건 상관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허쉬를 죽인 건 롤프가 되야 하니까요.

 

 

 

 

"너 대체 누구 편이냐?"

 

아마란스는 정의를 위한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쿠퍼의 말은 편싸움처럼 들리는군요. 실제로 그렇게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판 영감이 은퇴한 거겠죠.

 

바울의 눈 또한 얼룩이 있는 눈이 검은 색으로 변해버렸죠. 단순히 명암 같은 게 아니라 더욱 짙게. 마치 바스커빌의 눈처럼.

 

이런 정치적이고 비정한 조직이 아마란스라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그 실망감과 회한을 안고 아마란스를 나가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비루한 투견 한마리 삶을 바꾸기 위해 왔는데, 여전히 더럽고 의미 없는 싸움을 해야 했으니까요. 더 이상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심지어 친구를 잃어버렸다 느끼기까지 했으니.. 그런 롤프를 말리거나 할 수 없으니 자신이 아마란스에 남아 있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후회와 회한 때문일까, "난 내가 옳은 데 있는 줄 알았어요.." 라고 말하는 바울에게 드리워진 명암이 굉장히 불안하기 짝이 없죠. 자신은 그래도 옳은 편에서 가치 있는 싸움을 하는 줄 알았는데, 썩고 썩은 조직의 하수인으로 그들을 위해 싸워왔던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게 되겠죠. 레아가 아마란스에 가입하게 된다면 더더욱 분명하게.

 

 

 

 

알레사를 위협하자 곧바로 흥분하는 롤프. 그에게 알레사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죠. 겉으론 강한 총수인 척해도 이런 점은 숨기질 못합니다.

 

 

 

 

"가장 적당할 뿐이다." 알레사도 그랬죠. 바울이 가장 적당했기 때문에 골랐다고. 그 의미는 다를 거 같진 않네요. 필요가 아닌 쓸모를 위해 골라잡힐 뿐인 비루한 투견..

 

동시에 그의 후계자가 될 존재이기 때문에 더더욱.

 

 

 

 

전에도 말했죠. 평소보다 더 미쳐있다고.

 

 

 

 

본인이 말했듯이.. 정말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암살이나 살인술을 교육 받진 않았지만 그외의 흔적을 지우는 등의 교육은 받았고, 그 또한 훌륭하게 잘 배웠겠죠. 그녀도 바스커빌이니까.

 

그렇게 사라가 죽고 사라져야할 것은 어머니의 침대와 자신 뿐이라는 말은.. 마치 어머니가 죽은 이후에 자신은 이 집에 쓸모가 없는 존재라도 되는 듯이 말하죠.. 토드와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머니와 추억이 깃든 곳에서 살 수 없는 감정적 문제, 그리고 토드가 올 것이라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그 말 한마디로 크롬은 친구 하나를 잃었죠. 적어도 그가 다시 믿어주기 전까진.

 

 

 

 

맹수니까. 맹수는 자신과 다르니까. 친구였던 동안은 즐거웠다는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거죠.

 

 

 

 

토드가 눈을 감고 주먹을 맞아준 이유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줬다는 감사함과 어머니와 만나기 위해 알레사를 납치했던 것에 대한 분노를 보복해도 좋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아래쪽 장면도 장난 아니죠. 어둠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바스커빌 가문이 속한 밤에 보름달을 배경에 두고 망자에게 바치는 국화, 거기에 흩날리는 아들의 피와 피처럼 붉은 꽃잎.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어머니의 죽음 앞에 바치는 것이 국화와 자신의 피라니. 바스커빌 가문답달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비록 피가 섞인 건 아니지만 그 밑에서 보고 자란 건 분명한 자식인 롤프이니까요. 하지만 허쉬처럼 그 말의 날카로움과 당당함은 결여되어 있군요.

 

 

 

 

어머니의 부고를 듣는 토드의 얼굴.. 그럼에도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건 아닌 모양이죠. 그게 최악의 암살자이자 타고난 악마인 죽음의 개라고 해도 말입니다. 

 

 

 

 

고인이 된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정말 자식같은 태도로 말을 걸고, 애원하듯 물어보고.. 그러면서도 전혀 변함 없이 누워 있는 어머니의 피폐한 얼굴. 그토록 원했던 어머니와의 만남이었으나 원하던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게 되었죠. 그가 어머니에게 어떤 대답이라도 들었다면 미래는 달라졌을까요? 어머니와 24년간의 단절. 그러나 고인은 말이 없죠.

 

 

 

 

이 부분은 정말 여러 감정이 느껴지더군요. 반가움, 기대, 슬픔, 그리움, 원망 등등.. 그가 어머니에게 느껴야 했고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죠. 어렸던 그 시절 상처가 나면 약을 발라줬고 그래도 아들이라고 신경써줬던 어머니지만 자신의 악마성을 두려워했고 자신의 악행에 죄책감을 가지고 산 어머니..

 

당신 탓도 아니고 제 탓도 아니라는 토드의 말은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고 자신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함이죠. 그러기 위해 만드는 것이 후계자인 바울. 그에게 두번이나 죄책감을 심어줬고 그 죄는 바울을 괴물로 만들겠죠.

 

마치 그 죄가 깊고 깊어 눈이 검은 색으로 변해버린 바스커빌마냥 바울의 한쪽 눈도 검은 색으로 어두워지는 것은 그 죄책감에 사로잡혀 먹히는 것을 연출하는 겁니다. 그가 정말 괴물이 되어버린다면 괴물은 토드 자신만이 아니고, 그 죄책감을 통해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니 자신만이 괴물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토드의 이론이 옳게 되는 것이니.. 자신을 괴물이라 여기며 버리고 도망갔던 어머니는 자신에게 잘못했다 비셔야 한다는 겁니다.

