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신라가 통일을 할 때 당나라와 연합을 하며 한반도 북부를 포기했다는 이유도 자주성이 떨어지며 같은 한민족을 배신한 행위라며 그 통일이 정당하지 않다까지의 의견이나 주장까지 나옵니다만, 답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주장엔 논리적 근거가 없습니다.
먼저, 신라를 비판하는 근거가 되는 논리가 같은 한민족이라는 점과 당나라, 중국과의 연합, 그리고 한반도 북부 영토를 중국에 넘긴 것을 듭니다만 모두 한가지 사실에서 반박이 가능한 내용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를 삼한이라 하여 같은 문화권이라는 인식은 있었고, 중국에서도 대충 같은 지역 내에 3개의 국가가 있으니 삼한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만 서로가 같은 민족이라 국가와 같은 개념으로 보진 않았기 때문이죠. 즉, 서로에게 서로는 그냥 다른 나라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과 독일이 서로 같은 나라라고 보진 않듯이 말입니다. 적어도 문화권이라고 볼 순 있지만 같은 나라라고 보진 않았죠.
같은 민족이라는 부분에서도 틀렸는 데, 삼국이 존재하던 고대엔 단일민족이랄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대엔 고구려든 신라든 백제든 모두 다민족 국가였고, 여러 민족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따라서 단일민족도 아니었고,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도 없었으며, 그러한 종류의 민족 개념 자체가 사실은 근대에 발명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같은 민족이라도 의미가 없습니다.
유럽의 게르만족도 같은 범 게르만계이지만 실제 현실 정치에선 부족 단위로 확실히 분화된 이후에 서로 나라를 세우고 죽어라 싸워댄 게 1500년 가까이 되었죠. 민족이라는 개념이 근대에 와서나 발명되었다는 것을 이 경우에 대입해보면, 실제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의 동질의식과 같은 것도 독일이 서서히 통합되고 게르만 민족주의가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이후에서나 나오던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막상 찢어져 있었던 중세 때는 아예 강건너, 언덕너머 봉지는 모두 다른 영주의 다른 땅이지 독일계와 같은 건 별 의미가 없었죠.
이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는, 같은 문화권이라는 인식 정도는 있어도 같은 민족과 같은 인식은 없었고, 결국 서로는 서로에게 다른 나라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삼한일통이니 뭐니 하는 것도 삼국시대 끝무렵 신라가 통일을 국가적 사업으로서 추진하면서 정치적 구호로서 등장한 거고요.
외교적 입장에서 보자면 신라는 굉장히 훌륭하게 잘 살아남았던 겁니다. 아주 현명한 수준으로요. 백제가 어쨌다니 고구려가 강했다니.. 그래봐야 의미 없습니다. 결국 역사의 패자는 그들이고 신라가 살아남아 증명했으니까요. 고구려가 그토록 강했다면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해야 했고 역사는 달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죠. 신라는 국제외교에서 흔했던 원칙 중 하나인 가까운 국가는 적으로 두고 먼 국가는 아군으로 둔다는 원교근공의 원칙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애초에 고구려나 백제는 다른 나라였습니다. 다른 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멀리 있는 다른 나라와 연합을 맺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단이죠.
그리고 그 연합의 결과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 승리자가 되었고요. 따라서 중국과 연합을 맺었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현대 한국이 같은 민족인 북한과 전쟁을 하면서 미국 등의 국가에 도움을 받고 동맹을 맺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고, 그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대 고구려, 백제는 일본이나 중국(혹은 대만)보다 조금 더 문화적 동질성이 있었을 뿐이고 지금 기준으로 일본이나 대만과 전쟁을 할 때 미국과 같은 국가과 연합이나 동맹을 맺고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어떠한 민족적, 문화적 충돌 따위를 느낄 이유가 없죠.
이걸보고 수 백년 뒤의 후손들이 같은 아시아인, 같은 동양인, 같은 몽골로이드가 그래서 안 됐다 하면 우습기 짝이 없겠죠. 그 당시도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애초에 다른 나라의 영토인 한반도 북부의 고구려 땅을 넘겨준 건 손해가 아닙니다. 오히려 백제와 고구려를 멺아시키면서 얻은 게 이익일 뿐이죠. 따라서 신라의 삼국통일과 당나라와의 연합은 신라에게 있어서 이익만 얻었을 뿐이지 손해를 본 게 아닙니다. 애초에 고구려 땅이 신라 것이라고 정해져 있었던 것도 아닌데 빼았겼다니 어쩐다니는 헛소리에 불과하죠. 고구려나 백제나 하나의 국가에서 분단된 것도 아니고, 독립한 것도 아니며, 별개로 건국된 국가였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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