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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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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0'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10.20
    극단주의와 반지성주의, 정의를 독점한 편협한 바보들.


(전략)


난 당시에, ‘여성’의 역할에 갇히는 느낌이 견딜 수 없어서 화가 난 상태였다.

뒤돌아보면 그건 사회적 억압과 내 성정체성, 썩 불행했던 가정사 등등이 섞인 결과였다.

어렸을 때야 우리편 vs. 니네편으로 모든게 단순했지만. 돌아보면 그건 결코 단순치 않았다.

사람 일이 얼마나 복잡한 건데. 하지만 그 때는 상관없었다.

내 정신적 불행을 잠시나마 외면하는 데 ‘사상’만한 게 없었으니까.

일단 겁나 가난한 집안이 싫었고, 오빠와 차별대우하는 부모가 싫었고, 너무 일찍 자각한 내 정체성이 싫었고,

내가 짊어진 짐을 이해할 수 조차 없는 세상이 싫었고. 기타 등등. 모든게 내가 여성이기 때문이면 간단했다.

근데 돌아보면 그냥 이런 생각이 드는거. 그게 뭐? 내가 불행한게 내 주변 개인들 탓인가?

IMF때 폭삭 망한 부모가 나 미워서 날 내보냈을까? 오빠는 잘 되고 나 망하라고 등록금 안보태줬을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굳이 호모포비아라서 날 외면했을까?

나에게 겹쳐진 불행들이 어떤 한 사람, 한 집단의 탓인가? 울분을 토하면 그게 사회운동인가?

하지만 그 때, 그쪽 집단 안에 있을 때는 몰랐다.

거의 절대 다수의 내 문제들은 사실 ‘우리편 vs. 니네편’보다 훨씬 복잡했다는 걸.

나를 둘러싼 상황은 더럽게 복잡한데, 이게 단순히 ‘여성의 억압’이라는 필터로 단순화되었을 뿐이라는걸.

난 내가 20년쯤 젊었더라면 요즘 흔한 애들처럼, 깨어있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후략)


한 레즈비언 아줌마의 넋두리.


현대는 너무나도 복잡해서 전문가라고 해도 현실의 일부분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영역에선 남들보다 조금 더 낫거나 남들과 큰 차이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어떠한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과 다각도의 관점들을 수렴해야만 하고, 그러한 다양성이 충족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의 조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극단주의자, 반지성주의자들은 그러한 사회를 너무나도 간단한 형식으로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는 하는데, 그들의 지성이 뛰어나지 않거나 관점이 너무나도 편협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죠. 


문제는 그들이 단지 멍청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고집까지 세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른 시각과 관점을 알지 못하고, 심지어 받아들이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이고 자신의 관점이 진리라고 여깁니다. 저는 이를 독선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들이 어떠한 사회문제나 정치를 판단할 때 자신의 판단이 정의이고 다른 관점과 다른 생각은 틀린 것, 혹은 잘못된 것으로 기준하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은 그들의 모자란 지성과 편협한 시각과 함께 쓸데없는 자존심과 고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상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한두 가지의 간단한 논리와 딱 그 수준의 사고로 제단한다는 겁니다.



제가 보는 소설 중 천마신교 낙양지부(2부는 낙양본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작가가 무공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으로 서술하였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정공은 불세출의 천재(입신의 경지)가 어마어마하게 넓고 뛰어난 통찰력으로 전체를 그려 만든 무공이기에 뛰어난 오성(재능)을 가지고 그가 만든 체계를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는 인재라면 시간이 느릴 뿐이지 꾸준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면 마공의 경우 위가 아닌 아래에서부터, 자신의 논리와 관점을 점점 체계화시켜 마공을 뜯어고치고 발전시킨다는 점인데, 문제는 이럴 경우 낮은 수준의 체계에선 충분히 통할 정도의 논리와 형식을 갖추어서 별 문제가 없지만, 그 체계를 그대로 쌓아올리다보면 체계 스스로 모순이 발생하고, 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할 때 주화입마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잘해야 마공을 잃고 평범or폐인이 되거나 나쁘면 걍 죽죠.


그럼 천마신교의 마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느냐면, 서로 다른 관점과 개념을 가지고 무공을 만들거나 발전시켜가는 다른 마인과의 교류를 늘리는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저변을 넓히는 것이죠. 자신의 무공을 나누고, 자기가 준 만큼 다른 무공을 배우며 자신의 무공이 가지고 있는 근본 한계를 넓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가지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념, 현상이 닥쳤을 때 반드시 오류가 발생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시각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체계 내로 편입시키면서 모순과 오류를 해결한다는 겁니다.