 

지독한 애증이죠.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버리고 도망갔던 것에 대해, 자식이기보다 괴물이고 타고난 악마로 여겼던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원망 또한 섞인 한 마디. "그때가 되면... 제게 잘못했다고 비셔야합니다."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죠. 이렇게 복잡하고 완성도 높은 캐릭터가 또 어딨겠습니까.. 그런 캐릭터가 토드 한 명 뿐인 것도 아니니 정말 최고의 작품이고 완성된 작가라는 겁니다.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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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요. 헤스터 때 본인이 말했듯이.

 

 

 

 

차갑게 그저 쳐다보기만 하는 토드.. 악마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봅니다. 명암 속 둥그렇게 뜨기만 한 붉은 눈. 애초에 인간인 것도 아니지만 비인간성을 아주 잘 연출해내죠.

 

 

 

 

감정적이지만 저토록 차가울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공포죠. 앵무새를 죽여봐. 그 한마디가 이런 결과로 나타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순수하지만 잔인한.. 그런 충동.

 

 

 

 

어머니인 토드마저도 이 참극에 패닉에 빠져버린거죠. 전부터 느껴왔던 악마성, 그것도 아이처럼 순수한 것을 느꼈으니 공포에 빠질 수 밖에.

 

 

 

 

토드를 죽이려는 장로와 그걸 몸을 던져 막아 구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며.. 그토록 어린 아이가 살아선 안 됐다는듯이 말하는 레아.. "그래선 안 됐는데..."

 

 

 

 

심지어 그 상황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토드. 훈련 받았다곤 하나, 타고난 킬러죠. 차갑고 냉철하게, 목표한 자들은 본인이 손을 쓰면서까지 죽이려는 목적에 대한 의지.

 

 

 

 

그러나 그런 아들마저 안아줄 수 있는 아버지의 부정이란.. 저때 아버지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일까요? 죄책감? 후회? 정을 더 주지 못한 미안함?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불안과 걱정? 어쩌면 모두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도 왜인지 모르게 안아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이 키웠고 훈련 시켰던 아들이지만 이토록 잔인한 괴물이 되었으니.. 그래도 아들이라고 차마 버릴 순 없었던 모양입니다.

 

 

 

 

토드가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이 모두 뒤집어 쓰겠다는 각오죠. 자신이 죽거나 보복, 혹은 처벌 받는다해도 아들만큼은 지키고자 하는 부자의 정. 

 

 

 

 

아내와 아들을 지켜달라 눈물을 머금고 부탁하는 토드의 아버지.. 그 눈물은 바스커빌의 암살자로 남부럽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으나 모두에게서 보호하고 지킬 수 없는 자신의 약함과 결국 자신이 어찌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겠죠. 괴물이라도 아들을 위해.

 

 

 

 

제국의 맹수이기에 거짓말은 할 수 없고 자비를 보일 이유도 없죠. 

 

 

 

 

하지만 같은 아버지라서일까, 결국 부탁을 들어주죠. 그는 다른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줬지만 자신은 자신의 아들에게 돌아가자 애원해도 내쳐지게 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해야할는지..

 

 

 

 

"가는 것도 힘든 데 어려운 거 묻지 마시오."

 

이런 멋진 대사들 정말 좋다니까요.. 어차피 자신은 토드와 사라의 안전을 위해 죽어야만 하는 입장이고 그런 마당에 토드의 앞날을 생각하기란 너무 가혹한 일이죠. 그의 악마성도 알고, 괴물 같은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들이니 그런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가요. 가는 것도 힘드니 어려운 질문인 셈입니다.

 

 

 

 

토드의 어린 시절의 감수성과 인간성을 상징하는 요소인 앵무새. 죽은 앵무새의 시체라도 버릴 수 없는 일종의 집착이자 낙인 같은 것이죠. 아마 이때부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드가 마치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변했던 것이..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지만 실제로는 죽은 껍데기에 불과한 박제처럼 토드 또한 자신의 감수성과 인간성을 도려낸 채 자신의 의지를 개입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되죠. 자신만이 괴물이 아님을 어머니를 만나 증명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죽은 시체는 다시 산 자를 만날 수 없듯이, 그가 살아있는 어머니를 만나는 것도 불가능한 겁니다. 앵무새의 박제는 아무 의미 없는 겉껍데기에 불과한 하나의 집착을 상징하게 됩니다. 마치 그가 그렇게 노력하고 증명하려고 했던, 자신만이 괴물이 아니라는 집착을 결국은 증명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그레이 본즈 허쉬도 아버지죠. 자식들에 대한 정이 깊은. 심지어 롤프는 친자식도 아니지만 친자식보다 더 아껴주는 아버지입니다. 아비로서, 자식에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그렇기 때문에 토드와 그의 악마성에 대해 알아도 그런 말은 해선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한스도 그랬던 것처럼요. 심지어 한스는 그의 악명과 실력을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더 확신하며 대답했죠.

 

사라는 혈통을 떠올리며, 자신이 낳을 새 생명이 토드와 같을까 두려워합니다. 토드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 태어날 레아도 그와 같지는 않을까. 또 하나의 악마를 세상에 내놓고 그 악업을 더 쌓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요. 어머니로서 느끼는 죄책감과 불안감이죠.

 

 

 

 

작품의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는 시초가 될 제안이 됩니다.

 

 

 

 

사상만으로 살아갈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국의 사상을 지키기 위해, 아들에 대한 배신감에 이성이 감당하지 못해 롤프의 손톱을 뽑게 되죠. 사상만으로 살아갈 순 없지만 그 사상을 지키기 위해 뽑았던 손톱이 자기 자신은 물론 제국마저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니..

 

하지만 뒤가 더러운 것도 결국은 리더, 보스의 자리에 있는 총수가 감당해야할 것이죠. 남들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고 그게 제국의 사상과 위반된다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설정입니다.

 

하여간, 이때 제국은 큰 실수를 합니다. 천성을 바꿀 순 없다면 길들인다. 그렇게 생각하고 제국의 패밀리로 바스커빌가의 생존자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토드의 천성을 바꿀 수도, 길들일 수도 없었고, 그 타고난 악마성은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죠. 그런 존재의 악마성을 보여준 생일에서의 사건을 전설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계산을 한 겁니다.

