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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E.Kant
by K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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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이라는 용어는 20대 남자를 특정 프레임에 끼워넣고 과대표하기 위한 언어가 되었습니다.

 

20대는 수많은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부터 사회적 가치관, 세계관, 단순 개인의 덕성과 윤리기준, 개인적 사상 및 철학 등. 정말 많은 것이 뒤섞인 세대입니다. 세대적 경향성과 시대에 영향 받은 것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럼에도 20대는 다른 어느 세대보다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는 세대입니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많은 변화가 있다보니, 지금의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세대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대남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대표되는 용어입니다. 마치 MZ세대라는 용어가 너무 넓은 세대를 포괄하기 때문에 무의미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 용어인 것처럼 말이죠.

 

 

지난 몇년간, 아니. 10여년간 2030세대는 빠르게 부정적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엔 여러 이유들이 있을 거고, 특정 정치 세력의 탓도 아닌 이유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들이. 그리고 이들을 포함한 많은 세대들이 혐오와 증오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거죠.

 

핵심은 이겁니다. 

 

일베, 펨베, 디씨 같은 곳에서 혐오의 언어와 용어들을 만들어내고 모든 세대와 계층, 집단에 혐오 표현들을 하나씩 만들어냈습니다. 여자들은 어떻고, 결혼은 어떻고, 엄마는 어떻고, 남편은 어떻고, 40대는, 50대는, 60대 이상은 어떻고.. 군인은 어떻고 미필은 어떻고 어린아이, 심지어 고양이까지.

 

문제가 있어 보이는 모든 것들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뭐가 원인이고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주 간단하게 이러이러한 개새끼들이라고 만들어버렸습니다. 맘충, 털바퀴, 피싸개, 틀딱, 586 등등.. 엄청나게 많아요. 앞서 말했듯, 모든 세대와 계층, 집단에 혐오 표현들을 하나씩 만들어냈죠.

 

 

인터넷에서 말하는 이대남들은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세상 모두가 문제인 것처럼. 그 이전에, 세상 모든 것이 개새끼인 것처럼. 혐오와 분노에 중독된 이들이 눈에 거슬리는 모든 것을 적으로 규정하고, 문제로 낙인찍고, 그 낙인으로 하여금 재평가와 재판단의 여지를 소거해버렸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인터넷의 이대남만 20대 남자인가요? 그들만 20대를 대표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좀 더 현실에 충실하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거나 맺으려 노력하고, 자기 삶을 위해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증오와 혐오에 휩쌓인 이들과 다른 생각과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죠.

 

 

그럼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왜 커질 수 없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공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마치 진보좌파거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소아성애라도 되는 것처럼 모욕하고, 비난하고, 부끄러움을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겁니다. 미드 뉴스룸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공화당원으로서의 당신 생각도 얘기할 각오가 돼 있어?"

 

"공화당원인게 무슨 소아마비라도 걸린듯이 말하는군."

 

주인공은 공화당원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와 도덕, 윤리규범을 모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티파티에 장악당해가는 공화당과 보수적 가치관을 비판하는데 적극적이게 됐죠. 한국의 정치진영의 골은 상대 진영이 내 진영과 같지 않으면 그 사람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저 정당을 지지해? 정상이 아니군."

 

이렇기 때문에 각 진영간은 대화가 잘 안 됍니다. 심지어 상대 진영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지능이나 정신병이 있는 것처럼 공격하는데, 이 정도까지는 차라리 흔한 일이죠.

 

제가 진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겁니다.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그러한 성향을 드러내면, 마치 그게 잘못된 것인 것처럼 공격하고 조롱하고 비아냥댑니다. 보수 성향인 사람이나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자신의 성향을 감추고 입을 다물며 진보좌파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샤이보수로 자신을 감추는 것처럼, 반대로 극우, 일베적 성향이 높은 곳에서 그러한 이들과의 마찰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기 위해 진보, 좌파적 성향을 감추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목소리들이 사라져가죠. 그리고 최근 몇년 동안, 인터넷 환경에서만큼은 일베적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될 수 있고 그들 역시 숫자가 상당히 많으며,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피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진보좌파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달려들어서 린치를 가하죠. 단순히 린치를 가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 문재인 지지자라는 사실, 혹은 추정 그 자체를 근거로 그게 잘못된 것인 것처럼 조롱합니다.

 

 

이게 혐오와 증오를 퍼뜨리며 모든 존재와 싸우는 이대남과 그러한 성향의 집단이 과대표된 이유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매우 줄어든 이유죠. 드러내면, 공격 받습니다. 기실, 혐오자들이 받아야할 취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혐오자들에게 공격 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최근 대선과 관련되어 1번남과 2번남이라는 표현이 새로 생겼습니다. 거의 하루아침에 생겨난 표현인가 싶을 정도인데, 이것도 굉장히 빠르게 자정되고 있더군요. 혐오에 기반한 거라고 스스로 지적 하면서요.

 

하지만 이 용어에 위안 받거나, 자기 목소리를 찾는 사람들고 있게 됐습니다. 혐오자 2번남과 반대되는, 목소리가 억눌렸던 1번남들이 말이죠. 이번 대선은 이 1번남과 2번남의 세계관 차지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만, 전 혐오와 증오로 가득찬 세계에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만들고, 단지 문제로만 바라보며, 비난 받게 만들고, 행위나 표현과 무관하게 그저 그 집단에 속했거나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세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으로 더 상식적인 생각과 정제된 언어들이 혐오를 이겨내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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