이는 무협이라는 소설 내의 설명이지만 이러한 관점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애석하게도 세상에는 그런 종류의 바보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반지성주의, 혹은 극단주의라 부르는데, 이는 반지성주의와 극단주의가 같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공유되는 교집합적인 부분, 혹은 서로가 서로의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다는 쪽일 것입니다. 반지성주의자이기 때문에 극단주의자가 되거나, 극단주의자이기 때문에 반지성주의로 빠지거나.. 


일베나 메갈류가 그렇죠. 그들은 매우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수준 낮은 논리와 사고로 판단하려 합니다. 



더 간단한 논리의 선동이 그러한 것을 판단하기 위한 지적능력이나 소모해야할 인지력이 부족한 이들에게서 더 쉽고 광범위하며 빠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문제라면 그것이 왜 문제인지 제나름대로 분석하고 판단할 지적능력이나 그 능력을 활용할 정신력(인지력)이 필요한데, 여유롭지 못할수록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전라도 혐오와 한국 혐오. 가해자의 피해자 혐오.

https://konn.tistory.com/703


앞서 짚었던 편협한 시각, 저열한 지성을 고려해보면,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성을 가진 이들일수록 더 간단한 논리의 선동이 잘 먹힐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 많이 비판받고 지적이 나오는 사이버렉카와 그들의 추종자, 무사트와 그 직원들에 대한 공격을 하는 자들이 많고 그러한 행위에 죄책감이나 가책 따위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들 스스로는 자신의 행동을 정의롭다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들이 비판하는 문제 삼는 현실의 여러 현상과 객체들은 제각기 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것들인데 너무나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걸 더 떨어진 지성으로 판단하다보니 저열한 결론이 나오고, 그들의 쓸데없는 고집은 자신을 정의의 포지션에 설정하는 거죠.


애당초 모든 인간들은 자신을 정의롭고 공정한 판단을 한다 여기지만, 객관적 현실은 전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듯이, 그들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그들의 행위에 있지 그들의 주관에 있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가지는 한계 덕분에, 그들의 철학도, 신념도 정교하지 못하고, 허술하나 최소한 체계가 정립된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의 한계와 함께 어떤 것을 판단할 때의 유일한 기준은 자신들이 소속된 커뮤니티에 형성된 분위기거나 그저 자신의 기분, 비위에 불과합니다.


더닝-크루거 효과에 대해서는 익히 아실테니 굳이 설명하고 넘어가진 않겠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똑똑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을 가르치려들면 감히 나를 가르치려한다며 역으로 가소롭게 여기죠. 정작 본인들의 저열한 지성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요. 


너 자신을 알라는 시대를 초월한 금언인 이유가 있는 법이죠. 하여간 자신의 무지함과 편협함을 자각하지 못한 이들이 자신이 독점한 정의의 자신감을 기반으로 오히려 남들을 가르치려하고 넌 틀렸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일베, 메갈이 자신의 태도와 가치관을 자랑스럽고 비판받거나 논파 당해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지금은 내가 잘 몰라서, 니가 말이 안 통해서 포기하는 거지 내 관점과 사상이 틀린 건 아니다. 라고.


그런 이들이니 공정이나 정의라는 것도 앞서 언급한 기준에 따라갑니다. 소속된 집단의 분위기나, 자신의 기분과 비위. 이걸 직관이라고 하면 직관이겠지만, 그 직관도 지성을 기반으로 하는 통찰력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윤리나 가치관, 철학이나 사상을 비웃고 비판하고 하는 거야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부터가 그러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서는 언제나 이중적이고 사안에 따라 다른 기준이 될 수밖에 없죠. 그 기준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다르고 자신의 비위에 따라 달라지는 가볍기 짝이 없는, 가변적인 물건이 되는 거고요.


일베와 메갈을 위시하는 극단주의자들의 편협성과 독선성이야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태도들이고, 단지 이들 집단 뿐만 아니라 현실과 인터넷 어디에서든 존재합니다. 심지어 우리들도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면 중요한 건 정도죠. 선을 넘거나, 지나쳤다는 표현이 존재하는 이유는 누구도 아닐 수 없는 요소에서 남들과 다름을 구분하기 위함입니다.


인터넷의 악플러들이 연예인이나 일반인을 죽이고, 누군가의 아내를 유산시키거나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이 생기게 괴롭히는 이유는 그들이 어떤 잘못을 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저 자신을 정의라 여기는 편협한 바보들이 독점한 정의를 휘두르는 쾌감에 빠지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죠.


반성도, 성찰도, 고민도 없고, 무언가를 판단하고 적절히 설명해내기엔 판단력과 합리성이 부족한 겁니다. 그런 주제에 자신이 대법관이라도 되는 양 모든 것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뛰어난 지성인이라고 생각하죠. 기껏해야 인터넷에 나돌아다니는 글 몇개 주워읽은 것이 다일 것인데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며 뭐라도 되는 듯이 굴죠.


그들의 태도는 소아병적이고, 비대한 자아가 여물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좁아터진 세계관 속에 남이 자리할 공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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