 

이는 훗날 제국이 실패했음을 인정했죠. 그러나 아마란스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자신들은 다르다.. 라고 생각하면서요. 실상은 그들보다 더 부패할 뿐인 집단일 뿐이면서.

 

 

 

 

여기에서 인장의 의미가 드러나죠. 제국의 비밀 패밀리들끼리 알아볼 수 있는 문양. 아버지에 대한 경고, 자식들을 향한 조롱.. 결국 한스는 바스커빌과 손 잡아 자신의 아버지를 끌어내리려 했던 것도 모자라 경고하고 조롱하는 데 손을 빌려준 셈이 된 거죠. 작품에선 아버지에 대한 경고이자 자식들을 향한 조롱이라고 했지만, 전 허쉬에 대한 조롱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대놓고 저런 인장을 보내주고 자식을 조롱했다는 거 자체가 그레이 본즈 허쉬에 대한 조롱이기도 한다고 봐요.

 

그리고 한가지 더, "허쉬가 속였거나.."

 

허쉬는 성이죠. 롤프나 한스, 그리고 르넨의 성도 허쉬입니다. 중의적이죠. 물론 토드의 어머니가 알고한 말은 아니었을 거고 작가가 의도한 것도 아닐 거 같습니다만, 공교롭네요.

 

 

 

"광견이면 도태되지만 자객이면 살 수 있지. 고작 그거야."

 

어쩌면 맞는 말이죠. 작품 초반부터 후반까지 그 녀석은 특별히 더 미쳐있는 상태였으니까.. 특정한 누군가에게 소속되어 자객의 일을 했다기 보단 자신의 목적과 아마란스와 제국의 붕괴라는 계획을 위해 움직였던 광견이 되어 활동했기 때문이죠.

 

허쉬는 거의 등장할 때마다 뛰어난 통찰력과 안목을 가진 능력이 이렇게 드문드문, 그러나 날카롭게 베어나옵니다.

 

 

 

 

악마이고 죽었어야 했을 지 모르는 괴물이지만 자신의 피붙이를 속여서 버려두듯이 15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에 모친으로서의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결국은 남편도 죽고 가문은 몰락하기 직전에 제국의 비밀 패밀리가 되어 보호 받아야 하는 상황이 결국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겠죠. 그 눈물을 닦는 손에 끼워진 제국의 인장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바울, 레아, 사라, 롤프로 나눠지며 각각의 질문과 반응이 각 캐릭터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봅니다. 

 

사라의 저 말.. "그 애를 두고 돌아서야할 순간이 다시 와도 또 손을 놓을 거야. 원래 정해졌던 대로 된 것 뿐이잖아." 정말로, 진심으로 토드의 본질을 꿰뚫어 봤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저 두렵고 자식을 버렸다는 죄책감에서 도피하기 위한 합리화일까요? 둘 다 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모친인 사라가 저렇게 하는 말은 토드라는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간접적 설명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바스커빌로 태어난 이상 죽음의 개로. 토드는 원래 그렇게 태어나 그렇게 살아야 했다는 거죠. 그리고 새로운 죄책감이 될 수 있는 존재.. 레아의 탄생. 그러나 그녀는 토드와는 다르게 살았습니다. 같은 바스커빌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인지 레아의 단독컷에서 레아는 빛속에 존재합니다.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장면에서 어둠 속에 존재하는 토드와는 대비되는 연출입니다. 작가는 여기서 레아와 바스커빌 가문의 관계. 다시 말해, 레아가 지닌 죄의 유무를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바스커빌은 바스커빌이고, 레아는 레아죠. 레아가 바스커빌의 성을 가지고 있다해도 레아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빛속에 있을 수 있는 거죠. 대사도 직관적입니다. '레아가 태어난 거야.' 레아가 빛속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 레아의 탄생을 말하고 있습니다.

 

 

 

 

박제된 토드가 잘라냈던 감수성과 인간성. 그때 이미 자식인 토드는 죽었고 최고의 암살자이자 최악의 악마인 바스커빌만이 남았죠. 그 앵무새 박제는 그저 껍질만 남은 흔적이자 추억일 뿐이 되었습니다. 살아있지 않은 이상 의미가 없는 그런 것. 죽은 것이 되어버렸고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살아 있지 않은 듯한 토드 바스커빌이죠.

 

그럼에도 어머니는 그것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죄책감은 쉽게 내버릴 수 없는 감정이죠. 자식에 두려움을 느끼는 죄책감, 자식을 버렸다는 죄책감. 박제된 앵무새는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과거의 모든 것입니다. 죄책감과 두려움을 포함해서, 어머니로서 자식에게 가져야 하는 것들이죠.

 

 

 

 

"슬프고 슬프지만.. 쓰러뜨리세요."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죠. 허쉬를 죽인 이후 아주 분명하고 확고하게. 자신과 어머니를 거두어준 허쉬마저도 죽였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거칠 것이 없다는 겁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의 성장과 각성을 지켜본 사라의 판단은 맞았다고 봐야죠. 그는 쓰러뜨려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을 뿐입니다.

 

 

 

 

르넨이 보냈죠. 이들. 등장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꽤 깊은 인상을 남기는 멋진 캐릭터입니다. 고양이 답지 않은 충성심이랄까요? 과잉하진 않지만 그 충성심은 분명 진짜이죠. 토드의 얼굴을 그었다는 점에서 실력도 나름 뛰어난 녀석이고요. 한스에게 성실하다고 평가 받기도 하죠. 상당히 멋진 캐릭터라고 봅니다.

 

어찌됐든, 이 상황에서 알레사가 토드에게 살해당하거나 위해가 가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대충 알고 있으니 바스커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보냈던 거죠. 일단 맹수가 아니고 적대 집단의 지부장이지만 롤프 오라버니가 아끼는 인물이니. 

 

 

 

 

마음에 안 든다, 이제는 제가 제국의 총수이다, 허쉬라 부르라.. 제국의 총수다운 모습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센 척하는.. 역시 롤프 본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자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죠.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고, 총수로서 기싸움 등에서 지지 않기 위해 해야만 했던 반응들이기도 합니다. 

 

 

 

 

마을의 원숭이들에게 자주 시비를 걸렸던 레아지만 이번엔 바울이 대신 패줬죠. 정말 속이 시원했던 듯합니다. 

 

 

 

 

아마란스에선 이번 암살사건의 배후가 롤프라고 의심하는 중이죠. 상황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이건 사실 토드가 노린 바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 의혹이 발생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드는 거죠. 치밀하고 정치적 계산 또한 뛰어난 계획이자 공작인 셈입니다. 이게 토드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다른 공범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제국에서 한번 실패한 길들이기, 그걸 아마란스도 시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건 불가능하죠. 이미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의를 자처하지만 악마 중의 악마인 토드라는 괴물을 길들여 사용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정의와는 멀리 떨어진 행동이죠. 그것도 레아라는 인질을 두고.

 

"누가 우릴 거스르겠나?" 라고 하는 부분에서 다 드러나는 겁니다. 결국은 도리안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질서를 퍼뜨리기 위함이고 자신들은 그 위에서 단물을 빨아먹겠다는 거죠. 이미 그렇게 썩어버린 집단이니까.

 

이미 점수도 꽤 따놨고, 이곳에 와서 레아와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 바울인 이상 적격이긴 합니다. 

 

 

 

 

결국은 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악에 맞선다. 그렇다면 그렇게 부패해선 안 됐죠. 지지는 않지만 더럽혀진 꽃이 자신은 깨끗하다 주장해봤자..

 

 

 

 

이때 이미 후속작인 '시노딕'의 계획이 잡혀 있었던 겁니다. 시노딕도 굉장히 재밌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감정적인 반응이 나타났죠. 자신의 아버지가 토드를 위해 죽었다는 점이나, 곧 있으면 자신과 함께 살았던 어머니가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이나.. 공감을 기본으로 하는 감정적 동요가 일어난 법하죠.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레아와 토드가 다른 점입니다. 토드는 그런 것으로 공감하며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본인의 판단대로 마땅히 해야하기 때문에 했던 위로였을지, 명령한대로 레아를 아마란스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이 작품엔 한가지 현상이나 행동도 여러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고, 그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데다 모두 설명 자체는 합당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둘 모두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바울의 성격상 전자가 우선이고 후자는 겸사겸사 같은 느낌?..

 

레아도 결국은 공감해주고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던 겁니다. 토드와는 다르게요. 다르게 살아왔으니까. "많이 힘든 게 당연하죠?" 라는 대사가 그걸 보여줍니다. 

 

 

 

 

롤프의 감정은 역시 사랑이죠. "그보다 처음 뵙겠소. 그 쪽이 알레사 맞으신지...?" 부분은 나중에 밝혀질 사실과 비교해보면 굉장히 소름돋죠. 이게 다 계획이었으니까.

 

 

 

 

같은 조직의 조직원과 지인들이 다치고 살해당한데다 자기 지부장이 납치당했으니 날선 분위기 풍길 수 밖에요. 사라의 책임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그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했던 납치극이었으니 사라에게 증오심이 풍길 수 밖에 없었던 거겠죠. 사라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혹은 정말 책임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했을 지도요.

 

 

 

 

 

 

"결국 제 책임이군요..." 바울이 그런 식으로 추궁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추궁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자신이 마땅히 가져야할 죄책감이라 여겼을 겁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자신의 아들인 토드가 죽여온 만큼의 업보를 짊어질 수 밖에 없었으니까..

 

 

 

 

알레사를 걱정하는 건 진심이죠. 간접적으로라도 드러내진 않지만 사랑하니까요. 그러니 알레사 걱정에 쿠퍼 신부가 뭐라 말하는 지도 제대로 안 들릴 정도로 생각하고..

 

 

 

 

제국의 총수로서의 자세.. 그 자세 때문에 아버지인 허쉬는 아들을 한번 잃었어야 했고 제국은 너덜너덜해질 정도까지 갔으며 롤프는 그 짐에서 벗어나고자 했었기 때문에 손톱과 아버지를 잃었어야 했었죠. 

 

물론 총수로서, 우두머리로서 공적인 영역에서 사적인 감정이 끼어들어선 안 됩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일은 점점 꼬여가죠. 결국 본인이 견디지 못할 정도까지.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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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토드도 모르는 레아의 존재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전에도 말했듯, 토드는 사실 어머니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죠. 그리고 이 도박이 성공했다면 작품의 흐름은 굉장히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따로, 더 큰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았었죠. 어머니의 죽음, 레아의 존재라는 변수 덕에 계획은 애매하게 흘러가게 됩니다. 중간에 단추를 잘못 끼운 것처럼 가까이서 보면 잘 되가는 거 같지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봤을 땐 적어도 분명하게 뭔가 잘못될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그런.





레아는 자신을 만난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토드에겐 다르죠. 무엇보다 어머니를 만나고자 하는 목적과, 강박적인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자신의 삶의 가치와 그런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는 증명을 위해서요. 그런 증명 과정은 모친의 사후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자식을 둔 한스의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죠. 부모가 자식을 버린다와 같은.. 아니, 버린다보다 죽인다가 더 심각한 표현이니 이 부분이 더 자극적이었겠네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집안 내력인듯 하네요. 나중에 그레이 허쉬도 같은 말을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확고한 자식사랑을 그쪽 역시 좋은 부모는 아니라고 일축하는 레아.. 일단은 같은 바스커빌이기 때문에 토드에 대해 직접 본 것처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악마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모두 마찬가지죠. 이는 바스커빌도, 아니, 오히려 같은 바스커빌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고 두려워해야할 문제이죠. 혈통. 원래부터 암살과 살인 등을 목적으로 개량되어왔던 바스커빌가 였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진 레아 또한 자기 냄새가 없는 등 바스커빌 가문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죠.


바스커빌도 그 혈통이라는 문제에 대해선 남들과 같거나 더 심한 인식 내지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죠. 레아도 마찬가지죠. 단지 환경이 다르다고 해서 그 혈통 어디가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나름 종교인이라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레아도 그에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여기서 상당히 멋진 컷 배분을 해줬는데, "무엇으로 태어나는가는 조물주의 몫.", "무엇으로 사는 가는 각자의 몫이겠지요."라고 하는 부분을 보면, 무엇으로 태어나는가는 잡종 투견으로 태어난 바울을 보여주며, 무엇으로 사는가는 암살자로 살아온 토드를 보여주죠.


그리고 그 중간에 바스커빌로 태어났으나 암살을 업으로 하며 살지 않는 레아를 뒀습니다. 굉장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연출이죠. 역시 완성된 작가..





토드의 목적이 바로 이겁니다. 어머니를 봐야한다는 개인적인 목적과는 별개로, 과거의 복수를 위해 손을 잡은 둘의 목적. 아마란스와 제국의 붕괴.. 단순히 그들을 미행해 모친의 집을 알게되었다면 어머니를 만난다는 본인의 개인적 목적은 쉽게 달성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충족하고, 다른 목적을 위한 계획을 위해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나중에 불만을 품게 되죠. 어머니의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면 그런 계획에 동참하지 않았을테니까. 그냥 미행해서 알아냈을테니까.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내가 판단할 문제고..."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대사입니다.





토드가 말 했던 "앵무새를 죽여봐.", 그리고 토드 모친의 집에서 발견한 앵무새 박제..





"살아있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의 삶을 통해 볼 수 있는 속성이죠. 단순히 혈통이나 냉혈한 일처리 같은 문제가 아닌 캐릭터, 인물로서 가지는 근본적인 속성.





혈통은 혈통이죠.. 같은 바스커빌이기 때문에 정말 닮은 구석은 많았다고..





토드의 과거 이야기는 각각 문양과 앵무새라는 키워드를 두고 시작됩니다. 멋진 서술구조죠.





그리고 그 서술 구조는 각각 사라와 레아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풀어나갑니다. 심지어 각각의 대화를 시작하는,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설득력 있고 자연스럽죠. 레아는 바울이 발견한 앵무새 박제와 수로에서 들은 토드의 말, 사라는 죽기 전에 정신이 맑아지는 때가 있다는 것. 둘 다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서술의 발단입니다.





"마치 종의 완성같은..." 토드는 날 때부터 남달랐다는 거죠. 특별히 매를 쳐서 교육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론 감정이 극도로 통제되어 있고 고통에도 둔감한. 고통에 둔감한 건 원래 가진 바스커빌가의 특성이자 형질입니다.





수 많은 악업으로 쌓아왔던 명성과 가문의 역사는 토드의 대에서 정점을 이루었고, 그 자체로 종의 완성과 같은 수준이 다다른 최강이자 최악의 암살자. 토드 바스커빌.





"세상은 그런 괴물을 필요로 해선 안 돼." 이런 말을 하는 어머니의 심정이란.. 이미 수 없이 되뇌이고 자책했었기 때문에 겉으론 동요가 없지만 그런 말을 하게 되고, 해야만 하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깝죠. 그런 아이임을 언듯이라도 알고 있었기에 감정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 것도 어머니이고..


과거의 영광이란, 바스커빌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그들이 태어난 목적이 되는 암살과 같은 가업을 잇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 받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곧 영광이라는 것이죠. 개개인의 자유나 생각은 전혀 관계 없이.





가문의 부흥을 위해 토드에게 모든 기대가 걸린 상황이었죠. 실제 그만한 잠재력도 있었죠. 그런 아이에게 완벽마저 바랍니다. 





감정과 즐거움, 욕구 따위를 가르치기 위해 초콜렛을 주는 사라. 아이에게 초콜렛이란 가장 달고 맛있는 것이죠. 그만큼 욕구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는 아이라고.. 받기는 합니다. 





토드의 태생적 악마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죠. 사냥고 못하고 알도 못 낳는다고 아무 쓸모 없고, 쓸모가 없으니 살아있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하죠. 그것도 고작 9살짜리 꼬마가.이런 생각은 훗날 앵무새를 죽이게 되는 근본적인 사상 같은 걸로 작용합니다.





바울의 해석은 나름 신선한 편이죠. 적어도 레아에겐. 같은 바스커빌들로써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앵무새를 죽이게 되는 이유가 자유롭지 못한, 어떠한 책임이나 기대도 없이 살아있을 수 있는 앵무새에 대한 질투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





과거의 명예죠. 죽음의 개로 태어났으면 죽음의 개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앞서 말했던 부분이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도 부모는 부모죠. 아들을 엄격하게 대하지만 그래도 같은 바스커빌과 같은 가문의 핏줄이 아닌 자식과 부모로서의 핏줄이기에 사랑하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 아이의 악마성을 조금은 알고 있었고, 그걸 완화하기 위해 바스커빌로서의 교육은 교육대로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가르치기 위한 이런저런 노력을 하긴 했다는 거죠.


초콜렛을 주게 한 것도, 생일이라서 맞아가며 하는 훈련을 하루 빼준 것도, 무언가를 기르게 한 것도.. 겉으론 앵무새가 냄새난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토드를 조금 더 인간적인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앵무새를 곁에 두게 하는 거죠. 





처음이자 마지막. 애완동물을 기르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서 사회성과 공감력, 책임감을 가지게 하는 좋은 교육법 중 하나입니다. 토드에게도 그런 효과가 있긴 있었다는 말이죠. 이름도 지어주고, 돌봐주고, 훈련도 시키며 그런 훈련이라는 노력의 성과를 만들어보기도 하는.


토드도 남들과 같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같은 현상이죠. 하지만 이후로 발생하는 사건은 그런 토드의 악마성을 철저히 각성시키게 됩니다. 그것이 비록 어린아이다운 방식이라고 해도 말이죠.





토드라는 존재가 바스커빌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는 사건이 발생하는 그 날.





"장차 쓰게 될 물건들이야." 그 말대로 저 장로가 주는 물건들은.. 장차 쓰이게 됩니다. 물론 총도. 생일선물도 살인 도구를 선물한다는 것이 딱 바스커빌 다운 분위기죠.





"내키지 않는군요."

"꺼려지는 물건입니다."


마치 복선같죠. 실제로 복선이기도 하고.. 장로와 토드 아버지의 말도 의미심장하고..





이때까진 아직 어린애로서의 느낌이 남아 있죠. 그래도 맛있었는지 초콜렛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아마 이때까지가 토드에게 희망이 있었던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앞으로 쓰게 되는 물건 중 하나. 토드는 커서도 아주 유용하게 쓰죠. 하지만 각각 크롬과 코스타에게 부서지며 그 이후론 등장하지 못하게 되는 무기가 됩니다. 바로 다음에 걸핏하면 고장나는 쓸데 없는 거라고 말하죠. 토드 본인도 처참한 내구성이라 평하기도 하고요.





눈 앞에서 어머니가 얻어 맞는 모습은 아이에게 충격적인 감정적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죠. 그게 아무리 감정이 적은 토드라 해도 말입니다.





앵무새를 길렀다는 것만으로 애를 망쳤다는 평가를 내리는 장로..





"앵무새를 죽여봐."





그런 이유로 고작 10살에 실패작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자신의 모든 가치와 가능성, 존재 이유가 무조리 부정 당한 거죠. 마치 앵무새는 사냥도 못하고 알도 못 낳으니까 쓸모가 없다는 것처럼. 마치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는 것처럼.


토드도 그런 평가를 받은 거죠. "앵무새 하나 못 죽이는 암살자? 실패작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토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무새를 곁에 두고 키운다는 경험을 통해 점차 감수성이라는 게 생겨나고 있었지만, 이런 평가를 들으며 자신의 가치를 재고하게 되고.. 그런 말 자체가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었죠. 십 수년이 지나고서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알고 있어요."


실패작이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은 토드는 그날 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듯이 충동적으로 앵무새를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트라우마가 되었죠. 자신이 아끼던 것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여 자신의, 혈통으로서의 바스커빌을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 생일때까지 어떠한 감정도, 심지어 말 한마디도 안 하게 됩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고, 그 일은 하나의 촉매가 됩니다.





종의 정점, 완성된 바스커빌로서의 토드. 그런 토드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고, 이는 곧 증오로 남게 된 것이죠. 조금씩 자라나던 연약한 감수성이 무너져버렸고 그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 심지어 자신의 부모에게마저 건드릴 수 없는 가시가 돋았으니까.


그러니 부모마저도 고작 10살짜리 아이에게 살기를 느끼는 것이겠죠. 웬만한 녀석들은 대부분 그의 살기에 눌린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 살기란 이 사건을 통해 가지게 된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같은 바스커빌마저도 두렵게 하는 그런 종류의..





토드의 아버지도 느낀거죠. 우리가 정말 괴물을 만든 거구나. 하고..





토드의 악마성이 각성하게 된, 그리고 최악의 암살자로 이름을 남기는 악명을 전설로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가장 우수한 '혈통'이 이어져 '만들어진' 토드.. 단지 혈통만으로 그는 기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럴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받은 훈련은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현시켰죠.





"독은 혀끝에 있었던 거지"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그런 동시에 진짜 독은 생일 케이크에 있다고 하는데.. 정말 아이다운 느낌이 들죠. 어른의 상징인 술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상징인 초콜렛 케이크.. 그 중 방아쇠는 케이크가 되었으니까요. 





"아이처럼 봐주면 아이처럼 밖에 못 됩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바스커빌 가문의 엄격한 교육을 단적으로 보여주죠. 그리고 이 사건 이후 누구도 그를 아이로 대하지 않았고 말입니다.





"오늘은 단 거 먹어도 되요?"

"그래. 오늘은 예외다."


자신이 케이크에 독을 탔다는 걸 알았다면 그것이 설사 죽음에 이르게 되지 않는다곤 해도 부모로서 먹어도 된다고 할 수 있었을까.. 먹게 둔다는 거 자체가 아이를 정말 괴물로 만드는 것이 된다는 걸 마음 속 깊은 속에선 알고 있었겠죠. 부모니까. 같은 바스커빌이니까.


그리고.. "예. 남김없이.".... 자신이 먹고 있는 것이 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김 없이 먹었다는.. 마치 살인이나 죽음 따위를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는 천성을 보여준다는 느낌이죠. 죽음의 개 답게요. 하지만 그래도 부모는 부모라고, 그들이 죽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어쩌면 부모가 살아있었고.. 그의 곁에 남아있었다면 토드는 그들이 그렇게 우려하던 악마성을 타고난 최악의 괴물이 되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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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해석은 작품에 대한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토드의 탈출과 이어진 허쉬 영감 암살 사태 때문에 제국이 움직였고, 그에 대해 간부들끼리 말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루만에 잘 지내라고 배웅해줬던 이들인데, 고작 그 하루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죠. 그걸 늦게 알린 디스비는 고작 자기 체면 살리자고, 그 최악의 암살자가 도망갔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선에서 해결 될 줄 알았다는 뻔뻔한 안이함을 보여줍니다.

 

 

 

 

확실히 심증만으로는 전쟁을 못하지요. 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인건 사실이고, 곧이어 증거들도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은 전쟁은 글자 그대로 초읽기 상태나 다름 없는 상황입니다. 롤프는 이런 상황에서도 총수 답게 신중하지만, 그가 다른 맹수가 아닌 천성이 유순한 롤프이기 때문에 신중함을 넘어선 유약함에 더 가깝지요. 하루만에 친구들에게 등 돌리고 발톱을 세워야 한다는 상황이 무겁고 고통스럽기 그지 없을 겁니다. 그가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그레이 본즈 허쉬의 아들이자 후계자, 총수로서의 부담이었죠.

 

 

 

 

맹수들의 직감. 굉장히 날카롭죠.

 

 

 

 

롤프의 맹수 답지 않은 천성은 이런 단호함과 결단력이 필요할 때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는 요인이죠. 그 한스마저 그 자리 다시 뺏어줄까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제국의 총수이자 맹수들의 우두머리로써 나약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됩니다. 증거 없는 심증만으로 전쟁을 하는 것도 총수 답지 않은 모습이지만, 사실 약간 무리를 하자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했죠. 어찌됐든 바스커빌을 잡아두고 있었던 것은 아마란스 였으니까.

 

뭣하면 바스커빌을 제대로 잡아두지 못해서 제국의 총수가 살해 당했고 그에 따른 보복이라고 우길 수도 있었습니다. 아예 안 통할 명분도 아니고, 이미 눈 돌아간 맹수들에겐, 그리고 제국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들에겐 더더욱 문제될 것이 없겠죠.

 

하지만 겉으론 신중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야 하는 고뇌와 친구들을 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 지 잘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저러는 거라고 봐야 합니다. 즉, 친구들에 대한 정 때문이죠.

 

참고로, 이때를 기점으로 이들의 눈동자 색이 변합니다. 이전까진 파란색, 이후로는 보라색.

 

 

 

 

그래도 아들을 구해줬던 이들이고 형님 친구이기도 한 이들이라 건드리지 말라곤 했죠. 실제 전쟁이 벌어졌다면 어찌 책임질 수 있는 이들까진 아니겠지만.. 뭐, 불만은 좀 사겠지만 마크를 구했다거나 롤프를 받아주고 돌봐줬다는 명분으로 목숨은 보장해줬을 지도..

 

하여간, 확실히 터프하고 마초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머리가 안 돌아가진 않는다는 점을 한번 더 보여줍니다. 보통 힘캐는 머리가 나쁜 쪽으로 묘사되곤 하지만 개판에선 힘도 세고 머리도 좋은 편이죠. 사실 집단의 한 축을 담당할 2인자로서 그게 정상인 겁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확신하지 말고, 그런 식으로 충돌하며 트집 잡힐 거리 만들지 말라고 하죠.

 

쉽게 말해서, 저런 식으로 아마란스와 제국이 전쟁 이전에 작게나마 충돌을 하게 된다면 증거도 없이 제국이 아마란스를 도발하고 자극해서 전쟁을 유도한다는 명분이 세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민감한 일엔 사소한 자극도 통제하고 살펴야할 일이죠.

 

 

 

 

이게 고작 하루 전 모습..

 

 

 

 

"저런 녀석들의 리더가 어떻게 친구라는 건데?"

 

크롬.. 롤프에게 상당히 가슴 아픈 말이죠. 어떻게 맹수가 토끼와 친구일 수 있느냐는 말처럼. 자기 자신의 본질이나 다른 가능성보다 자신의 종족과 자신이 속한, 대표하는 조직만을 보고 판단하는 거죠. 바울이 복싱 도장 소속인 것이나 투견이라는 혈통만으로 그를 판단하려들던 것처럼요.

 

뭐.. 바울이 나빳다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좀 더 깊이 생각했다면 저런 말도 함부로 하진 않았겠지만,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거든요. 

 

 

 

 

"아니... 당신네들 생각보다 훨씬 상황이 긴박하다오."

 

실제로 그렇죠. 바스커빌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렇게 약점이나 통제 수단이 없어진 이후 보복 등의 이유로 누굴 죽이거나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는 것, 제국의 정신적, 사상적, 실질적 리더였던 그레이 본즈 허쉬의 죽음이라는 충격적 사실, 그로 인한 당장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총수로서 제국을 이끌만한 존재라는 걸 인정 받아야만 하는 벼랑 끝의 아슬아슬한 입지..

 

이 모든 게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이죠.

 

 

 

 

"즐거웠습니다."

마치 지금까지의 시간, 그리고 1년 동안 함께했던 시간을 말하는 듯 하죠..

 

 

 

 

하루만에 뒤바뀐 입장과 상황이라 바울도 크롬의 심중을 감안해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죠. 모든 정치적 상황을 무시하고서라도, 롤프는 이제야 아버지와 화해하고 이젠 다시 아버지와 아들로서 돌아가실 때까지 그 곁을 지키고자 했죠. 친구들과 쉽게 해어지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 1년 간의 유예를 달라 했으나, 정작 그 선택이 다른 방식으로 후회할 선택이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해야할까요?

 

이 모든 사실들이 크롬.. 롤프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들일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당하고 견뎌야 합니다. 무너져서도 안 되고 고개 숙여서도 안 되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됩니다. 언제나 제국이라는 조직의 입장을 대변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손톱이 뽑히는 걸 감당하면서 까지 벗어나고자 했던 무게들입니다.

 

 

 

 

자신의 책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려워할 수 밖에 없죠. 전화가 오자 두려워하는 표정과 떨리는 손..

 

 

 

 

그래도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되는 입장이기도 하죠. 인정하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은 곧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뻔뻔하게도 증거 있느냐는 소리를 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거죠.

 

 

 

 

하지만 그런 태도는 오히려 한스를 자극하게 되죠.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누가 토드를 데려갔고 가둬뒀으며 그것에 실패했던 게 누구이고 그 때문에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는 지 생각해보면 빡칠 수 밖에요. 

 

 

 

 

검둥개의 목적은 결국 자신의 어머니입니다.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가고, 토드보다 그의 어머니를 찾는 것에 늦으면 안 되니까. 그러나 사실 토드는 자기 어머니의 위치를 모릅니다. 곧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이것은 더 큰 그림의 계획 중 하나였죠.

 

 

 

 

정치적 책략은 확실히 뛰어납니다. 이런 면은 한스보다 훨씬 뛰어나죠. 서로에게 책임을 지울만한 상황이라면 당장의 대형 충돌을 일으키긴 애매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분명 위험한 일이긴 하고 그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리는 없지만 말입니다. 일부러 한스를 보내 적당히 날뛰는 것을 의도한 겁니다. 

 

 

 

 

"진정? 좋은데 뭘."

"먹잇감 밖에 안 되는 놈들이 제국을 모독해? 오늘 여기서 끝을 보자."

 

실력에 자신있고 제국이라는 집단의 입장에도 맞는 말들이죠. 열 받은 한스의 모습대로이기도 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간부들과 붙겠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제국대 아마란스라는 집단으로 붙자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은 감당할 수 있고 자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알레사가 말했든, 맹수의 직감은 무시 못합니다. 크롬이야 알레사를 절대 의심하지 않고 할 수도 없지만 그들 관계의 바깥에 있는, 그리고 정에 약하지 않는 진짜 맹수인 한스 눈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 거죠. 물론 여기서 한스가 유추하는 바스커빌의 모친 위치를 알려준 자라는 면에선 잘못 찍었지만, 그의 직감은 분명 정확했습니다. 아버지인 그레이 허쉬의 안목만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2인자에 어울릴 정도는 됐죠.

 

 

 

"반갑군.."

하필 전화를 받고 있는 쪽이 알레사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인사말이죠..

 

 

 

 

'모두들'.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고 자리에 있는 모두들이라고 찍었습니다. 즉, 그의 목적은 어느 한 쪽만이 아니라는 거고, 특정 누군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의 복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거죠.

 

 

 

 

물론 겉으로나 하는 말입니다.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사실이죠. 전에 멋대로 끼어들었다는 명분도 있으니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한다는 거기도 하고요. 하지만 실제 목적은 다른 것일 겁니다.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닌 쿠퍼 신부라는 점에서 더더욱 신빙성 있는 것은, 쿠퍼의 실력이 꽤 뛰어나다는 듯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부장 답게 머리도 잘 돌아가죠. 당연히 바울보다 계급이 높고요.

 

그런 이가 토드를 잡기 위해 간다? 간을 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협력하거나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토드는 그곳에 오지 않을 것이고, 그걸 모른다고 해도 여러 가능성을 염두해뒀을 것입니다. 예컨데 한스와 롤프에 맞서 쓰러뜨리거나 견제하면서 토드의 모친을 아마란스에 끌어들이거나 납치하여 토드를 조종, 혹은 협상하고자 한다던가..

 

아니면 작품 내에서도 본인의 입으로 추측하는 것인 롤프가 토드를 시켜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전쟁을 일으켜 아마란스를 분쇄하고자 한다 같은..

 

 

 

 

무차별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나중에 토드가 그에 대한 이유를 밝히죠.

 

 

 

 

당연하지만 이 유언장도 굉장히 큰 떡밥입니다. 사실상 모든 비밀들은 여기서 거의 다 확정되는 정도죠.

 

 

 

 

"알레사만 혼자두기 불안해서...."

"그런 이유라면 할 말 없지요."

 

그래도 알레사에겐 깊은 감정을 가졌죠. 실제로, 진심으로.. 서로간의 입장 차이가 명료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친구인 겁니다. 

 

 

 

 

"다들 녀석 앞에 꼬리를 감출 때 그 쪽은 이빨을 드러내지요."

 

바울의 투견다움을 의미하지만, 이는 좀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작품적으로는 자신의 의지로 투견임을 선택한 바울과 타인의 의지가 개입한 충동 속에서 살고 괴물로 타락해버린 토드와의 대비되는 성질임을 드러내죠. 다른 녀석들이 토드의 살기에 눌려버리지만 자기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바울에겐 다른 녀석들(심지어 같은 투견이라도)이 토드에게 느끼는 공포 따위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죠.

 

즉, 토드가 전해주는 공포는 바울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견딜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천성이 좋은 무기이기 때문에 싸울 수 있고, 맞설 수 있는 겁니다. 혈통에 컴플렉스가 있는 바울이지만, 오히려 그런 혈통 덕에 삶에 대해 자신만의 의지를 가질 수 있었고, 그 의지 덕에 바스커빌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천적'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컷에 잡은 손등의 흉터를 그걸 드러내는 장치이죠. 적어도 초반부에 나왔던 장면에서 바울은 자기 손에 박은 송곳을 뽑아 잡고는 토드에게 달려들려 했었으니까. 하지만 후반부까지 계속 보다보면 다른 의미로 보이게 될 장면이기도 합니다. 현욱 작가가 정말 잘 쓰는 중의적 연출.

 

 

 

 

이건 바울이 큰 말실수를 한 거죠. 그러나 그만큼 감정의 골과 입장의 차이를 확인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표현이 까칠했기 때문에 친구라 생각했던 이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친구라 생각했던 이에게 그런 식으로 경고 받았다는 점은 상당히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을 겁니다. 이전에 말했듯이, 제국이라는 집단의 우두머리로 있는, 맹수인 당신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하고.

 

 

 

 

"특별한 누군가를 찾기 위해 이런 평범한 집들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면... 수백만 번으로도 충분할까?"

 

숨기는 것에 확실히 효과적인 방법이죠. 게다가 저 대사.. 역시 멋집니다. 믿고 보는 박현욱 대사 간지..

 

 

 

 

'그 녀석하고 똑같아... 자기 냄새가 없다...'

 

그녀 또한 바스커빌은 바스커빌이라는 것이죠. 어떻게 살아왔든 그 혈통은 부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바울이 잡종 투견이고 롤프가 맹수는 맹수이듯.

 

 

 

 

토드를 길렀다는 점.. 아니, 그 이전에 그를 낳았다는 것 자체를 죄라고 여기는 사라 바스커빌.. 그만큼 자기 아들에게 깊고 깊은 공포와 후회,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자기 자식을 죽여달라고 비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요? 자신이 낳았고 교육시켰던 아들이 최악의 악마이자 사신이 되어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는 냉혈한 암살자가 되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한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 사랑해야하지만 사랑할 수 없고 아껴줄 수도 없고 되려 두려움과 후회를 느껴야만 하는 자식을 죽여달라고 하는 그 심정을요.

 

 

 

2016/11/11 - [취미/ㄴ리뷰] - 개판(박현욱 작가) 작품 심층 해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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